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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상풍력 18GW 추진되면 157조원 투자 이끌 것”

전라남도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경우 지역에 총 157조원의 투자를 이끌어 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 비영리단체인 오션에너지패스웨이는 녹색전환연구소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남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경제·환경·사회적 효과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전남에 계획된 총 57개 설비용량 18기가와트(GW) 규모 해상풍력을 설치할 수 있을 때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이 경우 2028년부터 2038년까지의 10여 년간 총 157조원, 매년 전남 지역내총생산(GRDP)의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자본이 집중 투입될 것으로 분석됐다. 전남 지역에서만 최대 44조원의 부가가치와 약 4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전국적으로는 최대 97조원의 부가가치와 약 104만개의 일자리로 파급 효과가 확대된다. 해상풍력이 발전설비를 넘어 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지역 제조업 연계, 고용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가 전체 차원에서도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전남 해상풍력이 18GW 규모로 가동될 경우 총 4억92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어 탄소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됐다. 이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에 근거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경우 최대 84조원에 해당한다.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대체함으로써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20만~66만톤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석탄발전소 3~8기를 대체하는 수준이다. 이번 분석은 이러한 효과가 폭염, 가뭄, 수해 등 기후재난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일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세수의 경우 올해부터 2063년까지 연평균 1151억원의 지방세수를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제를 도입할 경우, 39년간 20조원 규모의 주민 배당이 가능하며 주민 지분 참여를 10%로 추가할 경우 35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계획 중인 사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운정 중인 해상풍력은 5개 단지, 0.3GW에 불과하다. 최근 2년 반 동안 국가 경쟁입찰에 선정된 사업은 14개, 4GW 수준이다. 18GW 사업이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더라도 전력망, 항만, 공급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해상풍력이 실제로 구현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보급 로드맵 제시 △산업 육성과 제도적 지원 △계통·항만·선박 등 핵심 인프라의 선제적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전라남도를 비롯해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 조성 △배후항만·산업 단지 개발 △전문 인력 양성 △투명하고 참여적인 민관협의회 운영 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갈 길 먼 그린수소…중간에 핑크·블루수소 필수

기업들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장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기에는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전으로 만든 과도기적 수소를 통해 수소경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수소경제포럼·한국공학한림원·한국수소연합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소경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들의 정책 제안서가 공개됐다. SK이노베이션 E&S는 제안서에서 수소전기버스 전환과 수소 생산·충전 인프라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탄소저감 효과가 큰 전세버스·광역버스를 2035년까지 5만대 규모로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핑크·블루수소를 먼저 활용한 뒤, 장기적으로 그린수소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핑크수소는 원전의 전력으로 수전해 방식을 통해 생산한 수소를 뜻하고, 블루수소는 LNG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한 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매립 등으로 영구 처리한 수소를 뜻한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정부 주도로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블루·핑크·그린수소 발전에 대해서는 최소 발전량 보장, 우선급전권 부여, 수소가격 차액 지원, 청정수소 생산용 전력요금 특례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최대 제철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수소환원제철이라는 친환경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하려면 대규모 청정수소가 필요하다. 포스코홀딩스는 원전을 이용해 청정수소를 생산할 계획으로, 설계수명이 다 된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2호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핑크수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정수소의 대규모 생산지와 수요지를 수소 전용 배관으로 연결해 효율적으로 수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전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해 수요처로 배관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송전망을 통해 원전 전력을 보내고 수요처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보다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수소 전용 배관을 활용하면 kg당 134원 수준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송전망을 사용할 경우 kg당 251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수소터빈 보급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는 수소 생산용 전력에 대해 원전 수준의 낮은 전기요금(kWh당 69.8원)을 적용하는 요금 감면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현재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kWh당 168.17원)보다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의미이다. 이와 함께 수소 제조용 천연가스 요금 인하 기간 연장도 요청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는 수소 생산용 천연가스를 2027년 12월까지 20% 할인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김재홍 한국수소연합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지만, 기술과 가격 등 현실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축적한 블루수소 기반 청정수소 생산 기술과 경제성을 토대로 점진적으로 그린수소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다음달 1일 출범…“탈탄소 녹색문명 전환 선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다음달 1일 출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정책 기능을 총괄하는 환경부에 에너지 기능을 통합한 정부 부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령'은 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달 1일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새롭게 출범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차관, 4실, 4국·14관, 63과로 편제하고 온실가스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환경질 개선, 기후재난 대응 등 기후·에너지·환경정책이 연계될 수 있는 조직 체계로 구성됐다. 1차관은 기획조정실, 물관리정책실과 자연보전국, 대기환경국, 자원순환국, 환경보건국으로 구성됐다. 기획조정실에 정책기획관, 물관리정책실에 수자원정책관, 물환경정책관, 물이용정책관을 편제했다. 2차관은 기후에너지정책실과 에너지전환정책실을 편제해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융합을 통한 동반상승 효과를 극대화했다. 기후에너지정책실에 기후에너지정책관·녹색전환정책관·수소열산업정책관·국제협력관을, 에너지전환정책실에 전력산업정책관·전력망정책관·재생에너지정책관·원전산업정책관을 편제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맞서 녹색 대전환을 이끄는 부처로서 대한민국이 탈탄소 녹색문명 선도 국가로 부상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규제와 진흥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고속도로를 조기에 건설해 탄소중립 녹색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 안전과 기본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고품질 환경 서비스 제공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의 ‘4중 딜레마’…“에너지, 선악 구도로 보면 안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30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직제 제정령이 의결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 새로 출범하게 됐다. 기후 위기 시대에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지만, 이 신설 부처는 곧바로 고민에 처하게 됐다. 바로 네 가지 선택지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것이냐,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어떤 속도로 줄여나갈 것이냐, 원자력발전을 확대할 것이냐, 자연생태계 보존에 얼마나 무게를 둘 것이냐 등이다. 이런 고민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지만, 한 부처에서 이 네 가지를 모두 다루게 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네 가지 선택지 가운데 어느 하나를 택하면 나머지 세 가지에서 부작용 혹은 반작용이 터져 나오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른바 '4중 딜레마(Quadrilemma, 콰드릴레마)'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선택지 1: 재생에너지 확대 최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기가와트)는 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나 김 장관이 밝힌 것처럼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하면, 국제적 이슈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울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에 화석연료 백업 부담이 가중된다.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도 필요하지만,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리튬 이차전지 화재 때문에 우려도 커진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추가 송전망 설치는 생태계 훼손 논란을 부를 수 있다. 태양광 1GW 설치에 약 10㎢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해상풍력 확대는 어획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전 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원전 산업계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선택지 2: 화석연료 사용 고수 화석연료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줄어드는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문제다. 익숙한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전력 공급이 안정화되고, 값싼 석탄을 많이 사용하면 전력 요금도 낮게 유지할 수도 있다. 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화석연료 탓이다. 화석연료를 고집하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도 줄지 않는다. 국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연 1만7000명이고, 사회적 비용 연 12조 원에 이른다. 향후 유럽연합(EU)의 국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하면 대응이 불능해져 수출 경쟁력 약화할 우려가 있다. 화석연료를 유지하면 기업들은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하지 못하고, RE100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국제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선택지 3: 원자력 발전 확대 '무탄소' 전력인 원전을 늘려나가면 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안정적인 기저 부하를 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전 시설 내부에서 쌓여가는 핵폐기물 처리 난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 사회적 불신이 여전해 원전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뜨거워질 수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이 늘어나고, 핵폐기물 처분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재생에너지보다 높을 수도 있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할 부지 확보도 쉽지 않고, 건설에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자칫 빠르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소형모듈원전(SMR)도 아직 개발 단계이고, 경제성 확보도 필요하다. ◇선택지 4: 생태계 보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설 부서이지만 기존 환경부가 에너지 업무를 흡수하는 모양새여서 기존 환경부가 해온 역할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 산림·하천·해양 생태계 보전과 장기적 환경 서비스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전 부지를 확보하거나 송전망(에너지 고속도로)을 설치하는 것이 어려워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생태계 보존에만 매달릴 경우 기존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당연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0년 40% 감축, 2050년 순배출 0) 달성도 차질을 빚게 된다. ◇해법: “선악의 문제로 봐서는 안 돼" 네 가지 요소 중 하나에만 매달리면 나머지 세 가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보존에만 신경 쓰면 전력 불안정과 기후목표 미달이라는 문제가 생긴다. 화석연료를 고수하면 기후정책과 대기정책, 국제 경쟁력 붕괴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일변도라면 전력망 불안정과 생태계 훼손, 원전 홀대론으로 갈등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원전을 확대하면 핵폐기물을 둘러싼 갈등과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네 요소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다. 단기 공급 안정과 장기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세밀한 전략 없이는 4중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에너지융합학과 석좌교수는 “에너지 문제를 선악의 문제, 정치적 이슈로 볼 것이 아니라 폭넓게 국민의 동의를 얻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 순위의 문제, 상대적이고 선택이 가능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환경회의를 통해 9만8500명의 시민 의견을 들었다"면서 “국민 주권 정부라는 타이틀에 맞게 국민의 의견을 듣고, 때로는 차분히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청회를 하더라도 제대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레마의 순기능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전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는 “진흥과 규제를 한 부처가 맡으면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규제로 인해 혁신이 나오는 등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에너지와 환경을 다른 부처에서 각기 맡았지만 크게 나아진 게 없었던 만큼 이번처럼 합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면서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룰 수도 있고, 원전 수명 연장 논란이나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풀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E칼럼] 철강산업 탈탄소화, 값싼 수소가 필요하다

열역학법칙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열역학 제 2법칙은 에너지 이동에 대한 법칙으로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방향으로만 에너지는 이동한다.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한다'는 대표적인 원리가 제 2법칙이며 이는 비가역적 현상이다. 그래서 제 2법칙을 어기는 에너지 전환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위배하면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사기꾼일 확률이 100%이다. 운동을 시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대부분의 방법은 열에너지를 만들어서 운동을 시켜서 무언가를 생산하고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 탄소(C)+산소(O2), 그리고 불꽃 정도만 가지고 거의 공짜로 열에너지를 만들고 그 열에너지로 물을 끓이고 증기터빈을 돌리고 기계를 움직여서 무언가를 생산하며 발전한 게 인류의 역사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지상 최대의 글로벌 문제가 되면서 이제는 이렇게 값싼 방식으로 열에너지를 얻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새로운 열을 만들어줄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고 그것이 무탄소로 이루어져야 한다. 즉 재생에너지이거나 원자력이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으나 이는 모두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야만 사용이 가능하고 1,600℃가 넘는 고온을 이용하는 산업분야를 청정화 하는 것은 새로운 열원을 찾는 과정이며 결국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된다. 전통적인 철강생산 방식은 석탄을 환원제로 사용해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한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철강산업이 탄소 다배출 산업으로 분류되는 주된 이유다. 글로벌 탄소중립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철강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14~18%를 차지하는 철강산업에게 2050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됐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궁극적으로는 탄소(C)를 태워서 열을 내지 않고 환원작용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수소(H2)가 있어야만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할 경우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생성되어 탄소배출을 85~95%까지 줄일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2030년까지 8천억 원을 투입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50년까지 국내 철강업계의 '녹색 철강' 생산에는 연간 포스코만 해도 350만 톤, 현대제철은 150만 톤 규모의 수소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 철강산업은 이런 상황에서 값싸고 청정한 수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단일 산업군이 필요로 하는 규모로는 압도적으로 크며, 단순한 실험적 도입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수소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공급 체계 마련이 철강산업 탈탄소 전환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현재 원자력 발전의 무탄소 전력과 열을 활용해 생산되는 수소를 핑크수소라고 부른다. 글로벌 핑크수소 시장은 2024년 270억 달러에서 2033년 2,870억 달러로 연평균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원자력 전기를 활용하면 현재 국내 기술 기준으로 kg당 약 5,000원 수준에서 생산이 가능하지만 추가적인 정부의 지원을 통하여 3,000원까지 가격을 인하해야만 국내 철강사는 해외랑 경쟁이 가능해진다. 이미 울진 등을 중심으로 핑크수소와 철강산업을 연결하는 클러스터 구축이 시도되고 있다. 송전망보다는 쉬운 수소 파이프라인 인프라 구축, 이미 실증이 진행 중인 기술적 성숙도, 수소 생산지와 산업단지와의 클러스터화 등을 통해 충분히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철강의 탈탄소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풀어야할 숙제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는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산업의 생존 문제다. 이는 탄소 배출 감축뿐 아니라 고품질 강재 생산이라는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안정적 공급, 경제성, 환경성을 모두 갖춘 저렴한 수소공급을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만 한국 철강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공장을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유지하고 글로벌 저탄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조홍종

창립 70주년 삼천리그룹, 백년기업 향한 새로운 도약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삼천리그룹은 도시가스, 열, 전기 등 국민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수기업으로 거듭났다. 창립 이래 연속 흑자 기록과 상장 이후 연속 배당 등의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기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삼천리는 현재 다방면에서 전도유망한 신규 사업을 지속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제 삼천리는 에너지환경, 생활문화, 금융에 이르는 모든 방면에서 사업을 조화롭게 추진하며 미래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환경 부문에서 주축이 되는 도시가스 사업은 삼천리가 경기도 13개 시, 인천광역시 5개 구의 335만여 고객에게 연간 38.5억㎥에 이르는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의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이다. 총 8188km에 이르는 단일 기업 최장 배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중 안정적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특히 도시가스 판매량 중 산업용 비중이 계절과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가정용 비중과 균형을 이루어 안정적인 매출을 시현하고 있다. 또한 업계 리딩 컴퍼니로서 최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철저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여 도시가스 안전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집단에너지 및 발전 사업에서는 삼천리 광명열병합발전소가 광명역세권지구 및 소하·신촌지구 등지에 냉·난방용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집단에너지 전문 기업인 휴세스와 안산도시개발이 지역주민이 사용하는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아울러 민간 발전 기업인 S-Power(에스파워)가 안산복합화력발전소에서 저탄소 연료인 LNG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며 국가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삼천리ES는 고객이 깨끗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자원순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삼천리ENG는 도시가스 배관과 열수송관을 시공하는 엔지니어링 사업을 통해 원활한 에너지 공급을 돕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삼천리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축적해 온 전문성을 살려 연료전지 사업, 탄소배출권 개발 사업, 친환경 차량 충전 사업 등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으로 생활문화 부문 역시 활발히 전개 중이다. 외식 사업에서는 모던 중식당 'Chai797', 홍콩 대중음식점 '호우섬', 한우등심 전문점 '바른고기 정육점', 직화구이 전문점 '서리재'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며 국내 외식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중식과 한식을 운영하며 쌓아온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식에도 새롭게 진출해 최근 도쿄 3대 스시로 이름난 '이타마에 스시'를 국내에 론칭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외식과 호텔을 운영하며 글로벌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자동차 딜러 사업에서는 BMW 공식 딜러사인 삼천리 모터스가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BMW 신차 및 BPS(BMW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과 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전기차인 BYD 공식 딜러사로 삼천리EV가 출범하면서 목동, 송도, 안양 전시장을 오픈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금융 부문에서는 에너지 전문 자산운용사인 삼천리자산운용이 전통적 에너지 자원은 물론 신재생 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각종 에너지 상품에 특화한 투자·운용에 나서고 있으며,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신기술사업금융업자로 출범한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혁신적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데 나서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삼천리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삼천리그룹은 지역사회와 고객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풍요로운 삶을 선사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에 노력할 예정"이라며 “지난 70년을 넘어 백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다지는 데 주력 중인 삼천리그룹은 유망한 시장과 산업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지속성장하는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금융투자자가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 비자 같은 시급하고 중대한 현안이 마구 밀려왔는데, 그 와중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눈앞에 와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에 따라 기후 위기와 국제 협약에 적극 대응한다는 긍정적 시각과, 에너지 분야의 부처 간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한다. 또한 중국의 제조업 굴기에 따라 국내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중후장대 산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정책과 산업정책의 분리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있다.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금융투자자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녹색금융에 기여하고 정부 정책의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전 정부 시기에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며, 소형모듈형원전(SMR)이나 대형 원전이 본격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점은 2035년 이후다.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자율주행차 산업은 전력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울 텐데, 전력 부족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철이나 석유화학 업종의 부진으로 전력 수요를 상쇄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렇기에 무리하게 기존 계획을 뒤엎기보다는 로드맵을 유지하되 재생에너지 목표의 조기 달성을 모색하는 편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요구된다. 전체 발전을 100% 재생에너지로 바꾸어 RE100을 달성하더라도, 철강·금속 등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열 에너지를 모두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의 기술과 역량으로는 2050년에 전체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Net-Zero)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 및 실증에 힘써야 한다. 따라서 현재 관점에서 경제성이 낮아 보이는 수소, 암모니아, 탄소포집·이용·저장(CCUS)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화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른바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공공 및 민간 벤처캐피털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위기에 놓인 철강·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탄소 녹색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특히 녹색채권과 녹색여신)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대선 공약에서 강조된 2040년 석탄화력발전 폐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시장의 힘을 활용해 무탄소 발전으로의 전환과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모든 일을 공공만으로 감당할 수 없으니, 민간 금융과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산업 및 에너지 전환에 투자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에 대한 정책적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신속히 제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확신과 신호를 주어야 한다. 금융투자자는 구호보다 구체적인 결과, 정치보다 안정적인 정책, 돌풍 같은 인기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선호한다. 양대 강대국이 한국에 경제적·산업적으로 막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모두가 위기를 말한다. 바로 이 시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다. 전환과 혼란의 시대에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출범이 “이 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할 만큼, 공공과 민간 자본을 조직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순발력 있는 전략 수립과 이행이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금융투자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모습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환경부, 신규 댐 14개 중 절반 중단…‘기후대응’ 이름도 박탈

환경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4개 신규 댐 가운데 7곳의 건설 추진을 중단한다. 신규 댐에 붙였던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부가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댐 건설 계획 자체를 문제 삼으며 뒤집은 만큼, 애초에 이런 정책이 왜 추진됐는지에 대해서도 감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 28일 신규 댐 관련 브리핑을 열고 수입천댐(양구), 단양천댐(단양), 옥천댐(순천), 동복천댐(화순), 산기천댐(삼척), 운문천댐(청도), 용두천댐(예천) 등 7곳의 건설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7개 댐에 대해서도 기본구상 단계에서 용도·규모·사업비 등을 철저히 검토할 계획이다. 14개 신규 댐 중 7개 댐의 추진이 중단되면서 당초 약 4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던 총사업비는 약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전 정부에서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14개 신규 댐 건설을 홍보했으나, 기후위기에 따른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인 소규모 댐 여러 개를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역에서 요구하는 물 수요에 대한 정밀한 대안 검토 없이 댐을 계획하거나, 하천 정비 등 다른 대안보다 댐 건설을 우선적으로 추진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후대응댐은 추진할 때부터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환경단체로부터 이름이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비판 받아왔다. 댐이 실제로 기후대응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음에도 홍보를 위해 이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당시 환경부 장관 후보자 시절 청문회에서 기후대응댐에 대해 “너무 뭉뚱그려서 표현한 거 같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신규 댐 중 일부는 과거 주민 반대로 철회됐음에도 무리하게 재추진된 경우도 있었다"며 “댐 추진계획을 발표한 뒤에야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지역 사회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수력원자력의 양수발전댐이나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용 저수지를 홍수 조절 대안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면밀히 검토되지 않았다"며 “이처럼 사업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과도한 사업 추진은 정부 재정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댐별 추진 중단 사유를 보면, 수입천댐(양구)·단양천댐(단양)·옥천댐(순천)은 지역 반대가 심해 전 정부에서도 이미 추진이 보류된 곳이다. 동복천댐(화순)은 기존 주암댐과 동복댐 사이에 신규 댐을 건설하는 계획으로 주민 반대가 심했다고 판단됐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식수 전용 댐인 산기천댐(삼척)은 국고 지원이 불가한 사업임에도 전 정부에서 무리하게 국가 주도 계획에 포함시켰다고 분석됐다. 용두천댐(예천)은 주변 양수발전을 활용하는 대안이 가능하고, 운문천댐(청도)은 하류 정비를 통해 댐 건설 외의 대안이 더 적절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댐 건설 계획이 수립된 점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 댐이라고 얘기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의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의 정책 결정과 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정부 내에서 감사원 감사 등과 관련한 절차를 통해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장박원 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념에 갇히면 망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0월 1일 드디어 닻을 올린다. 기후 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모두 총괄하는 부처의 필요성은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며 오랜 기간 논의가 이어졌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에너지 조직과 환경부를 합치려는 입법 활동이 시작된 건 2012년부터다. 이때부터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부처의 지배구조(거버넌스) 개편과 관련한 법률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규제 부처인 환경부와 에너지 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조직이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기후 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론에 에너지 안보가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을 앞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인공지능(AI) 사용이 확산하면 에너지 수요가 폭증할 텐데 환경 문제에 매달리다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고 과거 정부처럼 전기요금을 억지로 묶어두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의 투자 여력이 급속이 떨어지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정부도 이런 걱정이 현실이 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기후 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의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책을 놓고 이념 전쟁을 하면 안 된다.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전도 있는 건 써야 한다. 저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서 환경부를 갖다 붙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에너지부, 에너지 차관, 환경부서, 규제부서, 환경 담당 차관이 한 부서 안에서 막 갑론을박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것하고 아예 독립 부서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는 거 하고 어떤 게 낫나. 에너지 분야는 내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시간 절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근거로 전기차 보조금을 예로 들었다. 환경부 주도로 보조금을 주었더니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 보존 측면만 생각해 보조금을 지급한 결과다. 만약 환경과 산업 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이 같은 부처에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렇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다. “에너지와 기후 환경 정책을 지금처럼 따로 놔두면 안 된다. 차라리 에너지 담당 부서와 환경부서가 그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게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논리는 그럴 듯하지만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정책 담당자와 기후 환경 담당자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든 조직에서는 파워 게임이 벌어진다. 이권을 놓고 다툰다. 이견을 가진 두 집단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국 가장 큰 권력을 쥔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정부 부처에서는 장관이 최종 결정권자다. 장관이 누구냐에 따라 에너지와 기후 정책은 일방적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만약 장관이 기후 환경을 중시하는 전문가라면 에너지 안보가 소홀해질 수 있다. 에너지부와 환경부를 합친 유럽 국가들이 바로 이런 문제로 어려움에 겪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했다 . 미래 세대와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기후변화로 지구촌이 홍역을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탄소 중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탄소 중립이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있지는 않다. 꼭 가야 할 길이지만 국민 안전과 생명, 국가의 번영을 희생하면서까지 밀어붙여야 하는 지고지순의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후 이념'에 갇혀 에너지 산업을 등한시하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삶이 위협받을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기후 환경과 에너지 조직을 하나의 부서로 합쳐 실패했던 유럽 국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책을 놓고 이념 전쟁을 하면 안 된다. 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성공으로 이 말을 증명해야 한다. 장박원 기자 jangbak@ekn.kr

국회예산정책처, 수송분야 탄소 감축 위해 탄소세 도입 제안

국회예산정책처가 수송 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해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9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 조세정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탄소세 도입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약 9390만톤 감축했으나, 2030년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추가로 1억2700만톤의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송부문의 경우 2018년 이후 감축 실적이 1.7%에 그쳐 저조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탄소 감축에 효과적인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휘발유 대비 경유 세율 비율(탄소배출량 기준 환산 시 51.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60~80%)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탄소가격 기능이 약화돼 있다는 평가다. 조세 지원 측면에서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개별소비세·취득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 지원이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보급 성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021년 10만대에서 지난해 14만7000대로 1.5배 증가에 그쳤고, 올해 6월 기준 전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 중 전기·수소차 비중은 3.1%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기 위한 탄소세 도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행 유류세 중 기후대응기금에 배분되는 7%에 탄소배출량을 연동한 세율(탄소세율)을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이 경우 초기 탄소가격은 톤당 약 1만6500원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톤당 1만6500원 수준의 탄소가격을 2035년까지 국제 평균 수준인 6만7200원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수송 부문 배출량은 기준선 대비 2026~2035년 10년간 약 4.8% 추가 감축되고, 같은 기간 세수는 총 13조7000억 원(연평균 1조37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탄소세는 단기적으로 무공해차 확산에 따른 세수 공백을 보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배출 비용을 높여 감축 유인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연료비 상승은 기업의 물류비·운영비를 높여 부담을 키울 수 있고, 이 비용의 일부가 최종가격에 전가돼 가계의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세 수입은 무공해차 전환, 충전 인프라 확충, 저소득층 유류비 부담 완화, 경유차를 이용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전환 이행 지원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고려한 합리적 세율체계 마련 △저탄소 투자 및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지원 강화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 관련 제도와 세제의 보완적 연계 강화 등의 개선 과제도 제시했다. 지난 24일 개최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설정 토론회에서 환경부는 유럽연합(EU)처럼 오는 2035년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수송 부문의 감축안 중 하나로 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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