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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AI 시대, 미래산업의 혈맥 ‘자원개발 거버넌스’를 다시 짜야 한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고무적인 일이다. AI는 반도체를 이을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전 세계 주요국이 미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주권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 덕분에 AI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전력망 구축이 핵심 국가 의제로 부상했다는 점은 더욱 반갑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어딘가 편중되어 있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전환과 이에 따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강화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은 우리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랬던 에너지와 전력망 이슈가 정부의 플래그십 정책인 AI와 맞물려 전면에 등장한 것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국가적 과제 측면에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왕 물꼬가 트였으니, 이 기회에 에너지 정책 전반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업계에는 “대한민국에는 전력만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있다. 실제로 최종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까이가 전기 에너지가 아닌 열에너지다. 산업 공정, 건물 난방 등에 막대한 열이 사용되지만, 열에너지 정책은 늘 뒷전이었다. AI 시대의 상징인 데이터센터만 해도 그렇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또다시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 그러나 강물이나 바닷물을 활용하는 수열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냉각열을 활용한다면,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전력과 열, 그리고 효율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비어있는 퍼즐 조각이 있다. 바로 '자원개발' 정책이다. AI,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혈맥은 결국 희토류,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 광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특정 자원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이들 자원은 지리적으로 일부 국가에 편재되어 있고, 제련 및 가공 기술은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더 이상 자원 공급망을 민간 기업의 손에만 맡겨두지 않는다. 국가가 직접 나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원 확보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필요한 수소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도입해야 한다. 이는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들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벌였던 총성 없는 전쟁이 '수소'를 둘러싸고 21세기에 재현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거대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의 파도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은 자원개발 영역에서 계속 한발 물러나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실패 트라우마는 자원개발 기능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이어졌다. 해외 자원개발의 선봉이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광해관리공단과 통합되어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개발 기능을 상실했다. 석유와 가스는 종종 같은 광구에서 발견되어 함께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분리된 채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글로벌 자원 메이저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량과 자본이 분산되어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다. 자원개발은 수십 년의 긴 호흡과 막대한 자본,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국가 백년대계의 인프라 사업이다. 이제 낡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다. 광물, 석유, 가스, 그리고 미래의 자원인 수소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원개발 공기업'의 설립을 제안한다. 분산된 전문성과 자본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탐사부터 개발, 생산, 비축, 그리고 국제 협상까지 전 주기를 관장하는 강력한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 공기업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긴밀히 연계하여 동맹국과의 자원 협력을 주도하고,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든든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AI 강국이라는 목표는 견고한 에너지 시스템과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이라는 토대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AI의 두뇌인 반도체와 몸인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하고, 그 거대한 인프라를 24시간 깨어있게 할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똑같이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 산업의 '재료'와 '연료' 모두가 동일한 자원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AI라는 미래를 향한 문을 활짝 연 만큼, 그 미래를 뒷받침할 '자원개발 거버넌스'라는 주춧돌을 바로 세우는 일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자원 안보의 새로운 100년 계획을 설계할 골든타임이다. 하윤희

[EE칼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자력에너지의 조화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몇 년간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시설을 대거 확충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러 정부에 걸쳐서 재생에너지 확보 정책을 추진하여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크게 늘였다. 이것은 환경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생에너지는 국내 자급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처한 에너지 섬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단독으로 이상적인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바람과 햇빛에 의존하는 특성상 에너지 안정성 면에서 간헐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동서 방향으로 폭이 좁아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전국에 걸쳐 거의 동일하며, 비슷한 기상조건에 한꺼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간헐성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독자 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자급에너지이자 무탄소에너지로서 우리에게 유용한 가치를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출력조절이 가능한 보완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연한 출력변동을 통해 이런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가장 이상적인 현존하는 에너지원은 수력이다. 수문개방을 조절함으로서 쉽게 출력조절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절벽에서의 수력발전이 서유럽 전력망의 안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 활용이 증대됨에 따라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용한 물자원이 한정적이므로 댐의 역할이 주로 식수와 용수를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양수발전 용량도 제한적이어서, 전력망의 수요 공급 간격을 메워주는 유연 발전 역할은 주로 가스터빈 발전소가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 유연 발전원은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과 기후변화 방지라는 재생에너지 활용의 큰 이점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이상적인 파트너라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병행정책을 표명함에 따라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형 원전들은 상대적으로 기저전력 공급에 주력하였기 때문에 이런 변동성 보완에서는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의 원리상 원자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유연 발전원이다. 전력생산이 더 필요하면 발전기를 더 돌리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에너지를 터빈이 뽑아가게 되어 원자로 내의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 원자로의 출력은 온도 변화에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결국 자동으로 출력이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 출력을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반대의 원리로, 에너지를 덜 뽑으면 자동으로 원자로 출력이 줄어드는 제어가 된다. 그러면 지금 가동 중인 원자로를 왜 출력제어에 적극 활용하지 않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매우 적은 양의 핵연료만을 사용하므로 발전원가 중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대개 20% 이하다. 즉 원자로 출력을 줄여서 발전량을 줄여도 운전에 드는 비용을 별로 줄지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가스터빈 발전소에서는 연료비가 발전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동안은 대형 원전을 설계할 때에 전출력 24시간 발전을 기본으로 하고, 연료비 절감이 큰 가스터빈 발전소를 주로 활용하여 출력조절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원자력을 전력망 제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출력조절 운전이 용이하도록 설계를 한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기존 원전이 전출력 운전위주로 설계되어 있어서, 원자력을 활용한 전력망 조절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와 수소 병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기가 덜 필요할 때는 원자력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시험 적용 중 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혁신형SMR(i-SMR)은 출력조정을 통한 전력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진 현재의 요구조건에 맞추어 출력조절 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는데, 분당 5%의 조절이 가능하여 세계최고 수준의 출력조절 능력을 가질 예정이다. 비단 출력을 직접 줄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의 경우처럼 수소나 다른 유용한 물질 생산에 에너지 활용을 병행하도록 하면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개발 중인 SSNC (카본생산 넷 제로 스마트 시티) 개념은 원자로와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이상적인 조합이 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근간을 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은 경직성 전원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재생에너지의 최적 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하여 어떻게 더 좋은 조합을 만들어낼 지를 연구할 때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데스크 칼럼] AI! 나는 너를 못 믿겠다

'AI로 신문 기사를 수집해서, 과거 주가 변동 추세를 딥러닝으로 분석해서, 주가를 정확히 예측해서, 기계적으로 매매해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라는 소문이 시장에 떠돈다. 펀드매니저보다 똑똑하고 횡령·조작도 못할 테니 인간보다 믿을 만하단다. 나는 그러나, AI가 하는 매매에 내 자산을 맡기고 싶지 않다. AI는 매매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완벽하지 않은 인간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AI 개발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가 튜링 테스트다.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 1912~1954)이 고안한 인공지능 평가 방법이다. 1950년 철학 저널 '마인드'에 게재한 '기계가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논문이 시초다. 테스트의 개념은 간단하다. 채팅으로 알 수 없는 상대방과 말을 주고받는데, 상대방이 인간인지 기계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기계인 상대방은 '인간과 같은 지능이 있다'라고 평가한다. 고릿적 인공지능 능력 평가 기준이지만 고전이다.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알고리듬을 작성해 보면,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한다. 인간은 질문이나 대답에 얼마나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반응하는지, 얼마나 감정적인지 논리적인지, 얼마나 지식의 폭이 넓은지 좁은지 등등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심지어 인간이 어떤 말에 신경질을 내는지, 어떤 타이밍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지 등을 먼저 예상해 봐야 한다. 알고리듬을 짜다 보면 '인간은 왜 이 모양으로 불완전한가?'하는, 우리 종에 대한 회의마저 느껴진다. 물론 현재 인류를 휩쓸고 있는 AI 기술 수준을 보면, 튜링 테스트(1단계)쯤은 쉽게 통과한다. 최근까지 알려진 기술력으로 보면, 2단계 시청각(이미지나 음성 처리)도 통과한다. 갈겨쓴 손 글씨를 인식하거나 박보검 같은 연예인의 목소리를 합성해 내는 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스 피싱에까지 영상통화가 사용되는 걸 보면 2단계는 이미 통과된 거다. 3단계는 화상전화를 통한 실시간 상호작용이라고 보면 된다. 학습 연산 속도에 달린 일이라, 통과가 멀지 않았다. 그래서 AI는 불안하다. AI의 시작점은 '뛰어난 지능'이 아니라 '인간 같은 지능'이라서다. 눈치 빠른 사용자는 AI 서비스를 사용하다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뭔가 잘하는 거 같은데, 한두 가지 꼭 빠뜨린다. 더욱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내 생각을 입력해야 한다. 그걸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데, 결과물이 개선되는 것 같긴 한데 또 한두 가지 부족하다. 나는 분명히 기계에게 일을 시키는데, 결국 내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바이트를 소진하다 보면 어느새 페이월이 뜬다. 기계의 '의도된 실수'인데, AI가 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로직 중 하나다. 튜링 테스트가 AI 설계 철학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기계처럼 완벽한 결과물을 내는 게 아니라 인간처럼 불완전한 결과물을 제출해야, 지능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사실 '완벽한 결과물'이란 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AI 개발자들은 생성형 AI의 설계 철학을 두고 '아직도' 싸운다. AI를 인간처럼 만들었으니. 돈도 인간처럼 버는 거다. 불완전한 AI가 판타지로 활용된다. 기계에 자산을 맡겨두면 24시간 돈을 불려줄 것만 같다. 또 그럴 것처럼 광고한다. 그러나 모두 헛소리다. AI는 학습 구조상 어떤 판단 근거로 매매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손실을 낸 기계는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기계를 만든 사람도 책임지지 않는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기자의 눈] 여전히 구호만 넘치는 에너지정책, 현실은?

'에너지 고속도로', '탄소중립', 'RE100'… 멋진 구호는 많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정책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분산형 전원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 SMR 산업 육성, 그리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까지. 듣기만 해도 혁신적이고 전환적인 수식어가 넘친다. 하지만 2025년의 땅 위 현실을 보면 여전히 그 대부분은 '구호'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가 도로에 없던 시절에 충전소를 짓는 게 의미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기차가 도로를 덮은 뒤에도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에너지정책은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정책 목표는 2030년을 바라보지만, 전력망·요금체계·시장제도는 2010년에 멈춰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정부의 국정과제는 선명하다. 하지만 정작 송전망 구축은 주민 반대와 재원 부족, 그리고 제도 미비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산형 전원 체계'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한전 독점의 중앙집중형 전력망 구조에서 한 발도 못 벗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전환에 필수적인 것은 인프라와 재원이다. 하지만 요금 현실화는 정치의 영역에서 여전히 금기어다. 가정용 요금은 민심을 의식해 건드리지 못하고, 산업용은 2년 연속 인상했더니 기업들이 한전에서 빠져나가 한전의 경영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 RE100 산단 확대, 에너지 집약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외친다. 구호는 넘치지만, 그에 따르는 요금 개편·시장 설계·보조금 구조는 빈껍데기다. 결국 그 격차를 메우는 것은 공기업의 적자와 국민 부담이다. 탄소중립도, 재생에너지도, 에너지전환도 결국 정치적 결단보다 제도적 설계와 재정 기반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기 공급계획은 있지만, 단기 조정 수단은 없고, 투자 수요는 폭증하지만, 재정 여력은 바닥이다. 공공은 시장에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은 규제 미비를 탓하며, 현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감내한다. 이제는 “2030년까지"가 아니라 “내년 예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고속도로', '탄소중립', 'RE100'이 종이 위 슬로건이 아닌 현실이 되려면, 정치적 용기와 함께 요금체계의 합리화, 민간투자의 길 열기, 제도의 틈새 메우기부터 이뤄져야 한다. “왜 아직 안 됐냐"는 질문보다, “지금 이대로 가능한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이제는 구호보다, 설계가 필요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관세 장벽서 ‘포스트 불닭볶음면’ 나오려면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7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전격 시행된다.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는 분야를 제외하고 우리 수출 기업들은 15%의 관세를 부과 받게 된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푸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국내 식품업계 영향을 살펴보면, 먼저 북미시장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초대박을 낸 삼양식품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7.1% 늘어난 52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80%는 해외에서 나왔다. 특히 전체 매출의 4분의 1이 나온 곳이 바로 미국이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 비중도 각각 65%와 49%로 높은 수준이지만 사정은 조금 다르다. 오뚜기의 주력 시장은 중국과 베트남이고,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생산기지를 갖춰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약 37%에 달하는 농심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 제2공장에서 라면을 생산한다. 결국 현지 설비가 없는 식품기업과 중소 K-푸드 수출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후속 지원 대책에 식품 부문을 포함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식품이나 화장품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가 미국 시장에서 (수출)모멘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과정에서 이런 일(관세 부과)이 발생해 답답하다"며 “관세 후속 지원 대책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세 대응책으로는 바우처 프로그램이나 금융지원 강화 카드가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 바로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처방이지만, 사실 이를 장기적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내놓을 관세 후속 지원책에 식품 기업들의 수출국 다변화를 지원하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대책들이 대거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단기 처방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품 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다. 그래야 '포스트 불닭볶음면'도 나올 수 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슈&인사이트]수출 한계 넘자…‘공유성장’이 미래 무역 모델

올해 들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단순한 외교 갈등을 넘어 세계 무역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과거 자유무역이 당연시되던 시대에서 이제는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40% 이상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되어 있어, 대외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수출 시장의 다변화는 오래된 과제지만, 이제는 그 방식 자체를 재설계할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의 개발도상국 대상 경제협력은 원조, 단순 무역, 또는 OEM 중심의 투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협력형 파트너십'으로의 전환이 필요해졌다. 변화의 출발점은 기존 무역의 장벽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관세, 물류비, 가격경쟁력 등은 여전히 주요 진입장벽이며, 중남미 시장은 지리적 거리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더욱 높은 장벽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장벽은 '함께 만드는 방식'으로 넘을 수 있다. 공동 생산, 공동 기술개발, 공동 브랜드 전략이 바로 그 해법이다. 지난 6월 말, 에콰도르 수도 키토시의 고위 공무원 연수단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숭실대학교, 서울산업진흥원(SBA), 이노비즈협회,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창업 및 혁신 기관을 방문해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고, 다자간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창업 협력과 기술 역량 공유,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발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키토시 산하 혁신기관 콩키토(CONQUITO)가 체결한 협약은 양국 스타트업 간의 1:1 기술 매칭, 공동 연구개발(R&D), 청년 창업 인큐베이팅 등 다층적인 협력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 수출을 넘어, 산업 기반을 함께 설계하고 성장하는 '공유성장형 파트너십'의 구체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노비즈협회 역시 기술 기반 중소기업의 중남미 진출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 시장개척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전, 혁신 교육, 스마트팩토리 도입 등을 포함한 '역량 전이(capacity transfer)' 중심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양국 기업은 '시장 + 기술'이라는 두 가지 자산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숭실대학교가 주관한 키토시 고위급 연수 또한 같은 흐름에 있다. 창업 정책, 제도, 지원 시스템 등 비가시적 인프라의 공유는 단기적인 수익과는 직결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신뢰와 상호 이해 형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 이제는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시대를 넘어, 서로 성장하는 상호협력 모델을 본격적으로 설계할 때다. 한국은 기술과 시스템을 제공하고, 개발도상국은 시장과 인재를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이는 무역 장벽을 본질적으로 낮추는 전략이자, 단기적 실적이 아닌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중남미는 이러한 '공유성장' 접근이 특히 효과적인 지역이다. 스마트시티 인프라, 적정 농업기술, 친환경 제조, 청년 창업지원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중남미 현지의 수요와 잘 맞아떨어진다. 기술을 단순히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와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파트너십이 중요해진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 전통적 수출 중심의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현지 파트너와 협력하고, 생산과 수익을 '함께 만드는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공동 프로젝트형 ODA, 세이프가드 없는 기술이전 모델, 스타트업 간 교차 연수 프로그램 등의 실질적 제도가 요구된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함께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키토시와의 협력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한국이 개발도상국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새 질서'를 구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먼저 포착한 기업만이 미래의 무역 장벽을 뛰어넘고,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박주영

[EE칼럼] 자원협력으로 남북관계 풀어 보자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냉각기를 유지해 온 남북 소통의 길이 조금씩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천명이나 통일 의지 다짐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한국을 상대하기보다 미국과 직거래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실질적인 먹고 사는 일, 상호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KOTRA의 “2024년 북한 대외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9억 6044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4.4% 감소한 23억 3567만 달러로 무역적자는 19억 7523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은 가발 등 솜털 가공 제품이며 2023년 3위였던 광물이 40.7% 증가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2023년까지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모른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남북 관계는 커다란 목표 설정보다 우선 상호 불신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등 통상을 넘어 소리없는 전쟁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관계를 갈등으로만 대처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협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관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협력을 관계 복원의 마중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 양측의 필요 하에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험했듯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몰리브덴 등의 광물 반입부터 시작해 차츰 신뢰가 축적되면 남북 광물개발 협력도 해볼 수 있다. 남과 북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 북한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생산에 들어가 남한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1,000톤의 흑연을 반입한 사례가 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개성공단 북측 안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 간 실무자 만남을 통해 정촌 흑연광산 재가동과 중단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측은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그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합의 이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는 2006년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며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을 받았다. 그리고 광물공사와 명지총회사 간 합작사업인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북한 내 주요 광물이 남북 경제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 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구리·마그네사이트 뿐만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니켈·코발트·흑연과 희토류·텅스텐 등 각종 핵심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텅스텐·몰리브덴·흑연 등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광물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 연한은 최소 25년 이상이며,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자원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남북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 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남북 관계를 너무 큰 틀에서 접근하지 말고 시대 변화에 맞게 정치적 시각보다는 경제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강천구

[기자의 눈] 금융주 기대 꺾은 정책 혼선, ‘코스피 5000’ 신뢰도 흔들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히자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금융주였다. 밸류업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개하며 주주환원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0.6배 수준이던 금융주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에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다. 실제 KRX은행 지수는 지난 6월 2일 989.13으로 1000선을 넘지 못했으나 지난달 14일 1308.93까지 치솟으며 13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큰 그림과 달리, 금융권을 둘러싼 압박과 정책 혼선이 주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어서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은행권의 '이자 놀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실망감과 주식 양도세 대주주 자격과 관련한 세제 개편 논란 등이 겹치며 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드뱅크 재원 분담, 교육세 부담 확대, 미래·혁신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강화 등의 각종 요구도 금융사의 자원 여력을 축소시켜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밸류업 관점에서 보면 기업대출 확대는 위험가중자산(RWA)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밸류업 달성 속도를 늦추게 한다. 정부가 주가 부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정책 혼선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부각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나타나고 있다. KRX은행 지수는 지난달 25일 1264.88에서 이달 1일 1152.02로 떨어지며 1200선 아래로 밀렸다. 금융주는 'PBR 1배'를 상징적인 중장기 목표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시장과 소통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증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인데, 정부의 지금 모습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코스피 5000은 구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국내 주식 시장을 외면했던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정책과 목표 달성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신뢰를 쌓기란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지금은 새로운 구호가 아닌 일관된 모습과 정책이 필요하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E칼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

2025년은 파리 협정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로,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비용 절감과 제조 능력증가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및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 EI)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92.5%, 발전량 증가의 74%를 차지하며 화석연료를 크게 앞섰다. 파리 협정이 채택된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2,428GW 증가했으며, 이는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증가(615GW)의 약 4배에 달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53.6%, 재생에너지 비중은 46.4%였으며,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앞서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보고서 '2025년 중기 전력 업데이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4년 대비 3.3% 증가하고, 2026년에는 2025년 대비 3.7% 증가할 것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2025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 탱크 엠버(Emb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원별 발전량 증감 분석결과 전체 발전량은 396TWh가 증가했고, 태양광이 292TWh로 전체 증가량의 73.8%, 풍력이 93TWh로 23.5%를 기록했으며, 핵발전 35TWh, 화석연료 15TWh를 압도했다. 반면 수력발전은 41TWh, 석탄은 17TWh 감소했다. 2024년 발전량 기준 상위 1위와 3위인 중국과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의 급격한 증가세보다 2025년에는 완만한 증가가 예상된다. 2024년 7% 급증한 중국의 전력 소비량은 2025년에는 5% 증가할 것이며, 이는 산업 부문의 수요 증가 둔화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4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대략 50%를 차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 6% 성장 후 올해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2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핵, 바이오,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화력 발전 설비용량을 넘어섰다. 6월 말 기준으로는 1,673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화력 발전 설비용량 1,475GW보다 198GW 더 많다.특히 태양광의 경우 213GW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02GW 대비 109% 증가했고, 2025년 전체 신규 발전설비 설치 용량의 71.3%를 차지했다. 누적 설치 용량도 5월 말 1,084GW로 1,000GW를 돌파한 후 6월 말에는 1,100GW에 도달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26년 중에는 석탄 화력 발전설비 용량을 추월해 태양광이 제1 발전원이 될 것이다. 발전량 점유율에서도 2025년 상반기 풍력발전 점유율 12.1%, 태양광 발전 점유율 11.2%, 풍력과 태양광 합산 점유율은 23.3%로 역대 최대이자 수력발전 점유율 11.2%, 핵발전 점유율 4.9%를 크게 앞서고 있다. 반면 석탄 화력 발전량 점유율은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인 55.9%를 기록했다. 인도 역시 2025년 상반기 18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2GW 대비 51% 증가했다. 21세기는 전기의 시대이며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20%에서 2050년 52%가 될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의 필요성 증가와 AI 데이터 센터, 전기차, 히트펌프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의 확대 때문이다. 전기화 시대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이며, 대한민국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기고] 방송통신대 동두천 학습관 폐관, 철회하라

“교육은 기회이며,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대학교 동두천 학습관의 폐관 방침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의 배움터이자 희망의 공간이던 학습관이 충분한 공론화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동두천은 지난 74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시 면적의 42%에 달하는 땅을 미군에게 제공하며, 경제적 피해와 발전 제약을 감내해 왔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조건 속에서도 시민은 묵묵히 삶을 일구어 왔으며, 그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교육'이다. 일터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야간이나 주말을 쪼개 학습관을 찾는 이들, 육아와 생계를 병행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학업,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시작한 도전. 동두천 학습관은 이 모든 이들에게 열린 배움의 창이자 재도약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본부는 효율성과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동두천 학습관 폐관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 기본계획'을 시행하며, 전국 12개 임차 학습관과 2개 별관 학습관의 운영 종료를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해당 지침은 임차 건물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두천 학습관 또한 '임차 시설'이란 이유로 폐관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폐관의 기준이 '소유 여부'에 치우쳐 있으며, 실제 교육 수요나 지역 특수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운영 효율이란 명분이, 지역 시민들의 절박한 배움의 권리를 외면할 만큼 정당한가?" 현재 동두천 학습관은 경기북부 5개 시-군에 거주하는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300여명에게 실질적 학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 지역에서 학습관은 사실상 유일한 고등교육 접근 통로이며, 이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학습자들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곧 학업 포기와 학습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생교육, 지역균형발전, 교육복지. 이 세 가지 가치는 오늘날 국가와 공공기관이 강조하는 핵심 원칙이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 북부의 소외지역 시민들은, 자신의 배움터 하나조차 지켜내기 어려운 현실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동두천시는 2024년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민 누구나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사다리를 놓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학습관은 그 사다리의 마지막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고령층 시민에게 이 공간은 재도전의 상징이며, 지역사회 복지 기능을 보완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교육을 포기하는 도시는 미래를 잃는다. 시민이 학습을 포기하는 사회는 더 큰 복지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금 폐관되는 것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교육의 희망'이다. 지금 멈추는 것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폐관은 시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 철학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학습관 존치를 다시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간곡히 호소한다. 지역의 작은 배움터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든, 어떤 형편이든,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동두천시는 시민과 함께 학습관 존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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