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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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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글로벌-엔시트론, 90억으로 보이는 10억 투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9 14:56

HLB글로벌 50억 유증·엔시트론 40억 CB, 상호 투자
회사 간 시너지는 희미…“향후 주가 움직임 주목해야”

HLB글로벌 CI

▲HLB글로벌 CI

코스피 상장법인 HLB글로벌과 코스닥 상장법인 엔시트론이 상호 투자하는 관계를 맺는다. 결과적으로 엔시트론이 HLB글로벌에 10억원을 투자하는 그림이지만, 거래 구조상 향후 양사는 40억~50억원 규모의 지분을 나눠 가지는 모양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LB글로벌은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1주당 발행가액은 7090원이며 납입일은 오는 5월 7일이다. 이후 오는 5월 31일 총 70만5219주를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제3자 배정 대상자는 엔시트론으로 1년의 보호예수 기간을 설정했다.


한편 엔시트론도 4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다. 배상은 바로 HLB글로벌과 진양곤 HLB그룹 회장, 그리고 그의 개인회사다.


엔시트론은 먼저 20억원 사모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할 예정이다. 대상자는 바로 HLB글로벌이다. 납입일은 오는 5월 7일로 앞서 HLB글로벌이 시행하는 유증 납입일과 같다.




이어 엔시트론은 추가로 20억원 규모의 CB도 발행한다. 이 역시 납입일은 5월 7일이며 대상자는 진양곤 HLB그룹 회장과 진 회장이 지분을 99% 보유하고 있는 에포케가 각각 10억원씩 납입한다.


결국 엔시트론이 HLB글로벌에 50억원을 투자하고, HLB글로벌 측은 곧바로 40억원을 돌려주는 모양새다. 양 사가 나누는 거래 규모는 90억원이지만, 실제 오가는 돈은 엔시트론에서 HLB글로벌로 건내지는 10억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복잡한 딜을 할 필요 없이 HLB글로벌이 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나 CB 등을 발행하고 여기에 엔시트론이 참여하면 되지만, 이렇게 복잡한 딜 구조를 만든 이유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지난해 발표한 HLB그룹과 엔시트론 간의 제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2022년 8월 HLB그룹은 엔시트론과 합작해 도토리생활건강이라는 유통사를 설립했다. 도토리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밸러니티'(Balernity)의 판매를 하는 곳이다. 밸러너티는 입안에 붙여 녹여 먹는 필름 형태의 영양제다.


도토리생활건강은 설립 직후 진 회장과 정인견 엔시트론 대표가 함께 운영하다가 지난해 12월 정 대표는 사임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해석이다. 당초 도토리생활건강은 HLB글로벌이 아니라 HLB제약의 기술력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재원은 주로 진 회장의 자금에서 나온 곳이다.


HLB글로벌과 엔시트론의 양사가 서로의 지분을 교환해 기대할 수 있는 사업적인 시너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의구심이다. 엔시트론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며, HLB글로벌은 자원환경과 유통업, 바이오 등을 영위하는 곳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엔시트론의 주가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엔시트론의 주가가 떨어질수록 진 회장 측이 확보할수 있는 엔시트론의 지분이 많아지는 구조다. HLB글로벌 시총 대비 유증가 50억원은 1%에 불과하지만 엔시트론의 CB 발행 40억원은 시총 대비 11% 수준에 달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굳이 이런 방식으로 CB 발행과 유증을 진행해 향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을 선점할 이유는 지금으로서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주가 움직임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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