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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칼럼] 이재명, ‘여의도 제왕’에서 벗어나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격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하는 말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영혼 없이 의례적인 말을 할 때가 있다. 일반인들도 그런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의례적인 말이었다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그건 거짓말이었소" 하는 식으로 정면 부정하는 일은 별로 없다.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은 100% 진실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경쟁하거나 싸우는 상대라도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며, 특히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그건 가짜였다며 자신이 했던 앞의 행동을 전면 부인해버렸다. 그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심각한 일이다. 그가 언제든지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사례는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방위산업체에 2억 3100만원 상당의 주식 투자를 한 일이다. 0.73%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후 많은 지지자들이 절망에 빠져있을 때 후보 본인은 거액의 주식 투자를 하고,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지원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의 법인카드 남용 의혹과 함께 공공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행동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나는 살아 남아야겠다'는 강한 자의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한다. ◇헌정사에 새 역사 쓰는 '이재명의 민주당' 그제 8·1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압도적 지지로 연임이 확정됐다. 민주당 계열에서 당 대표를 연임한 것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표 이후 24년 만이다. 민주 정당의 선거에서 85%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되는 것도 역사에 없던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 4·10 총선에서 이재명 1극 체제를 완성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의 공천이 이뤄지며 수준 미달이라는 비판을 받는 다수의 후보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에게 유리하게 당헌 당규를 고치는 일은 이제 이야깃거리조차 안 될 정도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처럼 헌정사에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지자들의 말처럼 야권에 그를 대체할 사람이 없을 만큼 이 대표가 뛰어난 지도자이고, 전당대회의 주인인 당원들의 지지가 열렬하기 때문일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한 것을 이 대표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누가 뭐래도 그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양까지 나올 만큼 강한 팬덤을 갖고 있다. ◇'먹사니즘'의 진심, 행동으로 보여주길 다만 당 대표 연임이 그의 말대로 '개인적으로는 손해지만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이라면 그 진심을 증명하는 일은 그의 몫이다. 그는 당 대표 출마 선언문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출범한지 두 달이 넘은 22대 국회의 모습은 먹사니즘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가져가면 법사위원장은 소수당에게 주던 관례도 무시하고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알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22대 국회는 사상 처음으로 아직 개원식도 열지 못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대통령의 막무가내 인사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같은 '내맘대로 국정운영'이 촉발한 측면도 크지만, 현재의 국회 파행에서 민주당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정부 여당과 합의하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대통령 거부권이 뻔한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것은 “우리는 할 만큼 했다"며 강성 지지층에만 호소하려는 입법 독주로 보일 수 있다.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대통령 거부권으로 이어지는 무한정 도돌이표에 민생은 신음하고 국민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거대 야당 대표를 자임한 게 아니라면, 애국위민(愛國爲民)의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가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준다면 민주당에 비판적인 중도층도 돌아올 것이다. 설마 내심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기자의 눈] 계속되는 폭염, 요원해지는 분산에너지

매년 역대급 폭염이 계속되면서 국내 전력수요와 발전설비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에어컨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날씨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니 이를 위한 전력 생산도 줄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 정부부터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 친환경 정책 기조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소비를 효율화 해 대규모 발전설비를 줄이고자 했으나 현실은 정반대인 셈이다. 특히 친환경, 분산형 발전원이라는 태양광이 늘어나면 다른 발전설비들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완전히 빗나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의 43%가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태양광이 호남지역의 분산에너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남 지역의 전력 소비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12%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고압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분산에너지라고 모두 장거리 송배전 투자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날씨의 영향으로 전력생산이 들쭉날쭉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설비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분산전원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 실현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대형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 체계를 전력을 소비하는 곳에서 직접 생산하는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분산에너지는 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중소형 원전(SMR)·집단에너지발전과 같은 무탄소 또는 환경친화적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말한다. 송·배전 인프라 등 전력 계통망 구축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규정된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에도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의 극단적인 수도권 분포도는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인구의 50.6%에 해당하는 2600만명이 서울·인천·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력 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수도권에 수요에 걸맞는 수준의 분산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공간적인 제약과 발전설비는 물론이고 물론 오염 방지와 사고 예방을 위한 시설을 갖추기 위한 비용도 감당하려면 당연히 발전단가가 높아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전기요금 인상이 필연적이지만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선심성 요금 인하에 여념이 없다. 정치권과 당국이 상시적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시장 개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재생에너지 전력의 우선 접속을 보장해야

“전력망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의 전력망 접속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1990년 독일 연방의회에서 제정한 '전력망접속법(Stromeinspeisungsgesetz, the Electricity Feed-in Act)'의 첫 번째 핵심 조항이다. 이어서 이 법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전력 소매 가격의 90%, 수력과 바이오매스 발전은 65~80%의 가격으로 20년간 구매를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로써 육상 풍력의 보급은 속도를 내게 되었지만 생산비가 비싼 태양광은 아직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독일 연방 정부는 2000년에 전력망접속법을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법(Erneuerbare Energien Gesetz, EEG)을 제정하여 구매 가격을 생산비를 보전하는 수준으로 정하였다. 재생에너지 전력의 전력망 우선 접속권은 당연히 유지되었다. 송전망 운영자가 '재생가능에너지 우위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우는 첫째, 이를 발전소 운영자와 계약으로 합의하였고, 둘째, 그 합의가 발전소를 송전망에 더욱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도록 할 때 만이다.또한 송전망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접속을 보장하기 위해 자사 송전망을 “기술 수준에 상응해 최적화, 강화시키고 확대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무리일 때는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송전망 용량 확대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송전망 운영자의 송전망 용량이 소진했고 아직 용량 확대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서는 2009년 개정법에서 상세히 규정하였다. 이 과도기에 송전망 운영자에게는 특정 조건 하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대신 발전소 운영자는 송전망 운영자에게 수익금 손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였다.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2023년에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 51.6%를 기록했다. 파이프로 연결한 러시아의 가스를 사용하던 유럽은 2022년 2월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독일은 천연가스 소비량의 5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만큼 타격도 컸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줄였던 석탄발전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가 전력소비량의 절반을 생산했으니 이런 효자가 없게 되었다. 이 두 법에서 밝힌 법의 취지는 자립에너지 사용으로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청정에너지로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독일은 이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수입 에너지 가격의 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국경세 시행으로 그동안 들어간 비용의 일부를 고탄소 국가의 기업들로부터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 부담에 한몫할 것은 물론이다.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석탄발전과 원자력 발전으로 전력산업을 독과점하고 있던 전력대기업들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유입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데다 특히 첨두부하 시 높은 가격을 받던 가스발전량이 먼저 감소하여 수입이 줄어들었다. 1998년 초 독일의 4대 전력회사 중의 하나인 E.ON의 전신 프로이센엘렉트라가 유럽사법재판소(EJC)에 독일의 전력망접속법이 유럽연합의 반보조금규칙을 위반했다고 제소하였다. 그러나 2001년 3월 13일 유럽사법재판소는 첫째, 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실제 경제적 가치보다 최소한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고, 둘째, 재정적 부담을 전력망업체가 부담(최종적으로는 소비자 부담)하므로 재정 보조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이후 독일의 송배전망 업체들은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의 간헐성이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현재 4% 이하로 오차율이 떨어진 예측 시스템의 개발은 그 중의 하나이다.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오차율은 더욱 개선되어 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전력망 접속 비용 및 통제 시스템의 발전사업자 부담과 보상 없는 출력 제한, 송전망 용량 소진에 따른 발전사업 허가 중지 등 2~3년 사이에 재생에너지의 진입 장벽을 첩첩이 쌓고 있는 중이다. 일개 기업에 의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헤어날 수 없는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행정 규칙과 공기업의 지침으로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퇴행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국회가 나서 입법으로 막아야 한다. 유럽의 산업강국 독일의 현재는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따라가야 할 모델이기 때문이다. 신동한

[이슈&인사이트] 엔화의 쓰나미에 대응하자

지난 8월 5일의 금융시장은 마치 1987년 블랙먼데이를 떠올리게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와 포트폴리오 보험의 기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블랙먼데이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8월 5일의 금융시장 변동은 일본은행(BOJ)의 갑작스러운 금리인상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라는 거시경제적 요인들로 인한 것이었다. 주요국 증시는 10% 내외 하락하였지만, 글로벌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동조화가 심화된 오늘날에는 블랙먼데이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금융시장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충격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조짐을 보이며, 미연준이 금리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인 ISM 제조업 지수가 평균치라고 볼 수 있는 50 이하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에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미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행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초저금리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0%에서 0.25%로 기습 인상했다. 이러한 금융여건이 8월 5일의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나타난 것은 엔캐리트레이드가 주요 원인이다. 저리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에서는 금리차와 엔화환율에 의해 투자의 성과가 결정된다. 엔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고 투자가 만기가 되어 달러와 같은 고금리 통화를 다시 엔화로 환전하여 상환할 때, 엔화가치가 높아질 경우 금리차에 의한 투자성과는 상당부분 상쇄되거나 오히려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엔캐리트레이드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우려가 있을 경우 포지션을 청산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엔화 수요는 폭증하여 엔화는 더욱 강세를 이어간다. 일본은행의 기습적인 금리인상은 엔캐리트레이드의 두 가지 요인에 충격을 주었는데, 우선 달러화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둘째 엔화의 강세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이질수록, 엔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또한 달러화 약세를 초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원화가치의 하락과 함께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고, 시중의 유동성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기업부채가 누적되어있고 최근 소위 티메프 사태, TF 부실화 등이 연이은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구조에 충격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높은 가계부채가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 부족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는 국내 경기의 문제이다. 현재 소비는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다소 위축된 상태이다. 투자는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로 특히 건설과 설비부문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산업에서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수출만 홀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침체 위기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우리 수출마저 위협받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와 기업 자금여력의 악화로 소비와 투자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난관에 부딪힐 경우 우리 경제가 침체 위기를 벗어날 희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당국은 현행 산적한 장기과제에 대한 해결을 지속하는 가운데에도 보다 단기적인 현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소비와 투자를 짓누르는 요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가계부채와 기업의 재무구조이다. 이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은 지속하되 이들로 인한 문제가 더욱 가중되지 않도록 단기적인 모니터링 강화에도 힘써야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거대한 파도에 주의하며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이어나가야할 시점이다. 김수현

[EE칼럼]재생에너지 대세는 태양광인데...대한민국은?

2024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고 여름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글로벌 기후는 계속해서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CCS)와 기후, 에너지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날이었으며 올해는 데이터 수집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확률이 95%에 달한다고 한다. 2023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월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7월 25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올여름 기록적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며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은 재생에너지이며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은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의 전례 없는 급증을 경험하며, 20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태양광 협회(SolarPowerEurope)의 '2024~2028년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전망 보고서(DC 용량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용량 추가는 576GW로 2022년 대비 59% 증가했다. 이 중 태양광은 전제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용량 576GW 중 447GW로 78%를 기록했고 풍력이 117GW로 20%, 수력이 7GW로 1.2%, 바이오가 4GW로 0.8%, 기타 재생발전이 1GW로 0.2%였다. 태양광 신규 발전용량 추가 447GW는 2022년 239GW에서 87%가 증가한 것이며,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중 태양광 점유율 78%는 2021년 56%, 2022년 66%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로 태양광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 용량 추가를 주도하고 있으며, 태양광은 전년 대비 167% 성장(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성장률은 35%)했고, 2023년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치의 56.6%를 기록했다. 2024년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상반기 통계(이하 AC 용량 기준)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23년 신규 태양광 설치 기준으로 상위 5개국을 살펴보면, 먼저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통계를 보면 중국은 2024년 상반기 102.48GW의 신규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 30.88GW, 2023년 78.42GW를 뛰어넘는 기록이며 YoY 30.7%가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 정보국(EIA)의 통계를 보면 2023년 5월까지 8.8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5월까지 12.7GW를 설치하여 YoY 43.5% 증가했다. 독일의 경우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제공하는 통계(https://energy-charts.info)를 보면 2023년 상반기 7.0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 7.5GW를 설치하여 YoY 7.1% 증가했다. 브라질의 경우 태양에너지 협회(ABSOLAR)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1.9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에만 7.1GW를 설치하여 2023년의 59.9%를 기록했다. 인도의 경우 중앙전력청(CEA)의 통계를 보면 2023년 상반기 6.8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 12.2GW를 설치하여 YoY 79.4% 증가했다. 국가별, 통계작성 기관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09~2023년 동안 평균 성장률 35% 적용한다면 2024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은 585GW, 2025년 790GW, 2026년 1,070GW에 이를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4년 1분기 글로벌 태양광 시장 및 투자 동향'에서도 2024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최소 570GW, 최대 650GW가 설치될 것이며,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4년 5월 기준 2023년 고점 대비 51.8% 하락했고, 전 세계 모듈 제조 용량은 2022년 289GW에서 2023년 499GW, 2024년 750GW로 전년 대비 5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투자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77조 달러였고 태양광 투자액은 재생에너지 투자액 중 63%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을 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1.72GW, 2023년 1.35GW에 이어 2024년 1.23GW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30.2%를 21.5%로 낮췄고,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 대폭 하향 조정, 한국형 FIT 제도 폐지, RPS 일몰 및 경매제 전환 추진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5월 30일 송전선로 부족을 이유로 호남지역 전체에 오는 9월부터 2032년 1월까지 발전사업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늘리겠다는 우리 정부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황민수

[이슈&인사이트] 불붙은 서울집값, 일시적 반등 vs 추세 상승?

몇 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은 매물을 회수하면서 집을 보기 전에 계약금부터 넣어야 한다. 2020-2021년 현장에서 많이 보든 광경이 서울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수직상승의 곡선을 볼 수 있다. 7월 5주차에 상승률이 살짝 꺾이긴 했지만 5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실제 생활인프라가 좋은 신축아파트 상승은 평균통계보다 훨씬 더 높다.거래량도 폭발했다. 7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7,390건으로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2020-2021년 집값 폭등 시절 7천건을 넘긴 달은 4달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월 7,000건 거래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집값 상승의 바람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용인시, 수원시, 광명시, 하남시 등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5월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아파트를 구입하는 분들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2020-2021년 상승열차를 타지 못했던 실 수요자들이 집값 폭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면서 적극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2020-2021년 상승은 서울에서 수도권, 지방으로 번져 사실상 수도권 외곽과 지방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지방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 서울은 후끈 달아오른 여름의 극심한 양극화 시장이다. 또 재건축 기대감으로 구축아파트가 인기가 높았던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라는 “얼죽신"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신축아파트가 인기다. 실 수요자들이 이렇게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서울아파트 공급부족이다. PF자금난으로 신규아파트 사업의 인허가와 분양, 착공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아파트 신규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둘째는 전세가격 상승이다. 입주물량 감소와 빌라 등 비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역 전세, 전세사기 우려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무이자 대출과 같은 개념인 전세가격 상승은 주택구매능력을 개선시키고 불안한 세입자가 차라리 사자로 돌아서는 구매욕구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셋째 금리인하 기대감이다. 금리는 집값과 반비례 관계이기도 하고,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꺾였던 집값이 기준금리가 내리면 다시 올라간다는 기대감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넷째 건축비 인상으로 올라간 분양가 때문에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섯째 출산가구에 저리대출을 해주는 신생아특례대출이 1월부터 시행되었고 하반기 부부 합산 소득기준도 1억3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유동성이 늘어나고 구매능력도 개선되었다. 그래도 왜 갑자기 불안해졌을까? 서울아파트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이 하루 이틀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럽지가 않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한국은행이 바로 내린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내리더라도 이미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와 선 반영된 상태여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대출금리 인하 폭은 제한적이다. 장기적인 상승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수요자들의 불안한 마음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바로 신뢰를 잃은 정부와 국회의 헛발질이다. 총선 이후 믿었던 야당이 먼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언급했고 여당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임대차2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책임지지 못할 규제 폐지를 공언하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또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공공분양 사전청약을 전격 폐지하면서 불안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결정적으로 서울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로 전격 연기하면서 집값 잡을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을 주었다. 정부는 뒤늦게 총력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급확대를 약속하고 있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270만호라는 엄청난 공급계획이 나온 마당에 몇 만호 신규택지 발굴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비 아파트 공급확대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집 마련을 걱정하는 실 수요자들에게 공급확대에만 메달리는 정부대책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흐름을 끊어주고 관심을 돌리는 작전타임 같은 대책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1년 내 구입하는 경우 5년간 양도세 면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종부세 합산배제의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고, 분양가 할인, 저리 대출지원까지 해준다면 시장의 수요자들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내 집 마련 전략을 다시 짤 것이다. 내 집 마련의 욕구를 지방으로 돌려 미분양아파트를 소진하면 PF문제도 해결하고, 주택이 필요한 실 수요자들은 저렴하게 세제혜택까지 받으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가 있고,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다시 흐름이 꺾여 하락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당분간 상승흐름은 이어질 것이지만 5년 이상 상승하면서 집값이 2배 정도 올라가는 추세상승은 아직 시기상조다. 소득 대비 여전히 집값이 높은 고 평가 상황이고 추세상승의 조건인 집값 저평가와 규제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충분히 충전되지 않았는데 목적지까지 온전히 도달하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럴 때 일수록 실 수요자들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내 집 마련 전략이 따라야 한다. 자금이 되고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정답이다.떨어질 때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집을 사서 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아파트 가격은 또 올라가 있다. 장기적으로 아파트가격은 우 상향한다.하지만 상승열차를 타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에 무리한 대출로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22년 금리인상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무리한 대출을 받은 분들이 고스란히 그 위험에 노출이 된다. 오늘 떠난 열차가 막차라 하더라도 내일은 또 다른 열차가 온다. 불안한 마음은 잠시 내려두고 내가 지금 필요한가 준비가 되었는가 내 집 마련의 기본과 원칙을 한번 더 생각해 보기 바란다. 김인만

[EE칼럼] 기후 난민에 더욱 관심 가져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올 해 여름은 너무나 길고 힘들게 느껴진다. 계속되는 폭염에 6월 중순부터 약 두 달 동안 무려 90만 여 마리의 가축들이 폐사하고 온열질환 환자도 지난해 보다 13%나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반도의 기후위기도 심각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극한 기상 현상의 빈번한 발생, 생태계의 변화 등은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며, 특히 취약한 지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겨난 '기후 난민' 문제는 국제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인도적 위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후 난민은 자연재해나 기후위기로 인해 거주지를 잃고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세계은행은 2021년 업데이트해서 발표한 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2억 1,600만 명이 자국 내에서 이주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국내 기후 이주의 핫스팟은 빠르면 2030년에 나타나고 2050년까지 계속 확산되고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는데, 이러한 이주는 주로 내륙에서 해안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나아가 국경을 넘는 형태로 발생할 수도 있다. 기후 난민 문제는 기존의 정치적인 이유가 문제가 되는 난민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후 난민 문제는 남아시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들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남아시아에서는 최근 들어 정치적 불안정으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 방글라데시가 세계에서 가장 기후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수도인 다카(Dhaka)로 매일 2천여 명이 이주해 오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50년까지 국민 7명당 1명, 즉 1,330만 명이 기후위기로 인해 난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술한 세계은행의 보고서는 아프리카 대륙이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2050년까지 최대 8,600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국 내에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태평양 도서국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키리바시와 투발루 같은 국가들이 국가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2050년까지 이들 국가에서도 수십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난민 문제는 인도적 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 도시로 유입되면, 이로 인한 인구 과밀, 주거지 부족, 일자리 경쟁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나아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미 자원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기후 난민 문제는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영향을 드러낸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주로 선진국의 산업화와 대규모 탄소 배출에 있지만, 그 피해는 주로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이 겪고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적응할 능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후 난민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기후 난민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작년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각국은 기후변화가 난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맞서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기후 난민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연대를 바탕으로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국과 피해국 간의 책임 분담, 기후 난민의 법적 지위 확립,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재정적 지원 등에 관한 논의와 행동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 역시 기후 난민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주요 산업국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기후 난민 문제는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인해 인근 아시아 국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난민의 이동 경로가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난민 문제에 대비하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된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느니 만큼, 이러한 기술적 역량을 활용하여 기후 난민 발생국에 대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이 속한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후 난민 문제에 대해 보다 선도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국제 사회가 이 문제를 대응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난민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복합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니 만큼 우리 역시 기후 난민 문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욱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국제 사회가 협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가길 바란다. 임은정

[김병헌 칼럼]이재명 2기 유일체제 민주당 출범에 부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당 대표 연임을 당원의 압도적 지지속에 확정지었다.또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전문(前文)에 명시하고 당원 중심 정당 운영을 구체화한 강령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90%이상의 압도적 찬성율로 지난 5일 당무위와 12일 중앙위를 거쳐 확정된 강령 개정안엔 국가·정당의 비전, 경제·정치 등 13개 정책 분야의 개별목표가 담겨져 있다. 특히 '기본사회' 명시와 당원 권한 강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구체화가 개정 내용 가운데에서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기본사회'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포퓰리즘적 사회주의와 가깝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이 대표가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기본00 시리즈'(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후보가 되면서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을 말한다)'의 함축적 종합판으로 정부가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을 모두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고, 모자라면 돈을 찍으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경제현실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내놓았던 13조원의 세금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도 같은 맥락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역시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일관된 법원의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 적용요건 등에 대해 명쾌하고 정치한 법리적 논증 없이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이 원칙의 법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주시하는 것이 순서다. 개정된 강령이 대의 민주주의적 대중 정당이 아니라 당원 중심 정당을 표방했다는 대목은 특히 우려스럽다. 당원도 당원 나름이다.이 대표는 '개딸' 등 극렬 팬덤 당원들을 업고 당내 비판을 거의 용납않는 수준으로 당을 장악했다. 21세기 민주국가의 국회 거대 야당이 세간에는 그래도 민주 정당일거라는 희망섞인 바램 덕분에 일극주의라는 표현으로 통용되지만 속으로 들여다보면 '이재명 유일체제'리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명의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도 확인됐다.댜통령과 여당을 향한 극렬 발언 등 충성 정도의 차이가 당락을 갈랐다. 한때 최고위원후보 1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의 낙선이 이를 웅변해준다. 옛 소련의 공산당 지도자 레닌이 소수지만 극렬 지지층인 볼세비키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것이나, 중국 마오쩌둥이 권력 강화를 위해 홍위병을 동원했던 것과도 유사해 보일수 밖에 없다. 대표선거 운동과정에서 김두관 후보가 페이스북에 당의 전당대회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전 대표가 '당원 주권시대'를 외치지만 소수 강경 개딸의 주권시대일 뿐"이라고 비판했던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1인 독재정당'이라는 위험천만한 길로 본격 첫발을 내딛었는지 모른다. 이 대표 우상화라는 비민주적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 하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문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나 '당정 관계'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놓고 당내에서나 대통령실과 이러쿵 저러쿵 하는 행태는 어찌보면 잔망스러워 보이기는 해도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유일 체제는 위험하다. 유일 지도자는 완벽하며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혹여 잘못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잘못이 된다. 22대 국회 개원 이래 민주당이 발의한 7건의 탄핵안과 9건의 특검법도 원죄는 정부 여당에 있어 발의했다는 식의 억지도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로 여겨진다. 최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 6건을 일방적 처리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의 행태에 흠결과 하자가 많았다면 그동안 민주당의 탄핵과 특검 등의 일방 강행처리도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당연히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당 대표 선거의 컨벤션 효과는 접어두더라도 정당 지지율 추세가 여당에게 아직도 밀리며 답보 상태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진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시행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등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이 대표 발언의 명분도 도긴개긴이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면 '부자 감세'이지만 이재명 유일체제 민주당이 하니까 '민생 정책'이 되는 논리다. 대표가 중도층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면 그 순간부터 맞는 답이 된다. 북한의 “(노동)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아 정말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다양성 부재와 중도층 외면에다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는 '유일체제' 이재명 대표만을 추종하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가중시키는 '이탐대실(李貪大失)'로 접어드는 기로에 서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정말 어디로 가고있는가?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기자의 눈] 은행들에 ‘이자장사’ 책임 물을 수 있나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거셌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2021년 이후 급격히 오르면서 은행들은 벌어진 예대마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갑질, 종노릇 등의 비유를 들며 은행권의 대출 장사를 비난했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지만, 집중포화가 지속되자 올해 초부터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원하는 민생금융지원방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의 이자장사 비판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최근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낮췄는데, 당국은 현재 '은행의 대출 금리가 낮아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고 연 6%를 넘어선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31~6.72%까지 높아졌다. 한 때 최저 연 2%대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사라졌고 연 4%대까지 높아지며 대출 시기를 놓친 차주들만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혼합금리(주기형 포함)는 연 3.09~5.97%로 최고 연 6%에 이르는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지고 있는 시장금리에 따라 수신(예·적금)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3.476%에서 지난 14일 3.285%까지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중 가장 높은 기본금리는 연 3.42%로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 지금의 기이한 모습은 결국 은행권의 예대마진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또다시 이자장사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출 금리 인상 책임을 온전히 은행들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당국의 오락가락한 정책과 개입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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