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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자원개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지난달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 배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동해 심해 가스전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산유국 희망 프로젝트는 야당과 일부 언론들의 연일 전방위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업 주체인 한국석유공사는 본연의 업무 외 정치권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만들어 내는 일에 시간을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제대로 한다면 데이터를 검토해 최적의 시추 위치를 정하고 투자자와 협상을 해야 한다. 통상 석유.가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해저 지형에 모래(저류층)와 석유 위를 덮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진흙(덮개암)이 있어야 한다. 또 바닥 지형을 받쳐주는 기반암과 돔 형태로 석유 유출을 막는 트랩의 존재도 석유 매장을 암시하는 요소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영일만 일대의 유전개발 프로젝트 분석을 의뢰해서 유명해진 엑트지오는 기존 시추한 3개의 유정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4개 요인(저류층, 덮개암, 기반암, 트랩)이 있음을 확인했고 입증까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엑트지오가 지명도 낮은 소규모 업체라는 점, 동해를 16년간 탐사했던 호주 석유개발기업 우드사이드가 작년 1월 장래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수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좀 처럼 가라안지 않고 있다. 결국엔 정치권까지 나서게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현안이 정치화하는 상황이다. 전문영역이라 할 수 있는 자원개발이 또다시 정쟁화하고 있다. 자원개발은 어느 지역이나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 있다. 세계 최고 유전 중 하나인 북해 유전은 개발 초기 노르웨이 국민 누구도 노르웨이 근해에 석유.가스전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업계와 정부, 정치권 등이 모두가 자원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이 국민에게 특히 미래 세대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유전개발 성공 이후 노르웨이 국민 삶은 달라졌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노르웨이 항만청에 따르면 노르웨이는 2024년 4월 기준 1인당 국민총생산(GDP) 9만 4660달러로 세계 4위이다. 석유와 가스 일일 생산량이 작년 기준 약 20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요의 3%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개발로 자원부국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의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며 세계 4위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국내 소비 에너지 수입 의존도 98%가 우리의 현실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의 논쟁 중심엔 탐사 성공률 20%가 있다. 오랜 석유개발 역사를 갖고 있는 엑손모빌, 셸 같은 메이저 석유개발 기업의 탐사 성공률은 통상 15~20%이다. 그 보다 작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독립계 기업은 10~15% 수준이다. 우리 기업들은 아직 이 보다 낮은 10% 정도다. 우리 기업들이 탐사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짧은 기간 동안 축척된 경험이 부족하고 선진 기업에 비해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탐사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인수한 해외 피인수 기업들이 갖고 있는 지역 전문성, 우수인력 및 기술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이 처음부터 유망성이 높은 탐사사업을 선별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10~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해외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여 인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기존 광구를 재조정하고 해외투자 유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를 뒷받침할 법.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는 불과 40년 남짓하다. 기술, 경험, 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메이저기업과 거대 국영기업과의 경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우리 내부적으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해서 적극 자원개발에 나서 야 한다. 섣부른 기대는 금물인게 자원개발이다. 하지만 성공 시 얻게 될 막대한 수익을 감안하면 시추를 포함 어떤 탐사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하는 게 자원개발 특성이다. 예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7월 오사카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적게 밖에 못 바꿜 사람은 적게 바꿔어서 기여해라. 그러나 남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는 말을 했다. 동해 심해 가스전처럼 수천억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런 검증이 뒷다리 잡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 자원개발은 긴 호흡으로 꾸진히 추진해야 결과를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자원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강천구

[기자의 눈] ‘고객 서비스 무개념’ 티웨이·에어프레미아, 수혜 자격 미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반 절차를 거치며 독과점 방지 차원에서 운수권과 슬롯을 여타 항공사에 나눠주며 업계 상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운수권과 슬롯을 받은 일부 항공사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13일 기체 이상 점검을 이유로 예정 대비 11시간 지연 운항했다. 일부 승객은 공황 장애를 호소하며 쓰러졌다. 탑승객 310명 중 204명은 끝내 출국을 포기했다. 이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유를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행 기재가 결함 탓에 비행 투입이 불가함을 인지한 티웨이항공은 오사카로 가려던 여객기를 대신 투입했다. 유럽연합(EU)은 항공사 측의 문제로 인해 일정 시간 이상 운항편이 지연 또는 결항될 경우 최대 600유로를 보상토록 규정한다.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으니 오사카 노선의 고객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사회 공동 생활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신의 성실의 원칙'과 지연 보상을 명시한 몬트리올 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당시 탑승객들은 소송을 예고했다. 정비를 완료했지만 기내 탑승객들이 하기(下機)를 요구해 출발 시간이 지연됐다며 고객 탓을 하는 졸렬함까지 보였다. 아울러 이보다 늦은 시점까지 항공기 후미에서 정비 작업이 진행돼 거짓 해명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노르웨이 항공사로부터 인수한 중고 여객기의 에어컨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에어프레미아 측은 “수일 후 딥 클리닝이 예정돼 있다"고 해명했고, 이후 타 매체들이 추가 보도를 이어가자 마지못해 조기 청소를 진행했다고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나 쉽게 처리할 문제였다면 왜 진작 해결하지 않았는가. 또 비판 기사에만 촉각을 곤두세운 나머지 불편을 겪었다는 승객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은 하지 않았다. 각자 유럽과 미주로의 노선 확장, 대형 기재 도입 등 가시적 성과에만 집중해 고객 서비스 가치 제고 노력에는 소홀한 건 아닌가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제라도 각성을 통해 양대 항공사 합병으로 얻게 될 슬롯 등 각종 권리와 혜택을 이어받을 적격자임을 증명해주기를 촉구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땡큐! 홍준표 시장님

국민의힘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경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등 4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경쟁이 아니라 사생결단의 결투의 장으로 변해 오히려 국민의힘이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당대회는 컨벤션 효과를 가져와 일시적으로라도 국민의 관심과 정당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엔 아예 정반대다. 도대체 국민의힘 DNA에 무엇이 있길래 이토록 국민을 실망시키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지 보수적 유권자들은 한숨만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는 제22대 총선의 대패를 딛고 당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지도부 선택이 목적이다. 후보들은 어떻게 당을 혁신해 잃어버린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국민과 당원이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하고 실현가능한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불과 20여 일 앞둔 현시점에도 후보들은 서로 물어뜯고 할퀴면서 비난만 할 뿐, 어떻게 당을 혁신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전략과 비전이 없다. 그저 다른 후보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그 반사적 이익만 보려는 얄팍한 욕심만 보일 뿐이다.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유치한 행태는 그들이 정치적 지능지수를 의심케 한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후보로 나섰다고 해서 그 후보를 만나지 않겠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지조차 모른다. 처음에 홍준표 시장이 만나지 않겠다고 했을 때는 저 사람은 본래 좀 독특한 사람이니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이철우 경북지사가 그 뒤를 따르고, 이어서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까지 대구경북, 대전충청의 단체장들이 한동훈의 총선패배 책임론을 내세우며 자숙해야 할 사람이 대표 경선에 나섰다면서 만남을 거부했다. 이것이 만일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누군가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 그의 정치적 판단력은 결코 믿어서는 안된다. 한동훈의 경선 출마에 반대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또 그의 행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도 당의 중진으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광역단체장으로서 다른 후보들은 모두 반갑게 맞으면서 특정 후보만 만남을 거부하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유치한 행위는 스스로 바른 정치를 할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것이다. 나아가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의 당원들이 그들의 의사에 동조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한동훈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그 지역 당원들의 한동훈 지지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즉 홍준표 시장을 비롯한 4명의 광역단체장들이 한동훈과의 만남을 거부한 행위는 사실상 한동훈을 위한 선거운동을 해준 꼴이 될 것이란 말이다. 보수정당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허다했다. 이회창 감사원장은 김영삼 대통령과 각을 세운 후 일약 대권 후보로 발돋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추미애, 박범계, 이성윤 등 문재인 정부에서 그를 핍박한 사람들 덕분에 하루아침에 생각지도 못했던 국민의힘 대권후보가 되어 지금 대통령이 됐다. 한동훈은 어떤가. 법무장관에 발탁됐을때만 해도 그가 정치인으로 성장하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긴가민가 했었다. 그가 잠재적 대권후보로 거론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대패했지만 한동훈은 그 과정에서 차기 대권후보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 대표 경선에서의 유치찬란한 행위가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국가를 경영할 지도자는 우선 그 자신이 그만한 능력과 자질, 성품과 태도를 갖춘 그릇이 되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잠재적 지도자로 성장할 계기다. 그 계기는 노력한다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능력 있고 다른 사람보다 잘할 수 있다고 외쳐도 국민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미래를 통찰해 바른 방향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은 반드시 주변의 시기와 질투로 핍박을 받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릇의 크기가 그를 국가경영자로 성장시킨다. 그래서 한동훈은 속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땡큐! 홍준표, 이장우 시장님, 땡큐! 이철우, 김태흠 지사님. 홍성걸

[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 해바라기 언제까지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뻔한 논의 주제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상대적 비중에 대한 논쟁부터, 좀 더 깊은 수준으로는 전기본의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기본 자체가 이념화되고 정치적 결정이며, 경직적이면서도 일관성이 떨어지고, 국가주도 통제경제라고 비판한다. 현재 야당 일부에서도 강력하게 폐지를 주창하고 있지만, 일단 여당 입장이 되면 정책의 방향을 리드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어 왔기에, 정치권으로부터의 존폐와 관련된 일관된 시그널도 받기 어려웠다. 현 여당이 원자력에 무게를 싣는 만큼, 과거 야당도 전기본을 통해 재생에너지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식이다. 이러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러 계획경제 스타일의 중앙집권적 계획수립이 계속되는 원인은 무엇일지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모든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전기본 수립 및 발표를 목빠지게 기다리게 하고 이에 일희일비하게 프레임을 짜는 데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의도를 가지고 짜여진 프레임 틀 속에서 원전 비중이 늘었네, 경제성이 있네 없네, 역시 재생에너지 밖에 대안이 없네 하며 싸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러한 프레임을 짠 측에게 우리 에너지 원이 더 경쟁력과 사업성이 있사오니 전기본에 반영해달라며 읍소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경쟁력이 있으면 그냥 시장에서 진검승부하여 사업자가 도태될지 생존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면 될 일을, 정확성도 없는 유효기간 2년짜리 장기계획에 반영되기를 매달려야 하니 말이다. 결국 이 전기본의 문제의 핵심은, 자잘한 발전사업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및 인허가 권한을 정부가 계속 보유하려는 데서 나온다. 전기본 자체가 많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관성처럼 지속되는 것은,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권한을 유지하려는 관료제적 속성 때문이다. 장기적인 시계를 바탕으로 부지를 구입하고 설비를 구축하며 기술에 투자하는 사업자들에게는, 매년 날벼락 같은 일방적 수급계획을 강요하는 것은 기업에게 너무 잔인하다. 여기에 기업들의 의견이 충분히 보장되느냐 하면, 섣불리 반발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보기도 한다. 중복투자가 우려되서 아니면 환경오염 때문에? 수익달성 실패 위험은 기업이 짊어질 숙명이고 공공의 위해는 별도의 규제로 막아야지, 사업 자체를 제로베이스에서 재량으로 인허가하는 정부는 걸림돌 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정해준 대로 하면 문제가 없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최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송전망 부족으로 인해 신규 발전소가 영업도 못하고 서있는 상황이다. 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가지고 운영하는 방식이면 이런 건 기사감도 안된다. 하지만 정부가 정해주는 대로 따라갈 수 없다 보니, 인허가 줄 때 앞뒤 안가리고 덮어놓고 발전소부터 지어놓고 봐야 한다. 당연히 인허가권자로서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손해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밖에 없고, 사업자들은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럼 대안을 생각해보자. 첫째, 어느날 갑자기 정부에서 전력수급에 대한 계획 자체를 안하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당분간 다소 혼란이 있겠지만 분명 민간에서 중장기 전력수요전망을 바탕으로 설비에 대한 유입 전망(outlook)을 제시하고 컨설팅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정부에서 할 일은 시장이 벗어나지 않아야 할 필요 최소한도의 제약조건(constraint)만을 정해주면 된다. 예컨데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이다.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국제협약 맺은 것이 있으니, 국내 에너지업계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경계선만 그어주는 심판 역할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심판, 운영자, 플레이어 모든 역할을 정부와 산하기관들이 하는 것보단 낫다. 둘째, 인허가권의 주체나 범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사실 정부 입장에서는 인허가권을 계속 쥐고 있으면서도 전력수급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어색하다. 아마 에너지업계는 로비 등을 통해 정부의 전력수급에 대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 역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거다. 그래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는 작금의 전기본 수립 자체가 투명하다고 여겨지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프레임 안에 갇힌 의견 수렴 자체가 정부 해바라기를 양산하는 과정이고 뛰어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모두가 수급계획에 예고된 신규 인허가를 기대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정부를 주시할 수 밖에 없다. 계획경제를 벗어나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전력시장이 궁극적인 목표인 건 이미 모두 안다. 그냥 누구나 시장으로의 자유로운 진출입 (Free Entry & Exit)이 보장되어 원하면 방해받지 않고 사업 개시하고, 망하면 떠나게만 하면 된다. 이걸 미리 걱정된다고 조율하겠다고 나서면 그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기득권 철폐가 화두가 된 적 있었는데, 전력부문이야 말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힘든 만큼 위로부터의 조속하고 효율적인 개혁을 기대한다 유종민

[이슈&인사이트]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조정을 금지할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발병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발발하면서 급격히 상승한 철근 등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공사비의 증액을 요구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사도급계약서에서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금지하는 소위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을 두고 있고, 이에 대해 사적자치의 원칙 및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증액을 할 수 없다는 도급인과 예상할 수 없는 범위의 물가상승의 경우에도 전적으로 공사비의 증액이 금지되는 조항의 불공정성 및 사정변경의 원칙을 주장하는 수급인(건설사)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특히 도급인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지 아니면 민간 시행사인지 여부에 따라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다른데, 관급공사의 경우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상 금지되는 부당특약에 해당한다는 것이고, 민간공사의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위반하여 무효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관급공사에 관하여 종래 대법원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이 국가계약법상 금지되는 부당특약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인지는 그 특약에 의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 전체 계약에 미치는 영향, 당사자들 사이의 계약체결과정,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기준을 제시한 다음 “국가 등이 계약상대자와의 합의에 기초하여 계약당사자 사이에만 효력이 있는 특수조건 등을 부가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그러한 계약 내용이나 조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이 아니다."라고하여,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무효로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였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그리고 민간 공사에 대하여 대법원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에 대하여 명시적인 입장을 밝힌 바가 없어 이에 대한 실무가들의 의견 대립이 분분하였고, 지난해 부산고등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이 강행규정이라는 것을 전제한 다음, 해당 공사도급계약서에 첨부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계약금액 조정조항이 삽입되어 있는 것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의 취지를 고려하여 도급금액의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를 특정한 것으로 보아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도급금액을 증액할 수 없도록 규정한 특약은 위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3나50434 판결). 그리고 위 부산고등법원의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하여 이를 지지하는 듯한 입장으로 보인다. 이후 건설업계는 위 부산고등법원판결을 기초로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의 효력에 대해 무효를 주장하기 시작했고, 현재 전국의 정비사업구역 등에서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분쟁이 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위 부산고등법원의 판결이 모든 배제특약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위 부산고등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안은 첨부된 표준도급계약서의 일반조항과 도급인의 사정에 의해 착공이 8개월 이상 연기되었고, 그 기간동안 수급인의 귀책사유 없이 철근가격이 2배이상 상승하는 등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금지하는 것의 불공정성이 존재하는 것이기에 위와 같은 판단이 이루어진 것이다. 결국 물가변동으로 인한 금액조정 배제특약의 효력은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관계, 관련 규정의 취지, 계약 체결의 경위, 물가상승의 비율 등 각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계약의 불공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무효로 판단할 수 있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위와 같은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급인과 수급인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단계부터,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여 예상되는 범위를 넘는 물가상승을 고려한 금액 조정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적절하고, 이는 공사의 원활한 진행에 필수적인 사전작업이라 생각된다. 필자 역시 법률고문을 수행하는 정비사업조합의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법률자문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정한 기준을 넘는 물가의 상승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삽입하고 있다. 최근 정비업계는 고금리의 PF와 미분양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분쟁없이 원활한 사업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지훈

[EE칼럼]변동성 많은 전력수급계획,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좌초되면서 수급계획의 역할도 어정쩡한 상태에서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급계획을 없애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매번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달갑지 않다. 어쩌면 계륵과도 같을 것이다. 조만간 전기사업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형식적이고 소모적인 절차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요즘은 본래 수급계획이 만들어진 목적이나 역할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법에 규정되어 있고 정부의 업무라 하니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수급계획이 국가 에너지정책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전원의 선택과 물량이 국가 에너지산업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제라도 수급계획에 대해 냉정하게 집어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생각해볼 때다. 오랜전 부터 수급계획 무용론이 제기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계획의 목적이 무언지, 누구를 위한 계획인지 사실 명확하지 않다. 매번 계획을 통해 전원믹스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선언처럼 보인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신재생과 원전으로 대변되는 전원믹스의 변동이 반복되고 있다. 6차계획(2013년)은 석탄으로 7차(2015년)에는 원전으로 8차, 9차는 원전 없애기로, 10차, 11차는 다시 원전 늘리기다. 원전이 늘어날 때면 예상할 수 있듯이 수요전망이 높아지는 패턴도 여전하다. 매번 수요예측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소위 롤링플랜이라며 2년후의 계획으로 떠넘길 뿐이다. 다음에 또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 최근 10년 정도만 보더라도 6차부터 진행중인 11차까지 여섯 번의 계획이 수립되었다. 6차계획에서는 수요가 비교적 높아서 대규모 신규 석탄과 가스복합이 1,530만 kW나 반영되었다. 7차(2015년)도 6차와 비슷한 높은 수요를 유지하면서 신규 원전 2기, 300만 kW가 반영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수립된 8차(2017년)와 9차(2020년)에서는 수요가 크게 낮아졌고, 예상하듯이 신규 원전이 철회되고 수명연장도 중지되었다. 현 정부들어 수립된 10차(2023년)와 올해 예정인 11차에서는 다시 수요가 늘어났고, 신규 원전이 각각 2기, 4기 반영되었다. 물론 미래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2년마다 예측이 크게 바뀌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수요증가폭이 낮을때는 경제성장 둔화, BTM(자가 태양광) 등 이유가 등장하고, 반대로 높아지면 데이터센터, 전기차 등이 단골메뉴처럼 되풀이된다. 최근 우리의 연간 전력수요는 대략 550 TWh 수준이고, 연중 피크부하는 9,450MW 안팎이다. 앞에서 언급한 수급계획의 예측치와 견주어 보면 6, 7차는 높았고, 8차는 비슷하며, 9차는 낮았다. 2030년 예측치로 비교하자면 11차의 수요예상치는 9차, 10차에 비해서 각각 18%, 12%나 높다. 앞으로 6년 후 수요가 지금의 추이에 비추어볼 때 크게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현재 전력수요는 2018년 수요에서 4.5% 증가하는데 그쳤다, 연평균 1% 정도이다. 수요관리, 신산업, 무탄소 전원과 같은 에너지 정책과 의지를 반영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은 요인들은 시나리오에 의해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으로 유리 수요예측도 이러한 방식으로 유연성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에너지 여건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의 필요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이제 국가의 책무는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는 성격보다는 불시에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비상계획의 성격이 더 크다. 즉, 공급력 확보가 위태로울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의 기능은 정부보다는 산업과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거론되는 송전망 문제도 과거 수급계획의 누적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전력산업 패러다임이 이미 변했음에도 여전히 대규모 발전단지와 원거리 송전 접근방법이 누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계획된 송전망이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하다. 설사 건설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분산시스템, 스마트빌딩 등 환경변화로 힘들어 구축한 전력망의 활용도가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원의 선택문제도 불확실성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투자결정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한다. 지금 신규설비 건설을 결정하더라도 원전은 입지, 인허가, 건설, 운용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예상보다 공기가 길어지면 투자비 또한 늘게 된다. KTX, 인천공항 등 굵직한 국책사업만 보더라도 알수 있다. 반면에 공기가 짧은 기술의 비용은 안정적이다. 재생에너지 중 일부는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공급비용이 하락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계획설비에 대한 경제성 평가는 미래의 비용이 기준이다. 시간을 무시한 경제성 비교는 객관성이 낮다. 과거에 건설비가 낮았으니 내일도 낮을 것이라는 가정은 불합리하다. 미국 에너지부에서는 해마다 전원별 공급단가 즉, LCOE를 발표한다. 비용산정을 위한 기초데이터는 투자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었거나 금융절차가 진행 중인 계획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한다. 논란이 많은 전원별 경제성 평가방법도 개선이 필요하다. 수급계획의 근본적인 재정립이 시급하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인 에너지 전망과 독립적 시스템운영자가 담당할 계통계획 기능으로 나누어 목적과 용도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 제기되는 문제들도 대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어둡고 험한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갈 때다. 이창호

[기자의 눈] 플라스틱, 고생 많았다, 잘 가라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물질 중 하나로 플라스틱(Plastic)을 꼽을 수 있다. 플라스틱은 '빚어내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기원한 것처럼 변형이 쉽고 이를 통해 어떤 형태의 제조가 가능하며, 내구성도 튼튼하고, 원료비도 저렴해 현대사회에서 안 쓰이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은 반영구적으로 썩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특징은 초기에는 축복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지구를 죽이는 최악의 물질로 평가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구 바다의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 꼭대기에서도 어김없이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썩지 않고 발견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최대 14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강, 바다 등 수생 생태계로 유입됐다. 이 양은 2040년에 최대 37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대신 파도 등으로 미세하게 쪼개져 수생물의 몸속으로 유입돼 최종적으로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몸 속에 축적된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는 인간 몸 속의 여러 장기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플라스틱 오염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유엔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플라스틱 오염 방지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역사에 기념비적인 매우 중요한 국제회의가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간협상위원회(INC)의 최종회의가 그것이다. 이 회의의 주제는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이다. 반영구적으로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지구 환경을 오염시키고 생태계까지 교란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뜻을 모아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단순히 “플라스틱 사용을 좀 줄여 봅시다"라는 자발적 협약이 아니라, “앞으로 이 플라스틱은 사용을 못 합니다"라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결의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 세계가 뜻을 하나로 모아야 하다보니 이견이 많다. 목표연도를 정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축하자는 강경파와 오염 방지가 목적이니 폐기물 처리만 잘하면 된다는 온건파의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그 중간 즈음이 절충안이라고 볼 때 어쨌든 플라스틱의 전성기는 이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국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석유화학산업이 세계 4위이다. 한국도 이제 플라스틱과 작별하는 법을 배워야 할 시간이 왔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삼양식품 ‘불닭면 리콜’이 던지는 교훈

“불닭 신화라지만 결국 불닭 하나로 버티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갑작스런 변수에 회사가 느끼는 당혹감은 더 크겠죠." 최근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가 귀띔해 준 삼양식품 분위기다. 그동안 '너무 매운 덕분에' 잘 나가던 불닭면이지만, '너무 매운 탓'에 처음으로 해외서 리콜 사태를 겪는 삼양식품의 아이러니 상황을 전달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덴마크 수의학·식품청(DVFA)은 삼양식품의 '2배 매운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 핵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탕면' 등 불닭라면 3종을 현지 시장에서 리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지 판매 중인 핵불닭면 3종의 캡사이신 수치가 높아 '급성중독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양식품은 덴마크 정부에 반박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캡사이신 함량 측정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해당 제품의 캡사이신 함량이 덴마크 당국 발표수치의 약 4분의 1 수준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닭면의 해외 리콜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 전반으로 파장이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뉴질랜드 식품안전국도 지난달 하순 불닭복음면 캡사이신 함량 조사에 착수했다. 다행히 리콜 필요가 없다고 결론이 나 삼양식품은 가슴을 쓸어안았다. 일각에선 삼양식품이 덴마크 리콜 사태를 계기로 '노이즈 마케팅'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부정적 이슈로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홍보 전략이 수출지향형 기업의 이미지에 마냥 좋게 작용할리는 만무하다. 지난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액은 8000억 원을 돌파했고, 특히 불닭면 비중이 8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불닭면 브랜드와 수출 의존도가 큰 삼양식품에게 이번 리콜 사태는 위기감으로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양식품은 리콜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불닭면이 잘 나가지만, 불닭면 이후 차선책인 '포스트 불닭면' 브랜드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리콜 사태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불닭면의 매운 맛을 앞세워 재도약에 성공했지만, 한편으론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른바 '맵부심(매운맛+자부심) 현상'에 편승한 상술을 부채질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이 한국의 매운 맛과 음식을 해외로 전파하려는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더 매운 맛' 경쟁보다 '건강한 매운 맛'의 표준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GenAI의 힘을 활용하기”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중요한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오픈에이아이의 ChatGPT, 구글의 Gemini, 앤트로픽의 Claude와 같은 GenAI 모델들이 점점 더 정교해짐에 따라, 이 AI 시스템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으로서 AI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역사적 문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AI의 여정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실험적 질문에서 “기계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가?" 라는 실질적 질문으로 진화해 왔다. 1950년대에 앨런 튜링이 기념비적인 작업 “컴퓨팅 기계와 지능"을 통해 전문가 시스템이라 부르는 규칙기반 시스템을 만드는 초기 AI 연구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부푼 기대와는 “규칙기반 AI"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1970년 후반 및 1990년대 전후동안에 “AI 겨울"을 겪는다. 그러나 이 혹독한 기간에 IBM “통계적 기계 번역시스템 (1995)"으로 딥블루라는 “통계적 기반 AI" 강화, 머신러닝 부상 등 AI는 부활과 확장을 준비한다. 실질적인 돌파구는 2000년대 빅데이터와 개선된 컴퓨팅 파워의 등장과 함께 이루어졌다. 이후 2010년대의 딥러닝 혁명으로 이어졌고, 알렉스넷(AlexNet, 2012)과 같은 신경망과 새로운 아키텍쳐(Transformer, 2017)에서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있는 중요한 발전을 이루었다. 마침내 2020년대 들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훈련된 대형 언어모델로서 “생성형 AI"의 시대가 열렸다. 이 시스템은 우리가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AI 시스템이 더욱 정교해지고,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도구가 되어가면서 우리의 의도와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 등장하였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역할이 필요해 진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GenAI와의 대화 기술"로 우리가 의도한 결과를 AI가 효과적으로 생성할 수 있도록 입력 텍스트(프롬프트)를 작성하는 접근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자연어를 사용하여 AI 모델을 안내한다. 이는 인간의 오랜 도구인 언어가 품고있는 맥락, 뉘앙스 및 특정 요구사항이 AI 모델의 방대한 기능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용자도 접근이 가능하고 즉각적인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이 단순하거나 덜 숙련된 작업을 요구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안된다. 실제로 AI 모델이 복잡해짐에 따라 효과적인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기술은 점점 더 정교해져 가고 있다. 효과적인 프롬프트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주요 특성을 갖는다: 1. 명확성(Clear): 잘 작성된 프롬프트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명확한 목적, 작업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에 대해 말해줘"와 같은 막연한 요청 대신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과 영향을 간단히 설명해줘"와 같이 명확히 물어야 한다. 2. 구체성(Specific): 좋은 프롬프트는 상세한 정보와 맥락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모호성을 제거하여 AI가 정확한 응답을 하도록 안내한다. 예를 들어, “지난 50년 동안 북극의 북극곰 개체군에 미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분석해 주세요. 얼음 녹는 속도와 식량 가용성 변화를 포함해 주세요. 고등학교 환경 과학 수업을 위해 이 정보를 준비한다고 가정해 주세요"와 같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3. 반복성(Iterative): 효과적인 프롬프트는 종종 반복적인 시도를 통해 개선된다. 초기 프롬프트에서 나타난 AI의 응답을 바탕으로 효율성 및 정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개선한다. - 초기: “기후 변화에 대한 간단한 개요를 제공해 주세요." - 후속: “그 개요를 바탕으로 기후 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주세요." - 세분화: “그 경제적 영향을 감안하여 전문가들이 이러한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하는 주요 3가지 정책을 알려주세요." 한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양립하는 자체적인 한계와 다양한 활용의 가능성을 갖는다. 즉, AI 응답의 일관성 부족, 편향되거나 해로운 출력 방지를 위한 윤리적 고려,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서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 위험, 빠르게 진화하는 AI 모델에 맞춰 신속히 적응해야 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 등 여러 도전이 존재한다. 그러나 효과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 도구의 민주화를 통해 더 넓은 사용자에게 접근 가능하게 하고, 콘텐츠 생성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작업의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또한, 창의적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새로운 응용을 이끌어내며, 도메인 전문 지식과 AI 지식을 결합하여 다양한 분야 간 협력을 촉진할 수 있다. GenAI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따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역할도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AI는 여전히 인간의 지능과 창의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도구로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와의 상호작용에서 인간적 요소를 상징하며, 이를 마스터함으로써 AI를 예측 불가능한 블랙박스가 아닌 인간 지능을 보강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위해 AI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적 요소를 중심에 두고 이 강력한 도구를 인류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한성

[EE칼럼] 정치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놔줘야

5월 31일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매 2년 마다 향후 15년 동안의 발전믹스를 담아서 발표한다. 그래서 금번 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발전원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 지를 담고 있다. 향후 15년 후에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일까? 전기를 얼마나 소비할까? 당장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15년 후를 전망한다는 점부터가 후진적인 경제개발 시대적 사고에 우리가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아직도 계획에 집착할까? 경제개발 시대의 전력설비라는 것이 한전이라는 독점기업으로부터 출발하여 성공적으로 경제개발 시대를 이끌어왔고, 계획이란 것이 기저 발전원인 원자력과 석탄만 결정하면 국민들에게는 안전하고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고 산업계에는 저렴한 전력원가를 바탕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기업을 육성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런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전력생산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충분하게 공급하는게 목적함수가 아니라 탄소중립이라는 절대적 대의 명분이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무탄소로 공급하면서도 안정적이어야 하고 저렴해야 한다는 3대 원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력믹스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의해서 우리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이 가장 최상위 목표가 되었다. 안정적이거나 경제적인 원칙은 더 이상 최상위 목표가 아니다. 전 세계 총 배출량의 약 1.5%만 차지하는 나라가 2050년까지 모든 탄소배출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숙명이다. 기본법을 제정할 때부터 지금까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결국 국민들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터인데 얼마나 오르는지? 산업용 전기는 얼마나 오르고 국제 경쟁력은 얼마나 영향받는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기술개발이 가능하면 시간은 충분한지? 지리적 발전설비 결정에 따라 전력계통은 연결이 가능한지? 밀양 송전탑 사태 같은 일이 또 벌어지지 않을 대책은 있는지? 스마트 인버터나 AMI 등을 통한 계측, 제어, 운영이 가능한지? 원전과 재생은 동시 증가하는 얼마나 가능한지? 등의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논의나 논쟁은 없이 이미 대의 명분에 쓸려간 지 오래다. 그래서 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후에 나온 모든 계획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아주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는 수 밖에 없다. 결국 제 11차도 원전과 신재생 발전량 비율을 합쳐서 70%를 넘기게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하면 탄소중립 로드맵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이어야 하고 경제적이어야 할 전력공급의 기본 중의 기본은 다룰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유리한 발전원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도구로 삼고 있다. 전력의 미래를 국회가 결정하겠다는 발상도 나오고 있다. 허무맹랑한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바로잡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의 아웃룩이 필요하다. 전 세계는 그렇게 하고 있다. 전망은 불확실하고 인간은 15년 후를 내다볼 만큼 전지전능하지 않다. 글로벌 경제에 무슨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한 극심한 변동성을 대비하기 위해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 점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권은 실현되지도 않을 후진적인 원전이냐 재생이냐의 이념적 논쟁에만 빠져있다. 당사자인 에너지 업계와 수요자인 산업계는 법과 규제를 만들 정치권과 규제권자들의 눈치만 보고 할 말을 못하고 이미 10년도 넘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심지어 정치가 개입해서 좌측으로 OB를 내고 반대급부로 우측으로 OB를 심하게 내고 정치적 스윙을 일삼다 보니 우리는 더 이상 칠 수 있는 공이 남아 있지 않아서 중도에 게임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제발 국회나 정치권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정책을 끌고 들어가지 말았으면 한다. 조홍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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