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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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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對美·對中 수출 '변수' 대응이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24 08:06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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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지난해 12월 미국이 중국을 넘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다시 부상하면서 향후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어느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113억달러로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이 됐다. 월간 기준으로 미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국에 오른 것은 2003년 6월 이후 20년 6개월 만이다. 대 미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 비해 대 중 수출은 줄어들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도 낮아지며 대 중국 의존도가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중 수출은 전년에 비해 19.9% 줄어든 1248억4000만달러로,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2022년 22.8%에서 지난해 19.7%로 줄었다. 반면 대 미 수출은 1157억2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4% 늘어 대미 수출 비중이 18.3%까지 확대됐다. 대중-대미 수출 비중은 1.4% 포인트로 좁혀졌다. 대중 수출의 감소는 중국의 경기 둔화와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수출 부진의 영향이다. 이에 비해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와 대비 수출비중 확대는 자동차, 기계, 이차전지의 수출 호조세에 힘입었다.

미국이 20여년만에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자리를 꿰차면서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넘어서는 현상이 일시적인지,아아니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일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대미 수출액의 2배를 웃돌았다.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포함하면 무려 3배에 달했을 정도로 중국의존도가 높았다. 그렇다면 왜 갑작스럽게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을 초과하게 됐을까. 단순히 볼 때 대중 수출이 급감한 데 비해 대미 수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 감소 요인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투자 감소, 중국산 원자재 및 중간재의 한국산 대체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반도체 수출의 급감이라 할 수 있다. 반도체 수출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1위 품목일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중국은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물량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출액 자체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중국(홍콩 우회 수출 포함) 반도체 수출액(MTI3 기준)은 2022년 715억달러에서 지난해 542억 달러로 급감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반도체 가격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10월 저점을 찍고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대중국 수출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가격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전망이어서 대중국 수출은 다시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대 중국 무역수지도 흑자로 다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는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투자 증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및 배터리 부문에서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한국계 기업들이 반도체와 전기차 및 배터리 부문의 중간재를 수입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유관 부문 보조금이 10년 정도 예정되어 있어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관련 부분의 중간재 수출도 덩달아 증가할 전망이다. 물론 미국 대선에서 어느 진영의 후보가 당선되느냐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수입 통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실제로 수입통제가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는 어부지리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를 대체할 기회를 갖게 된다.

현 시점에서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 될 것인가를 논하기에는 상당히 변수가 많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앞으로는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 투자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냐 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변수들에 대처하기 위한 모니터링과 대응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나아가 어느 시장에 더 집중하느냐 하는 논쟁보다는 양대 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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