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 등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바이러스들에 의한 감염병이 유행이다. 연말연시 모임이 잦아지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한 명의 감염이 여러 사람에게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독감은 감기와는 차원이 다른 급성 호흡기 감염병으로 매년 겨울철을 중심으로 유행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날씨가 추울수록 활동성이 강해진다. 15일 질병관리청의 의원급 의료기관 인플루엔자 외래환자 감시에 따르면, 올해 12월 첫째 주(49주차)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심환자) 분율은 56.7명으로 전주 69.4명 대비 감소했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란 체온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과 더불어 기침이나 인후통 증상을 보여 병원을 방문한 경우를 말한다. 49주차 통계는 유행 주의보 발령 기준, 약 10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이다. 특히 유행을 주도하는 학령기 아이들 사이에선 발생 규모가 여전히 큰 상황으로, 초등학교 7~12세에서 150명, 13~18세는 119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불청객, 노로바이러스 감염 또한 어김없이 돌아왔다.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결과를 보면 최근 4주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확인된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는 46주 94명에서 47주 101명, 48주 127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이다. 바이러스는 영하 20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생존하는 등 저항력이 강해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개인위생 관리가 어렵고 집단생활을 많이 하는 영유아(0~6세)에게는 확산 위험이 더 크다.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통계를 보면, 장염 환자는 2020년 413만 2384명에서 매년 증가해 2024년에는 525만 8354명으로 껑충 뛰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병원급 210개소 장관감염증 표본 감시에 따르면, 지난달 23~29일(48주차)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수는 1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월 5주, 80명)보다 5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8주차 기준 0~6세 환자가 30%를 차지했고, 7~18세 26%로 소아청소년에서 환자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플루엔자·노로 바이러스 겨울철 활동 활발해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호흡기 질환인 독감의 유행은 포물선을 그리듯이 나타난다. 환자들이 계속적으로 늘어나다가 정점을 이룬 뒤에 다시 조금씩 감소하는 형태다. 바이러스 검출률도 서서히 증가했다가 서서히 줄어든다. 겨울철에 대유행을 하면 4~5월까지 유행이 지속되기도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 간 호흡기 비말(飛沫, 작은 침방울) 전파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잡이나 물건을 만진 후에 입을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눈의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스크 쓰기와 손을 자주 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 걸린 사람도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이다. 그리고 대중 장소에서의 '기침예절' 또한 독감 예방을 위한 주요 수칙이다. 기침예절이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손이 아닌 손수건, 휴지, 옷깃으로 입을 가려주는 것을 말한다. 독감에 걸리면 기침, 콧물, 가래, 두통, 근육통, 발열, 오한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1~3일 정도이며 4~5일까지 가기도 한다. 증상 발현 1~2일 전부터 발병 후 5~7일까지 전염력이 있다. 영·유아는 탈수, 구토, 식욕저하, 보채기가 동반될 수 있으며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청색증, 경련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은 “최근 소아 독감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영유아는 탈수와 폐렴 등 합병증 위험이 커 증상 초기부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예방접종과 기본 위생 수칙 실천으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고, 증상 발생 초기 48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회복을 앞당기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독감을 심하게 앓다 보면 이후 세균 합병증이 동반되어 폐렴, 패혈증 등 중증 감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우리아이들병원 의료진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65세 이상의 노인, 심혈관계질환·천식·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이 폐렴 합병증에 걸리기 쉽다"면서 “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장염으로 인한 설사·구토…탈수증 진행 막아야 노로바이러스는 급성 장염을 일으키는 전염성 바이러스로,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감염이 될 만큼 전파력이 강하다. 환자와의 접촉은 물론 오염된 물건을 만진 뒤 눈·코·입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익히지 않은 수산물이나 오염된 손으로 조리한 음식, 오염된 식수 등이 주요 감염 경로로 꼽힌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 안에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복통, 오한, 발열도 겪는다. 보통 2~3일 뒤 호전되는데, 감염력이 아주 강한 게 문제다. 구토물, 분비물은 물론이고 침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서 환자 접촉을 최대한 삼가야 한다. 특히 설사가 계속되면 인체는 탈수로 인한 수분부족 상태가 된다. 탈수 증세가 심해지면 갈증 단계를 지나 기운이 쭉 빠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소변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탈수 증세가 심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음식이나 물을 통해 수분을 보충하려고 하면 구토나 설사를 계속 유발할 수 있어서이다. 어린이와 노인의 경우 더욱 위험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의료진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장염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수분과 전해질 보충으로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따뜻한 이온음료나 보리차는 도움이 되지만, 탄산음료나 과일 주스는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노로바이러스에 특수한 치료제는 없어 병원에서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환자의 증상에 따라 대처하는 치료법)으로 치료한다. 예방 백신 또한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식약처가 권고하는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예방 요령은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문고리, 손잡이 등 자주 접촉하는 표면 소독 △구토물 및 주변 즉시 소독 △음식은 위생적으로 조리하고 반드시 충분히 익혀 섭취 △끓인 물이나 생수 등 안전한 물을 사용 △채소‧과일은 깨끗한 물에 충분히 씻은 후 섭취 등이다. ◇설사에 무조건 굶기 NO! 지사제 복용 권장 안돼 그런데 독감과 동시에 장염에 걸리거나 독감으로 인한 장염 증세가 나타난다면 큰 딜레마에 빠진다. 독감을 이기려면 잘 먹어야 하고, 장염은 함부로 먹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전문가들은 “장염 증세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굶기보다는 따뜻한 죽이나 미음 등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과 따뜻한 보리차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장염이 아니어도 독감 자체만으로도 설사와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반응으로 설사, 복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독감에 걸려 열이 높을 경우에는 해열제를 복용하고, 설사가 발생할 때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특히 설사가 정말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설사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지사제는 권장되지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의료진은 △심한 복통을 동반하면서 어지러워 몸을 지탱하기 어려운 경우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으로 고열이 나면서 어지럽고 이러한 증세가 24~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변이나 토사물에 혈액이 보일 경우 △마비 증상이나 복시·호흡곤란·사지무력감 등의 증상이 보일 경우에는 즉각 전문의 진단을 받거나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