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30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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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or 억울”…공정위 칼날 위에 선 ‘준공 후 잔금 지급’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보금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연 지급한 건설사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도급법상 위반이긴 하지만 정해진 기간을 준수하고 하자 보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대우건설 등 건설사 4곳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 대금 지급 내역서 등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가 하도급 대금 일부를 유보금으로 정해 지급을 미룬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보금은 건설사가 공사 완성 및 하자 보수 의무 이행을 이유로 잡아둔 보증금 성격의 돈이다. 약속된 공사대금의 일부를 준공 후나 하자 보수 기간 이후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보금은 통상 전체 공사대금의 5∼10%로 책정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 이같은 대금 지급 조건을 특약에 넣거나 '관행'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겹친 상황에 중소 건설사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이같은 유보금 제도는 하도급법 위반이 명백해 보인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목적물의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지연 이자를 줘야 하며, 적발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제 막 조사를 시작해 드릴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결과를 기다리고 그에 따르겠다"면서 “너무 단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보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유보금 지급 관행 조사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잘못된 행태'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적 필요성 등을 들어 '엄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갑질'인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잘못된 관행이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보금과 같이 대금을 묶어놓는 형태의 계약은 잘 보지 못했다. 요새는 협력업체와의 거래가 워낙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유보금이라는 것은 조금 철 지난 얘기"라며 “협력업체들도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절차가 잘 적립돼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보금 얘기는 부적절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유보금은 건설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지양해야 할 낡은 시스템"이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지적을 한 것이고 앞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정에 따라 하자가 나오는 부분이 일정하지 않고 마감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보금은 공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는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 완공 후 유보금을 주겠다는 협의를 하고 공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갑질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디. 그는 이어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연 지급했다면 갑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갑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면서 “조사 대상 기업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겹겹이 쌓인 악재…총선 후 부동산시장 ‘총체적 난국’

4.10 총선 이후 건설부동산 시장의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중동발 유가 급등 등 원자잿값 상승 압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고조, 미분양 확산, 여당 패배에 의한 부동산 규제 완화 동력 상실 등 악재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 등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10 총선을 전후로 건설부동산 분야에 각종 악재가 산적하면서 일각에서 전망했던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우선 공사비 급등, 미분양 적체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2월 국내 건설수주 실적에 따르면 10조 2000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2.9%, 전년 동월 대비 24.2% 감소했다. 공사비가 급증하다 보니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어 건설사가 일감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간 수주는 재개발과 건축수주가 각각 45.3%, 16.2% 줄었다. 재건축시장만 봐도 유찰이 거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서초구 신반포12차, 송파구 가락삼익맨숀과 우성4차 등은 지속 유찰을 겪으며 건설사가 수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란간 충돌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고물가, 고금리에 유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원자잿값 인플레이션 압박이 공사비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원화 환율까지 10년래 최고치인 1400원대를 넘나 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수입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PF도 다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착공에 따라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많아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아지다 보니 추가 자금 대출보다는 회수가 안전한 상태다. 건설사들도 부실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도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해외 부문도 악재가 겹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대형프로젝트 수주로 잭팟을 터뜨렸지만 이스라엘-이란간 전쟁 국면으로 장밋빛 전망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우디 정부의 역점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중기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 전체 170km 가운데 2030년까지 겨우 2.4km만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400억달러 수주라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아질 것이란 지표는 안 나오고 악재만 겹치다 보니 건설업계가 힘든 시기를 장기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 악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반기 금리인하까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택 시장도 조기 금리 인하, 규제 완화가 어려워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는 그간 1.10대책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총선 패배로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주택 수요 자극의 관건인 금리 인하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때 공급된 과잉 유동성 때문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현재 기준금리 5.25~5.50%)를 유지하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3.5%) 있으며, 이는 부동산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하반기 3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됐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늦어도 9월 이후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강한 인플레가 지속되는 반면 3월 소매판매지수가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가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단기간 내 금리 인하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우리나라의 금리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가 불가능해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시장의 경색 국면을 장기화시킬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심리적인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동 긴장감으로 투자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말 금리인하마저 없다면 2차 하락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인구감소와 부동산시장]④ 개인은 ‘영끌족’ 피하고, 건설사들 ‘패러다임’ 바꿔야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기록됐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출산율이 1.58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재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인구감소가 필연이라면 개인와 기업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인구감소 신호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출산율과 혼인율이 저하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해 당분간 주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구수가 유지 또는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2040년부터는 이마저 감소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의 구조적 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실거주자 입장에선 주택을 매매해야 할지 장기임대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서울 등 주요 도심의 1주택자는 빚을 내서라도 똘똘한 한채를 매입해 가격이 상승하면 팔아 더 큰 주택으로 옮기거나, 평생 보유하고 있다가 팔아서 노후 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 가치의 장기적 하락이 불가피해 이런 전략은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끌'을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 지급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고 싶다면 청약시장을 지속 두드리거나, 저렴한 경매매물로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게 좋다. 또 노후 대비를 위한 주택 매수 후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주택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실거주자는 주식이나 기타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은 월세 등 임대로만 거주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남는 돈을 주식, 채권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선별 투자가 강조될 것으로 전망됐다. 거주 인구 규모에 따라 특정 지역은 초고층 밀집 개발이 진행되고 나머지 지역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등 재개발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알짜배기' 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지역이나 실버주택 등 임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인지하고 세제 혜택이나 대출관련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으며 상황 악화를 막고 있다"며 “다만 결국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만 가격 상승 요인을 부추길 수 있어 향후 쏠림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건설업 부문의 대내외적 환경도 확 달라진다.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요 업무 영역이 임대 주택 공급, 주택 리모델링이나 인프라 건설, 해외 부문으로 변화될 수 있다. 또 현재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매니지(PM) 방식을 활성화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효율성·비용 절약은 극대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택공급 활성화 세미나에서 “하나의 공간에 주거와 업무, 상업활동 등 수요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성을 높인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선 또 인구 감소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 장기임대주택 보급 활성화를 위해선 일정한 수익성 보장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 사업자들이 임대 주택 사업에 뛰어들려면 그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그래야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지방의 빈집 해소도 향후 과제다. 지방 관급공사를 주로 하는 C 대표는 “앞으로 지방 소도시나 농촌은 디트로이트처럼 빈집으로 가득찰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도시철도망을 좀 더 촘촘하게 구축해서 소멸되는 공간의 빈집을 문화 및 관광산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면 변화하는 인구감소를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건설업계의 변신도 요구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제로 탄소 시대 개막·시간 단축·인력 투입 최소화 등이 과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설계 최적화 솔루션이나 3D설계인 BIM과 가상 시뮬레이션 디지털트윈, 사물인터넷(IoT), 모듈러건축, 3D프린터 등 신기술 개발과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필수다. 해외건설 관계자는 “해외진출에는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 등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나 각국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발주자 협업 및 금융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여의도 재건축 ‘2차전’…대교아파트 수주전 개막

1970년대 건축된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인 한양아파트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두 번째인 대교아파트 시공사 선정에도 삼성물산·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뛰어들면서 '2차전'의 막이 올랐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21일부터 영등포구청 주관으로 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주민공람 절차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주민공람은 30일간 진행된다. 이 사업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는 첫 번째 사업장이다. 6.3빌딩, 여의도 한강공원이 지척인 한강뷰 아파트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9호선 샛강역 등이 가깝다. 단지 바로 옆에 여의도 초·중·고가 있어 학군도 좋다. 1975년 준공된 노후 단지로 4개동, 576가구로 구성됐으며 전용면적은 95.5㎡부터 151.74㎡까지다. 조합은 주민설명회 및 구의회 의견 청취 이후 오는 5월 정비계획안 서울시 상정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6월 정비계획 결정 및 고시를 목표로 정비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교아파트는 현재 약 469.79%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지하4층~지상 최고 49층 총 4개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계획안을 수립 중이다. 조합은 오는 2025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입주 예정 시기는 2030년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3~4개의 대형 건설사가 조합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으며,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삼성물산과 롯데건설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올해 초 대교아파트 조합설립 인가 당시 단지 외벽에 대형 축하 현수막을 내걸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금은 시기가 너무 빨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 더 단계가 나가야 정확한 계획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삼성물산이 대교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 또한 “해당 사업장은 롯데건설의 중점사업장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합측은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시장이 상승기로 돌아서면서 일반 분양이 수월히 진행돼 조합원들의 부담이 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여건상 추가분담금 급증 및 사업 기간 연장 등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지적 우위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사업성이 얼마나 나올 지가 문제다.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면 추가분담금이 올라갈텐데,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사비 인상 이슈가 발생해 빠른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 시장 분위기 및 금리를 고려해보면 2035년 정도 입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국토부, 국내 최저 ‘월 10만 원대’ 용산 연합기숙사 착공

국토교통부와 교육부는 17일 서울시 용산구 신계동 일원에서 대학생들의 주거 안정 지원을 위한 연합기숙사 건립 착공식을 진행했다고 16일 밝혔다. 2026년 준공 예정인 용산 대학생 연합기숙사는 국토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철도 유휴부지에 한국수력원자력 및 원전 소재 지자체(기장군, 울주군, 경주시, 영광군)의 기부금(460억원)으로 한국장학재단이 건립 및 운영한다. 약 595명(500명은 원전 소재 지자체 출신 학생 우선 배정)을 수용하는 연합기숙사는 정부·공공기관·지자체가 대학생의 주거 부담 경감을 위해 협력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용산 대학생 연합기숙사는 1·4·6호선 지하철역(용산역, 삼각지역, 효창공원앞역)과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교통 환경이 편리하고, 월 기숙사비 15만원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 대학가 원룸이 월 70만 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합기숙사 건립으로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연합기숙사는 기숙사 내에 서울형 어린이 놀이방, 풋살장, 회의실, 상담(멘토링) 공간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지역과 상생하는 복합시설로도 이용될 예정이다. 기숙사 입주 대학생들이 인근 지역의 초·중등 학생들의 멘토가 돼 상담(멘토링) 공간에서 교과 보충, 교우관계 및 진로상담 등을 지원한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이번 용산 대학생 연합기숙사 건립을 통해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연합기숙사 확대를 위한 철도 유휴부지를 적극 발굴하고, 뉴홈, 청년 주택드림 대출 등과 같은 다양한 청년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한강변 스카이라인 구현’ 성동구 성수4지구, 설계 현상공모 공고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구역(성수4지구)은 15일 설계사 선정을 위한 현상공모를 공고했다고 밝혔다. 내달 설계안을 접수하고, 6월 조합원 대상 디자인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이어 7월 정기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를 통해 가장 역량 높은 설계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정형화된 성냥갑 형태에서 벗어나 한강변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구현하고 초고층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유수 도시의 랜드마크 설계 경험이 있는 해외 설계회사와의 합작도 권장하고 있다. 적법하면서도 빠른 건축심의 접수를 위해 성수4지구는 설계공모 과정에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또한 '50층(150미터) 이하 높이규정'을 반영한 기존의 정비계획 기준 하에서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설계회사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후 올해 하반기 높이제한이 폐지된 정비계획변경 확정고시 후, 선발된 회사와 77층으로 설계안을 변경, 건축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성수전략정비구역의 높이-층수 완화를 시사했으나 아직 정비계획 변경고시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투트랙 전략'을 선택한 이유라고 성수4지구 측은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2011년 고시된 '50층 이하' 정비계획 기준에 따라 현상공모를 하는 것이 가장 적법한 절차다. '50층 이하' 디자인으로 설계회사 선정한 후 층수를 높이는 것이, 하반기 변경 확정고시까지 기다린 후 77층으로 현상공모를 진행하는 것보다 9개월 정도 사업진행이 앞당겨진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성수1지구 정비계획 변경 공람이 진행됐고, 4지구의 공람 및 고시는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성수4지구는 지난 2월 전자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이 77층 초고층을 선호하는 것을 확인했다. 초고층으로 더 깨끗한 한강조망과 랜드마크 프리미엄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영보 성수4지구 조합장은 “시와 면밀히 상의한 끝에 나온 가장 빠르면서 적법한 방법"이라며 '다채로운 한강 스카이라인' 가이드라인을 가장 아름답게 구현할 최고의 설계회사를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돈 안 되는 재건축…조합 vs 건설사 갈등 어디까지?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급등 등에 따라 재건축 조합-시공사간 갈등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고급 아파트를 원하면서도 공사비는 깎아 달라는 조합 측의 과도한 욕심, 최근 재건축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 건설사들의 '갑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담금 인하를 이유로 시공사 교체에 나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진구 촉진2-1구역 조합은 지난 1월 재개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기존 시공사 GS건설을 해임한 후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GS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3.3㎡(평)당 972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조합은 평당 공사비가 800만원 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공사를 해임했다. 조합은 이후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채택했지만 평당 공사비는 960만원 가량으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 또한 높은 조합원 분담금을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해 1월 평당 650만원 수준의 조건으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을 수주했다. 하지만 적은 대지 지분으로 인해 재건축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 공사비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고,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지난해 11월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에는 재건축 조합이 신탁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례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서울 금천구 남서울 럭키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 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국자산신탁과 맺은 업무협약(MOU)을 파기하고 새로운 신탁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 위원회는 신탁사에 요구한 단지 설계를 바탕으로 했을 때 전망되는 조합원 분담금(최대 9억원)이 자신들의 예상치(3억원)를 한참 뛰어넘은 수준으로 나타나자 신탁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게에선 고급 아파트를 지어 달라면서도 높아진 공사비는 부담하기 싫어하는 조합 측의 '횡포'라고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에서 요구하는 설계 업그레이드 및 마감재 고급화를 진행하려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사업성이 좋은 상급지라면 시공사도 이를 감내하고 윈윈하는 전략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사만 지연돼 조합원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조합들도 불만이 많다. 최근 건설사들이 공사비 및 사업성에 대한 기준을 무리하게 올리고 분쟁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일명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7구역 재개발사업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비 증액 요구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우건설은 평당 공사비를 546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또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4월 평당 510만원이던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올린 뒤 또다시 823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해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조합이 이러한 공사비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조합원들은 조합장 해임을 추진 중이다. 일부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에 한해 이미 수주한 사업에서 마저 발을 빼는 건설사들도 있다. 자잿값·인건비·이자 등 각종 비용이 오르자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차라리 계약 해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일부러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지만 조합 집행부들과 몰래 결탁해 공사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보다 조합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공사비를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각종 비용 인상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처음 계약한 가격과 격차가 크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갑질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GTX 효과 제대로 보려면 환승 시스템 강화해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통행시간 단축, 집값 안정 등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편리한 환승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GTX 개통 및 기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도민들 평균 출퇴근 왕복 시간이 83.4분으로 전국 평균보다 20% 오래 걸린다. 반면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수록 대중교통 행복지수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최근 수서-동탄 구간 등 GTX 개통은 통행시간 단축은 물론 도심 집값 안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지역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간 차별 없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GTX 추진을 통한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제시했다. GTX 사업 최초로 A노선의 일부인 수서~동탄 구간이 3월 30일 개통됐으며, 운정~서울역 구간은 올해 12월 개통 예정이다. 서울 삼성역의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지연에 따라 당분간 분리 운영이 불가피하지만, 2026년 삼성역 무정차 통과를 시작으로 2028년 GTX-A 전 구간이 개통된다.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GTX로는 약 20분이 소요되는데, 이는 승용차 대비 55%(45분), 버스 대비 73%(75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GTX-B는 인천대 입구를 출발해 서울역, 청량리를 거쳐 마석까지 운행하는 82.8km 노선이다. 올해 착공을 시작으로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4개 역사에 정차할 계획이며,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에서 서울 중심지까지 3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GTX-B 시종점 기준 통행시간이 60%(90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GTX-C는 덕정을 출발해 삼성을 거쳐 상록수와 수원으로 연결되는 86.6km 노선이다. GTX-B와 함께 올해 착공을 시작으로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를 통한 속도 혁명은 출퇴근 시 오랜 통행 시간에 지친 이들에게 여유로운 아침과 저녁을 선사할 것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은 진단했다. 실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외곽통근은 178만 통행이 증가했다. 2012년 대비 2022년 서울시 인구는 77만명 감소했지만, 경기·인천 인구는 162만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주분리 광역화로 인한 출퇴근 시간 증가는 출퇴근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전국의 평균 출퇴근 왕복 시간이 69.4분이지만, 경기도는 이보다 20%나 오래 걸리는 83.4분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경기도민 등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 단축 등 GTX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제대로 된 환승 체계와 연계 교통망 확충을 통해 교통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 본부장은 “GTX는 고속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도시철도와 같은 촘촘한 역 신설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역이 타 교통수단과 환승을 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다"며 “더 편리한 환승과 연계 교통체계 확충을 통해 수도권 전역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GTX 연장과 기존 사업과의 연속성을 고려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저출산시대, LH 신혼가구 주택 공급 잇단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갑작스런 본청약 연기,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신혼부부들을 울리고 있다. 저출산 시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의 시책에 공공기관인 LH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27일 경기 군포시 대야미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군포대야미 A2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이달로 예정된 본청약이 3년 뒤인 2027년 상반기 중으로 미뤄진다고 통보했다. 군포대야미 신혼희망타운은 대야미동, 속달동, 둔대동 일대 14만4639㎡ 규모로,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이다. 2021년 10월 총 1511가구 중 952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받았으며, 이달 본청약에 이어 2027년 1월 입주가 계획됐었다. LH는 아파트 예정 부지에 345㎸(킬로볼트) 특고압 송전선로가 지나는 송전탑이 있는데 이를 지하로 묻거나 타 부지로 옮기는 공사 기간이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본청약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통보가 본청약을 2주 앞둔 시점에 갑자기 진행됐다는 점이다. 일정에 맞춰 자금 마련 및 이사 계획을 세웠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LH의 '무대책 통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본청약 계약금을 마련을 위해 전세를 빼거나 퇴직금을 받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신혼부부들까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본쳥약이 연기되며 2027년 입주 또한 물거품이 되자 사전청약을 포기하는 당첨자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30년 입주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 2021년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입주까지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게 생겼다. 또 송전탑 문제는 사전에 예측 가능했고 LH 측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대책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전청약 제도 자체의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부 당첨자들이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전청약은 법적 계약이 아니어서 손해 구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송전선로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이견이 생겨 공사가 지연됐다"며 “공사 기간을 단축해 청약 당첨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해명했다. 신혼부부들의 눈물은 3기 신도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인 인천 계양지구 테크노밸리 A3 블록 총사업비가 1754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33.1%(580억원)나 급증했다. 입주 예정일 또한 당초 사업계획승인 시 발표한 2026년 6월에서 같은 해 12월로 연기됐다. 신혼희망타운인 A3 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359가구)과 행복주택(179가구) 등 548가구가 들어선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본청약 때 확정되는 최종 분양가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해 입주 대상인 신혼부부들에게 큰 부담이 줄 것이 명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최종 분양가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민간 분양 아파트 대비 상승 폭이 작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신혼부부들이 분양가 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사비가 오른 것도 사실이고 LH가 민간에 비해 수익을 많이 안 남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공기관이라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신혼부부들과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수많은 예산을 써서 출산율 및 혼인에 대한 대책을 내는데, 공사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에 어떠한 대책이 나와도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땅 싸게 팔아요”…LH, 부동산 침체에 파격 할인 판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잘 팔리지 않는 토지를 매각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장기간 무이자 할부 판매는 물론, 매수자가 장기간 집을 짓지 못할 경우 원금에 이자까지 얹어 땅을 되사겠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세우고 있다. 8일 LH에 따르면 최근 LH의 토지 매각시 토지리턴제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3일 LH 대구경북지역본부가 경북 경산 대임 공공주택지구 내 일반 상업용지 3필지를 이 방식으로 내놨다. 경쟁 입찰로 공급하며 납부는 5년 무이자 6개월 단위 분할납부다. 토지리턴제는 토지 구매자가 대금 수납 기간 50%가 경과한 날부터 잔금 납부 약정일까지 계약금 몰수없이 합의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한 조건부 계약을 말한다. 쉽게 말해 땅을 팔고 난 후 일정 기간 내에 착공을 하지 못했을 경우 구매자가 LH에 땅을 다시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LH는 구매자에게 계약금 및 할부 원금에 이자까지 붙여 돌려줘야 한다. 건설사 등은 사업부담이 없다 보니 잘 팔리지 않는 토지를 적극적으로 매수할 수 있고, LH는 미매각 토지를 일단 팔아 미분양 부담을 줄일 수 있다. LH는 지난해 10월부터 이같은 토지리턴제를 재도입해 최근 여러 곳의 미분양 토지 매각에 적용했다. 특히 이전에는 지방 미매각 위주의 공동주택용지와 수도권은 상업용지만 적용했지만, 최근엔 서울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 공동주택용지까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원 당수 지구 공동주택용지(C2BL)와 서울 강남권 주차용지마저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각 공고를 냈다. 토지리턴제는 과거 2008~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됐을 때 토지 매각 활성화를 위해 활용됐다. 또 2013년 미매각 토지가 30조원대에 달했던 시기에도 LH가 '원금보장형 토지리턴제'를 실시한 바 있다. 이같은 토지리턴제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은 현재도 당시처럼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민간에 팔리지 않은 LH 미매각 토지는 약 2조원 규모다. LH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429억원에 그친 공동주택용지 매각 대금 연체 규모는 올해 3월달 기준 9575억원까지 늘었고, 공동주택용지 해약 금액도 7732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토지리턴제는 상황에 따라 LH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구매자가 실제로 환불을 요구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생긴다. 2014년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 6·8공구 내 세 개 필지(A1, A3, R1)를 교보증권 컨소시엄에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매각했다가 나중에 두 개 필지에 대한 환매 요청이 들어오는 바람에 이자를 포함해 총 5900억원이나 물어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LH도 리스크를 줄이고자 조건을 완화하지 않으면 매각이 불투명할 것이 분명한 토지들을 대상으로만 제한적으로 토지리턴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가 공동주택용지 입찰 자체를 포기함에 따라 향후 주택 공급이 축소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며 “건설사의 재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일 뿐, 기납부한 계약보증금과 계약보증금을 제외한 납부대금에 그동안 발생한 이자를 합산해 반환하는 조건이므로 LH의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LH는 토지리턴제 외에도 거치식 무이자 할부 방식도 쓰고 있다. 최근까지 고양삼송 종합의료시설용지를 1년 6개월 거치 5년 무이자로 공고를 올렸고, 현재 남양뉴타운 단독주택(점포겸용), 준주거용지 및 병점복합타운 주유소용지도 1년거치 무이자 할부로 나왔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할인 분양에 들어가면 관심을 갖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성이 없는 상황이라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상업용지든 공동주택용지든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결국 해당 입지에 어떤 사업이 잘 어울릴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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