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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황소를 끌고 올 에너지 정책

소꼬리인 줄 알고 덥석 잡았는데, 그 뒤에 집채만 한 황소가 통째로 딸려 나오는 격이다.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바로 이와 같다. 산업을 도외시한 환경 위주의 정부 조직 개편이나 특정 에너지원 육성 정책이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치우친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결국 막대한 비용을 국민과 기업에 떠넘기고,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수순이라 설명하지만, 이는 더 큰 문제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판단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우리 경제의 연쇄적인 비용 상승을 유발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모든 산업 활동의 기초 동력인 전기 에너지가 비싸지면, 원자재 가격부터 공장 기계 가동 비용까지 오르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고스란히 제품 생산 원가에 반영되고, 복잡한 물류와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은 훨씬 더 커진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전기요금 인상은 결국 우리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물가 폭등과 경기 침체라는 '황소'를 끌고 올 것이다. 지속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90.4원으로, 미국(121.5원)이나 중국(129.4원)보다 월등히 비싸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더 올리는 것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육상선수에게 족쇄까지 채우는 격이다. 특히 AI, 반도체, 철강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국가 핵심 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이는 수출 부진, 투자 위축,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높은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에너지 정책의 본질은 국민과 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중단 없이 공급하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정책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특정 '수단'을 정책의 '목표' 그 자체인 듯이 착각하고 있다. 수단과 목표가 뒤바뀌면서, 정책은 방향을 잃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고, 비상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계속 가동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결국, 꼬리(수단)가 몸통(목표)을 흔드는 격의 정책은 우리 경제를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항로 없이 망망대해를 떠도는 배와 같다. 이제는 '소꼬리'만 보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 뒤에 험악한 인상을 하고 선 '황소'의 전체 모습을 직시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에너지 정책은 특정 이념이나 단기적 성과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원자력을 포함한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를 통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공급 불안정과 가격 변동성의 위험을 키울 뿐이다. 둘째, 전기요금 인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산업계와 국민에게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요금 조정은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경제 전체를 고려하는 고차원적 정책 설계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공급 안정성', '안전성', '경제성', '환경성'이라는 4대 핵심 가치를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도록 국가 에너지 전략의 목표를 명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이 네 가지 가치가 바로 우리 에너지 정책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더 이상 꼬리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며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에너지 정책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적 결정이다. 우리 경제와 산업,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해야 할 때다. 문주현

해상풍력특렵법 시행령 발표 앞두고 업계 “기존 사업자 보호해야”

풍력업계가 내년 3월 해상풍력특별법 시행 이전에 이미 허가를 받은 사업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상풍력특별법으로 집적화 단지 구성 단계에서 기존 사업자의 사업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온 주장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19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령 업계 의견수렴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실장은 세미나에서 풍력업계의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의견을 모아서 발표했다. 업계 의견으로 가장 먼저 기존 사업자 보호 문제가 언급됐다. 최 실장은 “특별법 시행 이전에 이미 허가를 받은 사업의 권리를 보장해야만 민간 투자 안정성이 확보가 되고, 발전지구 지정 과정에서도 기존 허가 사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승계, 편입 절차를 마련하해 투자자 신뢰와 사업 지속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예비지구나 발전지구 지정 단계에서 기존 사업자의 포함도 함께 고려를 해 달라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발전소 건설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총 31기가와트(GW)에 이른다. 이중 사업자가 사업 현황을 제출한 사업은 14GW로 설비용량으로는 1GW 원전 14기에 달하는 용량이다. 풍력업계는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사업 중 사업자가 추진 역량을 갖춘 진성사업자에 대해서는 사업권을 보호해달라는 입장이다. 최 실장은 해상풍력 특별법에 따라 신설되는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위원회의 투명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 명단과 회의록 공개를 통해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여 지역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며 “투명한 평가 체계를 통해서 이제 이 기관들이 잘 운영됐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실장 해상풍력 입지정보망은 풍황·어업·환경·계통 등 모든 정보를 포함해 사업자가 위험요소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전달했다. 민관협의회는 실제 영향을 받는 주민과 어업인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사업자의 참여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업계는 인허가 기한의 명확화와 해상풍력 발전사업 여러 개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공동 접속설비 구축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수소 등 전력계통 보완 시 사업 우선권 부여 △풍황 데이터 제공 비용의 투명성 확보 △공사 중단 신고 기준 완화 등을 제안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포스코퓨처엠, SK이노베이션 E&S와 ‘태양광 파트너십’

포스코퓨처엠이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에 나선다. 포스코퓨처엠은 SK이노베이션 E&S와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계약을 18일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 E&S는 포스코퓨처엠 포항공장 지붕 및 주차장에 2.5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2.8기가와트시(GWh)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태양광 시설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해 공장 운영에 활용함으로써 연간 약 1300톤의 탄소배출 감축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업 협력으로 포스코퓨처엠은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 한발 더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이번 재생에너지 사업 협력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사업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50년 탈탄소 달성을 목표로 2021년 세종 음극재 공장에 연간 209MWh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준공했고, 지난해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광양 양극재 공장에 연간 2.6GWh 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포항공장에 이어 전남 광양 NCA 양극재 전용 공장에도 태양광 발전설비 추가 설치를 검토하고, 전력구매계약(PPA),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등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을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이찬우의 카워드] ‘꿈의 배터리’ 전고체, 양산 눈앞…K-배터리 ‘선점 경쟁’

'꿈의 배터리' 전고체가 전기차 시장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다. 한국의 삼성SDI·SK온·LG에너지솔루션도 잇달아 로드맵을 내놓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18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리튬메탈 음극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SLMB)의 시장규모는 2024년 2억달러에서 2035년 320억~470억달러로 10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구조다. 발화 위험이 크게 줄고, 부피·무게를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곧 주행거리 향상과 차량 경량화로 이어진다. 토요타, 폭스바겐,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이 일찌감치 전고체를 '게임 체인저'라 부른 이유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못박았다. 회사가 내세운 무기는 독자적으로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혁신적인 무(無)음극(anode-free) 기술이다. 이를 통해 음극의 부피를 줄이고 양극재 비중을 확대해, 업계 최고 수준인 900Wh/L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국내 최초로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전용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구축했다. 6500㎡ 규모의 이 라인에서는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전용 전극 판, 이온 전달 최적화 셀 조립 공법 등 신규 인프라가 적용돼 2023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샘플을 공급하며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고객사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SDI는 단순히 시제품 생산을 넘어 양산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정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계면 저항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며,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먼저, 가장 안전하게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SK온은 지난 15일 대전 미래기술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했다. 이번에 준공된 플랜트는 약 4628㎡(약 1400평) 규모로, SK온은 신규 파일럿 라인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일부 라인에서는 고체 배터리의 한 종류인 리튬 메탈 배터리*도 개발한다. 이 플랜트는 온간등압프레스(WIP) 프리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해 생산성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린 점이 특징이다. SK온은 우선 800Wh/L 전고체을 내놓고, 장기적으로는 1000Wh/L까지 목표를 높였다. 상용화 시점은 2029년으로, 기존 목표보다 1년 앞당겼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이전 완성도 있는 전고체를 내놓는다는 장기 전략을 세웠다. 오창공장에 파일럿 라인을 세우고 시제품 생산을 추진 중이며, 무음극(anode-free) 전지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 집중한다. 또 건식전극 공정, 글로벌 학계 협력(UCSD 등)을 통해 양산성 검증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소 느리지만 품질과 안전성을 우선하는 전략이다.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상용화 시점과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안전성·성능·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면 저항, 생산 수율, 원가 절감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 일본과 미국 업체들이 특허와 파일럿 단계에서 앞서가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속도와 품질이라는 다른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전고체 시장의 승부는 누가 먼저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해 양산 체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이번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 준공은 SK온이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를 누구보다 앞서 상용화해 전동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E칼럼] ‘착한 성장’이 아닌 ‘똑똑한 성장’

세계 전력시장이 대세 전환의 임계점을 통과하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92.5%가 재생에너지로 채워졌으며,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광은 2022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50.6%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이후, 2023년 61.9%, 2024년 69.3%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풍력은 2020년 34.4%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17.4%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설비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누적 발전설비 용량을 보면 2024년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46.4%에 달했고, 2024년 증가율 정도만 기록해도 2025년에는 화석연료 발전설비와 비슷하거나 역전하게 된다. 2025년은 재생 발전설비 용량이 화석연료를 추월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생 발전량 점유율도 2024년 31.8%에서 2025년 34%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국의 싱크 탱크 엠버(Emb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8월까지 재생 점유율은 34.0%, 태양광 9.1%. 풍력 8.6%, 태양광+풍력은 17.7%였다. 태양광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력원이다. 2025년 상반기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년 대비 64% 급증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5년 연간 신규 용량은 700~800GW에 이를 것이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발표된 Ember의 한 연구가 화제가 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1억 달러로 천연가스를 수입해 1년간 1.5TWh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비교해, 같은 금액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면 30년간 매년 1.5T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태양광이 천연가스보다 약 30배의 비용 효율성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화석연료 수입은 국가에 반복적인 경제적 부담을 안기지만, 태양광은 일회성 투자로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장한다. 그럼에도 태양광의 확산 속도가 더딘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의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2050년 전력 수요는 지금의 2~2.5배 수준 즉, 발전량 기준으로 2024년 30PWh에서 2050년 60~75PWh가 될 것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 부문의 전기화, 데이터센터 및 AI 관련 수요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여기서 태양광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24년 전 세계 전력생산에서 태양광 점유율은 7%, 발전량 2PWh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최대 50%, 30~37PWh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도 최대 14TW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태양광은 2030년 이전에 원자력, 풍력, 수력을 제치고, 2033년에는 석탄을 넘어 세계 최대 단일 발전원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직개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2030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재생에너지 생산 세액공제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량 점유율은 몇 년째 OECD 최하위이며 아시아에서도 하위권, 아프리카 주요국에도 뒤진다, 태양광 발전량 점유율 순위도 2023년 OECD 24위에서 2024년 26위로 오히려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다. 한국이 갖고 있는 반도체·이차전지·정밀화학·기계·조선·철강 등에서 축적된 능력과 세계적인 레버리지는 더딘 탄소중립 이행과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과소 평가받고 있다. 탄소중립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덕 프레임으로 볼 때 생기는 허상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과 수출,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잡는 국가 산업 전략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똑똑한 성장'이란 탄소중립으로 가는 성장이 착하냐, 나쁘냐라는 '착한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길이 국익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똑똑한 성장의 경로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은 이미 '탈탄소 프리미엄'을 가격과 정책, 공급망 규칙에 내재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유럽의 탄소국경조정, 중국의 규모 공세까지 겹치며, 저탄소·고효율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한 산업, 기업, 국가는 수출 문턱에서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며, 반대로,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우리 제조업의 구조적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거버넌스가 만들어지게 됐으니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특히 태양광, 풍력 보급에 속도 높이기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지역 주민과의 협력 강화 등을 서둘러 추진할 할 때다. 탄소중립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착한 에너지'라는 도덕적 프레임을 넘어 국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정책이자 '똑똑한 성장' 전략이다.

[인천미래에너지포럼] 이명훈 책임 “연료전지, 데이터센터·에너지안보 핵심 해법”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수요 급증 속에서 연료전지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지역 에너지안보의 핵심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명훈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 책임은 인천광역시 주최, 인천테크노파크·인천연구원·한국남동발전·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인천대학교(혁신연구센터)·에너지경제신문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16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송도에서 열린 '2025 인천미래에너지포럼'에서 '수소연료전지산업 비즈니스모델 및 기술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책임은 “인천에만 260MW 규모의 연료전지가 설치돼 전체 국내 보급량의 22%를 차지한다"며 “현재는 부생수소를 쓰지만 청정수소 공급만 이뤄지면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 인천은 청정수소 시대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료전지가 △산업단지·도심·항만 등 분산전원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국가·지역 단위 에너지안보 등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지금 당장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지만 LNG 발전소는 착공에서 준공까지 5~10년이 걸린다"며 “연료전지는 공장에서 제작 후 90일 이내 설치·가동이 가능해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목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의 장점으로는 △규모 확장이 자유로운 분산형 설비 △출력 조정이 가능한 운영 유연성 △청정수소로 즉시 전환 가능한 연료전환 편의성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성을 꼽았다. 이어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 지역 전력망 안정화, 산업·건물·수송 부문 탄소중립 달성에 모두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도 강조됐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데이터센터용 연료전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수출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용 창출 효과도 짚었다. 이 책임은 “현재 1GW 수준의 보급만으로도 상당한 인력이 투입돼 있다"며 “5GW, 10GW로 확대되면 수만 명 규모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 생산뿐 아니라 활용 인프라 확대에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은 국산화 성과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1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양산 라인을 구축했고,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생산·저장뿐 아니라 활용 분야를 지원해야 세계 시장 선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연료전지는 아직 비용 부담이 있지만 제조사의 기술 혁신과 정부 지원으로 빠르게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5~10년간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이어진다면 한국이 글로벌 연료전지 산업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인천미래에너지포럼] 이민철 교수 “수소·암모니아 발전, 주민 훈련·정량평가 병행해야”

수소·암모니아 발전 확산을 위해서는 위험을 수치로 증명하고 주민과 함께 훈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민철 인천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무탄소 가스터빈 혁신연구센터장)는 인천광역시 주최, 인천테크노파크·인천연구원·한국남동발전·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인천대학교(혁신연구센터)·에너지경제신문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16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송도에서 열린 '2025 인천미래에너지포럼'에서 '무탄소 연료(수소·암모니아) 기반 발전소 안전성 평가와 주민수용성 향상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수소에너지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주민 참여형 훈련과 폭발한계·최소점화에너지(MIE)·자연발화온도·독성·질식 위험 등을 종합 반영한 정량적 위험성 평가(QRA)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수소는 폭발범위가 넓고 점화 민감성이 높고, 암모니아는 부식성과 독성이 큰 만큼 단순 비교로 안전성을 규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천대가 주관하는 무탄소 가스터빈 혁신연구센터를 소개하며 “세계 주요 가스터빈 제조사는 8000~1만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는 200명 수준에 불과하다"며 “설계·제작·안전을 아우르는 전문 인력 양성과 산업-학계 협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이 국내 최대의 가스터빈 집적지라는 점을 들어 “인천은 가스터빈 대수와 복합화력 설비 모두 전국 1위로, 노후화된 설비를 수소·암모니아 혼소로 전환하는 최적지"라고 밝혔다. 인천 서인천·신인천발전소 등에서는 2027년까지 수소 50% 혼소 실증이 추진 중이며, 울산 동서발전도 같은 시기 300MW급 혼소 실증을 계획하고 있다. 안전성 논의와 관련해 그는 “수소는 폭발범위가 넓고 점화 민감성이 높으며, 암모니아는 부식성과 독성이 큰 만큼 연료별 특성에 맞춘 설계·소재 개발·환기·차단·방폭 설비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QRA 결과에 따르면 안전장벽을 추가했을 때 위험 영향 반경이 6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주민 체감 불안을 낮추려면 설계 개선과 함께 훈련·소통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보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비상대응 훈련을 상시화해야 한다"며 “지자체·발전사·전문가가 함께하는 독립형 안전자문기구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전담팀을 마련해 투명성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주민 수익형 모델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야 수용성이 높아진다"며, 학생·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정책 운영과 현장 실습을 통해 “안전은 말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QRA)로 증명하고 주민과 함께 훈련해 확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인천미래에너지포럼] 김재경 연구위원 “석유공사 LPG 저장시설, 암모니아 비축시설로 전환해야”

청정수소·암모니아 비축을 위해 기존 석유 인프라를 전환해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석유공사의 LPG 저장시설을 암모니아 저장시설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핵심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천광역시 주최, 인천테크노파크·인천연구원·한국남동발전·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인천대학교(혁신연구센터)·에너지경제신문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16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송도에서 열린 '2025 인천미래에너지포럼'에서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비축정책 방향'으로 주제 발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2011년 롯데정밀화학이 암모니아 생산을 중단한 이후 우리나라는 암모니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국내 공급안보 차원에서 비축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초기 인프라 구축비용을 최소화하려면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LPG 저장시설을 암모니아 저장시설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청정수소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연료전지와 수소터빈 같은 발전 부문,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산업 등 제조업 부문, 수소차를 포함한 수송, 화학적 전환(CCU)까지 합치면, 2050년에 국내 필요한 수소량은 2740만~2790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 국내 에너지 소비 구조와 비교했을 때 결코 적지 않은 규모로, 장기적인 수급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암모니아가 단순한 수소 운반체를 넘어 독자적인 청정연료로서 직접 활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국제 수소 교역에서 암모니아가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정수소와 청정암모니아의 수요 확대와 함께 양자의 운송 모드가 긴밀히 연계돼 글로벌 거래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 공급망은 이미 암모니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발표된 청정수소 수출 프로젝트의 약 80%가 암모니아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30년까지 체결된 공급계약 200만톤은 암모니아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중 약 140만톤, 암모니아로 환산하면 약 770만톤 규모가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될 전망이다. 세계적 수요 전망도 제시됐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인용해 “2050년 세계 암모니아 수요는 2억2500만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발전 및 선박용 연료 수요 확대가 이러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강조됐다. 김 연구위원은 탄소가격제(세금·배출권거래), 차액계약(CCfDs), 장기공급계약, 산업별 보조금 등을 통해 청정수소와 암모니아의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시장 위험을 줄이려면 생산 단계부터 지분 투자와 다양한 협력지분 확대를 통해 가격 하락을 유인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밸류체인 전반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인천미래에너지포럼] 조홍종 교수 “인천 수소기지 건설로 탄소중립·에너지안보 달성”

인천에 수소기지를 구축하고 이를 기존 발전기에 활용하면 탄소 감축과 에너지안보를 동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천광역시 주최, 인천테크노파크·인천연구원·한국남동발전·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인천대학교(혁신연구센터)·에너지경제신문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16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송도에서 열린 '2025 인천미래에너지포럼'에서 '탄소중립, 에너지전환과 수소의 역할'로 주제 발표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최종 에너지 소비구조를 보면 열 51%, 수송 32%, 전기 17%로 구성돼 있고, 특히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산업에서 50%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며 “철강산업에는 2000도(℃)가 넘는 열을 공급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로는 힘들다.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소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이어 “지금 인천은 전력자급률 243%를 달성할 만큼 많은 발전기가 있다"며 “인천을 중심으로 수소기지를 발달시키고 이를 발전기들에 사용하는 것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하는 현명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재생에너를 보완하는 수소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는 약 10만 기가와트(GW) 정도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 변동성 재생에너지는 전체 설비의 약 31%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발전량은 전체의 약 13%에 그친다"며 “수소는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될 수 있다.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은 24시간 365일 동안 '부하 추종'을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와 암모니아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처럼 필요할 때 전력을 빠르게 생산하거나 가동을 멈출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소의 경우 액체화를 위해선 기온을 영하 253℃(도)까지 낮춰야 해 많은 냉열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이에 수소를 암모니아로 합성해 영하 33도에서 액체화해 이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조 교수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 생산단가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를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서 수전해 활용도와 이용도를 높이고, 전기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 단계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우리는 다 가지고 있다"며 “수소는 우리가 1등 국가가 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터리 대세 ‘친환경 나트륨’…중국은 ‘상용화’, 한국은 ‘검토 단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중국 CATL이 내놓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Na-ion)가 유럽의 저가 전기차 수요와 맞물리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여전히 삼원계(NCM) 중심의 고성능 전략에 치중해 있어 “차세대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CATL은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열린 자체 테크데이 행사에서 차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했다. CATL은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개 후 상용화 개발을 지속해 지난 4월 상하이 'CATL Tech Day' 행사에서 개선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시연함과 동시에 오는 12월 양산 계획 발표했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원소재가 풍부하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으며, 리튬 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구조로 기존 생산라인 및 기술과의 연계가 유리해 배터리 제조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선 단가가 저렴한 나트륨 배터리가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북미와 달리 저가·도심형 모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탄소 규제 강화로 보급형 전기차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하고 원재료 의존도가 낮은 나트륨 배터리는 좋은 대안디 될 것으로 보인다. 나트륨은 지각 내 매장량이 리튬 대비 약 1200배 많고, 해수에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이는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집중된 리튬 정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나트륨 배터리는 코발트·니켈 같은 고가·독성 원소 사용을 최소화해 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조건에도 부합한다. 물론 낮은 에너지 밀도라는 기술적 한계가 여전하다. 하지만 유럽은 도심 주행 비중이 높은 만큼 긴 주행거리보다는 가격과 친환경성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가격 경쟁력 하나로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나트륨 배터리도 같은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미 유럽 현지에서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CATL은 독일과 헝가리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며, 유럽 내 저가 전기차 모델에 나트륨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CATL은 지난 8일 독일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서 나트륨 배터리를 전시하며 고객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BYD 또한 유럽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저가 전기차+대체 배터리' 공세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중국 정부의 지원도 뒤따른다. 나트륨 배터리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며 전략적 산업으로 관리하고, 홍콩 증시 이중 상장을 통해 CATL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시점에, 중국은 나트륨 배터리를 무기로 유럽 저가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반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전략은 여전히 삼원계(NCM, NCA) 중심이다. 고성능·고에너지 밀도 배터리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시장의 무게 중심이 '고성능'에서 '경제성'으로 이동하면서 대응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LFP 확산에도 뒤늦게 대응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나트륨 배터리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경고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공백이 뚜렷하다. 유럽은 내연기관 퇴출 시계를 앞당기면서도 전기차 가격이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나트륨 배터리 채택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 시장을 겨냥한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나트륨 배터리가 단기간에 리튬을 대체하긴 어렵지만, LFP처럼 틈새시장에서 시작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중국이 유럽 저가 전기차 시장을 나트륨 배터리로 장악한다면, 한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은 기술 성능 지표만 강조하는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능뿐 아니라 경제성·공급망 안정성·환경 규제 대응력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배터리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연구과제등을 검토를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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