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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자르고 망치로 구타”…모스크바 테러범 고문 영상 확산

1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방화 테러 용의자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영상이 확산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는 러시아군이 전날 체포된 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남성 네 명을 구타하고 전기충격기와 망치 등을 이용해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피의자 중 샴시딘 파리두니(25)는 바지가 벗겨지고 성기에 전기충격기가 연결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 피의자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는 귀가 잘리는 고문을 당했으며, 망치로 구타를 당해 얼굴에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날 러시아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얼굴에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가득한 채로 나타났다. 영상에서 귀가 잘렸던 라차발리조다는 한쪽 귀가 있던 자리에 큰 붕대를 붙였으며, 이들과 함께 출석한 피의자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32) 역시 얼굴에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파이조프는 휠체어를 탄 채로 출석해 심문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이들의 고문 영상과 사진은 러시아 군사 당국과 밀접한 SNS 채널들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당국이 일부러 고문 장면을 공개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적나라한 고문 장면에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잔혹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뒷받침할 거짓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을 고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푸틴 정권의 고문 행위를 비판해 온 러시아 인권단체 '굴라구.넷'은 “이번 고문은 푸틴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분명하다"며 “만약 이들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전부 있다면 왜 당국이 이들을 고문하겠는가. 이는 푸틴 대통령과 당국에 유리한 버전의 증언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명한 러시아의 야권 언론인 드미트리 콜레제프는 데일리메일에 “러시아 당국은 고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이를 일부러 유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문이 벌어진 뒤에 이 피의자들한테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사람들을 죽였다는 (거짓) 시인이 나올 것이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피의자들은 모두 집단 테러 혐의로 기소됐으며, 혐의가 유죄로 판결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AP·AFP 통신은 전했다. 피의자 네 명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중 미르조예프, 라차발리조다, 파리두니는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법원은 이들에 대해 오는 5월 22일까지 2개월간 공판 전 구금을 명령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스라엘, 같은 곳에서 또 군사작전…가자 전쟁 장기화 우려

반년 가까이 이어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끝날 기미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하마스 전멸을 목표로 세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치고 빠지는 전투를 거듭하면서 전쟁 장기화 우려가 제기된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과 그 주변에서 이날까지 일주일 가까이 군사작전을 벌였다. 이스라엘군은 이 작전을 통해 약 800명의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이 중 480명이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대원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 운영 매체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알시파 병원 의사 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작년 11월에도 알시파 병원을 급습했다. 이스라엘군이 이처럼 4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군사작전을 한 것은 가자지구가 무정부 상태로 전락한 것과 관련이 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통치에 공백이 생겼고, 시민 질서는 무너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완전한 재점령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이 사후 관리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군사 작전을 마치고 떠난 틈을 타 하마스가 기존 전투 지역에 다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정책연구소 소장은 하마스 대원들이 전투 지역 상황이 바뀌어 복귀할 수 있을 때까지 철수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병원 등 기존 군사 작전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추가 작전이 되풀이되면서 환자를 비롯한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지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3만2000명 넘게 숨졌으며 이 중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다. 이스라엘군은 이같은 사망자 수가 대략 맞는다면서도 이들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무장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슬림계 유권자들을 의식해 전쟁을 빨리 끝내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섬멸을 위해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분석가 요시 메켈베르그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제거라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설정했다며 이보다 못한 결과는 실패로 여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최대 우방인 미국의 만류에도 강경한 태도를 고집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는 하마스가 게릴라 전술을 펼치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최대 도시 가자시티와 남부 핵심 도시 칸 유니스에서 섣부른 승리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약 140만명의 피란민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를 상대로 한 지상전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자국 인질 4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800명을 맞교환하는 새로운 안을 제시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이날 이스라엘 채널12에 “이스라엘이 주요 쟁점에서 새로운 유연한 제안을 하고, 하마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사흘간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타결 가능성은 50%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모스크바 테러 사망자 143명…“배후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로 사망자가 140명을 넘어선 가운데 러시아 측은 이번 테러가 우크라니아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14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금요일 밤 다수의 군중이 몰려있던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데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소방·구조인력 719명이 사건 현장에 투입돼 구조물 해체 및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며 “작업이 적어도 며칠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테러 장소인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중에서도 콘서트홀이 화재로 완전히 소실되는 등 피해가 집중됐다며 “남은 천장 부분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망자 유족에게 300만루블(약 4383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에게는 100만루블(1461만원), 외래 치료를 받는 경상자에게는 50만루블(730만5000원)을 각각 지원한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테러의 핵심 용의자 4명 등 관련자 11명을 검거했다며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테러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시모냔은 용의자들을 체포한 군인들이 포상받아야 한다면서 “괴물들(테러 용의자들)은 우크라이나 국경까지 불과 100㎞ 정도만 남겨놓고 있었다"며 이어 이번 사건이 “형제가 아닌 사람들(우크라이나인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음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이번 테러가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러시아 측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용납될 수 없으며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는 나아가 이번 참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기관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은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더욱 확대하고 확장하려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우크라이나나 우크라이나인이 연루돼 있다는 징후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연루설'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테러와 무관함을 재차 밝혔으나 러시아는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 87%가 넘는 득표율로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도 당선 직후에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초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은 내치에 있어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테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미 많은 러시아 전문가는 지난주 치러진 대선 이후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했다. 내부 반대 의견을 가혹하게 진압하거나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군인을 추가 징집하는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안보 정책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줄 구실을 찾고 있었다면, 이번 테러가 그 빌미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확실한 경로는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번 테러를 계기로 우크라 전장에서 공세의 고삐를 더 세게 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英 국왕에 왕세자빈까지 암 판정…“항암 치료중” 직접 공개

다양한 루머에 휩싸였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도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버지 찰스 3세 영국 국왕에 이어 아내까지 암에 걸린 것으로, 윌리엄 왕세자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세자빈은 22일(현지시간)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고 영상을 통해 직접 밝혔다. 왕세자빈은 지난 1월 16일 런던 병원에서 복부 수술을 받고 2주간 입원했으며 이후 공무에 나서지 않아 왔다. 왕세자빈은 “의료진은 내게 예방적인 화학치료를 받도록 조언했고 나는 현재 그 치료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42세인 케이트 왕세자빈은 왕실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려온 인물이다. 여론조사에서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물론이고, 남편인 윌리엄 왕세자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보여왔다. 유복한 평민 가정 출신으로 윌리엄 왕세자와 동갑내기 대학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웠고 결별한 적도 있으나 2011년 결혼에 골인했다. 우아하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았고, 무엇보다 조지(10) 왕자 등 세 남매의 어머니로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윌리엄 왕세자의 부모인 찰스 3세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떠들썩한 이혼을 겪었고 다이애나가 교통사고로 요절했기에 화목한 왕세자 가정은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왕세자빈과 미디어의 관계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왕세자 부부와 동생 해리 왕자·메건 마클 부부간 불화설은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수시로 오르내렸고, 이번에 복부 수술 후 왕세자빈이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위중설, 부부 불화설 등 온갖 루머가 떠돌았다. 지난 10일 공개한 가족사진은 조작 의혹이 제기돼 왕세자빈이 편집을 인정하고 사과했고, 17일 보도된 외출 영상은 대역설까지 떠돌면서 왕실이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짜뉴스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세자빈이 치료받은 병원의 직원들이 왕세자빈의 의료 기록에 접근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보보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먼저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찰스 3세가 서거했다는 가짜뉴스가 러시아 채널과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왕세자빈은 이날 영국 왕실로서는 아주 드문 방식으로 영상을 통해 직접 암 치료 사실을 공개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절 예배에 참석한 이후 거의 석 달 만이다. 왕세자빈은 자신에게도 암 진단이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고백했고, 어린 자녀에게 엄마는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인정에 호소했다. 이번 공개 시점도 세 자녀의 방학이 시작돼 대중의 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때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동시에 왕실은 물론이고 영국 정계도 나서서 사생활 보호를 촉구했다. 왕세자 측인 켄싱턴궁은 화학요법이 지난달 말 시작됐다는 것 외에는 암의 종류나 단계, 치료 병원 등 더 이상의 정보는 일절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왕세자빈에게 사적인 시간과 공간을 달라면서 치료 중 과도한 취재를 삼가달라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총리도 “최근 몇 주간 왕세자빈은 집중된 관심을 받았고 전 세계의 특정 미디어 부문과 소셜미디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며 “건강에 관해서라면 다른 모든 이들처럼 왕세자빈도 치료에 집중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사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도 “어떤 암 진단도 충격적이겠지만, 우리가 몇 주간 봐온 끔찍한 추측 속에서 그 뉴스를 접하는 스트레스의 가중은 상상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영국 언론도 동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커밀라 토미니 텔레그래프 기자는 “품위 있는 왕세자빈과 역겨운 온라인 트롤 사이에 극명한 대비가 보인다"며 “케이트의 행방을 묻는 광풍 속에서 상처를 주는 음모론을 퍼뜨린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모스크바 무차별 총격에 사망자 62명…IS “우리가 공격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 외곽에 있는 대형 공연장 건물에서 무차별 총격과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사망자는 62명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외곽에 위치한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최소 3명의 무장 괴한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으며, 이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사망자는 62명이라고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포함됐다고 러시아 매체가 보도했다. 부상자도 최소 146명으로 집계됐으며,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지만 위중한 상태다. 총격으로 다친 어린이도 여럿 있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다. 앞서 총격 직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최소 40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괴한들이 공연장 홀 내부와 홀 외부의 상가에서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있다. 바닥에는 총에 맞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출구로 몰려 탈출을 시도했다. 현장에 있던 리아노보스티 기자는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은 15∼20분간 총격이 이어지자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렸고, 안전이 확인되자 기어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발생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건물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타스 통신은 불이 기관총에서 비롯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테러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특수부대는 범인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 사건이 “피비린내 나는 테러 공격"이라며 국제사회가 규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격 피해가 불어나는 사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텔레그램에 성명을 올리고 “(IS 전투원들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대형 모임을 공격했다"고 범행을 자처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피해자들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주말의 모스크바 내 모든 공개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사건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고 있으며 필요한 모든 명령을 내렸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AP 통신 등 외신은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 15∼17일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며칠 뒤에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대형 테러 사건은 체첸 분리주의자들과의 교전이 있었던 1990년∼2000년대 자주 발생했지만, 체첸 전쟁이 마무리되고 푸틴 대통령이 보안을 강화한 이후에는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자폭 테러 정도 외에는 거의 없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지구촌 기후변화에 빨라지는 벚꽃 개화 시기…‘경제적 타격’ 우려도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지구촌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세계 곳곳에서 봄꽃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벚꽂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3~6일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21일 제주에서 개화하기 시작해 남부 지방 3월 25~29일, 중부 지방은 3월 30일~4월 5일에 개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은 4월 2일 개화해 평년(4월 8일) 개화일보다 6일 빠르게 필 전망이다. 이처럼 벚꽃을 더 빨리 볼 수 있게된 이유는 높은 기온 탓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가능성이 80% 정도로 예측됐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도 비슷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월, 2월은 전 세계적으로 역사상 기온이 가장 높았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도 벚꽃 개화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의 사사노 다이스케 기후리스크 관리 책임자는 1953년 이후 매 10년마다 벚꽃이 평균 1.2일 더 빠르게 개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1961년부터 1990년까지 도쿄 벚꽃은 평균 3월 29일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1991년과 2020년 사이엔 그 날짜가 3월 24일로 앞당겨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작년의 경우, 도쿄 벚꽃이 일본 전역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이례적인 일까지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4일 도쿄 도심부에서 벚꽃이 개화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평년대비 각각 6일, 10일 빨랐다. 일본 기상협회는 올해 도쿄 개화일을 오는 21일로 예측했다. 봄철 벚꽃으로 유명한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도 봄꽃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워싱턴DC에서 벚꽃의 절정 시기가 1921년 이후 약 1주일 앞당겨졌다. 올해의 경우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가 벚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로 예측됐는데 이는 지난 100년간 평균치인 4월 4일보다 약 2주 빠르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벚꽃 개화시기가 빨라지면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사노 책임자는 기온 상승으로 꽃이 빨리 피거나 절정 기간이 단축될 경우 벚꽃에 의존하는 지역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간사이대학은 지난해 벚꽃과 관련된 경제효과를 약 6160억엔(약 5조 5082억원)으로 추산했다. 민간 기업들도 벚꽃 개화 시기와 관련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기후변화로 앞당겨진 벚꽃 개화에 국내 지자체들은 축제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동해안 대표 봄 꽃 축제인 '2024 경포벚꽃축제는오는 29일부터 열린다. 지난해 역대 가장 이르게 개막한 3월 31일보다도 이틀 앞당겼다. 경주 대릉원 돌담길 벚꽃축제는 오는 22일 개막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주일 앞당겨진 시기다. 서울 대표 벚꽃축제인 여의도 봄꽃축제도 지난해보다 1주일 앞당긴 오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놀런의 대관식” 오펜하이머 아카데미 7관왕…‘패스트 라이브즈’는 불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7관왕을 차지했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핵무기와 전쟁의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지금의 시대와 공명했다는 점이 올해 최고 영화로 인정받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열린 제96회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모두 7개 상을 휩쓸었다. 현지 매체들은 이날 오펜하이머가 오스카를 “지배했다", “압도했다"는 등의 표현을 써서 시상식 결과를 전하며 특히 그동안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던 놀런 감독이 공식적인 할리우드 거장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놀런 감독은 '덩케르크'(2017), '인터스텔라'(2014),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2008), '배트맨 비긴즈'(2005), '인썸니아'(2002), '메멘토'(2001)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내놨지만, 아카데미에서는 계속 외면받았다. AP통신은 이날 시상식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대관식(coronation)"이라고 표현하며 “놀런 감독이 그간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았다"고 전했다. AP는 인간의 대량 살상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짙게 그려낸 이 영화가 전쟁과 대재앙으로 가득한 지금의 시대를 적절하게 예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오펜하이머가 작품상을 포함한 7개 상을 받으면서 마침내 놀런 감독이 당대 최고의 영화감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슈퍼히어로와 숫자만 나열한 프랜차이즈 속편, 장난감 원작 영화가 전통적인 영화 제작의 입지를 잠식한 시대에 10억달러(약 13조원)에 가까운 흥행 수입을 올린 오펜하이머는 영화계 엘리트들에게 전통적인 영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희망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AFP통신도 “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세대를 뛰어넘는 재능을 지닌 놀런에게 왕관을 씌워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핵무기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전쟁의 북소리가 멀리 있지 않은 밤에 인정받은 것은 합당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도 “놀런 감독이 오스카상과 얽히고설킨 역사 끝에 7관왕의 영예를 안았다"며 “오펜하이머는 국제적인 분쟁의 시기에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이었던 '바비'는 관객과 평단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오스카 시상식에서는 주제가상 1개만 가져가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7개 부문에서 경쟁 후보에 밀렸다. NYT는 “바비가 오스카 경쟁작으로는 무너져 내렸다"고 전했다. 바비의 그레타 거윅 감독은 감독상 후보에는 오로지 못하고 각색상 후보에 올라 수상이 기대됐지만, 이마저도 '아메리칸 픽션'에 밀려 불발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만화 ‘드래곤볼’·‘닥터 슬럼프’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 68세로 별세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만화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를 그린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지난 1일 급성 경막하 출혈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68세.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 '주간 소년 점프'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본지에 많은 작품을 발표했던 도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55년에 출생한 고인은 고등학교 졸업 뒤 광고 회사에서 잠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1978년 '주간 소년 점프'에 '원더 아일랜드'를 게재하며 데뷔했고, 1980년부터 '닥터 슬럼프'를 연재했다. '닥터 슬럼프'는 천재 박사가 만든 소녀 형태 로봇이 일으키는 좌충우돌 소동을 그렸다. 고인은 이어 1984년부터 11년간 연재한 대표작 '드래곤볼'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드래곤볼'은 주인공 손오공이 7개를 모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드래곤볼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뤘다. 이 작품은 2006년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 만화 부문에서 3위에 올랐다. 단행본은 20개 넘는 언어로 번역됐으며, 약 2억6000만 부가 간행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도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드래곤볼 게임이나 캐릭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인은 2013년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만화에 메시지가 없다'는 질문에 “제 만화의 역할은 오락에 철저한 것"이라며 “(독자가)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무엇도 남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식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메시지나 감동은 다른 만화가가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술궂은 성격임에도 성실한 업무로 세상에 받아들여지게 된 작품이 '드래곤볼'이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인은 1981년 '닥터 슬럼프'로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만화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만화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40주년 특별상을 손에 쥐기도 했다. 소년 점프는 “도리야마 선생이 그린 만화는 국경을 넘어 세계에서 읽혔고 사랑받았다"며 “그가 만들어낸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과 압도적인 디자인 센스는 많은 만화가와 창작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동료 만화가들은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고인이 끼친 영향력에 감사를 표했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소년 시절 '드래곤볼' 연재 당시의 흥분과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 '나루토' 작가인 기시모토 마사시도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라는 만화와 함께 자랐으며 싫은 일이 있어도 매주 '드래곤볼'이 그것을 잊게 해줬다"면서 “시골 소년인 내게 그것은 구원이었다"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다 잘해온 애플은 왜 전기차에서 실패했나?

애플이 10년간 준비해 온 자율주행 전기차 일명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를 개발하는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기로 하고, 2000여명의 참여 직원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인 일명 애플카 개발을 계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자율주행 최고 수준인 '레벨 5'를 애플카에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개발 과정에서 고속도로에서만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레벨 4'로 계획이 수정됐고, 이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 2+' 단계까지 계획을 낮추며 최근 출시 시점 또한 2028년으로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애플카' 개발을 책임지던 더그 필드 책임자와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애플카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친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던 2025년 출시 일정이 2026년으로 미뤄진 데 이어, 최근 2028년으로 또다시 연기됐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는 애플카 상용화 불가 우려를 더욱 부채질했다. 결국 애플은 이번에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포기하고 AI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전기차 개발 조직원 상당수를 AI 부서로 이동하거나 해고할 계획도 알려졌다. [영상스크립트 전문] 애플이 하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애플이 10년간 준비해 온 자율주행 전기차 일명 애플카 개발을 포기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를 개발하는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기로 하고, 2000여명의 참여 직원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는데요. 애플은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자율주행 전기차인 일명 애플카 개발을 계획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자율주행 최고 수준인 '레벨 5'를 애플카에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개발 과정에서 고속도로에서만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레벨 4'로 계획이 수정됐고, 이후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레벨 2+' 단계까지 계획을 낮추며 최근 출시 시점 또한 2028년으로 연기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특히 '애플카' 개발을 책임지던 더그 필드 책임자와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 핵심 인력들의 이탈이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애플카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친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비공식적으로 전해지던 2025년 출시 일정이 2026년으로 미뤄진 데 이어, 최근 2028년으로 또다시 연기됐다는 블룸버그의 보도는 애플카 상용화 불가 우려를 더욱 부채질했는데요. 결국 애플은 이번에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포기하고 AI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전기차 개발 조직원 상당수를 AI 부서로 이동하거나 해고할 계획도 알려졌는데요. 애플카 개발 포기 소식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본인의 엑스 계정에 애플의 전기차 개발 포기 소식을 담은 속보를 공유하며 별다른 설명 없이 경례와 담배 이모티콘을 게시했는데요. 전 세계 누리꾼들과 언론은 일론 머스크가 게시한 이모티콘을 애플의 전기차 철수 소식을 축하하며 또 한편으로는 안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이 최근 들어 급격히 위축되고 있어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경쟁하는 것을 우려해 왔는데요. 이 때문에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카 포기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테슬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올해 47%에서 내년에는 11%로 내다봤는데요. 실제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는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했고, GM도 지난달 26일 주력 픽업트럭의 순수전기 모델의 출시와 생산을 재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최근 전기차 판매 비중 50% 달성 시기를 2025년에서 2030년으로 늦췄고,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던 미국의 리비안도 지난달 21일 올해 생산량 목표치를 시장 전망보다 30% 낮은 5만7000대로 제시했는데요. 이처럼 업황 둔화에 전기차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애플과 비슷한 시기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포기한 다이슨의 사례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앞서 영국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은 2016년 전기차 개발에 20억 파운드를 투자했지만, 3년 만인 2019년, “환상적인 전기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적 성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시장 진출을 포기한 바 있는데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누라그 아나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AI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수익 잠재력을 고려할 때 전기차를 포기하고 자원을 AI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일균 기자

러·우 전쟁 뒤흔든 마크롱의 ‘급발진’, 이미 시동 걸린 전황이었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인 가운데,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돌파구 마련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영토 탈환을 위한 대반격 작전에 실패한 뒤 최전선인 동부에서 전략 요충지를 하나씩 잃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방의 군사 지원 차질 때문에 그간 굳건한 요새로 삼아온 전략 요충지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군에 내줬다. 지원 차질 주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장악한 공화당이 지원안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급박하게 '발로 뛰는' 외교를 이어가고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남동부 유럽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탄약 공급 문제가 전장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전쟁 이후 처음으로 발칸반도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 발칸반도 국가들 중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반도 내 최대 군사 강국인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오랜 우방으로 대러시아 제재를 거부해왔다. 친러시아 국가가 낀 정상회의에서까지 러시아에 맞설 무기 지원을 호소할 만큼 우크라이나 사정이 다급해진 셈이다. 러시아 위협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럽에서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예상보다 지체되는 데다 전황마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간 '레드라인'으로 여기던 대책까지 공론화하고 있다. 앞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나토 및 유럽연합(EU) 일부 국가가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불거진 '직접 파병설'이 대표적이다. 특히 '파병설'은 유럽 중추국 일원인 프랑스가 가능성을 일부 열어두면서 무게 급격히 실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뒤 회견에서 관련 주장에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 역시 이날 나토 동맹국 간 합의를 전제로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미국이나 독일, 영국 등 여타 주요국들은 이런 주장을 명확하게 일축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을 오롯이 유럽이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는 다각도에서 관측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이제는 러시아 동결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장비 공동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EU는 러시아 동결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배당금 등 수익금을 민간 분야 재건에 활용하자는 안엔 어렵사리 합의했다. 역내 예치된 제3국 자산이나 파생 수익을 사실상 '임의로' 활용하는 것이 거의 전례가 없고 법적으로도 쉽지 않다는 반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러시아 돈으로 우크라이나 무기를 사겠다는 구상까지 언급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EU는 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여력이 한계에 이르자 '메이드 인 유럽'이라는 원칙도 결국 꺾는 분위기다. EU는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기금인 유럽평화기금(EPF) 사용처와 관련, 유럽 바깥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용 탄약을 구매해도 기금 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프랑스를 필두로 다수 국가가 EU 기금을 역외 탄약 구매에 사용하는 데 반대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탄약 100만발 전달이 크게 지연되면서 역외 구매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기조가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으로서는 늦어도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교착된 전황에 눈에 띄는 변화가 절실하다. 반대로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점령지를 그대로 장악한 채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장기전을 반기는 모습도 역력하다. 이렇게 러시아가 승전하면 주권국 영토 강탈이 정당성을 얻어 기존 세계질서가 바뀌고 특히 유럽이 안보 지형이 급변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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