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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성장 없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물론이다. 개개인이 밥만 먹으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성장이 멈춘다면 한국 사회는 아무런 희망도 가지지 못한다. 경제 활력이 없어지면서 성공의 기회도 없고, 거시적 지표인 경제성장률이 국내 투자수익률과 같이 움직인다고 보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도 없다. 개인도 기업도 모두 해외로 나가려고만 한다. 그래서 저성장을 버티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이 커야 한다. 아니면 일본처럼 1970∼1980년대 쌓아 놓은 부(富)가 있어 그것을 까먹으며 버티거나, 자국 통화가 국제결제통화여서 발행된 채권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사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성장을 극복할 방도는 없을까. 원칙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하고 그도 안되면 기술혁신을 통해 선진국형 성장 구조로 가야하는게 맞다. 그러나 실제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그렇다면 무언가 핀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경제 전체를 볼 것이 아니라 미시적으로 접근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산업별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국가 경쟁력을 비교할 때 흔히 노동생산성을 사용하는데 한국생산성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당 노동생산성은 PPP(구매력평가) 기준 전 산업이 G7 평균의 86% 수준에 불과하지만, 제조업은 G7 평균의 122%에 달한다. 반면 우리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G7 평균의 77%에 그친다. 또 우리나라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대비 비율은 47.5%로 G7 평균(76.0%)과 큰 격차를 가진다. 그만큼 우리나라 서비스업이 낙후됐다는 의미다. 바꾸어 말하면 동일한 관심과 국가적 재원을 투입할 경우 이미 효율적이고 스스로 잘하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성장여지가 더 많다는 의미가 된다. 잠재성장률을 키우려면 서비스산업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과연 미래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시장을 제대로 보고 있느냐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시장은 언젠가는 결국 후발공업국에 따라잡힐 운명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우리가 과거 후발공업국에서 출발해 선진국을 따라잡은 것이, 일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연 우리 민족의 DNA가 월등해서일까? 혹시 우리가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아세안, 인도, 남미 등의 신흥공업국도 우리가 이뤘던 성과를 내는 건 시간문제다. 이들이 언젠가는 우리처럼 미국 자동차 시장을 제패하고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석권하지 못한다고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국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는 속도라면, 십 년 뒤 한국 경제와 이들 국가의 격차는 분명 크게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답은 거시적 공급 요인에서 찾으면 안 된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 키워야 한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서비스 시장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먹거리 시장 육성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경제 활력이 높아져 자연히 자본이 몰려들고 우수한 글로벌 인적자원이 집중된다. 나아가 생산가능인구도 하락세를 멈추고 점차 반등하게 된다. 이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며 허송세월하는 것은 그만해야 한다. 현실로 내려와 손에 잡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