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등 가상화폐와 관련 종목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의 국내 보관 금액은 12일 기준으로 1377억 달러(약 190조5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로 집계됐다. 올해 연초인 1090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22.7% 늘은 수치다. 최근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열풍은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한 달(7월14일∼8월13일) 동안 순매수액이 가장 많았던 미국 주식을 살펴보면 10위권에 가상 자산 기업이 3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주는 지난 달 말 상장한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5위·1억5800만달러) 한 곳이 유일했다. 순매수 1위는 암호화폐 채굴·투자 회사인 '비트마인'(Bitmine)으로 한 달 동안 2억9200만달러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웹마케팅 업체 '샤프링크 게이밍'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각각 7위(순매수액 1억2200만달러)와 8위(1억1800만달러)였다. 이중 비트마인과 샤프링크 게이밍은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비축하는 업체들이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기반의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출시가 불법이기 때문에 이 회사들의 주식 매수를 통해 이더리움에 간접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더리움은 최근 미국 정부의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실제 자산에 연동된 암호화폐) 법제화 흐름과 맞물려 인기가 치솟고 있다. 많은 스테이블코인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거래되고 있어, 스테이블 코인의 합법화 및 확산과 함께 이더리움의 몸값도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글로벌 금융사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이더리움 가격 전망치를 기존 4000달러에서 75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이더리움 가격은 4471달러를 기록 중이다. 올들어 이더리움 가격은 75% 가까이 급등했다. 금융투자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한 주(7∼13일) 동안 66조8765억원에서 67조8339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같은 기간 21조5752억원에서 22조2031억원으로 뛰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통상 증시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 따라 증가한다. 여유 자금을 단기 보관하는 '파킹' 자금인 CMA(자산관리계좌) 잔고는 한 주 사이에 84조269억원에서 86조8천317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다른 파킹 자금인 MMF(머니마켓펀드)는 같은 기간 반대로 약 1조6000억원이 감소해 230조6309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