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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보고]한전,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재생에너지 수용력 39GW 확대

한국전력공사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통해 전국의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대폭 확대한다. 한국전력은 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사업을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25개 전력망 건설 사업 가운데 2031년 준공 예정이던 7개 사업을 2030년으로 앞당겨 완공해 호남권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호남권 상업운전 중인 재생에너지는 12기가와트(GW) 수준이며 2030년까지 허가가 완료된 27GW가 추가 연계될 경우 총 39GW의 재생에너지 수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위해 국민펀드 조성과 국민성장펀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또한, 유연 접속 제도를 활용해 2030년까지 3.9GW 규모의 접속 대기 물량을 조기에 해소한다.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기반 계획입지를 추진해 전력망을 확충·재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전력망 운영 효율화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AI) 경영 시스템도 구축한다. AI 기반 전력망 확충 및 입지 최적화, 설비·망 운영 효율 제고, 전력과 이종 데이터 융합을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확대가 주요 내용이다.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핵심 기술의 민간 이전과 실증 인프라 제공을 추진하고 혁신 기업과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에너지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시간대·지역별 요금제 개편을 통해 전력 소비 효율 확산을 유도하는 방안도 점검했다. 에너지고속도로 등 대규모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관련해서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마을 단위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소통을 강화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경동도시가스, 희망 2026 나눔캠페인 성금 1억원 전달

경동도시가스(회장 송재호)는 13일 울산광역시청에서 김두겸 울산광역시 시장,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회장, 전영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 2026 나눔캠페인 성금 1억원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금은 울산시의 '희망 2026 나눔캠페인'에 적극 동참해 사랑의 온도탑 온도를 높이고 나눔 목표액 달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마련됐다. 경동도시가스는 이번 기탁을 통해 지역사회 전반에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탁된 성금은 울산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생계비, 의료비, 장학사업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송재호 경동도시가스 회장은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등으로 지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대외 여건이 불투명해질수록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기업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동도시가스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고통을 분담하며,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와 나눔을 통해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전영도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복지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동도시가스의 성금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며 “보내주신 온기가 에너지 취약계층과 저소득 가정의 고통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동도시가스는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자 예우 프로그램인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한 이후 매년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며, 울산시 관내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유승훈 교수, ScholarGPS ‘세계 상위 0.05%’...한국 학자 1위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학술 분석 플랫폼 ScholarGPS가 발표한 'Highly Ranked Scholars 2025'에서 한국 학자 61명 가운데 1위에 오르며 국내 학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ScholarGPS는 전 세계 약 3000만 명 이상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논문 생산성(출판 수), 영향력(피인용 수), 연구 품질(h-index)을 종합 분석해 상위 0.05% 이내 연구자만을 'Highly Ranked Scholar'로 선정한다. 이번 평가는 생애주기(Lifetime) 기준으로 이뤄졌다. ScholarGPS에 따르면 유 교수는 지금까지 총 353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예측 피인용 수 9294회, 예측 h-index 47을 기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사회과학 중에서도 경제학(Economics)이며, 세부 전공은 에너지경제, 에너지 개발, 응용경제학, 경제성장,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등으로 폭넓다. 특히 한국(Korea) 전문 분야에서는 전 세계 1위, 에너지(Energy) 분야에서는 상위 0.02%, 에너지 개발(Energy Development) 분야에서도 세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5년 기준 평가에서도 한국 학자 상위 6위를 기록하며 연구 지속성 역시 높게 평가됐다. 유 교수의 연구 성과는 양적 생산성뿐 아니라 질적 완성도에서도 두드러진다. 전체 연구물의 98%가 국제 학술 저널 논문으로, 단기 성과 위주의 컨퍼런스 중심 연구가 아닌 축적형·검증형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점이 특징이다. 연도별 분석에서도 2010년대 중반 이후 논문 수와 피인용 수가 동시에 증가하며, 에너지 정책·시장·환경 규제 이슈가 본격화된 시기와 맞물려 국제 학계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훈 교수는 단순한 학술 성과를 넘어, 한국의 에너지·전력 정책 논의에서 핵심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온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전력요금, 에너지 전환 비용, 원전·LNG·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환경 규제의 사회적 비용 등 정책 결정의 핵심 쟁점을 계량경제학적으로 분석해 왔다. 학계 안팎에서는 “정책 논쟁이 이념이나 진영 논리에 치우칠 때, 수치와 데이터로 토론의 기준선을 제시해 온 학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ScholarGPS 선정은 개인 연구자의 성취를 넘어, 한국 에너지·경제학 연구가 국제 학술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해석된다. 에너지 전환, 기후 정책, 전력시장 개편 등 복합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유승훈 교수의 연구 성과는학술과 정책을 잇는 '지적 인프라'로서 그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완공…발전공기업,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한전이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전력망)를 1년 조기 완공해 호남권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더욱 확대한다. 발전공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안전관리 강화하고, 한수원은 원전의 안전 운영을 기반으로 올해 가동률을 역대 최고치로 높일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력 분야 10개 기관과 원전·기타 에너지 분야 11개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실시했다. 한국전력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위해 전체 25개 건설 사업 가운데 2031년 준공 예정인 7개 사업을 2030년으로 앞당겨 완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현재 호남권 재생에너지 12기가와트(GW) 수용 능력을 2030년까지 39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에너지고속도로 조기 구축을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하거나 국민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 전력망 확충에 따라 예상되는 갈등과 관련해서는 “다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벤처·스타트업 육성 등 에너지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방안과 함께 시간대·지역별 요금제 개편 방안도 제시했다. 발전 5사(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는 석탄발전의 정의로운 전환과 폐지된 석탄발전소의 유휴 전력망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에 발맞춰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함께 전력산업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기로 했다. △남동발전은 태양광 480MW, 해상풍력 2940MW △중부발전은 태양광 352MW, 해상풍력 3900MW △서부발전은 태양광 4900MW, 해상풍력 6400MW, 육상풍력 1000MW △남부발전은 태양광 239MW, 풍력 605MW △동서발전은 태양광 240MW, 풍력 272MW 등 총 태양광 6211MW, 풍력 1만5117MW를 추진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의 안전 운영 기반 속에 올해 원전 이용률을 지난해 84.6%보다 4.4%포인트(p) 높인 89%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무보고에서는 고리 2호기 재가동과 새울 3호기 신규 가동 준비 현황,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 개발 진행 상황 등이 점검됐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동·하계 및 경부하기 안정적인 전력 수급 관리 방안 등을 점검했고 재생에너지 주력 전원화에 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 적기 확충 등 전력시장 설계·운영 방안 마련을 추진한다. 한국에너지공단은 햇빛 소득 마을 조성 사업과 융자·보조 지원 강화 등을 통해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폐열의 체계적 활용과 관리를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을 추진한다. 아울러 전기를 열로 전환하는 'P2H(Power to Heat)' 실증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안호영 “용인 반도체 전북 이전, 포퓰리즘 아닌 국가 리스크 관리 차원의 검토 사안”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12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이전은 불가능한 주장이 아니라, 국가가 구조적 리스크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현실적 해법"이라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반도체 입지와 전력·용수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이 논의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입지 논쟁이 당과 국가 차원의 공식 의제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안 위원장은 전날 윤준병 전북도당 위원장이 중앙당과 협의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문제를 점검하고, 새만금 등 지방에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전북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 중앙당의 공식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도권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기존 구도를 고정시키기 위한 주장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안 위원장은 “기업의 이전 여부는 기업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며, 정부가 강제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기업은 항상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고, 송전선로 갈등과 장기 지연 가능성이라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이 같은 조건에서는 기업이 입지 재검토를 고려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불가역적 사업이라는 인식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용인 클러스터는 총 10기 팹을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건설하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현재 실제로 착공에 들어간 것은 SK하이닉스 팹 1기에 불과하고, 나머지 팹은 구체적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아직 토지 보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 사업의 90% 이상은 여전히 계획 단계에 있으며, 행정적으로는 입지 재배치를 포함한 '계획 변경'이 가능한 상태"라며 “정치적 언어로는 '이전'이지만, 행정적으로는 국가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합리적 계획 수정"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용인 유지 + 지방 기능 분담'이나 '후속 사업 유치' 방안에 대해서도 안 위원장은 “핵심을 비켜간 미봉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용인 클러스터가 직면한 전력·용수 대란과 RE100 대응 한계를 그대로 둔 채 껍데기만 나누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춰 산업 입지 자체를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구체적인 이전 시나리오로, 이미 착공된 SK하이닉스 팹 1기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팹을 단계적으로 지방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 팹은 2~3년의 건설 기간을 거쳐 순차적으로 가동되는 만큼, 단계적 이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의 경우 “2029년까지 약 3GW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즉시 공급할 수 있어 초기 팹 2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며 “용인에서는 송전선로 갈등으로 10년 이상 걸릴 일을, 새만금에서는 3년 내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9개 팹 이전 시 최종 전력 수요를 약 14GW로 추산하며,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로드맵(총 10GW)과 추가 전원 확보 여지를 근거로 “장기적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영농형 태양광과 해상풍력 확대를 통해 추가 전력 확보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안 위원장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345kV 송전선로 하나를 건설하는 데만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고, 용인 클러스터에는 이런 송전선로가 10개 이상 필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논의는 개인의 문제 제기를 넘어 중앙당 특별위원회라는 공식 기구에서 구조적 리스크를 점검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며 “반도체 경쟁력과 지역 균형 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해법을 책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인터뷰]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 “AI·탄소중립, 둘 중 하나 선택할 문제 아니다…전력 인프라·시장 구조 전면 재설계해야”

“AI와 탄소중립은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망이 준비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전력 수급·시장 체계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학회 슬로건을 'AI와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대한전기학회'로 정한 배경에 대해 “AI도, 탄소중립도 결국 해답은 전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능력이고, 탄소중립 역시 전기화와 저탄소 전원의 확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2030년이 승부…비수도권 2단계 전략 필요" 박 회장은 AI 산업의 시간표가 촉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AI 산업의 1차 승부는 2030년 이전에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 시기까지 국내 AI 인프라, 특히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AX(인공지능 전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입지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수도권은 이미 계통 여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개통 영향 평가로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은 비수도권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남처럼 원자력과 LNG가 풍부한 지역, 호남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활용해 2030년까지는 비수도권 중심 전략을 취하고, 이후 송전망이 보강되면 수도권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2차 전기본, AI 수요부터 다시 써야" 박 회장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AI 전력 수요 재산정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1차 전기본은 2023년에 착수되어 AI 수요를 예측했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는 당시 가정을 완전히 뛰어넘고 있다"며 “2038년 기준 6.2GW 수준이었던 기존 전망은 현재 추세를 보면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업계에서 거론되는 'AI 전력 수요 20GW' 전망에 대해 그는 “실현 여부를 떠나, 수요 상향 가능성을 전제로 전력 시스템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산업의 전력 수요는 줄고 있지만, AI·반도체·전기화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은 이 구조 변화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생·원전·LNG·ESS…네 축 모두 필요" 에너지 믹스에 대해서는 명확한 '병행론'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두 축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며 “여기에 LNG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유연성 축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5년 이전에는 신규 원전의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이후에는 SMR을 포함한 원전 옵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LNG는 완전한 탄소중립 전원은 아니지만, 과도기적 유연 전원으로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S와 양수발전 확대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전력시장 구조, 이대로는 안 된다" 박 회장은 현행 전력시장 구조에 대해 “에너지 전환과 AI 시대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너무 낙후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유연성 보상 메커니즘 강화 ▲실시간 전력시장 조기 도입 ▲지역별 가격 체계 검토를 도매시장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특히 현재 전력시장 운영 기관과 당국이 너무 국내 상황에 매몰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등 간헐성 자원의 비중이 높은 해외의 전력시장 진화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특히 “재생에너지 100GW 시대에는 지금의 예비력·보조서비스 체계로는 계통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출력 제어와 유연 운전을 제대로 보상하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매 요금과 관련해서는 “전기요금 결정의 독립성과 거버넌스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망, 민간 역할 확대 검토할 시점" 송전망 확충과 관련해서는 민간 참여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는 민간이 HVDC 등 기간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모델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민간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HVDC, 인버터, 해상풍력 핵심 장비의 국산화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단기 비용만 보고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스터빈 국산화를 통한 북미 수출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답 제시보다 토론의 장 만드는 학회 역할 강화" 대한전기학회 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박 회장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찬반이 공존하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기공학을 넘어 경제·법·행정·AI 등 인접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정책 논의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전력·에너지 문제는 이제 특정 학문이나 이해관계자만의 영역이 아니다"며 “전문가 집단의 집단지성이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학회가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국내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요금 체계와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민주당서 RPS 폐지 법안 첫 발의…전력 경매제도 전환 본격화

더불어민주당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RPS 폐지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으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인 민주당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RPS 폐지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재생에너지 정책이 RPS에서 정부 주도의 경매제도로 전환되는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RPS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물량을 직접 설정하고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PS란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의무비율은 2012년 2%로 시작해 2026년 15.0%이다. 그만큼 RPS 제도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많은 공을 세웠다. 하지만 RPS의 한계점도 커지고 있다. RPS 대상 발전사들이 의무를 충당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것이 있는데, 발전사업의 현실적 제약으로 REC를 구매하는 경향이 늘면서 REC 가격이 높게 형성돼 RPS 이행비용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전력으로만 제품을 만드는 RE100 제도로 인해 REC 구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경향도 있다. RPS 이행비용 증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정부와 국회가 RPS 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환경의 변화와 함께 REC의 가격 변동성이 커서 RPS의 체계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히 REC 관련 발전사들의 자체투자보다 외부 구매, RE100 기업과 수요의 경합, 수급 불균형 등으로 현물시장 REC 가격이 상승해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RPS가 폐지되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와 공공기관 등에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를 부과하며, 다른 의무 이행 방식으로 기준금액 납부 등을 통해 대체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RPS가 폐지되더라도 대규모 발전사에 대한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 자체는 유지되는 구조다. 제도가 전환되면 현재 RPS 체계 아래에서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하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은 폐지될 전망이다. 대신 정부가 입찰 물량을 사전에 정하고 해당 물량 내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경매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태양광·풍력 고정가격계약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계약시장제도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담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력계통 신뢰도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계약시장 낙찰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계약자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회수하도록 했다. 이는 발전사의 RPS 조달비용을 전기요금으로 회수해온 기존 방식과 유사하다. 기후부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RPS의 경매제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관련 법안이 본격적으로 발의되면서 경매제도로의 전환을 위한 시행령 마련 등 정책 윤곽이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송전망 국민펀드, 지역 수용성부터 설계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송전망 국민펀드는 한전의 누적 적자와 전력망 투자 재원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등장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 계통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가 동시에 몰려오는 상황에서 송전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인프라 과제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사업을 실제로 완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 송전선로는 전국민을 위한 공공 인프라이지만, 그 부담은 항상 특정 지역 주민에게 집중된다. 경관 훼손, 토지 이용 제한, 재산권 침해 우려, 건강에 대한 불안까지 감내하는 것은 지역인데, 그 대가는 늘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는 추상적 명분으로 대체돼 왔다. 이 불균형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어떤 제도도 지역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현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밀양 송전선로 갈등이다. 76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이 갈등은 2005년 계획 수립 이후 약 10년간 이어졌고, 공사 중단과 재개, 노선 변경, 물리적 충돌까지 겪으며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부담한 직접 공사비 증액만 수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행정 인력 투입, 소송 비용, 갈등 관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진다. 그러나 밀양 사태의 진짜 비용은 장부에 남지 않은 영역에 있다. 송전망 구축 지연으로 전력계통 안정성이 훼손되면서 재생에너지 연계가 늦어졌고, 그 공백은 화석연료 발전으로 메워졌다. 이는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연료 수입 비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전력망 제약은 산업단지와 대규모 수요처의 입지를 제한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투자 지연이라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켰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한전 적자로 귀결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국민은 이미 송전망 지연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그 경제적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펀드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 과거의 실패 경험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계통소득은 반드시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송전선로 인근 주민에게 투자 우선권을 부여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이후 기초 지자체, 광역 지자체, 마지막으로 전국민 참여로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전국민 동일 조건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은 형식적 공정성은 있을지 몰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정부는 밀양과 같은 사례에서 발생한 사업 지연에 따른 직접 비용과 기회비용을 정량화하고, 송전망 조기 구축으로 회피 가능한 비용을 국민펀드의 인접주민 투자자를 위한 추가 수익 재원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 주민부터 전국민까지 모두가 '계통소득'을 통해 국가적 손실 감소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송전망 국민펀드는 단순한 재원 조달 장치가 아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을 소득과 참여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적 실험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전국민'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에서 시작하지 않는 국민펀드는, 결국 또 하나의 밀양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윤태환

히트펌프·청정메탄올, 녹색채권 발행 대상 추가

히트펌프와 청정메탄올 등 차세대 저탄소 기술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정부는 녹색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의 탈탄소 투자를 위한 민간 자금 조달을 본격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6년 '한국형 녹색채권 및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번 지원사업은 지난해 12월 말 개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반영해 차세대 저탄소 기술을 폭넓게 지원하고 자금 지원 범위도 넓혀 기업의 탈탄소 투자 수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으로 새롭게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된 히트펌프, 청정메탄올, 탄소중립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녹색채권 발행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핵심 기술에 대한 민간 자금 조달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녹색채권 자금 지원 범위도 확대된다. 올해부터 중소·중견기업은 시설자금뿐 아니라 녹색경제활동과 관련된 운전자금에 대해서도 녹색채권 이차보전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건설·조선업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한 시설자금 인정 기준을 새로 마련해 녹색채권 발행 접근성도 높였다. 이차보전은 대출 이자 비용의 일부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전해주는 제도다. 채권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1년간만 이자비용을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최대 3년까지 지원 기간을 확대해 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한다. 지원 수준은 1차년 중소기업 3%p, 중견기업 2%p이며, 2·3차년은 1차년도 지원액의 50% 내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 녹색채권 또는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거래소와의 협조를 통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기업에 대한 상장수수료 및 연부과금 면제 기간도 올해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은 오는 12일부터,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사업'은 오는 21일부터 환경책임투자종합플랫폼(gmi.go.kr)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는다. 모집 공고와 자격 요건, 지원 내용 등 자세한 사항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누리집(mcee.go.kr)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누리집(keiti.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영태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탈탄소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형 녹색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민간 주도의 녹색투자를 확대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무행동의 비용과 우리의 선택

유엔환경계획(UNEP)이 1997년을 첫 시작으로 매 5년마다 발간하는 Global Environment Outlook (GEO) 시리즈는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미래환경보고서로, 각국 정부가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점검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환경진단서다.작년 12월에 발간된 7번째 GEO가 보여주는 지구환경 상태는 충격적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폭염과 가뭄, 홍수는 일상이 되었고, 이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 물가, 사회적 취약성으로 직결된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단순한 종 감소를 넘어 생태계 기능 약화를 가져왔고, 오염은 지역 환경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공중보건 위기로 확대되었다. 특히,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이라는 이른바 '삼중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는 각각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위기로 작동하고 있다. 현재의 정책과 경제 구조가 유지될 경우, 기후 위기와 환경 악화는 단순한 자연생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식량과 에너지 가격 변동, 생산성 저하, 건강 비용 증가, 재정 부담 확대, 사회적 불안정으로 전이된다는 것이 GEO-7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이다. GEO-7이 던지는 질문은 더 이상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가?'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피해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하고 있는가?'이다. 관련해서 환경 대응을 도덕적 선택이나 가치의 문제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오염문제에 대한 대응을 미루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줄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 지금 전환에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편익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손실을 비교하면 후자, 즉 '무행동의 비용(cost of inaction)'이 전자 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지구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성장 전략이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하는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GEO-7 보고서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선 환경을 더 이상 일개 부문 정책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정책 구조는 환경, 에너지, 산업, 국토, 재정 등을 분리해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시스템 위기 관점에서 보면, 이런 분절적 접근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병목현상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전력망과 입지 갈등, 산업 전환 비용, 도시 구조와 에너지 수요는 서로 연결돼 있으며, 조정 능력의 부재는 곧 전환 지연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전환의 속도를 '지속 가능한 속도'로 재정의해야 한다. 독일이나 영국처럼 이미 상당한 전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가와 달리 우리의 전환 성과는 미미하다. 전환의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속도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무작정 가속하는 전략은 현실적 제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전력망 제약, 높은 인구 밀도와 입지 갈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와 산업경쟁력 문제, 요금 체계의 경직성 등은 전환을 멈추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물을 앞두고 멈추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전환의 속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환에 수반되는 비용보다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비용, 즉 더 큰 재난과 복구비 증가, 건강 피해, 공급망 리스크 증가, 지역 갈등의 확대는 천문학적 규모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전환비용은 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한 투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1997년 발표된 첫번째 GEO의 메시지가 '경고'였다면, 30년이 지나 발표된 7번째 보고서는 그 경고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진단서다. 문제는 더 이상 환경이 나빠질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나빠진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다. 전환을 미루는 것은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 아니라, 더 큰 비용을 미래로 전가하는 결정이다. The Guardian의 최근 보도가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The Guardian은 GEO-7을 인용해 현재의 식량 및 화석연료 생산 방식이 시간당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환경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환경 위기가 먼 미래의 추상적 위험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경제적 손실로 누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환경보고서이지만 경제・정책보고서로 읽히는 GEO-7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전환과 환경 대응은 '도덕적 선택'을 넘어 '경제적 선택'의 문제로 다뤄져야 하며, 투자를 미룰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지금 전환에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사회적 편익보다 크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선택은 분명하다. 경고를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진단에 맞는 처방을 실행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병오년을 맞이하여 지속가능한 전환 속도를 만들어 가는 의미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조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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