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4년 만에 상장지수펀드(ETF) 브랜드를 바꾼다. 올해 취임한 배재규 대표이사가 ETF 시장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던진 ‘승부수’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오랜 인지도를 쌓아 온 브랜드를 변경하는 것이 한투운용의 ETF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투운용은 14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TF 브랜드 ‘KINDEX(킨덱스)’를 ‘ACE(에이스)’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13일부터 향후 출시될 신상품은 물론, 기존 61개 ETF 상품들에도 새 브랜드명이 적용된다. 킨덱스는 지난 2008년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덱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코세프)’와 함께 국내 ETF 시장을 연 ‘터줏대감’이다. 이후 약 14년간 한투운용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달 8일 기준 킨덱스는 전체 ETF 시장 순자산총액(75조7366억원) 중 점유율 4.17%(3조1623억원)로 4위에 위치하고 있다.◇ 'ETF 혁신' 위한 배 대표의 첫 걸음이번 브랜드 변경에는 배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과거 삼성운용에서 국내 첫 ETF 상품을 선보여 ‘ETF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런만큼 누구보다 ETF 사업의 장래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그는 한투운용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먼저 ETF 부문이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배 대표는 이미 올 상반기 취임 직후 액티브 ETF 브랜드 ‘내비게이터’를 킨덱스에 통합한 바 있다. 지난 2월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에도 사전 내부 논의 없이 브랜드명 변경을 언급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내 공모로 브랜드명을 모집할 당시 킨덱스 브랜드를 유지하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배 대표가 ETF 비즈니스 구조 전반을 바꾸자는 의지가 강해 결국 새 이름이 채택됐다. 킨덱스가 삼성운용의 코덱스와 비슷한 어감인 것도 변경을 결정한 이유로 보인다.배 대표는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ETF 비즈니스에 대한 전부를 바꾸는 것"이라며 "진정으로 고객 가치를 지향하는 부분을 한투운용이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브랜드명 변경을 그 모멘텀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에이스’ 시작으로 브랜드력 강화...대형사와 경쟁 시도한투운용은 이번 브랜드 변경을 시작으로 ETF 시장 상위 운용사를 따라잡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기존 시장에 없던 ‘틈새시장’ 상품은 물론, 이미 대형사가 차지한 테마·지수형 상품에도 뛰어들어 ‘정면 승부’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점유율 5위 이하 운용사들이 대형사와의 경쟁을 피하고자 틈새시장을 주로 공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한투운용은 이를 위해 대형사 대비 낮은 비용, 투자자 친화 디지털 마케팅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대형사 대비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인 상품들로 브랜드력을 높이고, 높아진 브랜드력을 기반으로 다시 대형사와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새 이름 ‘에이스’가 ‘A Client Expert(고객 전문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CI 도안에서 에이스의 철자 중 e가 소문자로 표현된 것도 낮은 보수와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내겠다는 의미다.이런 에이스 ETF의 방향성은 연내 출시될 반도체 투자 ETF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테마형 ETF 역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기존에 낸 아이템이지만, 현재 ETF 개발팀이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세부 내용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김찬영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유제품 업체 모두가 흰 우유를 만들지만, 소비자들은 맛이 아닌 브랜드력으로 상품을 결정한다"며 "브랜드력 강화 방안을 간단히 정리하기 어렵지만, 디지털 비대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투자자들이 에이스 ETF를 투자했을 때 편안함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변경 우려...‘정면 승부’ 통할지도 지켜봐야그러나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한투운용의 브랜드 변경 전략에 다소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미 과자, 침대, 골프 회원권 등 타 분야의 인지도 높은 상품들이 ‘에이스’라는 이름을 쓰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변경에 들이는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오히려 킨덱스라는 이름이 오랜 기간 인지도를 쌓아온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인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대형사와 정면 승부를 하기에는 ‘체급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는 대형사의 점유율을 뺏어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ETF 시장점유율 1위는 삼성자산운용으로 41.81%(31조6791억원)를 차지한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8.31%(29조171억원)로, 두 회사가 국내 ETF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3위인 KB자산운용 역시 7.35%(5조5682억원)으로 한투운용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임원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혼선을 줄 수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봤을 때 상위 운용사와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전략이 통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suc@ekn.kr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한국투자신탁운용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ETF 브랜드를 발표하고 있다.성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