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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폴란드법인 설립 인가...유럽 거점 확보

IBK기업은행이 국내 은행 최초로 폴란드법인을 설립해 유럽 시장에 거점을 확보한다. 28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으로부터 법인 설립 인가를 취득했다. 국내은행이 폴란드에 법인을 설립한 사례는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기업은행은 김성태 은행장 취임 이후 첫 해외사업으로 유럽연합(EU)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폴란드에 사무소를 개소한 바 있다. 폴란드는 유럽의 생산기지이자 심장부로 국내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에 기업은행은 국내에서 쌓아온 중소기업 금융에 특화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의 금융애로해소, 현지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3월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기업은행은 이번 설립 인가에 이어 영업 인가를 신속히 취득해 내년에 법인을 조기 출범할 계획이다. 신설될 폴란드법인은 유럽의 주요 생산기지인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추가 지점 개설과 유럽 진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전략적 거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법인 설립 신청 후 설립 인가까지는 일반적으로 1~1.5년이 소요되지만 은행 내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했다"며 “금융위원회 등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한 결과로 단기간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소상공인 지원사업 앞장...내부통제 강화”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현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가 “힘겨워진 경제여건으로 고생하는 소상공인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각종 지원사업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는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KB라이프생명 본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은행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힘겨워진 요즘, 막중한 역할을 맡게 돼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정식 취임 전까지 은행의 다양한 현안들을 신속히 파악하고, 오랫동안 몸담았던 은행 경력과 통합보험사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KB국민은행이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평생금융 파트너가 되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소상공인과의 상생,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특히 힘겨워진 경제여건으로 고생하는 소상공인 분들을 도울 수 있는 각종 지원사업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늘봄 돌봄교실 조성사업에도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는 물론 고객, 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상생할 수 있는 KB국민은행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는 “이를 위해서는 금융인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가치인 '신뢰'를 지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는 내부통제체계 강화와 고도화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KB국민은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전날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이 후보는 KB금융 계열사 CEO가 국민은행장이 된 최초의 사례다. 이환주 후보는 1964년생으로, KB국민은행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외환사업본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역임했다. KB금융은 이 후보에 대해 “그룹내 주요 핵심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 경영철학을 균형있게 실현할 수 있는 현장감과 경영관리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글로벌 사업 추진력 강화,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고객 중심적 사고와 과감한 실행력 등도 겸비하고 있다는 게 대추위의 판단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후보자에 대한 심층 인터뷰 및 심사,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은행장 선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차기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2025년 1월부터 2년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제4인뱅 자본력·혁신·포용·실현가능성 본다…“사업계획 이행 안하면 업무 제한”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심사 과정에서 자본력과 혁신성, 포용성, 실현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의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심사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 지난 27일 제20차 금융위 정례회의에 보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 산업 경쟁 촉진을 위해 제4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이후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 3사 도입 성과와 보완과제를 평가하며 경쟁 촉진과 금융공급 확대가 필요한 분야를 점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심사 기준은 기존의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기준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한편, 인터넷은행 도입 성과와 중소기업 대출 시장 등 관련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감안해 중점 심사 방향과 심사 기준 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자금조달 안정성을 비롯해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포용성, 사업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중심으로 인가 여부를 심사할 방침이다. 먼저 자금조달 안정성과 관련, 기존 인터넷은행 3사의 자본금 수준을 감안해 충분한 자본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대주주(한도초과보유 주주)의 자금공급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주요 주주가 제출한 납입확약서 등을 토대로 자금조달 방안이 실현 가능한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를테면 대주주가 자체 자금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 대주주 제재 등으로 자금 확보에 제약이 발생할 경우 신청인이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본다.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관련해서는 사업계획상 중점 고객군에게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신용평가모형'이 혁신적인지 여부를 평가할 예정이다. 기존 금융권이 부족하게 제공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혁신적 사업모델' 제공 여부도 평가한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닌 실직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시장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중요한 심사 기준이다. 포용성 평가도 강화해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심사한다. 기존과 같이 서민금융 지원,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 등에 대한 평가는 유지하되, 기존 금융권의 주된 고객군이 아닌 '차별화된 고객군'을 목표로 한 사업계획과 실현가능성을 평가한다. 이와 함께 금융권 경쟁도 평가 결과를 고려해 수요 대비 금융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 계획도 평가한다. 자금공급 계획의 연도별 목표치와 향후 5년간의 이행 계획, 해당 대출 관련 건전성 관리 계획 등이 요구될 예정이다. 실현가능성도 면밀히 살핀다. 인가 심사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외부평가위원회'에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평가 분과를 신설하고, 사업계획의 타당성·실현가능성과 신용평가모형의 구현가능성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사업계획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은행법령에 따른 인가 조건을 부과할 방침이다. 인가 이후 영업 과정에서 제출한 계획대로 사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은행법령상 은행 업무 일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은행 3사는 인가 신청시 금융정보와 기타 대안정보를 결합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중·저신용자 자금공급 계획을 제출했는데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했다"며 “이에 따라 신청인이 제출한 사업계획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가 조건 부과를 검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금융당국이 관련 목표치 등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인이 제출한 사업계획대로 이행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제4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심사 과정에서 자본력과 사업계획에 대한 심사 비중이 커지며 대주주와 주주구성계획,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물적설비에 대한 평가 비중은 줄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법령상 요건을 당연히 충족해야 하는 사항에는 배점을 부여하지 않거나 하향 조정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배점을 부여하지 않은 경우라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인가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제4인터넷은행 신청을 준비하는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 더존뱅크, 유뱅크(U-Bank), 소소뱅크, 에이엠지(AMZ)뱅크 등 5곳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표방하면서, 기존 인터넷은행과 다른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천연가스 확보했다”더니…유럽 한파 예고되자 에너지 위기 재고조

11월 우리나라 전국에 이례적인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유럽에서는 2년 만에 강추위가 예고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유럽 천연가스 비축 물량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소진되자 '2022년 에너지 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증폭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3월까지 유럽 평균 기온이 지난 2년간 관측된 수치를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12월의 경우 유럽 평균 기온이 4.6도로 예상되면서 지난해(6.3도)를 밑돌지만 2022년 겨울(3.9도)보단 높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 1월, 2월 3월은 평균 기온이 각각 3.7도, 4.0도, 5.7도로 예보돼 지난해(4.1도, 7.8도, 8.5도)와 2022년(5.4도, 5.5도, 7.4도) 수준을 모두 하회할 전망이다. 이에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사 테크놀로지는 올 겨울 유럽의 난방 수요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주로 참고하는 웨더서비스인터내셔널(WSI)에서도 12월 유럽 기온이 급감해 난방 수요가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경우 최저 영하 1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30년 평균치보다 9도 낮다. 문제는 이번 겨울에 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2022년 에너지 위기가 다시 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매년 11월 1일까지 천연가스 비축량을 90% 이상 채우기로 합의했는데 올 겨울엔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저장시설의 95%가 찼다고 EU 집행위원회(EC)가 발표했다. 카드리 심슨 EC 에너지 집행위원은 “이번 겨울을 앞두고 유럽 전역에 걸쳐 건강한 수준의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증가한 데다 바람가뭄(풍력 발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풍속이 낮은 현상)마저 일어나자 올해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유럽 가스업계 단체 GIE,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유럽 천연가스 비축량은 87.4%로 집계됐는데 이는 5년 평균치(89.5%)를 밑도는 수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최근 북한군 파병과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 사용제한 해제 등으로 격화한 것도 에너지 수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이 오는 12월 31일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유럽 공급을 중단하려 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유럽 전체 대비 5%에 불과하지만 중부 유럽 국가들은 이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와 관련, 파리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EU의 천연가스 재고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며 “러시아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장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저장시설을 충분히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듯,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미 이달들어 고공행진하기 시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내년 1월물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47.06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엔 가격이 1년 만에 48유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달에만 20% 가까이 급등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올해 상승률은 41%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유럽 천연가스 가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과거의 에너지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는 아시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지역의 LNG 물량을 놓고 유럽 구매자들과 수입 경쟁할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 애스팩츠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왔지만 러시아의 마지막 공급마저 끊길 경우 천연가스 시장이 압박 받아 글로벌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 수석 애널리스트는 “EU가 어떤 가격으로도 천연가스를 구매했던 2022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슨 원자재 전략 총괄은 “온화한 겨울과 관련해 유럽의 운이 다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즉 유럽이 LNG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예탁원, 내년 상반기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검증 완료한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이 내년 상반기 중으로 토큰증권 발행(STO) 사업자에 대한 테스트베드를 검증 완료한다. 우선 1차로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코스콤이 내년 3월 테스트를 마친 다음 2차로 다른 사업자들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제2회 디지털자산연구회 STO 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조성일 한국예탁결제원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래에셋증권이나 하나증권, 코스콤과 같이 기존에 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내년 3월까지 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사업자들은 이후 2단계에 거쳐 테스트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그러면서 “전체 사업자에 대한 총량을 관리할 수 있는 토큰증권 테스트베드는 내년 상반기 중 시장의 검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예탁결제원은 전자등록기관으로 전자증권법상 토큰증권이 증권의 외형적 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하고 발행 총량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자에게 배정된 증권의 총수량과 발행량을 비교해 오차가 발생할 경우 정정토록 하거나 전자증권법상 절차에 따라 초과분을 해소하게 된다. 이에 예탁결제원은 토큰증권 활성화를 위해 조각투자 사업자나 증권사와 설명회를 개최해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STO 법제화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STO 법제화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김성환 코스콤 디지털사업본부장 상무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STO 관련 법안 통과"라며 “여야의 이견이 없는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연내 법안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대형 증권사는 많게는 수백억원씩 들여가며 준비하고 있고 코스콤 역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공동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면서 법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STO 관련 법안을 민생 법안에 통과시켜서 늦어도 내년에는 시행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디지털화폐(CBDC) 실증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되고 STO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시장에 빨리 안착되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를 비롯해 윤창득 LG CNS 단장, 류창보 NH농협은행 블록체인팀 팀장, 김준홍 페어스퀘어랩 대표 등이 STO 법제화와 국내외 금융기업 동향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디지털자산 사업 관련 글로벌 금융기업 동향'을 주제로 발표한 류지해 이사는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는 여러 금융업의 부분 집합"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상 금융과 연관성이 깊은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 투자자 보호 등에만 집중돼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일본 등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강력한 제재보다는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좋은 규제도 나오고 있다는 게 류 이사의 설명이다. 류 이사는 “해외에서는 STO를 포함해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이 블록체인과 연결돼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모든 규제가 이원화된 채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한계"라며 “해외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이 나오는 반면 한국은 해외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STO 법제화를 꾸준히 요구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법안 통과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관을 맡은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참석했다. 한 대표는 축사를 통해 “토큰증권은 쉽게 말해서 증권을 '음식'에 비유하면 다양한 음식을 그 특성에 맞게 새로운 그릇에 담자는 것"이라며 “그릇을 다양화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결국 산업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토큰증권에 대한 찬반을 논할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며 “일본은 이미 2020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토큰증권을 제도권 내에 편입한 만큼 우리나라 토큰증권 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안에 대해 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이창용 “성장 하방 압력 증대…대내외 여건 많은 변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 압력이 증대됐다"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의 하방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로 인하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4년5개월 만에 0.25%포인트(p) 인하한 후 두 달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날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용성, 유상대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3.25%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통방 이후 대내외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소수의견이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하와 동결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먼저 물가의 경우 유가, 환율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겠지만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물가 상황은 지난 10월에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가격과 가계대출도 거시건전성 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면서 당분간은 가계부채 리스크가 관리되고 있다고 봤기 때문에 향후 금리인하 영향을 점검하면서 정책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에 반해 성장은 당초 예상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주력 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커진 교역 환경의 불확실성도 일부 반영해 수출 증가율이 예상보다 상당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와 함께 미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과 물가에 대한 영향도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처럼 물가와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견이 크지 않았지만 성장과 외환시장 안정 간 상충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는데, 경기 하방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시에는 정부와 함께 다양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방향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를 경제상황 변화를 보며 추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앞으로 입수되는 대내외 경제지표를 보면서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며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로 인하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정부, 유류세 인하 조치 내년 2월까지 두 달 연장

정부가 올해 12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내년 2월말까지 두달 연장한다. 고유가에 대응하고 서민부담 완화 차원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KBS1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유가에 대응하고 서민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를 2개월 추가연장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인하율은 그대로 적용한다"고 설명한 뒤 “국제유가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유류세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정부가 서민의 유류비 부담 완화를 위해 2개월씩 의사 결정을 하고 있는데, 내년 2월 말까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발전 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도 연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면 전기 요금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가스로 사용되는 LNG 수입에 대해서는 동절기 0% 할당관세(무관세)를 매긴다. 이 역시 12월 31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3개월 연장한다고 최 부총리는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10월 유류세 인하를 연말까지 연장하되 12월부터 일부 인하율을 조정했다. 내용은 휘발유 15%, 경유 23%, LPG 23% 등이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최상목 경제부총리, 금리인하에 “내수와 민생에 긍정적 영향 기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인하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28일 오전 KBS 라디오 '성공예감 이대호입니다'에 출연해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특히 “정부도 내수와 민생 회복을 위해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또 한은이 내수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것 같다는 분석에 대해 “성장 전망율을 낮춘 것과 관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00%로 0.25%포인트(p) 낮췄다. 또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4%에서 2.2%로 조정했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EE칼럼] 신뢰 상실의 시대

특별법 전성시대다. 최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특별법'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했더니, 22대 국회에서 특별법 이름을 달고 발의된 법안이 369건 나왔다. 개원한 지 6개월도 안 됐는데 말이다. 원자력 관련 특별법안도, 여야에서 5개나 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비롯해 '선진원자로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원전수출지원 활성화 특별법', '원전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10여 개에 달한다.과거 원자력 분야에서는 '원자력진흥법', '원자력안전법' 등 일반법과 이들 법에 따른 정부의 정책과 계획으로도 원전 산업을 지원하고 규제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특별법은 일반법에 대해 그 범위를 한정하여 특별히 제정된 법이다. 그래서 특별법은 현안 해결 등 특수 목적 달성에 효과적 수단이다. 그러나 특별법 남발은 입법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통일적인 법체계를 훼손하는 단점이 있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요즘 특별법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자체 핵무장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6월 27일 공개한 '통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66%가 찬성했다. 이와 함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농축·재처리 능력을 확보해 잠재 핵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나 대중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북한의 잦은 도발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나, 국익에 실제 도움이 되는지는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 그간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에 기반한 확장억제력을 북핵 대응 수단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이것이 북핵 대응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욱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형국이 돼버렸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드러냈었다. '신뢰 상실.' 표면상 별개인 듯 보이는 두 가지 현상의 밑바닥에 깔린 공통 원인이다. 원자력 관련 특별법이 왜 그리 많이 필요할까? 다수의 원자력 현안은 해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단임 정부의 약속과 정책만으로는 완전 해결이 어렵다. 과거에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난 정부 때 완전히 뒤집어졌다. '공론화위원회'라는 꼼수를 동원해 너무나 쉽게 바꿔버렸다. 이렇다 보니, 원자력 정책의 일관성 보장은 공염불이 되었다. 그래서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원자력 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보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특별법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공무원들의 믿음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정부 정책이나 상관 지시에 따라 일한 공무원들은 면책 대상이었다. 상명하복 문화가 강했던 공무원 조직에서 상관 지시를 거부하고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정부 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소에 인신 구속까지 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러니 정치적 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업무에 대해서는 실행에 옮기기 전 확실한 추진 근거를 찾게 됐다. 그것이 바로 특별법이다. 자체 핵무장론은 왜 힘을 얻어가고 있을까? 한·미 확장억제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확장억제에 대해 두 가지 근본적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필요할 때 확장억제가 제대로 작동할 것을 보장할 수 있나? 미국 내 정권이 교체돼도, 세대가 바뀌어도 확장억제의 지속성은 보장될까? 한·미 정부는 자체 핵무장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 질문들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권도 감정만 앞세운 핵무장론은 자제해야 한다. 안보와 에너지는 우리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이들 문제의 해결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비정상적인 현상이 일어나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이들 문제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여‧야와 정부가 합심하여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신뢰 상실로 야기되는 부작용을 멈추는 최고의 해법이다. 문주현

[이슈&인사이트]탑다운 방식이 빚은 ‘사도광산’ 사태, 대일외교 다시 생각해야

순항하던 한일 관계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에서 복병을 만났다. 공동으로 개최키로 했던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이 일본측만 참석한 채 진행되고 한국이 희생자 유족 9명과 함께 별도 추도식을 열어 둘로 쪼개졌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 정부의 이해를 얻겠다는 취지로 매년 현지에서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지만, 일본은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가 차관급 정부 인사의 참석을 끝까지 요청해 받아냈으나, 일본이 보낸 인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혹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었다. 특히, 일본 대표의 추도사에는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하였으나 '강제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추도식 식순에서는 추도사가 아니라 아예 '인사말'로 명명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마음'을 중시하면서, '물잔의 반'을 먼저 채우고 관계 개선을 도모해 왔는데, 일본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머지 물잔을 채워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관련 한국 정부가 이행하는 '제3자 변제안'을 결단하여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그간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추동한다는 '대의'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선의로 대하면서 선의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곧바로 입증되었다.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라인야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고 한국인 이사가 내쫒기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한국 정부는 소극적으로 임했었다. 당시 한일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일본측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냉각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찬성할 때, 일본이 과거 '군함도' 때처럼 뒤통수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했으며, 군함도 때와는 달리 일본이 강제동원 관련 전시물 설치와 추도식 매년 개최를 합의했다고 하면서 그럴 일 없다고 적극적으로 일본을 옹호했지만, 추도식이 파행으로 끝났다. 일본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했는데, 한국 외교부는 “당장 일본에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당국자가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해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한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감을 표명한 당국자가 누구인지, 일본대사관 측 대화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참사'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국가관계는 상호 대응성, 비례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밀리는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구체적 협의와 추진 일정에 대해 외교부에 자율성을 주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랬을까?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계라는 것은 한쪽만 선의를 보인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용하려 할 수 있고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타협해 가는 것이 결국은 더 효과적이다. 윤 정부 들어서 한일관계 협의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사도광산 문제를 보면서 한계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는 떠났고 다른 총리가 들어섰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아직도 유효한가? '죽창가'를 불렀던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한국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근성(guts)' 있는 대일 외교를 전개해 왔는데, 윤 정부는 다른 모습이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강한 국가에 대해 '신중 모드'가 아니라 근성있는 외교를 전개해야만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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