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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중소기업 수출의 외형적 성장세는 우리나라 전체수출 증가와 궤를 같이 한다. 즉, 우리나라 전체수출 규모와 중소기업 수출 규모는 동반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들어 수출이 감소하며 지난해 3분기까지 중소기업 누적 수출액은 831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868억달러)에 못 미쳤다. 중소기업 수출 10대 국가 집중도는 67.6%로 우리나라 총 수출 10대 국가 집중도 70.4%보다 낮다. 또 단일 국가에만 수출하는 기업 비중은 55.5%, 2개국 이상 수출하는 ‘수출국 다변화’ 기업 비중은 44.5%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단일국가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주요 수출국은 중국, 일본, 미국 순이다. 2022년 중소기업 수출은 2년 연속 증가했으나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하반기부터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도 어려운 여건이 지속됐다. 2024년 새해 전망도 밝지 않다.
우리나라 10대 수출시장 중 중국, 홍콩, 러시아로의 수출은 미중 신 냉전시대 돌입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으로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경제 비중은 약 20%로 유럽 전체와 비슷하다. 이처럼 중국을 능가하는 시장을 가진 유럽에 대한 한국중소기업의 수출은 미미하다. 따라서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 위주로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수출 목표 달성은 물론 수출채산성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한류 기반 소비재 수출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한국문화와 음식에 대한 열풍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한류 열풍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서 사회전반적인 문화현상으로 퍼지고 있으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유럽인들도 늘어나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한국어학당인 세종학당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세종학당 수강생들의 연령분포가 10대와 20대를 넘어서 전 연령대로 골고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이 많아지는 유럽에서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는 이때 부가가치가 높은 소비재 중심으로 중소기업 수출기회가 무르익고 있다.
K-pop, K-drama가 주도하는 한류는 한국 제품의 인지도와 수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라면과 스낵의 K-푸드, 스킨케어의 K-뷰티 제품 등을 중심으로 점차 시장에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최근 한류 붐은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유럽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다만 유럽 시장은 뚜렷한 문화적 선호와 소비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은 유럽인들의 취향과 트렌드에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언어 장벽은 역시 의사소통과 마케팅 노력에 어려움을 줄 수 있으며, 효과적인 번역과 현지화는 매우 중요하다.
유럽의 규정과 표준을 충족하는 것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며, 사전경험이나 현지 인맥이 없는 중소기업은 유럽 내 유통망 구축 및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어려움을 한국에 소재한 중소기업이 극복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기존 정부지원은 유럽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수출중소기업의 반응이다.
현재 주로 지원이 집중되어 있는 무역박람회 및 전시회 참가지원이나, 공용 온라인 플랫폼 제공 등의 원격적인 지원보다는 현지인을 활용하는 수출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예를 들어, 유럽 각국에 퍼져 있는 세종학당과 대학의 한국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류 상품 마케터를 선발하거나, 한류상품 유통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세종학당과 한국학과가 다수 개설돼 있는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중기부에서 시행하는 글로벌 창업지원사업을 현지인을 대상으로 추진한다면 한류상품이 현지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동시에 현지에 한류상품에 대한 홍보효과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현지 마케터를 창업지원 사업으로 발굴해 볼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