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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성큼…정부 산업육성·규제완화 뒷받침돼야”

다가오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과 경쟁 속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기업의 주도적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련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SK텔레콤이 후원하고 연세대학교와 바른ICT연구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이동통신 40주년 기념 토론회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그간 ICT 영역의 성과를 돌아보고, AI 시대에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과제와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축사에 나선 유영상 SKT 사장은 “이동통신은 지난 40년간 국민의 삶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고 대한민국 ICT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40년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롭게 직면한 AI 시대엔 마치 전기가 20세기 경제와 일상을 통째로 바꾼 것처럼 AI가 21세기 산업과 생활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이한 SKT도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을 통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산업 부흥에 기여하고 'AI 강국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새로운 사명을 실현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AI데이터센터, 초거대언어모델(LLM), AI반도체 등 AI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AI 개인비서 등 선도적인 AI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사례를 제시했다. 이밖에도 AI 윤리, 데이터 정책 등 글로벌 AI 정책을 주도하면서 대한민국이 AI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은 '이동통신 40년 성과와 향후 ICT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연단에 섰다. 김 정책관은 ICT 정책은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 유무선 통신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고가 단말기와 고가요금제 중심의 결합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또 6G 기술 개발 및 표준화 주도를 통한 6G 조기 상용화, 글로벌 AI 파트너십 확장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밖에 지역·중기·정부의 공백 없는 AI활용 추진을 주문했다. 이어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AI 시대, ICT가 가야 할 길: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AI가 기업, 산업, 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선 시장 공급을 뒷받침할 제조업 경쟁력 및 적극적 인프라 투자의 조화, 정부의 일관된 산업활성화 의미와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서비스∙기기∙플랫폼∙콘텐츠가 대립적 구도를 벗어나 선순환 고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선 조신 연세대 교수 주재로 산업계, 정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ICT 전망과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전문가들은 AI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산업 육성 패키지, 규제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날 토론에는 발표를 맡은 김 정책관과 권 교수를 비롯해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입체통신연구소장, 안현철 국민대 경영대 교수, 조수원 투아트 대표 등 산관학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kn.kr

HBM 3파전…‘앞마당 멀티’ SK하이닉스·‘와신상담’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시장도 덩달아 폭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제조사들이 관련 분야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해외 생산을, 삼성전자는 인력 추가 투입, 미국 마이크론은 5세대 제품 양산을 개시해 본격 HBM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5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 내 HBM 생산 방안을 키옥시아홀딩스에 타진했다. 통신은 SK하이닉스가 미에현 욧카이치 또는 이와테현 키타카미 소재 키옥시아 공장을 자사 생산 라인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시설 투자 없이 빠른 증산이 가능한 점에 착안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DDR5와 고성능·고용량 모바일 제품, HBM 등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해 9조6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전세계 HBM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완만한 IT 수요 회복세가 지속됨에 따라 AI 서버향 고용량 DDR5와 HBM의 수요 강세가 이어졌고, 신제품 출시와 함께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되는 고성능·고용량 모바일 메모리 수요가 두드러져서다. SK하이닉스는 HBM 1등 자리 수성을 넘어 시장 주도권 강화가 목표라는 입장이다. 이에 회사는 김기태 부사장이 이끄는 'HBM 세일즈 & 마케팅' 팀을 포함, 제품 설계·소자 연구·제품 개발 및 양산 부서를 모두 모아 'HBM 비즈니스' 조직을 신설했다. 김 부사장은 “고객 물량을 먼저 확보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좋은 조건에 판매할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 반도체 영업의 기본"이라며 “올해 HBM 물량은 이미 다 팔렸고, 좋은 제품을 보유한 우리는 시장 선점을 위해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4세대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린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로 왕좌를 탈환하겠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Advanced TC NCF)' 기술로 12단 HBM3E를 개발했다. 경쟁사 대비 발표는 다소 늦었지만 더 많은 양의 D램을 쌓아올려 업계 최대 용량을 구현한 셈이다. 그럼에도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쌓아 HBM 패키지 규격을 충족하고, 칩 두께가 얇아짐에 따라 휘어지는 특성을 최소화 하는 이점이 있어 고단 적층 확장에 유리하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HBM3E을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생산하고자 삼성전자는 100명 내외의 고급 엔지니어들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중 엔비디아와 납품 계약을 맺고자 HBM3 성능 시험을 받았으나 성능과 수율을 맞추지 못해 굴욕을 맛봤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에는 HBM3E를 양산하고 엔비디아 제품 인증을 통과해 물량을 따낸다는 계획이다. 최근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 경영자(CEO)는 삼성전자 AI 반도체 생산·HBM R&D 시설을 직접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회동해 자체 구축을 추진 중인 AI 반도체와 HBM 공급 방안을 두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물량을 수주하고자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사는 AI 수요 증가에 따른 주요 고객사향 HBM3 양산 판매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 마이크론은 업계 1·2위를 다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제치고 HBM3E 양산 개시에 돌입했다고 발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만년 3등이었기 때문인데, 4세대를 제끼고 곧바로 5세대 제품에 뛰어든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TSMC와 협업한 마이크론의 HBM3E는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 'H200'에 탑재될 예정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정도에 마이크론의 HBM3E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공급 시기는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집단소송에 분쟁조정까지…넥슨, 이용자 요구에 ‘진땀’

넥슨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 문제로 이용자들이 단체로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서 넥슨이 위기에 봉착했다. 집단 소송에 이용자 500여 명이 참여한 데 이어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신청에도 5800여명이 참여하면서 사안의 중대성은 더 커지는 분위기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으로 피해를 본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총 5826건이 접수됐다. 앞서 소비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전날 자정까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게임 내 확률형 유료 아이템(큐브) 확률 조작에 따른 피해 보상 요구'와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을 받았다. 향후 소비자원은 전문가 자문, 시험검사 등을 거쳐 조정안을 마련하고, 이에 소비자와 사업자가 모두 동의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소송 등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 확률 거짓 공개와 관련한 이용자 소송은 이뿐만이 아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500여 명은 지난달 19일 넥슨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또 이에 앞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A씨는 넥슨을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소송을 냈는데,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았다. 넥슨은 이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소비자원의 이번 분쟁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이플스토리' 집단 소송의 대리인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회장(변호사)은 최근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조정이 성립될 가능성은 정말 낮다"면서 “그건 넥슨이 모든 재판을 포기하고, 조정성립시기에 따라 모든 큐브 구매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넥슨이 이번 분쟁조정과 집단소송의 발단이 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에 대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거짓 공개 혐의로 넥슨에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에서 넥슨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책정될 보상액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A씨가 낸 2심 재판에서 법원은 A씨의 청구금액 1144만5300원의 약 5%에 해당하는 57만2265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달 소장이 접수된 이용자 집단 소송의 경우 당시 집계된 피해액 약 25억원의 10%에 해당하는 2억5000만원을 청구액으로 정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피해를 입은 게임 이용자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며 “게임 이용자가 부당한 처우에 침묵하지 않는다는걸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며, 이번 소송이 게임 이용자의 권익보호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된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은 2010년 5월 도입된 큐브 아이템이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넥슨은 같은 해 9월 별도의 고지 없이 확률을 조정했고, 이듬해 8월부터 2021년 3월까지는 특정 중복옵션 아이템을 아예 뽑을 수 없도록 당첨확률을 0%로 변경하고도 이를 거짓 공지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군사기밀 탈취 방조, K-방산 신뢰 저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대표 또는 임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경쟁사가 군사기밀보호법 제11·12조를 위반한 상황에서 국방 보안 사고와 관련한 추가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HD현대중공업의 관련 사업 입찰제한을 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의결했다.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 또는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논리다. 앞서 2020년 8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제치고 KDDX 기본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양측의 차이는 0.056점이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이후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감점을 적용 받게 됐다. 지난해 11월 직원 9명이 군사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탓이다. 한화오션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방사청의 이번 결정을 비난했다. 고위 임원의 명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하고, 수사 회피를 위해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하는 조직적인 범행이 일어날 수 있냐는 것이다. 특히 “2012~2015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수차례 방사청과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기밀을 탈취하고,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했음은 2022년 공개된 형사판결문 기재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명 '꼬리자르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부하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처벌 대상에 임원이 들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는 이날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임원의 개입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2개 이상의 사업부가 협조했고, 직원들이 비밀 문서를 열람하고 촬영한 뒤 상급자에게 보고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는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울산지방검찰청의 피의자신문조서에서 '부서장으로부터 질책 받은 기억이 없다'고 답변한 점을 들어 군사기밀 탈취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힐난했다. 또한 “수 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기밀을 탈취·공유하는 것은 유례 없는 불법행위 및 보안사고"라며 “이번 심의가 제척기간 동안 이뤄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다면 유사한 행위가 반복되고 나아가 K-방산의 신뢰도가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 변호사는 “관련자들이 수사 대상이 올랐기 때문에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관련 상황을 2018년 압수수색 시점에 이미 알고 있었다"며 “보안사고에 대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HD현대중공업이 KDDX 상세설계 수의계약도 언급하는 상황"이라며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도 수행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방사청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사안이 종결됐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기술개발과 수출 확대로 K-방산의 역량 향상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애플, 과징금 2조6600억원 폭탄…EU ‘반 독점법’ 위반 혐의

애플이 유럽 지역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관련, 반 독점법을 위반한 혐의로 우리 돈으로 조단위 과징금을 물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음악 스트리밍 앱 '애플 뮤직'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18억4000만유로(약 2조6688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과징금은 약 5억유로(7225억원) 내외일 것이라는 게 시장 컨센서스였으나 이보다 3배가 넘는 '과징금 폭탄'이 결정된 셈이다. EU의 과징금은 애플의 전세계 매출 중 0.5%에 해당한다.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유통에 관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를 벌인 EU 집행위는 애플이 외부 음악 스트리밍 앱 개발자로 하여금 아이폰·아이패드 운영 체제인 iOS 이용자에게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고 더욱 저렴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 '불공정 관행'을 이어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EU 반독점 규정에 따라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EU 집행위의 이 같은 결정은 경쟁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가 2019년 애플이 자사의 서비스인 애플 뮤직과 공정하게 경쟁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 데에 따른 후속 조처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독점적 앱스토어 운용 정책 때문에 반 강제로 월간 구독료를 인상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EU 집행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이 EU 경쟁 당국으로부터 반 독점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물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20년 애플은 프랑스에서 반 독점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11억유로(약 1조5895억원)의 과징금을 받았지만 항소함으로써 3억7200만유로(약 5375억원)로 감경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러-우 전쟁 2년…한화·풍산, 유럽 카르텔 뚫고 점유율 확대 나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산 포탄 공급량이 유럽 연합(EU) 지원량을 상회하고 있다. EU 내에서는 역내에서 제조한 무기로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생산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고, 국내 관련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있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실적 제고가 예상된다. 4일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하루 평균 3000발에 달하는 155㎜ 포탄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이면 9만발, 1년이면 108만발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 체계를 도입해 사용하도록 155㎜ 포탄 200만발 이상을 지원했지만 재고가 바닥을 보이며 집속탄을 보내기도 하는 등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EU가 당초 약속한 포탄 지원량은 100만발인데 30% 밖에 오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이와 관련 EU는 당초 100만발을 이달까지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연말까지로 말을 바꿨다. 무기 체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셈으로, 작전 수행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U 회원국 대부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속해있고, 영국 BAE 시스템즈·독일 라인메탈 등 유수의 포탄 제조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냉전 종식 이후 정부와의 신뢰 관계가 붕괴된 탓에 적시에 적정량을 생산해 공급할 수 없는 처지다. EU는 환경·사회·지배 구조(ESG)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왔고,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무익하고 위험한 산업으로 낙인 찍힌 현지 방산업계는 대출이 제한돼 투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은 장기간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 생산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음에도 역내에서 생산한 방위품만을 우크라이나로 보내야 한다며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럽 방위청(EDA)은 역내 155㎜ 포탄 생산 능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래 40% 늘어나 올해 말까지 140만발까지 증대될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독일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에 포탄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EU의 전체 지원량보다 한국산 포탄이 훨씬 많다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WP)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K-방산 수출 대약진에 힘 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라인메탈에 앞서 스페인에 155㎜ 포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전남 여수 소재 탄약 공장 생산 물량으로는 미국 정부가 한국군으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취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 수요를 맞출 수 없고, 유럽 지역에 대한 적극 공략에 나서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BAE 시스템즈와 NATO 회원국이 사용할 155㎜ 포탄 모듈화 장약(MCS) 공급 계약을 1759억원에 체결하는 성과도 거둔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로 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수요 급증이 예상돼 선제 개발에 나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탄약 분야 글로벌 탑티어를 달리는 풍산의 방산부문 매출은 2022년 9008억원,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6094억원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155㎜ 포탄 가격은 한 발에 2100달러(약 280만원)였으나 최근 4배 가량 폭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풍산의 방산부문 매출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풍산 관계자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당사는 안강·부산 사업장 생산 설비 신설과 보완에 1397억원을 투자한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네이버, 최수연號 출범 2년…안정•성장 다 잡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오는 14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한다. 최 대표는 대표직 취임 이후 조직 안정화와 함께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수익을 본격적으로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수연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가 조직 안정과 성장을 기반으로, 올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지속한다. 최 대표의 취임 3년차를 맞이하는 올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비스 수익 상승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최 대표 취임 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네이버가 얼마만큼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대표는 네이버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파격 인사로 네이버 수장직에 오른 주인공이다. 당시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 등이 불거지며 경영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큰 상황으로, 최 대표는 사내 주요 임원직을 거치지 않고 대표 자리에 오른 80년대생 여성 수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최 대표는 취임 첫 해 임직원 소통 간담회를 여섯 차례 이상 개최하는 등 혼란스러운 사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주력했다. 사내 인권경영실을 신설하고 사내 복지 확충에도 힘쓰며 직원들을 다독이는 데 공을 들였다. 취임 첫해의 키워드가 '조직 안정화'였다면, 지난해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이어졌다. 지난해 1월 북미 최대 소비자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를 인수했고, 8월에는 자체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10월에는 1억달러(약 1331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최 대표 취임 이후 네이버의 실적은 큰 폭으로 뛴 상황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9조6706억원으로, 최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021년(연매출 6조8176억원) 대비 40% 이상 커졌다. 연간 영업이익도 지난 2021년 1조3255억원에서 지난해 1조4888억원으로 늘어났다. '안정'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최수연 호(號)는 올해 더 큰 성장을 노린다. 주 무기는 지난해 공개한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다. 하이퍼클로바X는 최근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 'KMMLU'에서 오픈AI, 구글의 생성형 AI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확인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확인한 '소버린 AI'로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총 5000억달러(약 667조원)가 투입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는 네이버가 노리는 주요 사업이다. 네이버는 이날 사우디 최대 기술 박람회 리프(LEAP)에 참가해 현지에 네이버의 기술력을 뽐냈다. 네이버 콘텐츠 부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네이버웹툰은 올해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 도전한다. 네이버웹툰은 최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6월 중 상장에 도전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금호석화 경영권 분쟁 재점화…3차전 승자는?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전 상무간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최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과 소액주주 권리 보장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의 개인 최대주주다. 그는 故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다. 박 전 상무와 모친과 장인(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및 최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한 차파트너스의 지분율을 합하면 10%가 넘는다. 그러나 주주총회에서 박 회장에게 연패를 당했고,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고됐다. 업계는 박 전 상무가 전략을 변경한 것으로 보고 있다. 81%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장기전을 펼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실제로 차파트너스는 이번 활동이 경영권 분쟁 보다는 일반주주의 권익 향상에 초점을 뒀다는 입장이다. 감사위원 1명 이상은 다른 이사와 별도로 선출되도록 개정된 상법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사회에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부재하다는 점도 명분으로 걸고 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IF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준경 사장 등 박 회장의 우호 지분율이 15%를 넘는 수준인 데 반해 이사회 전원이 박 회장 측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박 회장이 대법원에서 불법취업 판결을 받았지만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4년간 200억원 규모의 보수를 수령한 점을 꼬집었다. 박 사장이 금호피앤비화학으로부터 저리로 자금 대출을 받은 사항이 배임 선고를 받았으나, 이사회가 박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한 것도 언급했다.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추천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한국씨티은행·신한투자증권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장 뿐 아니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 회계기준 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주총회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을 변경하고, 변경 후 2년에 걸쳐 사측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는 내용의 주주제안도 했다. 과도한 자사주 보유가 주당 순이익 및 배당금 감소 등으로 이어져 주가 저평가를 야기한다는 논리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부합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주총에서 진다고 해도 우리가 주장하는 내용의 정당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행동주의 펀드들이 졌을때도 결국 회사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그 이유"라고 발언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KBO 새시즌 돌아온다…야구게임 경쟁도 ‘활활’

한국프로야구(KBO) 새 시즌이 이번 주말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가운데 개막 특수를 노린 게임사들의 야구팬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야구게임 시장은 4파전 양상이다. 주인공은 컴투스 '컴투스프로야구(컴프야)', 컴투스홀딩스 '게임빌프로야구 슈퍼스타즈(겜프야)', 넷마블 '마구마구 모바일' 시리즈다. 엔씨가 H2와 H3의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지만, 위메이드가 이달 중 신작 '판타스틱 베이스볼: 얼티밋 쇼다운'을 선보이며 새롭게 참전했다. 먼저 컴투스는 다양한 라인업으로 국내 야구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실시간 스포츠장르 매출 상위 10개 게임을 살펴보면 MLB 9이닝스 24(3위) 컴프야V24(4위), 컴프야2024(5위), MLB라이벌(7위), 컴투스프로야구매니저(8위) 등 절반이 컴투스 게임이다. 컴투스는 국내외 야구게임 등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 연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컴프야 시리즈는 2024 시즌 업데이트를 앞두고 가장 발 빠르게 사전 예약과 각종 이벤트에 돌입, 야구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KBO 완벽 구현이 강점인 컴프야2024는 오는 20일까지 진행하는 사전예약 참여자에게 구단 선택 시그니처 선수팩, 고급 고유능력 변경권 등을 100% 지급한다. 이 기간 게임에 접속하는 이용자에게는 플래티넘팩 등 특별 접속 보상도 제공한다. '컴프야V24'도 사전예약 보상으로 게임 내 최상위 등급인 '라이브 5성 스카우트 티켓'과 함께 '스킬변경권' 등을 제공한다. 컴프매도 19일까지 사전예약 이벤트를 진행하며 새 시즌 개막에 맞춰 새로운 시스템과 신규 등급 선수 카드 업데이트 등을 예고했다. 겜프야는 컴투스홀딩스가 자체 개발한 캐주얼 비라이선스 야구 게임으로, 먼 미래의 판타지 시대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세계관이 특징이다. 지난달 치어리더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국내 인기 치어리더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야구게임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2024 시즌 이벤트 개시는 아직이지만 오는 23일 KBO 시즌 개막에 맞춰 관련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마구마구2024 모바일'은 넷마블이 19년 동안 서비스 중인 PC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다. 새 시즌을 맞아 오는 14일까지 싱글플레이 인게임 경기, 미니게임 참여 등의 미션을 달성하면 선택한 선수카드의 능력치를 강화시키고 '프리미엄강화복구권', 'GG전체선수팩', '1000만 거니' 등을 획득할 수 있는 '강화선수 획득 미션 이벤트'를 진행한다. 위메이드는 이달 중 '판타스틱 베이스볼: 얼티밋 쇼다운'을 글로벌 론칭할 예정이다. 뛰어난 그래픽으로 구현한 실사 캐릭터를 간편하게 조작해 즐기는 야구 게임이다. 싱글 플레이, 시즌, 챌린지, 쇼다운, 친선 경기 등 다양한 경쟁 콘텐츠를 제공한다. 앞서 위메이드는 KBO와 게임 라이선스 사업 대행 본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조직 개편과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H2와 H3의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오는 13일 모두 서비스를 종료하며 현재 유료 재화 구매 이용자를 대상으로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다. 윤소진 기자 sojin@ekn.kr

BMW·볼보 ‘한국인 CEO’ 수입차 시장서 존재감 뽐낸다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와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의 리더십이 수입차 시장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외국계 기업 한국 법인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아 자동차 판매를 크게 늘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내면서다. 두 사람이 성공신화를 쓰면서 경쟁사들도 한국인 CEO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 대표는 2019년 4월부터 BMW그룹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코로나19, 화재사건 등 부침을 겪으면서도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특히 한 대표가 국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점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배기가스순환장치 부품 결함 해결을 위해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리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최대한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당시 4만4191대였던 BMW코리아의 국내 판매는 작년 7만7395대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7만6697대)를 판매 성적에서 앞서며 한 대표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8년만에 1위 자리를 재탈환한 것이다. BMW는 올해 1월에도 4330대를 팔아 벤츠(2931대)를 누르고 '수입차 왕좌' 자리를 지켰다. 한 대표는 BMW 5시리즈 같은 차종을 한국에 세계 최초로 출시하는 등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하는 데 애써왔다. 2014년부터 볼보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존재감이 미약했던 볼보를 가장 매력적인 브랜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이후 2021년까지 연간 판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 투입, 전동화 전환 등에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볼보의 지난해 판매는 1만7018대로 전년(1만4331대) 대비 17.9% 늘었다. 업계 순위에서는 아우디(1만 7868대)를 바짝 뒤쫒으며 4위를 차지했다. 올해 1월에는 965대를 팔며 토요타(998대)의 뒤를 이었다. 한때 독일 '빅4'라는 말이 돌았었지만 볼보가 이 아성을 깨고 상위권 업체로 도약한 것이다. 이 대표는 볼보가 디자인을 개선하고 차량 상품성을 높일 당시 국내 투입 모델의 가격을 해외 모델 대비 하향조정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 대표가 실적을 충분히 내니 본사 역시 한국에 물량을 먼저 밀어주거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선전하면서 경쟁사들도 한국인 CEO를 다시 임명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폭스바겐, 포드, 재규어랜드로버 등 한국인이 이끌던 업체들의 선장도 본사 출신 외국인으로 바뀌는 추세였다. 최근에는 스텔란티스코리아 CEO에 방실 사장이 부임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MW와 볼보의 경우 CEO가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직원·소비자와 꾸준히 소통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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