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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불확실성을 기회로…中企·소상공인 희망 있다”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국내 중소기업 정책사(史)의 원로인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새해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희망'을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올해 중소기업 경기에 대해 “암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라틴어 구절을 언급하며 “버티는 한, 희망은 있다"고 했다. 한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부처 승격 이전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3년 간 중소기업청을 이끌며 '최장수 청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다. 비록 탄핵 정국의 길에 들어서긴 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국민통합위원회 '1호 특위'로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인물이다. 한양대 명예교수로 한국전략경영학회, 중소기업학회, 인사조직학회 회장을 지낸 그는 학계 출신 원로답게 인터뷰 내내 역대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정책 실행에 대한 '쓴 소리'를 마지않았다. 특히 “(탄핵 정국 이후)'식물 정부'가 된 상황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지만 '민생 살리기'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다"며 “소비촉진, 부동산 활성화, 시장 금리 인하 등 '내수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실에서 약 1시간가량 진행했다. 다음은 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만성적인 내수 부진이 제일 큰 문제다. 2%도 안 되는 성장률로는 해결이 안 된다. 그나마 내가 청장을 지내던 시절에는 '여대야소'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분위기가 나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식물 정부' 상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제도를 바꾸면 예산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부 주도의 법 개정은 굉장히 힘들고 예산을 배정받아 나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내수 활성화, 자금 경색 문제 해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 진작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출 금리 인하도 빨리 해야 한다. 장자에 이런 고사가 나온다. 수레바퀴에 땅이 패여 생긴 웅덩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물 한 바가지만 달라고 한다. 그랬더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강에 가서 물을 끌어다 준다고 한다. 말이 되나. 중소기업·소상공인 다 죽고 나서 하면 어떡하나. 세 번째는 결국 여야가 협력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경기가 '올 스톱'이 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않으면 다른 것도 다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해야 새 살림도 장만하면서 소비가 늘어난다. 세제 혜택을 통한 소비 진작과 건설 경기 활성화가 내수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은 우리 경제에 양면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흔히 '차이나 블랙홀'이라고 하지 않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가 어둡다. 또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분쟁도 조기 종식되고 에너지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숨통도 좀 트이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통합위가 만들어져 대·중소상생특위위원장을 맡아 온갖 안을 내놨었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떨어지니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양극화 문제'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상생협력이 국가 전략과 국정 철학이 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민주주의는 평등을 지향한다.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서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주도로 산업화를 이뤘다. 그 결과 불균형이 심화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면 게임을 하면할수록 스코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 제도와 관행이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돼 있고, 같은 규제라도 대기업이 느끼는 것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건 다르다. 대표적인 게 공정거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를 제값주고 사면 돈이 많이 들지만, 사람을 빼 가면 헐값으로 기술을 빼올 수 있다. 그래서 청장 때 징벌적배상제를 도입했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여전하다. 기술 탈취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요즘은 플랫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이 큰데, 최근 나온 합의안에 대해 입점업체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시장경제원리와 상생을 조화시키기 위한 소통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운동장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많은데, 이들의 주요 시장이 대기업이다. 당연히 교섭력 불균형이 일어난다. 납품단가연동제가 도입됐다고 해도 대기업 자체의 적극적인 상생 의지가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중기부와 공정위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한다. 두 번째 대안은 투자 활성화인데, 정치권에서 기업을 옥죄는 온갖 규제를 만들어서 기업하기 정말 힘들어졌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주52시간제까지. 그러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가면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노동시간을 줄이되, 연 단위 총량 규제만 하면 된다. 경직된 노동규제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백날 말해야 뭐하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인걸. '타다'를 규제해서 나온 결과가 뭔가. 카카오 독점이다. 과거 중국 마오쩌둥이 참새가 곡식을 다 쪼아 먹는다며 참새를 다 잡아 죽였다. 어떻게 됐나. 해충이 창궐해 흉작으로 수백만이 굶어죽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는 말이 있다. 좋은 뜻에서 하는 규제가 우리 경제를 지옥으로 보내는 건 아닌지 신중해야한다." “가장 필요한 건 '기업가 정신'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다. 시대적으로 보면 어느 때에나 불확실성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성 탓에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기업가들에겐 이게 기회다. 확실하면 도전할 필요도 없지 않나."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부족해서다. 미국은 기업가가 영웅이자, 롤모델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교육 탓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사업 실패 비용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은 투자 중심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융자나 보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패비용을 낮추고 재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미국 외에 우리가 배울 만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사업실패에 대한 관용성이 높다. 우리보다 내수 시장이 훨씬 작다보니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앞으로 나올 우리 스타트업들도 창업 단계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십 년 전에 비해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스페로, 스페라! 살아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조금 더 버텨라. 덕담이 될지 모르겠다.(웃음)" ■ Who's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71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학교 경영학 석사·박사 졸업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제 13대 중소기업청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국민통합위원회 경제계층분과 위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현) △한양대학교 명예교수(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현) △㈜파크시스템스 사외이사(현)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올해 더 어렵다는 카드업계...“각개전투 치열해진다”

카드업권이 지난해 결정된 가맹점수수료 인하,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 대출업 비중 확대 등이 이어져 올해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까지 고금리 시기에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자 일제히 '긴축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알짜카드 중단과 구매 혜택 축소에 나섰고 이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소비 침체가 심해진 시장에 소비자 유입량 감소와 신용판매 축소 등을 불러왔다. 올해도 이런 업황상태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한 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카드론 등 대출을 늘려 수익을 메꾸는 비중이 커지면서 건전성 방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부실대출도 늘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론을 늘린 게 본업 수익성 악화 때문인데, 이런 와중 금융위원회가 내달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305만곳에 대한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더욱 암울해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카드사마다 올해 경영 키워드를 '절약'이 아닌 '약진'으로 설정한 모양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대다수 카드사가 호실적을 낸 수장까지 교체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놓인 만큼 긴축경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에 본격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한·삼성·KB국민카드 수장이 줄줄이 교체되며 각개전투의 심화가 예고되고 있다. 각각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가 새로운 위치에서 겨루게 된다. '트래블로그'로 업권 내 새로운 필드를 만들어 낸 이호성 전 하나카드 대표는 하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성영수 신임 대표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카드사들은 새로운 먹거리인 신기술금융과 데이터·인공지능(AI)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이에 올해 각 수장이 '디지털로의 전환'과 새로운 동력 발굴에 있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시선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통합 멤버십 회원 수로 3287만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모바일 앱 통합 월 사용자 수(MAU)는 1254만명으로 7.0% 늘렸다. KB페이도 모바일 앱 가입자 수 1300만명을 넘어서고 MAU 800만명을 달성해 플랫폼 경쟁력에 있어 위용을 드러냈다. 본업 수익성은 악화되고, 건전성은 키워내야 하는 시기에 빠르게 전통 사업에서 탈피한 확장력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일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한과 KB등 플랫폼 경쟁력을 크게 보여준 회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데이터쪽이 부진했던 회사도 있다"며 “금리인하기를 앞둔 시점이 당도했기에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동력을 수익으로 연결짓느냐가 카드사마다 집중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저PBR주(株)면 밸류업 수혜?…원조 일본에서 더이상 안 통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밸류업 프로그램'의 원조인 일본에선 저평가 주식들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셈법이 바뀌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환원에 충실한 주식들이 수혜를 입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론 수익성 개선을 위한 기업의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022년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자 투자자들은 가장 저평가된 주식들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PBR이 낮을 수록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 주가가 부양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도쿄 거래소는 2023년부터 PBR 1배 미만인 상장기업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선안을 제출하고 시행하도록 수차례 요구했고 개선되지 않으면 상장을 폐지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블룸버그는 “기업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것 만으로도 상승 랠리를 촉발하기에 충분했다"고 짚었다. 투자자들의 이같은 전략 또한 당분간 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1년 반 동안 저평가 하위 20% 주식들의 주가가 가장 크게 올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초 '엔 캐리 청산'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던 것을 계기로 밸류업 투자에 대한 역학 관계가 큰 변곡점을 맞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저평가 하위 20% 주식들의 주가 상승률은 하위 20~40% 주식을 밑돌았다. 이와 관련해 매슈스 인터내셔널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타케우치 슌타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퀄리티가 낮은 주식들은 무언가를 하겠다는 막연한 약속들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며 “이젠 이러한 단계는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밸류업 투자 2단계는 펀더멘털이 강하면서도 기업 자본 활용을 개선시켜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해리스 어소시에이츠의 데이비드 헤로 부회장 역시 “저PBR주가 그동안 아웃퍼폼(시장 평균 수익률 상회)했지만 이들 기업들이 하는 사업은 퀄리티가 낮다"며 “이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주가 아웃퍼폼을 정당화할 정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실제 토픽스 지수 상장사들의 PBR은 2023년 1.17을 기록하면서 2년 6개월만 최저치를 찍었지만 지난달까지 1.47로 올랐다. 특히 지난해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18.2조엔으로 2023년(8.9조엔) 수준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ROE는 9.3%로 수년간 횡보세를 이어왔다.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자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단순 PBR이 낮다는 이유로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란 의미다. SMBC 닛코 증권의 이토 케이이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ROE를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는 다소 단순한 견해가 있다"며 “기업들은 자본지출을 늘리면서 핵심 사업을 강하화는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관세 폭탄’은 피하자…세계 각국, ‘트럼프 달래기’ 총력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세계 각국이 '트럼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을 두며 동맹과 우방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1일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550억달러로,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28% 치솟았다.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2023년 535억달러에서 지난해 549억달러로 2.5% 증가에 그친 반면 한국산 제품 수입이 964억달러(2023년)에서 1099억(2024년)달러로 14% 급증한 탓이다. 1년 만에 무역적자가 대만 다음으로 가장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해려 소폭 개선됐다.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한국의 무역적자국 순위는 8위다. 한국은 2023년 역대 최대 규모인 444억달러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통상 정책 공약 및 안보 기조를 고려하면 역대 최대 수준의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관세의 주요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대적 정책 변화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다른 국가들이 통상 전략을 어떻게 짜는지 관심이 쏠린다.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산 에너지 수입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는 대중 관세마저 높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대거 수입해 대미 무역흑자 폭을 낮출 계획이다. 미국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594억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보단 3% 감소된 수치지만 일본의 무역적자국 순위는 7위(EU 제외)다.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역시 미국산 항공기, LNG 등 수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중국 다음으로 무역적자가 큰 EU 또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EU에 미국산 에너지를 대규모로 구매토록 요구하면서 불응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산 LNG와 방산 장비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일부 미국 수입품의 관세를 내리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돼지고기, 고급 오토바이 등에 각각 45%, 25~6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적자국 2위인 멕시코의 경우 미국·캐나다를 제외한 의류 완제품 138종에 대해 35%의 수입 관세 부과 방침을 지난달 19일 공표했다. 또 원단 17종에 대해서도 1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중국에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트럼프 2기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코드를 맞춘 행보라는 분석이다. 우방국이 미국을 상대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우라늄과 원유, 칼륨 등 주요 대미 수출 원자재에 대한 수출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는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캐나다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발표했을 때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일각에선 국내 민간기업들이 한국과 트럼프 당선인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줄대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정상 차원의 네트워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나설 수는 있지만 권한대행 신분으로 적극적인 외교를 추진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과 취임 전 회동을 모색해왔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응하지 않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1000억달러(약 143조6000억원) 대미 투자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 이시바 총리와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들(일본)이 원한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일본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본 사례처럼 국내 재계 총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외교 공백을 메울지 관심이 쏠린다. 이 중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16~21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인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무르며 당선인과 함께 환담을 나눴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한국의 정치인이나 외교관, 기업인 등을 통틀어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는 정 회장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정 회장이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트럼프 1기 취임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대받기도 했다. 당시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번 취임식에도 초대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윤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지목한 조선업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SK, LG,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도 2019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안면을 튼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필수가 된 AI…‘수익성’ 확보 경쟁 치열

2025년이 밝았다. 해를 거듭할 수록 기업들에게 인공 지능(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은다. 1일 베인 앤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850억달러(약 250조원)였지만 2027년 7800억~9900억달러(약 1000조~1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데이터기업(IDC)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AI 솔루션 시장은 연평균 26.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국내 AI 시장이 2027년 4조4636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세 속에서 기업들의 AI 도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I 도입의 효과는 산업별로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 상당한 이윤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국내 AI 도입 기업 현황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AI 기술 도입에 들어간 인건비를 빼고 비용 대비 성과를 얻은 기업은 44.7%로 집계됐다. 또 AI 기술 도입으로 손실을 본 국내 기업은 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도입이 자본 생산성과 노동 생산성을 모두 높여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AI 도입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데이터 품질·보안이나 기술적 복잡성, 조직 문화 변화, 윤리적 문제 등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된다. 특히 AI 도입에 따른 투자 대비 수익(ROI) 측정의 어려움은 많은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AI 도입을 위해 △AI 기술의 확장성과 유연성 확보 △데이터 보안 강화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의 자연스러운 통합 등 전략적 접근을 강조한다. 또한 AI와 인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 윤리적 가이드 라인 수립 등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올해 기업들의 AI 도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8년까지 일상 업무 결정의 최소 15%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AI 투자액이 2022년 919억달러에서 2025년 약 2000억달러로 72%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특히 미국의 AI 투자는 2022년 474억달러에서 올해 817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됨에 따라 글로벌 AI 산업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반도체 산업이다. 스위스의 금융 서비스 회사 UBS는 반도체 기업의 AI 기반 매출은 향후 5년 간 34%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유틸리티 산업에서도 AI를 통한 탐사나 파이프라인 모니터링 등으로 마진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 최적화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AI가 의료 오류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는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V9도 ‘불’…새해도 ‘전기차 포비아’에 신차 출시 앞둔 업계 ‘먹구름’

잊을만하면 들리는 '전기차 화재' 사건. 연말에 들린 사고 소식에 새해 신차 출시를 앞둔 완성차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캐즘 극복을 위해 신차를 마련했는데 잠잠해지지 않는 포비아 때문에 판매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6시 55분쯤 경기 구리시 제1순환고속도로 일산 방향 구리휴게소에서 정차 중이던 2023년식 기아 EV9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전기차 운전자의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휴게소 진입로가 통제되기도 했다. 화재는 EV9에 이어 바로 옆에 주차된 모닝 차량까지 번져 89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냈다. 화재 위험성은 전기차 캐즘, 포비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높은 가격, 충전의 불편함 등에 못지않게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8월 수백명의 피해자를 남긴 '메르세데스-벤츠 EQE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 높아졌다. 이번 EV9 화재 역시 충돌 없이 정차 중에 불이 붙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자꾸 발생하는 화재 소식에 완성차 업계는 울상이다. 올해 출시될 신차들의 인기도 시들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국내 완성차 업계는 다양한 전기차 출시 예정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신차 출시의 이유는 '전기차 캐즘 극복'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전기차 보급 대수는 10만8450대로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신규 등록도 2022년 16만4486대에서 2023년 16만2605대, 지난해는 14만대를 겨우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테슬라가 3만대 이상을 차지해 국산 브랜드의 영향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에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앞다퉈 신차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출시한다. 이어 기아는 가성비 전기차 EV5를, 르노코리아는 준중형 전기 SUV 세닉 E-tech를, 한국지엠은 이쿼녹스 EV, KG모빌리티는 전기 코란도 KR10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춰 SUV 전기차 모델을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 전기차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감소하는 전기차 판매를 극복하기 위해 신차를 마련했지만 화재 포비아 등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위험성, 충전 인프라 확충 등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올해에도 전기차 판매량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연비 좋고 편리한 하이브리드차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국민경제 ‘시한폭탄’…부동산 PF 뇌관을 없애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여전히 우리사회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실화 사례가 급증하며 PF대출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 등 부동산 PF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PF는 지난 수십년간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위기의 주요 원인이 PF 부실이었으며, 2013년에도 PF 익스포저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또 2019년에는 증권사가 PF 사업에 제공한 대규모 채무보증이 문제가 됐다. 2022년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이 경색되기도 했다. 부동산 PF대출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주로 주거용 단지 개발이나 상업용 빌딩, 쇼핑몰, 리조트, 호텔 건설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제는 국내 PF대출 시장에서 프로젝트의 수익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시공사의 신용 보증을 통해 대출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는 호황기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황이 시작되면 대출 부실화로 직결돼 건설업계는 물론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건설사들의 수주고 욕심, 적은 자본으로 '대박'을 터트려 보려는 시행사들의 '도박'이 '미분양'이라는 촉매를 만나 폭발할 때마다 금융 부실화 및 재정 투입 등 국가 경제가 몸삻을 앓았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말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국내 PF대출 잔액은 약 132조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3.56%로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9%포인트(p) 높은 수치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다.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는 부동산 PF 부실을 부르는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낮은 자기자본에 높은 보증 의존도 구조로 '한탕주의' 행태가 나타나고 영세한 시행사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DI가 최근 발간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시행사들은 통상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자본만 투입하고, 97%는 빚을 내 PF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DI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300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만 투입하고 3631억원은 빌려서 충당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에서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에 이른다. 미국은 33%, 일본 30%, 네덜란드 35%, 호주 40% 등으로 30~40%대 수준이었다. 황순주 KBI 연구위원은 “(PF 시스템은) 부실이 발생하면 소규모 시행사는 망해 없어지고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가 대출을 갚아야 하는 구조"라며 “대형 건설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태영건설처럼 무너지고 만다.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11월 기존 3% 안팎인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2028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20%로 상향시킨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토지주의 현물 출자 참여를 유도하고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출에 의존해 토지를 매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 참여자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갑작스러운 미국 기준금리 급등 이후로 부동산PF가 세간의 이슈까지 된 것에 비춰보면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분명 설득력 있는 정책 방향"이라면서도 “규제강화가 어떤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부동산 시장 불안 반복···“낡은 시스템 혁신해야”

경기 상황에 따라 불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낡은 시스템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를 혁신하고 도시·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등 정부·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며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환율을 치솟고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 등 악재까지 겹쳐 대형 건설사들도 '보릿고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이참에 잘못된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당장 건설사들이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 등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건설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장기적으로는 수익 중심 전략 추진 같은 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수급 관련 규제를 완화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민간과 협력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년 건설시장 및 건설산업 정책 진단 세미나'에서 “정부·민간이 건설투자를 활성화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신규 투자가 1조원 증가하면 일자리 1만500여개가 창출되고, 민간 소비가 3400억원 증가하는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게 나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1조원 투자에 따라) 다른 산업에는 8600억원 규모 연쇄효과가 생기고 가계 소득은 5250억원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나 실장은 “건설투자는 단기적 내수 경기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 성장 동력 마련 수단"이라며 “건설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수 경기의 중심축으로서 건설투자를 인식하고 안정적 공급 시그널과 수요에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 방향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공공에서 도시, 교통 물류 등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장기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 같은 주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철도 지하화 등 민·관이 협력해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늘려 수도권 외 지역 투자도 늘리는 방법 등도 있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가 '정치 리스크'에서 벗어나 정부·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뒤 논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비아파트 시장 운영을 보다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미분양대출보증 대상에 포함하고 리모델링이 유리한 구조를 채택할 경우 용적률 등에 혜택을 부여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을 보유한 만큼 선행지표 침체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시기에 보완책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건설산업 육성·진흥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및 지역 경기 활성화 등 미래 지향적 정책을 동력으로 삼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책 발굴보다 기존 정책과 연계해 수정·보완하는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무너진 ‘주거사다리’ 전세제도, 폐지론 거세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금융형 주택 임대 제도다. 임차인 입장에선 매월 현금을 마련해 집 주인에게 줘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월세에 비해 저렴하기도 하다. 집 주인도 그 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보통 주택 매수 자금에 보태는 등 '갭투자'로 활용하기도 하고, 은행에 맡겨 이자를 챙기기도 한다. 때론 통째로 날려 먹거나 가로챈 후 '배째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전세사기다. 전세제도는 그동안 서민의 내 집 마련 지렛대 역할을 해 주택 소비·공급의 윤활유로 작용해 왔다. 정부가 서민 주거 대책 차원에서 대규모 전세보증금 대출을 장려하고 전세사기가 발생하면 직접 나서 대신 변제해주는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금 제도까지 만든 배경이다. 문제는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대위변제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간의 신뢰를 전제로 거래되는 민간 사금융(전세제도)에 정부가 아무런 담보도 없이 공적 자금을 지원해 오히려 전세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제도 폐지 혹은 대대적 개선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민간에선 이미 전세보다는 월세가 대세가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현재 서울에서 1년간 진행된 전월세(12만7111건) 거래 중 월세는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를 차지했다. 이는 국토부가 실거래가시스템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29.5%)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무려 24%포인트(p) 이상 급증한 것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기도 연립·다세대 전월세 신고(6만3520건) 중 월세 거래는 3만2760건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2020년(30.6%)과 비교하면 20%p 이상 증가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공적 자금 투입 규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세사기를 당한 입주자에게 HUG가 임차주 대신 보증금을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8조5119억원에 달하며, 이중 6조5848억원은 미회수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세제도를 폐지하고 선진국과 같이 장기 모기지(저당금융제도)를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제 '부도'가 날 지 모르는 사금융 대신 차라리 주택 구매시 담보 인정 비율을 대폭 높여 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차인이 전셋집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면제하고 매매가와 전셋갑 차액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면 당장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에스크로(대금 제3자 위탁)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금융제도라는 점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후진적인 제도"라면서도 “그렇다고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전세제도를 폐지한다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전세금의 30% 정도는 HUG에 일정 기간 강제 예치하고 이에 대한 이자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 제도 등의 안전장치를 도입한다면 현재 전세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좋은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원인을 제거해 안전한 계약 시스템을 만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신년사] 박상형 한전KDN 사장 "에너지 디지털 허브"로 도약

박상형 한전KDN 사장은 1일 2025년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경제 불확실성, 전력산업의 현안 등 어려움이 많은 한 해였지만, 임직원 모두의 노력과 노동조합의 협력으로 7700억 원대의 견고한 매출 실적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저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우리 회사가 에너지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한전과 전력그룹사 수탁사업을 포함한 기저 사업의 고도화를 위해 클라우드, 에이아이(AI),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에너지 디지털 기업으로서 선투자형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겠다"며 "특히, 해상풍력, 수소에너지, 가상발전소(VPP)와 같은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 확대로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에너지ICT 기반의 자생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한전KDN 가족 여러분,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혜와 성실함을 상징하는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하여, 임직원 여러분 모두가 소망을 이루고 더 큰 도약으로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지난해는 우리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하는 한 해였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경제 불확실성, 전력산업의 현안 등 어려움이 많은 한 해였지만, 임직원 모두의 노력과 노동조합의 협력으로 7700억 원대의 견고한 매출 실적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해주신 덕분입니다. 임직원 여러분과 노동조합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5년은 도전과 변화, 기회가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전KDN을 더욱 성장하는 강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몇 가지 핵심 목표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먼저, '플랫폼 중심의 에너지 디지털 허브'로의 도약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 회사가 에너지 디지털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한전 및 전력그룹사 수탁사업을 포함한 기저 사업의 고도화를 위해 클라우드, 에이아이(AI),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에너지 디지털 기업으로서 선투자형 혁신적인 솔루션 개발에 매진하겠습니다. 특히, 해상풍력, 수소에너지, 가상발전소(VPP)와 같은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 확대로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에너지ICT 기반의 자생력을 강화하겠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투자와 해외사업 진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기존 사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사업 심의와 투자 검토, 법률 지원 관련한 다양한 제도 개선을 통해 리스크 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 경영 환경을 구축할 것입니다. 둘째, ESG 경영 강화와 청렴‧윤리를 기반으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겠습니다.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중심의 기술력을 활용해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가치를 확대하겠습니다. 우리회사의 특화된 ICT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포용적 성장을 지원하고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 등 동반성장에도 힘쓸 것입니다. 또한, 청렴과 윤리는 기업 경영의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가치입니다. 청렴과 윤리 경영의 기틀을 견고히 다지고,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체계 강화에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셋째, 올해의 시작과 함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모든 임직원이 안전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서로의 약속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안전 최우선 문화'를 정착시키겠습니다. 현장 작업이 많은 우리회사 특성을 반영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나된 팀워크와 소통을 통해 서로의 안전을 지키고 모두가 신뢰하며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갑시다. 마지막으로 신뢰와 협력, 혁신과 도전이 중심이 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투명한 의사소통과 상호 존중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제안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될 수 있는 도전과 혁신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또한, 워라밸(Work-Life Balance)과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교육, 역량 개발을 적극 지원하며 임직원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사랑하는 한전KDN 가족 여러분! 변화와 도전의 시대에 우리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해야 합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이 모여, 더 나은 세상과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 믿습니다. 을사년 새해, 노동조합과 임직원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새해! 자긍심과 희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5년 1월 2일 한전KDN 사장 박 상 형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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