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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세사기 피해자를 두고 갈리는 시선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 구제 후 회수' 방식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피해 구제액을 두고 정부와 피해자 단체가 추산하는 금액이 터무니 없이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선 구제 후 회수'를 실행하면 3조~4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말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약 48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구제액이 갈리는 이유는 국토부는 회수를 생각하지 않는 전액을 예상하는 것이고, 피해자 단체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자 50%를 가정했을 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스스로에게 유리한 차원에서 수치를 내다보니 여론도 입맛 따라 갈리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2030세대인 만큼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한시바삐 일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본인이 잘못해서 사기를 당한 것을 국가가 왜 책임져야 하느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는 구제를 못 받는데 왜 전세사기만 구제를 받느냐는 질타도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한다. 피해자들은 하루 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기자가 통화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늘 정신클리닉에 가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여전히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삶의 의욕이 떨어져 스스로에게 욕을 하며 자신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피해자가 자괴감에 시달리게 한 것은 정부와 야당 모두의 탓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선 구제 후 회수'인데 정부는 재정 건전성 문제를 이유로 '선 구제'에 소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추후 임대인에게 어떻게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전세거래는 사인간 거래이기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전세는 정부가 대출을 지원하고, 보증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목표 하에 하루빨리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과 협치해서 '선 구제 후 회수'의 구체적 기준을 시급히 설정해야 할 때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이슈&인사이트] 중동 분쟁 장기화와 한국경제 리스크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테러로 시작된 전쟁이 7개월째로 접어들고 확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작전과 하마스의 반격으로 전개되고 있는 전쟁에 헤즈볼라와 후티가 가세하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전투를 치러본 경험이 있어 단순 테러집단 이상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후티반군은 홍해를 운항하는 상선들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여기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가 연합은 후티반군과 예멘에 폭격을 가하고 있지만,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에 구두 경고를 해 오던 이란이 직접 나섰다. 먼저 양국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그림자 네트워크'를 겨냥한 공격으로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1월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본부를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유엔 사무소와 각국 대사관 등이 몰려 있는 마제흐 지역에 있는 한 주택을 미사일로 폭파시켜 IRGC 소속 장교와 대원들을 폭사시켰다. 나아가 이스라엘은 4월 1일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타격하여 IRGC의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를 제거했다. 그러자 이란은 자국 외교기관이 공격을 받았다고 분노를 표시하고 300여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하여 이스라엘을 타격하였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이스파한의 군사 기지를 공격했다. 이스파한은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비롯한 군사 시설이 대거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방의 본토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오랫동안 중동 전역에서 암암리에 벌여온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다시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다행히 양국은 보복은 가하되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약속대련'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파국은 피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날라 온 미사일과 드론의 99%를 요격했다고 밝혔듯이 이란의 대규모 공격으로 입은 피해가 무시할 정도였다. 자국 영토를 겨냥한 공격이 이뤄진 만큼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스라엘은 아이언돔도 막기 힘든 '램페이지' 미사일로 이란의 S-300 기지를 파괴함으로써 '방공망 무력화'라는 실력은 보였지만, 이란이 반격 안 할 수준을 골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감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동기에 의해 공격은 가하되 서로 선을 넘을 듯 말 듯 눈치 곡예를 벌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이다. 전쟁은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선제공격-보복-재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 보복 강도를 높이다 보면 돌발 변수에 의해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에 이어 중동 정세가 악화되어 지정학적 갈등이 격화되고, 이에 더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세계경제는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 3중고에 빠졌다. 경제의 해외의존도가 높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상선들이 수에즈운하 이용이 어렵게 되어 물류비용 부담이 커졌는데, 후티반군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만약 이란이 가세하여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국제 원유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원유수입량의 80%가 통과할 정도로 호르무즈해협은 에너지원의 생명선이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그렇지 않아도 물가가 올라가 팍팍해지고 있는 서민들의 생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국제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우리나라 올해 4분기 물가상승률이 4.98%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불안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원유 도입선 다변화, 비축량 확대, 가격 헤지 등 원활한 원유 수급을 위한 대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 속히 종식되어 지척에 있는 러시아산 석유도 수입하여 바람 잘 없는 중동 정세와 관계없이 에너지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강국

[EE칼럼] 플라스틱 협약, 한국 리더십 발휘해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달 말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이른바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을 위해 열린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되었다. 당초 계획했던 기간보다 하루 연장되며 치열한 밤샘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INC-4에서는 지난해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INC-3에서의 논의를 토대로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 UNEP)이 작성한 '수정 초안(revised draft text)'에 대해 토론을 계속했지만, 참가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환경부의 설명이다. 유엔 차원에서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대응은 기후변화 대응에 비해 논의 자체가 매우 늦게 시작됐다. 2022년 2월에 역시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Resumed fifth session of the UN Environment Assembly: UNEA-5.2)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의 생산 및 소비부터 폐기물의 처리까지 전주기를 포함시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유엔환경총회는 193개에 달하는 유엔 회원국 모두가 참여해 UNEP의 사업은 물론 글로벌 환경 현안들을 논의하는 최고위급 회의인데, 2022년에서야 비로소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협약을 마련하자는 데 중론이 모아진 것이다. 성안을 목표로 총 5차례의 정부 간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였고 마지막 정부 간 협상이 될 INC-5는 올 해 11월 부산에서 열린다. 플라스틱 오염 대응에 비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논의는 일찌감치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이 역시 우여곡절의 과정이 매우 길었다. 1997년에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 총회(Third session of the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3)에서 이른바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지만, 미국은 선진국 중에 유일하게 비준을 거부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역사적 책임이 크다고 하는 선진국들과 아직 산업화를 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사이의 간극이 커서 감축에 대한 의무가 이른바 Annex I에 속하는 선진국으로 한정되었다. 교토의정서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구분한 것과는 달리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 총회(COP21)에서는 참가국 전체가 참여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하게 된 데에는 개최국인 프랑스의 올랑드 전 대통령과 당시 유엔의 수장이었던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70년대부터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를 경고해 왔고, 90년대 초에 들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체제로 전환된 것은 2015년이었으니, 무려 20여년의 노정을 거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을 탈퇴하여 다시 한 번 기후 거버넌스 레짐을 흔들기도 했다. 기후 거버넌스 레짐이 이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친 것을 떠올릴 때, 플라스틱 협약의 성안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INC-5까지 전문가 그룹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였지만, 최대 쟁점 사안이라고 하는 1차 플라스틱인 폴리머 생산의 감축은 아예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이는 1차 플라스틱의 주원료가 되는 석유를 생산하는 주요 산유국들이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 역시 미묘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대만 하더라도 불과 150만 톤 수준이었지만, 2021년에는 약 3억 9천만 톤에 이르렀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소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6년에는 88kg 정도였으나, 이제는 조사 기관마다 수치의 차이가 있다 하여도 90kg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가 모두 막대하다 보니, 정부 역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INC-4 개최 기간 중 태평양 도서국들을 포함한 20여 개국이 폴리머 생산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부산으로 가는 다리(Bridge to Busan)' 선언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개최국인 한국은 참여하지 않아 빈축을 사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산업 생태계에 대한 우려가 깊을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것은 수출이고,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수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그러나 국내 우수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재료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부산 INC-5를 산업 체질 전환의 계기이자 미래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을 주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고 있느니 만큼 플라스틱 거버넌스 레짐 설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입장이 다른 국가 간의 간극을 조율하는 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인류세의 유산이라는 플라스틱의 오염 방지를 위한 역사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결단과 리더십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임은정

[기자의 눈] 지역균형 논리에 갇힌 바이오클러스터 육성

지난 달 말 정부는 국내 최초로 전면 네거티브 규제특구인 '글로벌 혁신특구' 4곳을 새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바이오헬스 분야만 춘천·원주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인공지능 헬스케어)와 오송을 주축으로 한 충북도(첨단재생바이오) 등 2곳을 포함시켰다. 바이오헬스케어 육성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의 정부 의지를 보여준 결정으로 평가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연세대 국제캠퍼스 등이 자리잡은 인천 송도에 민관합동 바이오벤처 육성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사업을 착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다. 글로벌 혁신특구와 K-바이오 랩허브는 모두 정부가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천 송도, 충북 오송, 강원 원주 등은 보스턴클러스터와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대기업 제조시설이 주축인 송도는 연세대 송도 세브란스병원이 오는 2026년 말께 개원한다. 오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이 주축이고, 원주는 의료기기에 특화돼 있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수십 년에 걸쳐 자생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버드의대 교수가 이 곳에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바이오기업 모더나를 창업한 것에서 보듯 교수·의사 창업이 활발하다. 국내에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와 가장 성격이 비슷한 곳을 꼽자면 '서울 홍릉 바이오클러스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희의료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대학과 병원이 밀집해 있고, 의사 창업·교원 창업이 활발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릉 바이오클러스터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라는 정책 걸림돌에 걸려 정부의 바이오 육성정책에서 소외돼 있다. 글로벌 혁신특구제도도 수도권 이외의 지역만 대상으로 한다. 지역균형발전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미국·유럽 등 바이오산업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vs. 지방' 구분에 앞서 될성부른 곳에 집중해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 서울 마곡단지처럼 제약·바이오 대기업의 연구개발센터가 홍릉 클러스터에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한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현재 전국 각지에 바이오클러스터가 30곳 가까이 이르고, 개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자리보전용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곳도 많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맹목적 지역균형발전이나 명분론적 규제를 뛰어넘는 실용적 선택과 집중의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맹목적 지역균형발전이나 명분론적 규제를 뛰어넘는 실용적 선택과 집중의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에 美 보조금이 독배인 이유

2024년 4월 15일 자 소식통에 의하면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을 근거로 삼성전자에 9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미국의 인텔의 12조 원과 대만의 TSMC의 9.3조 원에 이어 3위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3조 5000억 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에 더해 2030년까지 약 62조 3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보조금을 통해 삼성전자의 56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최소 2만 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9조 원의 보조금은 삼성전자의 2023년 연간 영업이익 6조 5670억 원의 1.5배에 달하는 거액이다. 보조금을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좋은 일인데 한국 증시의 반응은 7만 전자로 역주행을 보이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의 '칩스법'은 향후 5년 동안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73조 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반대급부로 칩스법은 2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초과 이익 공유는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초과 이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상세한 회계 자료와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각종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이중 제품별 생산 능력과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은 기업의 핵심 영업 비밀이다. 미국 상무부를 통해 인텔 등의 경쟁 기업으로 유출되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예상된다. 더욱이 치명적인 독소조항은 중국 견제용 '가드레일' 조항이다. 중국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때 '가드레일'을 넘으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보조금을 받는 순간 삼성전자는 약 2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중국에 투자한 현지 공장을 첨단화하는데 한계에 직면한다. 반도체 공장이 첨단화를 못 한다는 것은 수년내에 폐쇄를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보조금을 9조 원이나 받는 데 주가가 7만 전자로 역주행하는 이유다. 주식시장에서는 미국의 보조금이 독배라고 생각한다. 각종 언론은 한국에서도 반도체 투자에 미국 칩스법에 준하는 보조금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의 반도체 투자 환경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은 보조금 없이도 자생할 수 있다. 2022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8조 원에 달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는 올해 말 일몰을 맞는 K칩스법 적용 기간을 내년 이후 3년간 더 늘리는 것으로 족하다. 한국에서는 보조금보다는 반도체 투자 인프라 환경을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프라 중에서 시급한 것이 반도체 기술인력 조달이다. 의사 공화국 체제하에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인재의 고갈은 심각하다. 의대 증원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이재용,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을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이 정권이 들어선 2년 동안 이들이 대통령 외국 순방 등에 동원된 것이 13회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2019년부터 120조 원을 투자해 올해까지 완공하려던 공장이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6년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 원 투자를 기획하고 있는데 역시 인허가 절차가 문제다. 무역협회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교란에 취약한 구조다. 장비·소재의 자립도 제고를 위한 벤처 육성과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이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자율과 인프라, 그리고 시간임을 유의할 일이다. 윤덕균

[김상호 칼럼] 하남시 청소년의회, ‘더불어 숲’ 가자

하남시 미래 정치의 꽃, 청소년의회는 하남시 희망입니다. 제5대 하남시 청소년의회가 개원했습니다. 올해 4월 선출된 청소년의원이 30명이 당선증을 받았습니다. 2020년 초대 손혜원 의장을 비롯해 2021년 2대 김진주 의장, 2022년~23년 3-4대 이은표 의장이 청소년의회를 이끌었습니다. 올해는 박찬용 의장이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하남시에는 청소년 대표 7명이 5만여명 청소년을 대변합니다. 청소년수련관 청소년 관장(박채은), 청소년의회 의장(박찬용), 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장(김현주), 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정태희), 아동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장(김아정), 덕풍청소년운영위원회 위원장(양슬기), 학교밖지원센터꿈드림 위원장(임서진)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 7명 대표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처럼, 하남청소년 참여시정을 통해 청소년 권리를 스스로 찾습니다. 정당가입연령 16세, 선거권도 18세로 되면서 청소년 시선과 목소리가 더 필요합니다. 특히 청소년의회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실현과 인권 보호 및 권익 신장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입니다.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통해 민주적 참여의식을 함양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율성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하남시 청소년 국회입니다. 청소년의회는 청소년 참여시정을 위해 교육상임위원회(8명), 안전환경상임위원회(7명), 문화체육상임위원회(8명), 인권소통위원회(7명), 청년보좌관(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청소년 대표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일을 합니다. 첫째, 청소년 주민참여 예산을 심의-의결합니다. 청소년이 자신들의 사업을 결정하고, 이를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입니다. 최종 안건으로 결정된 제안은 하남시 주민참여 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다음해 예산으로 편성됩니다. 청소년이 생활 속에서 접한 고민이 다양한 안건으로 제안됩니다. 작년에는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다시 쓰는 방울상점 사업' 등이 선정됐습니다. 둘째, 청소년 정책제안대회 '청포도'(청소년들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를 개최합니다. 다양한 주제로 경합하며 제안합니다. 하남시 안전 지킴이 헬멧 대여대 설치', '바다의 시작, 배수로, 담배꽁초-쓰레기는 NO',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와 참여권 확대' 등 좋은 제안을 조례로 제정합니다. 특히 2021년 '하남 내일 제안대회'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으로 구성된 미래원정대는 미사 나무고아원 별칭을 '쉼트리'로 해 보다 친근한 인식을 심어주고, '나무를 위한 음악 제작' 등 이야기가 흐르는 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청정하남 시작! 나무 고아원 쉼트리' 프로젝트는 하남시 성인 발표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습니다. 셋째, 국내외 교류활동으로 세계시민으로 성장합니다. 하남시 국내외 자매도시와 소통하며 국가-도시를 뛰어넘어 견문을 넓히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자매도시 영월과 메타버스 교류를, 미국 자매도시 리틀락시와는 지속적인 홈스테이 교류를 통해 세계시민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남시 청소년은 독립적인 인격체이자, 무한한 잠재력과 역량을 지닌 사회구성원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하남시민, 하남시, 시의회, 광주하남교육청, 선출직 공직자가 청소년 참여를 보장하고 권리증진을 위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새롭게 출범한 5기 청소년의회가 하남시 14개 동 청소년 목소리를 대변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다문화, 새터민 청소년과 함께하는 의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청소년수련관 조재영 관장님, 덕풍청소년문화의집, 감일청소년문화의집 관장님들과 청소년 지도자분들은 하남시 청소년공동체들을 북돋는 '더불어 숲'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청소년의회가 하남시 청소년과 소통하는 '더불어 숲'이 되길 바랍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데스크 칼럼]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책임져라

현대 사회에서 국가 통계는 그 중요성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수립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통계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오용·남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산 낭비, 정책 실패, 정부 신뢰 훼손 등으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한다., 최근 확인된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 오류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이 실제보다 적게 발표됐다며 오류를 시인하고 정정했다. 우선 지난해 준공 실적이 31만6415가구에서 43만6055가구로 11만9640가구(38%)나 늘어났다. 이전까지 준공 실적이 전년 대비 2.35%나 감소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오히려 5.3% 증가한 것이다. 착공 실적도 실제 24만2018가구지만 3만2837가구 적은 20만9351가구로 발표됐었다. 주택 인허가 실적도 원래는 42만8744가구인데 3만9853가구 적은 38만8891가구로 잘못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통계가 오류를 이유로 통째로 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잘못 집계된 주택 공급 통계는 시장에서 확산된 '공급 절벽' 전망의 근거가 됐다. 특히 국토부는 이같은 부실 통계를 바탕으로 '비상 상황'을 선포한 뒤 지난해 '9·26 공급 대책', 올해 '1·10 부동산 대책' 등 두 차례의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다. 수도권 신규 택지,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신축 빌라·오피스텔 매입 때 세제 혜택 부여 등의 정책을 쏟아냈다. 다만 국토부는 이같은 통계 오류 정정에도 불구하고 공급 위축 흐름이 여전한 만큼 정책을 바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시민들은 사상 초유의 국가 통계 오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장 전망을 세우고 내 집 마련 계획에 참고했던 핵심 통계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전셋값 상승세가 공급 위축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시장 주체들의 혼선 등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통계 오류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통계 오류의 원인과 대책을 묻는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에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는 말만 하면서 수주간 대응을 회피했다. 지난주 본지 기자와 가까스로 통화가 된 부동산원 담당자는 이미 국토부의 지시하에 통계를 수정 중인 상황임으로 추정됨에도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국토부가 이번 통계 오류를 이미 지난 1월 말 인지했다는 발표가 사실이라면 의도적인 취재 회피, 대국민 사실 은폐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심지어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일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부동산원에서 어떻게 그 자료를 만들어 냈는지 저는 알지 못한다"며 동문서답했다. 통계 오류라는 중대 사항을 실무자들이 보고하지 않았거나, 일부러 답변을 피했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보인다. 전자라면 무능한 것이고, 후자라면 '은폐' 의도가 역력한 무책임한 행태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전 장관 등이 집 값 통계를 조작했다고 검찰에 고발, 재판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조작 여부 및 고의성 등이 입증되지 않아 법적 논란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전 정권의 통계 오류에 대해선 '조작'으로 간주하며 '국기 문란'으로 규정해 사법 처리에 나섰다. 반면 자신들의 통계 오류는 '단순 실수'로 치부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불문에 부칠 태세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행태인지 의심스럽다. 사상 초유의 부동산 통계 오류 사태는 박 장관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E칼럼] 최저전력수요 ‘심각’…전력계통망 투자 시급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봄철에 전력 문제가 심각하단다. 그리고 그 이유가 전력 수요가 모자라서라고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전력의 이슈는 언제나 공급 부족이었다. 특히 냉방 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 전력수요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그리고 전기 난방으로 겨울철에도 전력 수요가 몰리면서 여름철과 겨울철에 급격하게 솟구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비상근무를 하고는 하였었다. 그러던 추세가 급격히 바뀐 것은 지난 3~4년 전부터이다. 기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던 봄철과 가을철에 전력 수요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그 최저치가 전력계통 안정화에 이슈가 발생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2020년 봄철 전기수요는 42.8GW였으나 2021년 42.4GW, 2022년 41.4GW로 줄어들더니 작년에는 급기야 39.5GW로 40GW 아래로 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봄 전력 수요가 37.3GW로 작년 봄보다도 2.2GW 줄어들어 역대 최저전력수요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지난 3월에 차질 없는 전력수급을 위해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중에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22년 21.5%로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5분의 1 수준이며,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중장기 계획을 살펴볼 떄 2050년에는 전력 소비 비중이 25~35%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나타나고 있다. 그럼 최근 봄철 및 가을철에 전력 수요가 급하게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늘어났기 떄문이다. 특히 봄철은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높아져 수급 불균형이 크게 나빠진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작년 봄 맑은 날과 흐린 날의 전력수요 편차가 11.1GW에 이르렀다고 한다. 출력을 조절할 수 없는 태양광 발전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낮은 전력수요와 함께 봄·가을철 계통운영 난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에 5.1GW 수준이던 국내 태양광 설비는 2019년 12.8GW에서 2023년 28.9GW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봄철 전력계통 안정화 대책을 수립하여 올해 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작년보다 1주일 확대하여 3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72일간 운영하고, 선제적으로 전력계통 안정화 조치를 이행한 후 계통 안정화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출력제어를 시행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전력 소비량이 너무 많이 이를 줄이기 위하여 시행하던 각종 발전설비 정비일정 조정과 수요자원(DR) 활용 등이 반대로 태양광 전력 공급량을 줄이기 위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이번 봄에는 특히 5월 4~6일에 3일의 연휴가 이어지고 있어 전력 업계와 당국의 시선이 집중되었었다. 긴 연휴를 맞아 공장 가동이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등 전력수요가 급격히 낮아질 수 있는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그중에서도 특히 태양광 발전설비의 전력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작년에는 처음으로 연휴 기간동안 필수계통유지운전용 발전기를 제외하고는 전력생산 100%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담당하는 상황이 발생, 국내 전력시장 개설 이후 최초로 계통한계가격(SMP)이 0원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 등지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풍력의 비중이 높은 유럽의 경우는 전력도매시장에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가 음(negative)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연휴기간 동안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들어 시급한 문제는 피했다고 한다. 전력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바로 우리나라의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가 크게 모자라 급변하고 있는 전력 공급원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95% 이상의 국민에게 전력을 공급하며 또한 정전이 세계 최소 수준인 매우 휼륭한 전력망을 가지고 있지만 1980~90년대에 지어진 설비들이 많아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적용이나 새로운 재생에너지원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역시 이를 해결하고자 이미 10여년 전에 이미 스마트 그리드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전력망의 개선과 투자를 시도하였으나 님비(NIMBY) 현상 등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은 지금과 같은 봄, 가을철 전력 수요 급감의 문제는 물론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는 등 지속적으로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봄·가을철 공급과잉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발적 출력제어 서비스 시장 개설 등 계통 안정화 조치 과정에서 전력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하여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전력망의 스마트화를 꾀하여야 하겠다. 국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전기 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의 개발과 투자의 장이 활발히 열리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기자의 눈] 환경단체,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이카루스 날개’

기후위기 대응 목소리가 커지면서 환경단체 몸값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환경단체 출신 국회의원이 여야에서 모두 등장했다. 국회에서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과 정부 부처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야기가 나온다. 취재를 하다 보니 환경단체가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환경단체라고 하기 애매한 곳도 있지만, 기후와 환경을 위하는 활동을 내세우면 환경단체로 보인다. 환경단체 중에는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과 환경운동 중심으로 돌아가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이 있다. 환경교육과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와주는 환경단체로는 기후변화센터, 환경재단, 에코나우가 눈에 띈다. 요즘 환경단체 트렌드는 단연 에너지다. 기후솔루션은 기존 환경단체들이 잘 다루지 못했던 에너지를 깊게 다루는 캠페인을 펼친다. SDX재단은 기업들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 지원을 주요 아이템으로 삼았다. 싱크탱크와 환경단체 사이에서 애매해 보이는 곳이 에너지전환포럼, 플랜1.5도, 넥스트인 것 같다. 환경단체랑 같이 활동하고 정책제안도 과감하니 눈에 잘 띈다. 환경단체처럼 전면으로 캠페인을 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뒤에 빠져 있기는 싫다는 듯한 위치다. 환경단체가 어떤 역할을 하던 각자 해야 할 몫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환경단체가 권력과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다. 시민단체는 권력과 유착될성 싶으면 견제를 많이 받는다. 권력과 가까워질수록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시민단체 본질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환경이라고 다를까. 환경단체는 시민단체처럼 권력을 얻고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환경과 기후를 지키겠다는 환경단체 본질은 타락할 위험에 빠진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며 조직 운영에 자금은 필수다. 환경단체는 국민들로부터 주어지는 힘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최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외부 자본에서 많은 힘을 얻는 환경단체가 있다. 자본이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거다. 환경단체에 관대하지 않는 이들은 외부에서 힘을 얻고 있는 환경단체의 약점, 즉 자본 출처를 궁금해한다. 이 환경단체가 권력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보이면 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환경단체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환경을 중요시하는 단체를 원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다. 환경단체가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고 불타서 사라지는 '이카루스 날개'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할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밸류업은 테마가 아니다

국내 증시가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변동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일 2차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저PBR(주가수익비율)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상승동력(모멘텀)이 소멸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2월 첫 번째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도 실망 매물이 속출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기업의 밸류업을 위한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인데, 테마형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나타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단 시장의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 상승을 보고 투자할 종목이 아니란 뜻이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지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져야 밸류업도 가능하단 분석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막연한 정책 발표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을 테마형으로 이끌고 있단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대표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은 금융과 자동차 등으로 배당시기와 실적에 따라 상승 여력이 충분히 있는 종목들이다. 이날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에도 구체적인 증시 활성화 '유인책'은 빠졌다. 그간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이 충족되면 세제 혜택을 주는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어떤 조건을 갖춘 기업이 포함될 수 있는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등 제대로 된 분석과 가이드가 나와야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와 기업, 주주로 이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관건인 시장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열쇠다.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봐야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은 저PBR주이면서 배당을 충분히 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단 점도 바꿔볼 때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이미 지나갔다. 정부의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가이드라인 발표를 또 기다려본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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