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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세사기 피해자를 두고 갈리는 시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08 14:00

김준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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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기자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 구제 후 회수' 방식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피해 구제액을 두고 정부와 피해자 단체가 추산하는 금액이 터무니 없이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선 구제 후 회수'를 실행하면 3조~4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말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약 48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구제액이 갈리는 이유는 국토부는 회수를 생각하지 않는 전액을 예상하는 것이고, 피해자 단체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자 50%를 가정했을 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스스로에게 유리한 차원에서 수치를 내다보니 여론도 입맛 따라 갈리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2030세대인 만큼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한시바삐 일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본인이 잘못해서 사기를 당한 것을 국가가 왜 책임져야 하느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는 구제를 못 받는데 왜 전세사기만 구제를 받느냐는 질타도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한다.


피해자들은 하루 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기자가 통화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늘 정신클리닉에 가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여전히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삶의 의욕이 떨어져 스스로에게 욕을 하며 자신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피해자가 자괴감에 시달리게 한 것은 정부와 야당 모두의 탓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선 구제 후 회수'인데 정부는 재정 건전성 문제를 이유로 '선 구제'에 소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추후 임대인에게 어떻게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전세거래는 사인간 거래이기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전세는 정부가 대출을 지원하고, 보증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목표 하에 하루빨리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과 협치해서 '선 구제 후 회수'의 구체적 기준을 시급히 설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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