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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빠른데 정부는 느릿…전고체 배터리 양산 걸림돌

꿈의 배터리로 불려온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 점점 다가오는데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뛰어난 성능만큼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과 경쟁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전략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메탈 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SLMB)의 시장규모는 2024년 2억달러에서 2035년 320억~470억 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사용한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시간이 빠르며 안전성도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 받고 있는 기술이다. 한국에선 삼성SDI가 2027년 양산할 계획으로 타 기업 대비 다소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완전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여전이 많다. 높은 제조비용, 낮은 수율, 짧은 수명, 리튬 덴드라이트(금속 결정체) 형성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SDI, 퀀텀스케이프, 토요타 등 기업들도 황화물계·산화물계 등 다양한 고체전해질 기반 기술을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대량 생산에 적합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높은 배터리 단가도 발목을 잡는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팩 생산비용은 2023년 기준 평균 $139/kWh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비용은 $400에서 $800/kWh 사이로 평가된다. 이 또한 추정치로 업계에선 최대 10배까지 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최소 5배 이상 비쌀 것"이라며 “5000만원짜리 전기차에 들어가는 NCM 배터리의 단가를 20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전고체 배터리는 순식간에 차 값을 수억원으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시장이 커질수록 단가는 낮아질 전망이다. SNE리서치는 2035년엔 배터리 단가가 120달러/kWh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비층을 잡지 못하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한순간이 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선 시장 선점을 위해 민간 기술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정부 정책과 생태계적 협력 구조가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정부 주도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산업기술종합연구소(NEDO)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R&D 컨소시엄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DoE) 차원에서 장기 기술 로드맵을 마련했고 GM·포드 등이 전고체 스타트업과 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CATL이 정부 지원 아래 초고에너지밀도 '응축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eVTOL 기업 오토플라이트와도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업들의 주도로 전고체 배터리 전략이 주도되고 있다. 삼성SDI는 2023년 말부터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상용화 목표하면서 최근 고체 배터리 조립 장비 파일럿 라인도 수주했다. 이어 SK온은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와의 협력을 강화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반면, 정부 차원의 유기적 전략은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재부터 공정, 양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의 전략 설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술적 도전과 상업적 기회가 공존하는 전략적 전환점"이라며 “규제 완화, 공동 테스트베드 구축, 원천 소재의 국산화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생태계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尹 정부 외면한 RE100, 가격 두배 치솟고 계약물량은 저조

윤석열 정부 3년여동안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용 재생에너지 전력의 가격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계약물량은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탄소규제 대응, 정부의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수요는 늘고 있지만 이에 맞춰 공급이 늘어나지 못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오는 6월 3일 대선 이후 출범하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려 기업들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8일 한국RE100협의체의 월간 RE100 동향 3월호에 따르면 지난 2월 RE100용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월평균가격은 1메가와트시(MWh)당 7만2329원을 기록했다. 이는 윤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월평균가격 1MWh당 3만8000원과 비교할 때 1.9배 증가한 수치다. REC란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구매하는 인증서로 RE100 실적을 인정받는 수단이다. 기업이 RE100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맺은 전력구매계약(PPA) 실적은 올해 2월까지 총 1702.9메가와트(MW)로 집계됐다. 이는 발전소 가동 전에 맺은 계약을 포함하므로 실제 운영되고 있는 RE100용 발전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공개한 PPA 계약 건을 기준으로 실제 계약 건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윤 정부 3년 동안 총 발전설비가 1만9560MW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기업이 RE100용으로 계약한 PPA 물량은 이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RE100용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이 치솟은 것은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시장의 REC 가격이 비싸진 영향이다. RPS 시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일반 기업이 아닌 화력, 원자력 등을 운영하는 대규모 발전사에게 판매하는 시장이다. 대규모 발전사들은 RPS에 따라 발전량의 일부를 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윤 정부 동안 연간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량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3000MW 밑으로 떨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사업용 태양광 신규 보급 용량은 2020년 4100MW, 2021년 3900MW, 2022년 2700MW, 2023년 2900MW, 2024년 3160MW를 기록했다. 해상풍력은 윤 정부 동안 보급 실적이 전무하다.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와 윤 정부의 일부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 철회 등이 보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RPS용 거래 가격에 맞춰 기업들에게 REC를 팔고자 한다. 비싼 RPS용 거래 시장이 있는데 그보다 싸게 REC를 팔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RPS용 REC 가격은 1MWh당 7만2424원으로 RE100 시장(7만2329원)과 거의 일치한다. REC 시장에 맞춰 PPA 시장도 전기요금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으로 국내 수출 기업이 RE100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다음 정부에서 공급을 늘려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택중 RE100협의체 의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쉽고 싸게 살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게 다음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美 관세 맞이한 K-배터리 ‘한국판 IRA’ 기대

미국의 25% 관세 조치로 한국 배터리 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전기차 캐즘의 대안으로 떠오른 '에너지저장장치(ESS)' 부품 원가가 올라 부담은 늘었지만 34%의 관세를 맞은 중국과 비교했을 땐 오히려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선 '한국판 IRA((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배터리 시장에서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을 선언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관세 인상에 해당하는 품목이 양극재, 음극재 및 기타 원부재료 등이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모두 미국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타격이 엄청나진 않지만 배터리 셀 제조에 필수적인 원료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관세 사정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판 IRA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의 대체 먹거리로 ESS에 집중하고 있다. ESS는 원료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관세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판 IRA'로 불리는 개정안은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시 기존의 법인세 공제 방식 외에도 직접 현금 환급, 제3자 양도 방식 등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지정 이후 투자된 자금에 대해 소급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했던 기존 투자에 대해서도 수천억원 수준의 환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배터리업계는 투자 15%, 연구개발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지난해 시장 부진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국내 3사는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간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들은 배터리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해왔다. 미국은 배터리팩을 생산할 경우 킬로와트시(㎾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으로 주고 있고 배터리 공장 투자액의 30%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이에 국내 업계도 세액공제가 아닌 '직접 보조금 지급'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는 국가에서 지정한 첨단전략산업 중 하나로, 향후 UAM, 드론, 로봇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필요한 핵심 산업"이라며 “소재 및 장비까지 국내 업체들의 밸류체인이 잘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경쟁력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이와 같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국의 이차전지 생태계 육성을 위해 파격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개정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현지화 경쟁이 치열해지는 북미 ESS 시장에서 K-배터리의 대응력을 끌어올릴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전력망 수요를 중심으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ESS 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3년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큐셀과 4.8GWh,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에 이르는 수주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의 증설 라인을 ESS 생산에 활용해 기존 계획이던 애리조나 공장보다 1년 빠른 북미 현지 생산 전환이 가능해졌다. 삼성SDI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ESS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차세대 ESS 전용 배터리 'SBB1.5'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37% 높여 5.26MWh 용량을 구현하며, 대형 ESS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삼성SDI는 2026년부터 ESS 라인업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추가해 고밀도 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다양한 수요와 가격대를 커버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SK온도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시장 진출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재편하며 조직 역량을 강화했고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북미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SK온 관계자는 “ESS 시장 진출 준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어느정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E칼럼]태양광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대개의 산업 분야에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규모의 경제는 투입규모를 키워 생산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개별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몇몇 산업 분야에서는 소수의 기업에 의한 독과점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현대 산업사회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사회가 되었고 이를 위해 중앙집중형 관리체제가 발달해 왔다. 그러나 모든 산업 분야가 대량 생산과 관리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산업 분야는 자연이나 사회 환경의 제약에 의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이루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벼농사가 대표적이다. 벼농사는 무논에서 짓는다. 호남평야의 대농이나 서산간척지의 현대농장 같은 경우는 기업 경영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1만평방미터 이하의 소농이 경작하였다. 각지에 산재하는 무논을 대규모로 경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벼농사는 자가 소비도 중요하다. 따라서 벼농사는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어 왔으며 정부는 소생산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소농을 보호하는 대표적인 정책이 쌀 수매 제도이다. 일제 강점기에 시작한 쌀 수매제도는 당초 부족한 쌀 수급을 위한 강제 공출이었지만 1970년대 이후 개량 품종에 의해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수입이 강요되면서 생산비를 밑도는 쌀 가격을 보전하여 쌀 생산 농가를 보호하는 정책으로 운영되어 왔다. 농가의 입장에서도 수시로 변하는 시장 가격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나 농협에서 일괄 구매해주는 방식이 가장 간편하면서도 유익한 제도였다. 현재 식생활의 변화와 쌀 생산량의 증대로 제도의 변화에 대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일단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에서 소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로는 생산비를 보전하는 가격으로 정부나 공적 기관에서 일괄 구매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고 유용하였다는 점을 기억하고 가자. 현재 산업 분야 중 다수의 소생산자를 참여시켜야 하는 곳이 바로 태양광 발전이다. 태양에너지는 모든 곳에 골고루 주어진다. 위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낮 시간 동안 지표면 1평방센티미터에 1분 당 1칼로리 정도의 태양에너지가 도달한다고 한다. 태양광 발전은 이렇게 지구에 주어진 태양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이 확대되려면 보다 많은 소생산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모든 건물의 지붕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야 하며 여유 공간을 가진 사람들은 작은 발전소를 세울 수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자가소비도 하고 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할 경우 한전에 판매할 수도 있다. 3~5kW 용량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집에서 쓰는 전기는 충당할 수 있다. 20~30kW 용량 이상의 태양광 설비를 할 수 있다면 발전사업자가 되어 한전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대규모 토지가 있는 경우, 예를 들어 간척지나 유휴 염전 등에는 MW급의 대형 발전소도 설치할 수 있다. 새만금 간척지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전남 신안군이나 경북 봉화군의 경우 기획 단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분양하거나 협동조합으로 참여하게 하여 주민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태양광 발전 산업은 다수의 소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소생산자들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기 전에는 생산비를 보전해주는 것이 긴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2003년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를 도입하였다가 2012년 부터는 의무공급제(RPS)로 변경하여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촉진해 왔다. FIT는 쌀 수매 제도와 같은 방식이다. 정부에서 규모에 따라 기준가격을 정해 한전에서 일괄 구매하는 것이므로 소생산자들이 참여하기에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다. 그런데 RPS는 생산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급해준 인증서(REC)를 판매하여 생산자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방식이다. 이 인증서를 현물시장이나 계약시장에서 판매해야 하니 전업 발전사업자가 아니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에서는 이번에 RPS 제도를 폐지하고 지원 정책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태양광 발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도 많이 낮아져 대규모 발전사업의 경우 프리미엄 가격 또는 차액지원 등의 형태로 입찰제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 태양광의 확대는 이런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소생산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식의 지원 정책이 아니라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겠다고 한 국제사회에서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산업 생태계에 대한 정부 당국의 균형 잡힌 시각이 절실한 까닭이다. 신동한

기후솔루션·태양광 단체, 국토부에 이격거리 방치 소극행정으로 신고

기후솔루션과 태양광 협·단체들이 국토교통부를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를 방치한 점을 소극행정이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기후솔루션,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은 31일 국민권익위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원 등이 반복적으로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요구해 왔음에도 국토부가 이를 외면하고 기초지자체의 자의적 규제를 조장하는 시행령을 개정·유지해 온 점을 소극행정으로 지목했다. 이격거리 규제란 지자체가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을 제한하는 규제를 말한다. 예컨대 도로나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에는 재생에너지를 설치하지 못하게 한다. 기자회견에서 한주현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지자체가 조례에 이격거리 규제를 둘 수 있게 된 근거는 국토계획법 시행령이므로 소관부처인 국토부가 개정할 수 있다"라며 “국토부가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풀 수 있음에도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현 상황은 소극행정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최재빈 기후솔루션 정책활동가는 “국토부는 산업부가 제시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 정비조차 외면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소극행정은 기초지자체의 소극행정을 더욱 고착화시키며, 결국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더욱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곽영주 대태협 회장은 “국토부는 입법적인 실책을 바로잡는 '개선 입법'을 통하여 우리 전체 태양광사업자가 받고 있는 경제적 불이익과 국가재정손실을 바로 잡아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단체들은 국토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RPS 제도는 이제 그 역할을 다한 걸까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지난달 통과된 에너지 3법 중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주요 축을 담당하여 온 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와 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제도의 개편을 예고하였다. 정부가 RPS 및 REC 제도의 개편을 이야기하게 된 주요 원인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규모로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규모로 쪼개서 설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태양광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량이 2017년 8.7GW에서 2023년 30GW로 늘어났는데 이 중 태양광이 90%에 이르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대규모로 지어야 하는 풍력, 수력, 바이오 등의 비중이 작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행 RPS 제도가 도입 시의 의도와 달리 소규모사업자에게 유인책을 더 많이 주는 형태, 즉, RPS 제도 이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육성 제도였던 FIT (Feed-In-Tariff, 발전차액지원) 제도의 성격을 일부 지니도록 변경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요한 유인책으로 REC를 대량 발행하고 이 인증서를 현물시장에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REC 제도는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였던 2000년대에 신규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한다는 장점으로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REC 가격의 높은 불안정성 및 추가적인 국민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이후 폐지해 왔으며 현재 우리나라 만이 REC 거래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 역시 제도의 개편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제도는 중동발 석유 위기가 발생하였던 1980년대에 시작되어 상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초기에는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한 개인/법인에 직접 정부 재원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기후변화 이슈와 함께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늘려야 하자 2001년 정부는 기존의 보급 보조를 대폭 축소하고 그 대신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방식인 FIT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사업자에게 주는 유인이 매우 커서 초기 재생에너지 시장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후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늘어나고 보다 정교한 정책 입안이 가능해지자 공급자 간 시장경쟁의 형태를 갖춘 제도인 RPS를 2012년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 도입하였다. RPS는 재생에너지 생산업체 간에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 위한 경쟁이 발생하기에 FIT 제도에 비하여 발전단가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FIT 제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견이 일부 반영되어 소규모 업자 및 농어촌 등을 지원해 왔으며, 제도를 여러 번 손보면서 효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RHS 등 열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제도를 함께 시행하고자 하였으나 준비 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하여 반쪽짜리 제도라는 지적도 받았다. RPS 제도는 그렇지만 2010년대를 지나며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지금의 규모로 키우는데 크게 이바지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RPS 및 REC를 대체할 새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계와 연구계는 물론 산업계에서도 제기되어 왔으며, 현재 재생에너지를 경쟁 입찰하는 방식의 제도가 준비 중이다. 이제 재생에너지의 공급 규모가 기존 대형 화력 발전원과 비교할 만큼 커졌으며, 생산 단가 역시 상당히 낮아져서 오히려 유리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을 도입하여야 하겠다. 먼저 재생에너지 중 열을 생산하는 에너지가 그 규모가 훨씬 크고 잠재력도 상당함을 고려하여 재생 열에너지에 대한 보급 지원제도 역시 마련하여야 하겠다. 함께 재생에너지를 자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프로슈머(prosumer)의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헐성을 크게 낮출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필요할 경우 기존 RPS 제도를 일부 분야에 입찰제와 병렬하여 적용하거나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계획 등을 함께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EE칼럼]재생에너지 지원을 늘려야 할 때

세계는 1.5℃를 넘어 2℃, 3℃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대응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지난 3월 16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2024년 12월까지의 전력통계를 발표했다. OECD(이스라엘 미포함)의 총발전량은 2023년 10,567TWh에서 2024년 10,833TWh로 2.5% 증가했으며, 이 중 태양광이 137TWh 증가하여 전체 발전량 증가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석탄 발전량은 57TWh가 감소하며 화석연료 전체 발전량은 0.9% 줄었다.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점유율 OECD 평균은 35.8%였다. 덴마크 87.8%, 독일 58.5%, 스페인 58.4%, 영국 52.9%, 네덜란드 51.0% 등 20개 나라가 50%를 넘었고 이탈리아 49.4%, 중국 34.3%, 일본 25%, 미국 23.8%, 인도 21.8%를 기록했다. 한국은 10.5%로 사상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였으며 지난달 정부가 많은 논란 끝에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8년 목표 29.2%를 달성해도 2024년 OECD 평균보다 6.6% 낮게 된다. 참고로 이스라엘의 경우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의 통계를 보면 2023년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10.5%였고 2024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Enerdata 등의 예측에 따르면 2024년 13~14%에 이를 것으로 보여 한국은 이스라엘을 포함해도 최하위다. 또한, 2023년 대비 2024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도 포르투갈 12.4%, 리투아니아 10.5%, 스페인 6.5%, 헝가리 6.0% 등 OECD 평균이 4%인데 반해 한국은 1.3%로 당분간 OECD 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정부는 RPS(신ㆍ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를 경쟁입찰로 일원화하려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제도의 복잡성, 가격 변동성, 체계적 관리의 어려움, 제도의 지속 가능성 상실, REC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 경쟁력 위협 등을 제도개선의 이유로 하고 있다. RPS는 신ㆍ재생에너지 보급확산을 위한 대표적인 정부 지원제도로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발전 전력의 판매에 해당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더해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판매금액을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제도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수혜자, 대상자의 동의와 만족을 기반해야 하며 정책 설계 시 대상자의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실효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발전사업자 측에서는 재생에너지 점유율 10.5% 수준에서 정부가 물량을 정하고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는 것은 사업자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계통 부족으로 31GW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부담의 요인이 될 것이고, 잦은 제도 변경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또한 투자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경매 대상, 낙찰자 선정 방식, 계약형태 등에 따라 제도의 효과는 달라지겠지만 제도의 복잡성, 체계적 관리 어려움은 정부 법령과 편의를 고려한 것이고, REC 가격 상승은 발전사업자에는 수익이 늘어나 오히려 보급확산에 기여 요인이다. 이번 개정 추진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보다는 정부의 행정 편이와 RPS 의무대상기업, RE100에 가입한 대기업을 위한 제도개선 추진이라는 의심이 받는 이유다. 그동안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30.2%를 21.5%로 낮췄고,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도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한국형 FIT 제도 폐지, 1㎿ 이하 신재생에너지 계통접속 보장제 폐지, 2032년 1월까지 호남지역 발전사업 불허가 등을 추진해 의심을 키우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지원제도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다. 2019년 IEA PVPS 보고서에 따르면 2018 기준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FIT 지원을 받는 비율은 67.2%에 달했으며, RPS는 2.1%에 불과했다. 한국은 2012년 재정 부담을 이유로 FIT를 RPS 변경했으나 같은 해 일본은 RPS를 FIT로 변경하면서 태양광 붐을 맞았고 2012년부터 2023년까지 80GW를 추가했지만, 한국은 같은 기간 26GW에 그쳤다. 1990년 세계 최초로 FIT 제도를 도입했으며 경매제도를 운영 중인 독일의 경우 2000년 FIT 기준금액이 전기요금의 약 2.5배였으나 2023년에는 약 20% 수준으로 낮아져 FIT로 계약하는 것보다 자가소비 또는 경매가 더 경제적이 되었으며, 일본도 2012년 주택용 FIT 기준금액이 주택용 전기요금의 두 배 이상이었으나 2023년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기후변화의 긴급성, 에너지 안보, RE100, CBAM 등 글로벌 요구를 고려할 때, 한국은 재생에너지 지원을 줄일 때가 아니라 급격히 늘려야 한다. FIT 재도입 및 확대, RPS 의무비율 상향,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상향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OECD 국가들과 경쟁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다. .

尹 정부서 소외됐던 소규모 태양광, 반전 노린다

윤석열 정부가 탄핵 정국으로 위태롭자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윤 정부는 기업형 태양광 및 대규모 해상풍력 보급에만 중점을 두고 소규모 태양광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 정책을 철회해왔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은 야당에 소규모 태양광 정책을 부활시켜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 촉진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다수 야당 의원과 공동으로 개최됐다. 공동 개최 의원으로는 이학영(국회부의장), 안호영(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성환, 박지혜,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정혜경 진보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참여했다. 세미나에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보급목표와 이행경로 법제화 △소규모 재생에너지 전력 지원 촉진을 위한 계통연계·우선구매 의무화 △시민참여형 에너지협동조합 활성화 △이격거리 규제 개선과 원스톱서비스 지원 방안 등이 제안됐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 수단이자 분산에너지로서 소규모 태양광의 역할을 강조하며 소규모 태양광 관련 지원 정책을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래 1000킬로와트(kW) 이하 재생에너지 설비의 경우 별다른 조건 없이 계통접속을 해줬었다. 하지만 윤 정부 출범 이후 소규모 태양광 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이 폐지됐고, 계통접속도 제한됐다. 소규모 태양광의 발전 비용이 과도하고 발전량이 잘 집계되지 않아 전력계통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안명균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 회장은 이날 주제발표로 소규모 재생에너지 전력을 촉진하기 위해 계통연계와 우선 구매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설비용량 500kW 미만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안정적인 전력으로 구매해주는 보장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FIT는 100kW 미만 태양광 발전사업에 대해 고정된 가격으로 20년간 전력을 사주는 제도였다. 또한,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도 해소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학영 국회부의장, 김성환·박지혜 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소규모 태양광 육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알렸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뱀이 이무기되어야 할 때...수소경제 3.0 으로  전환하자

“용(龍) 그림을 그려두고 뱀에게 용처럼 날아보라 했다." 지난 3월 6일, 서울대 국가 미래전략원의 수소산업 육성 포럼에서 나온 국내 수소경제 관련 재미있는 비유다.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당일 중량감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시국을 고려해, 수소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지적되었다. 수소경제의 성장 가능성은 강조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나 시장 기반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내 수소 산업은 2022년 기준 전체 매출 규모가 약 12.5조 원에 그쳐, 단일 기업인 한화솔루션보다도 적다. 산업 내 수요 구조는 더욱 제한적인데, 전통적 산업용 가스를 제외하면 올해 약 2만 3천 톤 정도의 수소차 연료용 시장이 전부이다. 더욱이 수소차 보급 실적 둔화로 수소유통사업자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다시 민간 투자 위축으로 연결되고 있다. 발전용 연료 시장을 살펴봐도, 실상은 수소가 아닌 수소화합물 중심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사실상 도시가스(메탄)에 의존하고 있고,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시장 역시 암모니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산업적·사회적․환경적 관점에서 도시가스나 암모니아의 수소 전환에는 뚜렷한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난(難)감축 산업이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감축이 어려운 산업에서 수소의 대규모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수요란 주어진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의사인데, 현재는 수소, 특히 청정수소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수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가령 그레이 수소(부생·추출수소)임에도 수송용 수소 소매가격은 kg당 1만 원을 넘는다. 국내 유일한 3.3MW급 풍력 연계 수전해 수소(그린수소)는 제주 함덕 수소충전소에 공식적으로 kg당 약 2만 원에 납품되지만, 실제 가격은 두 배 이상이다. 한편 2019년 이후 국내 수소경제 정책은 크게 2019~2021년까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시기(수소경제 1.0)와 2022년 이후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시기(수소경제 2.0)로 구분 가능하다. 수소경제 1.0에서 수요 확대 중심 정책을 펼치며 일정 부분 민간의 수소 공급 투자를 유도했지만, 수소경제 2.0으로 들어서며 청정수소 공급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급격히 전환되었다. 문제는, 청정수소의 까다로운 조건과 높은 생산비용에도 불구하고 실효성 있는 가격 인하 전략은 부재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민간의 잠재적 수소 공급자들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면서, 수소경제 전체가 교착 상태에 빠진 형국이 되었다. 이에 따라 지금이야말로 수소경제 3.0으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특히 수소경제 1.0와 2.0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성찰하고 제2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수립을 검토해야 한다. 이때 특히 강조하고 싶은 세 가지 중점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소 가격 인하를 위한 구체적 전략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주요국 사례처럼 보조금이나 세금공제, 또는 차액지원 등을 통해 수소생산․공급 확대를 유인, 수요보다 공급을 빠르게 증가시켜 초과 공급 상태를 만들어야 가격이 하락한다. 가령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청정수소 생산에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하며, 2031년까지 그린수소 생산단가를 kg당 1달러, 소매가격을 3달러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도 향후 10년(2035년)내 평균적인 수소가격 목표(가령 3,000원/kg) 달성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이에 맞추어 수급 전략을 재설정해야 한다. 둘째, 수소 유통 구조의 내실화 역시 중요하다. 지금과 같이 차량 운송을 통한 고비용 유통 구조를 유럽처럼 파이프라인 환산망 네트워크 중심으로 전환, 체계화하고, 이들 담당할 수소유통공사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맞물려 현재 산업 규모에 비해 총 8개나 되어, 비효율적으로 분산된 수소 전담기관들의 기능을 조정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 주도형으로의 전환이다. 민간 기업과 투자자가 수소경제의 주체가 되도록 정책의 시야를 전환해야 한다. 투자 환경 조성, 성공 사례의 발굴·지원이 우선이며, 정부는 시장 조성자이자 촉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이제는 용 그림보다 뱀을 이무기로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뱀이 이무기가 되어야 하늘을 나는 용도 될 수 있다. 김재경

뷔나에너지, 경남 욕지해상풍력 개발에 2800억원 투자

글로벌 그린에너지 기업인 뷔나에너지가 경남 해상풍력 발전사업 개발에 2800억원을 투자한다고 25일 밝혔다. 투자계획 발표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한 투자 협약식을 통해 이뤄졌다. 투자 주요 내용은 총 384메가와트(MW) 규모 욕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개발한다. 뷔나에너지는 해당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 어업인, 지역 공급망과의 상생 협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욕지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국내 공급망과의 산업적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는 한편, 지역 어민들과의 소통 및 공존 방안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욕지 프로젝트 외에도, 뷔나에너지는 500MW 규모의 태안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개발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지난해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입찰에서 선정되었으며, 내년말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뷔나에너지는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육상풍력, 연료전지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장 중이다. 니틴 압테 뷔나에너지 CEO는 “한국에 대한 이번 투자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과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당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뷔나에너지는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개발, 건설, 운영관리 및 상업화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 등 77개 곳에서 기업 및 현장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9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주 사업분야는 육해상풍력, 태양광, 고정식·이동식 에너지저장장치 등 세 가지 부문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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