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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개기일식 우주쇼에 미주 대륙 들썩

북미 대륙에서 해가 달을 완전히 품어 햇빛이 가려지는 개기일식이 7년 만에 관측됐다. 미국은 물론, 멕시코, 캐나다에서 나타난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BC, CBS, NBC,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8일(현지시간)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해 주요 개기일식 지역을 생방송으로 연결, 중계방송을 하며 '잊지 못할 우주쇼' 현장을 시시각각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연구 로켓을 쏘아 올려 개기일식 때만 관찰할 수 있는 태양 물질을 연구했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 전체를 가리는 현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더 크지만(단면 면적 기준), 지구와의 거리도 약 400배 더 멀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기에는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아 보이게 된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 관측되는 곳에서는 하늘이 마치 새벽이나 황혼 때처럼 매우 어두워지고, 하늘에 구름이 없이 맑은 곳에서는 태양 대기의 바깥 영역인 '코로나'를 볼 수 있다. 북미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며,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2044년 8월 23일에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개기일식은 7년 전인 2017년 나타났을 때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될 것으로 예고돼 많은 사람을 흥분시켰다. NASA에 따르면 이번에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경로의 너비는 108∼122마일(약 174∼196㎞)에 달한다. 2017년 당시의 62∼71마일(약 100∼114㎞)보다 2배 가까이 넓다.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 일부 주에서 관측되기 시작해 동북부 쪽 대각선 방향으로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주를 통과했다. 테네시와 미시간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관측돼 미국의 총 15개 주가 관측 범위에 들었다. 캐나다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온타리오주와 그 옆의 퀘벡주에서 관측됐다. 미국의 경우 개기일식 관측 지역의 인구는 약 3200만명에 달하며, 미 연방 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약 500만 명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개기일식 축제의 일부 행사로 개기일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350여쌍이 참여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손을 맞잡고 개기일식을 지켜보며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미 남부에서는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온도가 5도(섭씨 기준) 이상 떨어져 쌀쌀한 밤처럼 느껴졌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날 개기일식 경로에 해당하지 않는 북미 지역에서도 부분일식이 관측돼 집이나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밖으로 나와 하늘을 살펴봤다. 항공사 델타항공은 이날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텍사스 댈러스에서 미시간으로 향하는 '개기일식 비행' 항공편을 운항하기도 했다. 개기일식을 상공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항공편 이벤트로, 1석당 1천달러(약 136만원)가 넘는 비용에도 전체 194석이 꽉 찼다고 CNN은 전했다. 수백만 명이 개기일식을 보러 장거리 이동을 하고 해당 지역에서 숙박하는 등 지출을 늘리면서 유발된 경제효과가 수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분석회사 페리먼그룹은 이번 개기일식이 미국 10여개 주의 호텔, 레스토랑, 여행 등 산업에 붐을 일으키면서 총 60억달러(약 8조1180억원)에 달하는 재정적 부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가자 휴전 이번엔 성사될까…“협상 진전, 기본사항 합의”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휴전이 실제 성사될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연합뉴스가 인용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고위 소식통은 휴전 협상에 진전이 있으며, 관련된 모든 당사국 사이에 기본 사항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도 알 카헤라 뉴스가 소식통을 인용해 “핵심 이슈에 대해 모든 당사자 간에 의견일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국영 TV 채널 알카헤라 뉴스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중재국인 카타르 대표단이 이틀 안에 다시 카이로로 와서 최종 합의 조건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 대표단은 몇시간 안에 카이로를 떠날 것이며, 앞으로 48시간 동안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6개월째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앞서 전날 카타르, 이집트, 미국의 중재로 카이로에서 휴전 협상을 재개했다. 협상에서 하마스는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팔레스타인 피란민의 귀환,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과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 등 기존의 요구사항을 반복했다고 알카헤라 뉴스는 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알카헤라 뉴스 보도와 관련, 하마스는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으며, 다른 회담 당사국들도 이를 확인하진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 남부에서 지상군 병력 상당수를 철수했다고 밝혀 병력 철수가 휴전 협상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간밤에 1개 여단을 제외한 지상군 병력 대부분을 가자지구 남부에서 철수했다"고 발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이 팔레스타인 피란민의 귀환 등 협상과 관련한 문제에서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권도형, 한국 송환 무산…미국서 ‘징역 100년’ 가능성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한국 송환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권씨에 대한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애초 미국 인도 결정을 내렸다가 한국 송환으로 번복했던 원심 결정이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뒤집힌 것이다. AP통신은 “권도형의 범죄인 인도를 놓고 수개월간 이어진 법정 공방에서 또 하나의 반전이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앞서 대검찰청이 하급심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찰청은 범죄인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데, 하급심이 그 권한을 넘어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며 대법원에 적법성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은 권씨의 한국 송환을 보류하고 법리를 검토한 끝에 대검찰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동일인의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국가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에 대한 인도 요건이 충족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 허가 및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권씨가 어느 나라에서 재판받게 될지는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 손에 넘어갔다. 밀로비치 장관이 그동안 여러 차례 권씨의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드러내 왔다는 점에서 권씨의 미국 인도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요 외신들은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권씨는 미국으로 인도돼 뉴욕에서 재판받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정부 관계자가 2월 말 인터뷰에서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동안 권씨의 송환 문제는 한미 양국 중 어느 쪽이 먼저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작용하면서 반전을 거듭했다. 2월 21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공문이 한국보다 먼저 도착했다고 보고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라고 결정했다. 경제범죄 형량이 한국보다 높은 미국에서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한 권씨 측은 즉각 항소했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항소법원은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고 지적하며 고등법원의 결정을 무효로 했다. 고등법원은 이에 지난달 7일 기존 결정을 뒤집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고, 항소법원은 같은 달 20일 이를 확정했다. 항소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만 해도 권씨의 한국행이 최종 결정된 듯 보였으나 대검찰청의 이의 제기로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은 법리 검토 끝에 하급심의 기존 결정을 무효로 하고 법무부 장관이 인도국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등법원은 기존 절차를 다시 반복해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여부를 승인하고, 최종 인도국 결정은 법무부 장관이 하게 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미국·이스라엘 겨냥 보복 예상…초경계 태세”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보복을 다짐한 이란이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겨냥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5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이란의 공격이 불가피하며, 이르면 내주에 큰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이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할 수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자산과 인원 모두 표적이 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서둘러 대비하고 있다. 이란의 공격 위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난 4일 통화에서 주요 의제였다. 양국은 이란이 언제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타격할 경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더 큰 역내 분쟁으로 확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우려가 있으며 이것만큼은 미국이 피하고자 한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지휘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이 숨지자 이란은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은 폭격 직후 자신들이 폭격에 관여하지 않았고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이란에 통보했으며, 그와 동시에 미국 자산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대만서 25년만에 규모 7.4 강진…TSMC 등 반도체 영향 미미할 듯

3일 대만에서 규모 7이 넘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부 건물이 무너지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이날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 대만에서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EMSC는 애초 지진의 규모를 7.3으로 밝혔다가 7.4로 수정했다. 진원의 깊이는 20㎞로, 지진은 대만 동부의 인구 35만명의 도시 화롄(花蓮)에서 남동쪽으로 7㎞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이로부터 10여 분 뒤에는 규모 6.5의 여진이 이어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규모를 7.4라고 밝혔지만, 진원의 깊이는 34.8㎞라고 전했다. 일본과 중국 기상 당국은 각각 규모 7.5, 규모 7.3으로 관측했다. 대만 당국은 규모가 7.2라면서 이는 규모 7.6의 지진으로 약 2400명이 숨진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지진 이후 가장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으로 4명이 숨지고 최소 700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건물 약 100채가 붕괴되면서 77명 이상은 잔해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우리 국민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현지 방송사들은 지진으로 건물 두 채가 무너졌고, 무너진 건물에 사람이 갇혀있다는 신고도 들어왔다는 속보를 앞다퉈 내보냈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건물이 무너져 주차된 오토바이들이 깔린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방이 크게 흔들리고 물건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대만 당국은 원전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력망도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관심이 쏠렸던 반도체 업계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이날 지진 이후 성명을 내고 “TSMC 안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에서 회사가 마련한 절차에 따라 직원들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번 지진의 영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대만 2위의 파운드리업체인 유나이티드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는 신주과학단지와 타이난(臺南)에 있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멈췄으며, 직원들도 대피시켰다. DRAM 전체 생산능력의 60%가 대만인 마이크론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안전하다며 가동 및 공급망을 파악하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대만 증시 또한 하락폭이 제한됐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2시 6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44% 하락한 2만 377.37을 보였다. 오전에는 최대 1% 가까이 하락했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특히 반도체와 관련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TSMC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89% 하락한 783대만달러를 보였다. 오전에는 1.4% 가까이 떨어졌다. 한편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중국) 대륙은 큰 우려를 표하며 이번 재해로 인해 피해를 본 대만 동포들에게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주 대변인은 이어 “재해와 후속 상황을 긴밀히 예의주시하면서 재난 구호를 위한 필요한 지원을 기꺼이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영사관 폭격’ 이스라엘에 보복 예고…중동 확전 우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주재하는 이란 영사관이 폭격을 받으면서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과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는 이번 폭격이 이스라엘 소행이라고 비난하면서 보복에 나설 것을 선언하면서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옆 영사관 건물은 1일(현지시간) 낮 12시 17분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미사일 6발을 발사해 영사관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인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와 레바논과 시리아의 쿠드스군 부사령관인 모하마드 하디 하지 라히미 장군, 이 지역의 군사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호세인 아만 알라히 장군 등 5∼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침략적인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그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라 그러한 비난받을만한 행위에 단호한 대응을 취할 수 있는 합법적이고 고유한 권리를 지닌다"며 응징을 천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을 향해서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처벌 방식을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이란 주도 '저항의 축'에 동참해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해 온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이 범죄는 적이 처벌과 응징을 당하지 않고서는 지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요르단과 파키스탄도 각각 규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몰아세우고 유엔 안보리에 조치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폭격했는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 4명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미국 CNN 방송에 “이곳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니다, 다마스쿠스의 민간 건물로 위장한 쿠드스군의 군사 건물"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이란 영사관에 대한 공격은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 전 시작된 이래 가자 밖에서 확전 위험을 가장 고조시킨 사건이라면서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마지막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을 내세워 이란과 교전하면서 직접적인 전쟁 개입을 꺼려왔다. 하지만 이란의 영토인 영사관이 노골적으로 타격받은 상황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기존의 기조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자헤디 사령관은 이란의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후 가장 주목받은 표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스라엘이 이번 영사관 공습으로 지역 내 이란의 '그림자 네트워크'를 겨냥해 더 공격적인 행동에 나섬에 따라 이스라엘과 이란이 오랫동안 중동 전역에서 암암리에 벌여온 '선전포고 없는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불안이 다시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71달러로 전 거래일(3월 28일) 종가 대비 54센트(0.65%) 상승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27일(85.54달러)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시리아·레바논 친이란세력 공습…전면전 우려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레바논 등 인접 국가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29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밤사이 알레포와 이들리브 지역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민간인과 군인 다수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노린 것이라며 “테러 조직"이라고 비난했다. 시리아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반군 장악 지역인 알레포 남서부와 서부 지역에서 온 '무장 테러 단체'의 공격과 동시에 일어났다고도 비판했다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접경지를 근거지로 하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원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 북부 사령부의 사단 본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헤즈볼라 대원 6명과 시리아 정부군 36명 등 총 4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하며 “최근 3년간 가장 강력한 공격"이라고 언급했다. 시리아 국영통신 사나(SANA)는 오전 1시 45분 알레포 남동쪽 헤즈볼라의 무기고와 공장을 겨냥한 이번 공격으로 최소 33명의 시리아인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겨냥한 공격을 인정했다. 그리고 헤즈볼라의 로켓·미사일 부대의 부부대장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 자체 방송인 알마나르 TV는 알리 압델-하산 나임의 사망을 확인하면서도 그의 역할이나 사망 일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뿐만 아니라 친이란 무장세력과 오랜 긴장관계를 유지했으나 특히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친이란 세력의 무력 개입을 견제하기 위해 레바논, 시리아 등 인접국을 공습해왔다. 다만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은 암묵적인 한계선을 중심으로 공습을 주고받았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을 쐈지만 대부분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것으로, 이 역시 이스라엘 방어 시스템에 요격됐다. 그러나 최근 몇주간은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접경지역을 훨씬 넘어 레바논 영토 깊숙한 곳까지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 대한 폭격은 2006년 이후 단일 분쟁으로는 헤즈볼라에 가장 큰 피해를 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집계에 따르면 이날 사망자 수를 더하면 지난해 10월 이후 살해된 헤즈볼라 조직원은 총 255명에 이른다. 이스라엘군도 강경해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보다 강력한 세력인 헤즈볼라에 맞서라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10만명을 대피시킨 바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은 국방부 장관은 이날 레바논 접경지인 이스라엘 북부를 방문, 헤즈볼라 공습을 지켜봤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레바논에서 나오는 모든 행동에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레바논과 시리아 전역의 무장단체에 공습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사령부 오리 고르딘 사령관도 성명에서 “우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헤즈볼라를 밀어내고 인프라를 파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사 분석가 로넨 솔로몬은 WSJ에 “이스라엘은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란에서 시리아 내 헤즈볼라까지 무기를 공급하는 모든 경로를 차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양쪽 모두에 파괴적일 가능성이 크고, 이란과 미국까지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화성이 크다. 나세르 칸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확전을 위한 노골적이고 필사적인 시도"라고 비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국경을 따라 안정을 회복하는 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남아있다"며 “우리는 또한 레바논에서 이뤄지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고 전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태국 하원,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통과…동남아 첫 허용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태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27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하원은 이날 동성 간 결혼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결혼평등법'을 찬성 400표, 반대 10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향후 상원과 왕실에서 승인을 받으면 왕실 관보에 게재되고 그 이후 120일 뒤 발효된다. 블룸버그는 해당 절차가 올 연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과정을 거치면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국가가 된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네팔에 이어 세 번째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가 강하게 추진해왔던 이 법안은 기존 '남자', '여자' 등의 용어를 성 중립적으로 바꿔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 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또 혼인 구성원을 '남자와 여자'가 아닌 '두 개인'으로, 법적 지위를 '부부'에서 '결혼한 한 쌍'으로 공식적으로 바뀔 예정이다. 태국은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차별이 적으며 적극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성소수자들이 일반 직종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성소수자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도 인기다. 정부도 LGBTQ 행사를 후원하며 세계 각국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태국 관광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성소수자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태국 정부는 또 혼인관계의 성소수자들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상업적 대리모를 합법화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초만에 ‘폭삭’ 무너진 볼티모어 다리…글로벌 공급망 혼란 가중되나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에서 발생한 대형 교량 붕괴 사고로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7분께 볼티모어항을 출발한 싱가포르 국적의 컨테이너선 '달리'가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했다. 1977년 개통한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약 2.6km 길이로 퍼탭스코 강 하류를 가로질러 볼티모어항 외곽을 연결한다. 길이 약 300m, 폭 약 48m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속 14.8km의 속도로 들이받은 충격에 교각이 먼저 쓰러지고 그 위의 구조물을 시작으로 다리 전체가 무너졌다. 전체 길이 1.6마일의 다리가 물에 내려앉는 데 약 2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다리가 선박 충돌로 무너지자 메릴랜드주 당국은 항구 운영을 무기한 중단했다.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인 만큼 이에 따른 파장은 몇 주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볼티모어항의 크기는 미국에서 11번째로 큰 만큼 전체적인 수출입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까지 1년 동안 볼티모어항이 처리한 미국 동부 및 걸프 연안 지역의 수입은 3%에 불과했다. 또 메릴랜드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작년 한 해에만 5200만톤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는데 이는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많다. 그러나 볼티모어항은 특정 품목에 대해선 핵심 허브라는 점에서 공급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대 250만 톤의 석탄, 수백대에 달하는 자동차는 물론 목재와 석고마저 공급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파나마, 홍해에 이어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또다시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울프 리서치는 볼티모어항에서 주로 수출되는 품목이 석탄, 천연가스, 항공우주 부품, 건설 기계, 농업 부품, 대두 등이라고 지목했다. 볼티모어항은 특히 미국에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석탄 수출 터미널이며 대부분의 수출물량은 인도로 향한다. 엑스콜 에너지 앤드 리소시스의 어니 트래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로 석탄 수출이 최대 6주 동안 중단돼 250만톤에 달하는 물량이 차단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자재 분석업체 DBX는 이번 공급차질로 아시아 석탄시장이 유럽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000여대를 취급했는데 이는 13년 연속으로 미국 그 어느 항구보다 많은 양이다. 수입과 수출 규모는 각각 230억달러, 48억달러로 집계됐다. 존 라울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 등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부품 등을 다른 항구로 옮겨야 한다"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차량 선적 경로를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VW)은 터미널 위치상 항만 운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BMW는 단기적 지연 외에 사업에 즉각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기아는 볼티모어 항구를 통한 차량 운송은 없는 상태다. 이번 사태는 해상뿐만 아니라 육로수송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트럭운송협회(ATA)에 따르면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를 통해 운송되는 상품의 연간 가치는 280억에 이른다. 다리를 새로 건설하는 데도 난항이 예상된다. 영국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의 리처드 미드 편집국장은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며 “1977년 당시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인플레이션, 시급성 등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푸틴 “모스크바 테러는 IS의 소행…우크라가 지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벌어진 무차별 총격 및 방화 테러가 이슬람 무장세력의 소행이라고 언급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딸면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13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차별 총격·화재 테러 사건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테러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분파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미국도 IS가 이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지속해서 밝혀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테러 이후 대국민 담화 등에서 IS를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우크라이나가 테러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그는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말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에 답을 얻어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중동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왜 우크라이나로 도피하려고 했는지, 그곳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가려던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며 이들이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가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에 의해 우리나라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는 관련이 없고 IS가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을 다른 국가에 주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3년째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완전히 실패했고 주도권은 러시아에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젊은 남성을 추가 징집하려는 것이 '히틀러 청년단 창설'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공격을 계획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불화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악에 저항하려는 단합과 결의를 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장은 이번 테러가 면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테러 사망자 수가 137명에서 139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는 3명,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5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182명으로 집계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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