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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북극항로 시대에 대응하는 법제의 필요성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북극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에 많은 영향을 주는 지역으로, 국제사회는 이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다양한 국제법과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에 대한 영유권과 국제법적 지위를 정립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하여 스발바르 조약이 체결되었다. UN해양법협약(UNCLOS)과 국제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은 북극해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특히 UNCLOS 제234조는 북극해와 같은 얼음이 많은 해역에 관한 규정을 두었다. 북극이사회와 같은 협의체는 환경 보호, 자원 관리, 과학 연구, 원주민 권리 보호 등을 주요 목표로 하며, 이러한 문제에 관련된 여러 조약이 회원국들 사이에 체결되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북극과 남극의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고 환경을 보호하려고 국제기준(Polar Code)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협력은 북극에 대한 공동 관리의 틀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심각한 지역으로,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과 모니터링은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자원의 개발과 관광산업의 확대 등 북극의 경제적 활용은 북극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조사 그리고 정교한 관리와 통제를 위한 국제법과 환경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이러한 국제법 질서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자국의 국내법을 해당 국제법 기준에 맞게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국제법이 각국의 국내법에 영향을 준다고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는 UNCLOS 제234조에 따라 북극해 관련 국내법을 정비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연결되는 북극항로를 통제하고자 한다. 한국도 북극에 관련된 조약을 체결하면서 국내법을 조정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한국은 남극조약체계에 참여하면서 이 기준에 조화되는 국내법을 마련하고자 2004년 남극활동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남극활동의 규율과 환경보호를 위한 국제법 기준을 국내법으로 수용하며, 남극활동의 허가, 환경영향평가, 동식물 보호, 폐기물 처리, 해양오염 방지, 모니터링 및 보고 등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북극에서 수행되는 활동에 관한 국내법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 획득과 북극정책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북극과 남극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의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정책과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었고, 결국 북극 활동까지 포함하는 「극지활동진흥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극지활동진흥법은 남극활동법과의 기본계획 중복, 법적 근거 이중성, 주무부처 사이의 관할 혼선 등 구조적 문제들이 지적되었다. 특히 '진흥법'이라는 명칭과 달리 법의 내용은 '기본법' 성격을 띠고 있어, 명칭과 기능의 불일치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다른 국내법과의 관계도 불명확하여, 이 법이 환경 등 다른 분야의 국내법과 충돌하면 법적 해석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북극항로에 대한 사회적·정부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5년 3월 국회에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해상 항로의 불안정성과 물류비용 증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항로 개척 가능성 증대 등을 반영하여, 정부의 북극항로 정책 추진과 북극이사회 옵서버로서 역할을 강화하도록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다. 그러나 이미 극지활동진흥법이 있음에도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법체계 중복과 혼선을 준다는 비판도 있으며, 북극항로 개척 및 지원은 극지활동진흥법을 기반으로 하위규범 정비나 법 개정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후 우리 국회에는 북극항로에 관한 다른 법안들이 제출되었는데, 이 법안에는 거점이 되는 항구를 지정하여 지원하자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였다. 이제 정부의 북극항로 관심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지원하고 활동을 관리할 수 있는 세밀한 국내법의 마련, 그리고 국내법과 국제법의 조화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관련 국내법이 기존 국내법과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조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는 꾸준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다른 국가의 국내법 제정 상황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김봉철

트럼프 “합법적 입국 가능하게”…韓 기업들 ‘비자 문제’ 해결될까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3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가 미 이민당국에 구금된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일로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취업 및 노동 비자 발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이번 사태로 위축된 한국 기업들의 대미(對美) 투자 심리가 회복될지 주목된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을 관람하고 워싱턴DC에 돌아온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한미 관계가 긴장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정말 좋은 관계다, 알다시피 우리는 (한국과) 방금 무역 협상을 체결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배터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미국에 없다면 우리가 그들(미국인들)을 도와야 하며,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반도체 공장 건설이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에게는 더는 갖고 있지 않은 산업이 많아 우리 인력을 훈련시켜야 한다"며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머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현대차·LG 합작사 근로자들)은 불법으로 있었기 때문에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올바른 일을 했다"며 “그러나 전문가를 데려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훈련을 받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이 말한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도 외국 기업 인력의 비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조지아주 현대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단속 작전 이후, 우리나라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들에게 촉구한다"고 적었다. 이어 “당신들의 투자를 환영하며 훌륭한 기술적 재능을 가진 매우 똑똑한 인재를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하도록 그것(인재를 데려오는 일)을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당신이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함께 우리나라를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자·근로자들의 체류 신분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한국뿐 아니라 다른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독려하기 어렵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가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해외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위축되고 미국 내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이 대미 투자를 요구하면서도 미국 내 취업 및 노동이 가능한 비자 발급이 어려웠다는 점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에 미 이민 당국에 적발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근로자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한국 근로자들은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 상용(B-1)·관강(B-2)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하는 길을 택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 등을 발급 받기엔 제한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쿼터제인 H-1B 비자는 발급까지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유례없는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300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가 구금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자 대기업들은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ESTA를 활용해 미국으로 출장가면 2주 안에 돌아라고 공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출장을 중단함과 동시에 현지 직원들의 귀국을 권고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미국 체류 직원들의 비자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신설·증설 중인 공장은 최소 22곳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 이민 당국은 이번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사태와 같은 단속을 앞으로 더 많이 보게 될 것이고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 국경 안보 총괄 책임자는 이날 미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와 유사한 대규모 이민자 단속이 더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짧게 말하면 그렇다. 우리는 더 많은 현장 단속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답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日이시바 총리 퇴임 공식 표명…“엔화 환율 오를듯”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언급하고 이같이 언급했다. 총리 취임한지 11개월 만이다. 그는 미국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지금이 퇴진할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또 외교 성과를 언급하던 중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미 동맹을 더욱 심화하고 우호국과 연대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정권 유지 방침을 거듭 밝혔으나, 자민당이 오는 8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는 절차를 시작하기 전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사임 발표로 표결은 취소된다고 이시바 총리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시바 총리의 사임 발표로 자민당이 차기 총재를 선출하기 전까지 일본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치 불안으로 8일 개장 후 엔/달러 환율과 장기채 금리가 상방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일본 엔화는 지난 한 주간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저조한 흐름을 보였으며 30년물 국채 금리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이나도메 카츠토시 선임 전략가는 “이시바 총리는 재정 운영과 관련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며 “차기 자민당 총재에 누가 선출될지 불투명하지만 이시바 총리만큼 재정을 엄격하게 운영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초장기채 국채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듯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전격 발표하자 자민당 잠룡들이 다시 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1차 투표 1위를 차지해 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준수한 외모, 탁월한 언변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자민당 의원 중에는 드물게 40대로 젊은 편이지만, 2009년 처음 중의원 의원에 당선돼 정치 경력이 짧지는 않다. 그는 작년 총재 선거에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 초반 두각을 나타냈으나,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을 주장해 당내 보수층의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여성, 비세습 의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았다. 작년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는 이시바 정권에서는 권력 핵심부와 거리를 둬 왔다. 그는 이시바 총리로부터 자민당 총무회장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하야시 장관은 방위상, 농림수산상, 문부과학상, 외무상 등을 역임해 각료 경험이 풍부한 편이다. 다만 이시바 내각에서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을 맡았기에 정권 실패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여러 차례 이시바 총리 퇴진을 촉구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마찬가지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지금은 해체한 '모테기파' 수장으로 활동했고 이시바 정권에서는 중용되지 않았다. 최근 아소 다로 전 총리와 빈번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 가미카와 요코 전 외무상 등도 도전 가능성이 있지만, 선거 연패로 자민당 소속 의원 수가 줄어 일부 의원은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모으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다만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중의원과 참의원은 모두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와 직후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새 일본 총리가 탄생하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새로운 총재가 뽑힐 때까지는 국민에 대한 책임을 착실하게 수행해 새로운 총재, 총리에게 이후를 부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4명 외국인 수색이 ‘한국인 무더기 구금’…“한미관계 시험대”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의 한국 대기업 공장을 대규모로 단속해 한국 국민이 무더기로 체포되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으로 미국 내 사업 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미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조지아주 서배나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한국 국적 46명·인도네시아 국적 1명)과, HL-GA 베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 250여명이 구금됐다. 협력사 소속 인원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정확한 인원 및 국적은 아직 확인 중이다. 내년 완공을 앞두고 공장 내 전력 설비 설치 등 막바지 작업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인력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선 단속된 인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된 직원 상당수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자 수용시설에 구금됐다. 체포된 한국인들의 경우 B1, B2와 같은 단기 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미국에 입국해 법률상 금지된 근로 행위를 한 경우로 추정된다. 당국은 이번 단속이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면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이민 단속이 아니라 장기 내사를 거친 단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지아 남부지법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 공사 현장에 발부한 영장에선 안드레이나 푸엔테스-토바르, 케빈 사발레타-라미레스, 데이비드 사발레타-라미레스, 훌리오 곤잘레스 알바라도 등 히스패닉계로 추정되는 외국인 직원 네 명이 대상이었다. 네 명을 대상으로 한 수색이 300여명의 한국인 체포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HIS 특별수사관은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겨졌다"고 했다. 이번 단속은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약속하며 해외 기업들의 미국 내 공장 구축을 위해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민자들이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뺴앗는다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왔다. 최근 뉴욕에서 식품 가공 공장에서 직원 4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단속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당국이 자국 내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해외 기업을 상대로 이 같이 대대적인 이민 단속을 실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오토모티브 뉴스 콩그레스'에 참석할 예정인 와중에 이같은 단속이 실행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4년 동안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돌아온 것은 대규모 이민 단속이었다. 이에 관세정책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민 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갈수록 악화하는 미국 내 사업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등의 공장들은 첨단 기술과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데 현지에서 당장 고용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확대되면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생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짚었다. 주요 외신들은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민단속으로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제목의 기사로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의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체포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가까운 동맹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WSJ은 현대차가 지난 3일 '미국 내 월간 판매량이 8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호실적을 발표할 당시에 미 당국이 이미 수색영장을 확보하고 있었다고도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미 양국은 8월 정상회담을 했고 한국은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지만, 경제 협력 기운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구금된 이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는 6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포크스턴에 있는 구치소에서 수감된 한국인들을 만났다. 영사는 면담을 통해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국 측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오후에는 조기중 총영사가 시설을 방문해 시설 운영자 측을 면담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번 주 중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에 대한 한미 간 조율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이 이번 주에 방미할 경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고 당부하면서 조속한 석방을 위한 협조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8월 고용 쇼크…9월 ‘빅컷’ 전망 부활했다

미국 8월 비농업 신규 고용이 크게 꺾이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기대감마저 되살아나고 있다.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4.25~4.5%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9.0%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제로'(0)로 반영했다. 50bp(1bp=0.01%포인트) 인하 확률 또한 11%로 나타나고 있다. 8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되기 전까지만 해도 빅컷 가능성은 시장에 반영되지 않다. 앞서 미 노동부는 8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했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만5000명)를 크게 밑돈 수치다. 8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4.3%)와 부합했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3.7.0%로 각각 상승해 시장 전망(0.3%·3.7%)과 비슷했다. 아울러 7월 신규 고용은 7만9000명으로 6000명 상향 조정된 반면 6월 수치는 2만7000명 증가에서 1만3000명 감소로 하향됐다. 이에 따라 6월 고용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6∼7월 신규 고용이 부진했던 데 이어 8월 들어서도 고용 증가 폭이 2만명 초반대에 머문 것은 미국의 고용 사정이 지속해서 냉각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5bp 인하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8월 고용 보고서는 노동 시장의 균열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이 실제 빅컷에 나설지 장담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연준으로선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책무의 균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스탄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수치가 더 낮을수록 노동 시장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달부터 12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25bp씩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0~3.75%로 인하될 가능성이 65%에 달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것(8월 고용보고서)만으로 9월 빅컷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준이 매 FOMC 회의당 25bp씩 인하해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8월 비농업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에리카 맥엔타퍼 노동통계국장을 전격 경질한 이후 나온 첫 번째 보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미국의 고용 상황이 최근 3개월 사이에 상당히 악화했음을 보여주는 통계치를 발표하자 해당 통계가 조작됐다며 전임 행정부가 임명했던 맥엔타퍼 국장을 해임하고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E. J. 앤토니를 후임 국장으로 지명했다. 현재 노동통계국장은 빌 비아트로우스키 부국장이 대행을 맡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체포 대상 아니었는데 구금된 한국인…정부, 美측에 “배려해달라”

한국 정부가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기업 직원들을 직접 만나는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에 따르면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6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치소(Processing Center)에서 수감된 한국인들을 만났다. 영사는 면담을 통해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미국 측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앞서 미 이민 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의 서배나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의 합작 배터리공장인 'HL-GA 배터리회사'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중 한국인은 약 300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체포된 직원 상당수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자 수용시설에 구금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 남부지법이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 공사 현장에 발부한 영장에선 안드레이나 푸엔테스-토바르, 케빈 사발레타-라미레즈, 데이비드 사바레타-라미레즈, 훌리오 곤살레스 알바라도 등 네 명의 직원이 대상이었다. 네 명을 대상으로 한 수색이 300여명의 한국인 체포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HIS 특별수사관은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판단된 사람들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넘겨졌다"고 했다. 외교부는 서배너에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설치해 현장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대책반은 300여명 전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면담하고 건강상의 문제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에는 조기중 총영사가 시설을 방문해 시설 운영자 측을 면담했다. 조 총영사는 면담을 마친 뒤 현장 취재진에게 “우리 국민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얘기했고 실무진에서 가능한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담당 영사가 이날 수감자 전원을 면담하지는 못했으며 7일 오전 9시부터 면담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총영사는 “오늘 확인된 분도 있고 안된 분도 있는데 모든 분이 지내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한다"면서 “우선 담당 영사가 안에 시설을 확인했고, 오늘 면담한 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상되는 석방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민 당국은 불법 체류 등의 혐의로 체포한 이들의 체류 지위 등을 조사하고 향후 처분을 결정하기 전에 일단 이들을 구금시설에 수용한다. 정부는 조사 과정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불법 여부에 대한 시시비비는 나중에 가리더라도 일단 한국인들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풀려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LG엔솔 “임직원 47명·협력사 250여명 구금…석방 노력중”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구금된 인원이 자사와 협력사를 합쳐 약 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 인원 중 LG에너지솔루션 소속은 47명(한국 국적 46명·인도네시아 국적 1명)이고, HL-GA 베터리회사 관련 설비 협력사 소속 인원은 250여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 협력사 소속 인원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정확한 인원 및 국적은 아직 확인 중이다. 내년 완공을 앞두고 공장 내 전력 설비 설치 등 막바지 작업을 위해 현장에 투입된 인력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자의 빠른 구금 해제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상연락망을 통해 가족들에게 정기 복용 약품 등을 파악해, 필요 의약품이 구금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 및 관련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구금자와의 면회도 추진 중으로, 통신 및 연락이 가능하도록 요청하기로 했다.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가 오는 7일 오전 미국으로 출장해 현장에서 대응할 계획이다. 임직원들에 대해선 고객 미팅 등을 제외한 미국 출장은 전면 중단하고, 현재 출장자는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해 즉시 귀국하거나 숙소에서 대기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모든 이들의 신속하고 안전한 복귀 등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은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 정부는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번 사건으로 475명이 구금됐고 이 중 우리 국민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매우 우려가 크고 국민들이 체포된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필요 시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미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 미국법인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현대차는 법을 준수하지 않는 이에게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미국 제조업에 투자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 법률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금 인원 중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임직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조선중앙TV, 김정은 중국 방문·시진핑-푸틴 회담 방영

북한 조선중앙TV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지 하루도 안돼 기록영화를 대대적으로 방영했다. 중앙TV는 이날 정오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 80돌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 2025년 9월 2∼4일' 제목의 기록영화를 50분간 틀었다. 이 기록영화는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중국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4일)을 하는 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친근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빈번하게 나왔다.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최고지도자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우뚝 섰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TV는 전승절 행사에 참여한 26개국 정상급 인사들을 소개하면서도 우원식 국회의장에 대해선 별도 언급이 없었다. 다만 우 의장이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톈안먼 망루(성루)에 올라 이동하는 장면을 굳이 모자이크 처리 등으로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냈다. 이번 기록영화에도 김 위원장의 방중에 동반한 딸 주애가 등장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주애가 2일 베이징역에 도착할 때, 5일 평양으로 돌아가는 모습 외엔 노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김 위원장이 2일 베이징역에서 중국 측의 영접을 받은 후 숙소로 쓴 북한대사관에 도착했을 때 주애가 아버지의 바로 뒤를 따르는 장면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이 차의 오른쪽 문으로 내릴 때 주애는 왼쪽 문에서 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볼 때 부녀가 같은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에서는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가 김 위원장을 영접했으며, 중앙TV 카메라는 조용원·김덕훈 노동당 비서가 대사관 직원들과 악수하는 장면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보여줘 이들이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미국에 오라더니 韓 근로자 체포…트럼프 “할 일 한 것”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대대적 이민 단속에 나서자 한국 국민이 대규모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전날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의 합작 배터리공장인 'HL-GA 배터리회사'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중 한국인은 약 300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체포된 직원 상당수는 조지아주 폭스턴의 이민자 수용시설에 구금됐다. 당국은 이번 단속이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면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이민 단속이 아니라 장기 내사를 거친 단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티븐 슈랭크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HIS 특별수사관은 체포된 475명에 대해 “이 중 일부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으나 취업은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가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사람들'은 주로 중남미 등에서 불법 입국한 제3국 국적 근로자를 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체포된 한국인들의 경우 B1, B2와 같은 단기 방문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제)로 미국에 입국해 법률상 금지된 근로 행위를 한 경우로 추정된다. 미국 내 근로가 가능한 합법적인 비자 없이 ESTA 등을 통해 근무했다면 불법에 해당한다. 현장에서 체포된 직원들의 소속 회사는 현대차 등 본사뿐 아니라 하청업체와, 그 하청업체의 하청업체 등으로 다양했다고 미 당국은 밝혔다. 하청업체 직원들 가운데 제3국 소속 불법체류자 등이 일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 미국 법인 마이클 스튜어는 “구금된 사람들 중 누구도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한국 관계자들과 상황을 파악해 직원들과 파트너들의 안전과 신속한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당국의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대해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며 유감을 표하고, 체포된 이들에 대한 영사 지원에 나선 상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급습이 미국의 긴밀한 동맹이자 주요 교역 상대인 한국을 흔들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단속의 일환인 이번 작전은 한국에 외교적 경고음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번 단속은 불법 이민자를 단속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미국 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주장하며 불법 이민 단속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실제 재집권에 성공한 뒤에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을 벌여왔다. 최근 뉴욕에서 식품 가공 공장에서 직원 4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미 당국이 자국 내 대규모 투자에 나선 해외 기업을 상대로 이 같이 대대적인 이민 단속을 실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다음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오토모티브 뉴스 콩그레스'에 참석할 예정인 와중에 이같은 이민 단속이 실행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4년 동안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제조업 부활을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은 또 관세로 위협하며 기업들의 미국 공장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친트럼프 정치인이 이번 단속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원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조지아주의 공화당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미국 잡지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민 단속 당국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에 미국인 고용을 최대한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슈랭크 수사관은 “이번 단속은 조지아 주민과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법을 준수하는 기업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며, 경제의 완결성을 지키고 노동자들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하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밝혀 단속 목적 중 하나가 '자국민 일자리 보호'임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제조업 부활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등의 공장들은 첨단 기술과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데 현지에서 당장 고용할 수 있는 숙련된 노동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이민자 단속이 확대되면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생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난 그 사건에 대해 (이민단속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illegal aliens)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금 전에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에 수색 대상이 된 현대차그룹이 앞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나 물건들을 팔 권리가 있다. 아시다시피 이것은 일방적인 거래(one-sided deal)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단속과 제조업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우리는 다른 나라와 잘 지내기를 원하고, 훌륭하고 안정적인 노동력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어 “거기에서 일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많이 있었다"며 “그들(이민 당국)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들(불법 체류자)은 바이든 정부 때 넘어온 사람들이다. 불법으로 우리나라에 입국한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 8월 고용보고서 2만2000명↑·실업률 4.3%…나스닥 선물 상승

미국 8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스닥 선물을 포함한 뉴욕증시 선물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만2000명 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7만5000명)를 대 하회한 수치다. 8월 실업률은 4.3%를 기록해 전문가 예상치(4.3%)와 부합했다.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3.7.0%로 각각 상승해 시장 전망(0.3%·3.7%)과 비슷했다. 아울러 7월 신규 고용은 7만9000명으로 6000명 상향 조정된 반면 6월 수치는 1만4000명 증가에서 1만3000명 감소로 하향됐다. 이에 따라 6월 고용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8월 고용보고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은 미국의 고용 둔화를 지목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실제 지난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5월과 6월의 고용도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제 트레이더들은 9월 25bp(1bp=0.01%포인트) 미 기준금리 인하를 완전히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지표 발표 직후 뉴욕증시 선물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5일 한국시간 오후 9시 38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02%, S&P 500 선물은 +0.27%, 나스닥 100 선물은 +0.68% 등을 보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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