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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유통산업,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나라는 201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3%대로 하락한 이후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재정확대 정책이 끝나자 다시 2%대로 내려 앉았다. 물가상승으로 민간소비도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며, 5년째 연속으로 소비자지수가 100 이하에서 밑돌고 있다. 경제침체와 함께 청년 실업률의 증가, 처분가능 소득의 감소는 서민들의 실질 구매력과 평균 소비성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성을 따지는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로 인해 감소하는 총인구수는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유통산업의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비행태의 변화도 유통산업 구조개편을 촉진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대형마트에 대한 선호가 감소하고 개별화된 라이프스타일과 편의추구 트렌드에 대응하는 업태에 대한 선호가 상승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과 이용률 증가는 소비패턴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거의 대부분의 연령층이 모바일에 연결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등장·진화하고 있으며 유통 시장의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 활성화는 간편결제에 대한 수요 확대로 연결되었으며, 간편결제 시스템 확보 여부는 고객유지의 핵심적인 자산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의 간편결제 시스템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영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도소매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GDP 증가율을 선행하기에 유통산업은 국가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주요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유통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작아서 산업비중이 확대될 여지가 많이 있다. 비록 우리나라 유통산업(도소매업) 사업체 수는 약 152만개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많으며(25%), 종사자는 252만명 수준으로 제조업 다음으로 많아서(17%), 고용창출 등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산업이나 개별 사업체의 규모는 매우 영세하다. 이렇듯이 고용창출 측면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 산출의 증가가 저조하여 생산성이 낮으며, 사업체당 인구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영세성, 과당경쟁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가가치 산출 및 생산성 증대가 유통산업의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유통산업 총매출은 86조원으로 매출규모 순으로는 대형마트가 28조원으로 1위, 온라인 쇼핑이 22조원으로 2위, 슈퍼마켓이12조원 3위의 순이다. 그러나, 코비드19 기간동안 촉발된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식품유통의 급성장으로 인해 대형마트 식품매출은 조만간 온라인 쇼핑에게 추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유통의 급성장은 전통적인 식품유통 채널로서의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식품 매출을 크게 잠식하였으며, 이들 전통 채널은 1인가구 증가와 소비자의 편의추구 트렌드로 성장하는 편의점 산업과 온라인 쇼핑의 보편화로 인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온라인 커머스 분야는 4차 산업혁명 및 다양한 디지털 혁신과 더불어 급속한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으며 큐레이션 고도화, 컨텐츠 활용, 브랜드 인수, PB출시 등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등장시키고 있어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미래 구조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국경, 시간, 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 해외직접판매가 새로운 영업기회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직구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직구시장의 급성장은 최근 국내에도 알테쉬, 즉 알리, 테무, 쉬인의 국내 시장 진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향후에도 온라인 커머스약진은 계속 되며, 온라인 직구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앞날을 예측해 보자면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는 반면, 편의점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며, 온라인 유통시장의 범위와 규모는 더욱 커지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주영

[기자의 눈] 여름철 폭염 심화…급증하는 산업재해 어떻게 해야 하나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이 점차 심화되면서 이로 인한 산업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단순히 더위로 인해 불편을 겪는 문제를 넘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폭염 속 노동자들은 열사병, 탈수 등의 위험에 노출되며, 물류센터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특히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건설 현장도 태양을 피할 수 없어 뜨겁게 달궈진 자재로 인해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폭염과 폭우 시에도 작업을 중단할 수 없는 현실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의 위험성도 높이고 있다. 실제로 폭염이 극심한 기간 동안 산업재해 발생률이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환경적인 문제를 넘어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우선, 폭염 시 작업 중단권을 보장하는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이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냉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폭염시 휴식 시간을 의무화 하는 등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절실하다. 여기에 노동자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작업장의 쿨링 시스템 도입도 고려돼야 한다. 기업들 역시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문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법적·제도적 개선과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환경 보호에 동참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때, 우리는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尹대통령, 초대 저출생수석에 ‘40대 쌍둥이 워킹맘’ 유혜미 교수 임명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초대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으로 '40대 쌍둥이 워킹맘' 유혜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를 임명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같은 인선안을 발표했다. 정 실장은 “그간 쌓은 전문성과 경험, 40대 수석으로서의 참신한 시각을 바탕으로 저출생 극복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수석은 초등학생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저출생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관해 연구했으며, 국민통합위원회에서 포용금융특위 위원장을 맡아왔다. 정 실장은 “초등학생 쌍둥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의 병행에 따른 현실적 고충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 수석을 도와 저출생대응수석실을 운영할 비서관으로 최한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이 인구기획비서관으로, 최종균 질병관리청 차장이 저출생대응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유 수석은 “대한민국의 초대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을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저출생 문제 해결과 관련한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출산율 하락의 속도를 늦추고 반등을 끌어낼 수 있도록 단기적 정책뿐 아니라 경제·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도 과감히 발표하고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대책이 성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정책도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 수석은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성장, 재정, 고용, 교육, 복지 등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이 큰 만큼 여러 부처와 소통에 적극 애쓰겠다"며 “대통령을 보좌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발 리스크에 대비하라

트럼프 전 미 대통령 피격 이후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대폭 상승하면서 각국이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각국 수입품에 대한 장벽을 높이겠다고 하였다. 중국산 수입품에 60~100% 관세를 부과하고 그 외 국가의 수입품에는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였다. 기존에 바이든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과 관련하여 트럼프는 더 나아가 중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중국 등 자동차 수출국이 미국 정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자동차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하였다. 트럼프는 기존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하여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폭 축소 내지 폐지할 것이라고 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을 미국에 유치하여 미국에서 반도체 칩을 생산하도록 유도하였지만, 트럼프는 미국 기업이 아닌 타이완 TSMC가 칩을 생산하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 결과 타이완 TSMC와 일본 토쿄 일렉트로닉 주가는 급락하였으며, 반면 인텔과 마이크론의 주가는 상승하였다. 또한 트럼프는 IRA에 입각하여 지급하는 생산 보조금을 축소할 것이라고 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 태양광, 풍력 등 부문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동 업종의 미국내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바이든이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한 전기차 의무명령을 폐지할 것이라고 하였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업종에 대해서도 전력 생산비용이 높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석유 생산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하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와 트럼프는 유세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와 반도체 통제를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전기차 및 배터리, 태양광 관련 기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연합하여 중국을 통제해 온 반면, 트럼프는 동맹국까지 희생시키면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물론 직접적이고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는 중국이 될 것이다. 폭탄 관세로 중국의 대미국 수출은 급격히 위축될 여지가 있으며, 상당수의 중국 기업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제3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UBS는 트럼프의 공약대로 관세를 높일 경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절반 이상 급락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미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상당히 유리한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대미국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에 덤핑 수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 경제가 침체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회복 국면에서 둔화하거나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년도 상반기 우리나라의 1위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에 대한 수출은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품목은 수출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법과 IRA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투자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미국 투자를 줄이면서 해당 부분의 수출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통제 정책과 트럼프의 더 강경한 경제정책이 합쳐져 한국에 충격을 줄 전망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미국발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선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이 보조금 축소로 타격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투자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둘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동 무역흑자가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국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것임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인텔, 마이크론 등 자국 중심의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책을 추진할 경우 우리나라 정부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기업의 대미국 수출이 어려워질 경우 국내시장과 제3시장에 대한 덤핑 수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EE칼럼]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우리는 가난해 진다

점점 더 강해지고 빈번해지는 폭우와 폭염, 짧아지는 봄과 가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연평균 기온. 미래에도 토종 사과와 국산 오징어를 맛볼 수 있을까? 사계절 내내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을까? 이미 기후변화는 우리 앞에 다가와 있지만 정작 우리는 외면하거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동빙고와 서빙고는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위해 겨울철 꽁꽁 얼은 한강의 얼음을 저장해 두자는 선조의 지혜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지명으로만 가볍게 생각하고 정작 예전처럼 얼지 않는 한강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전 세계가 인지하고 각 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지 30년. “불편한 진실" 다큐멘터리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엘 고어의 경고와 미래 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래타 툰베리의 간절한 호소, 세계 온실가스 배출 1위,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 교토의정서를 대체한 파리협정의 채택,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동참 및 2050년 탄소중립 선언. 그런데 이러한 시도와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지구가 계속 더워지게 되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일까?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다. 2021년 6월, 벨기에와 독일에서는 1,00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사상자가 200명 이상 발생하였고, 영국 런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폭염주의보를 발령하였다. 미국과 캐나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1년 여름, 미국의 데스벨리 국립공원의 최고 기록은 56.7℃를, 캐나다 벤쿠버 지역의 최고 기온은 48.6℃를 기록했다. 극심한 폭염은 당시 미국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해서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아시아 대륙에서도 비슷한 이상 기후현상이 발생했는데,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 지역에서는 그칠 줄 모르는 폭우로 인해 지하철 승객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는 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해서 30여 명이 사망 혹은 실종되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기상재해로 인해 194명의 인명 피해와 약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피해와 복구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은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게 되고 이로 인해 소득이 하락하면서 일부는 정든 고향을 떠나서 낮선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기후난민이 될 수도 있다. 이상기후 현상 외에도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산호초의 백화현상, 생물다양성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는 농업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 발생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다양화, 대형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선뜻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러한 비용은 개인의 소득을 작게 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한 국가의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당장은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게 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은 '빈곤의 덫'을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피해는 시간의 문제일 뿐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결국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누군가는 가난해 질 수 밖에 없고, 그게 내가 될 수 있고, 내가 사는 지역과 이웃 그리고 우리의 미래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넉넉하지 못한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소비를 억제하고 미래를 위해 열심히 투자하는 것은 현재의 불편함을 감내하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더 늦기 전에, 다함께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경주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조용성

[기자의 눈] 티빙-웨이브, 합병만이 능사 아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를 달구고 있는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언제쯤 이뤄지느냐다.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긴 해도 연내에는 양사가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두 회사의 합병 이야기가 나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4년 전 부사장 시절 티빙과 웨이브의 깜짝 합병 제안 발언을 한 적 있다. 이후 양측은 지난해 7월 다시 한 번 합병 의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티빙 측이 선을 그으며 무산됐다. 양사의 합병이 급물살을 탄 건 지난해 말부터다. 티빙과 웨이브의 모회사인 CJ ENM과 SK스퀘어는 작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불씨를 지핀 바 있다. 왜 이들은 이렇게 하나가 되고 싶은 걸까. 두 회사의 실적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양사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두 회사의 합산 적자 규모는 2224억원에 달한다. 웨이브는 지난 2018년부터 6년 연속, 티빙은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OTT 공룡으로 일컬어지는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96만명으로 국내 유일의 1000만 앱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을 통해 넷플릭스에 대항할 동력을 얻는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OTT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OTT들의 벼랑 끝 생존 전략인 셈이다. 다수의 언론 및 업계에선 양사의 합병을 두고 '넷플릭스 대항마의 탄생'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현실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합병 이후의 '계획'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의문의 크기는 커져만 간다. 구체적 계획은 차치하더라도 양사는 '이용자들에게 어떤 플랫폼이 되겠다'는 방향성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합병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합병만하면 자연스레 넷플릭스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본다. 최근 만난 한 지인에게 양사의 합병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OTT 광팬인 지인은 현재 티빙과 웨이브 모두 구독 중이다. 그는 “그래서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 뭐가 좋아지는 건데"라고 물었다. 합병이 능사는 아니다. 이제는 합병 이후 이용자가 혹할만한 '강력한 한방'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글로벌 시장을 호령할 토종 OTT의 탄생도 기대하기 어렵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E칼럼] 여성의 리더십이 필요한 에너지 산업

히틀러는 “여자의 세계는 남편, 가족, 자녀, 집이다. 여자가 남자의 세계에 밀고 들어오는 일은 옳지 않다."라며 여성 근로자 80만 명을 해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제한했다. 역설적이게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성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바람에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아졌다. 이들은 전후 경제 부흥을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여성은 우리 경제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 1966년부터 10년간 1만 명이 넘는 간호사가 독일에 파견되었다. 이들이 낯선 곳에서 힘들게 일해서 번 외화는 경제 발전을 위한 마중물로 사용되었다. 독일로부터 차관을 받을 때도 간호사들의 월급을 담보로 제공했다. 경제 개발 초기에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은 1970년 총 수출액의 9.3%를 차지하며 수출 품목 3위에 올랐다. 가발의 원료인 머리카락은 당시 우리 어머니와 누이의 것이었다. 1970년대 봉제공장이 밀집한 동대문 평화시장의 근로자 중 85.9%가 14~24살 여성이었다. 당시 섬유·의류 산업은 경제를 일으켜 세운 효자산업이었다. 과학자의 이미지는 늘 남성적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위기를 다룬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주인공은 모두 남성이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듯 보이지만 이성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이들로 묘사된다. 양자역학의 창시자인 막스 플랑크는 자연은 여성의 소명을 어머니와 주부로 설계해 놓았다며 한때 여성 과학자를 제자로 받지 않았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에밀 피셔는 여성의 긴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실험실에 여성을 들어오지 못하게 한 적도 있다. 여성 과학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여전하다. 여성은 추상적인 과학이나 엔지니어링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사물 보다는 인간관계에 관심을 둔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미국에서 수십 년간 실시한 '과학자 그리기'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에 여성 과학자를 그린 비율이 1%였던 것이 계속 증가하여 28%에 이르렀다. 일말의 희망은 보이는 결과이다. 대표적인 과학기술 분야인 에너지 산업 역시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적합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3 세계 에너지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 여성 인력은 20% 미만으로 전 부문 평균인 40%에 훨씬 못 미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석유·가스 산업의 여성 비율은 22%, 재생에너지 산업은 32%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에너지 공기업의 여성 비율을 살펴보면, 한전은 23.5%, 석유공사는 18.2%, 가스공사는 13.1%에 불과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장 중요했다. 정부가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에너지 공기업이 전력망, 가스망, 열수송관과 같은 인프라와 발전소를 건설하면 됐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에너지 믹스를 고효율의 저탄소형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업계는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전력 분야의 갈등의 골이 깊다.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전통적인 발전 연료인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은 줄고, 대표적인 무탄소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상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변하는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한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일사분란, 빠른 속도가 성장시대의 덕목이었다면, 기후위기 시대에는 다양성, 창의성, 관계지향성이 필요하다. MIT의 집단지성센터는 여성 참여 확대와 같은 다양성이 커지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성은 비언어적 단서를 읽어내고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데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IEA에서도 여성이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솔루션의 핵심 원동력이므로 성별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산업에 여성의 참여가 늘어나고 이들의 의사결정 권한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기구들은 오래 전부터 각종 컨퍼런스에 여성을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작은 일부터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필자도 위원회, 회의, 발표에 여성 전문가를 꼭 참여시키고 있다. 앞서 살펴본대로 여성들은 경제 부흥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에너지 업계도 여성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을 완화시키고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데 여성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기업이 지원과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박성우

[기자의 눈]불안감이 초래한 서울 집값 급등…‘패닉바잉’ 막아야

“혹시 몇 년 전처럼 서울 집값이 다시 폭등할까봐 너무 무섭다. 지금이라도 빨리 집을 사야하는 것 아닌지 고민이 많다." 최근 만난 30대 지인의 말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몇 년 전처럼 집을 사지 않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상황이 반복될까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급등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시장과 수요자들을 과열시키며, 자칫 2020년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최근 몇 년간 없었던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8% 오르며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해당 기간 상승폭은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정책자금 지원으로 거래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7000건이 넘을 전망이다. 이는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처음이다. 지금과 같은 서울 집값 과열이 지속된다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받은 사람들)들이 늘어나며 제2의 패닉바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절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패닉바잉 현상은 다른 무엇도 아닌 국민들의 불안함과 초조함이 만들어내고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 아파트 수요는 정해져 있지만 공급은 항상 부족하다. 이렇다 보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면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오른다. 지금 이 시기에 집을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이라는 느낌에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여 집을 꼭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언론에 나오는 서울 집값 상승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들도 국민들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고조시켜 패닉바잉을 유도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의 이중적인 정책도 문제다. 가계 부채 관리를 하겠다며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시행한다고 해놓고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소를 이유로 시기를 연장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줬다. 제2의 패닉바잉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국민들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오는 9월부터 하겠다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반드시 시행해서 무분별한 주택 구매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등 주택시장 과열에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디 정부가 현재 상황에 알맞은 대책을 내놔 시장 과열을 잠재우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주기를 바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이슈&인사이트] 킬러로봇에 대한 단상

“국방로봇과 킬러로봇의 차이는 무엇일까" 방어와 공격의 차이일까? 지금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하마스 보복전쟁으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극심하다. 현대 문명이 꽃피운 21세기에 살며, 인류 역사가 100년전으로 되돌아가는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국에 우리나라의 K방산이 물만난 고기처럼 비약적인 수출실적을 내고 있는 것을 보면 다소 씁쓸하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지면, 지도자들은 국제재판소에서 형을 받고 책임을 져야 했다. 이는 “성공한 반란은 처벌할 수 없고 후세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는 승자 논리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중국에서 개최된 한 국방로봇 전시회에서 소개된 전시 작전용 살상 로봇에 대해 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초지능 킬러로봇 등장이 머지 않았다는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 때문이다. 사실 오랫동안 로봇틱스 분야의 4대 난제이던 이동기술, 물체인식, 위치인식, 핸들링 기술 문제가 최근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풀리기 시작하였다. 이는 자율적 판단에 의해 전투를 수행하는 살상 로봇이 현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예전부터 킬러로봇의 개발을 국제적 기구를 통해 금지시키자는 움직임은 인공지능 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미국 해병대 특수 작전 사령부(MARSOC)가 AI 기술을 활용한 로봇개를 군사훈련용으로 테스트하는 등 군사용 로봇 분야에서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 발전함에 따라, 세계 각국 또한 자국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군사용 로봇 및 인공지능을 기반으로한 전술 통제 시스템 도입 등 첨단 국방 체계 현대화가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실 인류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은 대규모 살상무기의 발명시기와 일치한다. 패권국의 지위는 군사력에 의해 결정되어 온 것이다. 딥러닝과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이미 인공지능 기술은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역사의 명운은 인류 문명의 과학 기술 수준이 아닌 우리 인간의 통제력 즉 인문학적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인간은 과학과 인문학 발전을 통해 찬란한 고도 문명사회를 아루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발명으로 이제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세계를 지배하는 로봇이 현실화 되고 있다 영화속 지능기계가 도처에서 출현할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최근 발간된 스탠포드대 보고서는 통제되지 않은 AI와 로봇에 의해 인류가 멸종될수 있다고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다 일반인도 신기해하던 최신 로봇기술에 대한 열광이 막연한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인공지능 기술은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나마 AI 분야의 개방과 공유의 분위기가 살작 바뀌고 있다는점이다. 만약 이 통제되기 힘든 권력이 독점화된다면 그야말로 모두가 우려하는 재앙과 파국의 길로 들어서는 서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AI가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는 판별 수준이 이미 인간의 눙력을 넘어선지 오래다. 군작전 수행능력도 시뮬레이션이 압도한다, 오히려 인간의 판단이 기계보다 못한 시간이 다가온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쟁은 인간 본연의 분노를 참지 못한 집단 살인이다“이란 '코스모스'의 저자 칼세이건의 말을 되새겨 보며, 과연 군사용 로봇이 인류의 통제하에서 평화의 수단이 될지 아니면 통제를 벗어난 인류 파멸의 길이 될 것인지 우리 모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보아야할 대목이다. 고경철

[데스크 칼럼] 한국가스공사 당진LNG기지와 지자체의 ‘몽니’

지난 17일 밤 9시경(한국시간), 체코 정부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기업(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움)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팀코리아'가 총 2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에서 대형원전 4기의 건설사업을 따 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원자력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력과 국제적인 신뢰, 산업경쟁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번 체코원전 수주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0여 년 간의 원전사업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 과거 UAE 바라카원전 수주의 성공경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체코원전 수주가 '한국이 약속한 사업 예산 안에서 적기, 안정적인 건설 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건설사업은 예정된 기간에 완수하지 못하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적기 시공능력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원전산업과 달리, 수천 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천연가스사업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씁쓸하다.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기지 건설사업이 그것이다. 약 2400억원이 투입되는 당진LNG기지 1단계 건설사업은 현재 준공 예정일 내에 완료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 이유로는 해당 지자체의 '몽니' 부리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당진LNG기지 건설사업에서 준설토 658만㎥ 발생하게 되는데, 당진시는 준설토를 △당진항만친수시설 △수소·암모니아부두 △동서발전 회처리장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중앙부처로부터 인허가 획득의 책임이 있는 시는 아직까지 해양수산부와의 협의조차 완료하지 못했고, 관련 용역이 모두 중단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설토를 인근 평택에 투기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지만, 이는 '당진시에서 발생한 흙을 타 지역으로 내어줄 수 없다'는 시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현실화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의 계속되는 건축허가 반려도 기지 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당진시에서는 당진LNG기지 건설 사업에서 '지역업체 30% 할당' 조항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에서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지역 업체를 찾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국책사업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LNG기지 건설 사업은 수행 주체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LNG는 도입국과의 장기계약에 의해 정해진 시기에 도입해 와야 한다. 도입 후에는 국내 소비처에 안전하게 공급하는 게 기지 건설의 목적이자 공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당진LNG기지 건설이 적기 완료가 되어야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도 계획한 일정대로 당진시 관내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건설이 지연될 경우에는 관말압력 저하에 따라 가스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각종 권한을 갖는 지자체가 원활한 사업 추진이 방해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원전 팀코리아'의 정신이 40년 공급역사를 갖는 '가스산업'에서도 살아있길 기대한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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