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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기후에너지 전담부처…국회입법처는 필요성 강조

에너지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개편안이 13일 열린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의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발표되지 않았다. 규제가 우선인 환경분야와 국가 자원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 부문 간의 통합에 대해 에너지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검찰 등 다른 부처 개편안도 얽혀 있는 상황이라서 일단 정부조직 개편은 정책 후순위로 밀린 모습이다.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123개 과제를 밝혔다. 국정위는 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탄소중립 달성 의지 등을 밝혔고, 이에 필요한 재원 확보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기후에너지 전담부처에 대해선 발표가 쏙 빠지면서 개편 논의가 뒤로 밀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전담부처에 대한 정부 구상이 발표될 것으로 알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에너지와 환경 업계에는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를 만들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활발한 논의 끝에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는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부문을 합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안과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을 흡수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안으로 좁혀졌다. 이 가운데 부처 신설이 필요없고, 전담부처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안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내용이 빠지면서 그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 부문과 밀접하게 연관된 에너지 부문이 산업·통상과 분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산업계의 입장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첨을 맞추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산업계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통상과 에너지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 증명됐듯 산업과 통상과 에너지를 분리하면 국제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게다가 에너지는 산업의 원료이자, 연료로서 국가 경제와 사회의 기본 축을 담당한다. 이를 감안한 정부의 에너지 분야 3대 원칙은 청정성, 가격안정성, 수급안정성이다. 환경을 담당하는 규제 우선인 부처로 에너지 부문이 흡수되면 청정성은 높아지겠지만, 가격과 수급 안정성이 떨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에너지와 산업계에선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부에서 에너지 부분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최고위원은 “산업과 에너지를 섣불리 분리하는 것은 곧 글로벌 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의 산업 생존과 고용 위기 극복을 희생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정부의 조직개편 구상에는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뿐만 아니라 기재부와 검찰청에 대한 개편도 포함돼 있다. 모두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국정위가 60일간의 짧은 운영기간 동안 구체적 개편안을 내놓기에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국내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검찰청을 폐지해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수사기관 간 협력 및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향한 정부조직개편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후 부문과 에너지 부문을 합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기후·에너지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총 '기후·에너지부' 신설(1안)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2안) △'기후에너지산업통상부'(3안)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에너지를 제약조건으로 인식해서 통합과 균형의 원리 아래 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에너지 전환과 밀접하게 연계된 산업·무역·통상 부문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 개편 시 부처 내 갈등 등 행정 비효율 대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100조 국민펀드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재생에너지 확대’…목표는 탄소중립, 산업경쟁력 강화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산업 전력망 혁신과 탄소중립 달성을 동시에 겨냥한 대규모 투자 구상을 내놓았다. 핵심은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이다. '에너지고속도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주요 산업단지, 데이터센터를 고압 송전망으로 직결하는 국가 전력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다. 기존의 송전망이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된 데 반해, 새 계획은 호남·영남 등 주요 재생에너지 발전 거점을 산업 수요지와 직선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송전 손실을 줄이고,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며, AI·반도체·바이오 등 초고전력 산업의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호남권은 '전력망 혁신 중심지'로 육성돼 해상풍력·태양광 등 지역 재생에너지와 산업 수요지를 직접 연계하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국정위는 에너지고속도로 등 관련 인프라 구축 재원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펀드는 민간 자본과 매칭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로, 공공재원과 민간투자를 결합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뒷받침한다. 주요 투자 대상은 △전력망 확충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해상풍력 단지 △영농형 태양광 △'햇빛·바람 연금'과 결합한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이다. 에너지고속도로는 2030년대에 서해안 라인을 구축하고 2040년대에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송전망은 2025년 3만7169km에서 2030년 4만8592km로 30%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보급규모도 2025년 6월 35.1GW에서 2030년 78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정위는 이번 계획을 통해 2050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전력망의 용량과 효율성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계통 안정화 장치와 에너지저장장치(ESS)도 확대한다. 또한, RE100 산업단지와 영농형 태양광 같은 분산형 전원 모델을 확산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와 탄소 감축을 동시에 꾀한다. 국정위는 “에너지고속도로는 단순한 전력 인프라 확충이 아니라, AI 시대와 탄소중립 시대를 함께 준비하는 국가 전략"이라며 “송전망·재생에너지·산업단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 전환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인력양성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한국은 국가 산업 경제 규모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원이 빈약한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 항상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마음 조리며 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에 속한다. 우리가 기껏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자원의 국내 비축뿐이다.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축은 몇 주에서 길어야 몇 개월 분량에 해당 될 뿐이다. 장기적인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지속 가능하게 자원 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대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여 국가산업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에너지자원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공 지능과 자동화 시대에는 2차 에너지원인 전력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수소에너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에너지 광물의 수요가 확대되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자원 공급망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의 시작과 끝, 성공과 완성은 전적으로 우수한 자원개발 인력의 꾸준한 양성과 공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자원 보유국에 비해 국내 자원산업이 빈약하고 산업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자원분야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인력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 규모가 비교적 큰 분야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많아 시장 자체적으로 인력공급 체계가 형성되겠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소수로 필요한 부분은 간과되기 쉽다. 에너지자원 개발 분야는 한 사람의 개인 능력이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분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확실성과 위험성 높은 자원개발을 책임지는 상류 부문의 인력양성은 무척 중요하고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서 겉보기 규모로 소수의 인력만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단기적 효율성에만 집착하여 소홀하게 여겨지고 있다. 에너지자원 국내 기업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단순한 겉으로 보이는 자원개발기업을 넘어 자원을 도입하는 물류와 조선 및 플랜트 산업, 더 나가 에너지자원을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까지 확대하면 국내 모든 산업이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자원안보 공급망의 한 축인 해외자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적 실무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기술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유능한 기술 인력양성은 학교와 산업체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일이다. 자원산업 인력양성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축소와 확장에 따라, 대학에서 인력 양성이 조정되기도 하고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없어진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력양성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주기를 갖고 변하는 분야이다. 작금의 국가 자원안보 시대와 미래의 신에너지대에도 자원개발 분야의 지속적인 유능한 인력양성과 확보는 중요하다. 인력양성은 차세대를 위한 것이다. 어쩌면 대학의 인력양성 사업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인지도 모른다. 적은 투자로 많은 미래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단지 그 성과와 결과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뿐이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력양성은 인력이 필요한 시기보다 5년~10년 앞서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10년 이상의 긴 주기를 갖고 변하는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자원산업분야 인력양성은 꾸준히 실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를 위한 자원산업인력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유능한 군인 없이는 국방안보 없듯, 유능한 자원인력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이다. 신현돈

스위스 플라스틱 협약도 無성과 우려…환경단체, 李정부에 지지 요구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국제 협상이 계속 공전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부산 협상이 별 의미 없이 끝난데 이어 최근 열리고 있는 스위스 협상마저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11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플라스틱 생산에 제한을 거는 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속개 회의(INC-5.2)'가 열리지만, 이번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해 11월 부산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부산 회의에서는 전혀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되지 못했다.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 가장 큰 관건인 상황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해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당시 윤석열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시 스위스에서 협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미있는 성과 도출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인 화석연료에서 추출된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안을 놓고 한국, 미국, 유럽연합, 도서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대응을 위해 생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은 “생산 규제 조항은 협상에서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라고 못 박으며 맞서고 있다. 특히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에 탈퇴한 데 이어 플라스틱 협약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5일에 “우리는 플라스틱 생산 목표나 플라스틱 첨가물 또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금지·제한 같은 비실용적인 포괄적 접근 방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내용을 수용하지 말 것을 각국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재 스위스 행사장에는 부산 때보다 더 많은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들이 참가하면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 협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7일 국제환경법센터는 이번 회의에 역대 최대 규모인 234명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대표단 233명보다 많으며, 한국 정부 대표단 (25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이번 스위스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까봐 위기감을 느끼고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감축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모인 '풀뿌리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탈플라스틱 정책을 공약했던 새 정부는 INC-5.2 협상장에서 실망스럽게도 소극적인 태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부산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보여주었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 대표단은 플라스틱의 과도한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국제적 목표를 설정하자는 조항(제6조)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탈플라스틱'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제 협상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대신,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명확하게 지지하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정기획위, ‘에너지고속도로’ 4번째 중점과제로 선정…2030년까지 송전망 30% 확대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가 전국 전력망 확충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종합 청사진을 내놨다. '에너지고속도로'라는 명칭의 초대형 송전 인프라 사업과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 그리고 AI 초강대국 실현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 전력지원 방안이 핵심이다. 경제2분과는 최근 보고할 국민보고대회 자료에서 “AI·데이터센터, 첨단산업단지 등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기존 전력망을 뛰어넘는 초고속·대용량 송전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전국을 촘촘히 잇는 에너지고속도로 계획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너지고속도로는 12대 중점과제 중 4번째로 선정됐다. 그만큼 이재명 정부에서 핵심과제로 꼽힌 것이다. 이 사업은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주요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송전망 구축을 목표로 하며, 초고압 직류송전(HVDC)·지중화·디지털 전력망을 도입해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고 계통 안정성을 높인다. 에너지고속도로는 2030년대에 서해안 라인을 구축하고 2040년대에 한반도 에너지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전력시장과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와 민간 매칭으로 조성하는 100조원 이상의 첨단혁신산업펀드에서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연계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을 위해 △해상풍력 단지 및 전용항만 조성 △영농형, 수상, 산단 등 태양광 입지 확대 △RE100산단으로 지역 균형성장 지원 △햇빛바람연금 확대 및 에너지자립마을 조성도 추진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산업부문 탄소중립 전략 및 수단 전면 개편 △탄소무역장벽 대응 △기업의 탄소배출량 산정 및 감축, 원스톱서비스 등 해외 탄소규제 대응 강화 △제로에너지 건축물 및 그린 리모델링 확대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송전망은 2025년 3만7169km에서 2030년 4만8592km로 30%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2025년 6월 35.1GW에서 2030년 78GW 이상으로 확대, 재생원료 사용률은 2025년 PET병 3%, 배터리 5%에서 2030년 각각 30%, 10%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 AI 반도체 팹, 대규모 데이터센터, 초연결 클라우드 거점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망 설계와 공급계약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규모 AI 연산 수요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산업단지로 확산되는 만큼, 에너지고속도로가 국가 AI 인프라의 '혈관' 역할을 하게 된다. 탄소중립 로드맵도 병행 추진된다.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산업·수송·건물 부문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한 탄소중립형 안정 전원 체계를 구축한다. 계통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수소발전을 확대하고, 산업 부문에서는 RE100 이행 지원, 친환경 설비 전환 보조, 탄소국경조정제(CBAM) 대응 전략을 병행할 예정이다. 지방과 민간이 주도하는 탄소중립 프로젝트도 확대된다. 국정기획위는 “탄소감축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 지역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탄소중립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상은 향후 기후에너지부 신설 및 전력망 대규모 투자 계획과 맞물려, 향후 10년간 에너지 인프라와 산업구조 변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콩보다 싼 두부③] 이러다 깨끗한 물 못 먹는다…수자원公, 물판매 손실 1.3조원

[편집자주] '콩보다 두부가 싸다'는 비유처럼, 한국의 에너지와 수도 요금은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더 저렴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물가안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요금 결정권이 정부에 귀속돼 있어 선거 때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정상적인 요금 책정이 안 되는 것이다. 두부 가격이 콩보다 싸면 두부가게는 망하고 만다. 에너지와 수도 소매요금이 도매요금보다 싸면 판매회사도 망하고 만다. 지금 한국의 에너지와 물 산업이 그 상황에 빠져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하루 속히 정상화 대책에 나서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물을 팔면 팔수록 더 손해를 보는 상황이 누적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물도매사업인 광역상수도 사업에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괄원가가 총수입을 넘어선 액수가 총 1조3423억원에 이르렀다. 광역상수도 사업에서 5년 동안 총 1조3424억원을 손해봤다는 의미다. 이에 수자원공사가 발전소를 직접 설치, 전기를 한국전력으로부터 구매하지 않고 직접 조달하는 자가발전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수자원공사 광역상수도원가정보에 따르면 총수입을 초과한 총괄원가액은 △2020년 629억원 △2021년 1117억원 △2022년 3575억원 △2023년 4129억원 △2024년 3973억원 등이다. 특히 2022년부터 초과 총괄원가액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당시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전기요금이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과 같다. 한전은 2022년 이후 7차례나 산업용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182.7원으로 60% 이상 올렸다. 광역상수도사업에서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이다. 광역상수도 사업에 들어간 총 전기요금인 전력수도료는 지난 2020년 1689억원이었으나 지난해 2968억원으로 1.75배 이상 올랐다. 이와 함께 총괄원가도 2020년 1조4120억원에서 지난해 1조8359억원으로 30.0%(4239억원)이나 올랐다. 반면, 물을 판매해서 얻은 총 수입은 지난 2020년 1조3491억원에서 지난해 1조4386억원으로 6.6%(895억원) 오르는 데 그쳤다. 수자원공사는 9년째 물요금을 동결하고 있는데, 물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물 판매 수입도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수자원공사는 광역상수도 사업자로 지방자치단체 등에 물을 판매하고, 지자체는 물 소매사업인 지방상수도 사업자로 가정이나 기업에 물을 판매한다. 지방상수도 사업에서 물 요금은 각 지자체들이 결정하나, 광역상수도 요금이 오르면 지방상수도 요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글로벌 물 전문조사기관인 GWI에 따르면 ㎥당 우리나라 상수도요금 796원일 때 덴마크는 4459원으로 5.6배, 독일은 4278원으로 5.4배, 영국은 3874원으로 4.9배 등이며, 일본은 1170원으로 1.5배, 중국은 474원으로 0.6배 수준이다. 결국 낮은 수도요금은 수도 시설 유지 보수 및 개선에 필요한 재정 부족으로 이어져 수질 저하나 누수 증가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물 낭비를 부추길 수 있으며, 특히 노후 상수도관 교체와 같은 장기적인 투자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한전의 부채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기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는 오는 2027년 226조원, 이에 따른 한해 이자비용만 5조1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한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당장은 한전이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해 올해 3분기까지 전기요금 인상을 동결, 추가 전기요금 인상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2040년 탈석탄발전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전비용 상승은 전기요금 상승을 꾸준히 압박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월 대선후보 당시 “전기요금은 장기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수자원공사보다 전기를 더 많이 쓰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진작 자가발전에 나서고 있다. 자가발전이란 직접 발전소를 운영, 해당 발전소의 전기를 사용해 그만큼 한전으로부터 구매하는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전략이다. 코레일은 9.4메가와트(MW)급 열병합발전소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부지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해진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지불한 전기요금은 총 5796억원이다. 지난 2020년 3637억원에서 59.3%(2159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코레일이 자가발전을에 검토하는 만큼 수자원공사도 전기요금 인상 압박에 자가발전을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다. 특히, 수자원공사는 수력발전 사업을 총 설비용량 1093메가와트(MW)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이다. 발전사업에 이해가 있는 만큼 각 지역에 보유한 부지에 태양광이나 소규모 수력 같은 발전원을 신규로 건설, 자가발전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 수력업계 관계자는 “전력수도료가 늘어날수록 수자원공사도 자가발전 등 전기요금 절감을 위한 대책을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수자원공사는 코레일처럼 구체적인 자가발전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자가발전에 대해서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 시가 급한데...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이후 ‘리셋?’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공기관장 인사가 환경부와의 가칭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논의가 완료될 때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직안정과 정부 정책 수행을 위해 조속한 인선 마무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조직개편 변수로 주요 기관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리셋 인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각 부처는 조만간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 대상자를 대통령실에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 완료 이후에 대통령실에 보고 후 인사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가에서는 조직개편이 완료되고 부처 사무실 이전까지 마무리되려면 최소 연말은 돼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인사 절차가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절차가 보류된 일부 기관을 포함해, 부처 신설을 명분으로 기관장 공모 절차를 전면 재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임기가 이미 끝났거나 만료를 앞둔 기관장과 기관 현안은 다음과 같다.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은 2025년 8월 임기 종료된다. 체코 원전 수주 이후 후속 절차 관리와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이라는 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은 2025년 12월 임기 종료다.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 14조원 해소와 요금 현실화라는 구조적 난제를 떠안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정용기 사장은 2025년 11월 임기 종료된다. 열요금 구조 개선과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가 핵심 현안이다. 한국전력거래소는 전임 정동희 이사장이 지난 3월 사퇴하며 김홍근 이사장 직무대행 체재로 운영되고 있다. 새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발전원별 입찰시장, 지역별 차등 요금제 등 전력시장 개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이상훈 이사장은 2025년 1월 임기 종료됐으나 공모 절차 지연으로 유임하고 있다. RE100 이행과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 수행이 주 업무다. 한국석유공사 김동섭 사장은 2024년 9월 임기 만료됐으나 1년 연임됐다. 당시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을 포함한 국내외 자원개발 구조조정과 재무개선 과제가 남아 있다. 한전KPS 김홍연 사장도 2024년 6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후속 인선이 지연되면서 유임하고 있다. 발전소 정비 현장의 안전 강화와 인력 재배치가 주요 과제다. 산업부 산하 기관장 인선은 임추위 구성 후 후보자 공모 및 임추위 추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국토부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 순으로 진행된다. 역대 정부는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출 인물을 발탁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고속도로,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RE100 등 에너지정책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 차기 기관장들의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정부의 에너지, 기후, 환경 정책을 총괄할 기후에너지부가 신설되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도 이관되는 만큼 차기 수장 인선도 이 때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차기 인사권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행사하게 된다. 이는 기존 산업부 장관 체제에서 진행되던 인사와 달리, 새 부처 정책 기조에 맞춘 기관장 선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폭의 인사 변동을 예고한다. 기후에너지부는 기존 산업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과 환경부 일부 기후·탄소중립 기능을 통합하는 부처로,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따라 새 부처 장관은 정책뿐 아니라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진 교체와 인사 방향 설정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조직안정과 정부 정책 수행을 위해 조속한 인선 마무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당장 올해 국정감사까지는 현 기관장들이 담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후 연말까지 기후에너지부 개편과 내년도 예산 작업을 마친 이후에야 후임 기관장 선임작업이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 부처 출범으로 인한 정책 기조 변화와 기관장 교체가 동시에 진행되면, 각 기관의 중장기 사업 계획도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차기 수장은 정책 이해도와 경영 능력을 모두 갖춘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콩보다 싼 두부②] 원가보다 싼 도시가스 요금…할인 혜택은 현세대, 갚는 건 10년 후 미래세대

[편집자주] '콩보다 두부가 싸다'는 비유처럼, 한국의 에너지와 수도 요금은 소매가격이 도매가격보다 더 저렴한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물가안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요금 결정권이 정부에 귀속돼 있어 선거 때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정상적인 요금 책정이 안 되는 것이다. 두부 가격이 콩보다 싸면 두부가게는 망하고 만다. 에너지와 수도 소매요금이 도매요금보다 싸면 판매회사도 망하고 만다. 지금 한국의 에너지와 물 산업이 그 상황에 빠져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하루 속히 정상화 대책에 나서야 한다. 에너지 요금 가운데 대표적으로 원가보다 저렴한 것이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다. 모든 도시가스에 원료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고 차액을 나중에 받기로 한 미수금이 무려 14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그 금액은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이 금액은 가스공사가 천천히 요금에 반영해 회수한다. 여기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 요금 인하 혜택은 현 세대가 보는데, 갚는 건 미래 세대 몫이 되면서 사용자 부담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금이 바닥난 가스공사가 수소배관을 설치하지 못하게 되면서 탄소중립에 필요한 수소경제도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가격이 국내 요금에 반영되는 '원료비 연동제'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1일 가스공사 실적자료에 따르면 2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미수금은 총 14조1321억원이다. 미수금은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될 시 추후에 요금에 반영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도시가스 용도는 크게 민수용(주택), 상업용, 발전용이 있다. 이 가운데 민수용을 제외한 상업용과 발전용의 미수금은 대부분 갚거나 조금만 남은 상태다. 반면 민수용 미수금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민수용 미수금은 2021년 1조7656억원에서 2022년 8조5856억원, 2023년 13조110억원, 2024년 14조476억원, 2025년 2분기 현재 14조1353억원이다. 그만큼 민수용 요금은 원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공급됐고, 그 기조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과 민수용 도매요금을 비교해 보면 얼마나 낮은 수준으로 공급됐는지 알 수 있다. 상업용 요금은 매월 국제 가격이 반영돼 매월 요금이 변동된다. MJ(열량)당 상업용 요금은 2022년 5월 18.1728원에서 12월 31.7389원까지 오른 뒤 2023년 5월 18.9459원으로 내렸고 2025년 6월에는 16. 9527원으로 더 내려갔다. 이에 비해 민수용 요금은 2022년 5월 11.8167원에서 10월 15.6272원, 2023년 5월 16.6667원, 2024년 8월 17.712원으로 지난 3년간 단 4차례만 인상이 이뤄졌다. 미수금은 회계계정에서 손실로 계산되지 않고 수익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제무제표상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건실한 기업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올해 2분기 기준 가스공사 총부채는 39조8958억원에 부채율은 363%에 이르고, 현재 차입금은 33조1371억원으로 연간 이자비용만 1조원이 넘어 중앙정부의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가스공사는 국내 유일한 도시가스 도매사업자다. 따라서 가스공사의 재무 부실은 곧 도시가스산업의 부실로 이어진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배관 구축 등 국내 투자액은 매년 1조원 이상씩 기록하다 2021년 6085억원, 2022년 4952억원, 2023년 6570억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이후 2024년 1조661억원, 2025년 1조920억원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가스공사의 투자 부족으로 수소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청정수소를 사용해 경제, 사회 전반에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소경제는 탄소중립 실현에서 매우 중요한 축이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수입한 청정수소를 내륙으로 공급하는 수소배관 건설을 맡았으나, 투자 여력이 없어 단 1cm도 배관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수소혼소발전, 수소연료전지, 수소차 등 수소경제 전반이 전혀 성장을 하지 못하게 됐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인 사용자 부담원칙에도 어긋난다. 민수용 미수금 14조1353억원이 어느 정돈지 계산해보면, 서울시 4인가구 기준 한달 평균 가스요금은 6만1000원, 일년으로 하면 73만2000원이다. 민수용 미수금 총액을 73만2000원으로 나누면 1931만가구이다. 전국 도시가스 주택 수요가는 2024만가구이다. 즉, 전국 모든 도시가스 사용 주택의 요금 전액을 약 1년간 모아야 민수용 미수금이 해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요금에서 미수금 회수 비중은 극히 적기 때문에 실제 미수금 회수 기간은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요금할인 혜택은 지금 세대가 보는데, 이를 갚는 것은 10년 후 세대가 되는 것이다. 미수금은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 넘기는 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가격이 요금에 반영되도록 하는 '원료비 연동제'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도 도시가스 공급규칙에는 원료비 연동제 적용 조항이 있으나, 이를 유보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어 정부와 정치권은 이를 빌미로 유독 선거철에는 연동을 유보하고 있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원료비연동제 유보의 동태적 구조와 제도적 함의' 연구를 통해 “에너지 요금인상 유보는 물가안정 효과는 있겠지만 공기업 재무악화, 소비 비효율화, 신규 투자 중단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적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정부가 인상을 계속 유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스발전 확대로 이어지나

정부가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에 나서면서 전력 믹스의 핵심 변수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현행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38년 발전 비중을 원자력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 32.9%로 설정해 LNG 비중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1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간헐성 보완, AI·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미국산 도입 확대에 따른 가격·공급망 효과 등을 고려하면 차기 전기본에서 LNG 비중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NG를 탄소 기준으로 원전·재생에너지와 대립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총시스템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연성 전원'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확대 국면에서도 LNG는 피크 부하 대응과 지역 열병합, 수소 혼소 발전 등에서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홍종 자원경제학회 회장(단국대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작은 나라다. 에너지 가격 경쟁력을 잃으면 산업 자체가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탄소중립법에 기초한 경직적 계획경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간 균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수급계획과 천연가스수급계획을 기존의 '숫자 맞추기'식 접근에서 벗어나 조건부 시나리오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NG 비중 상향론의 배경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태양광·풍력 비중이 커질수록 장기 무풍·야간 등 '출력 공백' 구간이 늘어나는데, 이는 단기 ESS로는 메우기 어렵다. 둘째, AI와 대규모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전원망 확충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에서, 짧은 건설 기간과 높은 입지 융통성을 갖춘 가스복합발전은 현실적 대안이다. 셋째, 미국산 LNG는 헨리허브 연동 가격 구조와 비교적 유연한 행선지 조건을 갖춘 계약이 많아, 기존 유가연동 장기계약 대비 가격·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전기본 수요 전망을 전제로 수립된다는 점이다. 전기본이 LNG 발전량과 이용률을 축소한 상태로 유지되면, 가스공사가 미국산 대형 장기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수입 물량을 계획 이상으로 늘리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을 전환하려면 전기본의 LNG 비중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승준 교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 발전 설비는 확대되는데도 발전량은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는 것은 이중적"이라며, “청정에너지이자 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브리징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소·암모니아 혼소, CCUS 등 탈탄소 기술과 연계한 천연가스 활용 로드맵이 가스공사 등 공기업 차원에서 더욱 구체화되어야 하며, 수소 경제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존 도입 물량을 미국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스공사가 향후 계약 조항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가스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동산 장기계약은 목적지 제한이나 전환 시 벌과금 조항이 있어 재협상 없이는 대체가 어렵다"며 “반면 미국산은 FOB(본선인도) 조건과 행선지 유연성이 큰 경우가 많아 포트폴리오 재편에 유리하다. 계약 기간과 물량, 운송비와 터미널 처리능력 등 물류 요소도 병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직도입 발전사들에 특정 산지 LNG 구매를 강제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쉽지 않은 점도 법제도 개정이 필요한 지점이다. 현행법상 가스공사는 도매공급과 비축 의무를 맡고 있지만, 민간 직도입은 자가용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미국산 비중을 확대하려면 가스공사 포트폴리오 조정과 함께 시장 규칙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이미 가스공사의 평균요금제가 민간 직도입 발전사보다 비싸 발전차액의 원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공사만 대규모로 추가물량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민간사업자들의 트레이딩 허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산 LNG 확대가 안보·가격·유연성을 모두 잡는 카드가 되려면, 전기본·장기쳔연가스수급계획·시장규칙이 같은 방향을 봐야 한다. 정책은 의향이 아니라 실제 계약으로 증명된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이 같은 데이터와 가정을 공유하며 움직일 때, 이번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탈석탄에 해상풍력이 흔들린다…REC 장기구매자 없어지면 수익 불안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 중인 2040년 탈석탄 정책 때문에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주는 당사자 중에 하나가 대규모 석탄발전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조그마한 변수에도 자금대출에 트집을 잡는 만큼, 탈석탄 혹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폐지 후에도 풍력 발전사업에 확실한 수익구조를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한 풍력업계 관계자는 “풍력 발전사업자는 석탄 발전사업자와 20년 기간으로 RPS 고정가격계약을 맺는다"며 “그러나 2040년 탈석탄 정책으로 석탄 발전사업자가 20년 계약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권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업계에서 정부에 제도개선을 요청했다"며 “탈석탄 및 RPS 폐지로 풍력 발전사업이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석탄 및 원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는 RPS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의무를 갖는다. 올해 RPS 의무비율은 14%인데 이들 사업자는 발전량의 14%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채워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REC를 사와서 RPS 의무량을 채운다. 이 REC를 20년 동안 구매하는 계약이 RPS 고정가격계약이다.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전체 계약 가격은 전력도매가격(SMP)과 REC 가격의 합으로 이뤄진다. 전체 계약 가격이 킬로와트시(kWh)당 150원 정도라면 SMP는 계약에 따라 대략 80~110원, REC 가격은 40~70원 정도에 책정될 수 있다. REC 가격이 전체 계약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RPS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해도 2040년 탈석탄이 정말 이뤄진다면, 계약기간이 20년에서 15년으로 5년 단축되는 것과 같게 된다. 풍력 발전사업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이 이같이 RPS 고정가격계약이 중간에 끊기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발전량 중 원별 비중은 원전 31.7%, LNG 28.1%, 석탄 28.1%이다. 석탄은 LNG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같아 아직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발전원이다. 실제로 REC 시장에서 석탄 발전이 차지하는 규모도 발전량과 비례해서 나타난다. 업계 불안이 커짐에 따라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달 31일 RPS 고정가격계약 대체계약 관련 내용을 담은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예고했다. 대체계약은 RPS 공급의무자의 파산 및 지위해제와 정책 변화 등 사유가 발생할 때 다른 RPS 공급의무자와 고정가격계약을 다시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풍력업계는 현재 잠시 보류됐지만 RPS 폐지에 따른 불안감도 가지고 있다. 정부는 RPS 폐지 이후 재생에너지 경매제도로 전환한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시기와 구체적인 거래방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등 총 12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RPS 폐지 및 경매제도 전환 내용을 담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2월 24일 발의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RPS 폐지에 비교적 덜 적극적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RPS 폐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 민주당도 RPS 폐지에 적극 호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RPS 폐지 이슈도 금융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만큼, 정책 방향이 예측 가능하게 잡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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