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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뉴욕증시 3대 지수↑ S&P500 편입 종목 등 상승세

9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동반 급반등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84.18p(1.20%) 뛴 4만 829.5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2.63p(1.16%) 오른 5471.05, 나스닥종합지수는 193.77p(1.16%) 상승한 1만 6884.60에 마쳤다. 지난주 주요 주가지수는 올해 최악 주간을 보낸 바 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주에 5.77% 급락해 2022년 1월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S&P500지수 또한 4.3% 밀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증시가 흔들렸던 2023년 3월 이후 최대 주간 하락률을 찍었다. 이날 시장은 고용 불안보다는 큰 폭 조정된 주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되는 만큼 통화완화 기대감을 안고 저가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바이탈놀리지 투자분석가 애덤 크리사풀리는 지난 금요일 이후에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만한 별도의 뉴스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과매도 상태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저가 매수를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상승은 기술 업종의 성장주와 우량주가 골고루 이끌었다. 엔비디아가 3.54% 뛰었고 아마존도 2.34% 올라 나스닥지수를 밀어 올렸다. 테슬라와 브로드컴, 코스트코도 2%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넷플릭스도 1.45% 올랐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16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는 인식 속에 시장 반응이 미미했고 강보합으로 마쳤다. 알파벳은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주도 강세에 힘을 보탰다. TSMC는 3.80% 오르고 AMD(2.83%), 퀄컴(1.63%), Arm(7.03%)도 동반 강세였다. 이날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 보잉은 생산현장 노조와 사측의 근로계약 협상이 합의에 도달한 소식이 전해져 주가가 3% 넘게 상승했다. S&P500 편입 결정 소식이 난 팔란티어는 14% 이상, 델은 3% 이상 크게 올랐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 굵직굵직한 정부 정보기관들을 고객으로 둔 빅데이터 프로세싱 기업이고, 델은 대형 컴퓨터 시스템 제공업체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서밋 테라퓨틱스는 현재 개발 중인 폐암 항암 약물 임상 3상 시험 결과가 대형 제약사 머크의 대표적 항암제 키트루다 효능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는 주가가 장 중 75%까지 올랐고 마감가도 56% 폭등한 채 마쳤다. 반면 세계적 생명공학기업 머크는 주가가 2% 하락했다. 이날 머크는 다우존스지수를 구성하는 30개 종목 중 가장 낙폭이 컸다. 더글라스 C.레인앤어쏘시에이츠의 사라 세티 매니징 파트너는 “지난주는 약간 과매도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약간의 단기 반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쌓이기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돈을 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시장을 좌우할 만한 지표나 이벤트는 없었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채 상환을 제때 못할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8월 소비자기대조사(SCE) 결과에 따르면, 향후 3개월 동안 최소 부채를 상환 못 할 평균 인식 확률은 전월대비 0.3%p 상승한 13.6%였다. 이는 3개월 연속 오르면서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고용추세지수(ETI)는 전월 대비 상승했다. ETI는 고용시장을 보는 선행지수로 지수가 상승하면 고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 콘퍼런스보드는 미국 8월 ETI가 109.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수치는 108.71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 7월 도매재고는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도매재고는 계절 특성 및 거래일 수 차이를 조정한 결과 9035억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0.2% 증가한 수치다. 연준 인사들은 오는 17일과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 대선 TV 토론이 예정돼 있고 11일에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2일에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 등이 나온다. 업종별로 보면 모든 업종이 올랐다. 기술과 부동산, 산업, 금융, 임의소비재가 1% 이상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기준금리 25bp 인하 확률을 71%로 반영했다. 50bp 인하 확률은 29%로 반영됐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마감 무렵과 거의 같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2.93p(13.09%) 내린 19.45였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인류 최초 조만장자 레이스, 머스크 앞서지만...병폐 지적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3년 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조달러(1339조원) 자산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에 본부를 둔 자산 분석 및 마케팅 컨설팅 업체 '인포마 커넥트 아카데미' 최근 보고서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보고서에서 머스크 CEO 재산은 연평균 110%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 등을 설립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를 소유하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 CEO 순자산은 2510억달러(336조원)로 세계 최대 갑부로 꼽힌다. 그런 그의 재산은 2027년까지 4배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인도 아다니 그룹의 가우탐 아다니 회장은 연간 자산 증가율 123%를 유지하면 머스크 CEO 뒤를 이어 두 번째로 2028년 '조만장자'의 자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인공지능(AI)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인도네시아 '에너지 재벌' 프라조고 팡에스투 바리토퍼시픽 그룹 회장도 2028년 '1조달러 클럽' 가입이 전망됐다. 2030년 조만장자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군도 있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다. 가디언은 '석유왕'으로 불린 미국의 존 D. 록펠러 스탠더드오일 창업자가 1916년 세계 첫 억만장자 자리에 오른 이후 누가 첫 조만장자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러면서 사회적 병폐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 상위 1% 부유층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슈퍼 리치' 7700만명이 하위 66%에 해당하는 50억여명과 맞먹는 탄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中 물가상승률 7개월 연속 0%대…디플레 우려 심화

중국의 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1%대를 넘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6% 올랐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9일 밝혔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전망치인 0.7%보다 0.1%포인트 낮다. 중국 CPI는 올해 2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효과로 작년 동기 대비 0.7% 올라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뒤 8월까지 7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8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을 기록하면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8월에는 기온이 높고 비가 많은 날씨 등의 영향으로 CPI에 전월 대비 계절성 상승이 있었고, 전년 대비 상승 폭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PI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8월 PPI는 작년 동월대비 1.8% 하락해 전월(-0.8%)보다 낙폭이 확대됐고 시장 전망치(-1.5%)보다도 낮게 나왔다. 이로써 중국 PPI는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3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국가통계국은 “시장 수요 부족과 일부 국제 벌크스톡(원자재) 가격 하락 등 요인의 영향으로 PPI가 하락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강 전 중국인민은행장은 지난 6일 상하이에서 열린 회의에서 정책 입안자들을 향해 “지금 당장" 디플레이션 압력과 싸워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우리는 약한 내수, 특히 소비·투자 측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이 전 행장의 발언을 두고 “물가 하락을 상대로 한 국가적 싸움을 저명 중국 인사가 인정한 드문 사례"라며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추고 기업들이 임금을 삭감하면서 약화한 수요는 중국의 성장률 목표인 '5% 안팎' 달성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짚었다. 이 전 행장은 또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가 향후 몇 분기 이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골드만삭스의 후이 샨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위축된 심리와 미래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미셸 람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박이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는 임금가 물가의 하방 스파이럴을 부추길 수 있어 급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장기화한 부동산 침체와 지속적인 실업, 부채 우려, 높아지는 무역 긴장 속에서 중국 경제가 더 많은 (부양)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다"고 짚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가전제품과 생산재의 신제품 교체 등 내수 진작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초장기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으나 아직 분명한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민은행 고위 당국자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2월에 이은 추가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 여유가 있다며 유동성 공급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日자민당 선거서 ‘40대 기수’ 고이즈미 급부상…스가 전 총리도 지지

오는 27일 치러지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고이즈미 신지로(43) 전 환경상이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공식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9일 연합뉴스가 인용한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스가 전 총리는 전날 요코하마 시내에서 한 거리 연설에서 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함께 등단해 “이번 총재 선거에서 일본의 조타수 역을 부탁하고 싶다. 응원한다"라고 고이즈미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스가 전 총리는 시민들을 향해 “여러분의 큰 힘, 열의를 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무파벌인 스가 전 총리는 특정 파벌에 소속하지 않고 활동해 온 고이즈미 전 환경상을 선거에서 지원할 뜻을 이전에도 주위에 알려 왔지만, 대중 앞에서 명백하게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마이크를 잡고 “자민당이 정말 바뀔 수 있는지 질문받고 있다"며 “압도적인 스피드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의 새로운 산업을 만들기 위한 성역 없는 규제개혁을 하겠다"면서 “1년이라는 기한을 정해 전력으로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6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이후 7∼8일 이틀 연속 가두연설을 하면서 초반 세몰이에 나섰다. 섭씨 30도가 넘는 늦여름 더위에도 7일 도쿄 중심가인 긴자 연설에는 약 5000명, 전날 요코하마 연설에는 약 7000명이 모여 그의 대중적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올해 43세의 젊은 나이와 준수한 외모로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 특히 지난해 연말 이후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저조한 가운데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개혁을 외치면서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여론 조사에서 총재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10명가량의 인물 가운데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09년 중의원(하원)에 처음 입성해 5선 의원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환경상 재임 경험 외에는 각료와 자민당 주요 간부를 맡은 적이 없고, 가벼운 언행으로 비판받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전날 거리 연설에서 “총재 선거 기간 중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이 정도면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전신전령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인 JNN이 7∼8일 18세 이상 성인 1011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총리와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 인물'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28.5% 지지로 1위에 올랐다. 이시바 전 간사장(23.1%)이 고이즈미에 5%포인트 넘게 뒤지며 2위를 차지했으며 이날 오후 출마를 공식 표명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9.2%)이 상당한 격차로 뒤를 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대선 승부처 ‘TV 토론’ 임박…판세 흔들었던 ‘과거 결정타’ 주목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TV토론이 오는 10일(현지시간) 예정된 가운데 미국 대선 판도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과거 TV토론의 순간들이 주목받는다. 9일 연합뉴스가 인용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TV토론이 대선 판도를 가르는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은 것은 1960년 대선 때부터다. 당시 공화당 후보는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 민주당 후보는 존 F.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흑백 브라운관 속 닉슨은 무릎 부상 탓에 창백한 얼굴에 듬성듬성 수염이 보이는 데다 화장도 하지 않았고,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반면 케네디는 햇볕에 그을린 피부에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7000만명의 시청자는 듣는 것 대신 보는 것에 집중했고, 케네디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1980년 10월 28일엔 대선 투표일을 불과 1주일 앞두고 후보 TV토론이 열렸다. 당시 민주당 후보 지미 카터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로널드 레이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의료복지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그를 공격했는데, 레이건은 웃으며 “또 시작이네"(There you go again)라고 응수한 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 레이건의 이 발언은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고 유행어가 됐다. 레이건은 카터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다. 1988년 TV 토론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조지 H.W. 부시 당시 부통령이 맞붙었다. 사형제 폐지론자였던 듀카키스는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에 대한 사형을 찬성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는 얼음처럼 차가운 인간으로 비판을 받던 듀카키스에게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줄 기회였으나 듀카키스는 냉정하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이를 계기로 듀카키스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겼고 결국 대선에서 패했다.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발 돌 전 상원 원내대표가 맞붙은 1996년 토론의 승부처는 고령 논란이었다. 당시 73세의 나이로 대선에 출마했던 돌 후보는 청년들의 요구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돌 후보는 자신의 나이가 되면 지적 능력과 경험은 지혜의 우위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클린턴은 “돌 의원이 대통령이 너무 늙어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말할 수 있다"며 “내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돌 의원 생각의 나이"라고 쏘아붙였다. 고령 유권자들에게 차별적으로 비치지 않으면서도 경쟁자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는 데 성공한 클린턴은 재선에 성공했다. 2000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 당시 텍사스 주지사가 발언하는 동안 큰 소리로 한숨을 쉬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선에서는 조지 W. 부시가 승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은 2016년 대선의 첫 번째 TV 토론에는 무려 시청자 8400만명이 몰렸다. 두 번째 TV 토론에서는 모욕적인 말들이 오갔고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된 2005년 비디오에서 여성에 대해 성적으로 공격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여성에게 더 나쁜 짓을 했다면서 비난을 피해 가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토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답변 도중 고통스러워하거나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2020년 대선 토론 당시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사회자의 말을 계속 방해하면서 토론의 흐름을 끊는 태도를 보였는데, 이것이 결국 대선 승패에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답변 시간에 집요하게 끼어들자 “이 사람아, 입 좀 다물어주게"(Will you shut up, man?)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거나 정확하지 않은 문장을 구사하는 등 논쟁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며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능력 논란을 재점화하는 심각한 후폭풍을 맞았다. 결국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이어졌고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 후보가 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해리스-트럼프 TV토론 앞두고 원점된 美대선판…지지율 어떻길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거세졌던 '해리스 돌풍'이 잠잠해지면서 미국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던 대선 판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일(현지시간) 예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토론이 이번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최근 여론조사가 나오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거일까지 60일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 10일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예정된 두 후보 간의 TV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 토론의 성패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단 한 번의 토론 패배로 후보직 자리에서 물러났던 점,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점 등을 감안하면 TV토론에 대한 부담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더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시에나 대학과 지난 3∼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28%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는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리스크가 더 크다"며 TV토론 성과에 따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표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에이미 월터 정치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며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지지율 또한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FT가 자체 추적하는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해리스 부통령의 선두 리드가 2.9%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지지율이 추가로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이다. NYT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8%로 해리스 부통령(47%)를 오차범위(±2.8%p) 내로 앞섰다. 이날 미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와 지난 3~6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3개주에서 실시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미시간주(오차범위 ±3.7%p)와 위스콘신주(오차범위 ±4.0%p)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각각 50%, 51%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9%, 49%)을 살짝 앞섰다.펜실베이니아주(오차범위 ±3.5%p)의 경우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50%로 같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5일부터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의 호텔에 체류하며 사실상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토론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인 폴 베갈라는 이번 토론에서 자신을 변화라고 정의하는 것이 해리스 부통령의 최우선 과제라고 FT에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이번 토론에서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은 이번 TV토론이 감정전으로 번질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라이언 윌리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하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전황 어두운데 전력 열세 우크라, 사기 저하·탈영에 對 러시아 고전

러시아에 전력 열세 속 고군분투하는 우크라이나군이 심각한 사기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 방송은 8일(현지시간) 포크로우스크(러시아명 포크롭스크)에서 '사기 저하' 탈영이 지휘관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부 전선에 있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과 장교 6명은 CNN 인터뷰에서 탈영과 불복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경으로 새 동원령에 따라 전장에 끌려 나온 신병 문제를 지목했다. 포크로우스크 전투에 참여한 한 부대 지휘관은 “군인들이 모두 탈영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고 전했다. 이어 “신병들이 이곳에 오면 얼마나 상황이 어려운지 알게 된다"며 “그들은 엄청난 수의 적 무인기, 포대, 박격포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지휘관은 “한 차례 진지에 들어갔다가 살아남은 사람은 다시는 그곳에 돌아가지 않는다"라며 “진지를 떠나거나 전투를 거부하고 군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지난 겨울과 올해 봄 우크라이나군이 전력 열세 속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더 심각해졌다. 이 시기 우크라이나군은 미국 군사 지원이 몇 달간 지연되면서 물자 부족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당시 다가오는 적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탄약이 없어 포격하지 못하고 보병 부대를 보호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동부 도네츠크 격전지 차시우야르에 배치된 부대 장교 안드리 호레츠키는 “참호 속에서 24시간 근무하는 병사들이 총을 쏘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 진군 소리를 듣는 병사들은 만약 총을 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59 독립 기계화 보병 여단 장교인 세르히 체호츠키는 “3∼4일 주기로 군인을 교대시키려 하지만 드론 숫자가 많이 늘어나 너무 위험해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군인들이 더 오래 전장이 머물러야 할 때도 있다. 최장 기록은 20일"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전황이 악화하면서 탈영병도 점점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 따르면, 검찰은 올해 첫 4개월 동안 주둔지를 포기하거나 탈영한 혐의로 약 1만 9000명 군인에 대한 형사 소송을 시작했다. 일부 지휘관은 아예 탈영과 무단결근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군인들이 자발적으로 복귀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일반화되면서 첫 번째 탈영이나 무단결근은 처벌하지 않게 법이 바뀌기도 했다. 호레츠키는 이에 “일리 있는 조처"라며 “(처벌) 위협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다. 똑똑한 사령관은 병사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포크로우스크는 러시아 전력이 집중되는 동부 전선 요충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장악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지역 군사 및 공급 허브인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하는 것이 그 목표를 향한 주요 단계가 될 것이라고 겨눴다. 이후 러시아군은 수개월간 포크로우스크로 조금씩 진군해 왔고,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진격에 속도가 붙었다. 러시아군은 8일엔 포크로우스크에서 12㎞ 떨어진 동부 도네츠크 노보그로디우카 마을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지역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은 병력 규모와 무기의 열세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지휘관은 우크라이나군 1명이 러시아군 10명과 싸우고 있다고 추정한다. 또 보안상 이유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단 장교는 부대 간 의사소통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기 저하를 우려해 일부 부대에 전체적인 전황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웃 부대가 후퇴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 러시아 공격에 노출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개전 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을 단행해 적지 않은 전과를 올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적절한 서방 지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겨냥한 이 작전은 지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가 지친 상태로 국경을 넘어 돌아온 병사들은 공격 작전에 회의적 반응이 보였다. 쿠르스크에서 임무를 끝내고 국경을 넘은 공병 대원 중 한명은 “러시아에 들어간 게 이상했다. 이 전쟁에서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켜야 했는데 지금은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병사는 “일부 부대는 교대 근무 후 휴가를 보내지만, 다른 부대는 쉬지 않고 싸운다. 시스템이 그다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병사는 “3년간 이런 전쟁이 계속되니 이제 모든 것이 똑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운동 못하는 ‘부실 몸’, 전자담배도 연초처럼 해로워

사용률이 급증한 전자담배가 기존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운동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아즈미 파이살 박사팀은 8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 열린 유럽 호흡기학회(ERS) 학술대회에서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흡연자, 비흡연자 간 운동 능력 비교 실험 결과를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폐 기능이 정상인 20대 60명을 대상으로 고정식 자전거를 이용해 운동 능력 등을 측정했다. 참가자 중 20명은 흡연 경험이 없는 비흡연자였고, 20명은 최소 2년 이상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 20명은 최소 2년 이상 일반 담배를 피운 사람이었다. 각 참가자가 자전거 운동을 하는 동안 심장과 폐, 근육 반응이 최대치에 도달할 때 '최대 운동 능력'을 측정하고,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동맥 기능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 최대 운동 능력은 186와트(W)로 비흡연자(226W)보다 크게 떨어졌다. 일반 담배 흡연자(182W)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대 운동량에서의 분당 평균 산소 소비량도 전자담배 흡연자는 2.7ℓ, 일반 담배 흡연자는 2.6ℓ로 비흡연자(분당 3ℓ)보다 적었다.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에서도 전자담배 사용자와 일반 담배 흡연자는 모두 비흡연자보다 혈관 기능이 떨어지는 징후를 보였다.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흡연자는 최대 운동 수준에 도달하기 전 숨이 차고 다리 근육 피로가 심했고, 근육 피로 징후인 혈중 젖산 수치도 높았다. 파이살 박사는 “참가자들은 폐 손상 징후가 없는 젊은이들이지만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 사용자는 자전거 운동하는 동안 뚜렷한 과호흡과 높은 근육 피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파이살 박사는 연구 배경으로 '장기적 사용'에 초점을 뒀다. 그는 “이전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이 폐 염증과 손상, 유해한 혈관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적 전자담배 사용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소속 필리포스 필리피디스 박사는 “전자담배는 젊은 층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맛으로 저렴하게 판매돼 더 많은 젊은이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모른 채 전자담배 습관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연구에서 발견된 연관성이 인과 관계인지 아니면 그룹 간 다른 요인 차이에 의한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는 전자담배가 운동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의사와 정책 입안자들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을 막기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전기차 전망, 정말 한계?...‘기회의 땅’은 미국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관련 업계 시선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동화(전기차 전환) 사업에 쏠리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 배터리 업체들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 대응에 필수적으로 꼽히는 전동화 사업을 위해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사실 자동차 판매량만 보면 미국은 세계 1위 중국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조사 결과, 2023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총 3005만대(34.4%)에 달하는 차량이 판매됐다. 유럽은 1670만대(19.1%), 미국은 1613만대(18.5%)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차량 평균가를 감안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미국에 가깝다. 미국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가 차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미국 신차 평균 거래 가격(ATP)은 4만 8644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조사에서, 6월 기준 중국 승용차 평균 판매 가격은 약 18만 6000위안으로 확인됐다. 달러로 환산 시 2만 6000달러가량이다. 판매량과 평균 판매가를 곱해 시장 규모를 단순 비교하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1047조원을 넘어선다. 중국은 1043조원 안팎 수준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자국 브랜드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점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CPCA 통계를 인용해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 점유율이 올해 7월 33%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이 비율은 2022년 2월 56.6%였으나 같은 해 7월 50.2%로 감소한 데 이어 추가로 줄었다. 미국이 온실가스(GHG) 배출 규제책과 기업 평균 연비(CAFE) 규제를 시행하는 점도 전동화 사업 전망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두 규제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차량 공급대수 등을 기준으로 크레딧을 계산해 업체에 부여한다. 만일 3년 내 마이너스 크레딧을 청산하지 못하면 페널티가 부과된다. 이에 해당하는 업체는 벌금을 내거나 다른 업체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실제로 전기차 업계 1위 테슬라는 실적 발표 시 '규제 크레딧' 항목을 별도 기입하고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테슬라 규제 크레딧 매출은 2021년 14억 6500만달러, 2022년 17억 7600만달러, 2023년 18억 2400만달러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규제 크레딧으로만 연간 2조원이 넘는 돈을 버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완성체 업체가 이런 규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연간 수억달러에서 많게는 수십억달러 크레딧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서더라도 전면 후퇴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이유다. 이에 최근 삼성SDI는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35억달러(약 4조 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 양산이 목표다.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들어설 합작법인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해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포드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한국 제조사들과 협력해온 배터리에 대해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양산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머스탱 마하-E 모델용 일부 배터리 생산을 폴란드 공장에서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포드와 SK온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켄터키주 1공장은 2025년 중반부터 E-트랜짓 전기 트럭과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 CATL 역시 포드와의 기술제휴 형태로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美 재무 “고용·소비 탄탄…미국 경제 연착륙 중”

부진한 미국의 8월 고용지표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살펴보는 위험 지표인 자산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나 레버리지(차입투자) 수준 등이 괜찮아 보인다"면서 “빨간 불이 번쩍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들이 있지만 (강한 성장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유의미하게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놀랍다"면서 “이는 대다수가 연착륙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량 실업 없이 임금이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적절한 속도로 오르고 있다면서 월별 고용 증가세는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를 흡수하는 데 필요한 수준에 있다고 봤다. 다만 고용 증가세와 소비가 탄탄하다면서도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비농업 고용은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해 16만명가량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실업률은 4.2%로 시장 기대에 부합했지만, 7월 고용 증가 폭은 처음 발표했던 11만4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대폭 줄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1.7% 하락했고, 주간 하락률(4.2%)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인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컸다. 옐런 장관은 금융 시스템상의 위협에 대해서는 “은행 밖 금융시스템에 대한 규제는 훨씬 적으며 거기에 위험이 있다"면서 사이버보안 위험 등을 거론했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감세로 세수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인구 고령화와 사회보장 프로그램 확대로 인해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미중간 경제·산업 분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옐런 장관은 양국 간 경제적 관여가 중요하다면서 “나는 분명 다시 중국에 갈 수 있으며, 중국 카운터파트(상대방)의 방미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 허리펑 부총리와 만난 바 있다. 이 발언을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내에 양측 경제 수장간 추가 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내 생각엔 우리가 어떻게든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제이 샴보 미 재무부 국제 담당 차관이 4월에 이어 조만간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 등을 논의할 대표단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과의 관여가 필요한 분야로 기후변화와 개발도상국 채무 구제 등을 꼽았고, 향후 국제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에도 상대국들과 접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미중 관계가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며 “우리에겐 충분한 이견이 있고, 이를 논의하고 맥락을 파악할 기회가 없다면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과 관련, 미 정부의 검토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옐런 장관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내년 1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비롯한 고위직을 계속 맡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마 그만하겠지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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