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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엔화의 쓰나미에 대응하자

지난 8월 5일의 금융시장은 마치 1987년 블랙먼데이를 떠올리게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와 포트폴리오 보험의 기술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블랙먼데이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22.6%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지난 8월 5일의 금융시장 변동은 일본은행(BOJ)의 갑작스러운 금리인상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라는 거시경제적 요인들로 인한 것이었다. 주요국 증시는 10% 내외 하락하였지만, 글로벌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의 동조화가 심화된 오늘날에는 블랙먼데이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금융시장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충격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의 조짐을 보이며, 미연준이 금리인하를 고려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실물경기 지표인 ISM 제조업 지수가 평균치라고 볼 수 있는 50 이하로 떨어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이에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미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행은 오랜 기간 유지해온 초저금리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0%에서 0.25%로 기습 인상했다. 이러한 금융여건이 8월 5일의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으로 나타난 것은 엔캐리트레이드가 주요 원인이다. 저리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에서는 금리차와 엔화환율에 의해 투자의 성과가 결정된다. 엔화로 자금을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고 투자가 만기가 되어 달러와 같은 고금리 통화를 다시 엔화로 환전하여 상환할 때, 엔화가치가 높아질 경우 금리차에 의한 투자성과는 상당부분 상쇄되거나 오히려 손실을 입게 된다. 이에 엔캐리트레이드를 활용한 투자자들은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우려가 있을 경우 포지션을 청산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엔화 수요는 폭증하여 엔화는 더욱 강세를 이어간다. 일본은행의 기습적인 금리인상은 엔캐리트레이드의 두 가지 요인에 충격을 주었는데, 우선 달러화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둘째 엔화의 강세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이질수록, 엔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또한 달러화 약세를 초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은 우리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원화가치의 하락과 함께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고, 시중의 유동성 부족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기업부채가 누적되어있고 최근 소위 티메프 사태, TF 부실화 등이 연이은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구조에 충격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높은 가계부채가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 부족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으로는 국내 경기의 문제이다. 현재 소비는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다소 위축된 상태이다. 투자는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로 특히 건설과 설비부문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산업에서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한 투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감소 추세에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수출만 홀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목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침체 위기와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우리 수출마저 위협받고 있다. 높은 가계부채와 기업 자금여력의 악화로 소비와 투자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난관에 부딪힐 경우 우리 경제가 침체 위기를 벗어날 희망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당국은 현행 산적한 장기과제에 대한 해결을 지속하는 가운데에도 보다 단기적인 현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소비와 투자를 짓누르는 요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되던 가계부채와 기업의 재무구조이다. 이들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은 지속하되 이들로 인한 문제가 더욱 가중되지 않도록 단기적인 모니터링 강화에도 힘써야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언제 들이칠지 모르는 거대한 파도에 주의하며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이어나가야할 시점이다. 김수현

[EE칼럼]재생에너지 대세는 태양광인데...대한민국은?

2024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나고 여름을 마무리하는 시점까지 글로벌 기후는 계속해서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CCS)와 기후, 에너지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22일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날이었으며 올해는 데이터 수집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확률이 95%에 달한다고 한다. 2023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월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7월 25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올여름 기록적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며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효율적인 것은 재생에너지이며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은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의 전례 없는 급증을 경험하며, 20년 만에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유럽 태양광 협회(SolarPowerEurope)의 '2024~2028년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전망 보고서(DC 용량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용량 추가는 576GW로 2022년 대비 59% 증가했다. 이 중 태양광은 전제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용량 576GW 중 447GW로 78%를 기록했고 풍력이 117GW로 20%, 수력이 7GW로 1.2%, 바이오가 4GW로 0.8%, 기타 재생발전이 1GW로 0.2%였다. 태양광 신규 발전용량 추가 447GW는 2022년 239GW에서 87%가 증가한 것이며,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중 태양광 점유율 78%는 2021년 56%, 2022년 66%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로 태양광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 용량 추가를 주도하고 있으며, 태양광은 전년 대비 167% 성장(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성장률은 35%)했고, 2023년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치의 56.6%를 기록했다. 2024년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상반기 통계(이하 AC 용량 기준)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23년 신규 태양광 설치 기준으로 상위 5개국을 살펴보면, 먼저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통계를 보면 중국은 2024년 상반기 102.48GW의 신규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는 2022년 상반기 30.88GW, 2023년 78.42GW를 뛰어넘는 기록이며 YoY 30.7%가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 정보국(EIA)의 통계를 보면 2023년 5월까지 8.8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5월까지 12.7GW를 설치하여 YoY 43.5% 증가했다. 독일의 경우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제공하는 통계(https://energy-charts.info)를 보면 2023년 상반기 7.0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 7.5GW를 설치하여 YoY 7.1% 증가했다. 브라질의 경우 태양에너지 협회(ABSOLAR)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1.9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에만 7.1GW를 설치하여 2023년의 59.9%를 기록했다. 인도의 경우 중앙전력청(CEA)의 통계를 보면 2023년 상반기 6.8GW를 설치한 데 이어 2024년 상반기 12.2GW를 설치하여 YoY 79.4% 증가했다. 국가별, 통계작성 기관별 다소 차이는 있지만 2009~2023년 동안 평균 성장률 35% 적용한다면 2024년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은 585GW, 2025년 790GW, 2026년 1,070GW에 이를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4년 1분기 글로벌 태양광 시장 및 투자 동향'에서도 2024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최소 570GW, 최대 650GW가 설치될 것이며,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4년 5월 기준 2023년 고점 대비 51.8% 하락했고, 전 세계 모듈 제조 용량은 2022년 289GW에서 2023년 499GW, 2024년 750GW로 전년 대비 5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3년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투자액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1.77조 달러였고 태양광 투자액은 재생에너지 투자액 중 63%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 태양광 설치용량을 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1.72GW, 2023년 1.35GW에 이어 2024년 1.23GW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30.2%를 21.5%로 낮췄고, 연도별 RPS 의무공급비율 대폭 하향 조정, 한국형 FIT 제도 폐지, RPS 일몰 및 경매제 전환 추진에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 5월 30일 송전선로 부족을 이유로 호남지역 전체에 오는 9월부터 2032년 1월까지 발전사업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늘리겠다는 우리 정부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황민수

[이슈&인사이트] 불붙은 서울집값, 일시적 반등 vs 추세 상승?

몇 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은 매물을 회수하면서 집을 보기 전에 계약금부터 넣어야 한다. 2020-2021년 현장에서 많이 보든 광경이 서울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서울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보면 수직상승의 곡선을 볼 수 있다. 7월 5주차에 상승률이 살짝 꺾이긴 했지만 5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실제 생활인프라가 좋은 신축아파트 상승은 평균통계보다 훨씬 더 높다.거래량도 폭발했다. 7월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7,390건으로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2020-2021년 집값 폭등 시절 7천건을 넘긴 달은 4달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월 7,000건 거래량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집값 상승의 바람은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 용인시, 수원시, 광명시, 하남시 등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5월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 아파트를 구입하는 분들은 다주택자들이 아니라 2020-2021년 상승열차를 타지 못했던 실 수요자들이 집값 폭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면서 적극적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 2020-2021년 상승은 서울에서 수도권, 지방으로 번져 사실상 수도권 외곽과 지방아파트가 상승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지방은 찬바람이 부는 겨울, 서울은 후끈 달아오른 여름의 극심한 양극화 시장이다. 또 재건축 기대감으로 구축아파트가 인기가 높았던 몇 년 전과 달리 지금은 “얼어 죽어도 신축아파트라는 “얼죽신"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신축아파트가 인기다. 실 수요자들이 이렇게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서울아파트 공급부족이다. PF자금난으로 신규아파트 사업의 인허가와 분양, 착공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아파트 신규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둘째는 전세가격 상승이다. 입주물량 감소와 빌라 등 비 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역 전세, 전세사기 우려로 전세수요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무이자 대출과 같은 개념인 전세가격 상승은 주택구매능력을 개선시키고 불안한 세입자가 차라리 사자로 돌아서는 구매욕구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셋째 금리인하 기대감이다. 금리는 집값과 반비례 관계이기도 하고,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꺾였던 집값이 기준금리가 내리면 다시 올라간다는 기대감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오면서 점점 커지고 있다. 넷째 건축비 인상으로 올라간 분양가 때문에 집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섯째 출산가구에 저리대출을 해주는 신생아특례대출이 1월부터 시행되었고 하반기 부부 합산 소득기준도 1억3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유동성이 늘어나고 구매능력도 개선되었다. 그래도 왜 갑자기 불안해졌을까? 서울아파트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이 하루 이틀일이 아니어서 새삼스럽지가 않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한국은행이 바로 내린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내리더라도 이미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와 선 반영된 상태여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대출금리 인하 폭은 제한적이다. 장기적인 상승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지금 당장 집을 사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수요자들의 불안한 마음에 기름을 부은 것은 바로 신뢰를 잃은 정부와 국회의 헛발질이다. 총선 이후 믿었던 야당이 먼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언급했고 여당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임대차2법,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 책임지지 못할 규제 폐지를 공언하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또 공급부족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공공분양 사전청약을 전격 폐지하면서 불안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결정적으로 서울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로 전격 연기하면서 집값 잡을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을 주었다. 정부는 뒤늦게 총력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급확대를 약속하고 있지만 불안심리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270만호라는 엄청난 공급계획이 나온 마당에 몇 만호 신규택지 발굴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비 아파트 공급확대 역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내 집 마련을 걱정하는 실 수요자들에게 공급확대에만 메달리는 정부대책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흐름을 끊어주고 관심을 돌리는 작전타임 같은 대책이다. 무주택자나 1주택자가 비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1년 내 구입하는 경우 5년간 양도세 면제,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종부세 합산배제의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고, 분양가 할인, 저리 대출지원까지 해준다면 시장의 수요자들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내 집 마련 전략을 다시 짤 것이다. 내 집 마련의 욕구를 지방으로 돌려 미분양아파트를 소진하면 PF문제도 해결하고, 주택이 필요한 실 수요자들은 저렴하게 세제혜택까지 받으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가 있고,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 다시 흐름이 꺾여 하락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당분간 상승흐름은 이어질 것이지만 5년 이상 상승하면서 집값이 2배 정도 올라가는 추세상승은 아직 시기상조다. 소득 대비 여전히 집값이 높은 고 평가 상황이고 추세상승의 조건인 집값 저평가와 규제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다주택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충분히 충전되지 않았는데 목적지까지 온전히 도달하기는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럴 때 일수록 실 수요자들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내 집 마련 전략이 따라야 한다. 자금이 되고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정답이다.떨어질 때 집을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집을 사서 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아파트 가격은 또 올라가 있다. 장기적으로 아파트가격은 우 상향한다.하지만 상승열차를 타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에 무리한 대출로 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022년 금리인상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무리한 대출을 받은 분들이 고스란히 그 위험에 노출이 된다. 오늘 떠난 열차가 막차라 하더라도 내일은 또 다른 열차가 온다. 불안한 마음은 잠시 내려두고 내가 지금 필요한가 준비가 되었는가 내 집 마련의 기본과 원칙을 한번 더 생각해 보기 바란다. 김인만

[EE칼럼] 기후 난민에 더욱 관심 가져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올 해 여름은 너무나 길고 힘들게 느껴진다. 계속되는 폭염에 6월 중순부터 약 두 달 동안 무려 90만 여 마리의 가축들이 폐사하고 온열질환 환자도 지난해 보다 13%나 증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반도의 기후위기도 심각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극한 기상 현상의 빈번한 발생, 생태계의 변화 등은 지구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의 생존을 위협하며, 특히 취약한 지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겨난 '기후 난민' 문제는 국제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인도적 위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후 난민은 자연재해나 기후위기로 인해 거주지를 잃고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세계은행은 2021년 업데이트해서 발표한 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2억 1,600만 명이 자국 내에서 이주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국내 기후 이주의 핫스팟은 빠르면 2030년에 나타나고 2050년까지 계속 확산되고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는데, 이러한 이주는 주로 내륙에서 해안으로, 농촌에서 도시로, 나아가 국경을 넘는 형태로 발생할 수도 있다. 기후 난민 문제는 기존의 정치적인 이유가 문제가 되는 난민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후 난민 문제는 남아시아,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들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남아시아에서는 최근 들어 정치적 불안정으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 방글라데시가 세계에서 가장 기후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수도인 다카(Dhaka)로 매일 2천여 명이 이주해 오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2050년까지 국민 7명당 1명, 즉 1,330만 명이 기후위기로 인해 난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술한 세계은행의 보고서는 아프리카 대륙이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며, 2050년까지 최대 8,600만 명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국 내에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태평양 도서국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키리바시와 투발루 같은 국가들이 국가 전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으며, 2050년까지 이들 국가에서도 수십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난민 문제는 인도적 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 도시로 유입되면, 이로 인한 인구 과밀, 주거지 부족, 일자리 경쟁 심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나아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미 자원이 부족한 국가나 지역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기후 난민 문제는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영향을 드러낸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주로 선진국의 산업화와 대규모 탄소 배출에 있지만, 그 피해는 주로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이 겪고 있다. 이들은 기후위기에 적응할 능력이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후 난민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 기후 난민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작년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각국은 기후변화가 난민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맞서기 위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기후 난민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연대를 바탕으로 기후위기의 원인 제공국과 피해국 간의 책임 분담, 기후 난민의 법적 지위 확립,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재정적 지원 등에 관한 논의와 행동이 계속되어야 한다. 한국 역시 기후 난민 문제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주요 산업국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기후 난민 문제는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인해 인근 아시아 국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난민의 이동 경로가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난민 문제에 대비하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된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 기술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고 있느니 만큼, 이러한 기술적 역량을 활용하여 기후 난민 발생국에 대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이 속한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기후 난민 문제에 대해 보다 선도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국제 사회가 이 문제를 대응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난민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복합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니 만큼 우리 역시 기후 난민 문제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욱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국제 사회가 협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가길 바란다. 임은정

[김병헌 칼럼]이재명 2기 유일체제 민주당 출범에 부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당 대표 연임을 당원의 압도적 지지속에 확정지었다.또 이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전문(前文)에 명시하고 당원 중심 정당 운영을 구체화한 강령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90%이상의 압도적 찬성율로 지난 5일 당무위와 12일 중앙위를 거쳐 확정된 강령 개정안엔 국가·정당의 비전, 경제·정치 등 13개 정책 분야의 개별목표가 담겨져 있다. 특히 '기본사회' 명시와 당원 권한 강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구체화가 개정 내용 가운데에서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기본사회'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포퓰리즘적 사회주의와 가깝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이 대표가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기본00 시리즈'(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후보가 되면서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등을 말한다)'의 함축적 종합판으로 정부가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을 모두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엄청난 재원은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고, 모자라면 돈을 찍으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경제현실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 총선과정에서 내놓았던 13조원의 세금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씩 지급하겠다는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도 같은 맥락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역시 교언영색(巧言令色)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일관된 법원의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 적용요건 등에 대해 명쾌하고 정치한 법리적 논증 없이 무분별하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이 원칙의 법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대법원 판례의 경향을 주시하는 것이 순서다. 개정된 강령이 대의 민주주의적 대중 정당이 아니라 당원 중심 정당을 표방했다는 대목은 특히 우려스럽다. 당원도 당원 나름이다.이 대표는 '개딸' 등 극렬 팬덤 당원들을 업고 당내 비판을 거의 용납않는 수준으로 당을 장악했다. 21세기 민주국가의 국회 거대 야당이 세간에는 그래도 민주 정당일거라는 희망섞인 바램 덕분에 일극주의라는 표현으로 통용되지만 속으로 들여다보면 '이재명 유일체제'리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명의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도 확인됐다.댜통령과 여당을 향한 극렬 발언 등 충성 정도의 차이가 당락을 갈랐다. 한때 최고위원후보 1위를 달렸던 정봉주 후보의 낙선이 이를 웅변해준다. 옛 소련의 공산당 지도자 레닌이 소수지만 극렬 지지층인 볼세비키 중심으로 당을 운영한 것이나, 중국 마오쩌둥이 권력 강화를 위해 홍위병을 동원했던 것과도 유사해 보일수 밖에 없다. 대표선거 운동과정에서 김두관 후보가 페이스북에 당의 전당대회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고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전 대표가 '당원 주권시대'를 외치지만 소수 강경 개딸의 주권시대일 뿐"이라고 비판했던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1인 독재정당'이라는 위험천만한 길로 본격 첫발을 내딛었는지 모른다. 이 대표 우상화라는 비민주적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듯 하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문자'를 놓고 다투는 모습이나 '당정 관계'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을 놓고 당내에서나 대통령실과 이러쿵 저러쿵 하는 행태는 어찌보면 잔망스러워 보이기는 해도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유일 체제는 위험하다. 유일 지도자는 완벽하며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 혹여 잘못이 있다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쪽의 잘못이 된다. 22대 국회 개원 이래 민주당이 발의한 7건의 탄핵안과 9건의 특검법도 원죄는 정부 여당에 있어 발의했다는 식의 억지도 유일 체제의 논리적 귀결로 여겨진다. 최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등 쟁점법안 6건을 일방적 처리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당의 행태에 흠결과 하자가 많았다면 그동안 민주당의 탄핵과 특검 등의 일방 강행처리도 국민들의 지지와 공감을 당연히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당 대표 선거의 컨벤션 효과는 접어두더라도 정당 지지율 추세가 여당에게 아직도 밀리며 답보 상태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진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시행 유예"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등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이 대표 발언의 명분도 도긴개긴이다.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면 '부자 감세'이지만 이재명 유일체제 민주당이 하니까 '민생 정책'이 되는 논리다. 대표가 중도층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면 그 순간부터 맞는 답이 된다. 북한의 “(노동)당이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와 그리 달라보이지 않아 정말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다양성 부재와 중도층 외면에다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는 '유일체제' 이재명 대표만을 추종하다 국민들에게 실망만 가중시키는 '이탐대실(李貪大失)'로 접어드는 기로에 서있는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정말 어디로 가고있는가?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기자의 눈] 은행들에 ‘이자장사’ 책임 물을 수 있나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이 거셌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2021년 이후 급격히 오르면서 은행들은 벌어진 예대마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갑질, 종노릇 등의 비유를 들며 은행권의 대출 장사를 비난했다. 은행권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지만, 집중포화가 지속되자 올해 초부터 상생금융이라는 명목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원하는 민생금융지원방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의 이자장사 비판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최근 대출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의 이자장사 비판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낮췄는데, 당국은 현재 '은행의 대출 금리가 낮아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로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높이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주담대 금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고 연 6%를 넘어선 상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31~6.72%까지 높아졌다. 한 때 최저 연 2%대까지 떨어졌던 금리는 사라졌고 연 4%대까지 높아지며 대출 시기를 놓친 차주들만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혼합금리(주기형 포함)는 연 3.09~5.97%로 최고 연 6%에 이르는 수준까지 올랐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떨어지고 있는 시장금리에 따라 수신(예·적금)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일 3.476%에서 지난 14일 3.285%까지 하락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 중 가장 높은 기본금리는 연 3.42%로 기준금리(연 3.5%)보다 낮은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출 금리는 오르고 예금 금리는 떨어지는 지금의 기이한 모습은 결국 은행권의 예대마진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또다시 이자장사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출 금리 인상 책임을 온전히 은행들에게만 물을 수 있을까. 당국의 오락가락한 정책과 개입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두 쪽 난 광복절, 독립기념관장 책임인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간의 갈등으로 인해 광복절 경축식이 두 쪽으로 나뉘어 개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독립유공자 단체들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독립기념관의 역사와 정통성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할 당시 멘토로 통하던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회장은 김 관장이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으며, 김 관장 임명에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했다. 광복절 행사가 두 쪽으로 나뉘어서 개최되어 선열들에게 면목이 없게 되었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1919년 4월 11일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세웠다는 점에서 한민족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10년에 대한제국이 멸망한 이후 새로이 세운 국가가 대한민국이었다. 다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시적으로 국토를 상실한 망명정부의 성격을 지녔다. 대한민국 제헌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명시되고, 현행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1919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고, 그해 12월 12일 유엔총회에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았다. 만약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정하게 되면 북한(조선민주주의공화국)도 건국한 것이 되어 한반도 전체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이 훼손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다"고 발언했던 김형석 관장은 며칠 전 기자회견에서는 1948년 정부 수립보다 1945년 해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건국절 제정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한다"고 하여 기존의 견해와는 달리 말했다. 광복회와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심각하게 본 것은 김형석 관장이 면접 자리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국적은 일본이다"고 발언했다는 대목이다. 김 관장의 말대로 라면 일제의 강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제 강점은 불법행위라는 역대 우리 정부가 견지해 온 원칙과 주장은 어떻게 되겠는가? 독립기념관은 1982년 7월 창씨개명, 신사참배, 징용 등의 행위에 강제성이 없다고 고교교과서 내용을 왜곡하여 기술한 일본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바탕으로 건립됐다. 국민 모금 운동이 전개되어 당초 목표액 500억 원을 훌쩍 넘어 성금이 걷혔다. 이처럼 독립기념관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강력 대응하자는 국민의 의지가 응축되어 있다. 독립기념관장직은 범상한 자리가 아니며, 무엇보다도 대한 독립의 가치와 의미를 지킬 수 있어야 하는데, 김형석 관장은 여기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김 관장에 대한 반대는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이런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하여 분란을 자초하는가? 처음부터 논란 소지가 없는 인사를 임명하면 되지 않았을까?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는 것이 가장 잘한 인사다. 김 관장이 그렇게 유능하다면 다른 자리에 임명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관장 임명에 관해 '적절하지 않은 임명'이 74.5%, '적절한 임명'은 12.2%로 집계됐다. 이렇게 되면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월즈 부통령 후보자가 트럼프 진영을 공격하면서 weird(이상한)라는 말을 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weird한 행동을 하고 있다. 총선 승리가 윤 대통령 본인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채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주호주대사로 파견하여 여당의 참패를 초래하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파괴하여 중형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데, 복권해 주었다. 며칠 전에는 채상병 관련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장관에 내정했다. 그리고 부적절한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여 광복절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군주제 시대인 조선시대에도 신하들의 상소에 어명을 철회한 경우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집을 부린다면 김형석 관장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있을 것이지만 부정적 영향은 클 것이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도 있지만, 인사가 정권을 망하게 하는 '망사'가 될 수도 있다. 이상한 인사를 계속하고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회를 하지 않으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더 떨어져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국민들의 인내가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강국

[기자의 눈] 밸류업 공시, 가계부채...소통의 중요성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뜻이다.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 받음, 또는 그 이야기를 뜻하는 대화와 구별된다. 마주보고 이야기해도 오해가 있거나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들린다면 이는 소통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양측 혹은 다수가 대화를 넘어서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진다면 불필요한 오해로 이어지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진일보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소통, 그리고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주요 은행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계속해서 상향하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채널이나 상품이 대면, 비대면, 갈아타기(대환), 다주택자 등으로 워낙 많은 탓에 소비자 관점에서는 어떤 상품 금리를 얼마나 올렸고, 언제까지 올릴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나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불과 보름 뒤인 9월 1일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된다. 결국 은행들의 이러한 금리 움직임은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라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실수요자의 눈에는 당장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만 보일 뿐이다. 반대로 금융지주사들이 내놓고 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소통의 모범사례로 불릴 만 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어닝시즌뿐만 아니라 수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와 중장기 목표치를 공유한다. 이와 함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이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각종 금융시장 불확실성에도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우상향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노력에 화답한 결과물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고,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진심을 다해 소통해야 한다. 지금처럼 은행을 앞세워 대출금리만 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금융당국의 책임 회피로 비춰질 수 있다. 소통은 당사자, 즉 시장을 이해하고, 인지하는데서 출발한다. 금융당국이 시장과 소통을 외면하고, 은행에만 회초리를 드는 것은 가계부채 속도 조절이라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금융당국, 시중은행, 실수요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은 목표치를 향해 나아가도록 금융당국의 긴밀한 소통과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간첩법 개정해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법적 안전망 구축해야

해외에서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첩보요원 신상이 유출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블랙 요원'들의 상세한 개인정보와 부대원 현황이 담긴 극비 자료가 군무원을 통해 중국 국적 동포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일단 신분이 노출된 요원은 재파견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타국 내 정보원 등 협조자 신상도 줄줄이 노출될 수 있다. 수년간 정보 당국이 공을 들여 만든 정보망이 와해될 수 있다. 군에서 극소수밖에 접근이 안 되는 블랙요원 자료가 일개 군무원에게 유출된 것도 황당하지만,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군 검찰이 군무원을 구속하면서 군형법상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고 '기밀누설'만 적용되었다는 사실이다. 현행 형법에 따르면 국가 기밀 정보를 적국에 넘길 때에만 간첩죄를 적용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적국은 북한만 해당한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만 해도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4건 발의됐으나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법원행정처가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별법 형태의 군사기밀보호법이 개정 논의되던 간첩법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점을 들어 법체계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부정적 입장을 냈다. 또 우방국, 동맹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적국, 준적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높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임을 표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간첩법 개정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하면서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법원행정처 논리는 우리 기밀을 탈취한 국가가 우방국이냐 비우방국이냐에 따라 간첩행위를 한 자의 처벌 수준도 달리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런데, 어느 국가를 위해 정보를 누설하든 간첩행위란 본질은 그대로인데 해당 국가와의 관계가 왜 고려 대상이 돼야 하는 지 의문이다. 결국, 간첩행위 처벌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간첩법)은 법원행정처와 민주당의 반대로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적국과 동맹국·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간첩죄의 대상을 외국 일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블랙 요원' 자료 유출 같은 일이 이들 나라에서 벌어졌다면 당연히 간첩죄나 그 이상의 죄로 중형에 처할 것이다. 미 해군정보국(ONI) 분석관으로 근무하던 로버트 김이 주미대사관 무관에게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인 '로버트 김 사건'은 그 사례다.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동맹 관계이며,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은 한국이 당사국인 사건이었지만, 미 연방법원은 간첩죄를 적용해 로버트 김에게 징역 9년에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중국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반(反)간첩법(방첩법)'을 개정하여 간첩 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처벌을 강화하였다. 법적으로 '비밀 자료'로 간주되지 않는 통계 수집이나 지도 저장, 국가기관 사진 촬영도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중국 주재 대사관에서는 중국 여행시에 각별히 유념해달라는 공지를 올렸고, 중국에 여행가는 것도 꺼려진다는 말이 나왔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주호영 의원은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해외 국가·개인·단체의 간첩행위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 근거를 마련했다. 격변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외국과 적국은 가변적이고 상대적인 구분일 뿐이다. 다른 나라들은 적국과 동맹국·우방국을 가리지 않고 간첩죄의 대상을 외국 일반으로 규정하여 국익을 도모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 국민과 국익을 지키는 법적 안전망을 하루 속히 만들어야 하며, 간첩법 개정에 여당은 물론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촉구한다.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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