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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현장]강남권 코앞 ‘실버타운’…한미글로벌, ‘PM 전문’ 기업 체면 살릴까?

“현재 거주 지역인 강남권에 위치한 시니어 레지던스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점 같다. 자녀들이 거주하는 곳과도 멀지 않고 다니던 병원도 인근에 있어 관심이 간다."(60대 남성 방문객 A씨) 지난 5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석촌동 '위례 심포니아' 견본주택 현장에선 이같은 '실버 수요'를 가진 방문객들이 북적였다. 위례 심포니아는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은 한미글로벌은 자회사 한미글로벌디앤아이를 통해 야심차게 준비한 시니어 레지던스다. 장점인 기획력을 살려 국내에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은퇴자들을 공략하는 실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위례 심포니아는 시니어 레지던스가 손에 꼽힐 정도로 부족한 강남권에 위치해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노인 인구 천만시대가 도래했지만, 현재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39개소뿐이며 그 중 서울에는 11개소, 강남권에는 3개소만이 운영 중이다. 이러한 희귀성 때문에 내년 3월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위례 심포니아에는 노년층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위례 심포니아는 강남 생활권과 쾌적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서울 송파구 장지동 위례신도시에 들어선다. 지하 4층, 지상 최고 9층, 총 115실 규모로 공급되며 강남권역 대학병원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나다. 단지 인근에 의료시설, 대형 쇼핑센터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강남권임에도 불구하고 단지를 둘러싼 4.4km 길이의 산책로와 남한산성, 장지천, 위례호수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춘 것도 노인들에겐 최적의 생활 환경이다. 여기에 더해 2025년 9월에는 단지 인근 위례선 위례호수공원역(가칭)이 개통 예정이다. 위례신사선 신설 또한 논의되고 있어 향후 대중교통 접근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견본주택에는 실사용면적 13평형인 B타입과 17평형인 C타입 등 2가지 유닛이 마련돼 있었다. 위례 심포니아는 A~D, 4개 타입으로 구성되는데 A·B타입은 전용면적 33㎡ 1.5룸, C·D타입은 전용 47㎡ 2룸 구조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노인들이 살기 좋은 집'이라는 점이었다. 휠체어가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낮은 단차나 화장실, 방, 거실 곳곳에 설치된 비상벨 등은 기본이다. 입주자들은 맞춤형 특별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간호사 대동 차량 에스코트, 청소 및 분리수거 등 하우스키핑 서비스, 비서 역할의 컨시어지 서비스 등이 실시된다. 또 건강한 여가 시설을 위해 실내골프장, 사우나, 피트니스, 탁구장 등 부속 시설이 설치돼 다양한 문화·여가 프로그램 등을 즐길 수 있다. 건물 내 간호사실, 헬스케어실에서 24시간 건강 상담 및 맞춤 운동 추천, 식단 코칭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또 노인 시설이지만 지역 내 신혼부부가 많은 점을 고려해 단지 내 어린이집을 배치된 점은 특기할 만 하다. 이유를 물어 보니 지자체의 '강요'에 의한 기부채납이 아니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한미글로벌의 자발적 공공 기여의 일환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위례 심포니아 입소는 부부 중 한 명이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이달 중 입소자 모집 공고가 나온다. 가격은 월세형과 전세형으로 구분된다. 월세형의 경우 보증금 4억~5억7000만원에 1인 기준 월 이용료(임대료·생활비·식대 포함) 310만~360만원, 2인 기준 390만~440만원 수준이다. 전세형은 보증금 5억6000만~7억7000만원에 임대료 제외 월 이용료 1인 230만~260만원, 2인 월 310만~340만원 선이다. 한미글로벌은 5년 전부터 국내외 다양한 노인복지주택 사례를 분석해 상품을 준비해 왔다며 성공을 자신하는 기색이다. 그동안 PM 전문 기업으로서 쌓은 기획력, 상품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하는 한국의 현실에 딱 맞는 히트작을 내놓은 것일지 주목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수요 늘려야 주택경기 산다…규제완화 입법 절실”

2년 여간 얼어붙은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수요를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및 수요 진작 정책을 뒷받침 할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건설설부동산 업계에선 여소야대 정국 속 협상이 쉽지 않아 주택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아파트 매매 및 전세수급지수는 2년 넘게 '100' 이하 수준을 유지하는 등 수요 위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22년 들어 '100' 이하로 하락한 수급지수는 위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소폭 개선되는 전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수요 약세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하락해 '100' 이하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급지수의 소폭 개선에 맞추어 가격전망CSI지수도 약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100'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상승 전망에 대한 심리적 여건은 미약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수요 진작을 위해 올해 초부터 24회에 걸친 민생토론회를 개최해 부동산 관련 정책 179개를 마련했다. 이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17개로 21대 국회가 지난달 29일 임기가 종료되면서 모두 폐기됐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 개정), 준공 30년 이상 단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 개정),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규제 완화(소득세법, 지방세법, 종부세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여전히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져 법률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170석과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진보당 각 3석 등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에 달한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에 불과하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은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법령 개정안이 설사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중 종부세 완화의 경우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일부 의원이 제기했다가 지지층 반발에 쑥 들어간 상태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아예 종부세 자체를 없앨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지지층 반발에 종부세 완화론에 선을 긋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선 현재 시장 침체, 수요 위축에서 비롯됐다며 공급늘리는 규제 완화보다는 수요 규제 개선의 적극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주택시장에서 공급 위축이 수요 급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수요 위축 완화 대책도 실현 가능성이 사라짐에 따라 주택시장 침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존의 규제 완화 및 개선의 불확실성이 당장 시장 침체를 완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를 유도하는 가이드로서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수요 규제 개선의 적극적 추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1기 신도시 집값 ‘들썩’…섣부른 매매 ‘주의보’

정부가 추진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정비사업 선도지구 지정 계획 및 추진 일정 등이 확정됐다. 이에 지역 내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도 호가를 올리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다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며, 이주 대책 마련이나 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이로 인해 사업 추진이 늦어지거나 과도한 공사비에 따른 자가 부담금·거액의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재초환) 등이 현실화 될 경우, 지금과 같은 오르고 있는 호가에 섣부르게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면 향후 큰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4일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최근 분당 등 재건축이 추진 중인 일부 1기 신도시 지역에서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상승하는 등 집 값이 들석이고 있다. 우선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 단지 5곳(임광보성·화인유천·계룡·한라·서광영남)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44건으로,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을 발표한 지난달 22일(93건) 대비 52.7% 줄어들었다. 매도 호가도 급등했다. 시범삼성·한신 등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면적 134㎡은 지난달 8일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약 3주후인 지난달 27일 19억5000만원에 시장에 올라오며 가격이 폭등했다. 분당구 수내동 양지5단지한양 전용 164㎡ 또한 직전 실거래가(19억5000만원)보다 4억5000만원 높은 24억원에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추진을 믿고 섣불리 구축 매입 등 투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재건축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7년 내 입주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과도하게 빠르며,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상과 규제 완화 지연. 대규모 이주 대책 마련 등 각종 문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늦어지거나 지속적인 공사비 증가로 큰 금액의 자가 부담금이 발생한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수요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 올해부터 '부활'한 재초환도 수억원대 까지 불어날 수 있어 재건축 추진의 큰 걸림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주 대책 및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섣부른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지역에 따라 폭등한 호가가 끼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매매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개발에 대한 과속 페달을 밟고 있으니 수요자들은 마치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이라 착각하고 이로 인해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호가가 폭등한 것"이라면서도 “재개발 사업은 정부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주체들이 어떻게 의사 합의를 가져가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가가 급등했지만, 분당의 경우 인프라와 입지를 갖췄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더라도 큰 손실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1기 신도시의 경우 투자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미분양 7만 가구 돌파…착공·분양 증가속 인허가 감소

전국 미분양 주택이 1년만에 다시 7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인 준공 후 미분양은 9개월 연속 증가하며 1만3000가구에 육박했다. 반면 주택 공급은 착공, 분양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3월보다 10.8%(7033가구)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를 넘어선 건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만이다. 수도권의 미분양이 늘면서 4월 미분양 증가세를 이끌었다. 경기도(1119가구)와 인천(1519가구)에서 1000가구 이상 미분양이 발생했다.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총 9459가구로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시(9667가구) 다음으로 많은 곳이 됐다. 경기도 미분양은 주로 이천시와 평택시에서 나왔다. 경기도 미분양 규모가 9000가구대까지 늘어난 건 지난 2017년 7월(9560가구) 이후 6년9개월만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2968가구로 3월보다 6.3%(744가구) 증가했다. 준공후 미분양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주택 공급은 인허가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착공, 분양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4월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달 2만7924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9% 줄었다. 올해 1∼4월 누계 인허가 역시 10만248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1% 줄었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인허가 감소 폭이 크다. 수도권 누계 인허가는 작년 동기보다 15.3% 줄었고, 지방은 이보다 더 큰 폭인 24.6% 감소했다. 다만 서울의 누계 인허가는 715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4% 줄며 반토막이 났다. 특히 빌라 등 비아파트의 인허가 감소 폭은 아파트의 2배였다. 1∼4월 아파트 누계 인허가는 9만652가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8.2% 줄었고, 비아파트는 1만1830가구로 37.7% 감소했다. 반면 전국 주택 착공은 지난달 4만3838가구로 작년 동월보다 275.9% 급증했다. 1∼4월 누계 착공은 8만9197가구로 29.6% 늘었다. 아파트 누계 착공은 7만7959가구로 46.3% 증가했지만, 비아파트는 27.6% 감소했다. 분양도 4월의 경우 2만7973가구로 86.3% 늘었다. 1∼4월 누계 분양은 7만661가구로 80.1% 증가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확대 등 정책 효과로 착공, 분양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월 준공은 2만9046가구로 12.7% 줄었고, 1∼4월 누계 준공은 15만4188가구로 24.5% 증가했다. 종류 별로는 아파트 준공이 40.9% 늘었지만, 비아파트는 40.4% 감소했다. 4월 주택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5만8215건으로 전월보다 10.2% 늘었다. 주택 거래량은 작년 12월부터 5개월째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수도권은 뚜렷히 늘어난 반면 지방은 미미해 온도차가 컸다. 4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만7124건으로 전월보다 19.4% 늘었고, 지방(3만2091건)은 3.3% 증가에 그쳤다. 서울의 4월 아파트 거래는 4840건으로 전월보다 39%, 작년 4월보다는 62.4% 증가했다. 4월 주택 전월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24만5405건으로 전월보다 1.0% 줄었다. 작년 동월보다는 11.9% 증가한 수치다. 주택 유형별로 따져보면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이 4월 11만5697건으로 전월보다 5.1% 증가했지만, 비아파트(12만9708건)는 6.0% 감소했다. 올해 1∼4월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8.0%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포인트 높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1년…사각지대·보상부족 논란 여전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이 1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1만7593명이 피해 인정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피해구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피해자 결정 신청 533건을 가결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1일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1년간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1만7593명이 됐다. 피해 신청 가운데 79.4%가 가결되고, 10.2%(2267건)는 부결됐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거나 최우선변제금을 받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는 7.3%(1601건)는 피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으로 피해자들은 금융, 임시거처, 법률, 주택매입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의 있는 피해자들이 많다.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 중인 주택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경매자금을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가 주택 매수를 원치 않는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매입한 뒤 피해자에게 시세의 30∼50% 수준에 임대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사들인 피해주택은 단 1가구에 그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 조치로 경·공매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에 매입 실적이 낮은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하고 있다. LH가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받은 사전협의 신청은 지난달까지 714건이 접수됐다. 이 중 LH가 권리분석을 거쳐 매입이 가능하다고 통보한 주택은 118가구다. 피해자단체 및 야당이 요구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돼 시행할 수 없게 됐다. 정부여당은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구제하는 방안이 전례가 없어 다른 사기범죄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특별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22대 국회에서 특별법 '정부안'을 새로 발의해 후속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매수권을 양도받고 경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에게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서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익도 돌려주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자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정부안이 피해 주택을 매입하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으나, 불투명한 감정가 산정 방식 등 경매차익을 통한 구제 방안이 불문명하고, 보증금채권 매입방안(특별법 개정안)과 달리 최우선변제금 수준도 보장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미분양 급증에도 대규모 신규 분양…도대체 무슨 일?

부동산 경기침체로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오히려 이번 달 올해 최대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안 팔릴 것이 뻔하지만, 고금리에 따른 금융 부담, 장기 불황 가능성,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구조 등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 분양에 나선 것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997가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0.8%(7033가구) 늘어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7만1365가구) 이후 1년 만이다. 게다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달 1만2968가구로 전월보다 6.3%(744가구) 늘었다. 이는 2020년 11월(1만4060가구)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사업 주체가 지자체에 보고하지 않거나 축소 등 거짓으로 신고해도 보고를 강제하거나 검증할 방법이 없는 만큼 업계에선 미분양 주택이 이미 10만가구를 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분양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면 불리해지는 사업자들이 축소 응답했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실제 미분양이 10만가구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면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10년 만에 재도입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CR리츠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취득세 중과 배제(준공 후 미분양 한정)와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을 배제하는 세제 혜택을 준다. 취득세 중과 배제는 이달 28일부로 시행됐으며, 현재 종부세 합산 배제를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 중이다. 이같은 상황이지만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늘리면서 이달 들어 올해 최대 물량 분양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6월 전국 분양예정 아파트는 62개 단지, 총 5만2258가구(임대 포함)로 조사됐다. 1~5월까지 매월 평균 2만가구 안팎으로 공급됐던 분양물량이 6월 들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분양물량 분출은 그간 무기한 분양을 미루고 그 시기를 저울질하던 건설사들이 금융 비용 등을 감안해 더이상 연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불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고금리로 인해 금융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PF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금리는 선순위 기준 10%를 넘기며 최근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 부동산 PF는 사업부지 취득과 인허가 과정의 자금과 관련된 단기 브릿지론과 인허가 이후 착공 및 준공 등 건설 과정에 필요한 본 PF로 구분된다. 건설사들은 통상 분양 과정에서 회수한 중도금을 통해 PF 원금 및 이자를 충당하는 등 자금을 융통한다. 분양 시장이 침체됐더라도 금리가 낮다면 일정을 미루고 때를 기다리면 되지만 현재는 공사비 급등 및 낮은 사업성으로 인한 공사 중단, 미분양 등 위험 요인이 있음에도 분양을 감행해야 할 만큼 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매매시장이 회복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이라 분양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자 부담이 커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건설은 브릿지론으로 토지가격을 지불하고 인허가 이후 본 PF로 갈아타면서 시작되는 구조"라며 “본 PF에 들어가지 않으면 부실 사업장으로 몰려 연내 청산될 수 있기 때문에 본 PF 전환을 하긴 하지만 막상 성공해도 공사비 증가 등 위험 요인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폐업이 속출하는 등 건설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1∼4월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1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건)보다 36.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건수도 715건에서 781건으로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의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미분양도 심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수요 진작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아파트 미분양은 약과, ‘진짜 골칫거리’ 수익형 부동산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 부동산 호황기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수익형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익형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 시장은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청약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실제로 올해 들어 오피스텔 청약 17건이 이뤄졌는데 평균 경쟁률이 4.9 대 1에 불과하다. 이는 2022년(5.3 대 1)과 지난해(6.7 대 1) 연간 평균 경쟁률보다 낮은 수치다. 서울 주요 지역 역세권 오피스텔에서도 청약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17~19일 청약을 실시한 강서구 화곡동 '한울에이치밸리움 더하이클래스' 오피스텔은 117실 모집에 13명(평균 경쟁률은 0.11 대 1)만이 청약을 신청했다. 지난 3월 청약에 나선 구로구 가리봉동 '가산 G밸리 라티포레스트'(3.3 대 1), 금천구 시흥동 '서울 우남 w컨템포287 오피스텔'(2.7 대 1) 등도 한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부천시 소사본동 '현대 프라힐스 소사역 더프라임'은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올 4월까지 아홉 차례 청약을 진행했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사들은 오피스텔 공급을 꺼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분양실적은 전국 159가구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오피스텔 분양이 아예 없었던 올해 1월을 제외하면 지난 2009년 8월(148가구) 이후 14년 만에 기록한 역대 최저 기록이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의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일각에선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3% 올라 5개월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선 시장 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식산업센터 시장도 갈수록 침체 늪에 빠져들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236건으로 전년 동기(125건)대비 88% 급증했다. 경매 매물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는 적어 낙찰률과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하락세다. 법원 경매에 나온 지식산업센터의 낙찰률은 지난 2022년 45.0%에서 지난해 28.9%, 올해는 25.0%로 급락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지난 2022년 88.7%에서 올해 69.6%로 떨어졌다. 거래도 얼어붙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지식산업센터 거래액은 총 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8% 감소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 거래액(1조5천억원)과 비교하면 60% 줄었다.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연 20%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지식산업센터 매매가격 역시 지난 2022년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2.0%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호황기를 맞이해 투자처로 인기를 높였던 지식산업센터는 최근 공급 과잉과 고금리 등의 여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분양형 호텔, 물류센터 등 다른 수익형 부동산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가 침체도 수요가 줄어든데다 몇년새 공급은 폭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생숙은 2022년 8만6920개로, 2018년 3만여개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지식산업센터는 지난 1월 말 전국에 총 1529곳이 공급됐는데, 이는 4년 전에 비해 362곳이나 늘었다. 그바람에 전국적으로 50~90%가 공실로 남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용도 변경 허용을 통한 대출 및 거래 활성화, 세제 혜택 등 시장을 활성화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과 국내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겹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많이 침체된 상황"이라며 “시장 침체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도세, 소득세 완화 등 시장을 활성화하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서울 신혼부부는 집 걱정 없이 결혼·출산하세요”

서울시가 2026년까지 3년간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4396가구를 공급한다. 2026년부터는 매년 신혼부부의 10%에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 시즌2를 시작하고, 새로운 임대주택 모델인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도입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9일 시청 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주거 문제로 출산을 고민하는 신혼부부가 없도록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거주 공간을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무자녀 신혼부부와 예비부부도 입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 시즌2를 새롭게 도입했다. 자녀 출산시거주기간 연장, 우선 매수청구권 부여 등 혜택도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 300호 공급을 시작으로 매년 상·하반기 입주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26년까지 총 2396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 연장 및 우선 매수청구권 부여 등 혜택을 부여한다. 아이를 1명 낳으면 최장 거주기간이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된다. 2명을 낳으면 20년 뒤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3명을 낳으면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 자녀 수가 많아지면 넓은 평수의 집으로 이사할 기회를 준다. 해당 단지 내 공가 발생 시 가능하며, 공가가 없다면 입주자 희망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입주대상은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된 신혼부부다. 모집공고일 기준 혼인신고일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중산층과 실수요자를 위해 소득 기준도 완화했다. 전용면적 60㎡ 이하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가구 180%), 60㎡ 초과는 150% 이하(맞벌이가구 200%)다. 소유부동산 2억1550만원 및 자동차 3708만원 이하도 충족해야 한다. 입주자는 유자녀와 무자녀 가구를 구분해 공급물량의 50%씩 선정하고,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방 2개 이상의 넓은 평형을 우선 배정한다. 서울시 연속 거주기간,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기간 등을 반영해 점수순으로 선정하되 동점자는 추첨한다. 다만, 맞벌이 가구에 대한 소득 기준 완화와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 연장은 국토교통부 승인사항으로 현재 협의 중이다. 시는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에도 입주 후 출산 가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신혼부부를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모델인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도입한다. 대상지는 역세권 350m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로 오는 2026년까지 2000호가 공급된다. 결혼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인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며 민간·공공주택 70%, 분양주택 30%로 공급한다. 민간임대주택은 주변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50% 수준이다. 출산 시 우선 양도권과 매수청구권을 준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맞춤형 주거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신혼부부 특성과 세대원 구성 변화를 반영해 알파룸·자녀방 등 다양한 구조·형태를 갖추고, 생활편의를 위한 냉장고·세탁기·인덕션·에어컨 등 고급형 빌트인 가전을 설치한다. 공동 육아나눔터, 서울형 키즈카페 등 맞춤형 육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입주신청~계약~퇴거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신혼부부 안심주택 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입주 시 보증금 지원 신청, 입주 이후 관리비 상담, 시설·서비스 이용 연계 등 주거지원을 전담한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민간 사업자 대상 지원도 강화한다. 각종 심의를 통합·간소화해 통합심의위원회 사전자문부터 사업계획 승인까지 통상 12개월 이상 걸리는 인허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한다. 용도지역도 법적 상한용적률을 최대로 부여한다. 예컨대 현행 200%인 2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상한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 금리 인상, 원자재값 폭등에 따른 건설업계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건설자금 최대 240억원에 대한 이자 차액 2%를 지원한다. 오 시장은 “그동안 장기전세주택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는 각오로 이번 대책을 내놓게 됐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낳기만 하면 사회가 함께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필요한 자원을 최우선으로 투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공사비 분쟁에 할인분양 갈등…‘전쟁터’ 된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이 갈등의 장이 되고 있다. 곳곳의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시공사-조합 간 줄소송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미분양 사업장에서도 할인분양을 둘러싸고 수분양자와 시행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조합간 갈등이 극심하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대폭 오르자 건설사들의 원가율(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적정 수준인 8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원가율을 개선해야 하는 건설사들은 자재값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조합은 분담금 증가를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범천1-1 재개발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539만9000원이던 3.3㎡(평)당 공사비를 926만원으로 증액하겠다고 통보해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에는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GS건설은 지난 3월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 조합을 상대로 물가상승 공사대금 등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액은 약 323억원이다. 미아3구역은 2014년 총공사비 1980억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해 2017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690억원을 증액했다. 롯데건설 역시 서울 송파구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107억원) 강남구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원) 인천 미추홀구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83억원) 등과 공사대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 또한 인천 부평구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과 1645억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이어오다가 최근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결정해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는 갈등 중재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할인 분양을 둘러싼 수분양자와 시행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달 대구 동구 '안심호반써밋이스텔라'는 입주자 반발에 할인분양을 보류하기로 했다. 당초 시행사인 호반산업은 미분양 단지를 사면 '5년 뒤 잔금 납부' '최대 9000만원 할인'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할인분양을 시도했지만 이에 기존 입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입주민들은 지난 2월 서울로 '상경 트럭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13일에는 아파트 출입구를 차로 가로막아 통행을 방해했다. 대구 수성구 빌리브헤리티지는 시행사의 할인분양을 막기 위해 기존 입주자들이 철조망을 치고 경계를 서기도 했다. 이들은 정문을 비롯해 아파트 사방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공매 및 수의계약 세대 입주 결사반대' '2차 추가 가압류 확정' 등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건설업계에선 이같은 할인분양 갈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194가구로, 한 달 새 2.8%(327가구) 증가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수요가 적은 지방에 몰려 있다. 정부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같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시장의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다. 서 교수는 “미분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할인분양 갈등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취득세나 양도세를 감면하는 등 획기적인 수요 진작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건설부동산 위기 전문가 간담회 “부동산PF 부실화 해결, 정부 정책에 달렸어”

건설부동산권익보호협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부동산 위기 진단과 해법' 전문가 간담회를 27일 개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 해결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계속해서 위기 상황이지만 국민들이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부동산 시장은 공급자 시장, 수요자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체감이 어렵다. 다수의 국민은 서울 집값이 오르면 부동산 시장이 좋아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은 일시적인 반등일 뿐, 공급자 시장에서 보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잃어버린 20년이 온다면 아마 PF 위기에서 시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굉장히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실 사업장 매입하고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로 미분양 매물을 산다고 하는데 LH는 전세 사기, 공공 사업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CR리츠로 해결할 수 있는 미분양 매물은 3000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은 다 위기인 상황이다"라며 “근본적으로 건설회사들은 분양가 할인을 해줘야하고, 정부는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은행들은 저리 대출을 통해 지방에 미분양을 매매하게 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이충한 건설부동산권익보호협회 기술본부장은 기준금리 상승이 부동산 PF 시장 부실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꼽았다. 아울러 정부의 공공주택 확대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본부장은 “물가 상승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PF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증가했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 부실화로 인한 시장 붕괴는 단순한 가격 하락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과 시장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향후 공공주택 확대 및 공급 부족 완화 대책을 포함한 잠재적 해결책을 고려해야 한다"며 “새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시행사 건설사의 수익성을 높이고, 다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두번째 발제자인 원영섭 건설부동산권익보호협회 협회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택 공급에 대해 거론하며 “주택 가격이 100% 상승할 때 출산율은 최대 0.3명까지 감소하고 무주택자와 자가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출산율이 0.45명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1인 가구화가 진행 중이라는 전제하에 중소형 아파트 집중 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자녀와 함께 사는 3040세대 실수요자들은 84㎡의 중형 아파트를 선호한다"며 “앞으로 4인 가구와 4인 주거 회복을 지향한 중형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의 주거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도 출산율을 높게 만들 수 있는 개선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법률사무소 집 후원으로 개최됐다. 사회는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맡았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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