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부동산PF)대출 부실화에 따른 건설업계 줄도산 우려가 새해 들어 현실화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우발채무에 발목을 잡혀 지난달 28일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지난 11일 채권단 75% 이상의 찬성을 얻어 가까스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태영건설이 진 부동산 PF관련 보증채무는 3조7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워크아웃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중견건설사 줄도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571에 달한다. 이는 2006년(581곳) 이후 17년만에 최고치이며, 전년도(327곳)와 비교해 68.5%나 급증했다. 대한민국 건설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중견·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부도나 부도위기로 내몰리는 것은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갑작스런 원가상승 등 공사비 불균형, 금리 급상승으로 인한 PF대출채무의 부담 가중,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이 주된 이유다. 이에 정부는 새해 첫날부터 건설산업 신속대응반을 꾸렸고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1·10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1·10대책은 주택건설과 공급,수요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주택건설활성화, 공급확대,분양 활성화 및 미분양 해소 등에 대한 해법을 담았다. 먼저 도심주택 공급의 확대를 위해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입안제안 및 정비구역지정과 정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 재건축을 신속히 진행하도록 했다. 또 재개발사업도 노후도 요건을 60%로 완화하고, 신축빌라가 있어도 사업에 착수가 가능하도록 해 사업 활성화와 공급확대를 꾀했다.신도시 등에서 올해 공공주택 14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2만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수요 진작을 위해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준공되는 소형주택에 대해 세제산정시 주택수에서 제외해 종부세, 양도세, 취득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특히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의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도 세부담을 완화해 미분양을 조기 소진하고, 국토부 예산 중 19조8000억원을 올해 1분기에 집중 투자해 건설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더불어 공적 PF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PF대출에 있어 건설사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불합리한 계약사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은 건설 활성화와 주택시장 수요공급 전반의 활력제고에 초점을 맞춘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하지만 대책 중 상당부분이 법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여야 합의도 필요한 만큼 당장 시행이 어려워 ‘발등의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절차의 경우 수혜 사업장은 사업초기단계에 있는 곳에 한정된다. 더구나 안전진단 폐지로 5년 정도 기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1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에 비춰보면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축 소형주택에 대한 세제 완화 역시 내집 마련이 시급한 신혼부부나 금전적 여유가 없는 대다수의 무주택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일 수 밖에 없다. PF대출 보증과 지원확대방안은 수익성 자체가 떨어지는 사업장에 보증과 지원을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어서 현실적으로 회생이 가능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을 선별해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고금리와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다수의 사업장이 보증과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최근의 건설산업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점은 큰 진전이다. 관건은 이번 1·10대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제때, 제대로 시행돼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제시한 대책에 대해 정교하고 치밀한 시행동력을 만들어 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