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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주권 장사’에 시동건 트럼프…“골드카드 접수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만 달러(약 68억원)를 지불하면 미국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골드카드' 비자 프로그램 접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500만 달러짜리 트럼프 카드가 나온다"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이자 시장인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아름다운 길에 어떻게 합류할 수 있는지 수천 명이 문의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대기자 명단이 이제 열렸다"며 골드카드 신청을 할 수 있는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했다. '트럼프카드닷고브'라는 이름의 사이트에는 “트럼프 카드가 온다"라는 문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에어포스원에서 공개한 골드카드 이미지가 등록됐다. 이 사이트에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 출신지, 개인 또는 법인 여부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출신지는 국적이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중동 포함, 북미, 오세아니아, 중앙아메리카, 남미, 카리브해, 아프리카 등 8개 지역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해당 내용을 입력한 후 제출하면 인증절차를 걸친 후 “당신의 여정이 시작된다"는 안내문구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기존 투자이민(EB-5) 제도를 폐지하고 500만 달러를 내면 즉시 영주권 획득과 장기적으로는 시민권 취득까지 가능한 골드카드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드카드를 백만장 판매할 경우 5조달러의 자금이 마련돼 미국의 부채가 축소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골드카드는) 시민권을 얻는 강력한 길이 될 것"이라며 “부자들은 이 카드를 사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그러나 세계 부자들만 미국 이민이 쉬워져 영주권 장사에 나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軍투입’ 트럼프 “LA 해방하겠다”…이민단속 시위 일촉즉발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가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질서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투입하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때 위대했던 LA가 불법 이민자와 범죄자들에게 침범당해 점령됐다"며 “폭력적이고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가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면서 추방 작전을 막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국토안보부, 국방부, 법무부 장관에게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내란법 대신 미국 법전 제10권 제12406조에 근거해 통상 주지사의 지시를 따르는 주방위군의 통제권을 국방부 장관에게 부여하고 주방위군 2000명을 시위 지역으로 보내 정부 기능과 자산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LA 인근 캠프 펜들턴에 주둔한 해병대가 LA에 파견된 주방위군을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주방위군은 주지사의 지휘를 받는다.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 동의 없이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은 1965년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겠다며 앨라배마에 군대를 보낸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60년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방위군 병력 300명이 이날 LA에 도착해 시내 세 곳에 배치됐다. 해당 병력은 79보병여단 소속의 전투부대로, 올해 초 LA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 진화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 6일 발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단속에 열을 올리기 시작해 하루 평균 2000명의 불법 체류자들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LA에선 지난 주에만 118명이 체포·구금됐다. 시위대는 사흘째 당국 요원들과 대치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대 일부는 LA 현지의 자율 주행 자동차 '웨이모'를 부수고 불을 지르거나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점거된 도로 진입이 한때 차단됐었다. 점거 지역이 다른 주요 도로와 합류하는 분기점 인근인 탓에 LA에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시위대는 진압 요원들의 대열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부끄러운 줄 알라", “집으로 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LA 경찰당국은 이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최루탄, 고무탄, 후추탄 등을 연이어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LA 남동부 파라마운트에서 당국 차량을 향해 돌을 던져 경찰관에 부상을 입힌 용의자에 대한 신상 정보 등을 제공할 경우 5만달러의 포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시위대 해산 시도 과정에서 언론인이 시위 진압용 비살상탄에 피격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인 7일 오후 9시께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닉 스턴 사진기자가 진압당국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펀지탄'에 허벅지를 맞았다. 스펀지탄이 피부를 찢고 허벅지살을 파고들어 근육이 드러날 정도였으며, 피격 직후 시위대의 도움을 받아 도롯가로 옮겨진 뒤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 스턴 기자는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방위군 철수를 공식 요청했다고 소셜미디어 엑(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주방위군 배치가 주 자치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트럼프가 개입하기 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적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하버드대 다니려는 유학생 美 입국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버드대에서 유학하거나 이 학교의 학자 교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하버드대의 행동으로 인해 외국인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부적절한 목적지가 됐기 때문에 외국 국적자의 입국이 미국 이익에 해롭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폭력적이거나 불법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벌이는 외국인 학생들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미 국토안보부의 요구에 하버드대는 3명만 제출했다며 “하버드대의 이러한 조치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기록을 완전히 보고하지 않거나 심각하게 단속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하버드대가 지난 10년 동안 중국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며 “하버드대는 그 대가로 중국 공산당 무장 조직의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초청해 훈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방 정부가 국가안보와 미국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하버드대가 공유하기 전까지 교육 교류를 통해 하버드대에 다니려는 외국인을 차단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포고문에 따르면 외국인으로서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tudent and Exchange Visitor Program·SEVP)을 통해 하버드대에 다니기 시작할 목적으로 미국에 오려 하는 사람에 대해 6개월간 입국이 중단 및 제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법무장관과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입국 정지 및 제한의 연장이 미국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담은 권고안을 90일안에 제출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현재 F(유학·어학 연수 등)·M(직업훈련)·J(방문 연구원 등) 비자 중 하나를 가진 채 미국에 체류중이면서 하버드에 재학중인 외국 학생들의 경우 국무장관이 비자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또 SEVP를 통해 미국의 다른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미국의 국익을 위해 입국한다고 국무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판단한 외국인의 경우 이번 입국 정지 및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이후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하버드대와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하버드대에 등록된 외국인 유학생은 6800명 가량으로 전체 학생의 27%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던 일부 아이비리그 대학교들에 보조금 지급 중단을 압박하며 학내 인사 등에 대한 정부 개입 허용을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버드대가 대학 자율권 침해를 용인할 수 없다며 버티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각종 지원 차단, 보조금 회수 경고 및 정부 용역 계약 해지 추진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왔다, 특히 미 국토안보부는 하버드대가 외국인 학생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는 정부 요구에 불충분하게 대응했다며 최근 하버드대에 부여된 SEVP 인증을 전격 취소했다. 하버드대는 이번 포고문에 대해 “하버드의 수정헌법 1조 권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또 하나의 불법적인 보복 조치"라며 “하버드는 외국 학생들을 계속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재명 정부 출범] “한국의 터닝 포인트”…대선 결과 주목한 주요 외신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일 당선된 가운데 외신들도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일부 외신은 6개월간의 정치 혼란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한국의 반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고 다른 외신은 이 대통령이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등이 주요 외신들의 공통된 관심 포인트로 지목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대통령의 승리는 파면된 전임자의 계엄 시도에 따른 평결"이라며 “6개월간의 혼란이 종지부를 찍는 한국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 대통령이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 및 군사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당면 과제에 직면했다"며 “이 대통령은 한미일 관계 강화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지만 미국과 중국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접근 방식, 그리고 북한과 대화 가능성도 선호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과 무역 협상이 외교 정책과 국내 경제 문제의 균형을 잡으려는 이 대통령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경체매체 CNBC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에 따른 수개월간의 혼란 이후 한국의 전환점"이라며 미국과 무엽협상, 중국·북한과 관계 등을 둘러싼 정책 변화 가능성을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이 대통령은 약 30년만에 가장 벅찬 과제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 계엄 이후 무너진 경제를 취임 즉시 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트럼프와 합의 도달이라는 가장 중요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시간이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어 백악관 관료를 인용해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전했다. 미중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이 대통령에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AP통신도 이 대통령의 외교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한국 대외 정책에 중대하고 즉각적인 변화가 따를지는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방위비 인상 압박 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택할 수 있는 외교적 옵션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어 이 대통령이 실용 외교를 강조해왔다고 언급하며 “그는 한·미·일 3자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한국 보수 세력이 견지해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급진적 조처를 할 가능성도 작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중국 관련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점을 거론하며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될 한국 대통령 중 한 명이지만 정치적 분위기가 위험해진 상황에서 권력을 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NYT는 당면 과제에 대해 “한국의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방법을 찾고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협상을 해야 한다"며 “또한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긴장 관계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과 중국 언론도 한국 대선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관계에 미칠 영향들을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한국이 3년 만에 혁신(진보) 정권으로 교체된다"며 지난해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 반발이 이 후보 승리에 순풍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 대통령이 한일 협력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지지 기반은 일본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 입장이어서 양국 관계를 전망하기 어렵다"고 해설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대통령에 대해 “대선 과정에서 일본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규정했다"면서도 “그는 과거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 정책을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진보 정권으로 교체된 데 따라 외교 노선을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 정권 교체 이후 한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 경계와 낙관이 엇갈린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 대통령이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내세웠지만 일본에서는 한일 관계가 변할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4일 윤 전 대통령에 비해 이 대통령은 대(對)중국 문제에서 분명히 훨씬 정신이 맑고 냉정하다며 “윤석열 (정부) 시기에 중한 관계는 최저점에 빠졌고, 이재명(대통령)의 집권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자면 (한중 관계가) 나빠진다 해도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다"고 썼다. 뉴탄친은 “그는 실용 외교 정책을 추진해 중국이든 일본·러시아·미국이든 모두 우호적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며 “중국은 한국에 중요 무역 파트너이자 조선반도(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주는 국가로,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는 단순한 '친미미일'(親美媚日·미국과 친하고 일본에 아첨하다)이 아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유럽 언론들도 한국 대선을 주요 뉴스로 관심 있게 보도했다.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이 계엄 사태 이후 '혼돈의 6개월' 끝에 대선을 치렀다면서 국가를 통합하고 국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다시 심어주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중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당선인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에 따른 대중의 '분노의 물결'을 탔다면서, 한국 유권자 일각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이번 대선을 건전한 민주주의의 증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의 임기 시작부터 윤 전 대통령이 던져놓은 분열이 그를 따라다닐 것이라며 경제둔화, 트럼프발 무역전쟁, 북핵 위협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르피가로는 차기 대통령이 '예측 불허'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편 동맹인 미국과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 간 대립 구도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中 유학생 비자 적극 취소”…미중 갈등 다시 격화하나

미국 정부가 중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할 계획이다. 중국과 홍콩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달 스위스 제네바 무역합의를 통해 해빙 모드로 전환된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안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에 연구하는 이들을 포함해 중국 학생들의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며 “국무부는 중국과 홍콩에서 오는 모든 비자 신청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비자 기준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할 것을 외교 공관에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전날 “(비자를 신청하는 학생들의) 소셜미디어 심사 및 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 부서는 추가 지침이 담긴 별도 전문이 발표될 때까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비자 인터뷰 일정 추가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미국은 유학생들이 핵심기술 분야에 진입해 첨단기술을 탈취해간다는 인식 하에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왔다. 특히 이날 조치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학생들을 '잠재적 중국 스파이'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취득한 산업과 안보 관련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 있는 만큼 기술과 정보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미중이 상대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예한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관계는 다시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자 취소 문제는 세계 양대 경제 대국간 또다른 갈등요인으로 떠올라 무역 분야에서 이뤄졌던 진전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비자 취소 정책을 얼마나 강도 높게 시행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학생들의 유입을 막으면 미국이 감당해야 할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에 따르면 2023∼2024학년도에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 출신 학생은 27만7000여 명으로 전체 외국 유학생의 약 25%를 차지했다. 인도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미국 대학들은 등록금을 '전액' 내는 유학생에게 재정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 유학생들이 등록을 취소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해 맞불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닐 토마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중국의 대응책으로 핵심 광물에 대한 새로운 수출 통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수출 통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과 서방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점점 더 실감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 비자 취소 조치에) 분노할 것이고 스위스 제네바 회담이 미중 합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제닌 피로 워싱턴DC 임시 연방 검사장 취임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하버드대는 우리에게 그들(외국 학생)의 명단을 보여줘야 한다"며 “거의 31%가 외국인 학생이며 우리는 그 학생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 생각에 (외국인 학생에 대해) 첫 번째로 아마도 31%가 아닌 15% 정도의 상한선(cap)을 설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제안한 뒤 “외국 학생들 때문에 하버드대나 다른 대학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상호 칼럼] 힘이 지배하는 시대 한국 국민의 선택

요즘 세상 모든 일이 뒤숭숭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전례 없는 '독단주의'로 기존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 폭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들기. 갈라치기 정치를 통한 권위주의적 지배 시도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행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승리 굳히기, 중국의 전방위적 영향력 확산 시도는 강대국이 어떻게 평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현대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균열과 이상 징후는 코로나 사태 때부터 예견되었다.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해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경제 부양을 위해 전 세계가 무제한 돈 풀기를 하면서 국가의 경제 체력이 바닥났다. 이는 여러 나라의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문제해결에 나선 강대국은 외부에서 희생양을 물색했다. 러시아는 코로나가 잦아드는 시점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인내, 협력과 화합보다는 갈등과 무력을 사용한 국가의 의지 관철이 선호되는 시대가 왔다. 힘이 지배하는 현실주의 세계가 온 것이다. 강한 안보와 안전한 자유 무역은 지금의 부강한 한국을 만든 기반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번영했고 한미동맹으로 핵무장 북한과 강압적인 중국, 변덕스러운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견제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지속 번영 가능성은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안보 환경과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국익을 위한 무력 사용이 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많은 이들이 한국은 양자택일보다 중립을 선택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제3의 길인 중립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중요시 여겨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의 속국 또는 조공국을 자처하게 하여 점차 중국 세력권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후 중국이 내린 '한한령' 사례를 볼 때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더 의존할수록 중국은 한국을 조련하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제재하고 속박하며 통제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그동안 누린 경제적 번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트럼프의 미국 '독단주의'가 싫어도 한국은 한미동맹을 지켜야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서로를 위해 피를 흘린 75년의 혈맹이다. 이런 역사와 가치는 쉽게 훼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 한미동맹의 가치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며칠 뒤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내 정치 논리와 권력 투쟁에 매몰되어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말로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결이지만, 따지고 보면 부패한 카르텔, 무능한 웰빙족, 정신 나간 평화주의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리는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 부동산과 기본소득 등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경제 이슈 때문에 실체가 가려져 있지만, 이번 선거는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포함한 반민주세력 국가들이 만들고 있는 신 권위주의적 세계질서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국민의 선택은 오직 국익과 번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상호

트럼프 행정부, 유학생 비자 면접 중단…“SNS 살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에 유학하려는 해외 학생에 대해 소셜미디어(SNS) 심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이 같은 제도가 마련되기 위해 외교 공관에서 진행되는 유학생 비자 면접은 일시 중단될 예정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서명한 전문에서 “소셜미디어 심사 및 검증 확대를 준비하기 위해 영사 부서는 추가 지침이 담긴 별도 전문이 발표되기 전까지 학생 및 교환 방문자(F, M, J 비자) 면접 일정 추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다만 기존에 일정이 잡힌 비자 인터뷰는 진행된다. F 비자는 미국 대학에 유학하거나 어학연수를 받으려는 학생이 받아야 하는 비자이고, M 비자는 직업훈련을 받으려는 사람이 취득하는 것이다. 교육·예술·과학 분야 교류를 위한 J 비자는 교환 연구자·학생 등을 위한 비자이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 가자전쟁이 발생한 이후 미국 대학에서 반(反)유대주의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들을 상대로 소셜미디어 심사 요건을 도입한 바 있다. 특히, 반(反)이스라엘 활동에 참가한 유학생과 연구원의 비자를 대거 취소했으며 이를 계기로 학생 비자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번 조처는 미국에서 유학을 원하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 비자 발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소셜미디어 활동을 심사함으로써 사상 검증을 확대하고 심사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전문에서 SNS 심사를 통해 어떤 부분이 검증되는지 명시되지 않았지만 테러리스트 차단과 반유대주의 대응을 목표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언급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는 것은 전 세계 수십만 명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해외 인재를 유치하면서 순위 점수를 올렸던 미국 대학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유학하는 학생은 1900만명으로 전체 대비 6% 가까이 차지한다. 2023~2024년 학기엔 110만명의 학생들이 해외에서 넘어왔고 이들이 주로 택한 전공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으로 나타났다. 국무부는 이날 폴리티코 보도 내용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각 주권국가에는 입국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검증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폴리티코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한 질문에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면서 “만약 그것(기사에서 거론한 국무부 전문이)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유출된 문건일 것"이라고 답했다. 브루스 대변인은 이어 “이 나라에 오길 원하는 모든 (외국) 사람을 심사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도구를 사용한다"며 “모든 주권국가는 (그 나라에) 누가 오려고 하는지, 왜 오고 싶어 하는지,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새로울 것은 없다"면서 “학생이든 누구든 미국에 오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평가하기 위해 우리는 쓸 수 있는 모든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푸틴, 완전히 미쳐…러시아 몰락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완전히 미쳐버렸다"며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뉴저지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과 관련해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그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그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와 항상 잘 지냈지만 그는 로켓을 도시로 발사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난 그것을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협상 중인 가운데 그는 키이우와 다른 도시로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마음에 안 든다"며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가능성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항상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며 “그는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는데 군인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며 민간인 살상 문제를 지적하고 “어떤 이유도 없이 미사일과 드론이 우크라니아 도시에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항상 그(푸틴)가 우크라이나 일부가 아닌 전부를 원한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그것이 옳았던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며 “그럴 경우 러시아의 몰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추진해온 우크라이나전 종전협상에 진척이 없는 상황 속에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4일 우크라이나를 향해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습을 퍼부었다.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어린이 포함, 최소 12명이 숨졌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런 테러 공격은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기에 충분한 사유"라며 “러시아는 전쟁을 질질 끌고 있고 매일 같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침묵과 전 세계 다른 나라의 침묵은 푸틴을 오히려 부추길 뿐"이라며 “지금 중요한 건 미국과 유럽 국가를 비롯해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나라의 결단"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며 “나는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멈추는 것이 좋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전쟁은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결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것은 젤렌스키, 푸틴, 바이든(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전쟁이지 '트럼프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는 심각한 무능과 증오를 통해 시작된 크고 추악한 불길을 끄는 데 도움을 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대러 추가 제재에 나설지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푸틴 대통령과 두 시간 동안 통화를 가졌지만 대러 추가 제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크리아니 종식을 위한 중재 노력에서 물러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가 대러 제재 일환으로 석유 거래, 혹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를 겨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파워’꿈을 무너뜨린 트럼프 시대

얼마 전, 미국의 대표적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S. 나이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힘이 아니라 매력과 설득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소프트파워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다. 국제정치의 언어가 군사력과 경제제재 같은 하드파워 일변도였던 시대, 나이는 미국이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기 위해 지켜야 할 새로운 좌표를 제시했다. 그가 꿈꾸었던 미국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우는 부드러운 문화국가였다. 인권, 민주주의, 관용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실천하며, 이웃국가들을 억압하지 않고 모범으로서 세상을 이끄는 국가였다. 그러나 그의 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스스로 그 이상을 저버리고 있는 순간과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소프트파워의 기반을 뒤흔들었다. 그는 동맹국을 모욕하고, 이민자를 사냥하며, 미국의 외교적 신뢰를 스스로 허물었다. 그가 해체한 USAID(국제개발처)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인도적 이미지와 글로벌 영향력을 지탱해온 상징적 기구였다. 트럼프에게 설득과 모범은 의미 없는 수사(修辭)이다. 그의 세계관에서 힘은 협박과 거래, 무력을 통해서만 작동한다. 조지프 나이가 말했던 소프트파워는 더 이상 미국 외교의 중심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지프 나이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이들은 남아 있다. 빌 게이츠는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자신의 부를 공공보건과 빈곤퇴치에 쏟아부으며, 민간 차원의 소프트파워를 실천했다. 2025년 5월, 게이츠는 자신의 재산 99%를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고, 2045년까지 재단을 해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미국인 출신의 교황 레오 14세가 선출되었다. 그 역시 세계적 책임을 고민하며, 부유국의 의무를 강조하는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지프 나이가 옹호했던 '설득의 힘'을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이미 소프트파워를 밀어내고, '검열파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흑인 전투기 조종사의 역사 교육을 금지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유학생들을 추방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 정부 웹사이트에서는 '다양성', '젠더' 같은 단어가 사라졌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시온주의 비판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고, 유럽연합은 러시아 국영 매체의 방송을 금지했다. 루마니아에서는 러시아 개입 의혹을 이유로 특정 대선 후보가 결선 진출에서 배제되었으며, 독일은 '네트워크 집행법'을 통해 소셜미디어 검열을 제도화했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표현을 억압하는 이중적 현실. 검열은 더 이상 권위주의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국가들조차 검열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제3공화국 시기의 검열을 풍자한 캐릭터 '아나스타지의 가위'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불편한 표현을 자르고 통제하려는 충동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충동이 장기적으로 더 큰 불편과 억압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조지프 나이는 설득과 모범의 힘을 믿었지만, 지금 세계는 권력의 이름으로 표현을 자르고,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이견을 억누른다. 한쪽의 검열은 다른 쪽의 복수를 부르고, 그 악순환 속에서 결국 사라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자유다. 조지프 나이의 경고, 오늘의 우리에게 조지프 나이가 남긴 소프트파워의 가치는 단지 외교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본질, 자유사회의 근본 원칙과 맞닿아 있다. 힘이 아니라 매력으로, 강압이 아니라 설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유산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세계는 그 유산을 밀쳐내고 있다. 검열의 칼날이 점점 날카로워지는 시대, 조지프 나이의 꿈은 우리에게 묻는다. “힘이 아닌 설득으로,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성일권

트럼프 정부 ‘유학생 차단’ 초강수…하버드대 한인 학생들 날벼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세계적 명문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결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나 졸업을 앞둔 한인 학생들은 충격과 함께 불안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미 국토안보부는 2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하버드대에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놈 장관은 서한에서 “하버브대의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이 현 시간부로 즉각 상실됐음을 알린다"며 “외국인 학생을 등록시키는 것은 특권이며, 캠퍼스에서 외국인을 고용하는 것 또한 특권"이라고 밝혔다. 그는 SEVP 인증 상실에 따라 하버드대가 더 이상 외국인 학생을 등록받을 수 없다며 기존 외국인 재학생은 다른 학교로 편입해야 법적 지위(체류 자격)를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VP는 유학생 비자 등을 관리하는 국토안보부의 프로그램으로, SEVP 인증이 있어야 외국인 학생 등에 유학생 자격증명서(I-20) 등을 발급할 수 있다. I-20는 F·J 등 학생 비자 승인에 필요한 핵심 서류다. 놈 장관은 또 “이번 조치는 간단한 제출 요구를 따르지 않았던 하버드의 안타까운 결과로 하버드에게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가 이번 학년을 앞두고 SEVP 인증을 되찾을 기회를 원한다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모든 답변을 72시간 이내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국토안보부는 지난달 16일 하버드대에 서한을 보내 캠퍼스 내 외국인 학생들의 범죄행위와 폭력 행위 이력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당시 국토안보부는 4월 30일까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SEVP 인증 종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했지만, 하버드는 이런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해 갈등을 빚었다. 이번 조치도 이 같은 갈등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수년간 나눠 지급하는 3조원대 규모의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고, 하버드대에 대한 면세 지위 박탈을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적용한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를 다른 대학에도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놈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컬럼비아대 등 다른 대학에도 하버드대와 유사한 조치를 고려 중인지에 대한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며 “이는 다른 모든 대학에 행동을 바로잡게 하는 경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토안보부의 외국인 학생 차단은 불법"이라며 “대학 측은 140여개국 출신 외국인 학생 및 학자의 수용 능력 유지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한인 유학생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부 한인 학생은 '지금 당장 비행기표를 구해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이러다가 미국에서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며 불안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졸업 예정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는 2024∼2025학년도 학사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다음 주에 졸업식을 앞둔 상황이다. 미국 유학생 가운데 많은 수는 대학 졸업 후 전문직 비자(H-1B)를 취득할 때까지 일정 기간 학생비자 신분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로 학생비자가 취소될 경우 미국 내 구직 및 취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한인 유학생은 학부 한인회 기준으로 약 40명 수준이다. 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한인 학생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난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올해 기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약 6800명이다. 이는 전체 학생의 약 27%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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