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초강경파 ‘주김이’…“이런 사람 100명이면 영남당”

국민의힘 초강경파 ‘주김이’…“이런 사람 100명이면 영남당”

더 이상 강경파라는 단어는 더불어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신흥 초강경파 3인방이 등장하면서다. 주진우·김태규·이진숙 의원은 대여(對與) 투쟁에 수위 높은 발언을 불사하며 강한 전투력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언행으로 당의 외연 확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저격수 자처하는 주진우 과연…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김태규·이진숙 의원은 최근 대여 전선의 선봉에 서며 정치권의 화두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 의원의 발언이 매일같이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면서다. 최근 대구 천장 붕괴 사고 당시 이..

“당나라 감사원”부터 “발작버튼”까지…국감 달군 말말말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지난 12일부터 이어진 2주 차 국정감사에서는 정책 질타부터 상대 진영을 겨냥한 날 선 표현까지 다양한 발언이 쏟아졌다. 세금 낭비와 감사원 중립성, 사법제도와 수사기관 인사 등 상임위마다 쟁점은 달랐지만, 거침없는 한마디가 국감장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당나라 감사원"…독립성 놓고 정면충돌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감사위원 인사와 감사 결과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싸고 여야가 맞붙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위원 인선을 문제 삼으며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전·현 정권을 둘러싼 감사의 적절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신뢰성 확보 방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나랏돈 아깝다" 1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체납관리단의 운영 성과와 예산 효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투입 예산과 징수 실적을 비교하며 “정말 나랏돈이 아까워 죽겠다"고 질타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비용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 국감서 고성 공방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국정감사에서는 재판소원 제도와 대법관 후임 제청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 당일 골프 관련 의혹까지 거론되면서 공방은 격화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신상발언에서 “제가 이재명 황제골프와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청와대에서 지령을 받은 것도 아니고 민주당 단체로 발작버튼이 눌렸다"고 주장했다. 사법제도와 헌법기관의 역할을 검증해야 할 국감장에서 의원 간 거친 설전이 이어졌다. ◇김지용 인선 놓고 설전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후보자 인선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양심에 기반해 나라를 위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자의 적격성을 문제 삼는 것은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의 발언과 정치적 행보를 문제 삼으며 맞섰다. ◇“정치검사 1호는 윤석열"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검찰개혁과 후보자 적격성을 둘러싼 질의가 집중됐다. 김 후보자는 정치검사를 지목하는 질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아무래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데 제일 첫 번째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정치검사에 해당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후보자의 과거 이력과 검찰개혁 관련 입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새 수사기관 수장의 자격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2주 차 국감은 상임위마다 거친 발언과 설전으로 주목받았다. 짧고 자극적인 한마디는 정치권의 공방을 부각하고 대중의 관심을 끌지만, 발언 자체가 국감의 성과를 대신할 수는 없다. 혈세 낭비를 지적했다면 예산 개선으로, 수사와 감사의 공정성을 따졌다면 객관적인 검증과 후속 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국감장을 달군 말들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칠순잔치’ 성심당 1000명에게 케이크 무료로 쐈다

대전의 대표 제과점 성심당이 창업 70주년을 맞아 방문객 1000명에게 케이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특별한 칠순잔치를 열었다. 행사 시작 7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방문객이 등장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로 행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출발한 성심당은 70년 만에 연매출 2600억원을 넘어서는 전국적 제과 브랜드로 성장했다. 18일 성심당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성심당은 전날인 17일 오후 2시부터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문화원 앞마당에서 '성심당 칠순잔치 케이크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창업 70주년을 기념하고 그동안 성심당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날은 '2026 대전빵축제' 개막일이기도 해 대전 곳곳에서 빵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심당은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1000명에게 조각 케이크와 창업 70주년 기념 밀가루를 무료로 제공했다. 케이크는 초콜릿과 체리의 풍미가 어우러진 '키리쉬감동' 제품으로, 방문객 1인당 한 조각씩 나눠줬다. 기념 밀가루는 성심당이 직접 재배한 밀로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 시작 전부터 성심당문화원 앞마당에는 케이크를 받으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일부 시민은 이른 새벽부터 현장을 찾아 수 시간 동안 기다렸다. 성심당 본점과 문화원 일대는 나눔 행사 참가자뿐 아니라 주말을 맞아 빵과 케이크를 구매하려는 고객들까지 몰리면서 활기를 띠었다. 케이크를 받아 든 시민들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행사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현장에서 케이크를 맛보거나 휴대전화로 인증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임영진 성심당 대표이사는 “많은 분의 응원과 사랑이 있었기에 성심당이 대전에 찾아올 이유가 되고, 대전 원도심 상권 회복은 물론 어려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성심당의 역사는 1956년 10월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임길순씨 부부가 당시 구호물자로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제과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성심당을 방문하기 위해 대전을 찾는 이른바 '빵지순례' 열풍이 확산하면서 지역 관광과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출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실적에 따르면 성심당의 2025년 매출은 2629억원으로 전년 1937억원보다 약 3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3억원을 기록했다. 성심당은 2023년 매출 1243억원을 기록하며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2년 만에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 제과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묻지마 범죄’ 87% 쇼핑몰·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 범죄의 대다수가 노상이나 쇼핑몰 등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연초부터 특별 대응 계획을 가동했음에도 최근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막지 못해 현장 대응체계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집계를 시작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46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2025년 39건으로 집계됐다. 건수 자체는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매년 4명에서 5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살인미수와 상해·폭행 사건도 매년 각각 최대 20건, 37건씩 이어졌다. 전체 146건 중 127건에 해당하는 87.0%가 노상, 쇼핑몰, 지하철 역사 등 다중밀집장소와 상점 등 대중이 출입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일어났다. 범행 도구가 사용된 경우는 85건으로 58.2%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칼 등 날카로운 예기를 사용한 비율이 69.4%로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범죄의 위험성은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피의자인 59세 최충락은 남동구 구월동의 대형 상업시설에서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묶은 채 시민 10명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둘렀다.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은 경찰 예방 시스템 경찰의 사전 예방 시스템은 이번에도 작동하지 않았다. 최충락은 지난달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지난 4일 입건된 위험성 평가 대상자였다. 그는 지난 2015년 8월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총점 14점으로 높은 수준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질자 선별도구 검사에서도 재범 위험성 중간 수준인 15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시위 팻말에 구멍을 뚫었을 뿐 시민을 위협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범죄 분석과 평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월 이상동기 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대상 선별, 범죄분석 평가, 결과 활용의 3단계 대응체계를 마련했으나 현장에서 무력화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범죄가 예측 불가능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실린 이상동기 범죄 위험징후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의 판결문 82건 중 가해자의 약 78.0%가 전과자였으며 이 가운데 동종 전과 비율은 87.5%에 달했다. 특히 살인으로 이어진 범죄의 68.4%는 철저한 계획범죄였다. 연구진은 명확한 위험 징후와 특유의 패턴이 존재하는 만큼 고위험군을 선별해 즉시 대응과 추적 관찰을 수행하는 현장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상동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마련한 대응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 대응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실질적인 범죄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김한성 ㈜투비유니콘 가치설계자(CPO) 올해 6월 고용노동부는 구직자의 취업 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한 역량과 직업훈련을 안내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직자가 원하는 직종에서 취업할 확률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막막한 취업 준비에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만 화면에 나타난 확률이 낮다면 어떨까. 그것은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정보일까, 아니면 내 미래의 한계를 말해주는 숫자일까. 정부의 서비스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지만, 이 작은 질문은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의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그보다 한 달 앞선 5월 교황 레오 14세는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이라는 회칙을 발표했다. 1891년 레오 13세가 산업혁명 속 노동자의 권리를 다룬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지 135년 만이다. 기계와 자본 앞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을 물었던 역사가 이제 AI와 알고리즘 앞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시 묻고 있다. 종교 문서의 언어로 시작된 물음이지만, 그 답은 채용과 교육,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다. 회칙은 AI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을 측정하고 무시하며 최적화할지 정하는 순간, 설계자의 선택과 가치가 이미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채용 시스템이 경력의 연속성을 높게 평가한다면 육아나 가족 돌봄으로 일을 쉬었던 사람이 불리해질 수 있다. 잦은 이직을 감점한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온 경험이 약점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이는 실제 특정 시스템에서 확인된 차별이 아니라, 무엇을 능력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일정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과 정당하게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과거 채용 기록으로 만든 모델이 기존에 선호하던 경력과 학력을 다시 추천할 수 있다. 모델이 과거 결과를 잘 맞혔다 해도 그 과거의 기준까지 공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낮은 취업 확률을 이유로 교육이나 면접 기회를 줄인다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는 예측이 오히려 그 가능성을 좁히는 결정으로 바뀐다. 숫자가 무엇을 설명하는지뿐 아니라 그 숫자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조사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한 396곳 가운데 86곳은 채용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AI 사용 사실을 구직자에게 사전에 알린다는 기업은 그 86곳의 57%였다. 취업 준비생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면서도, 자신을 판단하는 과정에 AI가 쓰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결과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만큼 그 기준을 묻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AI를 쓰지 않는다고 공정한 채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며, 같은 지원자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AI는 누락된 역량을 발견하고 일관성을 높이며 차별적 표현을 가려내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서비스 중에는 구인공고의 성별·연령 차별과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쟁점은 사람과 AI 가운데 누가 더 공정한가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 어떤 평가 기준이 업무와 관련 있는지,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없는지, 그 결과를 누가 검토하고 고칠 것인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회칙이 말하는 인간 존엄성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존엄성은 시험 점수가 높거나 생산성이 뛰어나서 얻는 보상이 아니다. 일의 능력을 평가할 필요는 있지만, 그 평가가 사람의 전체 가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돌봄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실패한 뒤 배우며, 지금의 기록에 담기지 않은 가능성도 지닌다. AI가 인간보다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성과와 점수로 다 설명되지 않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다. 한국의 제도도 이런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를 목적으로 명시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해 이루어진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에 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이 정한 조건에서 거부할 권리도 인정한다. 물론 모든 AI 추천이나 평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에 적힌 권리가 실제 생활에서 작동하려면, 당사자가 판단의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다시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AI 평가 항목을 정할 때 효율만큼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공공기관은 알고리즘의 결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빠른 답을 얻는 방법과 함께 그 답이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지 살피는 힘을 길러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평가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역시 정교해져야 한다. 앞으로 AI는 사람의 능력과 선택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것이다. 그러나 예측이 정교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결과를 무조건 믿는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는지 따져 묻는 능력이다. AI가 인간을 얼마나 닮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운영하는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술 속에 감춰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묻고 고칠 수 있어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bienns@ekn.kr

한달 앞둔 中 선전 APEC…미·중·러 빅매치 속 김정은 당길까

다음 달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중·러 정상외교와 북미 대화의 무대가 될지 주목된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선전 APEC 정상회의는 다음 달 14~15일 최종고위관리회의(CSOM), 17~18일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이어 18~19일 정상회의 본회의 순으로 진행된다. 중국은 지난 15일 각국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올해 회의 주제는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 공동번영 촉진'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인공지능(AI) 협력,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현안과 함께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정상 간 접촉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이번 회의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양국은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에 합의했고, 최근 휴전 시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했다. 선전 회담에서는 무역 갈등 관리와 양국 관계 안정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까지 참여하는 미·중·러 3자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관련 질문에 “우리는 대찬성(all for it)"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한반도 문제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다만 3자 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APEC 기간 김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I may)"며 “흥미진진할 것이다. 나는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회동에 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러나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이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북한의 현실을 인정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지난달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핵 문제를 둘러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러와 교역망 확충…北 협상 여지 커져 북한의 달라진 외교 환경은 국경 교량 개통에서도 드러난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15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를 개통했다. 길이 3㎞, 왕복 4차로인 이 다리는 중국이 2014년 약 22억 위안(3억1000만 달러)을 들여 건설했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세관시설 등이 마련되지 않아 12년 가까이 사용되지 않았다. 개통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 총리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리 총리는 교량이 양국의 경제·무역 협력을 촉진하고 전통적 우호 관계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나선 지역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첫 도로 교량을 개통했다. 북중·북러 육상 교역망이 잇달아 확충된 것이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약 98%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지원하고 현금·연료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가운데, 중국도 대북 경제협력을 확대하며 영향력 유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과 물질적 지원을 고려해 북한을 자국 영향권으로 다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양국은 무역·농업·건설·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도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적 선택지가 넓어지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서두를 유인도 줄어들 수 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선전 APEC의 주요 관심사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이 논의될 수 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산업 분야 협력 확대가 다뤄질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시 주석의 회동 여부도 중일 관계의 변수다.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외교적 선택지를 넓힌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유인을 얼마나 크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미·중·러 정상 간 접촉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북미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반도체 호황 속 韓 잠재성장률 40년 만에 2년 연속 상승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성 개선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 성장 여력이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잠재성장률이 내년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기관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고용과 내수, 건설 경기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떠올랐다. 18일 국제통화기금(IMF)가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토대로 역산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2.14%, 내년 2.20%로 추산됐다. 지난해 1.94%에서 올해 0.20%포인트 상승한 데 이어 내년에도 0.06%포인트 추가 상승하는 것이다. 전망대로라면 이른바 '3저 호황'이 이어졌던 1986~1987년 이후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상승하게 된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노동과 자본 등 생산요소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다. 이번 수치는 IMF가 직접 발표한 잠재성장률이 아니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GDP 갭률 전망치를 토대로 역산한 결과다. IMF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을 각각 3.33%, 2.83%, GDP 갭률은 각각 0.548%, 1.168%로 제시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왔다. 2010년 4.05%였던 잠재성장률은 2018년 2.97%로 낮아졌고 코로나19 충격이 발생한 2020년에는 1.28%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투자 둔화, 생산성 정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번 반등 전망의 배경으로는 반도체 투자 확대와 AI 기술 확산이 꼽힌다. AI 인프라 확충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와 생산 설비 투자가 수출과 설비 투자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AI 기술 도입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IMF는 지난 13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7%포인트 높은 3.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0.3%포인트 높인 2.8%로 제시했다. 반도체 중심의 강한 대외 수요가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비교 가능한 27개국 가운데 올해와 내년 모두 7위로 추산됐다. 지난해 12위에서 5계단 상승한 것이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미국뿐이다. 영국은 올해 1.29%, 내년 1.26%, 일본은 각각 0.82%, 0.84%, 독일은 0.64%, 0.70%로 한국보다 낮았다. 다만 주요 경제기관의 전망에는 차이가 있다. OECD는 지난 6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 1.85%, 올해 1.66%, 내년 1.52%로 추산했다. IMF의 10월 전망을 활용한 역산 결과와 달리 성장 여력이 계속 약화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반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표한 '2027년 NABO 경제전망'에서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14%에서 올해 2.22%, 내년 2.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OECD는 지난 7월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건설업과 다른 제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대외 충격과 경기 변동에 대한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시장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난다. 반도체는 대규모 설비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생산과 수출이 늘더라도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OECD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가운데 특히 청년층의 고용 여건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 경기 역시 반도체 공장 증설과 첨단산업 시설 투자가 비주거용 건설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주택 건설과 지방 건설업계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첨단산업의 투자 확대가 전체 건설투자 지표를 개선하더라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역별 건설 경기 부진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성장 전망이 개선되면서 국민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IMF 전망을 토대로 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올해 4만3512달러, 내년 4만9277달러를 거쳐 2028년 5만2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잠재력 회복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며 3대 메가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중장기 성장 여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상이 엇박자라는 지적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면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오세훈 서울시장직 걸린 23일 항소심 선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23일 내려진다.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오 시장은 항소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을 수 있다. 향후 대권 도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재판부의 판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10차례 전달받고, 당시 비서실장이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 측의 의뢰 사실과 김씨의 2100만원 대납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5건은 여론조사 의뢰나 비용 대납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선출직 공직자는 직을 잃고 5년간 공직에 진출할 수 없다. 항소심에서 1심 형량이 유지되고 판결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 상실과 함께 차기 대선 출마도 제한받게 된다. ◇통화 녹음 두고 엇갈린 주장 항소심에서는 명씨와 김씨의 통화 녹음 파일이 새롭게 탄핵 증거로 채택됐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알고 있었는지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해당 녹음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녹음에서 명씨는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마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한편 “시장님 은밀하게 했고 이건 소문나면 안 되고"라고도 했다. 오 시장 측은 앞선 발언을 근거로 김씨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으며, 오 시장은 여론조사 진행과 비용 대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명씨는 지난달 30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해당 통화가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논의한 대화가 아니라, 오 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뒤 안철수 당시 후보와 추진한 야권 단일화 전략의 구체적인 경위와 실행 과정을 주고받은 대화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명씨와의 관계를 단호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그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 성과를 서울시장 5선보다 더 명예롭게 생각하는 제가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명씨를 단호히 끊어내지 못해 법정에 서게 된 것에 대해 깊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자리를 잃는 것은 두렵지 않다"며 “증오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조작된 정황이 사실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을 사법부가 증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항소심 선고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넘어 서울시정과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죄 판단이 유지될지, 새로 채택된 통화 녹음과 양측의 주장이 재판부 판단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선고의 주요 관심사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취임 1년 지났지만 바람 잘 날 없는 장동혁 리더십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역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이견을 조율해야 할 지도부가 분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 취임(2025년 8월) 1년이 훨씬 지났지만, 당은 바람 잘 날이 없다는 탄식도 들린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16일 경기 용인갑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의 경선 후보였던 양향자 최고위원의 '전면 재선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조직위원장으로 윤재복 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최고위원은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번 재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ARS 투표 누락과 이중당적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없이 재투표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용인갑에 한정하지 않고 전체 경선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도 요구했다. 발단은 지난 6일 3자 경선과 8일 결선이다. 결선에서 윤재복 전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양 최고위원을 꺾었다. 그런데 일부 당원이 통신사 문제로 ARS 투표 전화를 받지 못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투표 논란이 불거졌다. 공개회의에서 조강특위 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이 먼저 반격에 나섰다. 정 사무총장은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본인이 당선될 땐 아무 말 안 하다가 이제 와서 당의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발언을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양 최고위원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는 취지의 언급도 나왔다. 정 사무총장은 회의 후 “통신사 측의 기술 문제를 당의 오류로 확대·과장해 언론에 공식 발표한 것은 해당 행위"라고 주장했다. 친한계는 양 최고위원을 거들고 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진상조사 없이 재투표를 결정한 과정을 지적하며 “당사자인 양 최고위원이 재투표를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결정해서 발표했느냐"고 따졌다. 충돌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더 거세졌다.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새어 나왔고, 장 대표와 정 사무총장이 양 최고위원과 우 최고위원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는 “어떻게든 지도부 실수 있으면 끄집어내서 흔들어보자, 그러려고 정치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선거에 싸우는 대표까지 싸울 자격 없는 사람을 만드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양 최고위원의 불참 선언으로 18일 재투표 계획은 불투명해졌다. 당권파는 양 최고위원 측의 문제 제기를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한다. 비당권파는 부실한 경선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역 하나 정비하는 데도 한목소리 못 내는 지도부 당내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도입한 당원 직선제 이후 당내 역학 구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비당권파와 원외 인사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는 것이다. 양 최고위원이 투표 오류를 고리로 재선거를 요구한 데에는 당권파 주도의 공천·조직 정비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성격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 대표로서는 부담이 크다. 당 대표는 경선에서 불거진 이견을 조율하고 의사결정 절차에 대한 신뢰를 지켜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표 누락 의혹과 재투표 결정의 정당성을 놓고 최고위원들이 맞섰고, 장 대표도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지역 조직 하나를 정비하는 일에 지도부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셈이다. 경선 과열이 반복되면 당원 참여를 넓히려던 제도의 취지도 퇴색할 수 있다. 친한계인 박정훈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이번 사태가) '개혁파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명단은 (ARS 전화 목록에서) 빼고 주는 거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당내 장악력에 대한 평가도 갈릴 전망이다. 최고위원 간 충돌과 책임 공방이 되풀이되면 대표의 조정 능력을 향한 의문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국민의힘 초강경파 ‘주김이’…“이런 사람 100명이면 영남당”

더 이상 강경파라는 단어는 더불어민주당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신흥 초강경파 3인방이 등장하면서다. 주진우·김태규·이진숙 의원은 대여(對與) 투쟁에 수위 높은 발언을 불사하며 강한 전투력을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지나친 언행으로 당의 외연 확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저격수 자처하는 주진우 과연…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진우·김태규·이진숙 의원은 최근 대여 전선의 선봉에 서며 정치권의 화두를 독점하고 있다. 이들 의원의 발언이 매일같이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도배하면서다. 최근 대구 천장 붕괴 사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주말·가족 골프 폭로로 이목을 끈 주 의원은 SNS에서 한 지지자가 “주 의원, 호랑이가 되셔야 한다"고 글을 올리자, 댓글로 “이재(제) 명을 끊을 때"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즉각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검토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에 주 의원은 “이재명 황제 골프로 정권의 운명이 다했으니 이재명을 탄핵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진짜 막말은 이재명, 김혜경 부부의 욕설"이라며 “민주당이 막말 운운하며 나를 입틀막 한다면, 이재명 부부의 막말 모음 육성을 기자회견장에서 틀어버릴 것"이라고 맞받았다. 주 의원은 이 밖에도 감사원에 예산 낭비와 부실 운영 등이 제기된 여수세계섬박람회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는 등 각종 현안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대여 투쟁의 전선을 전방위로 넓히고 있다. ◇'부엉이바위'·'李부모 묘소' 공세 김태규 의원도 지난달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왜곡 논란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우리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들자"고 했다. 부엉이바위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장소다. 이에 범여권이 “인간이 되세요"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항의하자, 김 의원은 “부엉이바위에 긁혔어?" “패륜 영화는 보자고 하면서 부엉이바위는 긁혀?"라고 응수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전두환·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두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해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김 의원이 원내수석대변인이라는 당직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원내지도부는 최근 김 의원에게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숙 의원은 지난 10일 경북 봉화군에 있는 이 대통령의 부모 묘소를 직접 찾아 농지법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곳은 농지로 묘를 쓸 수 없는 곳"이라며 “이재명은 농민들의 농지가 불법이니 투기니 따지기 전에 본인 부모 묘소부터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에는 국회 도서관에서 '5·18 재조명 토론회'를 주최해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헌정사상 최초로 이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그는 “5·18 성역화의 완성"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민주당은 '패륜 3남매'로 규정하고 국회의원 자격정지 방안까지 거론했다. 손명수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에서 “국민의힘 막말 3인방이 금도를 넘고 있다"며 “국회의원 제명, 자격 정지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강경파들 지역구는 소속 정당의 텃밭" 이들 3인방의 활약으로 강성인 장동혁 대표는 상대적으로 온화해 보이는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들 3인방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당대표가 너무 나서서 지도부가 세 보이는 것보다는 의원들 중 강성도 있고 온건한 사람도 있는 그림을 보여주는 게 당 차원에서는 나은 측면이 있다"며 “야당으로서 머릿수도 밀리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힘을 얻고 기세를 잡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과한 발언으로 여당에 반격의 빌미가 되는 부분은 국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의원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배워가고 수위를 조절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 의원의 언행을 향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선거가 없을 땐 대여 선명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지만, 총선 국면에선 수도권 표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들 3인방이 모두 '공천이 곧 당선'으로 통하는 영남권에 쏠려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원내대표 출신인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런 사람이 10명, 100명 이렇게 자꾸 많아지면 우리는 영남정당에 한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막론하고 강경파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지역구가 각자 정당의 텃밭이라는 점"이라며 “누가 나가도 당선 확률이 높은 지역구이기 때문에 공천받기 위해 스피커 출력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석유 최고가 또 동결, 정부 “당분간 유지”

11차 석유 최고가격이 또다시 동결됐다. 7차 때부터 다섯 번째 연속 동일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고, 물가 부담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유사 공급가 상한은 지난 10차 때와 같이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유지된다. 11차 최고가격은 17일 0시부터 4주간 적용된다. 지난 3월부터 시행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되 중동 정세와 유가 등 국내외 상황을 보고 종료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서민 물가 부담, 석유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이어지고,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항, 석유 시설 등을 공격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유가도 10차 최고가 지정과 유사한 배럴당 100달러 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5.9 달러로, 두바이유는 107 달러까지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도 98 달러로 100 달러 선에 근접했다. 유가와 함께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들썩이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8월 3%대에서 9월 2.9%로 소폭 내렸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대비 14.8% 상승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되고, 유가 급등세도 지속됨에 따라 당분간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10~11월 원유 도입량을 전년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해 원유 수급에는 이상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동 정세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외 상황에 맞춰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지난 3월 13일 1차 석유 최고가를 도입하면서 시행 기간을 6개월로 예상했지만 이번 11차 적용으로 7개월을 넘어서게 됐다. 다만, 정부는 중동 상황과 유가가 안정될 경우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등 출구전략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현재는 서민물가 부담 경감 등 민생 안정에 무게를 두고 최고가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호르무즈 통항 안정, 국제유가 변동성이 어느 정도 낮아졌을 때 최고가 종료 원칙에는 변함없고, 중동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 출구전략을 모색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휘발유 주유소 판매량은 10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 추석 연휴에 따른 수요 급등으로 판매량이 3.0% 증가했다 이달 1~2주에는 5.5% 감소했다.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됐던 3월 둘째 주부터 현재까지 휘발유와 경유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 7.6% 각각 줄었다. 현재 정유업계는 국내 석유 소비량이 줄면서 석유 제품의 수출 제한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업계와 소통하며 수출 물량 관리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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