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가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국가자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데는 양측이 공감하지만 용산공원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식을 놓고는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14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발언과 관련해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도심 녹지인 용산공원을 훼손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 일부가 아닌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주택 공급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용산공원 전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용산에는 미군 반환부지와 주변 부지 등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이 있는 만큼 주택 공급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처음부터 주택 공급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무엇을 검토할 때 처음부터 전제하고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열어놓고 봐야 한다"며 “국토부는 주택 공급에 관한 한 이것저것 빼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용산공원 주택 공급 방안이 확정됐거나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마련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공급을 추진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과 국회 논의를 비롯해 서울시·용산구·국방부·국가안보실 및 미국 측과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여러 법적 제약이 있어 국회에서 여야와 협의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용산구는 물론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미국 측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서 국토부는 가능한 주택을 더 공급한다는 입장에서 노력하겠다"며 “처음부터 가능하거나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다양한 의견과 설계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시민의 휴식, 자연생태 보전을 위한 핵심 녹지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서울시는 “용산공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의 삶을 지키고 미래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소중한 국가자산"이라며 “용산공원을 최대한 보전해 국민의 여가·휴식과 자연생태 공간으로 조성하도록 한 것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의 기본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의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없이 추진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번 입장은 정부의 '8·13 주택 공급대책'을 전후해 제기된 용산공원 개발 가능성에 다시 선을 그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를 개발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방송 인터뷰에서 “권한이 있어서 반대하는 게 아니라 원칙론적인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주택 사정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도심 한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녹지에 손을 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에 찬성할 시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며 용산공원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 내 그린벨트를 활용한 신규 택지 공급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보존 가치가 높은 1·2등급지는 유지하되 이미 훼손돼 녹지 기능이 떨어진 지역은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도심 녹지 개발은 다른 공급 수단을 모두 검토한 뒤 선택할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그린벨트 활용 구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는 녹지를 개발하기보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규제를 추가로 완화해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 대책에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와 이주비 대출 개선 등이 포함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민간 용적률,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가 빠져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세제와 실거주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임대차시장을 흔들고 국민 고통을 키우는 실거주 집착 정책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보유 1주택자의 공제 혜택을 줄이고 사정상 내 집에 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은 사실상 증세"라며 “정책 실패의 책임까지 국민에게 떠넘기는 폭력적 증세"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2022년부터 지금까지 공급 절벽"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전임 서울시정의 영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은 “박원순 시장 10년 시절의 악영향이 지금도 미치고 있다"며 현재의 서울 주택 공급 부족을 현 서울시정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서울시가 요청한 제도 개선안 10건 가운데 8건을 수용했으며, 남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민간 용적률 문제는 오 시장과 만나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합원 지위양도와 용적률 규제를 무리하게 풀면 투기 수요가 유입되고,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택의 멸실과 이주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돼 매매·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 장관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손을 잡고 견해 차이를 좁혀야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각자가 가진 권한을 먼저 행사하기보다 성실하게 대화하고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용산공원이나 서울 그린벨트를 신규 주택 공급지로 구체화할 경우 녹지 보전과 공급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용산공원 활용에는 법 개정과 국회 논의뿐 아니라 서울시·용산구·지역주민 및 미국 측과의 협의도 필요한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여부가 실제 공급 일정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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