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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새해 기후변화 대응 과제와 해법

2024년 갑진년이 밝았다. 새해 초부터 우리나라의 폭설을 비롯해 지구촌에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지구촌 모두가 힘을 합쳐서 기후위기에 대응을 해도 충분하지 않은데 올 한해 전개될 각국의 상황은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계속될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파리협정 아에서 국가적 기여 (NDC)로 알려져 있는 회원국별 또는 EU와 같은 지역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계획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올해는 우리나라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을 비롯해서 74개국에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전국 단위의 선거라 치러진다. 행여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집권을 하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후퇴가 있게 되지 않을지 많은 우려가 있듯이, 각국의 선거가 국제사회 기후변화 대응에 미칠 파장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국제 분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을 거쳐서 여러 지역에서 묻혀있던 분쟁의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러한 지역정세의 불안정은 유럽의 에너지 대란에서 볼 수 있듯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역차원의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불안정 속에서 촉발되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화석연료와 결별을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회원국 간에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은 2025년에 제출할 새로운 NDC를 잘 준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미·중 간의 기후변화 협력도 그 모멘텀을 잃지 말고 계속되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 좋겠다. 올해 국내차원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기반으로, 국제적으로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리더십 발휘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특히, 올해는 2025년에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새로운 NDC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 ‘후퇴 없는 전진’의 맥락에서 제2차 NDC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지만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 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청정에너지를 활용하면서 이를 통해 연구개발과 민간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탄소중립에 바탕을 둔 제2차 5개년 경제발전계획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해외 일자리 창출과 해외 투자증진과 연계되는 글로벌 규범표준을 만들고, 국가 간의 협력을 주도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이러한 점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국외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전략을 가다듬고 관련 국내정책 정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산림 분야를 넘어서 에너지 분야에서도 국가나 준국가 단위의 대규모 해외 온실가스 감축활동 추진 메커니즘 개발 및 활용, 개도국과 협력의 전제가 되는 열악한 제도적 역량 강화를 위한 그린 ODA의 전략적 활용, 손실과 피해 기금·녹색기후기금· 다양한 다자 개발은행 등 다양한 공적재원과 민간부문의 투자의 연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한 글로벌 표준화 추진 등이 구체적인 예들이다. 여기에 더해 국제사회에서 만큼 자발적 시장 활용 여부에 대한 국내 혼란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외감축목표 달성에 민간 참여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인벤토리 상에서 상응조정, 최상위 환경건정성 확보, NDC 용 국외감축결과(ITMOs)의 확보, 민간이 확보해 국내로 이전하는 ITMOs 중에서 NDC 용 정부분 결정을 위한 분배 기준 마련, 소위 국제감축사업 추진 관련 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정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국내외 기후변화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후변화가 최상위 어젠다의 하나로 대통령의 직접적인 관심과 리더십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SDLAP 소장

[기자의 눈] 금융권, 2024년 ‘상생’보다 ‘생존’이 우선이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발표한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단연 상생이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는 의미인 ‘이택상주(麗澤相注)’를 인용하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이러한 발언은 주요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이 새해 조직개편에서 상생금융 전담 부서를 새로 꾸린 것과 일맥상통한다. 취약계층, 소상공인, 청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정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요구에 화답하는 차원이다. 특히나 금융권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상생금융에 대한 주문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당국의 요구는 차치하고,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간 금융사들이 정부의 요구와 관계없이 계속해서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을 찾아 적극 손길을 내밀고, 다방면으로 지원 방안을 구상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처럼, 은행이 고금리 시대에 예대마진으로 과도한 이자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상생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금융권에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실적을 끌어올리고, 어떤 시장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기초체력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금융사들이 지금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속 가능한 상생금융을 펼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이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연초부터 국내 금융권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특히 함영주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난해 미국 내 자산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단 36시간 만에 파산하고,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167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과거 금융사들의 영광으로는 현재의 성공과 미래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국내 금융사들이 전 세계 금융그룹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더 많은 사회적 환원도 가능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생존과 경쟁에 주력해야 할 때다.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새해 외교안보 분야 화두와 과제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으면서 윤석열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윤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확장억제에 관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도출하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하고,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냉담을 넘어 거의 단절에 가깝게 악화된 채 방치된 상태의 한일관계를 회복시켰다. 그리고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 3국간 안보·경제를 망라한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NATO)정상회의 등 국제회의에 활발히 참석하며 다자외교의 외연을 확장했으며 자칭 ‘1호 영업사원’으로 공을 들인 세일즈외교 성과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지난 1년여 동안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로 대표되는 중동 ‘빅 3’에서 거둔 체결한 계약 및 MOU 사업 성과가 792억달러(107조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새해에는 윤석열 정부가 직면할 도전과 리스크 또한 만만치 않다. 윤 정부는 올해 중점적으로 회자될 세 가지 화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선거 이슈이다. 올 한해 동안 미국, 영국, 인도 등 70여 국가에서 20억명이 참가하는 선거가 진행된다. 오는 13일 미중 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만 총통 선거를 필두로, 3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한 당사자인 러시아에서 대선이 치러지고, 6월엔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경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동맹 경시 경향이 다시 표출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크게 수정될 수 밖에 없고 한미일 협력 유인도 약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4월에 중요한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8일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며 북한이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연초 군사·사이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물샐 틈 없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세계 공급망 문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첨단 반도체, AI, 양자 등 하이테크 기술 분야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서자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섰다. 미국은 화웨이가 시장에 5~7㎚(나노미터)급 프로세서를 내놓자 추가 반도체 제재에 착수해 주요산업분야의 ‘레거시 반도체’(legacy chips)로 불리는 범용 반도체 현황 조사에 나섰다. 이에 중국도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금지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80%에 육박한다. 경제와 안보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망 이슈는 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민관이 협력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계 공급망 리스크를 다각적이고 선제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셋째는 지정학적 화두다. 2022년 2월에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도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중 간 긴장과 갈등의 영향으로 대만해협 파고는 높아만 가고 있다. 아울러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며 북한 핵문제 해결은 요원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과가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런 ‘빈손 회의’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중간 대립과 관계 악화에 기인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형성된 신 냉전구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북한은 이런 정세변화에 편승해 포탄을 제공하며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도모하고, 중국과의 연대에 주력하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진영 간 대결보다 미국 견제에 주력하는 중국은 러북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군사밀착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한국으로서는 한중관계 회복과 발전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마침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한미 동맹 못지않게 한중 관계도 중요한 관계라며 조화롭게 양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윤 정부가 한미·한일·한미일 관계 강화와 NATO 정상회의 참석 등을 통해 전통적 협력관계 복원과 강화, 외교 외연 확대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에는 안정적 관리에 외교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 유연성 제고에 초점 맞춰야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수립 중이다. 현재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겠지만 보고서 작성까지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동안 전기본은 몇 차례 성격의 변화가 있었다. 1990년대 비용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확정적 계획’(plan)에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에는 전기사업자의 자율적인 발전소 건설 의향을 받아 ‘전망’(outlook) 형태로 바뀌었다. 제 1·2차 전기본은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반영했다. 사업자들이 제출한 발전소 건설 의향을 ‘사업별 진척도 및 실현성의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건설의 불확실성이 비교적 낮은 등급의 설비가 발전소 건설계획에 반영됐다. 이렇다 보니 수립된 계획은 적정 예비율을 크게 넘어서며 설비과잉문제가 제기됐고 전기본의 성격이 다시 수정됐다. 제3차 전기본 이후에는 적정 설비규모 유도 등 정부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형태로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최근 시장기능의 강화, 전기본 이행의 불확실성 제고 등을 이유로 또 다시 전망 형태로의 성격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기본의 성격이 시장중심, 전망 중심으로 전환되면 전력수급의 적정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발전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 지정 → 환경영향평가 →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 → 전기설비공사계획인가의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11개 중앙부처와 발전소 입지 지역의 지자체, 지역 주민 등과의 협의과정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은 여기에다 원안위의 건설허가, 운영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1978년 당시 정부는 절차 간소화를 위한 ‘전원개발 촉진법’을 제정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가, 농어촌 근대화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신속하게 위해서다. 법 제정 후 10년 만에 전력설비가 3배로 늘어나며 전력공급 문제 해결과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전기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산업부의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21개 법률에 대해 허가·인가·면허·결정·지정·승인·해제·협의 또는 처분 등을 받은 것(의제)이 된다. 하지만 실시계획의 승인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설비가 전기본에 포함돼야 한다. 전원개발촉진법 제2조 3항에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이란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전원개발사업의 실시에 관한 세부계획"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기본에 포함되지 못한 발전소는 전원개발촉진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장 또는 전망 성격의 전기본에 의해 발전사업을 하려는 사업자는 실시계획을 취득하기까지 정부 유관부처와 수많은 관계법령, 지자체와 협의 등 규제과정의 어려움으로 발전소 건설기간이 한 없이 길어질 수 있다. 또 건설허가를 취득한 사업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적정 전력수급이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전기본 수립 체계를 유지하되 보고서 내용에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을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제한적으로 적용된 사례도 있다. 2017년 말 수립된 제8차 전기본(35페이지)에는 참고표시(※)로 "월성 1호기 : 내년 상반기중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 계속 가동에 대한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폐쇄시기 등 결정 →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 신청 등 법적 절차 착수"로 조기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2018년 6월 월성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구 정지됐다. 당시에는 전기본의 참고 표시가 훗날, 그리고 현재까지도 파급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탈원전 정책이 폐기된 후 수립된 제10차 전기본에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 이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재개가 반영됐을 뿐 후속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것이 제11차 전기본 조기 수립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원전 후속기에 대한 검토와 신규사업을 준비한다"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제11차 전기본에 i-SMR이 반영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i-SMR은 기술개발 중이므로 전기본에 반영할 수 없다. 그러나 11차 전기본에 "신규원전은 기술개발 진전 상황을 고려하여 i-SMR로 대체될 수 있다"고 기술해 놓으면 문제가 될까? 전기본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할 방법이 있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기자의 눈]

2012년 9월 26일 오전. 모 대형금융사 임원의 입에서 "당했다"는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웅진이 ‘워크아웃’ 대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당시 웅진은 극동건설의 부실이 계열사 전체로 전이되면서 그룹이 존속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웅진은 ‘워크아웃’을 검토했으나 법무법인 태평양의 조언에 따라 기습적으로 ‘회생’을 신청했다. 과거 태평양은 웅진그룹에 왜 워크아웃 대신 회생 신청을 추천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극동건설만 포기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이 실행되면 필연적으로 대주주 무상감자와 같은 절차는 거치겠지만 금융채권 뿐만 아니라 상거래채권 등 모든 채권이 조정된다. 또 회생계획안이 실행되기 전까지 기존 주주는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긴급한 사안도 처리할 수 있다.반면 워크아웃은 금융권의 채권자가 주체가 되어 신청한 기업을 공동관리한다. 금융권의 채권자들은 주채권은행을 설정하는데 산업은행이 맡는 경우가 상당하다. 산업은행은 국내에서 대기업 채권 회수 경험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역시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관리단은 경영권을 쥐고 그룹사를 움직이게 된다. 관리단은 금융채권의 조정은 있겠지만 회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한다. 더욱이 금융채권만 조정 대상이다 보니 상거래채권, 우발부채 등은 조정하지 못해 관리단의 선택지는 좁다. 태영그룹은 △국내 유일 민영 지상파 방송사인 ‘SBS’ △국내 시공순위 16위의 부실건설사 ‘태영건설’ △매년 2000억원 이상 버는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골프장 5개, 워터파크 등을 보유한 종합 레저 기업 ‘블루원’ 등이 주요 계열사다. 이 중 핵심 계열사는 SBS다. 미디어는 본연의 실적 뿐만 아니라 타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상당하다. 대통령과의 소통부터 프로파간다도 가능하기에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청와대출입 1진 기자들이 대통령 순방 때 오너들의 ‘소원’을 전달하고 있는 건 이젠 공공연한 사실이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키를 관리단에 넘기며 확률적으로 SBS를 살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태영건설을 지키려다 그룹이 와해될 수도 있는 확률이 생겼다. 웅진은 회생 신청 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던 코웨이를 제외하고 다른 주요 계열사는 지켜냈다. 물론 평판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반면 태영은 평판은 살렸지만, 최악의 경우 핵심계열사인 SBS를 시장에 내놓아야 할 수 있다. 태영그룹에게 SBS는 자산이 아니라 추억이 될 수 있다. 태영그룹이 이번 어려움을 꼭 잘 헤쳐나가길 기대한다. 하지만 "태영그룹 임원들은 전반적으로 안이하다"는 모 금융사 전 임원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슈&인사이트] 새해 한국경제 화두와 과제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작년 경제성장률이 1%대의 저성장을 면치 못해 새해를 맞는 경제계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하다. 당초 2.5%대를 예상했던 작년의 성장률이 1.4%까지 하락하게 된 것은 반도체와 중국에서의 수출 부진이 주된 원인이다. 이 두 문제는 상당 부분 미중 패권경쟁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산업의 구조와 시대변화의 방향이 상충하여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미중 갈등은 최근 5년간 기업주도의 자유무역 세계화 체제를 형해화하였다. 미국은 미중 패권경쟁 구도 하에 경제안보 개념을 도입하고 안보위협 국가에 반도체 등 첨단분야 거래를 제한하는 디리스킹(de-risking) 동맹 체제를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선진국들도 경제안보의 명분으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는 국가수반을 선출하는 선거가 50건이 넘는 전례가 없는 해이다. 특히 미국, EU, 인도, 러시아, 대만 등 미중 패권경쟁에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들에서 선거가 이루어진다. 미국의 경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선출되면 민주당에서 구축한 동맹체제를 해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미중 패권경쟁은 적어도 10여 년 이상 지속될 것이고 각국의 국가주의와 국가들간의 합종연횡은 더 심해질 것이다. 자유무역 세계화 체제에 최적화된 한국산업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 과도기적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출 감소와 저성장의 쇼크를 당하면서 현실의 변화를 절감한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를 새로운 변화의 원년으로 공식화하고 최적의 변화를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새해 한국경제의 화두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주도 패러다임의 재편을 제안한다. 먼저 미중 패권경쟁과 국가주의 패러다임에 상응한 우리나라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과 과제는 무엇일까? 최우선적으로 미국의 대중 기술력 견제로 가능해진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 확대 기회를 절대로 무산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과 신산업의 육성에 한국경제의 미래를 걸어야 한다. 현재 정부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 과제는 70년대의 수출진흥과 80년대의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한 것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민관협력과 정책 추진력이 요구된다. 둘째, 벤처·중소·중견기업들의 역동성과 혁신역량을 대폭 제고하여 전문기업화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R&D 지원과 벤처캐피털의 활성화,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재편 촉진, 산업계의 도전문화 조성 등이 긴요하다. 끝으로 정부 R&D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현 정부에서 제안한 해외 첨단기술 기관과의 R&D 국제협력과 현재 일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경쟁형 R&D의 확대 및 성과도출, 빅데이터와 챗GPT의 R&D 사업과 관리에서의 활용방안 개발 등이 긴요하다. 세 과제를 포함하여 대중 기술력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기부-기재부 협력형으로 운영하는 R&D 예산시스템을 미국과 같이 대통령실로 이관하고 대통령 의제로 직접 관장하기를 건의한다. 보호주의 경향을 띠는 국가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행 수출주도 경제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첫째, 내수를 강화하여 수출과 내수의 병행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전체적으로 수출 증가율이 국내생산 증가율과 거의 같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만으로 고성장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졌으므로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보장하는 내수기반 확충에 힘써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현재 소비확대에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다. 이와 함께 내수산업 확충의 핵심인 서비스산업 혁신에 돌파구를 제공하는 정책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규제를 혁파해야 하는데 그동안 제안되었던 네가티브 규제시스템의 도입이나 사후규제를 이번에는 관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동반성장이나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21세기형 기업문화의 조성과 촉진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수출방식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국가주의가 득세하면 양자 관계에서 큰 폭의 흑자구조를 지속하기가 어렵고 소나기 수출도 제약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를 통한 현지생산과 중간재 수출을 연계하고 일부 역수입을 하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물량 위주의 수출보다 차별화 제품 위주의 수출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수출대상국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모두 비용상승을 초래하므로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종합상사와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등 수출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의 외교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개도국에서는 정상외교의 영향력이 지대하므로 중소 수출기업들의 정상외교 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제 수출은 정부와 기업, 공공지원기관의 합작품이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중국의 도전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한국산업에 천재일우의 회생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산업의 변신을 성공시켜 올해가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선두대열에 우뚝 서는 변화의 첫해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장윤종 KDI 초빙연구위원/ 전 포스코경영연구원 원장

[EE칼럼] 혁신의 기회

2024년은 용(龍)의 해다. 에너지가 얼마나 많으냐로 따지자면 용은 하늘을 날고 번개를 내리며 불을 뿜으니 십이지 상징 동물 중 으뜸이다. 동양에서는 군주의 상징이자 가장 신성한 동물이며 서양에서는 가장 강력한 악의 상징이다. 2024년은 아니나 다를까 전 세계에 에너지와 혼돈이 넘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국제정세는 제2차 석유 위기와 미·소 냉전으로 정신 없었던 1980년대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혼란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해를 넘기며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 역시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새해에도 지우리나라의 무역 환경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대외 무역환경이 계속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것이 예측되는 만큼 에너지와 자원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GDP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가 국제통상 분야 전문가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기회에 에너지 정책이 국내문제에서 벗어나 국제 변화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단기적으로는 전통적인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동시에 새로운 친한파 국가 확대로 공급망 이슈를 해소해야 한다. 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는 기후변화협약 관련 국제동향을 면밀히 살펴 변화에 적절한 산업 정책을 창출해야 한다. 산업부 에너지 부문 조직에 통상과 국제협력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세계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변화를 관찰해 필요한 정책을 맡기면 좋겠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산업과 인프라를 혁신해야 한다. 건설된 지 수십 년이 돼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전력망 등 에너지 인프라에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민간이 운영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적자 상태인 공기업의 구성원들을 신산업 및 해외 공급망 해결에 투입해야 한다. 용은 혁신의 상징이다. 십이지 동물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징한다. 미래 에너지신산업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R&D를 투자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기존 공기업 영역에도 과감한 경쟁체제를 도입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혁신 에너지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니 독과점이니 하는 산업구조논쟁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는 에너지기업이라면 공기업이건, 민간기업이건 이제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 산업군 중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하나도 없는 부문은 에너지산업이 거의 유일하다. 세계 2위의 가스회사와 세계 10위권의 전력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람코, 엑손모빌 등 굴지의 세계 에너지기업들과 비교하면 70위권 정도다. 에너지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다른 산업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시대다. 경쟁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한 해가 가기도 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많은 부분에서 혁신의 기회가 있었지만 공급 업체 간 경쟁을 통한 산업 발전이라는 단순한 기초 레벨에도 들어서지 못해 신산업 창출과 고용 촉진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혁신을 원한다면 이제는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지에 더욱 집중하여야 한다. 새해는 청룡이라서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기에 우리나라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환경의 급변은 분명 위기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그 기회를 잡고 새로이 혁신한다면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우리 모두 용이 되는 꿈을 꾸어보자.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기자의 눈] 규제 둘러싼 민·관 입장차, 언제쯤 줄어들까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자석의 빨간 부분으로 표시된 N극끼리는 가까워지려고 해도 척력으로 인해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기업 관련 규제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경제계의 입장도 이와 같은 형국이다. 21대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고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토로하는 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그마나 ‘노란봉투법’이 사실상 폐기 단계로 접어드는 것에 안도를 표하고 있다. 안그래도 선진국·경쟁국 보다 강한 노동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혁신특구에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다행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네거티브 방식은 ‘금지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허용한다’는 것으로 산업계에서 신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해외 혁신 클러스터와 협력하고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스타트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환경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10개 정부부처 소관으로 도입 또는 개정된 기업 관련 규제는 5620건에 달한다. 국회에 제출된 규제혁신 법률 222건 중 통과된 건은 99건(44.5%)에 불과하다. 규제를 줄여달라는 현장의 목소리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영국이 법인세 대폭 감면에 이어 두 세기 가량 이어진 상속세 폐지를 검토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대주주 할증시 세계 ‘원탑’ 상속세를 책정했음에도 관련 당국에서 미지근한 목소리만 나오는 실정이다. 조만간 ‘40살’을 맞게 되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비롯한 ‘갈라파고스’ 규제들도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격’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뿐 아니라 외국인고용법 등 일명 ‘킬러규제’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의 고충이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산업경쟁력 저하로 경제 성장을 억제한다. 한국의 경우 40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업체들과 비교해 역차별 당하지 않고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22대 국회에는 잘 전달·반영되길 바란다. spero1225@ekn.kr나광호 나광호 산업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갑진년 새해의 정치 소망

갑진(甲辰)년 새해가 밝았다. 필자는 새해를 맞아 국내외 정치경제를 관통할 화두와 함께 상황을 진단하고 새해에 우리나라가 마주할 현안과 과제, 그리고 대응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국제정치적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및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은 주요국의 한 축으로 부상한 우리에게 한미동맹에 따른 상당한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마스-이스라엘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주춤하면서 전황이 장기화되면 지원 요구가 커지고 전후 복구도 그만큼 미뤄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적 이슈와 함께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높이고 있고, 북한의 핵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의 식량이나 경제문제의 악화는 외부적 도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안보적 상황은 세계 경제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시장의 공급망 붕괴가 통상과 산업발전의 기회를 제한할 것이다.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어우러져 러시아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기회가 제한되었고, 경제 악화로 세계 각국의 구매력마저 떨어지며 이래저래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에게는 치명적이다. 현대차가 장부가격 2873억원인 연산 20만대 규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단돈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국내 상황도 녹록치가 않다. 지난해 상반기 법인세 납부액을 보면, 글로벌 호황이었던 K-팝의 영향으로 엔터테인먼트와 게임 등 콘텐츠 분야와 제조업 중에는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IT분야의 불황으로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지난해 7000억원으로 2022년(7조3000억원)의 10분의 1토막으로 줄었다. 법인세 세수가 줄었다는 것은 기업의 수입이 줄었고 경기가 그만큼 나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물가상승률은 고공행진을 거듭해 국민의 체감경기는 최악을 치닫고 있다. 특히 전세 사기로 청년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전세 사기 피해 1만2433건 중 67%가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피해자 중 70%가 30대 이하 청년층에 집중됐다. 가계부채도 187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가구당 약 1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다.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에 따라 이자부담률도 역대급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초에 발표된 통계청의 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의 비소비지출(평균 1280만원) 중 이자비용이 247만원으로 전년대비 18.3% 증가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내 이슈 중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합계출산율 0.73이 상징하는 저출산이다. 이는 세계 최저 수준임은 물론, 외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중세 유럽의 흑사병보다 더 빠른 인구소멸을 의미한다. 이젠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새해는 저출산을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결국 정치인데, 새해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는 4월10일에 있을 제22대 총선에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를 구성해 떠난 민심 붙잡기에 나섰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분당의 위험 속에서 헤매고 있다. 두 정당 모두 서로의 약점에 기댄 반사이익을 기대할 뿐 아직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할 만한 뾰족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87년 체제 이후 철 지난 운동권의 이념에 파묻혀 정치권을 점령해 각종 특권과 이익을 누리며 국민 위에 군림해온 x86 세대의 퇴출이 가시화됐다는 점이다. 73년생 한동훈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그와 띠동갑인 85년생 이준석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었을 때 시동 걸린 세대교체가 정치 자체의 개혁으로 바뀔 가능성이 보인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구태를 보여온 정치인을 모두 퇴출시키고 도덕성과 품격, 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선도할 사람들로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구성된 제22대 국회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이익이나 출세, 당리당략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패거리 정치의 보스를 위해 희생하고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마을과 지역사회에서부터 국민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해 온 청년들이 정치를 통해 국가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의 정치에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큰 차를 타고 비서를 대동하면서 거들먹거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중교통 타고 팔을 걷어붙이고 밤새워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어 가는 실무형 국회의원을 보고 싶다. 22대 국회의 첫 회기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모두 없애는 법을 발의하고 제일 먼저 통과시키는 헌신적인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산업의 새해 화두와 과제

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은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에너지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대규모 중앙집중형 시스템에서 분산형 시스템으로, 대량 생산과 소비 중심에서 효율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화석에너지로부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전기화가 전 인류의 공통된 과제로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탈탄소화, 분산화, 디지털화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빅 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에너지산업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탄생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명분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상충된 의견으로 인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가 사회적 가치에 기반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 결정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일방적인 하향식 방식이 아닌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상향식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정책의 수립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미래에 대해 저마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토론해 예상되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토론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며, 토론의 결과를 국가 전략에 담아야 한다. 아울러 절차적 정당성을 토대로 도출된 합의점과 미래 비전을 법제화해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함께 불확실성을 없애 기업의 발전적 참여와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또 전기요금의 현실화, 전력산업구조개편, 에너지공기업의 기능 재조정 등 전 근대적인 에너지시스템 혁신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초자산 처리문제, 지역경제 침체 및 일자리 감소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화합과 타협을 통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한 예로 해상풍력특별법과 함께 고준위방폐물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야 한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CF100’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국제사회의 자발적 탄소감축운동인 RE100 달성은 발등의 불이다. 우리 내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점은 국제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UN의 대북 제재와 러시아 제재 등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에너지협력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2050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먼 미래를 대비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북아시아 지역 전력망 연계라는 Asia Super Grid 구상 외에도 동북아시아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하여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운송하여 새로운 수소경제를 구축하는 방안 등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이제는 화석에너지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기회이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는 다방면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투자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 기업도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맞춰 혁신적으로 체질을 바꿔나가야 한다. 시민(가계) 역시 가치지향적인 소비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막고, 변화에 따르는 비용과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 ‘겨울은 보이는 것들의 성장을 멈추게 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자라게 한다’는 말이 있다. 에너지산업이 직면한 현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크고 이로 인한 불안감과 위기감 역시 치솟고 있다. 하지만 위기(危機)가 곧 기회라는 말 처럼 지금의 위기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기회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한 앞선 세대처럼 우리도 갑진년(甲辰年) 올 한해 정부와 기업, 가계가 힘을 합쳐 난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한국경제가 용솟음치기를 기대해 본다.조용성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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