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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기후위기를 실감케 하는 9월 무더위 속에서 지난 4일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 서밋이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기후기술로 열어가는 무탄소에너지(CFE) 시대'라는 주제하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정부와 공동 개최해, 50여개국 500여개 기업 포함 국내외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리더들이 참석했다. 마침 필자는 CFE서밋과 기후서밋에 각각 연사로 초대되는 바람에 에너지와 기후를 흥미롭게 연계할 기회가 생겼다. CFE서밋에서는 지난 8월 BloombergNEF가 발간한 보고서(Clean Electricity Breaks New Records) 통계가 인용되었다. 2023년 전 세계가 생산한 전기의 40%가 무탄소 에너지원이고, 이는 태양광과 풍력 13.9%, 수력 14.7%, 원자력 9.4% 등으로 구성된다는 통계로, 그 비중은 브라질 및 프랑스 등은 75%가 넘는 반면, 인도 및 멕시코 등은 25%에 못 미쳐, 국가별 사정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에너지는 대표적인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기업 경쟁력에 중요 요소인데, 최근 사회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무탄소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탄소에너지도 중요 요소로 추가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후서밋에서는 투자자 및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핵심 이해관계자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기후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기후공시가 화두였다. 즉, 투자자나 소비자가 투자의사결정이나 제품구매결정을 하기 전에 기업이 공시한 기후전략을 숙지하고 이에 따라 위험과 기회를 판단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기후공시규정들이 소개되었는데, 대표적인 공시항목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이상기후 영향, 탄소가격 전망, 경영층 관여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술한 두 서밋의 연계점은, 기후공시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에너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만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이해관계자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탄소함량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표적인 의무공시로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을 예로 들어 보자. CSRD는 EU 기업은 물론 역외 기업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내용을 보고하도록 강제하는 지침인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전기사용으로 인한 배출(Scope2)의 경우 절대배출량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이나 발전소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에 따라 배출량 보고가 달라지는 셈이다. 한국도 공시 의무화를 준비 중인데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발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 따르면, 기업이 구매하거나 획득하여 사용한 전기, 증기, 난방 또는 냉각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의 경우 그 절대배출량을 공시 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어렵다는 점이다. 바람이나 태양 등 자연에너지가 풍부하지 않고, 수력 발전의 비중도 현저히 낮고, 전력인프라 건설시 주민 합의가 어렵고, 다른 나라로부터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고, 발전지역과 수요지역이 달리 위치한 사정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가 의무화 되기 시작한 기업 입장에서는 스스로 전력망의 무탄소 비중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3월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대응 실태 조사'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국과 국내 여건과 차이로,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필요한 요소 1위라고 호소한 배경이다. WCE 환영만찬에서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는 엄마와 아빠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환영만찬에서는 뻔한 이야기로 들렸었는데, 상술한 두 서밋에 참석해 에너지와 기후의 연계성을 확인하니 비로소 사무총장의 말이 선명해졌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에너지와 기후가 연계되어 가중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시점이다. 김성우

[기자의 눈] 믿음 못주는 체코 원전 수주, 왜?

15년 만의 해외 원자력발전 수출 가능성이 크지만 정치권과 업계, 국민들에게 강한 확신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문제 제기, 저가 수주 등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말끔하게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직접 체코를 방문해 현지 대통령과 총리들을 만나고 '원전 동맹'을 구축하며 최종계약까지 자신했음에도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 관련주들은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줄곧 주가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제기하는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사업 수익률과 투자 금액을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계약관계가 있지만 자신이 있다면 어느정도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계약이 성사될 경우 '24조원'(4000억코루나)의 수주 실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국이 약속한 60% 이상 현지 기업 참여와 현지 노동력 우선 고용, 추가 금융지원 조건 등을 고려하면 구매자가 갑인 원전 수주 시장 특성상 실제 한수원에 돌아올 이익은 크지 않다고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체 24조원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이 얼마인지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자금조달 등 사업 리스크의 책임을 발주자인 체코가 지지 않고 공급자인 우리나라가 지게 될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여기에 발주처인 체코가 미국과 프랑스의 공격으로부터 최종계약까지 흔들리지 않을 확신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와 최종까지 경쟁했던 프랑스 EDF는 한국의 제시 가격을 문제 삼는 건 물론이고 입찰 절차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신들의 기술을 가지고 한국이 우선협상을 했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 시 특허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계인증 외에 원전에 대한 특허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이슈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제거되지 않는 이유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원전 수출의 경제성 분석을 보다 자세히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사업 리스크를 발주자가 부담하는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들

최근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는 민간소비 부진이다. 민간소비 부진의 직접적 원인은 고물가이다. 고물가는 높은 원달러 환율 지속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관련이 있다. 곡물, 석유 등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여건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도입단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여파로 민간소비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과 함께 성장의 한축인 민간 소비의 부진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동향을 판단할 수 있는 소매판매액 지수 변화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3%나 낮아졌다. 특히, 동 지수는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 역대 최장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로인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이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최근 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국군의 날의 임시 공휴일 지정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오히려, 정부는 일시방편적 대책보다는 민간소비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첫째, 소비자의 신용카드 일시불·할부거래 결제를 늘리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 10%에서 20%로 2배 인상했다. 비교적 적절한 대책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시불·할부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에 대한 사업축소가 문제이다. 실제로 카드사는 무이자 할부·할인·포인트 적립 등 신용판매 관련 소비자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로인해 신용카드 일시불 거래의 금년 1분기 성장률은 8%에 그쳤다. 전년도의 15%의 성장률에 비하면 가파르게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자동차·가전 등 고가의 내구재 구입시 이용하는 신용카드 할부거래 성장률도 올해 1분기의 경우 3.7%였는데, 이는 지난 2022년의 12%에 비해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일시불·할부거래를 축소한 대신 카드사들은 카드론 공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신용판매 부문의 낮은 수익성을 카드론이라는 높은 수익으로 보전하려는 카드사의 영업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다. 후불결제가 보편화인 국내 소비행태를 감안할 때, 카드사들이 일시불·할부거래의 신용판매부문을 축소한 것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무관치 않다. 동 제도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평가하여, 시장 상황에 맞게 수수료율을 재조정한다는 당초 취지가 있었으나, 실제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속 인하되어왔다. 더욱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우대 가맹점의 비중도 96%까지 늘어났다. 신용판매 부문에 소요될 영업자금 확보를 위한 조달비용이 증가한 최근 상황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신용판매 부문보다 카드론 등 대출성 현금부문에 카드사의 사업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시불·할부거래에 대한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결제수단으로서 신용카드에 대한 혜택을 줄여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하는 신용카드 사용의 유인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높은 배달앱 중개수수료율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의 지갑을 닫게 만든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올해 8월의 외식물가 상승률은 3.0%로 2.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은 현상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김밥, 칼국수 등의 최근 가격은 3년 전 가격에 비해 20% 이상이나 상승했다.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은 대체로 영세한 편이며, 이러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형 스낵업체와 같이 불황기에 대량의 원자재를 구입하여 구매단가를 낮추거나, 자동화 설비 확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종업원이 없는 영세한 사업 단위가 많아 원가 상승시 이를 소비자 판매가격에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 배달앱 서비스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영세 자영업자의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외식물가 상승세를 더욱 심화시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급증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이후 한번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주담대의 급증을 불러왔다. 또한, 향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담대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비용 및 주담대 이용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계기가 된다. 결국,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민간소비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요인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즉, 신용카드의 일시불·할부거래 이용률 둔화, 높은 배달앱 중개수수료율,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서지용

[EE칼럼]한은 총재 지적 구조적 문제, 에너지 분야도 예외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신용정책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위해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과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6월에는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이라는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서 농산물 물가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즉, OECD 국가와 비교해 농산물 물가가 유독 높다며 수입확대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입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큰 연관성이 없다"고 반박까지 하였다. 한편, 지난 8월에는 대학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맞춘 선발기준을 제시하였다. 입시문제에 따른 수도권 인구집중과 집값 상승,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이창용 총재의 행보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다. 본래 중앙은행이란 발권과 통화량 및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등의 통화신용정책을 관장하는 곳인데 이런저런 분야까지 간섭하는 것은 한은의 본질적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총재는 한은이 장기적인 구조개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이 문제들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구조적 문제들이 수십년 간 누적되면서 통화정책 같은 단기 거시경제 정책에도 선택을 제한하는 수준이 됐다고 진단하였다. 필자는 이 총재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우리 경제 문제의 대부분은 구조적인 문제다. 수많은 이익집단과 압력단체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 이를 조금이나마 바꾸려 할 때 엄청난 반발과 저항이 일어난다는 점을 이번 의대 정원확대 파동을 통해 우리는 익히 경험하고 있는 바이다. 한은 총재의 지적처럼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런 제도적 개선을 하나씩 둘씩 이뤄나가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은행 보고서는 OECD와의 비교를 통해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낮은 공공요금을 환영할 법하지만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즉, 친환경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생산비용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질 저하, 에너지 과다소비, 세대 간 불평등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에너지분야의 구조적 문제는 심각하다. 그중에서 정부의 전기요금 억제는 도를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올 4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6월말 기준으로 한전의 총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자만 127억원에 달한다. 한전의 자금난이 얼마나 심한지 한전은 발전회사에 줄 전력 거래대금 지급일정까지 조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발전사들이 연료비를 가스공사에 지급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공기업인 가스공사에 대한 대금일정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폭탄 돌리기가 에너지업계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1982년에 출간된 '개발년대의 경제정책: 경제기획원 20년사'를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 첫머리 부분을 읽고 아연실색하였다. 1955년의 가장 큰 문제가 가격의 이중구조였는데 자유경제체제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환율, 저금리, 저곡가(低穀價), 저공공요금정책을 추구한 결과 자원배분면에서 비효율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곡가를 제외하고는 무려 70년 전의 문제점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구조적인 문제해결을 미루고 미루어서 지금까지 온 셈이이다. 에너지의 95%를 수입하는 나라의 공공요금인 전기·도시가스 값이 낮다는 것은 심각한 자원배분의 문제점을 가져온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은 이 총재의 문제 제기가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다. 조성봉

[기자의 눈]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피로감

“아직 부산 이전 안했나요?"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두고 강석훈 산은 회장과 노동조합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기사에 보인 누리꾼 반응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데, 아직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자 이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낸 말일 것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행정 절차까지 마무리됐으나, 마무리 관문인 산은법 개정이 국회에서 막히며 동력이 줄어든 상태다. 정치적 대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법에는 산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부산 이전을 할 수 있다. 법 개정은 여당 측에서 밀어부치고 있는데 야당 측은 여기에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22대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국면이 더 심화돼 법 개정이 더욱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내부 갈등도 여전하다. 산은이 26일 이사회를 열고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설치하고 인력을 부산으로 이동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의결할 것을 통보하자 산은 노조의 반발은 더 극심해졌다. 산은 노조는 이번 조직 개편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서울 여의도 산은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산은 노조는 현재 부산 이전과 관련해 행정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 부산 이전이 쟁점화된 지 2년 이상이 지났지만 산은은 부산 이전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단순한 은행이 아닌 산업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을 수행해 국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역할을 가진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해 지역 균형 발전을 이끌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정작 산은의 정체성은 부산 이전 이슈에 묻히며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정치적 대립과 노조와의 갈등, 직원 이탈, 경쟁력 약화 등 부정적인 모습이 비춰지며 산은의 혼란스러움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갈등이 지속될 수록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산은 부산 이전의 명분은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치적 싸움과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고 당사자인 직원들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려는 이유와 반대하는 이유는 많다. 서로의 이유 대 이유로만 충돌하면 지금의 상황은 해결될 수 없다. 산은의 발전,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길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상호 칼럼] ‘삐삐’ 폭탄공격 당한 헤즈볼라와 끝나지 않는 중동 전쟁

2024년 9월 17일과 18일,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던 일명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여 약 3,000명의 조직원이 죽거나 다쳤다. 현재 사망자는 14명이나 중상자가 많아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공격의 배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스라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로이터 통신 등 서방 언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이 사태의 배후라고 레바논 고위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보안이 취약한 휴대전화를 추적해 헤즈볼라 주요 요인과 조직원을 제거하는 방식을 애용해 왔다. 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추적을 회피하여 작전 효율을 높이는 대안으로 구시대 골동품인 '삐삐'를 통신과 소통에 사용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주문한 5,000대의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비밀리에 장착했고 이번에 공격에 사용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가짜 무선호출기 공장 설립과 운영을 위해 약 15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치밀함과 집요함, 그리고 헤즈볼라 제거를 위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공격 후 이스라엘은 20, 21일 연속으로 레바논 남동부와 수도 베이루트를 맹폭하며 헤즈볼라 제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원수와 같은 존재로 1982년 결성된 이후 줄곧 이스라엘 타도에 앞장서 왔다. 더군다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여 심각한 피해를 준 하마스를 지원하면서 이스라엘의 분노를 자초했다. 작년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9.11이었다. 이스라엘은 9.11 테러 충격으로 20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미국만큼 충격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 하마스 테러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더 이상 대화를 통한 평화 모색을 포기한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쟁 개입을 막으려는 선제공격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헤즈볼라 전체를 완전히 무력화하여 제거하기 위한 결전의 의지로 파악된다. 이스라엘도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실제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들과 민간인 여럿이 희생되었다. 국제 사회 일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테러 행위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정당한 군사 작전의 일부이며 본격적인 군사 행동 이전에 적의 지휘부와 주요 조직원을 조기에 타격하여 위협을 최소화하는 선제적 정밀 유도 무기 공격이라고 판단하여 시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번 행동이 무차별 테러라는 비난을 아예 묵살하고 오히려 확전을 통해 헤즈볼라를 발본색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각오가 아니라면 테러 행위로 비난받을 '삐삐' 폭탄이라는 기발하지만, 무차별적인 살상 무기로 공격을 시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불구대천지원수'인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어떻게 하면 조기에 마비시켜 제거할 수 있는지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터득했고 이번 공격은 전략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국가 존망이 달린 상황에서 국가 보존보다 더 큰 목표는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 때문에 비난을 받겠지만 국익 수호를 위해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다시 한번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의 우수함을 입증했고 앞으로 헤즈볼라를 비롯한 여타 세력이 이스라엘에 효과적으로 보복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완전히 제거하는 전과를 거두어도 결국 다른 반이스라엘 세력의 출현을 막지 못할 것이다. 중동의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마스와 동조 세력을 응징하는 이스라엘이 아무리 이번 공격이 명분 있는 행동이라고 주장해도 일부 지나친 이스라엘의 행위는 만행으로 보일 수 있어 국제 사회의 비난과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보복의 악순환은 중동을 끝나지 않을 영원한 전쟁터로 만들 것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의 국제정세를 보면 이런 노력의 성과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상호

[EE칼럼] 모두가 꺼리는 전력가격 분석과 예측

에너지 관련 부문 종사자들이라면 해결과제 중 앞자리가 전력 안정확보와 시장 효율화라는 점을 잘 안다. 시장경제체재에서 전력가격예측과 해석이 에너지 문제 해결의 요체인 것도 잘 안다. 사실 전력은 미래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이며, 전력공급 불확실성은 완전해결이 힘든 과제이다. 우리가 자랑해온 반도체 산업도 안정적 전력확보가 필수 전제조건인 AI 기술변화에 부응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한다. 2030년대에는 지금보다 최대 10배쯤 AI 산업용 전력 수요가 예상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반도체 벨트지역이 AI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전력 수급체계로는 어림도 없다. 미래 AI 산업 벨트 지원을 위한 특화된 국가전력배급/저장을 위한 망(網) 구축을 위해 기존 전력/에너지 수급계획을 통째로 바꾸어야 한다. 먼 지방 발전소에서 화성/동탄 등 수도권 전자단지로 직송하는 고압 송/배전망 투자가 화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재원의 장기확보를 위한 전력가격 조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실 우리 전력요금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기 시스템 적정화 비용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력과소비와 환경공해 유발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 오래된 것이다. 국민을 대신한 정부가 공기업인 한전의 총괄비용보전의무가 엄연히 존재하다. 국민 부담으로 귀결할 전기요금 인상은 여건만 된다면 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누진제 대상인 가정용 요금이 가장 먼저, 크게 오를 것이다. 취약계층인 서민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따라서 전력가격 설정에서 시장경제 논리 적용에 한계가 있고, 사회 형평 차원 고려가 불가피하다. 이에 급한 대로 가정용 요금보다 산업용 요금을 가중 인상하여 서민층 부담경감을 검토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 가격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 가격 기능 허약, 독과점 등 각종 시장실패와 오랜 정부규제에 따른 정부 실패 요인들이 한 번에 보정이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공허한 말 잔치이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자 충당이 겨우 가능한 정도이다. 총부채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02조 원 규모이다. 2020년 132조 원 수준에서 50% 정도 늘었다. 당연히 이자 비용도 그만큼 늘어 올해 4조~5조 원대에 달할 것 같다. 그러나 한전 적자 추정은 민간 경제계나 학계에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전력시장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시장구성의 핵심인 전력가격은 변동비(연료비)에 의해서만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확한 한전 적자 규모 산정은 어렵다. 그리고 생존 필수재인 전력요금 인상이 수요 감축과 투자 절약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우리 전력 수요관리는 여전히 가격 기능보다 5천억 원 이상 절전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전력시장은 한전 공급 과점과 송-배전 독점에다 전력거래소 가격 결정 독점이라는 중첩 독점체재 아래에 있다. 이런 독점 폐해를 막는 가장 좋은 대응방안은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적정 규제' 도입이다. 그러나 섣부른 규제 철폐는 시장 논리에 부응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전력시장 불완전성을 심화시킨다는 역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국내 생산전력을 일괄 구매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이 경우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가격(계통한계가격; System Marginal Price)만이 있다. 소매가격은 없고 도매(都賣)가격만이 존재한다. 소비자 차원 고려 부족은 당연하다. 따라서 '사적 이윤은 내부에 독점배분하고 사적 비용을 공적 비용 형태로 대중에게 배분하는' 비윤리적 운영이 우려된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을 정부가 크게 탓하지 않는다. 관ㆍ민 집단이기주의 의혹이 이는 이유이다. 여기다 정부도 한전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 배당금 지급을 제도화하고, 이를 독자적으로 활용한다. 한전 적자에 대한 정부 책임 거론 이유이다. 따라서 정부도 이들과 담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전력산업 내부거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 차원 적정성 검토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력산업 공정성과 효율성 검증은 관련 전문가와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정부의 책임이다. 이를 위해서는 2년마다 정부가 수립, 공표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살펴보자. 지금 2038년까지 관련 계획(안)의 얼개가 마련되어 년 말까지 최종 검토와 공청회 그리고 국회와의 조정-협의가 추진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2038년까지 무탄소(無炭素)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부 전원별 구성비율은 원전 35.6%, 석탄 10.3%, LNG 11.1%, 신재생에너지 32.9%, 수소·암모니아 5.5% 등이다. 원전은 소형모듈원전(SMR) 1기와 대형 원전 3기 등 5기가와트(GW)에 용량증가로 2038년 35.6%라는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도 풍력·태양광을 중심으로 2038년 발전 비중이 32.9%까지 올라갈 것이다. 이러한 계획도출과정에서 총괄분과에만 100명 수준, 그리고 기초 조사를 포함하면 지난 2년 동안 수백 명의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였을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가용 가능 인원 모두가 참여한 것 같다. 그러나 전문영역별 이기주의 등 전문가 시장실패, 그리고 정부관여/책임구현 과정에서의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벌써 일부 정치권과 환경단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닌 SMR 등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러니 전력에너지 부문과 같은 학제적/융합적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지 의문이 간다. 학제적/융합적 분야에 대한 논리 추론은 전통적 과학과 학문과는 달리 그 범위 등 영역 구획에 차이가 난다. 인위적 제도가 경제행위에 미치는 영향 이해에 초점을 맞추는 '제도(Institutional) 경제학' 차원 정밀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면 '자칭' 에너지 전문가들의 기득권이 이권화되고 영속화되는 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최기련

[기자의 눈]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 ‘치밀한 경쟁’ 보여줘야

신한은행이 이달 23일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신한은행 발표 직후 KB국민은행도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자 10월 말 예정인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책무구조도란 지배구조법상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하는 문서다.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 3일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제출하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아도 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이에 신한은행은 당초 당국이 예고한 시기보다 한 달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대부분의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권에 횡령, 배임, 부당대출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책무구조도를 조기에 도입하면 이를 기반으로 내부통제 강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금융사들은 얼마나 더 많은 상품을 빠르게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지가 핵심성과지표(KPI)의 기준이 됐다. 결국 금융사 일부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성, 중요사항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 판매에만 혈안이 된 탓에 고객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고객들이 금융사의 영업행위를 신뢰하지 않고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제는 금융사들의 경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사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으로, 판매 속도는 다소 느리더라도 질적인 상품을 꾸준히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무구조도 경쟁처럼 어떻게 하면 더 고객을 보호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내부통제 문화를 어떻게 하면 견고하게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이는 곧 고객들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내부통제 강화라는 건강한 경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금융사들이 목표로 하는 회사의 성장도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절박함과 전향적인 자세, 그것이 곧 K-금융을 세계에 알리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G20 정상회의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2024년의 G20 정상회의가 가을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Group of 20의 약자인 G20는 국제경제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20개의 선진 및 신흥경제국이 1999년에 출범시킨 협의체인데, 이 분야의 현안에 관한 소통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G20의 정상회의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각국 정상들의 모임이다. G20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2/3, 세계 총생산량의 90%, 국제무역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G20에서 이루어지는 합의 내용과 그 이행은 국제사회의 경제 패러다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 G20에 속하는 국가의 대표자들은 IMF(국제통화기금),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ECB(유럽중앙은행) 등 여러 국제금융기구와 함께 1년 동안 셰르파(Sherpa) 회의, 장관급 회의, 의제별 실무그룹 회의 등 여러 종류의 회의에 참여한다. 각국 고위급 대표들은 셰르파 회의에 참석하여 G20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질 의제와 정상들의 선언문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준비한다. 그리고 G20 의장국은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각국 정부의 최고 대표자가 함께 만나서 각종 회의의 근간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한다. 정상회의가 시작된 2008년 당시에는 경제문제에만 논의가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G20 설립의 목적이 국제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과 탄력성의 확보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상들이 자연스럽게 경제와 관련된 국제정치와 안보 논제를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 AI 등 다양한 주제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는 추세이다.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COVID-19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어 '함께 하는 회복, 더 강한 회복'(Recover Together, Recover Stronger)이라는 슬로건이 채택되었다. 올해 G20의 의장국은 브라질인데, 이번 G20 정상회의는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될 계획이다.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가능한 지구의 구축'(Building a Just World and a Sustainable Planet)이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1차 셰르파 회의 기조연설에서, '사회적 포용과 기아·빈곤 대응'(Social inclusion and the fight against hunger and poverty),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and energy transitions),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Reform of global governance institutions)을 G20가 국제사회를 위한 우선 과제라고 소개하였다. 셰르파 회의에서는 G20가 앞장서서 식량난과 공급망 교란 문제를 해결하여 기아와 빈곤을 퇴치하고, 에너지 안보나 AI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에 있어서 국가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최근 G20 셰르파 회의에서는 농업, 디지털경제, 에너지 전환 등의 논제와 함께 의장국인 브라질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동원(Global Mobilization against Climate Change) 작업반과 글로벌 기아 및 빈곤 퇴치 연합(Global Alliance against Hunger and Poverty) 작업반 업무가 논의되었다. 올해 2월에 개최된 G20 외무장관 회의에서 브라질은 분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다자기구의 실패를 언급하며,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수를 확대하고 UN의 개편을 주장하였다. 이것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G20 셰르파 회의에서 언급했던 3개의 우선순위 중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에 관한 것이며, 브라질이 UN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긴장이 고조되는 국제정세로 인하여 이러한 내용에 관한 G20 국가들 사이의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 경제의 많은 부분을 무역과 국제경제에 의존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으므로, 한국과 한국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국제경제의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정부와 기업의 정책에 반영해야만 한다. 한편으로는 G20 자체가 국제경제의 논제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현실적인 책임이 있으므로, G20 회원국이자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서 한국이 그러한 흐름이나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제안해야 할 숙제가 있기도 하다. 11월에 개최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G20 정상회의는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 전반에 놓인 문제들을 국가지도자들이 논의하는 무대이므로, 지금은 한국의 이해관계를 비롯하여 의장국인 브라질의 목표,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의 의도를 차분하게 파악하며 의견을 개진할 준비의 시기이다. 김봉철

[EE칼럼]기후변화와 태양광 발전의 신흥 강국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에는 592GW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될 것이며 이는 역대 최대 신규 설치량을 기록했던 2023년에 비해 33% 증가한 수치다. 2023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1위 국가였던 중국의 국가에너지국(National Energ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216.9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2년 86.1GW 대비 152% 증가하는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도 7월까지 126.1GW를 설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증가했고 7월까지의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280GW 이상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실시간으로 에너지전환을 추적하는 Cleanview에 따르면 2023년 유틸리티 규모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19.3GW 추가했는데 이는 2022년보다 72%가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38GW를 추가할 것이며 이는 기록적인 성장을 했던 지난해의 거의 두 배다. 인도의 경우 중앙전력청(Central Electricity Authority)에 따르면 2023년 10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2년 14GW 대비 감소했으나 올해는 7월까지 13.9GW를 설치해 지난해 같은 기간 7.8GW 대비 78% 증가했고 7월까지의 증가율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인 18GW 내외를 설치되게 된다. 태양광 설치 강국들의 질주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신흥 강국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탱크 엠버(Ember) 연례보고서에 따른 2023년 태양광 발전량 순 증가량 순위를 보면 1위는 중국으로 2022년 대비 224TWh 증가했고 2위는 브라질로 38TWh 증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일본, 이란, 네덜란드 스위스, 폴란드가 그 뒤를 이었으며 우리나라는 56위로 0.2TWh 증가했다. 반면 인구수 50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2022년 대비 2023년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가 사우디아라비아로 153%, 2위 UAE 78%, 3위 이란 55%였으며 우리나라는 인구수 관계없이 전체 국가 중 66위로 증가율은 0.4%였다. 2020년 1월에서 7월까지의 태양광 발전량을 100%로 가정했을 때 2024년 1월에서 7월까지의 태양광 발전량 증가율 순위를 보면 1위는 리투아니아로 1,820%, 2위 콜롬비아 1,618%, 3위는 2023년 OECD 국가 중 석탄발전량 점유율 1위인 폴란드로 941%였다.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브라질, 헝가리 등이 뒤를 이었고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국 32개국 중 최하위로 177%였다. 한편 Ember의 중국 태양광 모듈 수출 현황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가장 많은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한 나라는 네덜란드로 47.2GW였다. 지난해 약 4.3GW를 신규로 설치했고 나머지는 국외 태양광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위는 브라질로 21GW, 3위는 인도로 14.5GW, 4위 스페인 12.2GW, 5위 사우디아라비아 8GW, 6위 파키스탄 7.9GW가 뒤를 이었다. 2024년 7월까지는 네덜란드가 1위로 28.5GW, 2위 브라질 12.8GW, 3위 파키스탄 12.5GW, 4위 인도 10.5GW, 5위 사우디아라비아 9.7GW 순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23년까지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2.2GW였는데, 2023년 8GW의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고, 2024년 7월까지 9.7GW를 수입했다. 수입된 모듈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 이내에 설치된다고 볼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글로벌 신규 태양광 설치국가 10위 이내 진입이 유력해 보인다. 파키스탄 또한 2023년까지 누적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이 1.2GW였는데, 2023년 7.9W의 중국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고, 2024년 7월까지는 무려 12.5GW를 수입했다. BNEF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세금이 파키스탄의 상업 및 산업(C&I) 태양광 프로젝트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지난해 같은 기간 글로벌 순위 14위에서 올해는 5번째로 큰 신규 태양과 투자 시장으로 급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미국, 인도 등 전통적인 태양광 강국들의 질주와 함께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UAE, 이란, 폴란드 등 신흥 강국들이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 등 여러 나라는 이미 가장 큰 발전원이 태양광이 되었고 7월 기준 역대 최대 태양광 발전량을 기록한 나라도 Ember 통계 기준으로 최소 11개국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년 연속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역성장했고 관련 지원제도는 축소 또는 폐지되고 있으며 지원 예산도 3년 연속 축소되었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핵심적인 솔루션이며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에 필요한 예산은 치러야 할 비용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걸 우리 정부만 잊은듯하다. 황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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