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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복지 앞성서는 가스공사, 요금 경감 ‘대신신청’ 사업 시행

한국가스공사(사장 최연혜)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취약계층을 대신해 가스 요금 경감을 신청하는 '대신신청' 사업을 공공기관 최초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9월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경감신청 대행' 제도 신설에 따른 것이다. 기존에는 공공요금 경감 혜택을 받기 위해 대상자 본인이 직접 신청(신청주의)해야 했으나, 가스공사는 이러한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워 고령자나 장애인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국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대신신청 사업을 전격 시행하게 됐다. 가스공사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이달 22일부터 '도시가스 요금 경감 대신신청 콜센터'를 운영하며, 이곳은 총 20명의 전담 상담원으로 꾸려져 요금 경감 제도 안내 및 대신신청 동의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아울러, 가스공사는 이번 사업을 위해 새로 개발한 '미신청자 발굴(사각지대 확인) 시스템'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부, 각 도시가스사에서 취약계층 개인정보를 제공 받아 경감 혜택에서 누락된 수요자 리스트를 작성했다. 특히, 가스공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오남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지정 전문 기관과 함께 보안성 점검과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대신신청 사업을 통해 도시가스 요금 경감 제도가 에너지 취약계층을 보다 촘촘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더 긴밀히 협력해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김정관·김성환 장관 취임, 공통 키워드 ‘재생에너지 확대·탄소중립 달성’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취임했다. 이 둘은 모두 취임사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신임 산업부, 환경부 장관이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두 조직의 일부를 합쳐 만드는 기후에너지부를 구성하는 논의도 구체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취임사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며 “시장, 인프라, 규제 등을 개선해 재생에너지를 본격적으로 확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자립 역량을 높여나가고 재생에너지 설비의 국내 생산, 기술 개발・실증 등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도 강화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는 산업부 장관으로서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 육성을 강조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22일 취임사에서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며 “화석연료 기반의 탄소 문명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녹색 문명으로의 대전환이 매우 절박한 시점"이라며 “특히,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고 이익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면 지역 활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장관 모두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한 만큼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산업단지 조성 등 각종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들을 선보일 전망이다. 다만, 환경부의 경우 재생에너지 정책 전담부처는 아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방향성을 제공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하는 역할을 하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구현하는 일은 산업부의 몫이다. 환경부는 수상태양광이나 바이오가스를 직접 하기도 하지만 재생에너지 전체로 보면 일부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를 강조하는 것은 추후 기후에너지부 개편 방안을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후에너지부는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및 일부 업무를 합쳐 만드는 정부 조직개편안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산업부와 환경부 장관이 본격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기후에너지부 신설 방향도 점차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21일 '기후정책주류화를 위한 거버넌스 개편 제안' 보고서를 발간하며 환경부의 기후정책기능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을 통합해 부총리급의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주장했다. 대신 환경부는 생물다양성·자원순환·물 관리·흡수원 확충 등 기후적응을 전담하는컨트롤타워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김민석 녹색전환연구소 기후시민팀 연구원은 “기존 부처를 중심으로 업무를 떼었다 붙이는 형식으로는 한국 기후정책은 또 다시 실패를 경험할 수 밖에 없다"며 “부총리급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한국이 산적한 기후대응 과제에서 성과를 내고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어 기후 선도국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지지부진한 월성1호기 재판…공판 출석 백운규 “경제성 조작 없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결정된 월성1호기 조기폐쇄 논란이 여전히 법정 공방 중이다. 22일 오전 대전지방법원에서 월성1호기 관련 1심 재판의 다섯 번째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재판에 출석해 “경제성 조작을 하지 않았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한달 뒤에 6차 공판을 갖기로 했다. 해당 재판은 2020년 말,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이뤄졌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한 데서 촉발됐다. 이후 검찰이 백운규 전 장관과 산업부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부터 시작된 공판은 윤석열 정부 내내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해왔다. 이날 공판에서도 역시 1심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다. 월성 1호기는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있는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으로 1982년 11월 가동을 시작했고,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탈원전 정책이 논란 끝에 시행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6월 운영허가 기간(2022년까지)을 남겨놨던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2020년 10월 감사원은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낮추는 평가 과정에 개입했고,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도 월성1호기 계속 가동 시 판매 단가는 의도적으로 낮추고 즉시 가동 중단 시비용 절감 효과를 과다 계상해 이를 근거로 2018년 6월 조기폐쇄를 확정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이에 원자력 관련 시민단체들은 2021년부터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조기폐쇄 의결에 대한 위법성을 판단하는 재판이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를 2022년까지 운영하려 했지만 결국 조기폐쇄를 막지 못하고 2019년 말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영구정지된 원전은 5년 이내에 해체계획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수원은 2027년 본격적인 월성1호기 해체에 돌입할 계획이다. 정권이 다시 더불어민주당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재판부가 경제성 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조기폐쇄가 '정책 판단'에 해당한다는 반론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의 향방은 산업계와 에너지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의 한수원 지분 인수설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월성1호기 관련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다면 포스코의 원전사업 진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월성1호기의 재가동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영구정지 상태이며, 관련 법적·사회적 절차를 거쳐 다시 원자로를 되살리는 것은 정치·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재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벌써 운영허가 기간도 지났고 무엇보다 2018년 조기폐쇄가 결정되면서 월성1호기의 핵연료를 다 빼버렸다"며 “그걸 다시 재가동하려면 핵연료를 다시 만들어 장전해야 하는데 이미 남은 수명이 2년도 남지 않아 가동해도 이익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가동은 사실상 어렵고 이제 남은 쟁점은 당시 조기폐쇄가 적절했는지와 조기폐쇄로 인해 운영을 못한 기간에 대해 산업부가 한국수력원자력에 보상을 해줄지 여부"라며 “법원에서 당시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를 적절하게 했는지에 대한 판단 결과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판에서도 별다른 새로운 쟁점 없이 기존 공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1심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문제는 향후 원전 정책의 방향성과 함께 정권에 따라 반복되는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사안으로 남을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원전업계 출신 산업부장관…한전-한수원 분쟁 해결할까

모자기업 관계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간의 바라카 원전 추가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원전업계 출신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실무이해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신임 장관은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부사장 출신으로, 이번 체코원전 수출에서도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실무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원전 주기기 제작사 출신이 산업부 수장에 오른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업계에서는 김 장관이 양 기관의 갈등을 실무적 이해를 바탕으로 조정하고, 향후 한국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정관 산업부 장관 후보자에게 한전-한수원 간 해외 원전 사업 소송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한전의 총부채가 20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원전 수출은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고작 0.3%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수원이 1조3000억원대의 추가 정산을 요구해 소송까지 간 것은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이 관리하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누적 손익은 2023년 말 43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22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 한수원이 공기 지연에 따른 약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정산을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원전 건설 이후 최종 정산 과정에서 총공사비가 당초 예상액보다 증가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말 한전에 정식으로 추가 비용 정산을 요구했으나, 한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측은 런던 국제중재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해당 분쟁은 최소 2~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양쪽 변호비용으로만 수백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정관 장관은 “지적에 동의한다"며 “취임 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전과 한수원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기업의 재통합이나 원전 수출 업무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최근 정부는 향후 경영평가에서 두 기관의 실적을 아예 분리해 평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양측의 독립적인 행보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수원은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이다. 일반 기업이라면 모회사가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가 이 같은 반란을 벌일리가 없지만, 두 회사는 공기업이고, 독립된 업무를 수행하며, 두 회사 사장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한수원으로서는 온전한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고, 최근 원전 건설 붐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한다. 한수원은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독자적인 경영 전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이번 갈등은 정치권의 요금 개입으로 발생한 한전의 허약한 재무상태, 그리고 한수원의 훌쩍 커버린 존재감에서 빚어진 곪아 터진 문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 사의 갈등은 단순한 정산 문제를 넘어 향후 해외 원전 수출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여겨진다. 원전 수출에서 실질적인 사업 리스크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 또 사업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2의 '바라카 갈등'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산업부가 그간 산하기관 간 갈등을 중재하지 못해왔다는 비판도 있었던 만큼 김 장관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UAE 원전 수출 성공의 상징이었던 바라카 프로젝트가 한국 공기업 간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만큼, 김정관 장관의 조정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국익 중심의 중재와 제도 정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이러다 물산업 붕괴될라...수자원공사, m3당 91.4원 밑지고 팔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을 팔아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 3년째 지속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자원공사가 물을 공급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료가 전년 대비 9.8% 올라 3000억원에 육박했다. 9년째 동결인 광역상수도 요금 인상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21일 수자원공사 광역상수도 원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물을 공급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료인 전력수도료는 총 2968억원으로 집계됐다. 광역상수도란 물도매사업을 말하며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 직접 공급한다. 지자체는 광역상수도를 통해 받은 물을 지방상수도를 통해 가정 등에 물을 판매한다. 지난해 기록한 전력수도료 2987억원은 지난 2023년 2703억원 대비 9.8%(265억원) 증가한 수치다. 한국전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2022년 이후 7차례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182.7원으로 60% 이상 올리면서 전력수도료도 함께 증가했다. 전력수도료는 지난 2020년 1689억원이었으나 지난해 2968억원으로 1.75배 이상 올랐다. 전력수도료 인상은 전체 적정원가 인상으로 이어졌고 지난 2022년부터 물판매수익을 넘기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적정원가는 1조4944억원으로 물판매 총수입 1조4178억보다 많았다. 전력수도료 인상으로 격차는 벌어져 지난해 총 적정원가는 1조5591억원으로 물판매총수입 1조4386억원보다 1205억원 더 많다. 적정원가도 채우지 못하다보니 지난해 기준 적정투자보수 2768억원은 물판매수익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총 물판매량은 43억4400만㎥로 물판매수입 1조4386억원으로 평균 판매단가를 계산하면 1㎥당 331.2원이다. 반면, 적정원가와 적정투자보수를 합친 총괄원가 1조8359억원 기준으로 평균 판매원가를 계산하면 1㎥당 422.6원으로 나온다. 즉 물을 팔 때 1㎥당 91.4원을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전력수도료가 더 높게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이 9.8% 인상됐는데 인상분이 지난해는 두 달정도만 반영됐다면, 올해는 1년 내내 반영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추가 전기요금 인상은 없는 상태다. 한전은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올해 3분기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동결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후보 당시 “전기요금은 장기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후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연쇄작용으로 물요금도 인상 압박을 계속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16년 광역상수도요금을 4.8% 인상한 이후 요금을 동결한 상태다. 당장은 지난해 매출 4조4515억원, 영업이익 3662억원으로 매출 2.6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7.03% 증가로 양호한 영업실적 유지 중이다. 다만, 전력수도료가 계속 올라가면서 광역상수도 사업에서 적자를 보게 되면 요금 인상을 동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E100 산단에 머리 아픈 한전…‘脫한전’ 가속화 될라

이재명 정부의 핵심 산업 정책으로 떠오른 'RE100 산업단지'(RE100 산단)가 본격 추진될 경우,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기업들의 수요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결국 한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을 다시 통합시키는 재통합론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RE100 산단이 본격 확산 및 가동되면 기존 한전의 산업용 전력 판매는 줄고, 설비투자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100 산단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만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한전으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대신,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게 된다. 산업부 정책 기조대로라면 사실상 이들 산단은 '탈한전형 분산에너지 특구'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10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산업전환 △에너지전환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있는 RE100산단 조성을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성공적 산단 조성을 위해 입주 기업에 세제 감면, 전력구매계약(PPA) 지원, 전기요금 간접 할인, 청년층 정주여건 마련 등 범부처적으로 지원책을 제공할 계획이다. RE100산단이 성공한다면 한전은 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한전은 산업용 전력수요가 대폭 줄어드는 반면, 송배전 설비와 주파수 안정화 장치 등은 여전히 한전이 책임져야 한다. 특히 분산전원 확산에 필수적인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경우 가격이 비싸 정부 보조금 없이는 보급이 어렵고, 장마철 등 출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선 별도의 예비발전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는 RE100 산단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ESS 설치, 배전망 보강, 변전소 신설, 주파수 안정화 설비 구축 등 필수 인프라 비용은 대부분 한전이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도매시장에서 가장 높은 정산단가를 받는 태양광·풍력 전기를 산단 입주 기업에 저렴하게 공급하려면 발전사업자에 대한 보조금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기존 발전자회사(남동·남부·서부·동서·중부)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발전공기업 재통합론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국정기획위원회는 관련 논의를 공식 의제로 다룬 바 있다. 한전이 직접 전력시장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산단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막대한 설비 투자와 유지·관리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현행 전기요금 체계에선 이 같은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 결국 '요금 인상' 또는 '재정지원'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이호현 제1차관 내정자가 어떤 해법을 마련할지가 정책적 관심사로 떠오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민주당 국정기획위원회 등과의 정책 조율 여부가 향후 에너지정책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100 산단이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한전과 발전공기업의 재정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정책이 될지는 앞으로의 제도 설계와 보완 장치에 달려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지역별 전기요금제’ 이르면 하반기 시행…전력정책 대전환 신호탄

산업부가 하반기 최고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도매요금 체계부터 우선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등요금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시절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사안이다. 다만 이 제도는 그동안 단일요금제로 굳어온 국가 전체의 전력산업과 정책을 뒤바꿀만한 위력을 갖고 있어 산업부는 관련 용역결과를 통해 신중히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분산에너지특구와 RE100 국가산단 등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단지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향후 에너지 산업 구조와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설계 중에 있다"며 “도매요금과 소매요금 적용을 동시에 진행할지, 순차적으로 진행할지는 용역 결과를 보고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12월 '송배전 이용요금 합리화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데 이어 올 1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기요금 체계개편에 대한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현행 전기요금체계는 전국 단일요금제로, 요금에 지역 간 송배전 거리나 계통혼잡도 등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공급은 서남권·강원권 등 지역으로 몰리고, 수요는 대도시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전력공급을 위해 대규모 송전망을 건설해야 해 이에 따른 지역 민원과 전력 손실 및 계통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 지역별 차등 요금제다. 이 제도는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간의 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으로, 자급률이 높은 지역의 요금을 상대적으로 더 싸게 해 전력수요가 쏠리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초 산업부는 도매요금 차등화는 올 하반기, 소매요금 차등화는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에 따른 전력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크고, 산업부 장관도 새로 임명되는 만큼 시행 시기는 다소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에서 모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시행은 확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전북 군산 유세에서 “서울과 영광의 전기요금이 같다. (전력 자립률 높은) 지방은 싸게, 소비지는 송전비를 붙여서 더 비싸게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기업은 더 싼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자위 여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청문회에서 “차등요금제는 대통령의 공약 사항으로, 분산에너지법에 따라 재생에너지 생산지역의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며 “산업부 전 차관이 3개월 전에 국회에 보고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보고가 안됐다. 준비 상황을 조속히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RE100 국가산단과의 연계해서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에 대한 동시 설계가 필요하다"며 “현재 정부 설계는 도매요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매요금은 배제되는 구조"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그는 “도매요금이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단순 구분되는 반면, 소매요금은 보다 정밀한 권역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장관은 “소매요금 권역 구분은 보다 정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 단일 전기요금제만 적용해 온 우리나라가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한다면 전력산업과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은 에너지 시장 구조를 전면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자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의 협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향후 하반기 도매요금 차등화 결과 발표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단일요금 체계를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시범적으로 특정 지역 RE100 산단에 한해 요금 차등이나 정책적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방식은 가능성 있다"며 “결국 산업 경쟁력과 계통 효율성,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단지 RE100 산단에만 한정되지 않고, 기존 분산에너지특구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산업단지 내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PPA) 확대와 연계돼 한전의 산업용 전력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으며, 나아가 한전 재무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전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은 전기사업법 개정 등 제도적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다. 또한 수도권에 위치한 대기업들의 반발, 민생 물가 부담에 대한 정치적 부담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직접적인 차등요금제 도입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RE100 산단 입주 기업에 한해 세제 감면, 전력구매계약(PPA) 지원, 전기요금 간접 할인 등의 방식으로 우회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RE100 산단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산업단지로, 송전 부담을 최소화하고 지역 발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지역 차등요금제' 적용의 테스트베드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단독] 14년전 북한과 희토류 개발 합의…“재개되면 남북 경협 물꼬 트고, 공급망 다변화 효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 남북한이 북한의 희토류 등 7개 광종을 개발하는 협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북한 관련 기관은 본계약 체결 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했으나, 그해 12월 김정일 전 북한 최고지도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모든 일정이 중단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희토류 품위(함유량)는 10.9%로, 현재까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광물로, 중국이 전세계 공급망을 꽉잡고 자원무기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북한 희토류광산을 개발해 도입한다면 독자적인 공급망을 갖추게 되고, 남북한 경제협력 물꼬를 트는 계기도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강천구 인하대학교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에 지난 2011년 11월 30일 남측의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측의 명지총회사가 체결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서'를 공개했다.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당시에 국내 자원개발 공기업인 광물자원공사의 본부장을 맡고 있었으며, 합의서에도 공사를 대표해 직접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북측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와 남측의 광물자원공사는 남북간 관계 개선을 대비해 다음 사항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성실히 의무를 준수하기로 한다'며 정촌흑연광산 정상화와 7개 광종에 대한 공동 개발 내용을 담고 있다. 남북은 2003년 합작계약에 따라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 위치한 흑연광산을 공동 개발해 생산물을 남측까지 들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하면서 당시 이명박 정부는 5월 24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표하면서 광산개발은 중단됐다. 합의서는 이를 재개함과 동시에 다른 광산까지 공동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이 합의서에서 중요한 것은 희토류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북한이 먼저 희토류 개발을 제안했다. 광종 중에서 희토류를 맨 앞에 적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북한은 남한이 희토류 확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길 것을 알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앞서 2010년 9월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중국이 희토류 공급 중단을 선언하자 일본이 바로 꼬리를 내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세계에 희토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가 알려지게 됐다. 북한의 희토류 개발 제안은 매우 적극적이었고, 진심이었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명지총회사 측은 합의서 체결 자리에 희토류 광석 샘플을 가져와 “남측이 이걸 한번 조사해보라우"라며 건냈다. 강 교수는 샘플을 가져와 광물자원공사 연구소를 통해 품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10.9%가 나왔다. 이는 세계 1위 매장지인 중국 바이윈어보 광산의 4.94%보다 거의 2배, 세계 2위 매장지인 미국 마운틴패스의 8.9%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강 교수는 “북한의 희토류 주요 매장지는 평안도와 황해도로 알고 있다. 당시 북한과 공동 조사하는 것까지 합의가 됐었는데 곧바로 김정일 북한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끝내 못하게 돼 매우 아쉬운 마음"이라며 “북한과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협력이 재개된다면 희토류를 포함한 자원개발은 서로에 득이 되고, 우리로서는 중요한 독자 공급망을 갖게 되는 길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에서 이를 검토해 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북한 경제협력은 개성공단, 경수로 사업처럼 남측에서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정치적 리스크로 언제든지 물거품이 될 수 있고, 희토류 개발도 북한으로선 굳이 남한과 하지 않고 중국과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중국은 자국에 정제련 시설을 갖추고 북한에서 광석만 가져가기 때문에 북한에 부가가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북한 내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는 정제련 시설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북한에 시설을 지어 부가가치를 높여주고 우리는 생산물만 가져오면 양측이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 기업만으로 사업을 한다면 사업이 중단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잘 안다"며 “중국과 3자 합작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면 중단 리스크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남북한 경제협력은 정치적 리스크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고, 이후 실질적 사업에 들어간다해도 기업의 경제성 보장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희토류 광물 관련 전문가는 “남북한이 정치적 타협으로 희토류 공동 개발에 나선다 해도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이 공급망을 조였다, 풀었다 하면서 경쟁국, 경쟁사들의 성장을 제한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업은 결국 기업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보장, 경제성 확보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가 10~20% 만이라도 독자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만큼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좋다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자원경제 전문가는 “남북이 공동 개발을 통해 북한에 정제련시설까지 갖춘 희토류 공급 기반을 갖춘다면 중국 독점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공급망 다변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것처럼 북한도 똑같이 할 수 있다. 남북이 한민족이니까 우리에게 더 호의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접근은 버려야 할 것이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경수로 사업 등 중단 사례가 많은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청문회에서 “이념 경쟁은 30년 전에 끝났다. 이제는 국익을 위한 실익이 중요하고, 평화가 바로 실익이다"라며 “개성공단 사업은 눈에 잡히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장관이 된다면 반드시 되살려내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남북 경제협력 사업 재개를 주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스웨덴④] 수중익 전기선박으로 에너지 90% 절감…韓시장 진출도 검토

스웨덴은 2045년까지 국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웃 나라 핀란드보다는 10년 느리지만 우리나라보다는 5년 빠르다. 스웨덴에는 수력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을 더해 전력 분야에서는 거의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유럽연합(EU)과 전력망을 공유하며 전력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전력시장 구조를 갖췄다. 생산한 전력의 약 20%는 수출해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이라 자부한다. 스웨덴은 인구 1050만여명의 작은 나라다. 그럼에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게 국가 총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스웨덴은 주요 연구기관을 통합해 국영연구기관인 'RISE'를 만들어 유럽 최대의 연구기관 중 하나로 키웠다. RISE는 탄소중립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스웨덴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스웨덴의 히타치에너지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공급 및 시공했다. 볼보는 대형화물차와 중장비의 전기화를, 칸델라는 전기보트 보급을, 예테르마 항만청은 친환경 선박 확대를 유도하며 수송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속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출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웨덴인의 삶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중립에 앞서 가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정책 추진 과정과 고민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의 해법을 찾고자 '탄소중립 선도국 가다'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① 전력시장 ② 산업 ③ 수송 ④ 친환경 선박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서울의 한강처럼 발트해가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부두에는 작은 마을버스 크기의 30인승 전기보트인 P-12가 있었다. P-12는 스톡홀름에서 섬을 잇는 대중교통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P-12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선박 선체를 장치를 활용해 물 위로 띄워, 물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줄여 마치 하늘을 날아가듯이 가는 수중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서 전기선박의 전기사용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다. 수중익 상태로는 더 빠르게 갈 수 있어 약 50km/h 속도를 낼 수 있다. 기자가 지난달 13일 스웨덴의 전기선박 기업인 칸델라를 방문해 직접 전기선박을 타고 실제 수중익 상태를 경험해 본 결과, 속도가 빨라지는 데도 오히려 배의 소음과 흔들림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스웨덴은 승용차 및 상용차, 중장비 등 수송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선박 또한 전기화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전기선박이 하나의 주력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 및 환승 편의성 등 넘어야 할 벽들이 많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한강버스라는 이름으로 선박을 대중교통화 하려고 하고 있다. 칸델라의 전기선박은 우리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사업이다. 또한, 스웨덴은 대규모 선박 및 항만 등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가 해운산업의 탈탄소화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글로벌 추세에 따라 해운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칸델라가 전기선박에 수중익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최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스웨덴은 국가 전체 전력의 95%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등으로 생산한다. 전기선박을 쓰면 탄소배출은 감소하지만 문제는 전기요금이다. 수중익 상태에 도달하면 일반적인 보트로 갈 때보다 최대 90%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P-12는 총 6개의 배터리로 구성, 시속 50km 주행 시 최대 70~80km까지 항해가 가능하다. 충전은 부두에 설치된 전용 충전기로 한다. 비용이 절감되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저렴한 요금을 부과할 수 있고, 다른 대중교통과 비교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 칸델라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전기선박이 대중교통으로서 자리 잡으려면 결국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을 만큼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기선박을 타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과 비교할 때 환승이 불편한 문제가 있다. 강변에서 타야 하는 만큼 접근성도 떨어진다. 우리나라 한강버스도 한강 강변이 지하철역 혹은 버스정류장과 멀어 환승하는 데 불편하다는 평가가 있다. 악셀 브랑겐펠트 칸델라 비즈니스 개발 및 중동 책임자는 불편한 환승을 극복할 방안으로 “비용절감으로 전기선박을 버스처럼 10분에 한 대씩 운영할 수 있다면 사람들이 훨씬 편하게 전기선박을 타러갈 수 있다"며 “이때부터는 공공교통시스템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선박을 탈 수 있는 곳까지 버스 노선이 연장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칸델라는 우리나라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총 14km인데, 자동차로 가면 교통체증을 고려하면 대략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 반면 전기선박으로 한강을 통해 가면 18분이면 가능할 것으로 칸델라는 분석하고 있다. 보령, 목표, 여수, 부산 등 바다를 끼고 섬이 있는 지역도 전기선박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섬이 많은데 전기보트가 섬을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와 같이 섬이 많은 지역도 전기보트로 섬과 섬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에서 항만을 운영하는 예테보리 항만청은 해양운송을 포함해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70%를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들은 항만 자체의 탄소배출뿐 아니라 항만을 거치는 선박에서 배출하는 탄소를 포함해,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예테보리 항만에는 스웨덴 원유 수입의 50%, 매년 14만명의 승객과, 컨테이너 90만9000톤이 들어오고 있다. 예테보리 항만의 전체 탄소 배출량 중 83%는 바다를 이동하는 선박에서 나온다. 나머지 14%는 화물 분배, 3%는 항구 터미널에서 나온다. 아무래도 선박이 바다에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항만의 전기화뿐 아니라 선박연료에 바이오연료와 수소도 공급하려 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산업 부문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약 10억톤 규모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IMO는 2050년 해운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대규모 선박을 전기화하거나 연료를 재생연료로 대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실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테보리 항만청 관계자는 “탄소규제를 잘 지키는 선박에는 항만 사용료를 할인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려고 한다. 왠만하면 새로운 연료를 쓸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끌고 가려 한다"며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해운산업의 탈탄소를 위해 유럽 국가들과 협력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예테보리 항만은 선박 연료 공급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액화바이오가스(LBG), 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연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암모니아와 수소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암모니아의 경우 사용가능한 시점이 2030년쯤으로 보고 있다. 수소는 부피가 크다는 문제로 선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선박 외에서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만에서 사용하는 작은 선박 및 장비들의 전기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항만 내에서 이동 수단 및 선박 점검 수단으로 쓰이는 작은 배들을 전기선박으로 대체하고 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년 KPF 디플로마 -기후테크(전기화)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산업장관 인선 마무리…중단된 에너지 공기업 인사 재개 ‘초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재가하면서, 그간 보류됐던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인사 절차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김 장관의 공식 취임 직후 산하 공공기관 인사도 전면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는 임기 만료 2달 전부터 공모를 시작한다. 다만 현재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계엄과 탄핵사태로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유임하고 있는 기관과 임기 만료가 다가옴에도 공모를 시작하지 않은 기관들이 많은 상황이다. 1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현재 산업부 산하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 중 수장이 공백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 전력거래소, 한국에너지공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전 공모가 마무리됐으나 이후 인사 절차가 멈춘 상태다. 한전KPS와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주총을 통해 최종후보자가 내정됐지만 아직 산업부의 제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KPS는 노조가 기관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제청과 임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수차례 내기도 했다.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산하 기관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 마무리된다. 황 사장은 임기 내 25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최종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계약을 매듭지으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9월 만료됐으나,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올해 9월까지 1년 연장된 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1차 탐사에서 유의미한 시추 결과를 내지 못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기라고 언급한 만큼, 사업이 계속 추진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신인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의원, 윤석열 캠프 출신인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의 임기도 올해 12월에 끝난다. 가스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여를 원하는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Liquefied Natural Gas)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할지를 정해야 한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1년 이상 남았다. 한전은 에너지 공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하반기 임명된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김준동 한국남동발전 사장,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 이영조 한국중부발전 사장 등 5대 발전사 사장단은 임기는 2년 이상 남았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 장관의 공식 임명 이후에는 공석 기관에 대한 사장 공모가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이라며 “특히 한전KPS처럼 최종 후보자가 확정돼 있는 경우에는 곧바로 임명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인사 흐름은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와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떼어내 환경부 혹은 별도 부처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에 따라 인사 방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공공기관장들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 대통령의 임기와 산하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법안들이 많이 나왔었는데 처리되지 못했다. 원칙적으로 그 법안들은 처리돼야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초기였던 2022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며 한덕수 당시 총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장의 사퇴를 압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정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산업부 내 에너지 기능 유지를 강조한 반면,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 총괄이 환경부로 이관돼야 한다"고 주장해 부처 간 역할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통과, 주주충실 의무 강화,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 등이 맞물리면서 향후 공기업 수장 선임 시에도 전문성과 민간 경험을 중시하는 인사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관 후보자 역시 기획재정부와 두산에너빌리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관 가교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야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장관 임명 이후 산하 공공기관 인사 등 정책 결정에서는 원천 배제하는 내부지침 마련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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