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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과 향후 과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이번 계획은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있는 확대를 도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무탄소 발전 비중이 2023년 39% 수준에서 2030년에는 53%, 2038년에는 7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에서는 원전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며, 이번 실무안은 전력 수요와 기술 발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극심한 현 상황을 반영한 과도기적 계획이라 생각한다. 2038년 목표 전력 수요는 반도체 산업과 AI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 등의 증가 요인을 반영하여 129.3GW로 산정하고 있다. 전력믹스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은 2022년 21.1GW에서 2038년 74.8GW로, 풍력은 1.9GW에서 40.7GW로 크게 확대된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이미 건설계획이 확정된 4기(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외에 SMR 실증 원전(0.7GW)과 최대 3기(4.2GW)의 대형 원전 건설을 제시하였다. 2038년 발전량 기준으로는 원자력 35.6%, 신재생 32.9%, LNG 11.1%, 석탄 10.3%, 수소·암모니아 4.4% 등의 전력믹스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의 분석은 공개된 실무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는 산단 태양광 활성화, ESS 조기 보강, 이격거리 규제개선 등 정책적 수단을 반영한 '가속보급경로'에 따른 것이다. 이 경우, 작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2030년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도 달성하게 된다. 반면, 신규 원전 도입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가 드러나지 않고, COP28 당시 22개국이 공동 선언한 2050년까지 원전을 3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과도 차이가 있다. 정부는 공개된 실무안을 바탕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포함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하고, 전기사업법에 따른 공청회, 국회상임위원회 보고 등을 진행한 후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통해 11차 전기본을 확정할 계획이다. 100쪽 전후로 예상되는 전기본과 함께, 가능하다면 추진 경과, 수요 전망 모델 및 가정, 공급 계획 수립, 발전량 전망, 향후 추진과제 등에 대한 상세 내용과 근거 등을 담은 배경자료를 함께 공개하여 국민의 이해를 높이면 좋겠다. 더욱 중요한 일은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의 추진이다. 집중식 재생발전단지와 원전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의 효율적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변동성과 간헐성이 극심한 태양광·풍력 발전이 확대되더라도 전력계통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에너지저장시스템이 제대로 설치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과 관련해서도 전력시장 및 규제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전 계속운전 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특히 시급하다. 그리고 신재생 발전의 급속한 확대가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고, SMR 등 원자력 분야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므로 무탄소 전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새로운 전력 공급 및 정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원전 신규부지 확보가 추진되어야 하며,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를 위한 법 절차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매우 의욕적으로 전망한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 태양광의 확대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원전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매 2년마다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한다. 그런데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급증 등으로 고차원 방정식이 되어버린 전력수급 문제를 1년 남짓 운영되는 위원회가 직접 풀어내기는 어렵다. 전문가 조직에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질적·양적으로 충분한 기본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 조합이 에너지 안보, 환경성, 가격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세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기술적, 경제적, 산업적 측면의 최상의 지식과 정보를 통합해야 하므로, 특정 기관에 의존하는 대신 각 발전원, 전력계통, 에너지·전력경제, 산업 분야의 핵심기관 전문가들로 상설 '전력수급 TF(가칭)'를 구성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수급계획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수립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남은 기간 더욱 완성도가 높은 전기본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계획에 대한 책임성과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근거자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계획 확정 후에는 전력계통 보강과 제도·절차 혁신 등 후속조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차기 전기본 수립을 위한 준비도 바로 착수하길 기대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자의 눈] 글로벌 삼성, 그룹 차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바야흐로 대변혁의 시대다.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술이 진보하고 경제가 발전한 영향이다. '대체불가토큰(NFT)'·'메타버스' 같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어제의 상식이 오늘은 구태가 되기 십상이다. '혁신의 성지' 실리콘밸리는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실리콘 칩 제조 회사들이 많이 모여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은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엔비디아, 애플, 구글, 메타 등이 경쟁사들보다 앞서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성형 AI과 확장현실(XR)을 비롯한 트렌드는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들의 결단력이다. 애플은 10여년간 수조원을 들여 개발해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과감히 중단했다. 아이폰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비전프로' 등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구글은 검색 등장 이후 25년만에 '제미나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 엔비디아는 기술력을 앞세워 AI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필요하다면 돈·시간도 아끼지 않는다. 메타는 원래 사명이 '페이스북'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용기'는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대변혁의 시대'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글로벌 삼성' 위상을 생각하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시스템반도체 등 분야에서 고전하는 중으로 스마트폰·가전 등은 이제 막 AI 기술을 개발해나가는 단계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살아남기 위해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반도체, 스마트폰, 이차전지 등 한 분야를 파고들어서는 생존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말했던 고인의 용기는 오늘날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용기가 절실하다. '미래전략실 부활'을 선언하고 임직원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삼성그룹에는 통제탑이 필요하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영미 에코브레인 대표, 기상산업협회 제5대 회장으로 선출

한국기상산업협회는 정기총회에서 제5대 회장으로 제4대 부회장인 이영미 에코브레인 대표를 신임회장으로 선출했다고 7일 밝혔다. 이영미 회장은 오는 2026년 4월 1일까지 협회를 이끈다. 이영미 회장은 “최근의 저탄소 성장과 관련이 있는 기후변화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 기술까지 화두에 오르고 있다. 기상 데이터는 여러 분야에 핵심적인 정보가 됐고, 기상·기후 관련 민간산업의 역할 및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중요한 시대에 기상산업협회 회장으로서 기상산업 시장 확대와 기상 데이터 융합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에코브레인은 기상정보 분석기술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시스템을 구축했고, 지난 2022년 한국남부발전과의 협업을 통해 풍력 발전량 예측 시장 참여를 위한 등록 시험에 통과했다. 에코브레인은 전력거래소, 남부발전, 한국전력, 포스코에너지 등에 태양광·풍력 발전량 예측 솔루션을 제공했으며, 현재 전력중개시장에서 발전사업자를 위한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탄소감축’ 11차 전기본·‘산유국’ 대통령실…오락가락 에너지정책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주 정부는 '탄소감축'을 위해 원전 등 무탄소전원 확대 의지를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그런데 직후 대통령실은 뜬금없이 '대규모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산유국'의 꿈을 부풀리는 소식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11차 전기본은 지난 정부와 국회에서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50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탄소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2038년까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을 70% 이상으로 잡았다. 반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대폭 줄였다. 이르면 2040년,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동해 심해 석유·가스 추정 매장량이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고 공언했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개발 성공률을 20% 정도라고 밝혔다. 아직 탐사 시추를 통한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 사업성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탐사와 시추, 상업화까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한 만약에 시추에 성공한다면 다시 석탄화력과 가스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정부는 2035년 이후부터 부족한 발전설비는 모두 무탄소 전원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석탄화력, 가스 발전사업자들도 양수발전, 해상풍력, 수소, 소형모듈원전(SMR)등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상황이다. 정부는 시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사용을 넘어 수출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국제 사회에서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발전, 청정수소, CCS(탄소포집·저장)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 활용을 확대하는 무탄소전원이니셔티브(CFE)를 선도하겠다던 정부의 방향과 상충된다. 심해 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는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송전망 확충 등 에너지업계 당면 현안들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가 커진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체코 원전 수주,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신은 공평하신 듯하다. 우리 국민에게는 자원 대신 근면함과 똑똑함을 주셨다. 우리 근로자 1명이 외국 근로자 서너 명 몫을 한다." 중동의 건설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지인께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사업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 건설사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혹한 환경 속에서도 완수한 성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중 한낮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와 숨 멎을 만큼의 모래바람이 수시로 부는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APR-1400 원전 4기를 완공한 것은 특별하다. UAE 원전 건설사업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된 공기와 예산 범위 안에서 이루어 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UAE 원전의 적기 완공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 역량의 우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원전 1기 건설에는 2백만 개 이상의 부품과 수만 명의 인력이 소요된다. 이 많은 부품을 설계, 제작 및 구매하여 제때 조달하고, 각 역무에 적정 인력과 기자재를 배정하여 원전 건설이 공정에 맞춰 진행되도록 사업관리를 하며, 건설된 원전이 성능을 제대로 내는지 종합 시험하는 시운전 역량 등이 총망라되어야 비로소 원전 1기가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복잡다단한 과정을 제시간에 맞춰 해낸 것이다. 프랑스와 비교해 보자.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56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원전 강국이다. 프랑스 아레바사는 2005년부터 핀란드 올킬루오토에서 자국이 개발한 EPR 건설을 시작했다. 올킬루오토 3호기다. 이 올킬루오토 3호기는 2023년이 돼서야 비로소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건설부터 상업 운전까지 18년이나 걸렸다. 또 자국 내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플라망빌 3호기 원전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상업 운전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건설 역량은 건설단가와 직결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kW(킬로와트)당 3717달러로 미국(1만1638달러)과 프랑스(7809달러) 보다 2~3배가량 낮다. 중국(4634달러)과 러시아(5271달러)와 비교해도 경제성이 높다. 이러한 가시적 효과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어떠한 여건에서도 약속은 꼭 지킨다"라는 신뢰 자산을 축적하였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층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래서 원자력을 우리 국격을 높이는 기술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가 UAE에서 거둔 유·무형의 성과는 후속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집트의 엘다바에서도 원전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엘다바도 UAE에 못지않은 혹한 환경이다. 원래 이 원전 건설사업은 러시아가 수주받았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UAE에서의 원전 건설 역량을 인정하여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동참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신규원전 시장에서 강자다. 세계 1위 원자력기업이자 러시아 국영회사인 로사톰은 현재 33기의 해외 원전 건설사업 진행 중이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보다 원전 성능이나 시공 능력이 뛰어나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파이낸싱이다. 원전 1기 건설에 우리 돈으로 10조 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원전 도입 의사는 분명하지만, 사업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러시아가 원전 건설사업 자금을 대는 것이다. 재정이 여의치 못한 국가에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총 재원의 85%를 러시아가 충당하고, 이집트는 15%만 부담한다. 원전 사업 수주는 국가 총력전이다. 러시아가 재정지원을 원전 건설사업 수주의 지렛대로 삼듯이, 원전 건설사업 수주는 원전 자체 경쟁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려 한다. 프랑스와 경쟁 중이다. 유럽연합 내에서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하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부 장관이 방문했다지만, 외관상 역부족이다. 장관이 체코에 제안할 수 있는 지원 패키지의 범위와 깊이가 대통령과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통령께서 나서야 할 때다. 원전 수출은 원전 도입국과 건설에 10년, 운전에 60~80년, 해체에 10년 등 도합 100년의 관계를 만든다. 이 기간 양국은 원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 나가게 된다. 지난 UAE 원전 수주전에서도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정상외교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코 원전 수출 성사를 위해, 대한민국 1호 비즈니스맨의 활약이 절실한 때다. 우리 국민의 근면함과 똑똑함이 체코를 무대로도 여실히 발휘될 수 있도록, 대통령 이하 우리 정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희망한다. 문주현

[이슈&인사이트] 내륙국 몽골의 해운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국인 몽골은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면서 천연자원이 많은 국가이다. 몽골은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고 생산성과 국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물류와 운송 분야의 사회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중국과 러시아로 둘러싸여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기 때문에 직접 항구를 활용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낳는다. 몽골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운송수단을 개발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물류에 관한 기본 시설과 설비들을 강화하고 경제적 발전과 국제 교역을 촉진하려고 한다. 몽골 철도는 사회주의 시절이던 1940년대부터 구소련의 도움으로 대규모 건설이 시작되었고, 2000년대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광물을 운송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 몽골은 1998년 '도로법' 등을 제정하여 도로운송에 관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2005년에는 '항공운송법'의 개정으로 국제기준에 맞는 국내 기준을 마련하였는데, 항공운송 분야는 내륙국이라는 몽골의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실제로 몽골에서 항공운송 수요는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의 차관으로 2021년 COVID-19 바이러스 확산 속에서 완공된 새로운 징기스칸 국제공항이 대부분의 국제선 수요를 처리한다. 내륙국인 몽골 정부는 해양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몽골은 1996년 'UN해양법협약'(UNCLOS)에 가입하고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회원이 되었다. 몽골은 UN해양법협약의 의무를 이행하려고 30여 주요 해사 협약에 가입하였고, 1999년 해운과 선박관리 및 해상운송에 관한 통합법규인 '해법'을 제정하였다. 몽골이 해운국 정책을 취하였다는 점은, 아시아의 내륙국이자 개발도상국인 국가들이 해운에 적극적이지 못한 점과 큰 차이를 보인다. 200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몽골의 운송인프라 개선을 위한 보고서'에서 해법의 개정을 조언하였고, 몽골 정부는 2022년 이 법을 개정하며 규정을 확대하였다. 2003년 몽골 정부는 도로교통개발부 아래에 해상운송, 어업, 선박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해사청'을 설치하였는데, 이 부서는 특히 '편의치적'이라고 하는 선박등록에 관한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편의치적이란 '실제 선박소유자가 사회 조건, 행정상 규제와 감독에서 자유롭게 해운기업을 경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박의 운항에 관한 기업이 소재하는 국가와는 별도의 국가에 형식적으로 법인을 설립하여 그 명의로 선박을 등록하는 것이다. 몽골은 1996년 울란바토르를 선적항으로 지정하여 선박등록 절차를 시작하고, 2003년 싱가포르와 합작회사인 '몽골선박등록사업소'를 만들어 편의치적을 위한 선박등록 업무를 수행했다가, 현재는 해사청에서 이 업무를 전담한다. 북한은 외국에 자신들의 선박을 등록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몽골이 편의치적 활용에 적합한 국가였다고 판단하여 몽골을 많이 활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UN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결의되면서 몽골 정부가 북한 선박에 대한 편의치적 허용을 취소하였다. 2023년에는 몽골에 198척의 선박이 새롭게 등록하였으며, 152척의 선박 등록증이 갱신되었다. 2024년 5월에는 몽골에 등록한 선박이 53척이며, 54건의 선박등록이 갱신되었다. 몽골은 자국의 해운업도 강화하고자 하는데, 원자재 수출이 가능한 자원 부국으로 운송까지 해운이 담당하도록 하고 몽골 국적 선원을 증가시켜 해운 분야에서 다양한 이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 부분에서 내륙국이라는 몽골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도 확대할 수 있다. 한국과 몽골 정부는 국제 운송 및 물류 분야에서 협력하다가, 2010년과 2015년에 차관급 및 장관급 회의로 이전보다 발전된 형태의 해운물류 합작회사 지원, 물류 인프라 투자기업 지원, 선원훈련 및 전문가 교류, 해운 및 물류 분야의 기술 및 경험 공유, 선박금융과 항만운영에 관한 협력, 해상운송과 철도를 결합한 물류네트워크 구축 등에 합의하였다. 이러한 양국의 협력에는 몽골인 해기사를 공동으로 양성하는 노력도 포함되었는데, 2010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명의 해양 전문가를 몽골 정부에 파견하여 국제물류, 해운, 항만, 수산 분야에 관한 자문을 하였고, 2011년에 합작 해운회사 설립에 합의하여 2014년에 구체적인 합의로 이어졌다. 이러한 인력양성 프로젝트는 꾸준히 2023년에도 진행되었다. 몽골의 해운 관리는 국제사회의 해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점도 명확하다. 최근 한국은 ODA 활동 등으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법률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므로, 한국과 몽골의 법제 협력의 일부로 몽골의 운송법 개선 작업을 이러한 한국의 법률지원 활동에 포함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양국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이며, 해운 분야에서의 협력 또는 국제사회에서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운송법의 국제 조화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운송법 조화를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는 가운데, 한중일 해법의 비교연구활동 그리고 북극 지역 관련 협력에 몽골을 참여시키는 것도 제안할 수 있다. 김봉철

[기자의 눈] 지금의 인뱅도 ‘시간’이 걸렸다…새 플레이어들에 거는 기대

인터넷전문은행 제1호 케이뱅크와 제2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017년, 이 때에도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확실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 고객들이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생소한 온라인 은행으로 넘어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이후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도 아니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발목이 잡혀 한시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후발주자인 제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는 2021년 출범 후 곧바로 대출 규제에 막혀 대출 영업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출범 후 7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은 명실공히 시중은행을 흔드는 메기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 규모 등 덩치 면에서는 시중은행이 여전히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이 내놓는 금융 상품은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시중은행이 뒤따라가기도 하고, 대환대출을 통한 대출 성장세는 시중은행에 위협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제4인터넷은행의 탄생 예고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과점깨기를 위해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을 예고했고, 올해 들어 현실화되고 있지만 시장에 파급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란 의견이 계속 나온다. 먼저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자산이 7분의 1 수준으로 적은 데다, 사업을 확대한다고 해도 시중은행과 대적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한다. 또 제4인터넷은행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 건전성이 취약한 소상공인 금융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새 플레이어들이 등장 이후 곧바로 시중은행의 과점깨기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덩치를 키우고 새로운 은행으로서 자리를 잡기까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이들의 등장을 실패로 일찌감치 단정짓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어보인다. 몇 년에 걸쳐 시장의 메기로 인정받은 지금의 인터넷은행처럼, 이들도 몇 년의 시간을 거치며 시장의 메기로서 모습을 갖춰나갈 지 모를 일이다. 아울러 금융당국 역할도 중요하다. 신규 플레이어들의 '등장' 그 자체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고민을 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E칼럼] 드디어 발표된 전기본, 첨단 전력망 건설이 문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만들어져 5월 31일에 정부에 전달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08년부터 발표해 오던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정부에서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법 규정을 변경한 이후부터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세부 기본계획으로 자리 잡아 왔다. 비록 전력 사용량이 우리나라 총 에너지사용량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전원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낮은 전력 요금으로 인한 전력공기업 부채에 대한 이슈로 인하여 중요성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번 11차 전기본은 확정되면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게 되는데,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어떠한 발전설비를 언제 건설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상당히 세부적인 계획을 담기에 참여 전문가가 상당한데, 이번 실무안을 만들기 위한 총괄위원회의 민간 전문가만 90여 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된 실무안은 이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연말에 확정된다. 이번에 제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먼저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목표를 들 수 있겠다. 기존의 9, 10차 전기본의 무탄소 전기 생산 목표보다 더 높인 것이다. 이는 2009년 최초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이후 지속되어 온 무탄소 전력 생산량 목표의 증가 추세를 이어간 것이기에, 한때 여러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루어지던 이번 정부의 전력 정책 방향이 분명히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소형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자력을 함께 늘려 2038년 무탄소 전기 목표인 70%를 달성하기로 한 것 역시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무탄소 전기 생산이 가능한 발전원이라면 갈등이나 차별 없이 모두 함께 늘려가자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번 11차 실무안의 목표보다도 2배 이상으로 무탄소 전기 생산량을 더 늘려가야 함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방향이라고 보인다. 실무안은 10차 전기본보다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권고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한 10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노후 석탄 발전소의 천연가스 발전소로의 전환을 유지하고 있다. 실무안은 또한 원자력발전소를 최대 3기 새로 짓고 소형원자로도 실증을 넘어 1기를 실제 건설하여 활용하기로 하였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SMR에 대한 실증사업과 더불어 국내 건설 및 가동을 통한 실적(track record)을 쌓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실무안은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129.3GW(기가와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적정한 전력 예비율로 22%를 적용하였다. 이 부분은 그러나 최근 봄철 전력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즉, 발전원과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거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형 발전을 추가하여 적정 예비율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담겨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무안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 부문의 최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 부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심각한 전력 계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무안에 더하여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이슈&인사이트] 제22대 국회, 일 좀 합시다

여당 108석, 야당 192석의 크게 기울어진 구조를 가진 제22대 국회가 2028년 5월 29일까지를 임기로 개원했다. 보통 새로운 시작을 맞으면 축하와 덕담을 건네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국회는 첫날부터 여야 간 막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도 버리면서 채상병 특검을 비롯해 21대 국회 마지막 날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까지 극도로 관용이 없는 국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인정된 권리다. 민주당은 숫적 우세를 바탕으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뻔히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난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서 제22대 국회는 시쳇말로 싹수가 노랗고, 4년 후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자신만 옳다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서로 싸움만 계속한다면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동북아 세력균형의 구조와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과 핵 위협을 감행하고 있다. 0.6명 대의 초저출생으로 나라 자체의 소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HBM에 뒤진 삼성전자의 위기로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채상병 특검, 도이치 모터스 특검만 외치고 있으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그래서 제안한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은 지금 공수처에서 한참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고집해서 만든 수사기관 아닌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수처를 만들고도 그 기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당장 특검에 맡기자는 것은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다. 지금은 공수처의 시간이다. 수사 결과가 국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이 2년 동안 수사를 하고도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자신이 검찰에서 2년을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을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특검하자고 나서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더욱이 특검은 최소 3개월 이상 200억 원이 넘는 시간과 예산이 들어가는 '비싼' 사법행정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통령의 부인 연루 여부는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되 특검이 중립적 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예컨대 1차 특검 추천권을 학계와 법조계를 비롯한 중립적 주체에게 맡기고 야당이 그중 2~3명을 선택해 추천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특검 진행 과정에서 매일 진행 상황을 발표하게 하는 것도 정쟁과 논란을 유발할 뿐 국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중립적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한두 차례 중간보고와 최종 수사 결과 발표로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도이치 모터스 사건이 아무리 중요해도 대한민국의 미래보다 중요하겠는가. 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의 관행에 따라 합의할 것을 권고한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동일 정당에서 맡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법사위를 거쳐야 하지만 의장의 직접 상정도 가능하다. 법안 상정권을 동일 정당이 독점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가지고 개원부터 서로 싸워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어린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그 아이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국회의원은 맨날 놀기만 하고도 잘 먹고 잘 살면서 권력도 누리잖아요?" 이 말을 듣는 의원님들, 부끄럽지 않은가. 홍성걸

[윤석헌 칼럼] 기업 밸류업의 허와 실

지난 1월 제4차 민생 토론회에서 정부는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 도입을 공표했다. 투자자 친화적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여 상장회사 기업가치의 시장평가를 높이고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한다는 취지다. 그 후 2월의 1차 세미나에서 금융위원회는 몇 가지 지원내용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는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둘째,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ETF를 상장한다.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stewardship)코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투자지표들을 공표한다. 셋째, 한국거래소에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어서 지난달 2일의 2차 세미나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24일에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밸류업 논의에 앞서 밸류의 개념 구분이 필요하다. 광의는 기업이 생산•판매과정에서 창출한 상품과 서비스의 총가치(자산가치)다. 협의는 총가치에서 종업원 임금, 부채 비용 및 세금 등을 지급한 후의 주주가치(주식가치)다.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자산가치는 배분의 기저로 기업내 모든 이해자그룹의 선호가 같지만, 주식가치는 이해자그룹별로 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정책, 시장제도, 기업경영 등이 가치별로 밸류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우선 정부정책 중에는 기후문제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정책이 가장 절실해 보인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30%를 넘었으나, 한국은 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되어 생산단가 하락 및 발전량 확대로 이어진 사이, 한국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좌고우면 속에 경쟁력 약화가 초래됐다. 한편 지난해 녹색금융협의체(NGFS)와 IMF 등은 2050년 기준 넷제로(Net Zero) 전환시 글로벌 GDP가 현행유지시 대비 7% 순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를 서둘러 기업들이 에너지비용 절감 및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산가치 밸류업의 기반을 다지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지난달 16일 뉴욕IR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산 시스템 구축 상황에 따라 (기술적, 제도적 미비점이 남아 있어도) 금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공매도 제한 조치 해제는 전산시스템이 확실히 구축된 이후에 할 수 있다'는 기존 약속을 확인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감독당국 메시지가 조율되지 않은 채로 나온 것인데, 시장의 신뢰 훼손과 주식가치 밸류업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자그룹들 간 공정한 가치 배분은 지속가능경영의 기본이다. 그런데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주주가 기업의 다른 이해자그룹 보다 우선권을 갖는 게 당연한 듯 주장하나,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홍콩H지수ELS 판매로 고객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일부 은행의 금융지주 회장들이 뉴욕IR에서 투자자들에게 10%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를 제시했다는데, 혹여 고객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기업 지배구조 부문에서 이사회의 역할 강화는 주식가치 밸류업의 핵심과제다. 특히 지배주주와 일반투자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주목받는데, 대리인 비용 해소로 자산가치 밸류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공시 확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등도 유사효과가 기대된다. 기업재무론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가설은 기업 경영자는 잉여현금흐름을 불량 프로젝트에라도 투자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 예방을 위해 잉여현금흐름을 배당으로 지급하여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기회를 추구하도록 하라는 시사점을 지닌다. 결국 밸류업의 핵심은 배당 자체 보다 우량 프로젝트, 즉 자산가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세문제는 국가경제에 대한 총체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도입키로 결정한 금투세 폐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내년 시행의지를 거두지 않아 폐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며, 비록 자금이탈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것이 금융투자소득의 예외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기업에 부과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환류소득 개념에서 생산활동과 무관한 배당과 토지투자를 제외하여 자산가치 밸류업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시장의 신뢰 제고를 이끌어 코리아디스카운트 극복에 기여하기 바란다. 윤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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