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7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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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4년 정기주총,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원년이 되었으면

자사주 소각이 모두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일정 목적에 따라 취득 시, 법령에서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처벌 규정이 없는 반쪽짜리 규정이다. 하지만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럼 CB콜옵션을 포기한 것이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배임을 피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배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회사가 대주주에게 콜옵션 행사권을 넘긴다면 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는 한 국내 유수의 기업이 최근에 발표한 사례다. 모두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특정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사주 소각은 처벌이 없는 상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CB콜옵션의 경우는 배임 우려를 피하기 위함도 있다. 그럼에도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 환경과 상법은 소액주주보다는 대자본과 역사의 편에 가까운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사주 소각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CB콜옵션의 타인 부여 및 매매를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양 사례는 주주환원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다. 이달 본격적으로 정기주총이 다가왔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거셀 전망이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들이 연대를 맺기 수월해 졌고, 많은 상장사 오너들의 정서는 'K-디스카운트'를 여전히 야기시키고 있다. 주주들은 연대를 맺어 방만한 상장사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주주연대의 대표 간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요구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한정된 자원의 나누는 과정에서 경쟁을 한다. 상장사 최대주주는 한정된 자원을 많이 나눠갖는 자이다. 그런데 운동장 역시 최대주주에 유리하다. CB콜옵션 포기나 자사주 소각 등이 최대주주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연대의 주주제안이 최대한 많이 통과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소시민인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들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22대 국회, 산업경쟁력 향상 도울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22대 국회가 '경제성장'이라는 발언을 뛰어넘는 현실적인 지원사격을 바라는 모양새다. 특히 노동시장 문제 해결이라는 숙원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는 6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이 39위라고 발표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미국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의 '2024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 순위는 184개국 중 87위로 나타났다. 등급으로는 '부자유'에 해당한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비롯한 경직적인 제도 등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어려운 해고는 사회안전망의 측면도 있으나,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근로자들의 재취업이 힘들어지고, 경력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강성노조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도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파업 스케줄'을 짜놓고 시행하는 노조의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비롯한 보완입법이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법 시행에 따른 부담이 있는 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헌법소원 제기를 시사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근로시간도 더욱 유연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설비를 보수해야 하는 장치산업의 경우 특정 분기에는 업무량이 몰리고 다음 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지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시행이 어렵다.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사안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냐는 원론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상속세·법인세 인하 및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세제개편도 필수적인 항목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명목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으로, 대주주 할증이 더해지면 65%에 달한다. 상속세 자체가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비율까지 책정된 셈이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지만, 기업 규모별로 차등지원하는 것도 지적을 받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탄소저감을 이끄는 대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신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경영과 무관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세율과 무관치 않다. 이 과정에서 재산 손실도 발생한다. 어차피 팔아야 할 지분을 매수하는 입장에서 '제 값'을 쳐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총선이 치러질 때마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유사한 문제가 이어지는 흐름이 지속되는 것은 경제성장 뿐 아니라 청년세대 등 근로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고 산업경쟁력 향상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22대 국회가 되길 바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눈] 한국전력, 경영평가 ‘A’ 등급 마땅한 이유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상장사의 주가부양과 주주환원에 대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민의 노후보장은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시장에 의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증시의 중요성이 '괄목상대'(刮目相對) 되는 것은 자본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 정부는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노력을 경영평가 항목에 넣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해당 공기업의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전의 적자에 대한 책임은 한전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한전은 지난 2021년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하려 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란 전기를 만드는 원가가 오르면 요금도 올리고, 반대로 원가가 떨어지면 요금도 내리는 제도다. 정작 제도 시행은 정부가 막았다. 국민의 사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급등한 시기였다. 결국 한전은 원가가 늘어도 요금을 올리지 못해 4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쌓았다. 이 시기 한전은 80조원 규모의 한전채를 찍어내며 버텼다. 그로 인한 채권시장의 혼란도 결국 정치권의 책임인 것이다. 한전의 경영안정과 전기요금 정상화, 주가 회복, 주주환원 등은 동시에 될 일이 아니다. 한전의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전기공급이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실적이 망가졌지만 2022년 한전의 경영평가가 D등급이라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전은 가정과 기업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유일한 과제다. 심각한 경영난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적이 없다. D등급이 아니라 오히려 A등급을 주고 싶다. 넉넉한 집안에서 고액과외를 받으며 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장하겠지만 어려운 집안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며 공부한 고학생 새내기가 더 대견한 법이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은 현재 한전에는 무리한 요구다. 오히려 한전에 채운 각종 규제 족쇄를 풀어줘야 할 시기다. 그동안 한전을 희생양 삼아온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건설업 외면하는 청년들, K-건설의 위기

“건설현장에서 청년을 찾기가 힘들다. 내가 50대인데 현장에서 막내급이라 심부름을 자주한다." 최근 만난 한 건설근로자의 한탄이다. 그는 이대로라면 10년 후의 한국 건설현장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건설업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은 보수가 많지 않고 육체 노동이 심한 '막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산업 재해도 심각하다. 개인적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층에겐 매력이 떨어진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최근 5년간 청년층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은 5%대 미만이다. 농림어업 다음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건설업에 취업한 청년들 마저도 '탈건'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건설업계 탈출'을 뜻하는 신조어다. 업종별 직장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에서 건설업 코너를 보면 “탈건만이 답일까요?", “정말 궁금한데 왜 건설형들은 다 탈건을 꿈꾸는 거야?" 등 탈건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건설업은 말 그대로 '사람 장사'다. 인력의 질이 곧 경쟁력이다. 청년층 유입 감소는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각종 건축·시설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청년들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면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숙련·외국인들이 주로 일하는 건설현장 등에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공기가 늘어나고 부실 공사나 산업 재해의 가능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 대다수가 외국인 근로자"라며 “현장에서 아무리 통역 앱을 돌리고 해도 소통에 한계가 있고 통제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하자 분쟁과 안전 사고가 늘어난 이유는 미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청년층 유입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기능인 등급제가 있다. 건설근로자의 체계적인 경력관리와 합리적 보수 체계를 위해 근로일수·자격·교육·포상이력 등을 기준으로 초·중·고·특급의 4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신뢰도가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청년들이 건설현장을 외면하면서 K-건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K-건설의 미래를 위해 청년층 유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직업으로서의 비전 제시와 합리적 보수 체계·산업 안전 강화 등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기자의 눈] 좀비기업 퇴출 이전에 장외시장 거래 활성화부터

금융당국이 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나 기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좀비기업'을 대상으로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이고,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좀비기업을 방치할 경우 기업사냥꾼의 시세조종 도구 등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달 2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 관련 연구기관장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소 퇴출이 적극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 간 큰 틀에서 합의점이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문제가 돼 온 부분은 좀비기업으로 분류되는 상당수 기업들의 거래가 장기간 정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거래정지 기업들의 정지 일수를 분석한 결과 평균 500일 이상 거래가 묶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찬성하는 측은 팔고 싶어도 거래가 장기간 정지돼 있어 팔지 못해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의견과 반대하는 측은 사실상 투자한 자산이 대부분 증발하는 만큼 일부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보면 유가증권시장 20개, 코스닥 56개 등 총 76개 종목이 거래가 정지중인 상태다. 특히 아리온과 이큐셀은 각각 2020년 3월 19일과 3월 20일부터 거래가 정지돼 왔다. 좀비기업의 정리는 시급한 문제로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환영할 만 하다. 하지만 정규시장이 거래소에서 퇴출됐다 해도 이들 기업들이 장외시장에서 활발히 거래가 이뤄져야 시장의 안정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대표적인 장외시장인 K-OTC는 오히려 위축중인 상태다. 금융투자협회가 내놓은 '2023년 K-OTC시장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 평균 거래대금은 33억3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6%가 감소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0년 '상장폐지종목의 장외거래 특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장폐지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외시장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장외시장을 통해 충분한 재기와 거래의 기회를 제공해 거래소 퇴출위기에 놓인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안시장을 선택하고 상장폐지 이후에도 장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도모한다면 2부 리그인 K-OTC와 코넥스에 대한 육성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실패가 끝이 아닌 재기를 위한 발판이, 스타 기업의 발굴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기자의 눈]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초라한 성적표는 예상된 결과

당국과 손을 잡고 호기롭게 문을 연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장으로부터 당차게 외면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출시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플랫폼의 한 달간 서비스 이용자 수는 약 12만명이며 계약 체결 건수는 약 6100건에 그쳤다. 최근엔 차 보험료를 애써 내린 보험사의 상생금융 행보가 무색하게 정작 소비자가 이전보다 높은 금액을 받아드는 헤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플랫폼 상품에 보험사 홈페이지보다 3% 비싼 보험료를 부과하는 데 대해 보험료 산정 근거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시장으로부터 제기됐다. CM(사이버마케팅) 보험료에 플랫폼 수수료를 단순 합산한 금액을 플랫폼 고객에게 들이미는 건 '이중부과'라는 지적이다. 플랫폼 수수료인 PM 수수료율에 대해 보험사들은 플랫폼 보험료가 더 저렴해지면 자사 채널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기에 이 같은 기싸움은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처음부터 이런 결과가 예상됐다는 시각도 나타난다. 서비스 출시 직전까지 보험업계와 핀테크 업계가 밥그릇을 잡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소비자 편익은 뒷전됐다는 평가다. 앞서 표준 API 사용을 두고선 개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해주기 어렵다는 플랫폼 업계의 만류가 따랐다. 표준 API는 공통 데이터만을 취합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보험 상품별 특약을 반영하기 어렵다. 이에 개별 API 사용이 무산됨으로써 보험 비교라는 본질적 기능부터 잃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를 두고도 막판까지 첨예한 대립각이 이어졌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두고 몇 퍼센트를 지급할 것이냐로 업계 입장이 갈렸다. 현재 보험사가 지불하는 수수료율은 3%대로, 대형 보험사의 경우 이를 보험료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보험사마다 플랫폼 수수료율의 적용 수준도 다르며 현재 일부 회사는 개별 다이렉트 채널을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하다. 플랫폼 적용 수수료를 낮춰야한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가격을 정부 차원에서 규제할 수 없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 결국 보험상품 특성을 반영해 '제대로' 이뤄진 상품 비교도 되지 않는 데다 수수료 부담으로 가격 경쟁력은 낮아진 서비스만 남은 셈이다. 초반 관심과 기대가 꺾이면서 자동차 보험 이후 바통을 이어 받을 다른 보험상품의 흥행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혁신을 외치다 소모전만 치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금, 진정한 서비스 혁신을 위한다면 밥그릇 경쟁이 소비자 편익에 대한 경쟁으로 변모해야 하지 않을지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눈] 내수부진 가구업계 ‘프리미엄 덫’ 벗어나야

한국 가구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판 이케아'라 불리는 니토리와 중국 이커머스 공룡기업 알리익스프레스 등 외국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가격 경쟁력과 젊은세대 공략을 내세워 마케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유럽의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해 다양한 디자인의 중저가 가구를 쏟아내면서 '집안 가꾸기' 트렌드 유행과 함께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이케아의 진출 이후 국내 가구시장은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등 국내기업 주도의 프리미엄 가구시장과 이케아코리아의 중저가 가성비 가구시장으로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케아는 조명과 다양한 생활소품 등 집안 꾸미기에 최적화된 '가성비 디자인 가구'로 신혼부부 등 비교적 저연령대의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반면, 국내 가구기업들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오래 사용 가능한 가구를 찾는 구매력 있는 고객층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프리미엄 전략이 천연원목 등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했다는 제품 요소를 제외하면 주고객층으로 삼은 30~50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특장점이 없어 확고한 타겟층을 구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학생용 가구 같은 제품은 일부 기능성만 부각시켜 고가에 판매하고 있으며, 고령화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감에도 '노인을 위한' 맞춤형 가구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불황과 신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가 국내 가구시장 침체로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가구기업은 지난해 줄줄이 적자를 냈다. 이케아코리아마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88% 줄어드는 고전을 겪었다. 그나마 한샘이 예외적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국내 가구업계 경기가 여전히 안 좋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국내 가구기업들이 생존하려면 '한정된 차별화전략'보다는 '유연한 특화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엄 가구도 하나의 전략적 제품이지만, 사실 고객층이 제한적이고 고부가가치 요소를 빼고는 수요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 유통시장은 20~30대 젊은세대와 1~2인가구 등 뉴 트렌드가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가구업계도 과감한 변신과 도전이 필요하다. 해외가구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내수시장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프리미엄의 우물' 안에 갇혀 있다가는 생존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눈] ‘복수의 화신’ 된 이재명…커지는 총선위기론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파동을 넘어 사상 초유의 '심리적 분당' 사태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공천 관련, '사천' 논란이 일어나며 하루도 잡음이 끊기질 않고 있다. 특히 '하위 20%' 통보가 시작되면서 연쇄 탈당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은 대다수가 비이재명(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20~30%의 경선 득표율 감산 페널티를 가진 채로 원외 친이재명(친명)계 후보와 경선을 치르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명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이 대표를 친위하지 않았던 친문재인(친문)계 후보자들도 대부분 공천 배제(컷오프) 당했다. 단수 공천을 받은 비명계 의원은 윤건영 의원이 유일하다. 특히 '비명 학살' 공천의 가늠자로 꼽히던 임종석 문 전 정부 비서실장까지 컷오프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을 넘어서 분당 위기에 봉착했다. 공천 첫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이어지는 심사 발표에서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계속되는 이유는 이재명 대표의 '복수혈전'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점으로 되돌아간다. 당시 표결 이후 이 대표 지지층 커뮤니티에는 '가결' 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목록을 제작해 '살생부'라고 불리며 돌아다녔다. 민주당 안에서는 최소 29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민주당이 하위 평가자로 분류한 31명과 비슷한 수치다. 당 일각에서는 이 '살생부' 명단이 공천 기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친명계로 꼽히는 김성환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현역 평가 하위 20%에 비이재명계가 많은 이유에 대해 “의원 평가 항목 중에 다른 의원들과 당직자 및 지역권리당원, 주민들의 평가가 작년 11월, 12월 중 이뤄졌다"면서 “그 직전인 9월 말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됐을 때 도대체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까 논쟁이 한참 있던 시기에 평가가 이뤄져 그 요소들이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말하기도 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훈 의원 역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다고 말한 이후 하위 10% 결정이 났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를 무슨 복수혈전하듯이 하느냐"고 지적했다. 체포 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이어서 누가 어디에 투표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누가 가결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의심이 총선 공천의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면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공천 보복을 당한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때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며 웃어 공천 배제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지는 줄탈당에도 “경기하다 질 것 같으니 안한다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며 “규칙이 불리하다고 해서경쟁의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의 공천 파동은 최고조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의 줄탈당도 계속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극심한 공천 파동에 시달린 쪽은 대부분 필패(必敗)였다. 이런 식이라면 오는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아닌, 민주당이 심판받게 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기대 못 미친 ‘밸류업’, 동력 잃기 전 추가 정책 내놔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일본 증시도 오랜 기간 상상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증시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600대에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최고점이었던 3000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박스피'로 불리는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은 많은 기대와 관심을 끌었다. 일본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증시도 경제 규모에 걸맞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모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 크게 나타났을 정도다. 그러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이 발표된 후, 시장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부 안이 공개된 직후 코스피 지수는 1% 가량 하락했고, 특히 '저PBR'로 분류된 종목들의 대부분이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증시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의 상태로 회귀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어, 단기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제 혜택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법 개정안 등도 제시되지 않았다. 특히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자율'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지만, 강제성이 부재한 상황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시장을 설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여전히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증시에 관심을 두는 지금, 시장의 신뢰를 얻고 개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PF부실 비극 막으려면 양보가 필요한 때

남의 돈으로 부동산 사업하던 기업들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내던지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였던 '부동산 투자는 불패'라는 말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없이 과도하게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시행사와 시공사가 곡소리를 내며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고위험 투자군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고금리 대출과 대출 연장 만기 우려, 미분양 속출 등이 건설사의 자금줄을 꽉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사 폐업 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에는 1736개사, 2022년에는 1901개사, 지난해는 2347개사가 폐업했고,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올해 56개사가 폐업했고 다섯 곳은 부도를 냈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의 유수 건설사도 줄줄이 법정관리 행에 접어들기도 했다. 총선을 기점으로 한 '4월 위기설'도 확산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30위권대 건설사를 포함한 17개 건설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근거는 부족하나 그만큼 건설경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남의 돈을 귀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실감케하는 현실이다. 앞으로 부동산 PF는 현재 5%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에서 20% 이상까지 끌어올리도록 재구조화가 추진되는 분위기다.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고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벌어진 PF 부실사업장의 대수술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다. 선순위 채권자(1금융권)와 후순위 채권자(2금융권 등)간 입장차가 있고, 이 외 수많은 이해 주체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엔 시간이 걸린다. 건설업계에선 이자 감당이 어려우니 정부와 금융권에서 일시적 유동성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1년 전까지 부동산 시기에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내줬고, 금융권도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부추긴 책임도 있으니 고통을 분담하자는 입장이다. 부실 사업장을 조속히 정리해 시장을 정상화시키려면 이해 관계자들이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취득세, 양도세 등 세금을 절감해서 다주택자의 활로를 열어줘야 하고, 금융권은 건설사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의 금리를 책정하고, 건설사는 수분양자를 위해 분양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계약금 할인 및 중도금 무이자 등을 실행해 미분양 해소에 힘을 써야 한다. 이래야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고, 하향 안정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가 양보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은 긴 시간 방황을 겪을 수도 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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