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감사원”부터 “발작버튼”까지…국감 달군 말말말

“당나라 감사원”부터 “발작버튼”까지…국감 달군 말말말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지난 12일부터 이어진 2주 차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타부터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 선 표현까지 다양한 발언이 쏟아졌다. 세금 낭비와 감사원 중립성, 사법제도와 수사기관 인사 등 상임위마다 쟁점은 달랐지만, 거침없는 한마디가 국감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당나라 감사원"…독립성 놓고 정면충돌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위원 인사와 감사 결과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공장 대신 연구개발…수원경제자유구역, 반도체 R&D 허브로 승부

수원시, 경제자유구역 차별화 전략 모색…대규모 생산시설 유치 경쟁서 탈피 AI·시스템반도체 설계·실증·인재 양성 집적…경기남부 반도체벨트 연결 구상 기업·대학·연구기관 협력 생태계 구축 관건…경제자유구역 지정 논리 구체화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인공지능(AI)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공정을 바꾸고, 첨단 기술의 개발 속도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면서 연구개발(R&D)과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수원시가 대규모 생산시설 대신 첨단 연구개발과 기술 실증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전략을 모색하는 배경이다. 수원특례시는 지난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한국도시설계학회와 공동으로 '수원대전환, 경제자유구역' 특별 세션을 열고 경기경제자유구역 후보지인 수원지구의 차별화 방안을 논의했다. 2026년 한국도시설계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번 세션에서는 수원이 보유한 반도체 산업 기반과 대학·연구기관·기업을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수원의 산업적 역할이다. 경기남부에는 반도체 관련 생산·연구 기반이 형성돼 있는 만큼 수원까지 대규모 제조시설 유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연구개발과 기술 검증,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빈 명지대학교 교수는 인공지능 전환(AX)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산업 변화를 설명하면서 수원이 반도체 R&D와 실증·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경기남부 반도체 산업 거점을 연결하는 'R&D 브릿지 허브'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실제 생산에 적용하는 기업 사이의 연결 기능을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기술 개발부터 검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원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원경제자유구역의 구체적인 산업 방향도 제시됐다. 윤정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차세대 반도체 R&D를 중심으로 AI·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실증, 첨단 소재·부품·장비와 패키징 기술지원, 응용 반도체 융합 등을 특화 분야로 제안했다. 산업시설을 단순히 집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는 기능 중심의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경제자유구역의 역할 변화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김민재 인제대학교 교수는 기존 경제자유구역이 제조업과 수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인재, 혁신 생태계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를 '경제자유구역 3.0'으로 설명하며 수원이 대학과 연구기관, 첨단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지식 네트워크형 혁신 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개발 기능을 집적할 공간과 기업 유치 전략은 물론 공동 실증시설, 전문인력 공급체계, 창업기업 지원 방안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아직 추진 단계인 만큼 수원만의 산업적 차별성과 투자 수요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연구·산업 기반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른 반도체 거점과 어떤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수원시는 이번 특별 세션에서 제시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경제자유구역 발전전략을 보완하고 첨단 R&D 거점 조성을 위한 실행과제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 경쟁력은 좋은 기업이 찾아오고 인재가 머물며 연구와 창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수원지구를 연구개발과 기업, 인재와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생태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원경제자유구역 구상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공장을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술과 기업을 만들어 내느냐다. 연구개발과 실증, 창업, 인재 양성이 선순환하는 산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수원형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강원도, 미래차 산업 생태계 구축 속도…강릉 ITS 세계총회서 성과 알린다

강원=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가 원주와 횡성을 중심으로 미래차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강릉의 첨단 교통기술과 연계하는 미래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완성차 연구·실증부터 핵심부품 개발, 배터리 안전성 평가, 자율주행 기술 검증까지 지원하는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교통·관광 분야의 이동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강원도는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열리는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에 참가해 미래차 산업 육성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을 소개한다고 18일 밝혔다. ITS 세계총회는 지능형교통체계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기업,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율주행과 첨단 교통기술, 미래교통 정책 등을 공유한다. 도는 횡성군, 강원테크노파크와 공동으로 36㎡ 규모의 '강원 미래모빌리티 홍보관'을 운영하고 연구·실증 인프라와 기업지원 정책을 국내외에 알릴 계획이다. 도는 횡성과 원주를 중심으로 미래차 제조·부품산업의 연구·실증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연계한 미래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핵심 거점은 완성차 중심의 '횡성 미래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와 부품개발 중심의 원주 '강원미래모빌리티 혁신센터'다. 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찰청, 국토교통부 등의 지원을 받아 미래차 연구·실증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완성차와 부품개발 분야를 연계해 미래모빌리티 산업 전주기를 지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횡성 미래모빌리티 연구실증단지는 완성차 분야의 연구와 실증을 담당하는 산업거점이며, 원주 강원미래모빌리티 혁신센터는 미래차 부품개발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도는 이번 강릉 ITS 세계총회에서 이들 시설을 중심으로 그동안 구축한 연구·실증 인프라와 주요 추진 성과, 기업지원 정책을 국내외 참가기업과 관람객에게 소개할 계획이다. 강원도는 횡성과 원주에 구축한 미래차 산업 기반을 강릉의 지능형교통체계(ITS) 등 첨단 교통기술과 연계해 산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미래차 제조·부품산업을 중심으로 구축한 연구·실증 기반을 교통·관광 분야의 이동서비스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완성차 연구·실증과 부품개발을 지원하는 산업 기반에 ITS 기술을 접목해 미래차 산업과 첨단 교통서비스가 함께 성장하는 강원형 미래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이번 세계총회를 통해 이러한 산업 육성 방향을 국내외에 알리고, 미래모빌리티 관련 기업·기관과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국내외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연구·실증 인프라와 기업지원 정책을 안내하고, 기업 상담과 의견 수렴을 통해 향후 기업 유치와 산업 협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세계총회 홍보관에서는 이러한 지역별 산업 기반과 연구·실증시설, 기업지원 정책을 소개한다. 홍보관은 강릉 올림픽파크 내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 설치되며, 국내외 참가기업을 대상으로 상담과 의견 수렴도 진행한다. 일반 관람객을 위한 참여형 이벤트도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개막일인 19일은 오후 12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마지막 날인 23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 도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국내외 미래모빌리티 관련 기업·기관과 교류를 확대하고, 기업 유치와 기술협력 기회를 확보할 방침이다. 한영선 도 산업국장은 “이번 강릉 ITS 세계총회는 도가 그동안 구축해 온 미래차 산업 기반과 성장 잠재력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미래차 제조·부품산업을 중심으로 연구·실증 기반을 강화하고 미래교통 서비스와 연계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구미 3조원 AI 데이터센터 건설…지역업체 참여 확대 ‘시동’

삼성물산·지역 건설업체 30곳 상생협력 매칭데이 김장호 시장 “건설공사 30% 이상 지역업체 참여" 요청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구미시가 3조원 규모의 삼성SDS AI 데이터센터 건립사업을 지역 건설업계의 성장 기회로 연결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손을 잡았다. 18일 구미시는 지난 15일 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삼성물산·지역건설업체 상생협력 매칭데이'를 개최하고 지역 건설업체의 대형 건설사업 참여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구미지역 건설업체 30개사와 삼성물산 본사 외주팀·조달지원팀·건설안전연구소 관계자,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 현장 관계자 등 7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삼성물산 협력업체 등록을 희망하는 지역 건설사를 대상으로 등록 절차와 심사기준, 안전인정제도, 향후 공사 발주계획 등을 설명하고 업체별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지역업체들은 시공실적과 전문공종, 기술력을 직접 소개하며 협력업체 등록 가능성을 타진했다. 대기업이 요구하는 품질 및 안전관리 기준과 실제 공사 참여에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는 등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삼성물산 측은 이번 행사가 기초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형 건설사가 지역업체를 대상으로 단독 개최한 첫 협력업체 등록 매칭데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구미시와 전문건설협회의 노력으로 마련된 자리인 만큼 경쟁력 있는 지역 건설업체를 적극 발굴해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건설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며, 파일공사와 가설용수 분야에는 이미 지역업체가 낙찰받아 참여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앞으로 발주되는 공정에서도 구미시와 협의해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삼성물산 측에 전체 건설공사의 30% 이상을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시장은 “삼성SDS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총 3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으로 구미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프로젝트"라며 “대규모 투자가 지역기업의 실질적인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건설업체들도 대기업이 요구하는 품질과 안전 기준에 맞춰 경쟁력을 높이고, 이번 협력을 더 큰 건설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해서 삼성물산 협력업체 등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등록과 공사 참여 여부는 삼성물산의 별도 심사 및 선정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구미시는 참여업체들의 등록 진행 상황과 후속 협력 수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오는 11월 말 삼성물산 본사를 직접 방문해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역 건설업계의 관심은 이번 매칭데이가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3조원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업체의 실질적인 공사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구미시는 앞으로도 대형 건설사와 지역업체 간 협력 기회를 확대해 대규모 민간투자의 경제적 효과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김천김밥축제, “김밥 사려 1시간 줄서기는 옛말”…‘4無 혁신’ 도전

의전·개막식·바가지요금 이어 '줄서기'까지 없앤다 카카오페이 스마트 주문 도입…23~25일 직지문화공원 일원 개최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지난해 '3무(無) 축제'로 주목받았던 경북 김천김밥축제가 올해는 '줄서기'까지 없앤 '4무 축제'로 변신한다. 의전과 개막식, 바가지요금을 없앤 데 이어 방문객들의 가장 큰 불편이었던 긴 대기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18일 김천시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직지문화공원·사명대사공원·친환경생태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김천김밥축제'에 카카오페이와 연계한 스마트 주문·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변화는 지난해 축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당시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김밥 한 줄을 구매하기 위해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문객들은 행사장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원하는 김밥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이후 조리가 완료되면 카카오톡으로 알림 메시지가 전달되며, 방문객은 지정된 수령 부스에서 김밥을 찾아가면 된다. 주문을 위해 장시간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지면서 방문객들이 축제장 곳곳을 둘러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현장 전용 키오스크 부스를 운영하고 전담 안내요원을 상시 배치해 누구나 불편 없이 주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천시는 올해도 형식적인 의전과 개막식을 전면 폐지한다. 축제의 중심을 내빈이나 공식 행사에 두지 않고 방문객들이 직접 즐기고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축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관리도 강화한다. 참여 업체 선정 단계부터 판매 음식의 재료와 중량, 원산지 등을 사전에 확인하고 품질과 가격을 철저히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김밥은 조리와 보관 과정에서 위생관리가 중요한 음식인 만큼 식품안전 관리에도 행정력을 집중한다. 시는 최근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례를 고려해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위생관리 수칙을 사전 안내하고 철저한 준수를 당부했다. 배낙호 김천시장은 “김천김밥축제는 매년 현장에서 나오는 방문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불편 사항을 적극 개선하고 있다"며 “방문객이 단순한 관람객에 머무르지 않고 축제의 주인이 되는 참여형 축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스마트 주문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작동하느냐다. 주문 단계의 대기시간을 줄이더라도 조리와 음식 수령 과정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방문객 불편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천시가 내세운 '4무 축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운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3일 개막하는 김천김밥축제는 25일까지 사흘간 열리며, 김천시는 방문객 편의와 식품안전을 중심으로 축제 운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현장] 순직 소방관 영정 앞 6세 딸의 편지 “아빠, 어른 되면 다시 만나요”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 경기 부천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 영정사진 앞에는 여섯 살 딸이 한 자 한 자 눌러쓴 편지가 놓여 있었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는 아빠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적었다. 편지 끝에는 빨간 하트와 '출동'이라는 글씨, 소방차 그림이 그려졌다. 18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 김 소방위의 빈소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동료 소방관들의 발길이 이틀째 이어졌다. 제복을 갖춰 입은 소방관들은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안쪽에서 시작된 울음소리는 빈소 밖까지 새어 나왔다. 동료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영정 앞에는 딸의 편지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색칠 그림이 놓였다. 한쪽에는 순직 전 소방장이던 고인의 계급을 소방위로 추서한다는 임명장이 자리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다 돌아온 아버지에게 남겨진 딸의 편지는 빈소를 찾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김 소방위의 장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손녀는 아빠와 메뚜기를 같이 잡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 사고가 있기 전에는 내일 채집 활동을 하자고 약속했었다""며 “영정 앞에 보면 한글을 깨쳐서 쓴 편지가 있다. 그것만 읽어 보면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김 소방위는 어린이집 보조교사인 아내와 어린 딸을 둔 가장이었다. 결혼 8년 차인 그는 2주 뒤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이사해 새 보금자리를 꾸릴 예정이었다. 가족과 함께할 미래를 준비하던 13년 차 베테랑 소방관의 일상은 화재 현장에서 멈췄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38분.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9시 퇴근을 앞둔 김 소방위에게 화재 출동 지령이 내려왔다. 퇴근까지 약 22분을 남겨둔 시각이었다. 그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금속 사출 인쇄공장 화재 현장으로 향했다. 선착대로 현장에 진입한 그는 화마에 고립됐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고인은 올해 1월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앞장서 모범 소방공무원상을 받는 등 모두 네 차례 표창을 받은 소방관이었다. 이번 사고로 다른 40대 소방대원 1명도 중상을 입었고, 소방관 4명과 공장 관계자 2명도 다쳤다. 빈소를 찾은 동료들의 슬픔에는 동료를 잃은 비통함과 함께 소방관들의 희생이 되풀이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묻어났다. 한 동료는 고인을 “누구보다 근면하고 성실한 소방관이었다"고 회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정치권의 조문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오후 6시 14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고, 방명록에 “당신께서 지켜주신 안전한 일상 속에서 국민들은 님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여야 지도부도 고인을 애도하며 소방관들의 안전한 근무 환경 조성과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전날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자신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마음을 다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방문하며 방명록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귀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대원들의 임무 수행을 위해 국가가 더 세심하게 챙기겠습니다“라고 작성했다. 김 소방위의 장례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19일 오전 10시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당나라 감사원”부터 “발작버튼”까지…국감 달군 말말말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지난 12일부터 이어진 2주 차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타부터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 선 표현까지 다양한 발언이 쏟아졌다. 세금 낭비와 감사원 중립성, 사법제도와 수사기관 인사 등 상임위마다 쟁점은 달랐지만, 거침없는 한마디가 국감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당나라 감사원"…독립성 놓고 정면충돌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위원 인사와 감사 결과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위원 인선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전·현 정권을 둘러싼 감사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 방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랏돈 아깝다"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체납관리단의 운영 성과와 예산 효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투입 예산과 징수 실적을 비교하며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고 질타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비용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 국감서 고성 공방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재판소원 제도와 대법관 후임 제청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당일 골프 관련 의혹까지 거론되면서 공방은 격화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제가 이재명 황제골프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청와대에서 지령을 받은 것도 아니고 민주당 단체로 발작버튼이 눌렸다"고 주장했다. 사법제도와 헌법기관의 역할을 검증해야 할 국감장에서 의원 간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김지용 인선 놓고 설전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후보자 인선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양심에 기반해 나라를 위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자의 적격성을 문제 삼는 것은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발언과 정치적 행보를 문제 삼으며 맞섰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찰개혁과 후보자 적격성을 둘러싼 질의가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정치검사를 지목하는 질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데 제일 첫 번째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정치검사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새 수사기관 수장의 자격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2주 차 국감은 상임위마다 거친 발언과 설전으로 주목받았다. 짧고 자극적인 한마디는 정치권의 공방을 부각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지만, 발언 자체가 국감의 성과를 대신할 수는 없다. 혈세 낭비를 지적했다면 예산 개선으로, 수사와 감사의 공정성을 따졌다면 객관적인 검증과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국감장을 달군 말들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칠순잔치’ 성심당 1000명에게 케이크 무료로 쐈다

대전의 대표 제과점 성심당이 창업 70주년을 맞아 방문객 1000명에게 케이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특별한 칠순잔치를 열었다. 행사 시작 7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방문객이 등장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행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출발한 성심당은 70년 만에 연매출 2600억원을 넘어서는 전국적 제과 브랜드로 성장했다. 18일 성심당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성심당은 전날인 17일 오후 2시부터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문화원 앞마당에서 '성심당 칠순잔치 케이크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창업 70주년을 기념하고 그동안 성심당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날은 '2026 대전빵축제' 개막일이기도 해 대전 곳곳에서 빵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심당은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1000명에게 조각 케이크와 창업 70주년 기념 밀가루를 무료로 제공했다. 케이크는 초콜릿과 체리의 풍미가 어우러진 '키리쉬감동' 제품으로, 방문객 1인당 한 조각씩 나눠줬다. 기념 밀가루는 성심당이 직접 재배한 밀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시작 전부터 성심당문화원 앞마당에는 케이크를 받으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일부 시민은 이른 새벽부터 현장을 찾아 수 시간 동안 기다렸다. 성심당 본점과 문화원 일대는 나눔 행사 참가자뿐 아니라 주말을 맞아 빵과 케이크를 구매하려는 고객들까지 몰리면서 활기를 띠었다. 케이크를 받아 든 시민들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행사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현장에서 케이크를 맛보거나 휴대전화로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이사는 “많은 분의 응원과 사랑이 있었기에 성심당이 대전에 찾아올 이유가 되고, 대전 원도심 상권 회복은 물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심당의 역사는 1956년 10월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임길순씨 부부가 당시 구호물자로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제과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성심당을 방문하기 위해 대전을 찾는 이른바 '빵지순례' 열풍이 확산하면서 지역 관광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출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성심당의 2025년 매출은 2629억원으로 전년 1937억원보다 약 3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3억원을 기록했다. 성심당은 2023년 매출 1243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제과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묻지마 범죄’ 87% 쇼핑몰·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의 대다수가 노상이나 쇼핑몰 등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연초부터 특별 대응 계획을 가동했음에도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막지 못해 현장 대응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4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집계됐다. 건수 자체는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매년 4명에서 5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살인미수와 상해·폭행 사건도 매년 각각 최대 20건, 37건씩 이어졌다. 전체 146건 중 127건에 해당하는 87.0%가 노상,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다중밀집장소와 상점 등 대중이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났다. 범행 도구가 사용된 경우는 85건으로 58.2%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예기를 사용한 비율이 69.4%로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범죄의 위험성은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의자인 59세 최충락은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 10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은 경찰 예방 시스템 경찰의 사전 예방 시스템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최충락은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된 위험성 평가 대상자였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총점 14점으로 높은 수준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에서도 재범 위험성 중간 수준인 15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었을 뿐 시민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범죄 분석과 평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대상 선별, 범죄분석 평가, 결과 활용의 3단계 대응체계를 마련했으나 현장에서 무력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가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실린 이상동기 범죄 위험징후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판결문 82건 중 가해자의 약 78.0%가 전과자였으며 이 가운데 동종 전과 비율은 87.5%에 달했다. 특히 살인으로 이어진 범죄의 68.4%는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연구진은 명확한 위험 징후와 특유의 패턴이 존재하는 만큼 고위험군을 선별해 즉시 대응과 추적 관찰을 수행하는 현장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상동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마련한 대응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실질적인 범죄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김한성 ㈜투비유니콘 가치설계자(CPO) 올해 6월 고용노동부는 구직자의 취업 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한 역량과 직업훈련을 안내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직자가 원하는 직종에서 취업할 확률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막막한 취업 준비에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만 화면에 나타난 확률이 낮다면 어떨까. 그것은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정보일까, 아니면 내 미래의 한계를 말해주는 숫자일까. 정부의 서비스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지만, 이 작은 질문은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의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그보다 한 달 앞선 5월 교황 레오 14세는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이라는 회칙을 발표했다. 1891년 레오 13세가 산업혁명 속 노동자의 권리를 다룬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지 135년 만이다. 기계와 자본 앞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을 물었던 역사가 이제 AI와 알고리즘 앞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시 묻고 있다. 종교 문서의 언어로 시작된 물음이지만, 그 답은 채용과 교육,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다. 회칙은 AI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을 측정하고 무시하며 최적화할지 정하는 순간, 설계자의 선택과 가치가 이미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채용 시스템이 경력의 연속성을 높게 평가한다면 육아나 가족 돌봄으로 일을 쉬었던 사람이 불리해질 수 있다. 잦은 이직을 감점한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온 경험이 약점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이는 실제 특정 시스템에서 확인된 차별이 아니라, 무엇을 능력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일정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과 정당하게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과거 채용 기록으로 만든 모델이 기존에 선호하던 경력과 학력을 다시 추천할 수 있다. 모델이 과거 결과를 잘 맞혔다 해도 그 과거의 기준까지 공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낮은 취업 확률을 이유로 교육이나 면접 기회를 줄인다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는 예측이 오히려 그 가능성을 좁히는 결정으로 바뀐다. 숫자가 무엇을 설명하는지뿐 아니라 그 숫자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조사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한 396곳 가운데 86곳은 채용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AI 사용 사실을 구직자에게 사전에 알린다는 기업은 그 86곳의 57%였다. 취업 준비생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면서도, 자신을 판단하는 과정에 AI가 쓰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결과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만큼 그 기준을 묻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AI를 쓰지 않는다고 공정한 채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며, 같은 지원자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AI는 누락된 역량을 발견하고 일관성을 높이며 차별적 표현을 가려내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서비스 중에는 구인공고의 성별·연령 차별과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쟁점은 사람과 AI 가운데 누가 더 공정한가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 어떤 평가 기준이 업무와 관련 있는지,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없는지, 그 결과를 누가 검토하고 고칠 것인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회칙이 말하는 인간 존엄성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존엄성은 시험 점수가 높거나 생산성이 뛰어나서 얻는 보상이 아니다. 일의 능력을 평가할 필요는 있지만, 그 평가가 사람의 전체 가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돌봄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실패한 뒤 배우며, 지금의 기록에 담기지 않은 가능성도 지닌다. AI가 인간보다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성과와 점수로 다 설명되지 않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다. 한국의 제도도 이런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를 목적으로 명시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해 이루어진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에 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이 정한 조건에서 거부할 권리도 인정한다. 물론 모든 AI 추천이나 평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에 적힌 권리가 실제 생활에서 작동하려면, 당사자가 판단의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다시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AI 평가 항목을 정할 때 효율만큼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공공기관은 알고리즘의 결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빠른 답을 얻는 방법과 함께 그 답이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지 살피는 힘을 길러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평가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역시 정교해져야 한다. 앞으로 AI는 사람의 능력과 선택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것이다. 그러나 예측이 정교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결과를 무조건 믿는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는지 따져 묻는 능력이다. AI가 인간을 얼마나 닮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운영하는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술 속에 감춰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묻고 고칠 수 있어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bienns@ekn.kr

한달 앞둔 中 선전 APEC…미·중·러 빅매치 속 김정은 당길까

다음 달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중·러 정상외교와 북미 대화의 무대가 될지 주목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선전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14~15일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17~18일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이어 18~19일 정상회의 본회의 순으로 진행된다. 중국은 지난 15일 각국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올해 회의 주제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 공동번영 촉진'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인공지능(AI)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과 함께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정상 간 접촉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 회의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양국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에 합의했고, 최근 휴전 시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했다. 선전 회담에서는 무역 갈등 관리와 양국 관계 안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미·중·러 3자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관련 질문에 “우리는 대찬성(all for it)"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한반도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다만 3자 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APEC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I may)"며 “흥미진진할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회동에 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북한의 현실을 인정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핵 문제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러와 교역망 확충…北 협상 여지 커져 북한의 달라진 외교 환경은 국경 교량 개통에서도 드러난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5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했다. 길이 3㎞, 왕복 4차로인 이 다리는 중국이 2014년 약 22억 위안(3억1000만 달러)을 들여 건설했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세관시설 등이 마련되지 않아 12년 가까이 사용되지 않았다. 개통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리 총리는 교량이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촉진하고 전통적 우호 관계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나선 지역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첫 도로 교량을 개통했다. 북중·북러 육상 교역망이 잇달아 확충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약 98%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고 현금·연료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가운데, 중국도 대북 경제협력을 확대하며 영향력 유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과 물질적 지원을 고려해 북한을 자국 영향권으로 다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양국은 무역·농업·건설·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적 선택지가 넓어지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서두를 유인도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선전 APEC의 주요 관심사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논의될 수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 분야 협력 확대가 다뤄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의 회동 여부도 중일 관계의 변수다.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유인을 얼마나 크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미·중·러 정상 간 접촉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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