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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일반직 노조의 자가당착과 당랑거철

뇌피셜(腦+official) [명사]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공식적인 사실인 양 주장 또는 추측하는 행위.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하 APU)과 일반직으로 이뤄진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공동 기자 회견을 관통하는 단어다. 두 노조는 지금껏 그래왔듯 거친 어조로 “합병 결사 반대"를 외치며 한국산업은행·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을 성토했지만 '뇌피셜'에 따른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역력해보였다. 이들이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는 홀로 화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유리한 역량을 갖춰야 하며, 합병 회사와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짤막한 한 줄 뿐이다. 과연 이들이 원하는대로 될까. 사실상 자살 골이나 다름 없고 오히려 무효타에 해당할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도 EC에 합병 반대 서한을 발송할 수 있었을 텐데, 왜 9부 능선을 넘은 현 시점에 보냈느냐"고 최도성 APU 위원장에게 질의했다. 최 위원장은 “EC가 (독과점 문제를 들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고, 고용 문제를 중요시 하는 집행 기관이라는 믿음이 있어 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에어인천으로의) 화물본부 매각에 반대해 조종사들의 집단 사직서를 받고 있다"며 “우리와 만나줄지는 모르겠지만 EC에 직접 찾아가 당국자와의 면담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 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나겠다는데 상식적으로 전세계 그 어디에도 이를 만류할 행정 기관이 있을리 만무하다. 또 이것을 이유로 EC가 성사 단계에 가까워진 인수·합병(M&A)을 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순진무구한 발상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독과점 논란 해소 차원에서 티웨이항공에 기재와 운항·객실 승무원을 '웻 리스(wet lease)' 형식으로 전폭 지원한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이 에어인천에 대한 방책을 찾아서 EC의 요구 사항을 해결한다면 사직서를 제출한 APU 조합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게 명약관화하며, 당랑거철(螳螂拒轍) 국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권수정 노조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면 대한항공에 의한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면서도 “항공권 가격은 고정값이 아니어서 경쟁 체제 안에서 만들어진다"며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로 인천국제공항은 '제5자유 운수권'이 적용돼 대한항공이 함부로 가격 조정을 하려 들면 80여개 외항사들이 귀신 같이 좌석 공급에 나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유일한 국적 풀 서비스 캐리어(FSC)로 남을 경우 경쟁 상대가 없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올해 안으로 들여오기로 한 A350 여객기 2대를 대한항공에 사전 이관하기로 했다며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사장)를 배임(背任)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납득할 수 없다. 설령 영업이익을 벌어다주는 수단을 넘긴 게 사실이라 해도 현 시점에선 정리 해고의 불안감이 사라지도록 M&A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 APU의 집단 사직으로 EC가 조건부 M&A 승인을 뒤엎는다 치자. 그러면 7900여명의 아시아나항공 구성원 모두의 생계가 흔들리고 회사는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이야말로 사실상 배임 행위일진대 후사를 책임 질 수 있나? 약 4년을 끌어온 대한항공과의 M&A가 APU와 노조 소원처럼 무산된다면 모든 절차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상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총 12조773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4.65% 늘었고, 부채 비율은 2006.94%로 항공기 리스료·유류 헷징을 감안해도 고도 비만이다. 그럼에도 권 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지금까지 살아 남았고,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며 “수년 간 임금도 2.5%만 올리고 잘 버텨왔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회계사를 대동해 계산해보니 실제 부채 비율이 500%대로 나타났다"고 첨언했다. 어느 나라식 기적의 셈법인가. 아직까지도 회생이 가능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자기 객관화가 안 됐나.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하드 캐리 덕에 숨통이 겨우 붙어있어 언제 파산해도 이상하지 않을 기업이다. 영업이익으로 빚 갚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독자 생존을 외치며 제3의 인수자를 찾으면 된다고 주장하는 건 뜬구름 잡는 소리다. 같은 직급이어도 일반직 기준 대한항공 대비 아시아나항공 근로자의 연봉은 1000만원 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U와 노조 모두 M&A에 훼방 놓을 생각을 접고 지속 가능하며 윤택한 생활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왜 우리가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

'왜 우리가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 1983년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발표했던 선언문 제목이다. '도쿄 선언'으로 잘 알려졌다.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고 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 주름잡고 있는 시장이었다. 한국은 반도체 불모지였다.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30여년이 지났다. 삼성이 '반도체 성공스토리'를 썼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초창기 경영진과 연구원들이 고군분투한 내용은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64K D램'을 개발한 스토리. 아무도 관련 기술을 공유해주지 않아 눈대중으로 공부해야 했다는 푸념. 공정 간 거리를 보폭으로 재며 밤마다 모여 정보를 공유한 얘기까지. 삼성전자는 선배들의 눈물과 땀방울을 토대로 삼아 전세계를 주름잡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작년 기준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한 금액이 147조1710억원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도 500만명에 이른다. 최근에는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새 먹거리로 점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선두 업체인 대만 TSMC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업계 판도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아주 작은 실책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결국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성과급도 수천만원씩 가져가지만 돈을 더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전삼노 집행부는 상식을 벗어난 행보만 계속하고 있다. “공장을 세우겠다"는 해사행위는 애교 수준이다. 삼성이 반도체를 못 만들게 하겠다고 외신과 인터뷰를 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대로 한복판에서 연예인을 초청해 '호화 집회'까지 열었다. 삼성전자가 극소수 몰염치한 직원들 탓에 몸살을 앓는 사이 TSMC, 인텔 등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TSMC는 'AI 특수'를 누리며 한때 시가총액이 1조달러 선을 넘어섰다. 인텔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없다.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나에게도 득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다. 전삼노가 지난해 8월 확보한 대표교섭노조 지위는 다음달 종료된다. 삼성전자 노사 관계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박원주 칼럼] 기술진보와 우리의 선택

역사에 '만약'은 없다(There are no ifs in history.)지만 사실 '만약(ifs)'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살아남은 이들만의 특권이다. 그리고 그 '만약(ifs)'은 대체로 선택의 순간을 뜻한다. 현재는 과거 무수한 선택의 결과이고 우리 선택의 씨줄과 날줄이 모여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든다.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은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고 결론을 내는 것. 가장 흔한 선택중 하나가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인데 유감스럽게 이 때도 그 후과는 피할 수 없다. 케이지속의 기니아피그는 위협을 받으면 작은 구멍에 코를 박고 눈을 질끈 감는다. 그걸로 자기 덩치가 감춰질 거라 믿는다.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선택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대부분의 모멘텀은 변화나 도전의 형태로 바깥에서 찾아 온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장 많이 겪는 도전은 기술진보이다. 기술진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양면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혁신을 불러오고 인류의 문명을 발전시킨다는 점에서는 이를 환영한다. 국가 또는 기업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환영한다. 하지만 기술 진보가 그간의 거래 행태나 사회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온다면, 그래서 예상치 못했던 피해자가 나오고 승자독식의 구도가 만들어지면 사회적, 정치적 반발이 생겨난다. 기존 기술로 충분히 재미를 보던 시장점유자들도 혁신을 미루려다 실기하고 만다. 그렇게 해서 좌초되거나 폭망한 혁신이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한국판 우버를 표방했던 TADA의 차량공유 서비스, 출혈경쟁에 빠진 대리운전, 당일배송 플랫폼, 10여년전 약진하다가 사회적 반발과 규제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던 대형마트의 물류유통 혁신 등.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많다. 필름시장의 초강자로 사진, 영상시장의 디지털화를 온몸으로 막으려 했던 KODAK의 파산, 휴대전화 시장 세계1위 기업이었음에도 안드로이드 OS로의 전환에 때를 놓쳐 강퇴당한 핀란드 노키아 등. 실패는 단순히 기업의 소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버가 동남아에서 그랩, 볼트 등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이동 선택지가 늘어나고, 유통시장에서도 편리하고 위생적이며 저렴한 쇼핑이 제공되는 동안 한때 세계 IT의 메카라 자부했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글로벌 혁신의 흐름에서 소외되어 왔다. 새로운 기술, 산업, 경제활동이 만들어 냈을 고급의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기회도 우리를 비껴갔다. 확실히 '만약(ifs)'이란 단어가 아프긴 하다. 기술진보에 대한 또다른 반발은, 나중에 생각해 보면 명백하게 무가치한, 구시대적 가치관이나 도그마로부터도 온다. IMF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받았다. 우리 가치관이나 사회적 가치는 하찮은(irrelevant) 것으로 취급받았다. 강요된 혁신이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전화위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조조정 이전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국내에 토지나 자산, 기업을 사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우리 정부는 매년 외국인투자 유치 실적을 주요 성과로 발표했다. 우리 상식이 얼마나 덧없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그럼에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고루한 도그마나 정치구호는 여전히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 재생에너지, 온실가스 저감, 원자력, 자원 개발 등 응당 해야 할 일들에 정치색이 입혀지면서 분쟁과 파당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복 입는 기간을 두고 드잡이질하던 이조시대 예송 논쟁조차 이보단 어른스러워 보인다. 기술진보 앞에서 우리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하거나 또는 말거나 그뿐이다. 하지 않는다고 현상유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변화를 거부해도 경쟁자들이 이를 택하면 우리 입지는 약해진다. 그래서 이해충돌을 중재하고 올바른 선택을 찾는 역할이 중요하다. 피해자에 희생을 강요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래된 경제이론에 코즈정리(Coase Theorem)라는 것이 있다. 이익 보는 자와 피해자가 있을 때 서로 거래를 통해 모두 만족하는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이론. 21세기의 정부는 그런 일을 하라는 조직이다. 그래서 남보다 앞장서서 책임지고 창의적으로 선택하는 공무원이 잘 되는 세상을 보고 싶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인구소멸 대응과 수도권 상생발전

수도권 규제를 해야 비수도권이 발전한다는 논리는 인구와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대에 적합하다. 인구와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수도권 집중이 명확하게 나타나던 시기인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재배치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마련된 법이다. 그러나, 40년이 넘은 현 시점에서 바라본 수도권 규제는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 해야한다. 규제에 의한 부작용으로 수도권 역차별을 낳으면서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상생발전의 틀을 해치는 틀에 박힌 제도이기도 하다. 특히, 과밀억제권역에 집중된 각종 규제로 인해 새로운 국가발전 낙수효과를 누리는 기회도 박탈되기도 한다.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여 질서있게 정비하고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에 따라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규제가 집중된 과밀억제권역은 인구집중유발시설 규제, 공장 총량제행위 등 제한과 기업 설립 시 취득세 중과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규제 실효성이 없고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되어 규제의 역효과가 생겼다. 수도권 인구집중이 심화되고 수도권-비수도권간 균형발전 불평등이 확대되며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 영세산업구조의 전환이 어려워지고 성장관리권역보다 실업률이 상회하며, 높은 실업률과 주거 불안정은 저출생과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인구소멸을 완화시키는 도시정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상생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청년의 일자리 교류정책을 마련하고 지역과 수도권이 연계된 “일자리 상생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의 규제보다는 합리적인 조정 정책으로 상호 연계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차원에서 일자리를 증대시키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되어진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80년대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와 성장관리 정책으로 전환하고 국가경쟁력 강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수도권정책은 대도시 국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지방발전정책은 분권시스템으로 전환시켜 GDP 개선, 출산율 증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연계하여 상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경쟁력 강화가 지역의 상생발전에 연계되어 국가 차원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력산업의 침체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업의 생산, 수출,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ICT 산업 발전은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고 기존 전통 제조업 방식 변화가 이루어 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산업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급하고 광범위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수도권과 지역의 상생된 산업발전은 인구소멸 속도를 완화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책과제이다. 도시 및 지역정책은 전반적으로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화되는 지방분권 및 지방시대로 접어 들고 있다. 수도권과 지역 모두 지방정부의 권한으로 도시산업을 육성하고 첨단화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택의 자유가 필요한 시기이다. 저출산과 인구소멸의 문제는 지역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도 위협으로 다가오는 심각한 과제이다. 도심의 재구조화, 산업 생태계의 재구조화를 도모하고자 할 때 수도권 규제에 의해서 재편이 어려우면 국가 지속가능발전은 어려워 진다. 이제는 규제완화를 통해 상생전략과 글로벌 시각에서 지역개발정책을 고려하고, 지방정부별 규제완화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취등록세(도세) 중과세 완화, 공장총량 완화, 행위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가칭 “수도권 상생발전특별법"의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범현

[EE칼럼] 자발적 탄소시장과 기후테크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부터 탄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규제 대상 법인 및 사업장에 연간 배출허용량을 할당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혹은 초과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한 사업장은 잉여 또는 부족한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다. 물론 규제를 받지 않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외부감축사업도 있지만 이는 규제적 탄소시장의 보완적 장치이다. 그런데 이런 규제가 없어도 탄소배출 감축과 그 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자발적 탄소시장'이다. 자발적 탄소배출권은 주로 미국, 유럽, 싱가포르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같은 시점에 동일한 가격이 책정되는 규제시장에서의 탄소배출권과 달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탄소감축기술이나 방법, 감축활동 지역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삼림조성이나 생태계 복원과 같은 활동에서 비롯된 배출권이 산업용 불소가스의 포집 및 파괴에서 비롯된 배출권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또한 아프리카나 남미의 최빈국의 지속가능개발을 지원하면서 발생한 배출권이 중국, 인도 등 선발 개도국에서 발생한 배출권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배출권의 구매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과 가치에 따라 더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배출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Story)를 마케팅 등에 활용하여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2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국내 증권사에서 탄소시장 전문팀을 신설하고,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또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 싱가포르 등에 속속 들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2021년 10억 달러 수준이던 시장규모가 2023년에 표준 및 신뢰 문제로 답보했다. 게다가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여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려는 기업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지목되어 규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이 톤당 200달러 이상의 매우 높은 가격으로 삼림복원이나 농업분야 감축 프로젝트와 더불어 혁신적인 신기술, 즉 기후테크에서 발생한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미래 신기술의 실증 및 확대 측면에서 구매했다. 예를 들면, 공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여 제거하는 기술(DAC, Direct Air Capture)에서 발생한 배출권을 구매한 것이다. 당연히 당장 경제성은 없다. 하지만 미래 신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며, 이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현금흐름을 창출하여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자발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없으면 누가 대규모의 비용을 써서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이겠으며, 또한 누가 탄소배출권을 굳이 구매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일반적인 시각으로만 미래를 이끌 수는 없다. 빅테크 기업이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시장 자체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의 거래소나 방법론을 그대로 복사하는 형태가 되면 곤란하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후테크에서 비롯되는 탄소감축을 실증하고 정량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표준화하여 국내의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박용진

[기자의 눈] 22대 국회, 에너지3법 조속 통과 기대

22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여야 간사 선임이 한 달여 만에 마무리됐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불발된 고준위특별법·해상풍력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주요 에너지 법안들은 하나같이 시급 민생법안이다. 가장 시급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은 22대 국회에서는 이인선,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 처분시설과 중간 저장시설 건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원전 계속운전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도 국민의힘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원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다. 수년 전부터 이미 완공된 석탄화력, 태양광, 풍력발전기들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계통 접속 불발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과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믹스 이행을 위해서도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해상풍력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에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법 제정이 무산되면서 풍력발전 업계는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풍력업계에 따르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발전사업 인허가 불허가 이어지면서 이미 해외 풍력발전 기업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년 초까지 사업 진행이 계속 불발될 경우 관련 인력들이 자리를 더 이상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법안들은 21대 국회 막바지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 여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와 법안 발의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설득해 통과가 확실 시 됐었다. 대통령실은 물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법안 통과 의지도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이 법안들은 모두 정쟁의 요소가 아님에도 여야는 특검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이 법안 통과를 외면했다. 여야 모두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부디 22대 국회에서는 민생과 미래세대를 위한 신속한 결단을 기대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신규 재생에너지 설치 감소...RE100 기업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의 보급이나 에너지 전환,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 문제라는 것은 이제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다. 아직은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에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한국 재생에너지 없어도 너무 없다"..아마존 8조 투자 흔들', '미국도 탄소국경조정세? 공화당 의원까지 나서', '거세지는 RE100 요구...국내 차 부품사 계약 취소 잇달아' 등의 보도를 접할 수 있다. 정부도 수출 기업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증명할 수 있도록 2021년에 한전이 전기를 판매할 때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금 비싸게 팔 수 있는 '녹색프리미엄제'를 도입한 데 이어 RE100 기업을 위한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시장을 개설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한전이 중개 판매하는 '제3자PPA', 기업이 전력거래시장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전기를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직접전력거래제도'를 잇달아 시행하였다. 현재 국내 RE100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제와 REC 구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직접구매가 시작되는 단계이다. 기업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RE100시장에서 REC의 가격이 8만원대로 올라서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국가 REC'를 풀어 7만원대로 끌어내렸다.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이다. 국가 REC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한 기준가격구매제도(FIT)의 적용 기간 동안 정부가 받는 재생에너지 인증서이다. 하지만 이런 대증처방은 언발에 오줌누기이다. 문제는 기업의 전력 수요에 비해 재생에너지 전력의 생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이다. 현재 국내 36개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수요만 해도 연간 약 60TWh로 전체 전력생산량의 10%를 넘는다. 반면 2022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약 49TWh 수준이다. 미가입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 부품회사들까지 하면 수요량은 더 늘어난다. 게다가 현재 6개 품목에 시범 적용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국경조정제도가 본격 확대할 경우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의 필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매년 6GW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소박한 희망마저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한 것이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의 RPS 설비 통계를 보면 2021년 태양광과 풍력발전설비가 4GW 새로 설치된 것을 최고치로 2021년 3GW, 2022년 2.9GW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가 지난 지금 태양광과 풍력의 신규 발전설비는 1GW를 갓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올 연간 설치량도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사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에너지 및 환경정책 총괄 켄 헤이그의 지적처럼 “현재 한국에는 굉장히 작은 규모의 재생에너지 파이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 작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금도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AWS는 지난해 말 SKE&S와 6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 설치하는 데이터 센터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에서 계획하고 있는 8조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는 재생에너지 공급 여부에 따라 다른 나라와 투자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이제 부족한 재생에너지는 해외투자자를 떠나가게 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찾아 해외에 생산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에 대한 출력제어, 소규모 접속권 폐지, 경쟁입찰 도입 등 정부의 태양광 옥죄기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이러하니 한국전력도 거들고 나섰다. 올들어 전국적으로 계통 부족을 내세운 발전사업 허가 유보가 급속하게 늘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수도권 이송을 내세워 대규모 송전망 확충을 추진하려 한다. 지역에서 배전망에 연결되는 소규모 태양광의 확충은 대규모 송전의 필요를 줄여준다는 것이 앞선 나라들의 경험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한전은 이참에 작지만 숫자만 많아 다루기 힘든 소규모 태양광의 진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해외투자의 유인, 한국 기업의 생산설비 국내 설치에 필수 요건이 재생에너지라는 사실이 확인된 지금 이제 정부와 한전은 태양광 옥죄기에서 벗어나 소규모 태양광에 대한 진입 장벽을 앞장서 허물 때가 되었다. 신동한

[이슈&인사이트]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축소를 위한 대책

최근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의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1.52%로 지난 2년 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 대출 중 다중채무자 비중도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상과 같이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 증가와 취약 차주의 대출 상환능력 감소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에 이미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이해된다. 우선, 자영업자 대출 연체가 늘어난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일 듯싶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 상승은 고물가와 물가 상승 억제에 소극적인 통화정책에 기인한다.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우리의 국민경제 특성상 지속되는 고물가는 영세한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을 초래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외식 물가 상승률은 오랫동안 국내 소비자의 주머니 부담을 가져왔다. 이는 가계 소비지출을 억제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민간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물가 상승 억제를 최우선 경제 현안으로 고려하여, 긴축 통화정책의 기조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지난해 2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어 미국과 대조적이다. 결국, 2% 포인트나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차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수입 원자재 단가 상승을 가져왔다. 각종 식자재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는 원가 상승분을 판매되는 소비자가격으로 이전시켜, 물가 상승세는 지속되고, 민간 소비 부진을 심화시켰다고 해석된다. 더욱이, 비대면 환경에서 급증한 배달앱 수요는 최근 중개수수료율 상승을 불러왔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사업 영위에 큰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규제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높아진 중개수수료율은 자영업자의 추가적 소비자가격 이전을 초래할 잠재 요인이다. 현재 민간 소비 부진에 따른 자영업 매출 감소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매출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감소는 사업장 임차료 등 고정비 충당에 필요한 자영업자 대출 상환능력의 현저한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의 사업실적 악화로 인한 대출 상환능력 부족은 시중은행 및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여, 정책금융 지원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다음으로 자영업 대출 연체를 줄이고, 금융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차례이다. 첫째,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제공이 시급하다. 고금리 기조로 인한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차주에 대해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기회 제공이 효과적이다. 대표적으로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주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된 대환대출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미 가계 신용 및 주택금융 대출의 경우 대환대출 프로그램 시행으로 소기의 정책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 전용 기업 대출이 여태까지 시행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둘째, 자영업 대출의 연체 예방 및 축소를 위한 규제책 마련도 필요하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 억제를 위한 차주별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 debt service ratio)이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의 규제지표는 존재하지 않아, 효과적인 대출수요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DSR은 금리 수준에 상관없이 안정적 대출한도를 부여받아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적합한 규제지표가 아니다. 고금리 시점에 DSR은 이자 비용 증가로 인해 상승함으로써,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이는 금리 수준에 따라 대출한도가 변화하는 규제지표로서 자영업자의 대출한도를 규제하는 비율로 부합하지 않는다. 이로써, 자영업 대출 규제지표로서 LTI(소득 대비 총대출 비율: loan to income) 비율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국책 경제연구기관인 KDI는 코로나 시기에 정책금융을 지원받았지만, 오히려 신용등급이 하락해 폐업으로 이어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정책금융 재원이 자영업자의 갱생 및 사업 활성화 대신 폐업지원에 이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써, 자영업자 대상 정책금융지원도 사업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지원으로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LTI가 효과적 선별기준으로 사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고물가에 따른 매출 감소에 기인한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능력 감소는 최근 자영업 대출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를 억제하지 못한 느슨한 통화정책이 이에 한몫하고 있으며, 폭리 수준의 배달앱 중개수수료율도 향후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개연성이 있다. 이는 향후 민간 소비의 부진 심화로 자영업의 대출 연체를 더욱 빠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긴축적 통화정책 전환, 배달앱 중개수수료율 규제, 개인사업자 대출 대상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 시행, LTI 규제 비율 도입과 정부의 자영업 대출에 대한 선별지원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서지용

[기자의 눈] 인터넷은행의 금리 혼란

인터넷전문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열린 인터넷은행 도입 성과 평가 및 시사점 세미나에서 제4인터넷은행 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과 달리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금융당국의 표적이 됐다. 기존 은행과 다르지 않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행태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후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 금리보다 높아졌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의 주담대 고정(혼합)형 상품 금리는 최저 연 3%대 중반대인 반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최저 연 2%대로 떨어졌다. 인터넷은행은 그동안 낮은 금리를 내세우며 고객들을 끌어왔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줄인 비용으로 금융상품 금리 경쟁력을 높여 고객 혜택으로 돌려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대환대출 부문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월 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가 시작되자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로 이동하는 대출 수요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당시에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대환대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 평가에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어 보인다. 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설립 취지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목표 비중인 30%를 모두 달성한 상태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담보대출을 확대해 은행의 포트폴리오를 안정화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무턱대고 중저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줄인다면 은행은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인터넷은행이 낮은 금리를 제공하자 시중은행들도 금리를 낮춰 금리 경쟁이 벌어졌고, 금융소비자들이 금리 효용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환대출을 강조하던 당국과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비판하는 당국 사이에서 인터넷은행은 당국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당국 정책이 은행권에 혼란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국가간의 관계를 ‘강대강’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방북하여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실상 자동 군사개입 조항 복원 및 동맹관계 회복으로 간주될 수 있는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그러자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성명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경고하였다. 정부는 지금까지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아왔는데,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으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한다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맞서 러시아도 제3국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북한과의 합의와 관련해서도 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푸틴 대통령의 방북 계기 북러 조약 체결 및 군사협력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러시아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이 이도훈 주러시아대사와 만나 대결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과 관련, 양자 협력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 고위 인사들의 반러시아적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과 러시아가 강수로 맞서면서 한러 관계가 격랑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그런데, 아무리 상황이 급박해도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며,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말을 동원해 강대강으로 대응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시 대만관련 발언으로 인해 한중 양국은 외교부 대변인(대변인실)을 통해 말싸움을 하고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여 항의하였는데, 이번에 한국은 러시아와 치고받는 양태를 보였다. 현재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양측의 지도자가 서명을 하였으나 비준(Ratification) 전 단계로서, 국제법상 조약 절차로 보면 아직 성립되지 않은 미완성의 조약이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조약 내용을 대외발표를 하였는데, 북러간 합의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김정은의 책략이다. 러시아에 대해 몰아치듯이 하는 것은 김정은의 책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러시아측에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입장을 확실히 전달하고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의 효용성을 약화시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관계는 국내정치 하듯이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사회주의 관행이 작용하고 있는 러시아는 맞대응에 익숙하다. 이러한 나라들과 대응과 맞대응이란 악순환의 수렁으로 들어가면, 한국만 어렵게 된다. 둘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러시아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우크라이나에 할 수 있는 지원을 해 주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여 우리의 안보에 위해가 초래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는데, 그로 인해 문제가 초래될 때 미국이 한국을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다. 사드 배치를 추진하자 중국은 한국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했는데, 그때 미국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최근 북러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미중 및 미러 관계,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심화된 진영간 대립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에 대해 한국은 러시아에 강한 입장을 취하였으나, 책임이 큰 미국은 거의 오불관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한국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실리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강대국 정치놀음에 이용되지 않도록 전략적이고 주도면밀한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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