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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담 큰 전기요금 인상…李대통령은 진짜 할 수 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온실가스 감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반대로 물가 상승, 산업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다. 이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도 전기요금을 함부로 올리지 못했었다. 이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에 방점을 찍고 요금 인상을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증권거래세, 사면 이슈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과연 실제로 요금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올해 안에 UN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준비 상황을 점검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기요금과 온실가스 감축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산업부문에선 에너지효율 저감 분야에 투자해야 하고, 에너지부문에선 저탄소 내지는 무탄소 에너지 보급이 대폭 확대돼야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대규모 투자는 단가에 반영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한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전력산업 도소매 사업자이자 송배전망 운영자이다. 전력화가 중요한 탄소중립에서 핵심 위치에 있다. 하지만 한전은 총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등 매우 열악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보급에 핵심인 송배전망 투자와 재생에너지 보급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한전 재무가 건실해져 탄소중립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기요금(152.8원/kWh)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178%), 프랑스(254%), 영국(306%)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며, 반대로 캐나다(64%), 대만(84%)보다는 높은 편이다. 또한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kWh당 약 150원으로, 일본(280원), 독일(430원), 미국(180원), 프랑스(210원)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전기요금 인상의 가장 큰 쟁점은 시기와 방식이다. 전기요금은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거철에는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이전 정부들은 전기요금을 섣불리 올리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큰 선거는 2026년 6월 3일 전국지방동시선거와 2028년 4월 12일 23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다. 선거일까지 공백기간이 있는 만큼, 이 정부는 이를 활용해 요금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은 크게 가정용과 산업용으로 나뉜다. 이전 정부는 표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가정용은 동결하고, 산업용만 계속 인상해 왔다. 실제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부터 산업용 전기료만 2년 연속 올리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은 70% 가량 급등했다.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료가 37%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산업용만 추가 인상할 경우 기업 경영난이 심화돼 공장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가정용을 포함한 전면적 인상은 민심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정부의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한전이 아닌 전력도매시장에서 직접 전기를 구매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한전 이탈을 부추겨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 2050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미 '에너지고속도로'와 RE100 산업단지 조성, 대규모 해상풍력과 영농형 태양광 같은 프로젝트에 10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출력 변동성으로 인해 전력망 보강,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계통 안정화 비용이 필수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직결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요금 전반 인상을 통한 한전 재정 현실화 △가정용 요금 동결 또는 최소 인상을 통한 민심 부담 최소화 △산업용 요금 동결로 산업계 경영난 완화 중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며 “어떤 선택을 하든 정치적·경제적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강조한 '성장 회복과 민생 회복'의 균형점이 전기요금 정책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국내 유일 건설 중인 낙월해상풍력에 가다…“전남 배후항만 턱없이 부족”

“전남 지역에는 배후항만이 목포신항만밖에 없어 해상풍력 기자재를 나를 곳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해상풍력 활성화를 위해 배후항만시설을 확충하는 게 시급합니다." 최민석 영광낙월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공사 현장소장은 지난 14일 전남 영광 해상에 위치한 낙월해상풍력단지 현장을 직접 찾은 기자들에게 이같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장은 낙월해상풍력에 필요한 기자재를 조달하기에는 목포신항만으로 가능하지만, 앞으로 전남 지역에 해상풍력 사업이 더 생기려면 추가 항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장 관계자들은 배후항만이 신설되지 않으면 목포신항만이 해상풍력 기자재로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상풍력 기자재를 육상에서 다 확보해놔도 배로 싣고 갈 수가 없다는 의미다. 낙월해상풍력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건설 중인 해상풍력 발전사업이다. 다른 해상풍력 사업은 계획만 나와왔지 아직 착공을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은 총 2조30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갔다. 올해 말 100MW 규모로 부분 상업운전을 시작하고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낙월해상풍력의 설비용량은 총 365메가와트(MW)로 5.7MW급 풍력발전기 64기를 구축한다. 설비용량만으로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 한기 용량과 같다. 전남 광주송정역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신안 임자면 하우리항에서 배를 타고 또 한시간을 가야 낙월해상풍력단지 공사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날씨는 맑았지만, 파도가 많이 쳐 배가 크게 흔들렸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거친 파도 탓에 설치선들이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대신 상부구조 설치선인 '한산 1호'가 홀로 손님들을 반겨줬다. 한산 1호는 설치선이긴 하지만, 겉으로 봐서는 석유시추시설처럼 고정된 구조물로 보였다. 한산 1호는 높이만 120m로 아파트 40층 높이와 맞먹는다. 낙월해상풍력 현장에는 현재 풍력발전기가 세워질 곳곳에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MP)'이 설치된 상태다. MP 위에다가 타워와 터빈 등을 올려 풍력발전기를 완성한다. 한산 1호가 각 MP마다 이동해서 풍력발전기 설치를 돕는다. 현재 낙월해상풍력은 공정률이 56%인데 하부구조물만 바다에 설치돼있어 공정률이 실감 나지 않았다. MP는 바다 멀리서보면 높아 보이지 않았다. 최 소장은 현재 목포신항만 및 군산컨테이너부두에 터빈, 타워, 블레이드, 또 다른 하부구조물인 TP가 일부 제작돼 대기 상태라고 설명했다. 낙월해상풍력 현장 근처에는 육상 변전소가 있는 송이도를 볼 수 있다. 송이도는 유인섬으로 현재 일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현장 관계자들도 약 100여명이 머무르고 있다. 낙월해상풍력은 아직 불확실한 해상변전소보다는 섬에 변전소를 설치해, 육지로 생산한 전력을 나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낙월해상풍력 사업 지분은 명운산업개발이 72%, 태국회사인 비그림파워가 28%를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국회사가 중국계라고 정치적 공격을 하기도 한다. 중국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에너지 안보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낙월해상풍력 측은 비그림파워가 중국계가 아니라 반박하고 낙월해상풍력 사업에 다수 국내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현장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사 중인 해상풍력 사업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최 소장은 “낙월해상풍력 사업에는 포스코를 포함해 전남 소재 1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비용량 100MW 급의 총사업비 1조원 이상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은 해외금융 조달 위주로 진행된다"며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의 선도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막판 조정 중…산업부 “석유·가스는 남겨 달라”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신설' 방안에 대한 발표가 빠진 것은 '산업과 에너지의 분리는 신중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속적인 요청과 함께 부처 간 업무 조정, 산하기관 이관 문제 등 세부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특히 아직 일차에너지 소비 중 화석연료 비중이 80%인 상황에서 에너지안보와 직결되는 석유, 가스만큼은 산업부가 챙기겠다는 의중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신설 사안에 정통한 한 정부 관계자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 기능 이관 범위와 산하기관 배치에서 이견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력·원자력은 환경부, 가스·석유는 산업부라는 '절충안'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은 총 44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원자력·전력 등 에너지 관련 약 30개 기관이 환경부 또는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력한 이관 대상 기관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공기업,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등이 거론된다. 반면 에너지안보와 관련이 깊은 전통 에너지 및 자원산업을 맡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존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안보 분야까지 기후환경 부처에서 맡게 되면 자칫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일차에너지 소비량 3억944만TOE 중 석탄은 6798만TOE, 가스는 6106만TOE, 석유는 1억2133만TOE로 화석연료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 수준인 80.9%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물론 산업계와 에너지업계는 일관되게 “산업과 에너지를 분리하는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산업계의 주요 논리는 제조업 경쟁력은 전력 비용과 직결되며, 원자력·가스·석유 등 에너지원 정책은 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산업부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탄소중립 목표,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부 중심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과 맞부딪히며, 최종안 도출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가에서는 기획재정부와 검찰 조직개편안 등 다른 구조개편 논의가 우선 확정된 뒤, 기후에너지부 문제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결론이 나지 않고 2026년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경제, 강찬수 기후환경전문기자 영입

오랫동안 언론과 사회단체에서 환경 전문가로 일해 온 강찬수씨가 본지 기후환경전문기자(국장)로 18일부터 활동한다. 강 전문기자는 서울대 미생물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취득하고 1994년부터 2023년까지 30여년을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환경팀장과 논설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후 환경신데믹연구소장, 환경안전건강연구소 부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최근까지 환경단체를 이끌며 환경보호에 앞장섰다. 그밖에 △서울시 녹색시민위원회 위원 △한국환경기자클럽 회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자문위원 △서울시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기상청 기상업무 혁신리더위원회 위원, 홍보소통 자문위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위원 △산림청 자문위원, 국립산림과학원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과 물(2008년 공저)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2004년 공저) △에코사전(2014년) △녹조의 번성(2023년) 등이 있다. 주요 상훈으로는 △1998년 세계환경의날 대통령 표창 △1999년 한국언론상(기획취재팀) △2009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지속가능경영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대상 △2016년 물의날 국민포장 △2018년 한국신문상 △2022년 한국과학기자협회 대한민국과학기자상, 한국기후변화학회 기후변화언론인상 △2023년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 환경재단 2023 세상을 밝게 한 사람들 등이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폭염, 녹지접근격차 해소가 중요하다

무더위의 끝자락이라는 말복도 지났지만 날은 여전히 덥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으면 폭염이라고 정의하는데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 폭염특보 일수는 20일 이상으로, 1994년 이후 최장 기록에 근접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7월 한달 동안 발생한 폭염일수는 15일로, 이틀에 하루 꼴로 무더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 폭염일수인 7.4일에 비해 2배나 많다. 도심의 기온은 열섬효과에 의해 인근 교외보다 2~3도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낮 동안 가열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밤새 열을 방출하여 밤에도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된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올 해 8월 초순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387명이며 이 중 21명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는 폭염이 여름 한때 발생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폭염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도시 녹지공간 확충과 그린벨트 보존이 자주 언급된다. 도시를 둘러싼 숲과 도시 속 녹지는 기온을 낮추고, 신선한 바람길을 형성해 열섬 완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그린벨트 면적은 지난 10년간 약 150㎢로, 시 전체 면적의 24.6%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작년 8월 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를 명목으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크다. 논쟁의 핵심은 간단하다. 한 번 해제된 그린벨트는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이 이루어진 부지는 다시 숲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도심의 기온 상승과 폭염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당장은 주택 공급과 도시개발이라는 경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한편, 녹지공간을 물리적 측면에서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점 외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 바로 '녹지접근성 격차(green space accessibility gap)'이다. 이는 도시 내에서 녹지공간, 즉 공원이나 숲 등에 대한 접근성이 지역이나 사회 계층에 따라 차이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유럽의 폭염 피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유럽 폭염 피해자의 다수가 녹지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도시 전체의 녹지 총량보다 특정 지역 혹은 특정 계층의 녹지 부족이 폭염에 따른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 나타났다. 관련하여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도시 전체 녹지 비율을 높이는 것보다, 녹지가 부족한 지역과 계층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연구원 분석 결과, 고소득 지역일수록 대형 공원이나 숲이 가까이 있고, 녹지 관리도 잘 되어 있다. 반면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녹지와 거리가 멀고, 규모나 관리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폭염이 발생하면 이 격차가 곧 생존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녹지 가까이 거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폭염에 대해 적응하기가 쉽고 폭염피해도 작게 된다. 반면 녹지접근성이 낮은 사람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폭염이 발생한 경우, 녹지가 부족한 지역의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도시의 녹지공간 확보는 필수 요소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 평균 녹지율이 높아도, 취약계층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녹지가 부족하면 폭염 피해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맞춤형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더 자주 발생하고 강도는 심해질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 역시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그 피해의 크기와 분포는 바꿀 수 있다. 기후변화시대, 폭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녹지의 총량 확대 못지않게 녹지에 대한 접근성 차원에서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벨트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민 누구나 걸어서 닿을 수 있는 녹지를 보장하고 충분한 녹지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폭염 피해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조용성

상반기 석유·석탄 소비 감소세 뚜렷…천연가스는 증가

올해 상반기 전반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감소한 가운데, 화석연료 소비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탄소배출이 많은 석유와 석탄은 크게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탄소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소비는 증가세를 보였다. 16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4억5825만9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4.2% 감소했다. 제품별로 보면 경유와 LPG 소비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경유 소비량은 7116만6000배럴로 전년보다 9.3% 감소했고, LPG 소비량은 6163만7000배럴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특히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휘발유 소비량도 감소했다. 휘발유 소비량은 4591만8000배럴로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벙커C유 소비량도 778만4000배럴로 전년보다 10.1% 감소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석탄 소비량은 무연탄의 경우 166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1.5% 감소했고, 유연탄 및 기타석탄의 경우 3101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7.1% 감소했다. 반면 석유,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 소비량은 증가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도시가스 공급량은 132억2099만4000㎥로 전년보다 5.6% 증가했다. 용도별로 보면 △가정용 67억5597만5000㎥로 전년보다 8.6% 증가 △일반용 10억8893만1000㎥로 전년보다 2.2% 증가 △업무용 5억5280만2000㎥로 전년보다 6.3% 증가 △산업용 35억5984만5000㎥로 전년보다 1.3% 증가 △열병합1 6063만2000㎥로 전년보다 5.3% 감소 △열병합2 1억1025만1000㎥로 전년보다 22.6% 증가 △열전용 1억3902만8000㎥로 전년보다 4.4% 감소 △수송용 3억4829만6000㎥로 전년보다 7.8% 감소 △연료전지용 6억523만4000㎥로 전년보다 16%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한국가스공사 판매량도 도시가스용 1089만9000톤, 발전용 799만6000톤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5%, 2.1% 증가해 총 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4월 일차에너지 소비량은 1억355만TOE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관세협상으로 증명된 산업·통상과 에너지 불가분…기후에너지부 신설 삐그덕?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과 10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발표하며 산업 전력망 확충에 방점을 찍었지만, 당초 발표가 예상됐던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신설 안은 빠졌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보고대회에서 방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장담했으나, 결과적으로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산업 및 통상과 에너지는 불가분 관계라고 주장하던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에서 이를 증명하는 활약을 펼친 것이 대통령실과 국정위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6일 정부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지난 13일 국정위의 대국민보고대회 발표에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신설 안이 발표되지 않을 것을 두고 이재명 정부가 환경·기후 정책 강화보다 산업 경쟁력 회복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산업 논리가 이번 국민보고대회 안건 조율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신설 논의가 뒤로 밀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경제적 우선순위가 제조업 위기 극복으로 이동하면서 탄소중립·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후순위로 밀린 모양새다. 이는 재생에너지 투자, 탄소배출권 거래제 강화, 산업별 감축 로드맵 수립 등 기존 환경정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정부·여당 안팎에서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산업과 에너지는 불가분 관계"라는 논리가 힘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일본, 유럽연합(EU)와 동등한 수준인 관세 15%를 부과받으며 대신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 및 1000억달러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또한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 에너지가 주요 논의 대상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7월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산업과 에너지는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된 불가분의 관계"라고 산업부 에너지 부문을 다른 부처로 편입되는 방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는데 그 발언이 이번 관세협상에서 일부 증명된 셈이다. 국내적으로는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이 중국산 저가 공세로 위기를 겪으며 일부 기업이 공장 가동 중단·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환경·기후 논리보다 산업 경쟁력 회복이 우선이라는 기류가 정부 고위층 내에 형성된 영향으로도 풀이된다. 환경부와 산업부 실무진은 이미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신설을 전제로 조직 개편안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부처 개편 논의는 기획재정부·검찰 개편이 확정된 이후에야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초 이 대통령의 기후에너지부 신설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산업계·에너지 업계는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오는 만큼 올해를 넘겨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국회 입법조사처가 12일 발간한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는 환경부의 기후대응 기능을 산업부가 흡수하는 '제3안' 가능성도 나왔다. 주로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흡수하는 제1안과 환경부 기후 기능과 산업부 에너지 부문을 합치는 제2안 등 '기후에너지부 재편·신설안'이 주로 논의된 것과 대비하면 이례적인 제안이다. 한편, 국정위는 13일 산업 전력망 혁신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에너지고속도로'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주요 산업단지·데이터센터를 직결하는 국가 전력 인프라 확충 사업으로, 호남권을 전력망 혁신의 중심지로 육성한다. 재원은 10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마련하며, 민간자본 매칭 방식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활용한다. 투자 대상에는 △송전망 확충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해상풍력 단지 △영농형 태양광 △'햇빛·바람 연금' 기반 RE100 산업단지가 포함된다. 국정위가 제시한 '에너지고속도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산업단지·데이터센터를 직결하는 전력망 사업이다. 호남권을 전력망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민간자본 매칭 방식 투자로 송전망·AI 전력인프라·해상풍력·영농형 태양광 등을 확충한다. 명분상 '탄소중립과 AI 시대 동시 대비'라고 했지만, 구체적 사업 구조는 산업 수요 대응과 전력안보 강화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 우선 기조를 지속할 경우 제조업 경쟁력 회복, 전력 인프라 확충 속도는 빨라질 수 있으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시한(2030·2050) 차질이 예상된다. 한편 환경 논리가 반등할 경우 기후에너지부 신설 재추진,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배출권거래제 등 산업계 탄소감축 의무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에너지고속도로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연계해 산업 경쟁력 회복·환경정책 목표 달성 균형 모델을 도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결국 이번 논쟁은 지금은 환경보다 산업인가, 아니면 산업과 환경을 동시에 끌고 갈 해법을 찾아야 하는가라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방향성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는 산업 인프라와 기후정책의 '투트랙' 접근보다는 당분간 산업 쪽으로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다만 국정위는 에너지고속도로가 AI·탄소중립 시대를 함께 준비하는 전략이라고 강조한 만큼 향후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와 맞물려 정책 방향이 다시 조정될 여지는 여전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 대통령,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시사 “국민 동의 구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2035년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문제와 경제 문제는 따로 분리될 수 없다"며 “기후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또 “철강, 정유, 화학 등 일부 업종의 특수성도 고려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와 관련,이 수석은 “감축 목표를 시행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빨리 늘려서 (인상) 압력을 최소한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당장 올린다, 올리지 않는다, 언제 올린다, 이런 내용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고, 그럴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비하라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위해 t(톤)당 지불하는 비용이 평균 7.6달러로 중국(13.3달러)이나 유럽연합(70달러)에 비해 지나치게 낮으므로, 이를 인상해 기업이 자연스럽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유엔이 권고한 2035년 감축 목표 제출 기한(9월)을 지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초안을 갖고 정부 부처가 논의하는 상황이고 시민과 청년, 청소년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도 가져야 할 것 같다"며 “가급적 빠르게 진행하겠지만 그런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나아가면서도, 이를 기회로 삼아 에너지 분야의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탈원전 아니다’라더니… 국정위 국정계획엔 원전 ‘원’자도 없어

현 정부가 '탈원전 기조는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정작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민보고대회 자료와 보도자료에서는 원자력 관련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뿐만 아니라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계획도 빠졌다. 이번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산업거점을 연결하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을 통한 AI 3대 강국 도약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 신재생·디지털 인프라 계획이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러한 전력수요 확대 계획을 뒷받침할 기저전원 대책, 특히 원전 관련 구체적 언급은 전무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여러 차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특히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원전을 추가로 짓는 것은 지난 정부 때 11차 전기본을 통해 확정했다"며 “국민 공감이 필요하겠지만,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국정계획에서 원전이 통째로 빠지면서, 업계에서는 사실상 원전 비중 축소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발표된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에는 재생에너지·수소와 함께 원전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원전 비중 확대 △원전 10기 수출 △독자 SMR 노형 개발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당시 정부는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재정립"을 기조로, 에너지원별 균형 있는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원전업계는 국내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폭증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이 필수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유럽 등 주요국도 기저전원 확보 차원에서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국정계획에서 제외하면 기술·산업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AI를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AI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 전 세계 전력 수요가 현재의 2.5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지면서, 탈탄소 전원인 원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기반 전원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데, 무탄소이면서도 대규모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원전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IEA도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 역시 현재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전은 단순한 전력 공급원이 아니라 수출산업"이라며 “정책 의지 약화가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원전 등 개별 에너지원별 정책 방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부처 개편이 완료되면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재명 대통령 ‘공공기관 통폐합’ 공언…발전공기업 통합 탄력받나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비효율적인 국가예산 집행에 '칼'을 빼들면서 공공기관 구조조정론이 전력·발전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 숫자를 셀 수 없다"며 대대적 통폐합을 주문한 데다, 국정과제 추진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전력·발전 공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쓸 돈은 없다"며 재정난을 직격했다. 그는 국가 재정을 '농사에 필요한 씨앗'에 비유하며 “옆집에서 씨앗을 빌려와 가을에 한 가마 수확할 수 있다면 빌려야 한다"며 국채 발행 필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어 공공기관 개혁과 관련해선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 대대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단순한 내부 개혁을 넘어 기관 수 자체를 줄이는 고강도 조치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발언 직후 에너지 업계에서는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 논의와 맞물려 발전공기업 재편 가능성이 다시 부상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등은 재생에너지 전담 '재생에너지청' 설립을 지속 주장해 왔지만, 여당 내에서는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쇄 과정에서 현재 5개 화력발전 공기업을 2개로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과거 한전이 발전·송전·배전·판매, 원자력까지 총괄하던 '수직통합 체제'로 회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는 발전 자회사 통합과 함께 한전의 기능 재편을 통해 효율성과 투자 여력을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산자위에서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비효율적 경영과 방만 경영, 중복 투자 문제가 지적되면서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전력산업 재구조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원자력발전 및 화력발전 축소, 신재생 발전 확대)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추진의 동력이었다.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년) 수립을 통해 2034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24기에서 17기로, 석탄화력발전소를 60기에서 30기로 줄이고 2050년에는 전면폐지를 선언했다. 석탄화력발전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한전의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의 통폐합의 당위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석탄화력발전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들은 2050탄소중립 목표에 따른 탈(脫)석탄·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기업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 분리 취지는 경쟁체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편익을 제공하기 위함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며 “현 정부가 '안전과 환경'이라는 가치를 강화하면서 탈원전·탈석탄, 신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 확대를 내세우고 공기업인 발전사들이 이에 부응해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따르려다 보니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경쟁만 늘어난 게 사실이다. 분리되긴 했지만 사업분야가 비슷하다 보니 통합해서 추진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공성을 위해서 발전공기업을 운영한다면 5개로 분할할 필요가 없었다“며 “지금 석탄화력발전 줄줄이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수소연료전지 발전 확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비율 이행 등 정체성도 모호하다. 발전사 명칭을 에너지정책수행공단으로 바꾸든가 민영화 하는 게 낫다. 한 곳만 매각되면 나머지 회사들도 줄줄이 민영화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민간발전사들은 LNG와 수소 육성 기조에 따라 LNG직도입 터미널을 구축하고 수소산업육성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발전공기업들은 탈석탄·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 수행에만 메달려 미래 먹거리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13일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 방향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최종 발표에서는 빠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한미 협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산업·에너지 불가분' 논리가 힘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통 제조업이 중국발 저가 공세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중립·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환경 논리보다 산업 경쟁력 회복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검찰 개편 등 다른 조직 개편이 확정된 이후에야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탄소중립·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환경 논리와 제조업 경쟁력 회복이라는 산업 논리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과 전력·발전 공기업 통폐합과 여부는 향후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물론 국내 발전산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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