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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위한 도시건축 실현”…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6일 개막

서울시는 서울의 도시 건축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시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오는 26일 개막한다고 22일 밝혔다. 행사는 11월 18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 도심 곳곳에서 전시와 포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비엔날레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을 주제로 열리며, 영국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총감독을 맡았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람 중심 도시'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국제 건축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개막식은 26일 오후 6시 30분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리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헤더윅 총감독, 국내외 건축가, 각국 외교사절, 시민들이 참석한다. 이어 주말 이틀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글로벌 개막포럼: 감성 도시(Emotional City)'가 열린다. 포럼에서는 건축물 외관이 인간의 행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도시건축 전략을 다루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비엔날레 기간 서울 도심은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전시는 △주제전 △도시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 등 네 가지로 구성된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는 시민과 창작자가 협업한 친환경 조형물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과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을 선보인다. 도시전에는 켄고 쿠마, 헤르조그&드 뫼롱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참여한다. 서울전은 주요 건축물을 통해 서울의 과거·현재·미래 변화를 조망하며, 글로벌 스튜디오는 세계 시민이 공유한 사진을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으로 구현해 '사람을 위한 매력 도시'를 표현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한층 강화했다. 헤더윅 총감독 워크숍과 강연, 해외 작가 강연, 건축가와 함께하는 달리기 '아키런', 드로잉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임창수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 기획관은 “이번 비엔날레는 13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시민과 한층 가까워진 것이 특징"이라며 “한국 건축가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K-건축문화'의 도약을 모색하고, 연계 전시와 시민 참여를 확대해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한 것도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표류’ 가덕도 신공항…연말 재입찰도 힘들다

지난 5월 현대건설의 포기 선언으로 인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사 표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때 국토교통부가 재검토를 서둘러 연내 재입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젠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부세하다. 국토부가 말 많은 공사 기간과 예산 규모를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나서면서 연내 발주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84개월(7년) 완공을 전제로 한 기존 조건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공사 기간과 예산, 활주로 추가 문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조속한 입찰 공고를 위해 노력 중이나 공고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 산정은 기술·지역 여론·안전 등 복합 요인을 종합해야 해 예측이 쉽지 않다"면서 “부산시가 84개월 공기를 고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제각각이다. 공사 기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업계·지역·국회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한 번 더 입찰 취소를 반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하되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가덕도 건설공단과 실무회의, 전문가 자문회의를 수시로 열고 있으며 필요하면 국회와 지자체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불과 얼마 전까지의 업계 전망과는 사뭇 다르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말 전 재입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국토부의 신중론이 공식화되면서 기류가 확 바뀌었다.입찰을 기다리던 건설사들도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라 컨소시엄에서 이탈해 주간사 자리가 비어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사실상 '0순위'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과거 컨소시엄에서 18%의 지분을 보유했으며, 대규모 항만 공사 등 토목 분야 실적도 갖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찰 조건이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연내든 내년이든 참여할 계획"이라며 “시점보다 조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잠재적 참여자로 거론된다. 정식 컨소시엄 멤버는 아니지만 가덕도 신공항과 연결되는 철도 공사에서 이미 지분 절반을 확보하고 있어 본공사에 참여할 경우 인력·장비 등 현장 관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정식 멤버가 아니어서 현재로선 발주 조건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내부적으로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 참여 여부는 향후 조건에 달렸다"고 말했다. 정치·재정 변수가 사업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대규모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연말 예산 편성과 총선 시기가 겹치면 “재정 부담을 피하려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진단 관계자는 “정치 일정보다는 사업 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이런 관측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지역 사회에서는 정부가 공기 단축을 명분으로 착공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84개월(7년) 공기 준수"를 거듭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등 9개 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본계획에 명시된 84개월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에어부산 공백을 메울 지역 거점항공사 육성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활주로 2본 확보와 핵심 기반시설을 포함하는 '플러스 패키지'를 전제로 정부가 책임지고 예산과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중국보다 못한 한국 시멘트?…‘유해성’ 판단 기준도 없다

우리나라 시멘트 회사들이 생산하는 시멘트의 유해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산하 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단순 모니터링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직까지 유해성을 판단할 만한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시멘트에 대한 유해 물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주무 기관은 국립환경과학원이다. 해당 기관은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매달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시멘트 제품에 대한 중금속·방사능 검출 수준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환경과학원은 중금속·방사능 검사시 총 9가지 유해 물질의 검출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총 11곳에서 생산되는 국내·외 시멘트 제품이다. 대상 성분은 Cr(크롬), As(비소), Cd(카드뮴), Cu(구리), Hg(수은), Pb(납), 131I(아이오딘-131), 134Cs(세슘-134), 137Cs(세슘-137) 등이다. 11곳의 생산처는 각각 한일현대(영월 공장), 한일현대(삼곡 공장), 아세아(제천 공장), 삼표(삼척 공장), 쌍용씨앤이(동해 공장), 쌍용씨앤이(영월 공장), 성신(단양 공장), 한일(단양 공장), 한라(옥계 공장), 유니온(청주 공장) 등 국내 10곳과 스미토모(오사카 공장) 등 일본 1곳이다. 환경과학원은 이들 11곳을 대상으로 지난 8월 모니터링한 결과 수은과 아이오딘-131, 세슘-134, 세슘-137, 등 4가지 항목은 11곳 생산제품 모두 불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크롬, 비소, 카드뮴, 구리, 납 등 5가지 물질은 검출됐다. 문제는 환경과학원은 시멘트 성분 검사시 체크하는 이들 유해물질 9개 중 크롬을 제외한 다른 8가지 물질은 검출 여부만 판단할 뿐 단위당 함유량 등 유해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닸는 것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시멘트 유해성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다. 유일하게 크롬 항목에서 평가 기준이 생긴 것은 2009년부터 일본에서 크롬 검출 자율관리기준을 국내에 도입한 것"이라며 “일본 시멘트 업계는 1kg당 20mg 이상의 크롬이 검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권고하는 크롬 검출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통용되는 11개 시멘트 생산 제품은 모두 기준치 이하로 크롬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나머지 8개 중금속·방사능 검출 항목에 대해선 여전히 어떤 기준점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환경과학원의 모니터링 실효성에 의문이 실리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국내 일부 공장에서 시멘트 생산 시 폐타이어를 활용하고 있어 시공시 근로자 또는 완공된 건물 입주·사용자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시멘트 자체가 이미 해외에서부터 폐타이어 등 폐플라스틱 폐기물을 원자재로 사용해 왔고, 우리는 이런 해외 기술을 후발주자로 들여온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시멘트는 원재료와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건강에 유해한 각종 물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결함을 갖고 있다. 결국 시멘트에 대한 규제를 하기에 앞서 어느 수준의 유해 물질이 나와야 규제를 해야 하는지 평가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어떤 통일된 이론이나 과학적인 증명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해성 수준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는 크롬 항목 한 곳이라도 권고치를 넘는 제품이 적발될 경우 당국 차원에서 경고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자의 눈] 새만금신공항, 2심은 철저 준비해야

지난 11일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에서 국책 사업으로서는 유례없는 국토부의 패소 판결이 나왔다. 이날 서울행정법원은 공동행동 소속 시민 1300여 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과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김 청장과 질의응답을 하던 도중 패소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 분위기가 술렁였다. 함께 앉아 있던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의 어깨가 동시에 들썩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만큼 충격이 컸다.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도 입장에서는 절실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근거리에 군산공항이 있는 데다 여객 수요 기대는 크지 않지만, 정부와 함께 구상하고 있는 물류 트라이포트의 핵심 축이 새만금 신공항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를 비롯한 신기술 기업들의 수출입과 투자 유치에도 직결된다. 계속 홀대받았던 전북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사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며 밀어붙였지만, 조류 충돌 위험 대책과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 근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법원은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축소·왜곡했다고 지적했다. 공항 입지 선정시 조류 충돌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삼았다. 신공항이 들어설 갯벌은 조류 충돌으로 인한 위험도가 높은 장소였지만, 평가 모델을 기준에 부합할 때까지 여러 차례 바꿨음에도 끝내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하자 평가 범위를 13㎞에서 5㎞로 줄여 위험도를 희석했다는 것이다.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이나 수라·서천갯벌의 생태 보존 대책도 실효성이 없고 구체적인 계획도 부족하다며 낙제점을 받았다. 아무리 지역균형발전이 중요하더라도 안전성과 환경 영향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지난해 12월 무안 공항 참사처럼 매우 위험성이 높다. 자칫 물류 트라이포트는 커녕 수조원짜리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새만금 신공항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 해안 지역의 발전에 핵심적이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진짜 성장 전략'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어 포기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 만큼 철저히 준비해 사업에 임해야 한다. 기초적인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실한 근거로 밀어붙이다 패소한 이번 재판 결과에 도민들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하다. 국토부가 2심은 철저히 준비해 2029년 공항 개항 일정에 차질이 없기를 바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김윤덕 장관, 위례 자이더시티 방문…LH 힘 싣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오전 위례 신도시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단지인 위례 자이더시티를 방문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민간참여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공동 사업시행자가 되어 공공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는 건설비 투입과 설계 및 시공을 전담하며 자사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민관 협력형 공공주택사업이다. LH는 이 사업을 '14년부터 본격화하여 올해까지 10만호 규모를 추진했다. 특히 24년 2.4만호, 25년 3만호를 추진했고 9.7주택공급 대책에 따라 30년까지 LH가 직접 시행하는 5.3만호도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오늘 김 장관이 방문한 위례 자이더시티는 '20년 5월 공모를 통해 GS 건설 컨소시엄이 건설한 800세대 규모의 공공분양 주택 중심의 소셜믹스 단지로, '23년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아파트 외관과 세대를 둘러본 김 장관은 “민간 아파트에 못지않은 우수한 디자인과 특화 시설 등에 놀랐다"며, “공공의 안정성과 민간의 기술력이 만나 공공주택을 차갑게 보는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신뢰를 쌓는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LH의 사업현황을 보고 받은 김 장관은 “민간참여사업을 통해 LH는 재무 부담을 줄이고, 민간은 미분양을 비롯한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국민께는 고품질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의 주요 건설사들이 높은 참여율(94.1%)을 보인 점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민간 건설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민간참여사업은 LH의 책임 아래 신속하게 추진되어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김 장관은 GS 건설의 적극적인 참여 의향에 대해 화답하며 “정부도 업계와 꾸준히 소통하며 건설사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여러분의 만족도가 정책의 가장 확실한 성공 지표"라며, “정부도 단순히 '많은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품질과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며 고품질 공공주택을 만들어가겠다"고 화답했다. 또, 소셜믹스 단지가 늘어나는 만큼 제도적 개선방안을 국토부와 LH가 함께 검토해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8월 28일 출범한 LH 개혁위원회는 9·7 공급 대책에서 발표된 LH 직접 시행의 추진계획을 포함한 전반적인 LH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매주 2차례 속도감 있는 논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안 마련을 위해 개혁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대국민 자문단 등을 통한 의견 수렴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K-주택, 美·뉴질랜드서 진격…건설업계 ‘투자형 개발’ 승부수

국내 건설업계가 단순 시공을 넘어 직접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는 '투자형 개발' 모델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뉴질랜드 등 선진 주택시장에 한국식 주거 시스템을 이식하는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6일 본사 사옥에서 뉴질랜드 투자 운영사 HND TS와 현지 건설사 CMP 컨스트럭션(Construction)과 함께 오클랜드 타카푸나 해변 인근에서 추진되는 'The Strand 주택 개발사업'에 대한 시공사 조기 참여 협약(ECI)을 체결했다. 총 219세대 규모의 프리미엄 복합 주거 단지를 지하 3층~지상 7~10층 규모로 조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설계 초기부터 시공사가 참여해 최적의 설계와 공기, 비용을 도출하는 ECI 방식을 택했다.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주거 공간에 특화된 혁신 설계·시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CMP와 설계사 ASC 아키텍츠와 협력, 태양광 패널·전기차 충전소 등 한국식 주거 시스템을 접목한다. 뉴질랜드 현지에 차별화된 주거 가치를 선보이며 글로벌 주택 건설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북부 프로스퍼(Prosper)에서 타운하우스·호텔·오피스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현지 시행사 'Orion RE Capital'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1단계 타운하우스 공급을 시작으로 총 5단계 개발을 계획 중이다. 프로스퍼는 중간 가구 연평균 소득 약 19만 달러(2억 6489만원), 미국 최고 수준의 공립학교를 보유한 신흥 부촌으로 주목받는다. 현지 평균 주택가격도 약 85만 달러(11억 8532만원)로 높으며, 기업 이전이 활발해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 투자처로 평가된다. 대우건설은 2023년 뉴욕 현지 법인 설립과 주재원 파견을 통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사업 확대를 모색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 주택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견 건설사인 반도건설도 LA 도심 한복판에서 두 번째 자체 개발 프로젝트 'The BORA 3020'을 추진 중이다. 대지면적 5만2594제곱피트(약 4886㎡) 규모 부지에 지하 1층~지상 8층 262세대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갖춘 대형 단지다. 반도건설은 1차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상품력과 한국식 주거시스템을 접목, 드레스룸·붙박이장·국내 가전 위주의 빌트인 시스템, 미국 아파트 최초의 실내 스크린 골프연습장 등 차별화된 편의시설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 '한국식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건설사들이 단순 도급 시공을 넘어 투자와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자형 개발'로 체질을 바꾸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본다. 현대건설의 뉴질랜드 주택 개발, 대우건설의 북미 진출, 반도건설의 LA 프로젝트 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K-주택'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서 키우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업계 전반의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 팬데믹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장기 투자형 사업 모델을 확보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며 “플랜트·에너지 인프라, 고급 주거단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건설의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자체 공급 이어 대출 규제 직격…오세훈, 이재명 정부와 연일 대립각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 정책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을 잇따라 비판하며, 서울시 차원의 별도 공급책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움직일 경우 정책 혼선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신혼부부의 꿈을 막는 정책,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의 6·27 대출 규제를 “신혼부부의 꿈까지 짓누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집값 억제와 무관한 장기전세까지 묶어 신혼부부의 짐만 키웠다"며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다른데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시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예로 들며 “버팀목대출은 보증금 4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데, 서울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27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3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줄면서 성북구 미리내집 입주에 필요한 자기 자금이 9000만 원에서 1억4000만 원으로 늘었다"며 부작용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제도 개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라며 “'집값 잡기'와 무관한 주거 안정은 오히려 적극 장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의 9·7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 대책만으로는 서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강남권 등 집값 급등 지역에 대한 획기적 공급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차원의 보완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9·7 공급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을 목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시행, 도심 공공복합사업 상시 추진, 용적률 완화 등을 골자로 한다. 공공 주도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까지 가져가면서 지자체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민간 주도 정비사업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강남권 중심의 공급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김준형 시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도심 주택 공급의 열쇠는 민간 정비사업에 있다"며 “기존 신통기획이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관리처분인가까지 기간을 줄이는 '신통기획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소요 기간을 평균 18년 6개월에서 13년 이내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통 목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가 따로 움직일 경우 실행력이 떨어지고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135만 호 착공 목표는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계획"이라며 “정부와 시가 주도권 경쟁에 치우치면 시장 혼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본격화…5년내 2.3만가구 착공

정부의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하계5단지와 상계마들 단지의 재건축이 내년 초 착공되며, 2029년 준공해 재입주한다. 정부는 지난 9·7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을 앞당겨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30년 이상 된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들에 대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2만3000가구가 신규 착공된다. 하계5단지는 현재 640가구 규모인데 지난해부터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이미 입주민들이 이주 주중이다. 통합 공공임대 640가구와 장기전세 696가구로 재건축 된다. 170가구의 상계마들 아파트도 통합공공임대 170가구 외에 장기전세 193가구로 공급된다. 정부는 노원구 중계1단지도 내년에 사업 승인을 거쳐 재건축을 신속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882가구인데, 통합공공주택 882가구와 분양 488가구로 공급된다. 분양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저렴하게 공급된다. 2027년엔 강서구 가양7단지, 강남구 수서주공1단지 등 매년 3개 단지의 재건축을 착수한다. 4~5년 걸리는 사업 기간 동안엔 입주민들에게 인근 공공임대주택 또는 매입임대주택 등에서 거주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임대주택 입주자 대부분이 주거 취약계층인 점을 고려해 재건축 이후 재입주 시 임대료는 연구용역을 거쳐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책정할 계획"이라며 “일부 단지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함께 공급하고, 같은 동에 임대·분양이 혼합된 '소셜 믹스'를 채택해 여러 계층이 어우러지는 공공주택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김유승의 내집마련 돋보기]풍선 효과에 ‘신고가 속출’…마·용·성 집값 ‘정중동’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공급 확대를 내세웠지만,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은 여전히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다만 6·27 대출 규제로 갭투자가 막히면서 거래가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현장 분위기는 '줄 서서 집을 보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여력이 된다면 지금 매수하되,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으니 무리하게 쫓아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포·용산·성동구에서 아파트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마용성'까지 번진 모습이다. 실제로 KB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성동구는 1월 97.922에서 8월 108.508로 올해 들어 10.811% 상승했다. 용산구도 1월 103.708에서 8월 112.796으로 8.762% 올랐고, 마포구는 98.401에서 8월 106.099로 7.822% 상승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이 3.785%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전월 대비 용산구는 1.06%, 성동구는 0.96%, 마포구는 0.59% 각각 상승했다. 송파구(1.20%)보다는 낮지만, 서초구(0.61%)나 강남구(0.54%)보다는 높은 상승치다. 서울 내 다른 지역인 광진구(0.52%), 영등포구(0.54%)와 비교해도 오름폭이 크다. 이 때문에 마용성은 “집이 하나 나오면 주말에 줄 서서 본다", “현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 못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현장을 확인해보니 '줄을 서서 집을 본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이지만,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신중히 내놓는 상황이라고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마포구 A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워낙 없으니 중개사끼리도 공유하지 않고, 만약 돈을 싸들고 온다고 해도 당장 원하는 매물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은 맞다"면서도, “집이 나오면 바로 팔린다고 줄 서서 보는 건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전 매물이 21억원에 팔리면 23억원에 내놓는 식으로 호가를 계속 올리며 여유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라 나가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물이 없는 이유는 집값 오름 기대 뿐 아니라, 대출이 막혀 갭투자를 통한 갈아타기가 어려워 그냥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포 B 중개사도 “토허제 지정 가능성으로 매매가 몰릴 거라는 예측은 있지만, 실제 체감은 크지 않다. 돈이 있고 실거래할 의사가 있는 사람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한 번 오른 가격 아래로 거래되진 않지만,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사를 통해서도 고객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1000~2000만원 정도를 올려 거래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매물을 거두려는 집주인에게 호가를 더 올려가며 집을 구매할 정도로 과열된 상황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마포 C 공인중개사는 “6·27 이전에는 거래가 활발했지만 현재는 멈춘 상태로, 9.7 대책 이후에 마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잠실·삼성·대치동은 매물이 도는 편이지만 마포는 여전히 잠잠하다. 다만 대출이 막혀 돈 있는 사람만 유리해졌고, 매매가 오르면서 전세·월세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성동구 A 공인중개사도 “성수동은 줄 서서 살 정도는 아니지만, 대출 규제가 강해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만 사는 상황"이라며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배짱을 부리고 있어 연말까지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성동구 B 공인중개사는 “집값은 10년 주기로 오른다는 얘기가 있는데, 2015년 이후 2025년이 딱 맞아떨어져 집값 상승을 향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다"며 “매매가 올랐지만, 전세는 씨가 말랐다. 대출규제 이후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해 전환하는 분위기로, 기존 세입자들도 연장을 택해 신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전하는 바와 같이 신고가 거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96㎡는 지난 4일 25억1000만 원에 거래돼 직전 대비 2억2000만원 올랐다. '서울숲더샵' 전용 92.24㎡는 1일 3억1000만원 오른 24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롯데캐슬파크' 전용 102㎡는 지난달 23일 1억2000만원 상승한 20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또, 용산구에서는 6일 '산호아파트' 전용 86.12㎡가 직전 대비 4억원 오른 24억원에 거래됐다. '대우월드마크용산' 전용 107.62㎡는 지난달 27일 2억5000만원 뛰어오른 20억원에 손바뀜했다. 마포구에서도 지난달 15일 '공덕자이' 전용 114㎡가 1억원 오른 25억5000만원에 판매됐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8㎡는 지난달 30일 3억8000만원 급등한 27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다만 신고가 소식이 잇따르는 와중에도 직전 거래보다 낮은 사례가 포착돼, 시장은 다소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예시로, 마포구 '현대아파트' 전용 84.47㎡는 지난달 29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돼 가격이 1억2000만원 떨어졌다. 성동구에서 지난달 25일 판매된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73㎡도 직전 대비 6500만원 낮은 24억500만원에 팔렸다. 10일 손바뀜한 '서울숲더샵' 전용 92.08㎡도 8000만원 내린 1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세 아파트 모두 직전 거래가 6월에 이뤄진 만큼, 신고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용성의 인기 요인으로 젊은 세대의 '신축·한강변·직주근접' 선호를 꼽는다. 특히 20~40대 실수요자들이 한강변 입지와 도심·강남 접근성을 이유로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지하철 2호선,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등 편리한 교통망도 장점이다. 성동·마포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이 됐다. 재건축·재개발 기대감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마포 아현뉴타운·공덕 재개발, 성산시영 재건축, 성동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연초 토허제 재지정된 강남3구와 용산은 17일 토허제가 약 1년 연장됐지만, 마포와 성동은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것도 특장점이다. 다만 신고가가 속출하며 집값 흐름이 심상치 않은 탓에 마포와 성동은 토허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마포구의 7월 거래량은 120건에서 8월 148건으로 23% 증가했고, 성동구도 7월 102건에서 8월 170건으로 늘어나 거래 회복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9·7 주택공급대책에서 국토부 장관의 토허제 지정 권한 확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마포·성동 지역 매수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토허제가 지정되면 해당 지역이 '정부가 찍은 요충지'로 간주돼 집값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대출 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가 규제 시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질 경우 지금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현 시장 분위기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프롭테크리서치랩장은 “선호하는 지역에서 내가 원하는 유형과 가격대가 확보될 수 있는지를 보고 향후에 살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9·7 대책에서 규제지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시사해, 원래 가능했던 대출도 추후에는 범위가 줄어드는 식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선택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지금 움직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 농협 부동산 수석 위원은 “전체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올라가는 고가 아파트는 많지 않고, 대세를 움직일 만큼 의미 있는 거래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은 대다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상태로, 일부 사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면 시장에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내 집 마련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단기적 가격 상승만 보고 무리하게 쫒아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토허제 두고 정부·서울시 ‘규제 권한’ 신경전

서울시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권한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토허제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1년 3개월 연장했지만 마포·성동구로 확대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토부가 지정 권한을 나눠가지려 하는 상황에서 홀로 부담을 지기 싫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계속되고 확대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의 몫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전날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허제 지정을 1년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규제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실수요자 주거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해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등 8곳도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추가 지정이 유력하다고 거론됐던 마포·성동구는 이번에도 빠졌다. 두 지역 모두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져 규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7% 올라 전주(0.2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마포구 역시 0.17% 올라 전주(0.12%)보다 오름 폭이 커졌다. 이는 서울 전체 상승률(0.0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시가 마포·성동 신규 지정을 미룬 배경으로 국토부와의 규제 주도권 조율 부담과 제도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꼽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마포·성동은 지정 요건을 갖췄지만 국토부가 규제지역과 시장 관리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시가 단독으로 추가 규제를 발표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집값 책임을 서울시가 스스로 떠안기보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편이 속이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제는 특정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실거주 목적이 없는 투기성 거래를 막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현행법상 국토부는 국가 개발사업이나 시·도 간 중첩 지역에서만 토허제를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최근 토허제 지정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9·7 공급대책 직후 국회에서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핵심은 토허제 지정권을 국토부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자체가 규제에 비협조적일 경우 지정권을 중앙정부가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국토부는 마포·성동뿐 아니라 경기 과천과 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토허제 확대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허제의 구조적 한계와 장기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는 본래 신도시 보상금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한시적 제도였는데, 지금처럼 도심에 장기 적용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다"며 “인위적으로 가격 변동을 억제해도 언제까지 누를 것인지가 문제이고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성격을 띠는 토허제가 일시적 거래 억제 이상의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위원은 “시는 이미 지정된 지역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규 지정은 향후 해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올해 2월 한 차례 해제했다가 한 달여 만에 재지정했던 경험이 신규 지정의 문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마포·성동의 비지정이 되레 대기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연구원은 “풍선효과라기보다 원래 마포·성동을 노리던 수요가 규제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매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도 “마포·성동을 안 묶으면 '아직 안 묶였다'는 기대감이 대기 자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며 “광진·영등포·동작 등 인접 지역에서 이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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