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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언제까지 석유시대에 살 것인가

올해 상반기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4억7819만배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5.5% 늘어났으며, 기존 최대인 2022년 상반기보다 2%(943만배럴) 더 많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전 세계에 선언했다. 하지만 선언과는 전혀 딴판으로 석유 사용량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제품별 소비 증가율을 보면 전년 동기대비 휘발유 8.1% 증가, 납사 4.2% 증가, 항공유 17.5% 증가, LPG 16.7% 증가, 기타제품 14.1% 증가했다. 제품의 용도를 토대로 추정해보면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동차 운행을 더 많이 했고, 석유화학산업의 가동률은 더욱 높아졌으며, 코로나19로 자제했던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의 석유 소비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2년 9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도 소비 증가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여진다. 계속 감소하던 경유 소비량이 7월 유류세 일부 환원을 앞두고 6월에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 같은 석유 소비 추세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한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봤다. 그는 “석유 소비는 경제성장과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올해 석유 소비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나아졌다는 뜻"이라며 “마땅한 친환경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석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경제성장을 의도적으로 낮출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교수는 “정부의 탄소중립 달성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석유의 친환경 대체재는 석유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친환경 대체재 시장을 육성해야 다시 가격이 안정화된다"며 “하지만 현 정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오로지 물가안정을 이유로 기름값을 낮게 유지해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는 제품이다. 그러므로 가격도 전 세계 어딜가나 대동소이하다. 기본적으로 기름값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의 기름값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비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를 기준으로 올해 2분기 한국의 리터당 평균가격은 1680원이다. 이에 비해 오스트리아는 2417원, 영국은 2547원, 아일랜드는 2651원, 덴마크는 3028원, 네덜란드는 3004원이다. 이처럼 유럽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세금이 많아서다. 리터당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한국 712원일 때 오스트리아 1276원, 영국 1339원, 아일랜드 1463원, 덴마크 1614원, 네덜란드 1696원이다. 유럽은 석유에 악감정이 있어서 기름값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매기는 걸까? 분명 아닐 것이다. 석유의 친환경 대체제 시장이 경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즉, 현재 유럽은 과도기에 있다. 석유 시대에서 친환경 연료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결국에는 친환경 연료가 주류로 자리잡고 가격까지 안정화 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석유시대에 살 것인가.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슈&인사이트] ‘티몬·위메프 사태...전자금융업에 대한 규제 강화 필요’

최근 우리 경제는 여전히 내수시장이 부진하다. 올해 2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는데, 주요 이유는 고물가에 따른 가계의 소비 억제와 관련 있다. 민간소비는 우리 경제성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요 부문이다. 그런데, 최근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만한 사건이 우리 경제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그것이다. 해당 업체는 전자상거래 업체로서 영세한 온라인 가맹점의 판매대금 수령을 위해 정산결제 업무를 지원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이하 결제대행업체, PG: Payment Gateway)이다. 결제대행업체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전자금융업자로 규정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급결제 시장은 중·저신용자의 신용거래를 가능케 한다는 명분으로 결제대행업체의 시장진입 문턱을 낮춰왔다. 혁신금융이라는 취지하에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은 결제대행업체는 선불전자지급수단인 상품권 발행에 규제를 받지 않았으며, 이를 자본조달의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이른바 상품권 할인발행을 통한 자금횡령 사태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머지포인트 사태의 재판이 이번 티몬·위메프의 사태에서 벌어졌다. 비록, 결제대행업체에 대한 규제를 담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이미 마련되기는 했지만, 현재 시행이 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급결제시장은 신용에 기반한 질서 유지가 필요한데, 티몬·위메프와 같은 부실한 업체가 사업을 영위해왔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혁신금융 지원정책에 큰 허점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소비자와 소규모 영세상공인의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품판매대금을 수취하지 못한 영세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만 대략 수천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더욱이,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예약한 항공권이나 숙박이 취소되는 등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자칫 결제대금을 환불받지 못할 경우, 가계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지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태는 사실 티몬·위메프와 같은 업체가 너무 쉽게 지급결제시장에서 결제대행업체로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위메프는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있었고, 2022년 티몬의 현금 등 유동성 확보수준은 대략 80억원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과연 이렇게 부실한 업체가 어떻게 국내 지급결제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결제대행업체로 영업을 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국내 온라인 결제시장은 소비자의 신용카드를 이용한 상품 구입·결제가 이루어지면, VAN(부가가치통신망, Value Added Network) 사업자를 거쳐 티몬·위메프에게 자금이 수취되고, 해당 자금은 쇼핑몰 입점업체에게 전달된다. 결제대행업체는 물건을 판매한 영세상공인의 판매대금을 수취하고, 지급해야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사업자임에도 부채비율 200% 이내란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면 시장진입이 가능하다. 즉, 인허가제보다 진입이 쉬운 등록제를 통해 결제대행업 영위가 가능하다. 더욱이, 등록된 결제대행업체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경우에도 등록증 반납을 요구할 제도적 여건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의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 제63조에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한 자기자본이 0을 초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사실상 최근 자본잠식으로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위와 같이 전자금융업자의 진입단계 및 진입후 영업단계에서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더욱이, 대규모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제8조에서는 상품판매대금의 지급기간을 40일 이내로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결제대행업체의 정산주기는 최대 60일이 넘는 데에도 이러한 정산주기를 규제할 규정을 찾기 어렵다. 또한, 해당 자금을 오랜 기간 보유하고, 관리의 방법도 불투명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도 찾기 어렵다. 결국,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는 민간소비 위축을 가져와 우리 경제성장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더욱이,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구조에서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실적악화가 예상되고, 이를 위한 정책자금의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필자는 향후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몇가지 대책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결제대행업체가 발행하는 상품권 발행을 제한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 결제대행업체가 소비자 대상으로 발행하는 상품권이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되었음에도 제재 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둘째, 정산대금에 대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선불업자로 분류되는 결제대행업체가 해당 대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 또는 지급보증보험방식으로 관리토록 되어 있다. 가급적 50%가 아닌 전액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결제대행업체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 현재 최소한의 부채비율을 통해 등록제로 사업진입이 가능한 점을 개선하여, 일정수준 이상의 자기자본·부채·유동성·건전성 비율 등의 충족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진입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를 계기로 검증되지 않은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또한, 금융당국은 재무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전자금융업자를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할 경우 자칫 초래될 국민경제적 부담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지용

[EE칼럼] 탄소중립시대에도 천연가스전 개발이 중요한 이유는?

파리 올림픽으로 지구촌 전체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로 인류의 터전인 지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그 주된 원인은 지나친 화석연료 사용에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에너지전환과 탄소감축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탄소중립 정책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의 전력화, 탄소포집 및 저장 활용(CCUS), 수소에너지 등이 있다.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도 2050년까지 에너지의 전력화 비율을 현재의 2배 이상인 45%로 늘리고 에너지원의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율을 36%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실천하려는 의지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30년간 어떻게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에너지원 공급 현실을 고려하면 특단의 조치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 미래 탄소중립의 한 축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4% 이상의 대부분을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가 탄소중립 완성시기로 선언한 2050년의 전 세계 수소 생산의 50% 정도는 그린수소로, 50%는 천연가스 주축의 화석연료 기반의 블루수소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천연가스가 LNG 형태로 100%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수소 생산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즉, 미국은 가스 가격이 MMBTU 당 3불에 불과한데 한국은 10불이 넘고 있으니 천연가스 기반의 수소의 생산 단가도 비쌀 수밖에 없다. 설령 탄소중립 정책이 계획대로 완벽히 실행되어 수소 사회가 되더라도 한국의 수소 공급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수소의 도입 및 저장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시대가 되더라도 에너지로 인한 국가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제도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하 대수층이나 생산이 종료된 폐가스전에 저장하는 경우, 톤당 85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도 실행 중이다.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석유회수증진을 위해 활용하여 유가스전에 주입하여 격리시키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여전히 산유국이 탄소중립 시대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생산 회사들이 현실적인 탄소중립 기술로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과 수소생산 기술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핵심을 탄화수소 기반의 수소생산과 CCS를 연계하는 청정수소생산기술로 판단하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에너지원이 천연가스이다. 국제협력이 필수적인 탄소중립 목표달성이 늦어지거나 중국과 인도, 미국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인구가 많고 국가 경제가 확장기에 있는 중국과 인도의 탄소 방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서는 한국은 좀 더 현실성 있는 국가 에너지안보를 고려한 탄소중립 정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 75억 인구 중 80%를 차지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일 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북미의 1/4 수준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미래의 세계 에너지 수요 예측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석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가스전은 개발 생산시 최종 회수율이 높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하기 용이하다. 그것이 가스생산을 끝낸 한국의 동해가스전도 이산화탄소 저장지로 활용하려고 추진중에 있는 이유이다. 탄소중립 정책이 시간표대로 제대로 수행되더라도 석유가스이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특히, 천연가스의 역할은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 할 천연가스, 수소,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륙붕의 지속적인 탐사와 개발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신현돈

[기자의 눈] 더본코리아, 갈등 봉합으로 ‘상생 본질’ 되찾기를

“가맹사업의 핵심이 '상생경영'인데 점주와 척을 지면 회사 이미지에 좋을 게 없겠죠. 백종원 대표가 직접 사태수습에 나설 정도로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도 큰 거 같고요."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간 갈등을 바라보는 외식업계 관계자의 평가이다. 가맹사업을 주요 사업모델로 둔 외식기업 특성상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 상생관계가 필수임에도 내홍 장기화로 기업의 사회 평판에 흠집이 날 가능성을 꼬집은 것이다. 연돈볼카츠는 제주도의 인기 돈가스 전문점 '연돈'에서 시작된 돈가스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2018년 백종원 대표가 자체 '골목식당 프로그램'으로 출연한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이다. 연돈볼카츠 사태는 지난 6월 일부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이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불씨가 붙었다. 가맹점주들은 더본코리아 직원이 구두로 제공한 매출·수익률 등을 허위로 과장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본코리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번갈아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진흙탕 싸움까지 번진 상황에서 더본코리아는 백종원 대표가 직접 나서 방송·유튜브 채널을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 29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상장 첫 단추인 상장예비심사는 규정상 심사 기한인 45영업일 내 심사 위원회가 열려야 하지만 현재까지 승인 여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거래소 측에서 뚜렷한 상장 심사 연기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한편, 최근 불거진 연돈볼카츠 갈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가 상장에 도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시장 규모가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집중하는 업종 특성상 성장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사업 구조상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이해관계가 상이해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시장 핸디캡에 가맹점 리스크까지 더해진 더본코리아가 연볼돈카츠 리스크를 헤쳐 나갈 길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본사와 가맹점 간 '2인3각 경영'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더본코리아와 연돈볼카츠의 갈등은 소비자들에게 자칫 상생(相生)을 저버린 독생(獨生)의 이권다툼으로 보이지 않을까 안타깝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신연수 칼럼] 한동훈, 반윤(反尹)만으로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검사가 대통령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뚜렷이 각인시켰다는 점이란다. 우리 국민은 군부 독재와 싸워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군인이 정치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갖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를 겪으며 검찰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졌다는 점에서 반어(反語)적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못할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국민의 한숨은 늘 30%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정 지지도에서도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가 2년여 동안 보여준 좌충우돌 식 국정운영과 고집불통, 남에게는 정의와 공정을 들이댔던 대통령이 자기 식구는 한없이 싸고도는 상황이 낮은 지지도의 주요 원인이다. 여당에서 제1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한동훈 대표도 검사 출신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가장 아꼈던 측근이고,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함께 영광과 고난을 나누었던 동지다. 타협하지 않고 '법대로' 밀고 나가는 검찰 정권의 문제, 검사 경력이 거의 전부인 개인적인 한계를 한 대표 역시 고스란히 가질 수밖에 없다. ◇ 한동훈 앞에 놓인 딜레마 그런 한 대표가 보름 전 전당대회에서 '변화'를 외치며 당선됐다. 4명의 후보들 가운데 윤 대통령과 제일 잘 아는 사이면서도, 당정(黨政) 일치를 주장하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비윤(非尹), 때로는 반윤(反尹) 노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리고 당심(黨心)과 민심에서 모두 62% 넘는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정부·여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국힘 지지자들과 국민 여론이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다. 이번 선거기간에 불거진 두 가지 큰 사건,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과 나경원 의원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논란은 국힘의 강성 당원들과 친윤(親尹) 의원들을 경악하게 했다. 두 사건은 한 대표가 처한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아무리 친해도, 설사 '우리 편'이어도 공(公)과 사(私), 불법과 합법은 구별하는 태도를 보여줬다는 칭찬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여야 모두 자기 진영만 챙기며 '내로남불' 하는 정치권에 질린 국민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비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변화의 방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민심과 국민의 눈높이에 반응하는 것, 둘째 미래를 위해 더 유능해지는 것, 셋째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그동안 지지층만 바라보던 정부 여당의 실점(失點)을 만회하고,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다가올 지방선거,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서 국힘이 이기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 민심이 움직이면 당심도 따라 방향은 잡았으나 내용을 채우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 우선 그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와 채 해병 특검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는 대표가 된 후 부쩍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말로만 민생을 찾을게 아니라 실제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의정(醫政) 충돌로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한국 의료 시스템과 위메프 사태, 전세사기 피해 등 많은 민생 과제가 쌓여 있다. 혹여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옳으나 국민과 소통을 잘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미온적인 대책만 내놨다가는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한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로 발돋움하려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오세훈의 '약자와의 동행', 이재명의 '기본 사회'처럼,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건 없건 한동훈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정책 브랜드가 필요하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이 한 대표의 과제로 당내 통합과 당내 지지기반 구축을 꼽는 다. 당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 논란에서 보듯이 여전히 저항 세력이 많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일이다. 국회의원도 아닌 원외 당 대표로서 그가 의지할 곳은 국민 여론 밖에 없다. 이번 당 대표 선거가 보여줬듯이 민심이 움직이면 당심도 따라올 것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EE칼럼] 우라늄 공급망 확보 나서야 한다

지난달 17일 우리나라가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로 알려진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235 원자핵이 핵 분열을 일으킬 때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을 갖춘 곳이다. 원전 연료의 핵심은 우라늄이다. 우라늄은 한동안 공급자보다 수요자 우위였으나 2020년부터 공급자 우위로 재편되고 있다. 더구나 서방세계의 러시아 제재 움직임과 맞물려 최대 우라늄 공급선인 러시아를 대체할 방안을 찾고 있다. 세계 우라늄 시장은 서방권과 중국, 러시아의 공급망이 장기적인 분절화로 나아가는 길 목에 진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세계가 우라늄 시장의 큰 손인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금세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와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우라늄 정광부터 변환-농축 등 시장 전반에 걸쳐 공급 부족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우라나라도 우라늄 연료와 농축시설을 확보한 국가들과 더욱 더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선 거론 되는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은 러시아산 우라늄 제재를 주도하고 있어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 정책은 자국내 기업이 농축시설을 구축할 때 외국 기업이 적극 투자하면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원전 산업 활성화에 원자력 수요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서방국의 대러시아 제재 강화 등이 맞물려 우라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우라늄 수입량은 575tu 이고, 동 기간 세계 우라늄 생산량은 51,753tu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7월 30일 기준 우라늄 정광 가격은 파운드당 8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37달러)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런 가격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및 전력 공급 확충 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선호하는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 주길 못하고 있다. 특히 우라늄 공급이 단기간에 확충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과거엔 우라늄 광산개발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였고 우라늄 광산업자들도 미래 수입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해 신규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우라늄 정광 수요는 2035년 2억9000만 파운드이며 공급은 1억1400만 파운드에 그 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좀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면 우라늄 정광, 변환-농축 시장은 우라늄 광산과는 다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우라늄 광산은 전 세계 곳곳에 있지만 실제 중요한 농축시설을 갖고 있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선 우라늄의 안정적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계 우라늄 시장에서 러시아는 매우 큰 손이다. 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 우랴늄 정광 시장 17%, 변환시장 29%, 농축시장 4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라늄 시장에서 러시아의 공백을 단기간 메꾸긴 어렵다.우리나라는 러시아를 대체할 공급망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과 아프리카 48개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경제 및 에너지 자원외교를 펼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후속으로 카자흐스탄과 아프리카지역의 우라늄 확보 전략을 강화하는 조치를 펼치고 있다. 카지흐스탄은 세계 1위 우라늄 보유국이며 생산국이다.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과 보다 긴밀한 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는 광업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1월1일부터 광업 세율을 6%에서 9%로 인상키로 했다. 2026년에는 생산량에 따른 차등적 세율을 적용해 4천톤 이상의 우라늄 정광을 생산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18%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500톤 미만을 생산하는 업체에는 4%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우라늄 가격 구간별 세율을 도입해 우라늄 가격이 파운드당 70달러 이상 상승 시 0.5%의 추가 세율을, 110달러 이상일때는 2.5%의 추가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원전을 가동하고 세계 수주에 나서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양국간 우라늄 공급 관련 협약을 보면 미국은 우리나라에 저농축 우라늄의 안정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따라서 이제는 한걸음 더 나가 저농축 우라늄 공급 보장에 관한 협상을 해야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한수원이 미국 핵연료 기업인 센트러스에너지와 파트너십을 갖고 우라늄 공급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은 의미있다. 우선 우리나라와 교류 협력이 좋은 국가와 먼저 자원외교를 통해 우라늄 공급망 확보에 나서주길 당부한다. 강천구

[기자의 눈] 우리투자증권, 초대형 IB까지 버텨내길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이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이 이달 출범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14년 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출범과 함께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에 진출, 5년 내 자기자본 증권업계 10위권 안착을 제시한 만큼 '우리'라는 이름값을 해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우리투자증권의 중장기 목표 중 주목해야 할 점은 10년 내 초대형 IB 진입이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 판매할 수 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 판매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11월 처음으로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이후 NH투자증권(2018년 7월), KB증권(2019년 6월), 미래에셋증권(2021년 6월) 등이 발행어음업을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현재 기준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다. 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계열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자본 규모 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4~5조원대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아쉽다는 평가 속에서도 시장을 긴장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금융지주'가 크다. 우리은행은 오랜 시간 기업금융 명가로 대기업들과 인연을 쌓아왔다. 우리투자증권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투자증권도 우리금융지주가 가진 강점을 살려 IB와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인력도 충분하다.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준비하면서 미래에셋·삼성·메리츠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 부장·부부장급 실무인력 33명을 영입했다 향후 1년 내 100명 이상을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 증권사의 존재감이 갑자기 커지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증시 변동성 등 각종 리스크로 방어적인 태세를 취할 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투자증권, 10년 전 아픔을 겪고 다시 부활했다.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고속성장에 연연하기보단 단계별 성장으로 초대형 IB까지 진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이슈&인사이트] 중대재해처벌법은 정의로운 법인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주무부처도 답변하지 못한다.",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현장에서 아우성이다. 입법 취지를 들먹이며 아무리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형사법의 생명인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법을 정의로운 법이라고 하지 않는다. 재해예방의 실효성도 없고 애꿎게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의를 참칭한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내용과 절차로 제정된 결과이다. 더 큰 문제는 법의 모호성, 비현실성과 엄벌 공포에 기대어 자의적 법집행·해석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법이든 형벌권 남용은 그 자체가 악이고 국가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이다. 이러한 폐해를 생각지 않는 것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만 하면 경영책임자를 불법적 수단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폐해는 중소기업일수록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강한 처벌이 수반되는 형사법은 행정실무나 입법정책상의 필요만을 이유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수범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문제 있는 형사법은 가능한 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 악법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정비하기 전에라도 실체법적으로 법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거나 절차법적으로 엄격증명의 요구 등 절차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이러한 방향성을 갖지 못하면 법집행·해석기관은 실정법의 노예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고 악법에 부화뇌동하는 꼴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정비하거나 법치행정을 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정부 때 제정됐지만, 현 정부는 야당 눈치 보기에 급급할 뿐 국민을 상대로 그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자세와 노력은 통 보이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막강한 권한을 준 이 법을 즐기면서 무분별한 법집행·해석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 대신 정부는 안전원리에 맞지 않는 생색내기용 미봉적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산재예방행정이 가성비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됐지만, 현 정부는 전문성과 진정성의 부족으로 '고비용 저효과' 행정을 바로잡기는커녕 조장하고 있다. 위험성평가를 형해화시키지를 않나, 안전관리자를 벽돌 찍듯이 단기 속성으로 배출하지를 않나, 정체불명의 공동 안전관리자를 통해 사업주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의식을 약화시키지를 않나 그 아마추어리즘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인프라의 핵심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은 정부가 앞장서 추진해도 모자랄 판에 조직이기주의를 앞세워 반대를 한다. 비대할 정도의 방대한 행정조직으로도 산재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담당자였던 고용부의 본부 국장과 과장은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비상식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공직을 로펌에 줄 대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도덕불감증이 놀라울 정도이다. 오죽하면 이 법을 '공무원 일자리 보장법'이라고 비아냥거리겠는가. 전문성과 진정성 밑천이 약할수록 엄벌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안전을 잘 모르거나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엄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성과 진정성이 있어야만 올바른 산재예방정책이 가능하다. 보여주기가 엄벌만능정책으로 나타난다. 엄벌만능주의가 권위주의 성향의 정부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이다. 처벌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만, 정교하고 실효적인 예방정책이 처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정진우

[EE칼럼] 천연수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요즈음 국내 수소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청정수소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며, 청정수소 관련 지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가, 막상 뚜껑이 열려 관련 제도의 내용이 발표된 이후 국내 업계의 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차갑게 식은 듯하다. 아무래도 청정수소에 대한 지원 혜택이 석탄·LNG화력발전소와 연계된 대규모 해외 암모니아 공급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 때문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이런 청정수소를 대신해서 조야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천연수소(Natural Hydrogen)이다. 사실 일반적인 '수소'는 원유·천연가스 등과 같은 '천연자원'이 아니다. 이보다 원료를 투입,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자동차·스마트폰 등과 같은 공산품에 가깝다. 이 같은 수소의 특징이 그 동안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의 지원지가 되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과정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발생하여, 청정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던 것이었고, 제조과정을 위해 장치산업으로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었으며, 전기나 천연가스와 같은 원료가 투입되기에 언제나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천연수소는 이런 제조과정 없이 자연에서 생성된다. 지구의 지각과 맨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질학적, 화학적 과정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 과정은 사문석화(serpentinization) 반응, 방사성 붕괴, 고온 고압 환경에서의 화학 반응, 유기물의 열분해 등으로 구분된다. 가령 사문석화 반응은 감람석과 같은 저규산 광물이 물과 반응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대륙판 경계나 해양 중심부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한 방사성 붕괴는 우라늄, 토륨 등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의 화학 반응은 지하수와 철 광물이 깊은 지하의 고온 고압 조건에서 반응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하며, 유기물의 열분해는 지각 내 유기물이 고온에서 분해되며 수소를 방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천연수소는 지구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지표로 이동하여 저장되며, 이를 채굴하여 공산품이 아닌 '천연자원'으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러한 천연수소의 탐사 및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말리의 보라케부구는 천연수소 탐사의 중요한 거점으로, 그린스톤벨트 지역에서 이미 순도 높은 천연수소가 발견되어 하이드로마(Hydroma)사 주도로 상업적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골드하이드로젠(Gold Hydrogen)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는 최대 500미터 깊이에서 순도 80%의 천연수소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상업적 생산을 위한 충분한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서도 천연수소 탐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업적 생산을 위한 첫 시추가 시작되었다. 또한 스페인의 피레네산맥 중심부에서도 천연수소 시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의 탐사 활동은 천연수소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만큼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2년 10월 지구 지각에는 수 조톤의 천연수소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중 10%만 사용해도 현재 소비량을 전제로 수 천년 동안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천연수소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천연수소의 채굴 비용도 기존 제조과정이 필요한 수소보다 낮을 수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존 수소를 압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천연수소는 향후 궁극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를 알아본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는 2023년 7월 미국 중서부 지역 천연수소 탐사 스타트업 콜마(Koloma)에 9,100만 달러, 한화로 약 1,26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4년 2월, 미국 최고의 연구소, 대학 및 민간 기업에 천연수소 관련 연구 보조금으로 약 2,000만 달러(한화 270억 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석유에너지연구소(IFPEN)는 2010년대부터 천연수소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호주 지질과학원도 2021년 천연수소 연구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주로 국회나 언론, 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천연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땅 속에서 수소 측정' 기술 개발을 제외한다면, 아직 별다른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의 접근은 사실상 거의 전무하다. 더욱이 한발 앞서 이를 이끌어내야 할 공공 연구기관들의 관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신주의(補身主義)를 벋어나 격변하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 있는 혜안으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기자의 눈]국산 항공엔진 개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부와 민간이 한국산 항공엔진을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2029년을 전후로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견제가 더욱 확산·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발판도 될 수 있다. 9조원 규모의 자금을 들여 개발 중인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는 수출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F404 엔진을 장착한 T-50 고등훈련기가 미국의 반대로 우즈베키스탄 수출길에 오르지 못했다. 엔진 국산화 성공시 이같은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37년까지 약 5조원을 들여 단계적 개발을 진행한다. 우선 추력 8000파운드급 무인 전투기용 엔진에 이어 1만파운드 수준의 제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최종 목표는 1만5000파운드(애프터버너 가동시 2만2000파운드)의 추력을 내는 F414급 터보팬 엔진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재·부품 생태계 경쟁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는 45년간 엔진 1만대를 만든 저력을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현재 GE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F414 엔진을 생산 중으로 지난달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독자 모델 프로토타입도 최초 공개했다. 내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5000평 규모의 F414 엔진 생산을 위한 스마트팩토리도 구축한다. 두산도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항공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 기반이 동일하고, 구조·작동 원리도 유사하다. 1680도의 환경에서 견디는 냉각·코팅 기술을 확보한 것도 강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1만파운드급 무인기용 가스터빈 엔진 개발' 사업에 참여했고, 정부가 발주한 첨단 항공엔진 개념설계도 수행 중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공엔진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아직까지도 GE와 미국 프랫앤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R-R) 3개사에 필적할 곳이 없다. 중국이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들 '3대장'과 비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분야에서 단번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실패의 낙인을 찍고 업체에 지체상금을 물리고 소송전을 벌이는 방식이 이어진다면 향후 항공엔진 뿐 아니라 첨단 무기체계의 국산화 시도 자체가 막힐 공산이 크다.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 중인 보라매의 사례를 들어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시금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K-항공엔진을 통해 자주국방에 한걸음 다가서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 나올 국산전투기가 높은 가동률을 앞세워 안보 역량과 경제적 효과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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