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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헤즈볼라 격돌, 새벽 하늘 거센 공방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새벽 대규모 공습으로 전면 충돌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 AP, AFP 통신 등은 이스라엘군이 25일(현지시간) 오전 4시 30분께 전투기 100여대를 출격시켜 레바논 남부 등지 로켓 발사대를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공습 개시 직후 이 사실을 발표하고 자국 북부 주민들을 향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알렸다. 레바논 남부에도 아랍어 메시지로 “우리는 헤즈볼라 위협을 공격해 제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오전 5시께는 이스라엘 북부로 헤즈볼라가 쏜 로켓과 무인기 수백기가 날아오며 공습경보가 잇따라 발령됐다. 헤즈볼라는 로켓 320여발을 발사하고 드론으로 군사기지 11곳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가 이스라엘 폭격에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언돔 등 이스라엘 방공망이 작동해 헤즈볼라 로켓을 격추하는 과정에서 텔아비브 북쪽 항구도시 하이프 등지에서도 폭음이 들렸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48시간 동안 전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곧이어 긴급 소집한 안보내각 회의에서 “누구든 우리를 해친다면 우리는 그를 해칠 것"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공언했다. 양측 공습은 오후 전 잦아들었다. 비상사태 선포 직후 이스라엘 민간항공국(CAA)은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항공편 운항을 일시 중단했으나, 약 1시간쯤 지나 이착륙이 재개됐다. 레바논 당국은 이날 자국에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함정에 탑승 중이던 해군 1명이 요격미사일 파편에 맞아 사망하고 다른 군인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방에 대한 양측 평가는 엇갈렸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벤구리온 공항 등 타격을 시도했지만 선제공습으로 이를 무산시켰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적은 로켓 수백발을 쏠 계획이었지만 선제공격 덕에 50% 이상, 혹은 3분의 2가량이 발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중부 전략적 목표물을 향해 발사한 헤즈볼라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며 “헤즈볼라가 계획한 공격을 저지했다"고 단언했다. 헤즈볼라는 공항 등 민간 시설을 노리지 않았으며, 텔아비브 인근 군사 목표물 타격에 성공했다는 입장이다.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는 “모든 드론이 성공적으로 발사돼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했다"며 “우리 군사작전은 계획대로 정밀하게 이뤄졌다. 그는 이스라엘 선제타격이 효과가 없었다고 일축하며 "오늘 작전 결과를 평가한 후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다시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전면 충돌에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권 지지를 재확인하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날 갈란트 장관과 통화해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레바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의 지시에 따라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동 친이란 '저항의 축' 무장단체들은 헤즈볼라 보복을 환영했다. 이스라엘과 11개월째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정부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밝혔다. 예멘의 후티 반군은 "훌륭하고 용기 있는 공격“이었다며 지난달 자신들 근거지 호데이다항이 공습당한 데 대한 보복도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제사회는 중동 상황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실과 레바논 내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공동성명에서 양측을 향해 "포화를 중단하고 확전을 유발하는 추가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서 휴전 협상을 중재해 온 이집트도 이날 외무부 성명에서 '새로운 전쟁' 발발 위험성을 경고하며 레바논 내 안정을 촉구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위원장은 트럼프, 조합원은 해리스…두쪽 난 美 거대 노조

미국 트럭 운전자 노동조합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두 쪽으로 갈라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노조 위원장 션 오브라이언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편들고 나서자 일반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강력한 노조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이하 팀스터즈)는 1903년 설립됐다. 현재 트럭과 버스 운전사, 항공사 조종사, UPS 운전사 등이 소속된 조합원 130만명의 노조다. 오브라이언 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찬양하며 팀스터즈가 어느 정당에도 신세를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좌파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을 것을 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양 당의 극단주의자들이 내가 이 자리에 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노조가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브라이언의 연설에 반발한 수십명의 팀스터즈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 무대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의 연금 정책에 감사를 표했다. 이 자리에 오브라이언 위원장은 오르지 못했다. 오브라이언에 분노한 조합원들은 메시지 게시판이나 팟캐스트 등에서 그의 행동에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대담에서 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서 분열이 더 거세졌다고 WSJ은 전했다. 팀스터즈 조합원인 릭 스미스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션 오브라이언은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요란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는 자신을 이용하도록 허락했다"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노조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분열됐는지를 보여주며, 지도부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 중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WSJ은 설명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환영했지만 또 다른 조합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분명 자신들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팀스터즈의 내부 분열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노동자 관련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무역과 이민에 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팀스터즈를 포함한 노동 계급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그가 대통령일 당시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 공석을 재계 쪽 변호사들로 채운 적이 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 친화적인 변호사들을 NLRB 위원으로 임명하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노조 결성·단체교섭 촉진 관련 정부 태스크포스 책임자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팀스터즈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고, 그는 취임 뒤 860억달러(114조원) 규모의 고용주 연금 구제금융 계획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에 서명했다. 이 기금의 40% 이상이 은퇴한 팀스터즈 조합원 35만명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아울러 일부 팀스터즈 조합원은 상의하달식이고 보복성인 오브라이언의 지휘 방식을 싫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젤렌스키, 독립 33주년 맞아 ‘로켓 드론’ 투입…푸틴엔 “역겨운 노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신형 국산 무인기(드론)로 러시아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33주년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우리의 새로운 무기 팔랴니차를 오늘 처음, 그리고 성공적으로 전투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무기가 “침략자(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보복 방법"으로, 기존에 사용해온 자국산 드론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발표는 우크라이나가 이달 6일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를 기습해 진격을 이어가며 깜짝 승전보를 올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이 드론에 대해 “러시아로서는 매우 어려울 것이고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그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팔랴니차는 우크라이나 전통 빵 이름으로, 러시아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모음이 포함돼 있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인들이 검문소 등에서 자국인과 적군을 구별하는 암호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팔랴니차의 사양에 대한 세부사항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무기 생산 책임자인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드론이 고속 정밀표적 발사체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카미신은 “우리는 박격포 드론, 포격 드론을 가지고 있으며 이제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무기인 로켓 드론을 소개한다. 팔랴니차는 오늘 일시 점령된 지역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에 성공적으로 사용됐다"고 적었다. 더타임스는 이 드론이 제트엔진과 강력한 탄두를 장착했으며 기동성이 좋고 속도가 빠르다고 묘사됐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신형 드론으로 정확히 러시아 어디를 공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밤사이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서남부 보로네시 지역의 탄약고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우크라이나 드론이 탄약고를 공격했으며 일반적인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가 아닌 제트엔진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역겨운 노인'이라고 부르며 비난했다. 그는 텔레그램 영상 메시지에서 “빨간 단추(핵무기 발사 버튼)로 모두를 계속 위협하는 붉은 광장의 역겨운 노인은 자신의 요구사항 중 어느 것도 우리에게 강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보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합당하고 대칭적이며 장거리이다. 그들은 조만간 우크라이나의 대응이 러시아 연방의 어디든 도달할 것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이날 아랍에미리트(UAE)의 중재로 러시아와 115명씩 모두 230명의 전쟁포로를 교환했다고 확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돌아온 자국군인들이 육군, 해군, 주방위군, 국경수비대 소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하는 동안 붙잡힌 군인들이 석방됐다고 밝혔다. 한편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PT-91 트바르디 전차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투입됐다고 확인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두다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1년여 전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준 PT-91 트바르디 전차가 전장에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계 교토국제고의 기적…‘꿈의 무대’ 日고시엔 첫 우승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고시엔'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에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교토국제고는 한신고시엔구장 건설 100주년에 열린 여름 고시엔 우승팀이자 교토부 대표로는 68년 만에 정상에 오른 팀으로도 기록되게 됐다. 경기는 1회부터 '0'의 행진이 이어지며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교토국제고는 5회 초 2사 1, 3루, 6회 초 1사 2, 3루 찬스를 잡았으나 후속타가 나오지 않아 득점하지 못했다. 간토다이이치고도 6회 말 2사 2루, 7회 말 2사 2루 기회에서 타자가 땅볼로 물러나 선취점을 내지 못했다.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는 마지막 정규 이닝인 9회에 각각 선두 타자가 출루하며 득점을 노렸으나, 모두 점수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교토국제고는 이어진 연장 10회 초 무사 1, 2루에 주자를 두고 공격하는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냈다. 이어 10회 말 구원 등판한 니시무라 잇키가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승리 직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NHK는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면서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 본선 1차전에서 7-3으로 승리한 뒤 2차전부터 8강전까지 세 경기 연속 4-0으로 이겼다. 지난 21일 펼쳐진 준결승전에서는 아오모리야마다고교를 상대로 2점을 내준 뒤 3점을 올리는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 야구선수들이 본선에 진출하기 어려워 '꿈의 무대'로 불린다. 올해는 일본 전역 3715개 학교(3441개 팀)가 참가했지만 49개 학교만 본선에 올랐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 정상에 선 것은 기적으로 평가된다. 학교 규모가 작은데다가 야구부 역사도 20여 년에 불과해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는 앞서 2021년 처음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에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22년 여름 고시엔에도 본선에 나갔으나 1차전에서 석패했고, 지난해는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중·고교생을 모두 합해 학생 수가 160명가량인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재적 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해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61명이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시합 직후 발표한 축하 메시지를 통해 “한일 협력을 상징하는 교토국제학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일 양국 국민에게 가슴 깊이 간직될 빛나는 감동을 선물했다"며 “우승을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교토국제학원이 더욱 큰 영광의 역사를 계속해서 만들어 주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블링컨 9번째 중동 순방에도…가자 휴전협상 불투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 타결을 위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9번째 중동 순방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자지구 휴전이 또 한 번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A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휴전 합의 타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하나로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협상 중재국인 이집트, 카타르를 차례로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블링컨 장관의 중동 방문은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번이 9번째이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도 휴전 합의 등 중동 평화를 위한 돌파구를 끌어내지 못한 채 20일 카타르 도하를 떠났다. 그는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도하에서 취재진에게 “우리는 휴전과 인질 합의가 결승선을 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 그것을 해야 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지체 없이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합의는 “앞으로 며칠 내에 완료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결승선을 넘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블링컨 장관과 중동 순방에 동행한 한 고위 미국 행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휴전 협상이 이번 주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은 중동에서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그 긴급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데 대해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이 단체 최고위급 지휘관이 공습을 받아 숨진 것과 관련,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 휴전은 이란의 대이스라엘 보복을 억제하거나 그 수위를 완화할 열쇠로 여겨진다. 그러나 휴전 합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지난 15∼1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휴전 협상이 돌파구 없이 끝난 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중재안을 내놨고, 카타르와 이집트도 이를 지지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휴전 중재안을 수용했다며 “이제 하마스가 동일하게 해야 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20일 해당 중재안은 앞선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이 내건 새 조건들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구를 너무 많이 허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재안을 거부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전했다. 해당 중재안에 대한 세부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카타르에서 중재안 내 이스라엘 철군 조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떠한 가자지구 장기 점령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해당 안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철수의 일정과 장소에 대해 매우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전망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고, 합의와 관련해 '레드라인'을 그으면서 가자지구 평화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하마스에 살해되거나 납치된 이들의 친인척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라델피 통로와 넷자림 통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합의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 대한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느냐 여부는 가자지구 휴전 합의를 가로막는 핵심 쟁점 중 하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러우 전쟁, ‘허 찌르기’ 역시 안 통하나...전황 ‘대세’ 변화 無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이후에도 전체적인 전황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노브고로드스코예를 '해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토레츠크 대규모 마을 중 하나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류 거점"이라고 의미부여했다. 이 마을은 우크라이나에서 '뉴욕'으로도 불린다. 결국 러시아가 본토 공격으로 압박받는 가운데서도 우크라이나 동부 점령지를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 요새 역할인 토레츠크를 장악하기 위해 인근 마을을 하나씩 점령해 나가고 있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는 토레츠크와 가까운 아르툐모보(우크라이나명 잘리즈네)와 비옘카 기차역을 손에 넣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포크로우스크를 향해서도 공세를 강화하자 우크라이나 현지 당국은 전날 어린이가 있는 가족은 포크로우스크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러시아는 지난 6일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한 우크라이나군을 막기 위해 본토에서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는 여유를 보인 것이다. 압티 알라우디노프 체첸 아흐마트 특수부대 사령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에서 실패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병력을 분산시켜 우크라이나 작전을 중단시키려던 우크라이나군 쿠르스크 공격이 결국 무위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병력을 쿠르스크로 이동시키면서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는 15일째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중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군에 누적 4130명 이상의 병력 손실을 입혔다고 집계했다. 또 러시아 영토 깊숙이 침투하려는 적군을 계속 격퇴하고 있으며, 쿠르스크와 접한 우크라이나 수미의 지휘소와 탄약고를 수호이(Su)-34 전폭기로 파괴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불의의 일격'까지 가했던 우크라이나는 전면전보다는 비대칭 무기를 통한 우회적 압박 수단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임무의 성공'을 위해서는 “드론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며 “미사일 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리 파트너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무기 사용에 관한 제한을 모두 해제한다면 특히 쿠르스크 지역에 물리적으로 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은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여전히 회의적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영국 등 서방 정부는 에이태큼스(ATACMS)·스톰섀도와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확전을 우려해 방어 목적 외에 러시아 본토에 대해 사용하는 데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미중 등 각국 정상들, 광복절 맞아 축하 메시지

미국, 중국을 비롯한 10여개국 정상이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한국에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중국, 인도, 교황청,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부탄, 스리랑카, 투르크메니스탄, 헝가리, 바레인, 벨기에 등 각국 정상으로부터 광복 제79주년 축하 메시지 15건을 접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광복절을 맞아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미국은 평화, 안보 및 자유를 위해 대한민국과 함께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70년 이상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의 핵심축이 되어 왔으며, 그간 양국이 민주적 가치를 옹호하고 북한의 무모한 위협에 굳건히 맞선 데 이어, 이제는 우주, 신기술 및 청정 에너지 등 새로운 영역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양국이 국제사회의 가장 시급한 도전에 함께 대응하면서 양국 국민 간의 끈끈한 유대 관계도 더욱 심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은 가깝고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동반자"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인도주의적 지원 및 전후 재건에 참여 의지를 표명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계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를 대표해 저는 한국의 국경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는 국제 평화와 안정, 인권, 개인의 자유라는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나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 두 나라의 영원한 우정과 한국의 건국(founding)을 기념한다"면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등불로 성장했으며 수많은 국민의 번영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7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계속 한국에 대한 철통같은 동맹에 굳건하게 헌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U도 해리스 편?...머스크 “엿 먹어” 트럼프 측 “자기 일이나”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온라인 대담을 앞두고 유럽연합(EU)이 '태클'을 걸었다. EU는 머스크 CEO 측에 가짜뉴스 등에 대한 '경고서한'을 보냈는데, 이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12일(현지시간) SNS 엑스(X)를 통해 엑스 소유주인 머스크 CEO에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글에는 디지털서비스법(DSA)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 전문도 함께 게시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서한에서 “최근 영국에서 벌어진 사건과 EU 이용자도 볼 수 있는 당신과 미 대선 후보 간 생중계 대담과 관련해 쓰는 편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당신에게 (엑스가) DSA에서 제시된 주의 의무사항(due diligence obligations)이 있음을 상기시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 및 정보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생중계를 포함한 관련 이벤트와 관련이 있는 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확산 방지 조처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는 증오와 무질서, 폭력 선동, 특정 가짜정보를 조장하는 콘텐츠 확산으로 초래된 대중의 불안과 관련한 최근 사례를 고려할 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또 “EU 내 엑스 불법 콘텐츠에 의한 부정적 효과는 진행 중인 (DSA 조사) 절차와 엑스 EU법 준수 여부에 대한 전체적 평가와 관련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행위는 지난달 엑스가 가짜뉴스·유해콘텐츠 확산 방지를 위한 DSA 규정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추가 조사중이다. 위반 확정시 전세계 매출 6%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 서한은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 대담이 엑스를 통해 생중계되기 수 시간 전 공개됐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가짜뉴스 확산'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머스크 CEO는 자신의 장기인 조롱과 유머로 응수했다. 머스크 CEO는 브르통 집행위원 게시물을 공유한 뒤 영화 '트로픽 썬더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은 “크게 한 발짝 물러서서 엿이나 먹어라"라는 배우 영어 대사가 적혀있었다. 머스크 CEO는 “솔직히 이 트로픽 썬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응수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무례하고 무책임한 짓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도 비꼬았다. 린다 야카리노 엑스 CEO 역시 브르통 위원 서한에 “유럽에서 적용되는 법을 미국 내 정치 활동으로 확장하려는 전례 없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대화를 듣고 스스로 결론을 내릴 능력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유럽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캠프는 EU가 “언론 자유의 적"이라며 “미 대선에 개입하지 말고 자기 일이나 신경 써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또 EU가 무역 정책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미국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세를 적용하고 무역 합의를 재협상할 것이라. 미국에 더 바가지를 씌울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EU는 '특정 이벤트'를 겨냥한 건 아니었다면서 하루 만에 수위를 조절했다. 아리아나 포데스타 EU 집행위 수석 부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DSA는 개별 콘텐츠에 대응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므로 특정 인터뷰(대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브르통) 집행위원은 준수해야 하는 DSA의 전체적 틀을 상기시킨 것"라고 해명했다. 그는 “서한이 미 대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서한 발송 시점과 내용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나 집행위원단 전체와 사전조율 된 것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엑스는 머스크 CEO에 인수된 이래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유포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이란, 이스라엘 보복 임박” 중동 전운 최고조…국제유가는 80달러 재돌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급부상하면서 중동 전운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국제유가는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우려에 약 한 달 만 최고 수준으로 다시 치솟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이내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복수의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 대리세력의 이스라엘 공격이 24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내부적으로는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공개적으로는 '강력한 보복' 등을 거론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대리세력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는 행동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무력을 과시할 수 있는 방안 사이에 균형을 모색하려는 데 따른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헤즈볼라가 이날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를 향해 로켓 수십발을 쏘고 이스라엘군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공습하는 등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 지대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이스라엘은 군 경계태세를 최고로 끌어올렸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최고 수준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지난 며칠간 우리는 방어를 강화하고 대응 공격 옵션을 만드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도 중동 지역 군사력을 증강하며 대응 태세를 강화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 구축함 USS 라분이 중동에 추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이는 구축함 USS 루스벨트와 USS 벌클리, 강습상륙함 USS 와스프, 상륙선거함 USS 오크힐, 상륙수송선거함 USS 뉴욕 등에 더한 미 군함의 파견 조치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19% 오른 배럴당 80.0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 5일까지 하락세를 이어왔던 WTI 가격은 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WTI 가격이 80달러선을 넘어선 적은 지난달 18일(81.30달러)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2.30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보다 2.64달러(3.3%) 올랐다. 브렌트유 가격 상승률은 올해 들어 최고치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확전시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 생산시설을 타격할 수 있고, 이라크 등 인접 산유국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안전자산 금값 역시 상승하면서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전장 대비 1% 넘게 오른 온스당 2458.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일 이후 10일 만에 최고다. 글로벌트투자의 키스 부차난은 공격 가능성이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고 보면서 공격 강도나 확전 여부에 따라 시장이 추가로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러우 전쟁 전황, 트럼프·해리스 사이 놓인 종전론에 격화?

러시아로부터 자국 전토 탈환이 사실상 어려워진 우크라이나가 기습적으로 러 본토를 타격하면서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권력 공백에 놓인 가운데 서방 지원 지속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으면서 전쟁 막판 기세를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AFP, 타스 통신 등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주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침입한 뒤 지상전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국경에서 각각 25㎞, 30㎞ 떨어진 톨피노와 옵스치 콜로데즈에서 우크라이나군 기동대 돌파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 Mi-28NM 공격 헬기가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과 무기를 공격해 모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 누적 병력 손실이 최대 1350명에 달하며 지금까지 탱크 29대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15∼35㎞까지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다만 러시아가 병력을 증원한 이후 쿠르스크 지역 상황이 안정됐다고 덧붙였다. 전장이 러시아 본토로 확장되면서 러시아 측 민간인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텔레그램을 통해 쿠르스크 시내 주택에 우크라이나 미사일 파편이 떨어지면서 1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대규모 피란민도 발생했다. 타스 통신은 지금까지 총 8만 4000명 이상이 쿠르스크 국경지대에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쿠르스크 전투는 2022년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본토에 대한 최대 규모 공격으로 평가받는다. 우크라이나 기습 공격에 본토 허를 찔린 러시아는 강력 대응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강력한 러시아 군 대응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반격에 나서 10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근교 브로바리 지역을 폭격해 민간인 2명이 숨졌다. 키이우에선 이날 밤 거듭 폭음이 울렸고 공습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밤새 러시아 공격용 드론 57대 중 53대를 격추했고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에는 북한산 미사일 4기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반격에 실패한 이후 잇따라 자국 북동부 영토를 실지하며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며 모처럼 사기를 끌어올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해 군사작전 중임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저녁 정례 연설에서 “침략자(러시아)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내기 위한 우리 행동을 보고 받았다"며 “침략자에게 필요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러시아가 우리 영토에 전쟁을 몰고 왔으니 그들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느껴봐야 한다"고 말한 것 외에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직접 언급을 삼가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으로 그간 줄었던 국제사회 관심과 지지부진해졌던 서방 지원을 다시 환기시키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란츠 스테판 가디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선임연구원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공격을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공격적 작전과 적 영토에서의 복잡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서방과 동맹국에 보내는 신호"라고 평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일단 지금까지 올린 상당한 전과로 오는 11월 미 대선에 대비한 '카드'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주재 서방 외교관도 이번 러 본토 급습이 미 대선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국제사회 이슈로 떠올릴 수 있는 “완벽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외교관은 “이번 작전 이전에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들고 나올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꾸준히 지원해왔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런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러시아와의 협상으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반면 러시아는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영토 일부를 적에 내주게 된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받는 러시아인 전투원들이 지난해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 일시적으로 침입한 적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까운 국경 마을까지 닿지 못하고 패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위크는 러 본토 공격 허용과 관련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경질설까지 일각에서 흘러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지역 공격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지난 8일 푸틴 대통령이 소집한 안보 회의에도 불참해 의구심을 키웠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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