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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워키토키까지...이스라엘 집요함에 전 세계가 손 사레

이스라엘 적대 세력인 레바논 헤즈볼라에서 삐삐 및 무전기(워키토키) 폭발 사건이 벌어지자, 자유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도 손 사레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오늘 더 이상 공유할 것은 없다"며 해당 사건과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어제나 오늘 사건에 관여되지 않았다"며 “지난 며칠간 발생한 사건에 어떤 수준으로라도 자세히 설명할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레바논 폭발 사건 배후로 지목된 이스라엘과 관련해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로부터 레바논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란 사전 경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이 해당 공격에서 국제법을 준수했느냐'에는 “처음부터 말한 대로 이스라엘은 자위권이 있다"면서도 “이를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에게 중요하며 우리는 이스라엘과 적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레바논에서 또 다른 전선이 생기는 것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 외교라는 것을 믿고 있다"며 이번 사건 이후에도 외교적 협상으로 전쟁 종식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이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안타깝게도 일주일 전에 비해 휴전 협상에 더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미국 정부 입장과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가중됐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공격 이전인 지난 16일 국방부 고위급 회의 때도 관련 우려를 밝혔는데, 공격 이후인 지금은 우려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유엔(UN) 역시 민간인도 쉽게 연관될 수 있는 이번 공격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이 사용하는 물건이 무기가 되지 않도록 민간 물건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장 공격에 사용된 삐삐나 워키토키 출처 역시 국제사회 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우선 삐삐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 스티커가 붙어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만 외교부는 전날 대만 회사가 레바논에 무선 호출기를 직접 수출한 것이 아니라면서 대만에서 수출한 삐삐 폭발 문제(위험성)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만 국가안보 부처도 이번 사건과 대만을 악의적으로 연결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해외 '인지전'(cognitive warfare) 공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 결과 이들 해당 계정 기존 게시물이 모두 중국 정부 반서방, 반민주, 중국 선전 등과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아폴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기반한 'BAC 컨설팅 KFT'가 상표 사용권을 받아 기기들을 제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헝가리는 바로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헝가리 정부는 BAC가 무역중개회사일 뿐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며 “문제의 기기들이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워키토키의 경우 일본 통신기기 제조사 'ICOM'(아이콤)의 라벨이 붙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이콤 측은 폭발한 무전기가 자사 제품이 아니라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고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이콤 측은 “보도에 나온 기기를 보면 정품임을 나타내는 홀로그램이 부착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조품이 대량으로 나돌았던 적도 있어 가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콤에 따르면, 사건에 사용된 워키토키는 과거 해외에서 모조품이 대량으로 나돌아 2013년 8월 이후 기기 본체에 정품임을 보여주는 홀로그램을 붙였다. 또 2014년에는 출하를 정지했다. 다만 아이콤 안전보증무역본부의 에노모토 요시키 본부장은 교도통신에 “가짜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지만 아이콤 제품일 가능성도 있다"고 긍정했다. 이어 “정품이라면 IC-V82라는 기종"이라고 설명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레바논서 폭발한 무전기는 일본산?…“가짜 가능성”

레바논에서 무선호출기(삐삐) 수천 대가 동시다발로 폭발한 가운데 다음날에는 각지에서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외신에서는 폭발한 무전기가 일본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고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폭발한 무전기의 사진을 통해 일본 통신기기 제조사 'ICOM'과 'made in Japan'(일본에서 생산)이라는 라벨이 부착된 모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폭발한 무전기의 모델명은 IC-V82로 보이며, 이 기종은 2014년에 단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관련 사진 3장과 동영상 1건을 분석한 결과 폭발한 무전기가 아이콤의 IC-V82로 식별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헤즈볼라가 이 무전기를 어디에서 구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NYT는 덧붙였다. 아이콤 측은 폭발한 무전기가 자사 제품이 아니라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이콤 관계자는 “보도에 나온 기기를 보면 정품임을 나타내는 홀로그램이 부착돼 있지 않다"면서 “모조품이 대량으로 나돌았던 적도 있어 가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전했다. 아이콤에 따르면 IC-V82는 해외 전용 육상 업무용 무선통신기로 세계에 10년 이상 판매되며 약 16만대가 출하됐다. 과거 해외에서 모조품이 대량으로 나돌아 2013년 8월 이후 기기 본체에 정품임을 보여주는 홀로그램을 붙였으며 2014년에는 출하를 정지했다. 아이콤 미국 자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은 AP통신에 “그것들이 우리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보장할 수 있다"며 V82 모델은 20여년 전에 생산됐고 오래전 단종됐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콤 안전보증무역본부의 에노모토 요시키 본부장은 교도통신에 “가짜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지만 아이콤 제품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품이라면 IC-V82라는 기종"이라고 말했다. 에노모토 본부장은 “영상으로 보면 배터리 부분 손상이 심해 제품을 입수한 뒤 폭발하도록 개조한 배터리로 교체했을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아이콤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서 “레바논에서 당사 로고가 들어간 스티커가 부착된 무전기가 폭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 사안에 대해 현재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으며 밝혀진 사실은 순차적으로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와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통신수단으로 사용하던 무전기가 연쇄 폭발하면서 20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무전기는 베이루트 다히예 지역의 한 장례식장에서도 폭발했는데, 이 장례식장에는 전날 발생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폭발로 숨진 헤즈볼라 대원들의 시신이 안치돼 있었고, 조문객들이 방문한 상태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레바논서 폭발한 삐삐의 정체는?…“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했다”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는 이스라엘이 직접 생산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공급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전현직 국방·정보 당국자 12명을 취재한 결과 이번 폭발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작전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레바논에서는 전날 오후 3시 30분께 헤즈볼라 거점을 중심으로 수천개의 무선호출기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12명이 숨지고 3000명 가까이 다쳤다. 피해자 대다수는 헤즈볼라 조직원이었지만, 어린이 등도 죽거나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한 무선호출기의 잔해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회사가 생산한 무선호출기가 헤즈볼라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군가 폭발물과 기폭장치를 심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골드아폴로의 창립자인 쉬칭광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기기를 제조한 건 헝가리 업체인 'BAC 컨설팅'이라면서 골드아폴로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자사 상표 사용을 허락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도 해당 무선호출기가 대만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BAC 컨설팅 역시 문제의 무선호출기를 만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2년 이 회사를 설립한 크리스티나 바르소니-아르시디아코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NBC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골드아폴로와 협력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난 무선호출기를 만들지 않는다. 나는 중계인(intermediate)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영국 명문대학에서 수학한 학자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후변화와 입자물리학, 세계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전문성을 지닌 학자가 레바논에 대만제 무선호출기를 어떻게, 왜 팔게 됐는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헝가리 정부는 BAC 컨설팅이 무역중개회사일 뿐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며 “문제의 기기들이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익명의 정보당국자들을 인용,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위장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에 불과하며 무선호출기를 만든 건 이스라엘 정보당국이라고 보도했다. 또 BAC 컨설팅 외에도 최소 2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추가로 설립됐고 2022년 여름에도 이미 폭발물이 숨겨진 무선호출기가 헤즈볼라 측에 소량 공급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들은 일반인들에게도 무선호출기를 판매했지만 진짜 목표는 헤즈볼라였고, 헤즈볼라 측에는 배터리에 강력한 폭발 물질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를 넣은 제품을 따로 생산해 판매했다고 정보당국자들은 말했다. 이스라엘의 휴대전화 해킹을 우려한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가자전쟁이 발발한 이후 무선호출기 사용을 더욱 늘렸다.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휴대전화를 쓰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경고했고, 간부급에게는 항시 무선호출기를 몸에 지닐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이에 헤즈볼라는 올해 여름 수천개의 무선호출기를 추가로 수입했는데 이중 상당수에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심겨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레바논 당국에 따르면 삐삐 폭발 다음 날인 18일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 등지에서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가 연쇄 폭발하며 추가로 20명이 숨지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 이스라엘 측이 무선호출기 외의 다른 통신기기에도 비슷한 작전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헤즈볼라 삐삐 폭발 배후는 이스라엘…소량의 폭발물 투입”

레바논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한 배경엔 이스라엘이 사전에 설치한 폭발물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폭발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산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이다.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이스라엘은 또한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 3명이 말했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들은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을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본 보안 전문가들도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단순한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테러 이후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도청이나 위치 추적을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무선호출기 사용을 늘렸다. 특히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고 폐기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헤즈볼라가 대량으로 무선호출기를 주문하자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를 역이용해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무선호출기 3000대 이상을 주문했으며 레바논 전역의 조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 등 동맹국에도 전달됐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암살 등 작전 수행을 위해 50여년 전부터 전화 등 통신수단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1972년 뮌헨올림픽 직후 프랑스 파리에 주재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부 마흐무드 함샤리의 암살에는 유선 전화가 동원됐다.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에 살해당한 이스라엘 선수단 11명에 대한 복수에 나선 이스라엘은 함샤리 자택의 전화기에 폭탄을 설치했다. 이후 전화를 받기 위해 수화기에 손을 댄 함샤리는 폭발 탓에 중상을 입었고, 한 달 만에 사망했다. 1996년 이스라엘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가 꾸민 하마스의 사제폭발물 기술자인 야히아 아야시 암살에는 휴대전화기가 사용됐다. 아야시는 이스라엘에 포섭된 팔레스타인인이 건넨 휴대전화를 사용하던 중 폭발로 목숨을 잃었다. 통신 수단이 직접 암살 기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작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주도한 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의 암살에는 위성통신이 사용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헤즈볼라 무선호출기 수백대 동시 폭발…“2700여명 사상”

레바논 전역에서 17일(현지시간)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쓰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750명이 다쳤다.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했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로이터통신·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폭발은 레바논 남부와 동부 베카밸리,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등 헤즈볼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레바논 전역에서 발생했다. 로이터는 레바논 보건장관 고문 등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11명, 부상자는 4000명이라고 보도했다가 이후 보건부가 '9명 사망·2750먕 부상'이라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이를 정정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피라스 아비야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을 인용해 부상자 가운데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는 헤즈볼라 무장대원과 조직원의 10살 딸 등이 포함됐다. 보건당국은 대부분 피해자가 손을 다쳤고, 일부는 손과 복부에도 부상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폭발은 오후 3시30분께부터 1시간가량 계속됐고 일부는 호출이 울려 피해자들이 화면을 확인하는 도중에 폭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스라엘·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호출기가 폭발해 헤즈볼라 대원 등 14명이 부상한 것으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파악했다. 모즈타바 아마니 레바논 주재 이란 대사도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이란 언론들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마스는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날 폭발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레바논 정부는 내각회의 이후 “레바논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이스라엘의 범죄적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아드 마카리 레바논 정보장관은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모든 시민에게 호출기를 즉시 폐기하라고 요청했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이후 최근 몇 달 사이 통신보안을 위해 호출기를 도입했으며 이날 폭발한 호출기에는 대만 업체 골드아폴로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서아시아·북아프리카 지역 디지털인권단체 SMEX는 이스라엘 측이 기기를 조작하거나 폭발장치를 심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퍼(Beeper) 또는 국내에서 '삐삐'로 불린 무선 호출기는 호출음이나 단문 메시지를 주고받는 통신기기다. 이스라엘 측은 폭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날 폭발 사건은 이스라엘 안보 내각이 레바논과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적으로 추가한 지 하루도 안 돼 발생했다. 한편, 미국 측은 이번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은 이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미국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전 세계 언론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팩트들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밀러 대변인은 아울러 “우리는 항상 (중동의) 확전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사건에 대해서든 우려한다"며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우리의 메시지는 이스라엘과 다른 당사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항상 그래왔듯이 이란이 어떤 사건을 활용해 역내 불안정성과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가자전쟁의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아직 말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며,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비난에 대해선 “어떤 종류의 평가도 내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 러시아 본토 타격 이후에도 위기 계속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 공세가 매섭게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dpa 통신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북부 제2도시 하르키우 한 아파트를 활공폭탄으로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이호르 테레코프 시장은 전날 저녁 타격 받은 현장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이 여성 시신 1구를 수습했으며 어린이 여러 명을 포함해 4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도입한 활공폭탄은 주로 구소련제 무기를 개조한 것으로 지상에 떨어지면 15m 넓이 큰 구멍을 만들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하르키우는 2022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100만 명이 넘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대도시 하르키우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폭격을 받은 도시 중 하나가 됐다. 현지 당국은 아울러 수도 키이우 등지에서도 밤새 러시아 드론 공격이 이어져 1명이 부상하고 주택 5채가 파손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본토를 타격 받은 러시아는 최전방인 동부 전선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에 동시 다발적 공격을 퍼붓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 성명에서 중부와 북부, 남부 지역을 공격하는 러시아 드론 56대 중 53대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격추된 러시아 드론 중에는 키이우로 향하던 드론 약 20대가 포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내줬던 지역도 위태롭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체첸공화국 아흐마트 특수부대의 압티 알라우디노프 사령관은 텔레그램에서 전날 쿠르스크주(州) 보르키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이 들이닥친 쿠르스크에서 수잔스키 지구에 있는 보르키 마을을 해방했다는 주장이다. 알라우디노프 사령관은 제801여단의 아르바트 부대가 보르키에서 적군을 소탕하고 포로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보르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송하는 가스관 계측소가 있는 요충지 수자의 남동쪽 마을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2일에도 쿠르스크 마을 10곳을 해방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반격 행동을 개시했다"고 인정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트럼프 암살시도] 50대 백인 남성 용의자, 그는 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죽이려다 체포된 용의자가 50대 미국인 백인 남성으로 나타났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에 심한 불만을 노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CNN방송 등은 수사당국이 15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 살해 미수 혐의로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를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라우스는 1966년 태어나 하와이에서 살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가벼운 범죄 혐의로 8번 체포된 전력이 있었다. 그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노출한 가운데 한때 지지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우크라이나전 이후 크게 실망해 등을 돌린 것으로 관측됐다. NYT에 따르면 그는 엑스(X)에 “자원병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서 죽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메시징 앱 시그널 자기소개 프로필에는 “민간인이 이 전쟁을 바꾸고 미래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썼다. 그는 우크라이나 자원병을 다루던 NYT와 인터뷰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몇 개월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군인 중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NYT는 그가 자신감 있게 전쟁 지원 계획을 말했지만, 계획을 방해하는 인물에 대한 인내심은 없어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무시한 미국인 용병을 두고 “총으로 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고 짚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라우스는 2022년 6월 '뉴스위크 루마니아'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우러 키이우에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많은 다른 전쟁은 회색 지대에 있지만 이 전쟁은 분명히 흑백"이라며 “이 전쟁은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세마포르의 2023년 3월 10일자 기사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국제자원센터'를 이끄는 것으로 나온다. 이 단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외국인을 군부대 및 지원 단체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민간단체다. 뉴욕포스트는 라우스가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면서 우주항공업체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로켓 판매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엑스에 “당신에게서 로켓을 사고 싶다. 그 로켓에 푸틴 흑해 저택 벙커를 겨냥한 탄두를 장착해 그를 끝장내고 싶다. 가격을 알려줄 수 있나"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되면 1월 취임 이전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왔다. 이런 입장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영토를 포기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종전협정을 압박할 계획으로 통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그냥 끝나게 하는 게 미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영국 더타임스 등은 라우스가 페이스북에 대만의 인권을 지지하고, 양안 문제에 있어 대만을 강력히 지지하는 글도 여럿 올렸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라우스는 2020년 5월 미국과 북한의 분쟁을 해소할 중재자를 자청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휴가를 보내러 하와이에 오라고 초대하기도 했다. 라우스는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적극적으로 표출했다. CBS 뉴스에 따르면 라우스는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일어난 트럼프 암살 시도 이후 X에 “난 당신이 사라지면 기쁠 것"이라고 적었다. 이유는 “2016년에 당신을 선택했고 나와 세상은 대통령 트럼프가 후보 트럼프와 다르고 더 낫기를 바랐지만 우리 모두 크게 실망했고 당신은 더 악화하고 퇴보하는 것 같다"고 들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라우스는 4월 22일 엑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민주주의는 투표용지 위에 있고 우리는 질 수 없다"고 썼다. 그는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을 노예로 만들고 싶어 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을 민주적이고 자유롭게 유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 페이스북과 엑스 등은 라우스의 계정을 폐쇄한 상태다. 라우스의 아들은 아버지가 평소 암살을 시도할 정도의 과격한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CNN에 “아버지가 사랑스럽고 배려심이 많고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성격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플로리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아버지는 미친 짓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 같지는 않기 때문에 일이 과장됐을 뿐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는 좋은 아버지이자 훌륭한 사람이니 정직한 시각으로 그를 묘사해달라"고 덧붙였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트럼프 암살시도] 해리스 “매우 심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미수 사건을 강하게 규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암살 시도 가능성에 매우 심란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관계를 파악해가는 가운데 나는 정치폭력을 규탄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각자 맡은 바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해 감사하다"며 “미국 비밀경호국과 법 집행 기관 경각심을 치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정부는 비밀경호국이 본연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 역량, 보호책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후속 대책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암살 시도에 노출됐다. 그는 비밀경호국 요원이 골프장 밖에서 AK-47 유형 소총으로 무장한 용의자을 발견하고 미리 사격해 달아나도록 하면서 피격 위기를 넘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행들은 다치지 않았으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 사건을 암살미수 사건으로 규정했다. 하와이 출신의 58세 우크라이나 지원론자로 알려진 용의자는 고속도로에서 도주하던 중 체포돼 범행동기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유세 중 총격으로 귀를 다친 지 두 달여 만에 또다시 암살 시도를 모면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푸틴 “우크라에 러시아 공격 허용하면 그들도 전쟁” 으름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깊숙한 영토 타격을 허용한다면 이는 서방과 러시아 간 전쟁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FP, 타스 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기자와의 문답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영토 타격 허용 관련 질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이 분쟁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에게 가해질 위협에 기반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대응을 경고했다.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분쟁에 직접 참여할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의 현대 고정밀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할 능력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하지 않은 위성의 정보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나토, 유럽연합(EU), 미국 위성의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무기 사용 관련 제한을 해제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위장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다. 그는 “이는 집단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개입 정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며 “물론 러시아는 이에 따라 반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사회 시설을 겨냥한 테러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이날 러시아 주재 대사들과 우크라이나 문제 관련 회의를 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이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장거리 미사일 사용에 대한 제한 해제를 결정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이런 결정을 대중에 더욱 '아름답고 우아하게' 알리려고 고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를 공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압박당하고 있고, 앞으로 압박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이를 일부 완화해 방어 목적 반격에는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게 했다. 그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으로 러시아 후방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일각에서는 서방이 이를 일부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트럼프 2024’ 모자쓰고 활짝 웃은 바이든…“고마워, 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이 9·11 테러 23주기를 맞아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의 소방서를 방문, 지역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2024' 모자를 잠시 썼다고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트럼프 모자'를 쓴 바이든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이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공화당원 중 일부는 이 사진을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적 능력을 공격하는 데 쓰기도 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발 빠르게 바이든 대통령의 사진을 올리면서 “어젯밤 토론에서 카멀라가 너무 못해서 조 바이든이 방금 트럼프 모자를 썼다"라고 적었다. 전날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을 언급하며 비아냥댄 것이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지지해줘서 고마워, 조!"라는 글도 추가로 올렸다. 이에 대해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9·11 테러 23주기를 맞아 초당적 단결을 강조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베이츠 부대변인은 “섕크스빌 소방서에서 대통령은 9·11 이후 국가의 초당적 단결에 관해 이야기했고, 우리가 다시 (단결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의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지지자 한 명에게 모자를 줬고, 그 지지자는 같은 정신으로 대통령도 트럼프 모자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잠시 트럼프 모자를 쓴 것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은 9·11 테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뉴욕에서 열린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불과 몇 시간 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TV 토론에서 맞붙었던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수로 인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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