[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정부가 다음달 말까지 예금자보호제도 개선에 대한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현재 5000만원인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될 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새마을금고 위기설에서 촉발된 뱅크런(현금 대량 인출 사태) 조짐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2001년 이후 무려 23년째 유지 중인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되면 금융기관이 예금보험공사에 내야 하는 예금보험료(예보료)가 올라가고, 금융사가 이를 금융소비자에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 새마을금고 위기설이 부른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다음달 말께 예금자보호제도 개선 최종안을 마련한다. 늦어도 10월께는 해당 내용을 국회에 보고한다. TF는 금융위, 예보를 포함해 각 업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시로 비공개회의를 열고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예보료율 수치 조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새마을금고 위기설로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면서 예금자보호한도를 시대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1995년 예금보험제도 도입 당시 2000만원이었는데,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전액보호로 전환됐고, 2001년 위기극복, 금융구조조정 촉진 등 국내 경제변화를 고려해 2001년 부분보호제도로 바뀌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뱅크런 우려를 고려해 50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후 몇 차례 예금자보호한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23년째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한 금융회사 당 최고 5000만원까지만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 예금자보호한도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낮다. 미국의 예금자보호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1675만원), 영국 8만5000파운드(약 1억40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9087만원)이다. 전문가들은 예금자보호한도가 낮으면 금융사들이 운용 자금의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리스크가 큰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금융사들의 연체나 부실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를 계산해보면 우리나라는 1.2배에 불과한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가 3배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예금자보호한도가 지나치게 낮은 편"이라며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뱅크런에 대한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도 상향시 예보료율 부담...금융소비자에 비용 전가"다만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릴 경우 여러 부작용이 있어 정부 내에서도 한도 상향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예금자보호한도가 오르게 되면 금융회사의 예보료 부담이 커지고, 이것이 예금금리 인하 및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보료란 금융기관이 고객들에게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지급 불능 사태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해 예보가 금융사로부터 적립해 놓는 돈이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상 업권별 예보료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 0.08%, 보험·금융사 0.15%, 금융투자회사 0.15%, 저축은행 0.4%다.
결국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더라도 예보료율은 업권별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한국증권금융에 예탁금을 100% 예치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사고 발생으로 예금보험기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낮고, 은행들 역시 과거보다 덩치가 커졌고 당국으로부터 촘촘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예금보험기금이 투입될 정도의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며 "결국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리더라도 이에 비례해 예보료율을 상향하기보다는 금융사별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요율을 재조정하는 등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기존 새마을금고의 예적금을 해지하고 시중은행으로 옮기는 등의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다"며 "예금자보호한도가 꼭 금융소비자 보호, 편의성 증대 등으로 직결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밝혔다.◇ "수신액 증가로 금융사 이자이익 긍정적...소비자 피해 우려 과도"다만 최근 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와 같은 금리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린다고 해서 금융사들이 예보료 인상분을 바로 고객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반론도 있다. 서 교수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렸다고 해서 이에 대한 부담을 다시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금융사들에게도 분명 부담일 것"이라며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면 그만큼 예금이 많이 유입되고, 이자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예보료 인상이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3년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 속도를 고려했을 때 현행 5000만원은 예금자를 보호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그간 예금자보호한도를 한 번도 올리지 않은 점을 감안했을 때 이제라도 한도를 정상화하는게 맞다"고 말했다.ys106@ekn.kr예금자보호 한도가 현재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될 지 주목된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새마을금고 본점에 방문해 예금하고 있다.예금보험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