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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한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인가한 후 한전이 공고하고 시행한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절차다. 실제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한전 관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에게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과 그 수준에 대한 한전의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데 전기요금처럼 중요한 공공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검토하여 인상 여부와 그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 부서끼리 긴밀한(?) 협의를 마친 후 이를 한전에 알려주면 한전은 이렇게 정해진 전기요금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한 후 위와 같은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쳐 시행한다. 결국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요식행위의 주체만 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 후반인 2011년 8월 한전 주주들은 2조8천억 원 규모의 배임 손해배상소송을 당시 김쌍수 한전 사장에게 제기하였다. 김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임기만료 1주일 전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 비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4.9%로 전기요금 인상안이 확정되어 한전 이사회가 4.9%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주문으로 내어 의결되었다. 그러나 한전의 재무상태로는 최소한 10% 이상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어야 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소송 이유다. 형식적인 절차와 서류상으로는 이렇게 작은 폭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 책임은 한전에 있고 정부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전 주주들은 4년간의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패소하였다. 그런데 이제 변수가 생겼다. 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제 상장된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대주주인 정부 이외의 소액주주 이해를 이사회가 무시해도 배임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상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이사진을 견제하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2011년 9월 공석이던 한전 사장으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임명됐다. 김중겸 사장의 주도로 2011년 11월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와 협의 없이 가결해 버렸다. 한전 이사회의 쿠데타였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인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전 이사회는 2012년 5월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가결했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한전 이사회도 별수 없이 2012년 8월 4.9% 소폭 인상안을 가결해 전기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정부와 한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중겸 사장은 결국 2012년 11월 사퇴했다.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배임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충분하지 못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부결해야 한다. 한전의 부채가 206조 원에 달하고, 누적적자가 31조 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으로는 주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허용했던 전기요금의 찔끔 인상은 개정 상법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 당하기에 딱 좋다. 전기요금 인상안뿐 아니다. 가스공사 이사회도 지금까지 가스공사의 이해와 맞지 않으며 주주의 이해와는 더더욱 맞지 않는 결정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가스전으로부터 들여오는 LNG 도입가격을 정부는 국민부담을 생각해서 낮게 책정하려고 하겠지만 가스공사와 주주를 위해서는 이를 가급적 높게 유지해야 한다. 더이상 상장 공기업의 이사회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요식절차가 아니게 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우선과 밸류업(Value-Up)이 정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조성봉

강원도, 수소특화단지와 석탄경석 산업화로 에너지산업 전환 본격화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한 양대 전략으로 수소특화단지 조성과 석탄경석 산업화를 본격화한다. 수소 기반 신산업 육성과 폐자원 순환을 통한 대체산업 발굴을 병행하며, 강원형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통해 국가 에너지전환의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수소특화단지 추진단 출범…강원형 수소 생태계 본격 시동 강원도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지정된 수소특화단지의 실행체계 마련을 위해 '수소특화단지 추진단'을 구성하고, 동해·삼척을 중심으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추진단은 글로벌본부장을 단장으로 도, 동해시, 삼척시, 강원테크노파크에 전담팀을 두고, 기획·집행 등 3개 분과에는 2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다. 전담팀은 추진단 운영 및 분과별 지원협력체계를 구축, 3개 분과는 기업 유치, 네트워크 구축, R&D 발굴 등 특화단지 활성화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수소정책 협의회도 함께 운영해 각종 자문과 정책적 제언을 담당한다. 향후 특화단지 본격화 시점인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2단계로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추진단 위원회'와 전담 사무국 설치, 3개 기구로의 확대 개편을 통해 수소산업 전 주기 실행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전략 수립부터 사업 발굴, 기업 지원까지 수조 전 주기적 실행 체계를 완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내달 12일에는 추진단 출범식을 개최하고 특화단지 발전방향과 기업 유치, 인력 양성, 연구개발 등 세부 실행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도는 현재 입주의향 기업 31개사와 면담을 진행 중이며, 액화수소 산업 중심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유치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석탄경석 산업화…폐광지역의 새로운 미래 전략 제시 한편, 도는 강원특별법에 석탄경석 활용 특례를 반영한 데 이어 석탄경석을 산업자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폐광지역 경제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특례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활용 노력 의무, 민관협력 근거, 국유림 내 경석 무상 양여 및 권한 위임 등이 포함됐다. 한국건설순화자원학회와 강원연구원이 공동으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2025년 4~12월)은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4개 시군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함께 5개년 기본계획 수립, 활용산업 발굴, 수집·처리·관리 체계 구축 등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관련사업에 대한 연차별 로드맵 수립으로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석탄 경성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국비 확보와 관련 사업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장성광업소에 이어 올해 6월 도계광업소도 폐광됨에 따라 오는 8월 13일에는 '폐광지역 경제활성화 심포지엄'을 개최해 기술적 활용성과 지속가능한 관리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기업설명회를 통해 산업화 전략을 공유하고 앵커기업 유치도 추진한다. 손창환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장은 “강원도는 수소시범도시, 규제자유특구, 저장·운송 클러스터 등 다양한 수소 기반 정책을 선도해 온 지역"이라며 “추진단 운영을 통해 이러한 성과를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고 강원형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석탄경석의 산업화는 도내 폐광지역의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도는 대체산업 육성과 기반 조성에 최선을 다해 폐광지역이 새로운 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황주호 한수원 사장, 정권 교체에도 연임 가능성 솔솔

오는 8월 말 임기를 마치는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윤석열 정부 당시 체코 원전 수주 등 성과를 바탕으로 임기 연장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6월 정권 교체 이후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취임과 미국과의 본격적인 원전 협력 가능성이 맞물리며 다시 '유임론'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황 사장은 2022년 9월 윤 전 대통령의 '원전 수출 10기' 공약에 따라 발탁된 원자력 전문가로, 취임 이후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포함해 해외 원전 수출 확대에 주력해왔다. 오는 8월 말 3년 임기를 채우게 되지만, 현재까지 후임 인사를 위한 공개모집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소한 올해 말까지 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체코 수주 이후 후속 협의, 계약 체결, 금융·인허가 등 복잡한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당분간 황 사장이 계속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권 교체 이후 황 사장의 거취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산업부 수장으로 김정관 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장관과 황 사장은 그간 체코는 물론 미국, 폴란드, 루마니아 등에서 함께 '팀코리아'로 해외 원전 수주 활동을 펼쳐온 인연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민간과 공공, 학계를 넘나든 원자력 전문가로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어, 향후 산업부가 원전 외교와 수출 전략을 주도하는 데 있어 황 사장의 역할을 당분간 더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김정관 장관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및 에너지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잇따라 외교 무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전력수요 증가와 맞물려 향후 수십 기의 신규 원전 또는 SMR(소형모듈원전)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한수원이 다시금 핵심 플레이어로 떠오를 수 있다. 황 사장은 국내외 원전 산업 전반에 대한 식견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 및 업계와도 긴밀한 인맥을 보유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향후 미국과의 본격적인 원전 협력 국면에서 그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 공청회 오는 9월 말 안에 개최

내년 3월 말 시행을 앞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의 관련 시행령을 알릴 공청회가 오는 9월 말 안에 열릴 전망이다. 풍력산업계와 어민들은 각자의 이권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시행령이 마련되도록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24일 해상풍력법 연계 전문가 자문그룹 운영지원을 할 업체를 모집하는 입찰공고를 올렸다. 사업 주요 내용에는 해상풍력특별법 하위법령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운영을 지원하는 게 포함됐다. 사업의 계약 기간은 오는 9월 30일까지다. 계약대로라면 해상풍력특별법 공청회가 9월 30일 안에는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해상풍력특별법에는 입지선정, 인허가, 연구개발, 국산화 장려 등 풍력 보급과 산업 육성에 관해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법으로 지난 3월 25일 제정됐다. 본격적인 법 시행은 1년 후인 내년 3월 26일이다. 그러나 해상풍력특별법은 큰 틀에서는 다루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풍력 보급과 산업을 지원할지는 정해져있지 않다. 법에는 국무총리소속에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산업부 산하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두고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를 지정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지구에 설치되는 해상풍력에는 어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고 어업인 참여 사업은 우대를 받을 수 있지만,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는 구체적이지 않다. 해상풍력 공급망 활성화, 항만시설 및 배후시설 지원, 공유수면점용료·사용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이 또한 구체적이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이에 한국풍력산업협회 등 업계에서는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에 관련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길 수 있도록 시장·인프라 조성과 산업 육성 관련 로드맵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풍력산업협회는 지난 2~3월 부산 벡스코에서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의 해상풍력특별법 하위법령 제언 토론회를 개최하며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수협중앙회도 해상풍력특별법 시행령이 어민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여론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수협중앙회는 지난 17일 '해상풍력 대응지원단(TF) 회의'를 열어 내부 전문가와 외부 연구기관 2곳이 참여한 가운데 해상풍력특별법 관련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이들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정된 정부의 하위법령 제정 작업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 의견수렴 등을 거쳐 9월 중 하위법령에 대한 수산업계 요구사항을 정리하고, 국회 토론회 및 정부 정책건의 등의 어정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정관 산업부 장관, 美관세협상서 ‘두산카드’ 꺼내나

한미 양국이 오는 8월 1일을 시한으로 관세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한국 산업부가 자국 기업의 수주 확대를 전제로 한 '관세-수주 맞교환' 전략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특히 미국 내 원전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확대 흐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히든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AI발(發) 전력 수요 폭증, 트럼프의 '에너지 위기' 선언, 일본과의 관세 타결 사례 등이 맞물리며 한국도 업종별 유연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미 간 관세 협상의 공식 마감 시한은 8월 1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세 합의를 두고 “위대한 협상"이라며 만족감을 표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2.5%로 절반 수준 낮추는 대신,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전력·원자재 등 일부 항목 수입을 유연화하는 절충안을 도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철강, 자동차, 전기·전자, 에너지 등 업종별로 관세 항목을 조정하거나, 일부 양보 대신 전략적 수주 보전이라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 세계적 AI 기술 확산과 데이터센터 확장 흐름 속에 미국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두산에너빌리티가 '히든카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향후 수십 기의 신규 원전과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기기·가스터빈 모두 제작 가능한 유일한 기업인 두산이 관세 협상의 실익 보전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전력 수요는 AI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증가로 급변하고 있다.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한 AI 데이터센터당 약 5GW의 전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이런 시설을 향후 5~7개까지 추가로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예상 전력수요는 2025년 25GW에서 2030년 80GW까지 급등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대선 결과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에너지 위기(Energy Crisis)'를 공식 선언하고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업계는 특히 향후 2~3개월 안에 미국 정부가 대규모 SMR(소형모듈원전) 확충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증기발생기, 원자로용기 등)와 대형 가스터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신규 원전·LNG 발전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신속한 건설을 위해 턴키 제작 역량을 보유한 두산에 수주가 몰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민간 원전 기업 CEO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일부에선 김 장관의 기용 배경에 대해 “미국과의 원전·에너지 협상에서 민간 중심 산업계 이해를 적극 반영하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장관은 두산 측과의 교류 경험도 풍부해, 실질적인 산업 외교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관세율을 15~25% 수준에서 타협하고 일부 양보하는 대신, 두산 등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이를 보전받는 '상쇄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미국 내 전력·에너지 인프라 공급망에서 점차 전략적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무역 관세를 넘어, 에너지 인프라 공급망 내 한국 기업의 포지셔닝을 결정짓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산의 제조 역량과 김정관 장관의 민간 경험이 결합된 '산업 외교'가 향후 몇 달간의 한미 에너지 협력 구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우 칼럼]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최근 우연히 지난 5월 공개된 흥미로운 보고서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비영리 안보 정책 연구소인 Council on Strategic Risks가 발간한 'The National Security Rationale for Japan's Transition to Renewable Energy'라는 제목의 보고서이다. 바이든 행정부 국방부 환경 및 에너지 안보 담당 부차관보와 사사카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의 국가안보 및 미일 프로그램 연구원의 통찰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일본이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83%가 화석연료) 수입하는 현실이,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심각한 경제 안보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야말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 지정학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길임을 제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과제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의 상관성을 조명한 것이다. 그럼 일본과 사정이 비슷한 한국의 입장에서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 졌고, 세가지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를 연결하는 첫번째 키워드는 에너지자립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4년 국내 에너지 총 소비량 중 석유가 39.2%, 석탄이 21.9%, 천연가스가 19.7% 를 차지해 화석연료가 80%를 넘는다. 더욱이, 2023년 기준으로 석유는 중동에서 71.9%를 수입하고, 석탄은 호주에서 40%이상 수입하는 등 수입지역 편중과 높은 수입 의존도(2023년 기준 93.9%로 추정)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으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산업경쟁력 저하로 인한 국가 경제 악화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해져 국가안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확산은 에너지자립에 기여함으로써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수입에 1달러를 투자하면 연간 가스 수입에서 1달러를 절약하면서도 동일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재생에너지의 안보적 가치를 예시한 바 있다. 두번째 키워드는 기후회복력이다. 기후회복력이란 기후 변화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의 능력을 말한다. 당장 이번 달에 우리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직후 400mm에 달하는 폭우를 맞는 유례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기후플레이션은 밥상 물가를 포함한 국민 생활 물가는 물론 이를 재료로 하는 산업에도 경제사회적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실제로 7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통계에 따르면,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면서 배추 가격이 한 달 만에 31.1% 폭등하는 등 기후플레이션의 심각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이 아닌 지역별 분산형 에너지공급이 주를 이루는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 기후재난으로 인한 정전 범위가 줄어드는 등 비상시 대응이 비교적 용이하고,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역할도 함으로써, 국가안보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세번째 키워드는 국방력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에너지수급이 불안해 지거나 이상기후가 잦아 지면, 군사시설 운용에 차질을 초래해 국방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미 해군이 이미 수십억 달러를 기후관련 인프라 피해, 실제 리스크 대응에 투입 중인 이유다. 또한, 에너지수급 악화나 이상기후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국방비 지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자립도와 기후회복력을 높이면, 국방력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추가로 상술한 키워드들과 병행해서 고민할 지점이 있다. 이는 군사적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지난 2022년 영국 NGO들에 따르면, 군사적 활동이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5.5%를 차지하여 이는 항공 및 해운산업을 합친 것 보다 많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고 기후회복력을 갖추어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군사적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이상기후가 다시 군사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도록 군사적 활동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견이 적을 것 같다. 김성우

원자력학회, “태백 URL 타당성 여전히 불충분”…원자력환경공단 해명에 재반박

원자력환경공단이 최근 태백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부지 선정과 관련한 원자력학회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해명했지만, 학계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학회 특별위원회(위원장 정범진 교수)는 추가 입장문을 통해 “공단의 해명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지 못하며, 일부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앞서 학회는 공단이 지난해 12월 고준위 방폐장 지하연구시설 후보지로 선정한 태백의 지층이 일부만 화강암이고 이암, 사암, 석회암 등이 혼재된 복합 퇴적암층 환경을 갖고 있어 지하 500m 전체가 화강암 기반의 단일암층의 환경을 갖춰야 할 고준위 방폐장과 달라 후보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태백 부지의 지하 482~518m부터 약 700m 깊이까지 화강암층의 기반암이 분포하고 있으며, 아직 처분부지 선정작업에도 착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전제·예단해 부합여부를 논하는 것은 시간적 선후관계에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학회 측은 재반박문을 통해 공단이 강조한 “지하 500m 화강암층의 충분한 분포 주장은 처분 안전성 개념을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층에 고준위 폐기물을 처분하더라도 방사성 핵종이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경로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인데, 처분고 상부의 지층 구조, 지하수 흐름, 균열 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백 부지의 경우, URL 설치 예정인 150m 및 300m 심도 구간이 화강암이 아닌 복합 퇴적암층으로 구성돼 있어, 실제 화강암 기반의 처분장 안전성을 검증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공단이 아직 처분부지 선정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질 유사성을 논하는 것은 선후가 맞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학회는 정면 반박했다. 30년 가까이 국가 R&D 사업을 통해 화강암 기반 처분 방식을 개발해온 상황에서, URL 선정과 처분부지 연계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연계성이 없음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학회는 주장했다. 학회는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URL이 처분부지와 무관한 '연구를 위한 연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 추진의 정당성과 책임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공단은 특별법에 따라 '연구용 URL' 외에 '처분시설 부지 내 URL'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학회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R&D 로드맵'에는 처분시설 내 URL은 '독립된 시설'이 아닌 '기술 검증을 위한 부속 설비'로 명시돼 있으며, 굴착과 시추를 최소화하라는 원칙도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태백 URL이 인허가를 위한 데이터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이는 1조원을 들인 인허가와 무관한 연구시설에 불과하다"며, 처분시설 운영 시점을 2060년 이전으로 설정한 특별법상의 기한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공단은 태백이 단독 응모였던 만큼 적합 여부만 판단했고, 출석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부지가 결정됐다고 설명했지만, 학회는 이에 대해 “부적합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수많은 기술적 의문에도 불구하고 적합 결정을 내린 평가위원회의 판단 과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관련 회의록, 평가표, 평가위원 명단과 전문 분야의 공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학회 관계자는 “이번 해명은 기술적 쟁점을 피해가려는 인상만 남겼다"며 “처분장 부지 선정과 인허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시설인지 다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산업 세미나] 한전, 재생에너지 보급 한계 뚫는 솔루션 내놓는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부분 RE100 캠페인에 가입하면서 이들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도 RE100을 달성해야 한다. 이에 이재명 정부도 RE100산단 조성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전력망 포화도가 한계에 다다랐고, 기존 전력거래 시스템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하기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송배전망을 관리하고 있는 한전이 이와 관련한 대책을 하반기 내놓는다. 양승호 한전 배전망사업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에서 하반기에 지역망 증설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역망이란 배전망을 말한다. 송전망이 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 연결하는 망이라면, 배전망은 변전소에서 각 가정, 건물에 연결하는 망이다. 한전에 따르면 태양광이 대부분인 분산에너지는 현재 총 38GW로, 이 가운데 송전망에는 9GW, 배전망에는 29GW가 연결돼 있다. 접속 건으로는 796건(0.01%)이 송전망에, 100만5725건(99.9%)이 배전망에 연결돼 있다. 즉, 태양광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려면 에너지 고속도로 같은 송전망 구축보다는 지역 내 공급을 원활히 하는 배전망 공급이 더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전력망만 늘린다고 재생에너지 보급 걸림돌을 해결한 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가장 크다. 태양광은 구름이 끼면 전력 생산이 중단되고,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된다. 이런 일이 갑자기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예측과 대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한전은 AI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 실장은 “한전은 지역 배전계통 재생에너지 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ADMS(차세대 배전망 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며 “이를 통해 수요와 재생에너지의 실시간 모니터링, 계통 예측을 통해 능동적이고 유연한 계통운영 체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ADMS를 활용해 전국 41개 배전센터에서 전국 1만2000여개의 지역망을 실시간 운영 중이다. 한전은 이를 통해 오는 9월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조절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기술도 선보인다. 기존에는 봄이나 가을철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넘쳐나지만 전력수요가 없으면 강제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망 연결을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망 안정성을 지켰다. 이게 잦아지면서 발전사업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자들의 불만이 컸다. 한전이 새롭게 선보인 기술은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망 연결을 끊지 않고, 인버터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수익성을 높여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으로 △장기 계약시장 확대 △전력시장의 가격신호 강화 △수급변동 대응 보상체계 강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의 RPS(신재생에너지발전 의무) 제도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재생에너지 가격도 따라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급등 시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재생에너지 금융 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 계약모델로 '양방향 CfD(차액계약제도)'를 제안했다. CfD는 전력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낮을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해주고, 반대로 시장 가격이 계약 가격보다 높을 경우에는 발전사업자가 초과 수익을 정부에 환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 안정성을 보장하면서도, 에너지 가격 급등기에는 전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의 좌장 아래 이순형 동신대 교수,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신정훈 한전 전력연구원 소장, 박만근 전력거래소 본부장, 유선희 한전 영업처 부장, 김선교 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 정민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팀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선희 한전 영업처 신영업사업부 부장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전력 직접구매 계약을 체결하려면 너무 복잡해 보급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꺼번에 구매해서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판다. 우리나라도 이같은 사례를 참고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왕진·김용태·김종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열렸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전력산업 세미나 토론]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 너무 복잡, 해외는 공공이 일괄 구매해 판매”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계약이 너무 복잡해 활성화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재생에너지를 지역경제 발전의 기회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도 중앙급전화를 통해 전력계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5일 서왕진·김용태·김종민 국회의원 주최, 에너지경제신문·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융합연구센터 주관, 산업통상자원부 후원으로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의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교류했다. 토론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의견과 동시에 재생에너지가 '블랙아웃(대정전)'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유됐다.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재생에너지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토론의 주 내용이다. 이날 세미나 토론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유 교수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있어 단순한 기술적 해법을 넘어 제도와 정책, 인프라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있다"며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중전압직류송전기술(MVDC) 같은 기술적 대안은 물론 정책의 유연성, 규제의 정합성, 이해관계자 간 소통 모두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현장 중심의 문제의식과 계통 현실을 반영한 실행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ESS의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순형 동신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전남 같은 전력망이 약한 지역에서는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면, 먼저 전기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송전망 계획만으로는 2030년까지 기업들이 약속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은 어렵다"면서, “ESS를 설치해도 실제로는 1년에 5~6개월은 석탄이나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함께 써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MVDC(중압직류)를 도입하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전기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교류(AC) 방식으로만 전기를 보내면 전력 손실이 크고, 계통이 막히기 쉬운데, 직류(DC) 방식을 도입하면 이런 병목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남 나주 지역에서는 이 MVDC 실증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정부가 도입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령이 오히려 규제를 늘려,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좀 더 유연한 정책과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신뢰룰 주고 있다. 그러나 계통쪽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며 “동서울 변전소의 경우 3년째 준공이 지연되고 있는데 매년 지연되는 비용이 30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변전 설비 설치 지원금이 확대됐지만, 충분하지 않고 이는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줄 수 없다"며 “지역의 애로사안을 발굴해서 지역 주민들과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논의가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열리는 민간협의회에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상풍력은 주민 이익공유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에 추가 인센티브가 나온다. 그래서 주민수용성이 굉장히 높다"며 “송배전 인근 주민들에게 이같은 이익공유가 추가된다면 그동안 잃었던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전력망 수용성 확보'를 지목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수용성 문제는 전력망 확충 문제와 직결돼 있으며, 특히 송·배전망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계통 연계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지방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입지-수요 불균형' 구조를 지적하며,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부하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내 UPS(무정전 전원장치)와 비상발전기를 계통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적 인센티브가 병행될 경우, 수요 자원으로서 데이터센터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또한 신 소장은 “전원 계획과 송전망 계획이 따로 수립되는 현재의 계획 체계는 낭비가 크다"며, 발전원, 망, 유연자원까지 통합적으로 계획하는 '포괄적 최적계획 수립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NREL의 통합계획 시스템 사례와 유럽의 NSOE 전략을 언급하며, “국내도 통합계획 전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시장 개편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박만근 전력거래소 전력시장본부장은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의 10%까지 늘어났는데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인데 현재 하루전 시장에는 한계가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시간 시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는 비중앙급전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생에너지를 가상발전소(VPP)를 통해 중앙급전화해서 출력을 제어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앙급전이란 화력, 원자력 발전소처럼 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상황에 따라 직접 발전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반면, 소규모 발전소의 경우 비중앙급전으로 분류돼 전력거래소가 발전을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생에너가 늘어나면서 소규모 발전소라도 비중앙급전으로만 냅두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다. 박 본부장은 “재생에너지를 중앙급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 입찰제 등 제주에서 시범 운영 중인 시장을 내년 육지로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RE100 제도를 사업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선희 한전 영업처 신영업사업부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의 사용전력량이 54테라와트시(TWh)정도 된다"며 “이들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중 약 10기가와트(GW)만 전력도매시장으로 빠지고 나머지는 모두 RE100 기업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려면 한전과 망이용계약,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해야하고 이러한 제도들이 여러 규칙에 얽혀 있어 매우 복잡해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공공기관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한꺼번에 구매해서 그걸 재생에너지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판다"며 “우리나라도 이같은 사례를 참고하면 사용자 입장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민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적인 전력판매 기업이 생겨야 한다는 의미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전체의 20~30%가 되려면 민간주도로 갈 필요가 있다"며 “한전이 그동안 저렴하게 전기공급을 안정적으로 잘했지만, 혁신과 탈탄소 측면에서 또 다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10년 뒤에 성공했느지를 보려면 영국의 옥토퍼스에너지처럼 새로운 전력판매기업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릴 것"이라며 “제주도에서 관련 사업을 실증 수준이 아닌 실제 사업으로 확대하는 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에서 필요한 에너지 관련 데이터가 파악이 잘 안되고 있다"며 “에너지 데이터를 전담할 정부 부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민규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정책과 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둘러싼 정부의 고충과 방향성을 공유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강화는 자동차의 양 바퀴처럼 동시에 추진돼야 할 과제"라며 “그 복잡성은 종합예술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팀장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상향 보급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실무진의 부담을 토로했다. 특히 “태양광 설비의 국내 생산능력, 공급 시점 보장, 기술 국산화 수준 등 물리적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를 활용한 예측 고도화도 강조했다. “EMS(에너지관리시스템), ADMS(차세대 배전망시스템) 등 예측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계통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동시에 VPP 기반의 출력제어 장비 도입, 유연 전원 확보 등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단위 전력 수요 창출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전남 등 계통 포화 지역에서 RE100 산업단지, 데이터센터, 수소 생산기지 등을 유치하면 계통 연계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장비와 계통 보강 기술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산업 자산으로 보고, 해외 진출까지 연계해야 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해외 망 확충 시장에 우리 기술과 기업이 진출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전력시장 제도, 요금체계, 재생에너지 지원방식 등 모든 정책은 상호 연동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범정부적 공조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의 제도 개선은 단순한 부처 단위 과제가 아닌 거버넌스의 재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이원희 기자 jjs@ekn.kr

[전력산업 세미나] “9월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시 100% 차단 아닌 발전량 조절”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조절할 때 발전소를 완전히 가동 중단하는 게 아니라 각 발전소의 발전량을 일부 줄이는 방안을 오는 9월 추진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넘쳐 전력망에 부담을 줄 때 일부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스위치(개폐기)를 끄도록 명령을 내려 가동을 완전히 멈추게 했다. 이에 가동중단 조치를 당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한전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발전소별 필요한 제어량을 산출하고 통신장치를 통해 인버터에 명령을 내려 각 발전소의 완전 가동중단이 아닌 일부라도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양승호 한전 배전망사업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에너지정책 거버넌스 방향성' 세미나에서 '신정부 에너지 정책 이행을 위한 지역망 운영체계 고도화'를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계획을 알렸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발전량이 갑자기 달라지면 전압이 불안정해지면서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봄·가을철 햇빛이 강하고 전력수요가 적을 때는 발전량이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일부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해 출력제어가 조치된다. 기존에는 출력제어를 할때 발전소 전체의 연결을 차단시키는 방법을 썼다. 하지만 한전은 올해 지능형 지역망 운영시스템 및 재생에너지 실시간 모니터링을 구축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출력조절 계획과 운영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AI 기술을 9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별 제어량을 자동으로 산출하고 통신장치를 통해 인버터에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출력조절 방식을 바꾸면서 발전사업자 수익 감소를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기존에는 태양광 출력을 100% 차단했다면,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절반만 줄이는 방안을 택한다. 또한, 전력거래소 출력조절 지시 이행시간을 90분에서 60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실장은 “배전망이 분산전원과 공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송전망, 변전소 건설도 물론 중요하나 지역망이 핵심이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양 실장에 따르면 현재 전체 분산에너지 설비용량 38기가와트(GW)의 76%가 배전망에 연결돼있다. 수로 보면 약 100만기의 소규모 발전기가 배전망에 연결돼있다. 양 실장은 지역망 운영체계 고도화를 위한 전략을 계획, 운영, 협조쳬게, 민간협력 등의 방식을 소개했다. 한전은 장기 배전망 환경 분석을 통해 지역에너지 체계 전략을 수립한다. 올해 하반기에 앞으로 5년간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지역망 증설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전과 전력거래소간 시스템 연계 및 실시간 계통 정보를 공유하고 송배전망 계통운영 협조체계를 강화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과 방전, 가상발전소(VPP) 활용 등으로 전력망 건설을 최소화하도록 민간과 상생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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