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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통일부 차관 김수경·대통령실 대변인 정혜전 내정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김수경 통일부 차관,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을 각각 내정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같은 인선안을 발표했다. 김 내정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를 받은 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신대 교수를 역임했고 대변인 전에는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 수석은 “대변인 시절 보여준 언론과의 소통경험을 바탕으로, 차관으로서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정책을 잘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내정자는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을 졸업했으며 지난 1999년 언론계에 들어와 세계일보, 매일경제신문, 조선일보에서 신문기자 생활을 한 뒤에 TV조선에서 메인 뉴스 앵커로 활약한 바 있다. 이 수석은 “매킨지앤컴퍼니 등 민간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아 언론과 훌륭한 소통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지난해 말부터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을 맡아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기자의 눈] 트럼프에 요동치는 증시

이번주 금융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는 미국 대선판이 될 전망이다. 지난 주말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 때문이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현장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은 지지층의 결집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번 피격 사건은 미국 대선 판도를 흔들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특히 미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들어 보이는 트럼프의 모습이 찍힌 사진은 현 시점 가장 '핫'한 사진이 됐다. 이 사진을 두고 “역사에 잊히지 않을 이미지"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것은 물론 벌써 해당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까지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피격 사건이 미국 대선 판도를 흔들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시계를 8년 전으로 돌려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만 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를 상상한 사람은 없었다. 초반 지지율도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피격 사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가상자산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4일 비트코인은 열흘 만에 6만달러 고지를 재탈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상화폐 산업에 우호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개장 직후 트럼프 수혜주로 불리는 방산주가 일제히 급등했고 반대로 신재생에너지주는 투심이 약화되면서 하락세를 그렸다. 대선까지 아직 3개월이 남은 만큼 또 다른 이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혜주는 또 바뀌고 주가는 또 움직일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증시 불확실성에 우리 증시는 한동안 계속 요동칠 수밖에 없다. 미 대선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이 영향으로 또 우리 증시는 어디로 향해 갈지 궁금해진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이슈&인사이트] 세종의 마방진 정치가 난국 수습의 지름길이다

한국갤럽이 2024년 6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6%로 4월 총선 후 석 달째 20%대 초중반을 답보 중이다. 더욱이 4월 총선 결과 범야권은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인 의석수 5분의 3(180석) 이상을 가져가게 된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겨우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을 지키는 데 급급한 10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국면은 원초적이기보다는 윤 대통령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할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고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나경원, 안철수를 비토하고 억지로 당선시킨 김기현마저 물 먹이는 과정, 그리고 측근 중의 측근이라고 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갈등 등 윤 대통령과 친윤들이 보인 옹졸함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국민 지지율과 국회와의 갈등 구조로는 윤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을 면하기 어렵다. 이를 해결할 실마리로 세종의 마방진 정치를 제안한다. 마방진은 영어의 'magic square'를 번역한 것인데 가로, 세로, 대각선의 숫자 합이 일정한 방진을 말한다. 전설에 의하면, 중국의 우왕이 낙수의 치수공사를 할 때 나타난 거북의 등 껍데기에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수치를 이용하여 치수를 한 결과 난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식으로 중국에서 마방진을 설명한 책은 1275년 송나라의 양휘산법이 최초이다. 한국에서는 조선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수학자 최석정이 저술한 구수략에서 기술하고 있는 마방진이 최초다. 서양의 마방진은 1514년 독일의 기하학자인 A. 뒤러의 동판화 멜랑콜리아에 그려진 4차원 마방진이 유명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는 권력에 도전할 것 같은 2 인자를 숙청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태종 이방원이었다. 이숙번 등 일등 공신뿐 아니라 민무구 등 처남 4명과 세종의 장인 심온 마저 숙청한다. 태종의 마방진 정치는 중앙에 오로지 '일(一)'이라는 숫자만을 놓고 나머지는 0으로 한다. 그러면 가로, 세로, 대각선 숫자의 합이 모두 1인 마방진이 된다. 왕 이외에 누구의 권력도 모두 무력화시키는 태종의 국가관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대표와 갈등을 빚는 윤 대통령의 정치관과 유사성을 발견한다. 대통령만이 유일한 1이며 나머지는 모두 제로로 간주하는 사고의 유사성이다. 여기서 세종은 왕만이 1이고 나머지는 제로여야 하는 태종의 마방진과 다른 마방진을 찾게 된다. 33 방진을 풀어내는 해법을 깨닫게 된 세종은 태종과는 달라야 할 자신의 조선, 마방진 정치를 통해서 왕권과 신권이 상생하는 권력구조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세종의 마방진 정치는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다. 종교나, 사상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균등하게 배분된다. 조선의 정치는 유교를 기본으로 한다. 그래서 황희, 윤회, 정인지, 최만리 등 유생이 정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불교의 변계량, 도교의 맹사성, 법가의 허조가 이를 견제한다. 세종은 재임 32년간 2,276회(71.1회/년)의 경연을 통해서 사상적 일체성을 추구하였다. 지역적으로 보면 변계량, 정인지, 허조는 영남 출신이다. 반면, 호남의 윤회와 맹사성이 견제한다. 또한 이북 출신으로 최만리가 있다. 이 모두의 중심에 경기 출신 황희가 있다. 황희는 엄격한 의미에서 세종의 정적이다. 태종이 양녕대군을 폐할 때 극구 반대하다가 귀양을 간 사람이다. 그런데 세종 치세 32년 중 18년간 영의정으로 재임하였다. 세종의 마방진 정치는 신권을 사상, 학연, 지연, 등으로 균등하게 배분하여 균형을 통해서 상호 견제케 한다. 여기서 세종의 위대함은 마방진 정치로 신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과학적인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여유를 가졌다는 것이다. 또한 그 여유는 과학 기술, 예술, 문화,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1인 독주의 태종의 마방진 정치는 전제 군주제 아래서나 가능하다. 현대의 자유민주 체제에서는 세종의 마방진 정치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법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패러다임 시프트가 기대된다. 윤덕균

[EE칼럼] 과유불급(過猶不及) 에너지 전문가

세계가 실질적인 에너지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관계 악화, 인플레이션, 다양한 '포플리즘' 등에 따른 것이란다. 신중한 국제기구들도 우려 의견을 내기 시작한다. 사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적정 대처를 통한 긴축 위주 경제안정화 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유럽 등지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등 시대상황적 특수요인도 가세한 것 같다. 전 세계 차원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장기화 우려의견은 여전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중진국 내지 선도 개도국들에게는 예상 외로 큰 부담초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요즈음 에너지위기의 발단은 2020년 '코로나'사태에 따라 인간과 물자의 이동 통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체계 장애 현상에서 유발된 측면이 크다. 2차 대전 이후 인류공영의 기반인 개방형 자유무역체제의 한계인 셈이다. 여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등지에서 에너지 공급 장애가 심화되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세계의 러시아 규제조치 강화로 동-서 냉전체제 복원 우려마저 있다. 지난 50년 이상 인류복지 증진의 밑바탕인 '호혜적 경제협력체제' 붕괴 우려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는 생존의 기반으로 공공 필수재(財)이지만, 현실에서는 시장경쟁대상이다. 여기다 정부의 힘이 시장을 압도하는 시장왜곡이 빈번하다. 그래서 해결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부문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 불확실성 고조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해외공급 불안이나 물량부족 걱정 보다 미래예측 혼돈과 한계에 따라 미래 불확실성이 축적되고 나아가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장기 전력수급계획이다. 거의 2년 단위로 수정-변동되고 있어 미래 위기의 씨앗이 축적되고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다 청정 에너지전환 추세에 따른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재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적정 논리근거 구성이 어려운 상태이다. 따라서 전력계획은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 공공계획으로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존재의 상징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치이념에 근거한 전력수급구조 급변이 심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정권에 따라 각기 신재생과 원전을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 예컨대 석탄발전 효율성에 주목해온 보수정권에서는 전력사업 확대와 기술혁신에 따라 원전 확대를 지속하였다. 그 후 문재인 진보 정부에서는 탄소 중립정책의 실행 수단으로 신재생 중시 전력정책을 시행하였다. 현임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원전부흥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200조 이상의 한전 적자에도 지속된다. 결국 갚아야 할 공기업 적자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에도 변함없다. 석유제품과 천연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석유 관련세금 징수유예로 국제유가변화 압력을 상쇄하는 동시에 민수용 천연가스비용을 한국가스공사 부담으로 전가하는 시장개입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민생정책으로 호도하는 가운데, 정부실패에 대한 고려는 아예 없는 것 같다. 참고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서 초당적 추진된 원전 확대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민간의 원전참여 확대를 위해 정부는 사업여건 조성지원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형 시장경제체제에서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5% 수준이다. 이에 물가, 국제수지, 경제성장 등에 미치는 에너지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성과 사명의식으로 무장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진다. 지금도 전력수급계획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와 자료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문적 의견과 견해들은 진짜 쓸 만한 것일까? 한마디로 너무 많아서 가치충돌로 판단불능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전문 분야가 융합하는 에너지 문제 특성 때문이다. 학제적(學際的: Inter-Disciplinary)논리의 특성이기도 한다. '학제적 특성'은 매력적인 개념이지만, 그 정체성(Identity)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혼란이 많다. 그 개념의 정의(定義)와 범주(範疇)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전공과 배경을 불문하고 누구나 자의적으로 에너지전문가로 행세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 시장의 진입이 너무 쉽다. 그리고 그 퇴출경로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신규인력 진입도 기득권 보호 수준에서 이루어져 시장수요와의 괴리는 더욱 벌어진다. 한마디로 쓸 만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 더욱이 자칭(?) 전문가들이 진짜 전문가를 밀어내기도 한다. 구축(驅逐; Crowding-Out)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 에너지 전문가시장은 '정도(正度)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논어(論語)의 경구(警句)를 생각하게 한다. 최기련

[기자의 눈]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일반직 노조의 자가당착과 당랑거철

뇌피셜(腦+official) [명사]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공식적인 사실인 양 주장 또는 추측하는 행위.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하 APU)과 일반직으로 이뤄진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공동 기자 회견을 관통하는 단어다. 두 노조는 지금껏 그래왔듯 거친 어조로 “합병 결사 반대"를 외치며 한국산업은행·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성토했지만 '뇌피셜'에 따른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역력해보였다. 이들이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는 홀로 화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유리한 역량을 갖춰야 하며, 합병 회사와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짤막한 한 줄 뿐이다. 과연 이들이 원하는대로 될까. 사실상 자살 골이나 다름 없고 오히려 무효타에 해당할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도 EC에 합병 반대 서한을 발송할 수 있었을 텐데, 왜 9부 능선을 넘은 현 시점에 보냈느냐"고 최도성 APU 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최 위원장은 “EC가 (독과점 문제를 들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고용 문제를 중요시 하는 집행 기관이라는 믿음이 있어 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에어인천으로의) 화물본부 매각에 반대해 조종사들의 집단 사직서를 받고 있다"며 “우리와 만나줄지는 모르겠지만 EC에 직접 찾아가 당국자와의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겠다는데 상식적으로 전세계 그 어디에도 이를 만류할 행정 기관이 있을리 만무하다. 또 이것을 이유로 EC가 성사 단계에 가까워진 인수·합병(M&A)을 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독과점 논란 해소 차원에서 티웨이항공에 기재와 운항·객실 승무원을 '웻 리스(wet lease)' 형식으로 전폭 지원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에어인천에 대한 방책을 찾아서 EC의 요구 사항을 해결한다면 사직서를 제출한 APU 조합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게 명약관화하며, 당랑거철(螳螂拒轍) 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권수정 노조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면 대한항공에 의한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면서도 “항공권 가격은 고정값이 아니어서 경쟁 체제 안에서 만들어진다"며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로 인천국제공항은 '제5자유 운수권'이 적용돼 대한항공이 함부로 가격 조정을 하려 들면 80여개 외항사들이 귀신 같이 좌석 공급에 나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유일한 국적 풀 서비스 캐리어(FSC)로 남을 경우 경쟁 상대가 없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올해 안으로 들여오기로 한 A350 여객기 2대를 대한항공에 사전 이관하기로 했다며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사장)를 배임(背任)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납득할 수 없다. 설령 영업이익을 벌어다주는 수단을 넘긴 게 사실이라 해도 현 시점에선 정리 해고의 불안감이 사라지도록 M&A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 APU의 집단 사직으로 EC가 조건부 M&A 승인을 뒤엎는다 치자. 그러면 7900여명의 아시아나항공 구성원 모두의 생계가 흔들리고 회사는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이야말로 사실상 배임 행위일진대 후사를 책임 질 수 있나? 약 4년을 끌어온 대한항공과의 M&A가 APU와 노조 소원처럼 무산된다면 모든 절차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상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총 12조773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65% 늘었고, 부채 비율은 2006.94%로 항공기 리스료·유류 헷징을 감안해도 고도 비만이다. 그럼에도 권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지금까지 살아 남았고,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며 “수년 간 임금도 2.5%만 올리고 잘 버텨왔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회계사를 대동해 계산해보니 실제 부채 비율이 500%대로 나타났다"고 첨언했다. 어느 나라식 기적의 셈법인가. 아직까지도 회생이 가능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자기 객관화가 안 됐나.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하드 캐리 덕에 숨통이 겨우 붙어있어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이다. 영업이익으로 빚 갚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독자 생존을 외치며 제3의 인수자를 찾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건 뜬구름 잡는 소리다. 같은 직급이어도 일반직 기준 대한항공 대비 아시아나항공 근로자의 연봉은 1000만원 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U와 노조 모두 M&A에 훼방 놓을 생각을 접고 지속 가능하며 윤택한 생활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왜 우리가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

'왜 우리가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발표했던 선언문 제목이다. '도쿄 선언'으로 잘 알려졌다.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고 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이었다. 한국은 반도체 불모지였다.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30여년이 지났다. 삼성이 '반도체 성공스토리'를 썼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초창기 경영진과 연구원들이 고군분투한 내용은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64K D램'을 개발한 스토리. 아무도 관련 기술을 공유해주지 않아 눈대중으로 공부해야 했다는 푸념. 공정 간 거리를 보폭으로 재며 밤마다 모여 정보를 공유한 얘기까지. 삼성전자는 선배들의 눈물과 땀방울을 토대로 삼아 전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작년 기준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한 금액이 147조1710억원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도 500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새 먹거리로 점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선두 업체인 대만 TSMC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업계 판도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아주 작은 실책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결국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성과급도 수천만원씩 가져가지만 돈을 더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전삼노 집행부는 상식을 벗어난 행보만 계속하고 있다. “공장을 세우겠다"는 해사행위는 애교 수준이다. 삼성이 반도체를 못 만들게 하겠다고 외신과 인터뷰를 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연예인을 초청해 '호화 집회'까지 열었다. 삼성전자가 극소수 몰염치한 직원들 탓에 몸살을 앓는 사이 TSMC, 인텔 등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TSMC는 'AI 특수'를 누리며 한때 시가총액이 1조달러 선을 넘어섰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없다.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나에게도 득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다. 전삼노가 지난해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다음달 종료된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박원주 칼럼] 기술진보와 우리의 선택

역사에 '만약'은 없다(There are no ifs in history.)지만 사실 '만약(ifs)'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살아남은 이들만의 특권이다. 그리고 그 '만약(ifs)'은 대체로 선택의 순간을 뜻한다. 현재는 과거 무수한 선택의 결과이고 우리 선택의 씨줄과 날줄이 모여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든다.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은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고 결론을 내는 것. 가장 흔한 선택중 하나가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인데 유감스럽게 이 때도 그 후과는 피할 수 없다. 케이지속의 기니아피그는 위협을 받으면 작은 구멍에 코를 박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걸로 자기 덩치가 감춰질 거라 믿는다.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선택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모멘텀은 변화나 도전의 형태로 바깥에서 찾아 온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겪는 도전은 기술진보이다. 기술진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양면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혁신을 불러오고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점에서는 이를 환영한다. 국가 또는 기업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환영한다. 하지만 기술 진보가 그간의 거래 행태나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온다면, 그래서 예상치 못했던 피해자가 나오고 승자독식의 구도가 만들어지면 사회적, 정치적 반발이 생겨난다. 기존 기술로 충분히 재미를 보던 시장점유자들도 혁신을 미루려다 실기하고 만다. 그렇게 해서 좌초되거나 폭망한 혁신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한국판 우버를 표방했던 TADA의 차량공유 서비스, 출혈경쟁에 빠진 대리운전, 당일배송 플랫폼, 10여년전 약진하다가 사회적 반발과 규제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던 대형마트의 물류유통 혁신 등.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다. 필름시장의 초강자로 사진, 영상시장의 디지털화를 온몸으로 막으려 했던 KODAK의 파산, 휴대전화 시장 세계1위 기업이었음에도 안드로이드 OS로의 전환에 때를 놓쳐 강퇴당한 핀란드 노키아 등. 실패는 단순히 기업의 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버가 동남아에서 그랩, 볼트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이동 선택지가 늘어나고, 유통시장에서도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저렴한 쇼핑이 제공되는 동안 한때 세계 IT의 메카라 자부했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글로벌 혁신의 흐름에서 소외되어 왔다. 새로운 기술, 산업, 경제활동이 만들어 냈을 고급의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기회도 우리를 비껴갔다. 확실히 '만약(ifs)'이란 단어가 아프긴 하다. 기술진보에 대한 또다른 반발은, 나중에 생각해 보면 명백하게 무가치한, 구시대적 가치관이나 도그마로부터도 온다. IMF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받았다. 우리 가치관이나 사회적 가치는 하찮은(irrelevant) 것으로 취급받았다. 강요된 혁신이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화위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조조정 이전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국내에 토지나 자산, 기업을 사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우리 정부는 매년 외국인투자 유치 실적을 주요 성과로 발표했다. 우리 상식이 얼마나 덧없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그럼에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고루한 도그마나 정치구호는 여전히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저감, 원자력, 자원 개발 등 응당 해야 할 일들에 정치색이 입혀지면서 분쟁과 파당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복 입는 기간을 두고 드잡이질하던 이조시대 예송 논쟁조차 이보단 어른스러워 보인다. 기술진보 앞에서 우리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거나 또는 말거나 그뿐이다. 하지 않는다고 현상유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변화를 거부해도 경쟁자들이 이를 택하면 우리 입지는 약해진다. 그래서 이해충돌을 중재하고 올바른 선택을 찾는 역할이 중요하다. 피해자에 희생을 강요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래된 경제이론에 코즈정리(Coase Theorem)라는 것이 있다. 이익 보는 자와 피해자가 있을 때 서로 거래를 통해 모두 만족하는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이론. 21세기의 정부는 그런 일을 하라는 조직이다. 그래서 남보다 앞장서서 책임지고 창의적으로 선택하는 공무원이 잘 되는 세상을 보고 싶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인구소멸 대응과 수도권 상생발전

수도권 규제를 해야 비수도권이 발전한다는 논리는 인구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대에 적합하다. 인구와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수도권 집중이 명확하게 나타나던 시기인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재배치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마련된 법이다. 그러나, 40년이 넘은 현 시점에서 바라본 수도권 규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 해야한다. 규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수도권 역차별을 낳으면서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상생발전의 틀을 해치는 틀에 박힌 제도이기도 하다. 특히, 과밀억제권역에 집중된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국가발전 낙수효과를 누리는 기회도 박탈되기도 한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여 질서있게 정비하고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규제가 집중된 과밀억제권역은 인구집중유발시설 규제, 공장 총량제행위 등 제한과 기업 설립 시 취득세 중과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규제 실효성이 없고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되어 규제의 역효과가 생겼다.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화되고 수도권-비수도권간 균형발전 불평등이 확대되며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 영세산업구조의 전환이 어려워지고 성장관리권역보다 실업률이 상회하며, 높은 실업률과 주거 불안정은 저출생과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인구소멸을 완화시키는 도시정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상생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청년의 일자리 교류정책을 마련하고 지역과 수도권이 연계된 “일자리 상생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의 규제보다는 합리적인 조정 정책으로 상호 연계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를 증대시키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80년대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와 성장관리 정책으로 전환하고 국가경쟁력 강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수도권정책은 대도시 국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지방발전정책은 분권시스템으로 전환시켜 GDP 개선, 출산율 증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연계하여 상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가 지역의 상생발전에 연계되어 국가 차원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력산업의 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업의 생산, 수출,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ICT 산업 발전은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고 기존 전통 제조업 방식 변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산업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하고 광범위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도권과 지역의 상생된 산업발전은 인구소멸 속도를 완화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책과제이다. 도시 및 지역정책은 전반적으로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화되는 지방분권 및 지방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 수도권과 지역 모두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도시산업을 육성하고 첨단화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택의 자유가 필요한 시기이다. 저출산과 인구소멸의 문제는 지역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도 위협으로 다가오는 심각한 과제이다. 도심의 재구조화, 산업 생태계의 재구조화를 도모하고자 할 때 수도권 규제에 의해서 재편이 어려우면 국가 지속가능발전은 어려워 진다. 이제는 규제완화를 통해 상생전략과 글로벌 시각에서 지역개발정책을 고려하고, 지방정부별 규제완화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취등록세(도세) 중과세 완화, 공장총량 완화, 행위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가칭 “수도권 상생발전특별법"의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범현

[EE칼럼] 자발적 탄소시장과 기후테크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탄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규제 대상 법인 및 사업장에 연간 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혹은 초과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 사업장은 잉여 또는 부족한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다. 물론 규제를 받지 않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외부감축사업도 있지만 이는 규제적 탄소시장의 보완적 장치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없어도 탄소배출 감축과 그 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주로 미국, 유럽, 싱가포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같은 시점에 동일한 가격이 책정되는 규제시장에서의 탄소배출권과 달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탄소감축기술이나 방법, 감축활동 지역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삼림조성이나 생태계 복원과 같은 활동에서 비롯된 배출권이 산업용 불소가스의 포집 및 파괴에서 비롯된 배출권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또한 아프리카나 남미의 최빈국의 지속가능개발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배출권이 중국, 인도 등 선발 개도국에서 발생한 배출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배출권의 구매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과 가치에 따라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배출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Story)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국내 증권사에서 탄소시장 전문팀을 신설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또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싱가포르 등에 속속 들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 10억 달러 수준이던 시장규모가 2023년에 표준 및 신뢰 문제로 답보했다. 게다가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기업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지목되어 규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이 톤당 200달러 이상의 매우 높은 가격으로 삼림복원이나 농업분야 감축 프로젝트와 더불어 혁신적인 신기술, 즉 기후테크에서 발생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미래 신기술의 실증 및 확대 측면에서 구매했다. 예를 들면, 공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제거하는 기술(DAC, Direct Air Capture)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구매한 것이다. 당연히 당장 경제성은 없다. 하지만 미래 신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며,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없으면 누가 대규모의 비용을 써서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이겠으며, 또한 누가 탄소배출권을 굳이 구매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시각으로만 미래를 이끌 수는 없다. 빅테크 기업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시장 자체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의 거래소나 방법론을 그대로 복사하는 형태가 되면 곤란하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후테크에서 비롯되는 탄소감축을 실증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표준화하여 국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용진

[기자의 눈] 22대 국회, 에너지3법 조속 통과 기대

22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 선임이 한 달여 만에 마무리됐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불발된 고준위특별법·해상풍력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주요 에너지 법안들은 하나같이 시급 민생법안이다. 가장 시급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은 22대 국회에서는 이인선,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 처분시설과 중간 저장시설 건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원전 계속운전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도 국민의힘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원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다. 수년 전부터 이미 완공된 석탄화력, 태양광, 풍력발전기들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계통 접속 불발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과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믹스 이행을 위해서도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상풍력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에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법 제정이 무산되면서 풍력발전 업계는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발전사업 인허가 불허가 이어지면서 이미 해외 풍력발전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년 초까지 사업 진행이 계속 불발될 경우 관련 인력들이 자리를 더 이상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 막바지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 여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와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설득해 통과가 확실 시 됐었다. 대통령실은 물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법안 통과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 법안들은 모두 정쟁의 요소가 아님에도 여야는 특검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이 법안 통과를 외면했다. 여야 모두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민생과 미래세대를 위한 신속한 결단을 기대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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