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청래, 모란시장 찾아 민심 탐방…“TV에 나온 그 사람입니다”

[현장] 정청래, 모란시장 찾아 민심 탐방…“TV에 나온 그 사람입니다”

“아이고, 정청래 의원 아니요. 날도 더운데 여기까지 왔네." (모란시장 상인) “지금 국민 여론조사 진행 중이에요. 여러분들 부탁드립니다. 많이 파십시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14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선거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번 주말 당권의 향배를 가를 최대 승부처인 서울·경기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정청래 후보는 막판 '바닥 민심' 훑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모란시장에는 친청계인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가 미리 집결해 있..

김민석, 호남서 과반 승리…정청래에 누적 14%p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지역 당원투표에서 김민석 후보가 과반 득표를 기록하며 압승을 거뒀다. 15일 호남 지역 당원투표 결과 김민석 후보가 57.5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정청래 후보가 32.65%, 송영길 후보가 9.81%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지역 순회 경선 결과 김민석 후보가 누적 득표율 52.21%(경남·대구·경북지역 가중치 미반영)로 1위를 유지했다. 이어 정청래 후보가 38.14%로 1, 2위 차이는 14.07%p로 벌어졌다. 호남 당원투표에서 과반 승리를 거머쥔 김민석 후보는 누적 집계에서도 과반을 안정적으로 지키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반면 정청래 후보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수도권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되며 당 대표 선거인단은 대의원·권리당원 70%, 국민 30%로 구성된다. 지역 순회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투표 결과만 공개되며, 대의원과 국민 투표 결과를 합산한 최종 결과는 오는 17일 대전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발표된다. 허희재 기자 hjhur@ekn.kr

한미협상 이끈 여한구 통상본부장 전격 경질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전격 경질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0시를 기해 여 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여 본부장의 구체적인 면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 본부장은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 등 주요 통상 현안에서 실무 사령탑 역할을 맡아왔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산업부 통상정책국장과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공무원 신분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정무직 인사의 직권면직은 정무직 인사에서 이례적 조치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미 협상과는 별개로 개인적 이슈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쿠팡 이슈 등 민감한 통상 현안이 산적한 상황인 만큼 대미 통상 협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의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해 당면한 현안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만기전역’ 10마리 중 7마리…가족을 찾지 못했다 [멍예퇴직➀]

➀ 은퇴 국가봉사견 70%, 입양되지 못해 ② 턱없이 부족한 입양자 '돌봄 비용' 지원 ③ 국가봉사동물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일 “작년에 예랑이랑 같이 제주도로 입양이 확정됐었는데, 갑자기 허리가 안 좋아져서 입양을 못 갔어요. 그때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죠. 나이도 많아서 사실상 앞으로 입양은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재작년 군견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윤지'(래브라도 리트리버). 올해로 2년째 반려마루 여주에 머물고 있다. 반려마루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반려문화 복합시설이다. 반려견 훈련, 구조동물 보호를 맡고, 반려동물 놀이터 등 문화시설을 운영한다. 반려마루 관계자에 따르면, 윤지는 이곳에 오기 전 탐지견으로 살아왔다. 지난 5일 에너지경제신문이 만난 윤지의 눈가와 입가에는 그간 세월을 말해주듯 검은 털 사이로 하얀 털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윤지는 재작년 또다른 군견 '예랑'이와 함께 입소했다. 둘은 함께 제주도로 입양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지만 입양이 좌절됐다. 입양 확정 후 허리디스크와 척추층만증을 판정받아 당장 입양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설은 경과를 지켜본 뒤 윤지를 입양 보내기로 입양자와 결정했다. 그러나 1년 넘게 건강이 회복되지 않자 입양자는 결국 윤지 입양을 포기했다. 반려마루 관계자는 “지금은 건강이 많이 좋아져 뛰어다니기도 하지만 통증이 심했을 때는 허리를 못 굽혀서 잘 걷지도 못 하고, 배변 활동도 하지 못 했다"며 당시 윤지의 상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특수한 환경을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일종의 직업병에서 오는 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견사 한 켠엔 훈련사들이 윤지를 위해 마련한 '미니 침대'가 자리해 있었다. 현재 반려마루에 남겨진 은퇴견은 모두 세 마리다. 지난 3월 다른 은퇴견 세 마리가 민간에 입양되면서 윤지는 올해 3월 입소한 말리노이즈 품종 '담비' '담보'와 함께 시설에 남겨져 있다. 군견, 경찰견, 마약탐지견 등 국가봉사견은 대부분의 견생을 국가를 위해 근무한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시설에 머무는 경우가 흔하다. 사단법인 마침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장애인 보조견을 제외한 국가 소속 봉사 동물은 총 1천 마리가 조금 안된다. 그러나 국내 국가봉사견 민간 입양률은 22%에 그친다. 10마리 가운데 7마리는 가정에 가지 못 한 채 생을 보내고 있다. 반려마루 관계자는 “작년에 국가봉사견들의 은퇴 후 현실이 공론화되기 시작하면서 입양 문의가 간혹 있긴 했지만 선뜻 입양까진 이어지지 않았다"며 “밖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수 견종이고, 기존에 군에 있었다는 사실 탓에 다가가기 쉽지 않아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간 가정에서 군견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는 군견에 대한 일반인의 선입견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선입견으로 중대형견 특성에 따른 왕성한 활동량, 군견 훈련으로 인한 공격성, 낮은 사회성이 주로 꼽힌다. 실제 은퇴 군견의 모습은 어떨까. 같은 날 서울시 동대문구의 또다른 반려견 교육센터 '도그어스플래닛'에서 '유라'를 만났다. 8년 간 근무한 후 만기 전역한 13살 유라는 은퇴 이후 4년간 군 내에서 지냈다. 유라와 센터의 만남은 육군 훈련소의 요청으로 시작된 재적응 교육 훈련이 계기가 됐다. 이후 은퇴 군견 보호에 관심이 생긴 김효진 도그어스플래닛 대표는 당시 군에 가장 오래 머물러 민간 입양이 어려울 수 있겠다고 판단한 유라를 육군과 협의하에 센터로 데려왔다. 기자가 만난 유라는 민간인들이 가진 선입견과 다르게 사람에게 서스럼없는 모습이였다. 유라는 천천히 근처로 다가와 코를 들이밀었다. 이내 활발하게 뛰어놀던 소형견 무리로 향했다. 고령이라 친구들처럼 뛰어놀진 못했지만, 불편한 기색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김 대표는 “군견은 적절한 재교육만 하면 일상에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갓 제대한 군인이 바뀐 지하철 노선도 낯설어 하는거랑 똑같아요. 그럼 다시 알려주면 되는거에요." 교육을 통해 작전에 필요한 역량을 극대화시킨 만큼 다시 훈련을 통해 변화한 사회에 대한 적응을 도울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선입견을 깨기 위해선 홍보를 넘어 일반인이 직접 교육 과정에 참여해보는 기회가 필요하다. 김 대표는 “입양 홍보도 중요하지만 육군에서도 이미 홍보 부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사람들과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는데도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군견이 사회화가 어렵다는 오해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이 군견의 사회화 훈련에 직접 참여해 교감하는 기회가 많아진다면 군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줄어들 것"이라며 일반인의 군견 핸들링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해람·이지민 인턴기자

공공기관, 수의계약 날로 줄여…세상에 첫발 내딘 장애인, 다시 원점으로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⑤]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무음 버튼을 눌렀을까. 언제라도 작업을 할 것만 같은 공장에 재봉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20여 명의 노동자들이 둘러앉아 일했을 긴 작업대는 끝이 보일 만큼 텅 비었다. 작업하다 만 옷도, 출고를 기다리는 제품도 보이지 않았다. 창고 역시 비었다. 공장 입구에는 '5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휴업'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을 뿐이었다. 사람들 흔적만 작업장 한편에 남았다. 사물함 벽면을 따라 2015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찍은 야유회 단체 사진이 줄을 이뤘다. 사진 속 직원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함께 일하며 쌓아온 시간이 사진마다 고스란히 담겼다. 김현섭 한국장애인중심기업협회 피복사업본부 대표는 사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장애인 노동자들은 여기 와서 같이 밥 먹고 친구도 만들고 야유회도 갑니다. 이 사람들한테는 그런 시간이 참 소중해요." 공장은 그저 옷을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 장애인들이 매일 출근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공장이 멈춘다는 건 생산이 멈추는 것 이상의 의미였다. 장애인 노동자 한 명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김 대표 말이다.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작업 공정에 익숙해져 제 몫을 하기까지는 보통 3~4년이 걸립니다." 원단을 옮기고, 재단된 옷감을 분류하고, 실밥을 정리하며 불량을 잡아내는 일까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작업마다 순서와 방법이 다르다. 새로운 작업복 주문이 들어오면 원단도, 마감 방식도 달라져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하는 경우도 많다. 수년 동안 반복해서 작업을 익히고 비로소 자기 몫을 하기 시작하지만, 주문이 끊기면 그 시간도 함께 멈춘다. 김 대표는 “일을 익혔는데 공장이 쉬기 시작하면 노동자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일터가 있어야 기술도 이어지고 사람도 남는다"고 말했다. 휴업은 갑자기 찾아왔다. 김 대표는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최근 공공기관 발주가 줄면서 공장 운영이 점차 어려워졌어요. 결국 올해 무급 휴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공장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방위사업청·조달청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 없이 수의시담(가격협의)을 통해 단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3~4년 사이 군수품 발주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과거 연중 이어지던 일감이 점차 줄면서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가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장애인 생산시설이 꾸준히 일할 수 있을 만큼 수의계약 물량이 유지됐지만 지금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조달청에서는 2026년부터 수의계약을 폐지하겠다고 공표까지 했어요.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장애인 생산시설은 설 자리를 더욱 잃게 될 겁니다." 일감 자체가 줄어든 데다 남아 있는 발주도 일정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공공기관 발주가 생산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납품 일정과 물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이 있을 때는 20명의 근로자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몰리고, 끝나면 몇 달씩 아무 일도 없습니다." 주문이 몰릴 때는 자체 생산만으로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작업이 집중된다. 반대로 납품이 끝나면 몇 달씩 일감이 끊겨 공장 가동이 멈추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결국 올해 5월부터 3개월간 무급휴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 대표 표정만으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경기도의 중증장애인생산시설 사단법인 에스디워크(복사용지 생산시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진희(63) 운영 총괄팀장은 최근 회사를 떠난 한 지적장애인 노동자를 떠올렸다. 2022년 입사한 그는 누구보다 성실한 직원이었다.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며 맡은 일을 묵묵히 해냈다. 1년 전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4시간 근무로 받는 임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다른 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팀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일감만 조금 더 있었으면 8시간 근무를 만들어줄 수 있었어요. 정말 성실했던 친구라 오래 함께하고 싶었는데, 생계가 걸린 문제라 붙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려면 결국 꾸준한 일감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라고 강조했다. 김현섭 대표는 휴업을 결정했던 때를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장이 쉬면 직원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몇 년 동안 함께 일하며 익힌 기술도, 매일 출근하며 쌓아온 일상도 멈춘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공장은 단순히 월급을 받는 곳이 아니라 하루를 살아가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부모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도 있다. “부모들은 '내가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부모가 떠난 뒤에도 자립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지원이 아닙니다. 꾸준히 출근할 수 있는 일터입니다." 김 대표는 텅 빈 작업장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작업대는 비어 있었지만 그가 걱정한 것은 공장만이 아니었다. 공장이 멈추면 그 안에서 일상을 이어가던 사람들의 삶도 함께 흔들린다. “공장이 살아야 장애인도 일할 수 있습니다." 그가 바라본 것은 텅 빈 작업대만이 아니었다. 다시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장애인들의 일터였다. 주서현 인턴기자

[청년공감] “공포영화 세트장 인 줄”…강원 최대 도시 관문의 충격적인 근황

원주종합버스터미널은 강원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원주의 관문이지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평일 오후 방문한 터미널 대합실은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 대신 적막함이 감돌았다. 총면적 3만2000㎡, 지상 10층 규모로 지어진 웅장한 외관과 달리 건물 내부는 어둡고 썰렁했다. 현재 매표소와 버스 승하차장이 있는 1층을 제외한 건물 대부분은 장기간 공실 상태다. 인천에서 원주로 대학을 통학하는 유모 씨(20)는 어두운 대합실 의자에 앉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유 씨는 “원주에 처음 와봤는데 터미널 분위기가 너무 음산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에스컬레이터는 멈춰 있고 위층으로 가는 길은 셔터로 막혀 있어 폐건물에 들어온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위층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더욱 크다. 주말 부부라 매주 차를 몰고 터미널을 찾는 직장인 전모 씨(여·21)는 주차장과 1층 대합실을 오갈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진다며 몸서리를 쳤다. 전 씨는 “차를 대고 내려오려면 텅 빈 상가들이 방치된 2층과 3층을 걸어서 지나야 하는데 어두운 복도에 발소리만 크게 울려 퍼진다"며 “마치 공포 영화 세트장에 혼자 갇힌 것 같아 낮에도 뛰어 내려온다"고 말했다. 터미널을 자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야간에 느끼는 공포감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학생 김모 씨(여·20)는 터미널을 방문할 때마다 심한 두려움을 느낀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화장실 위생과 방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밤엔 혼자 터미널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무서워서 이용하지 않는다. 구석진 곳은 조명도 다 꺼져 있고 청소 도구만 널브러져 있어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며 “주변에 관리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고 전했다. 대합실에서 만난 다른 승객들도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편의시설에 불만을 표출했다. 휴가를 맞아 터미널을 찾은 군인 신모 씨(22)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앉을 의자조차 부족하고 고장난 자판기 외에는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 씨는 한숨을 쉬며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찜통같이 더운데 도시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터미널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터미널 건물 상층부의 장기 공실이 인근 골목 상권에도 영향을 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주시 단계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서모 씨(20)는 “터미널 상가가 죽으면서 이 근방을 찾는 유동 인구 자체가 확연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밤 9시만 넘어도 터미널 주변 거리가 텅 비어서 매장 매출이 반 토막 난 지 오래"라고 했다. 터미널 앞 택시 승강장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조모 씨(58)는 “예전에는 주말마다 군인들과 대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손님 태우기가 바빴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기차역으로 사람들이 다 몰려가면서 터미널 앞은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됐다"며 씁쓸해했다. 원주터미널은 2009년 신축 당시만 해도 대형 영화관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입점해 지역 청년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복합 문화 공간이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여·47)는 “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급감하더니 건물 내 핵심이었던 멀티플렉스 영화관마저 폐업하면서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핵심 상권이 무너지며 상인들이 줄도산했고 결국 지금의 흉물스러운 폐건물로 전락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는 장기 공실에 따른 시설 노후화와 안전 문제를 우려한다. 건축설비 전문가 백모 씨(52)는 “건물은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으면 누수나 전기 설비 노후화가 빨라진다"고 경고했다. 백 씨는 “10층 규모의 대형 건물이 제대로 된 정기 점검과 유지보수 없이 방치될 경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원주터미널 쇠퇴는 KTX 개통과도 관련이 있다. 원주터미널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이모 씨(62)는 “KTX 개통 이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승객 수요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은 원주터미널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 정모 씨(55)는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과 수익성 악화 탓에 뚜렷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공실 사태는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 씨는 “터미널은 민간 소유 건물이다. 한동안 뾰족한 돌파구 없이 방치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원주시는 올해 하반기 도비와 시비, 터미널 측 부담금 등 7200만원을 들여 냉·난방기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화장실 정비와 대합실 의자 교체, 바닥 도색을 추진한다. 이상무 기자·안정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패스트트랙 330일→90일 ‘싹둑’…與 ‘국회법 3종’ 강행,후폭풍은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국회법 3종 법안'의 단독 처리를 추진하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여야 합의로 유지돼 온 국회 운영의 기본 규칙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점에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해당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세 가지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의 대폭 단축,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 완화, 그리고 상임위원장을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세 조항이 동시에 작동하면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법안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절차적 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현행 국회법은 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등을 거쳐 최장 330일의 심사 기한을 두고 있다. 쟁점 법안일수록 여야가 충분한 숙의와 협상 과정을 거치도록 설계된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상임위 60일, 법사위 30일로 줄여 전체 처리 기간을 90일 수준으로 단축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본회의 표결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크게 짧아지는 구조다. 필리버스터 제도 역시 손질 대상이다. 현행법은 무제한토론을 시작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필요한데, 개정안은 종결 동의 발의 요건을 5분의 1로 낮춰 야당의 정치적 공간을 좁혔다. 상임위원장 교체 조항은 위원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회의 개최를 거부하거나 심사를 지연할 경우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해, 위원장의 조정 기능을 다수결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민주당은 개정안을 당초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다가 정무적 판단으로 20일 본회의로 넘겼다. 그동안 미처리 법안이 쌓여 있고 필리버스터로 본회의 일정이 장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된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 단축과 필리버스터 요건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면 야당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크게 줄어든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법은 1948년 제정 이래 여야 합의로 개정하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개정된 사례는 78년 헌정사에서 단 두 차례뿐이며, 이마저도 특정 정당이 180석 이상을 차지한 2020년 이후에 발생했다. 정치학계에서는 선거법과 국회법이 여야가 경쟁하는 '게임의 룰'인 만큼,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일방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것이 의회주의의 철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또 다른 문제는 현재의 여야 의석 구도가 영원히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다수당에 유리하게 설계된 운영 규칙은 정권과 의석 구도가 바뀌면 그대로 상대 정당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여야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의도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李대통령 “전쟁끝낼 당사자간 논의 시작하자…북핵 멈출 방안도”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 “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설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상호 위협 의사를 내려놓고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이를 통해 북의 핵 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이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며 한반도 문제 진전을 위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상황에서, 이날 메시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대화 테이블의 필요성을 부각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적대와 대결의 에너지를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동력으로 바꿔낼 것"이라며 “페이스메이커이자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저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며 “1년이 지난 오늘, 원칙을 넘어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면서 대북정책의 3대 기조를 천명했다. 첫 번째로는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 공존'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남과 북이 서로를 존중하고 불필요한 대결을 멈춰야 한다. 인식과 규범, 제도에서부터 적대성을 줄여 나가야 한다"며 “남북이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을 위해, 함께 마주 앉길 바란다. 이는 양보가 아닌 공존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 공존'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긴장과 갈등을 통제할 제도, 위기와 확전 방지를 위한 여러 겹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평화 조치를 취하겠다. 북측의 호응을 이끌어, 안정적인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끝으로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 공존'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곧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고 핵 없는 세계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분쟁으로 고통받는 세계에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일 관계에 대한 구상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공존이 선택이 아닌 의무인 것처럼,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없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책임과 역할을 해낼 순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1년 양국은 활발한 셔틀 외교를 이어가며 신뢰의 기반을 다졌다. 앞으로도 실용적 국익 외교를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그동안의 성과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두 나라 국민 간의 굳건한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란 상대의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는 진정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과거사 문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오늘까지도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계시다"며 “한일관계의 역사에는 갈등도 있었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처럼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토대로 미래를 열고자 했던 노력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더불어 “한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한일관계의 빛은 아픔을 감내하고 계신 분들께 따뜻한 온기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한층 두터운 신뢰 위에서, 보다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서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60년을 일본 정부와 함께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도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확대하는 동시에,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부당 축적 재산은 환수하는 등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금은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새로운 광복이 필요하다.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문명사적 대전환과 국제질서의 대격변 앞에서, 우리는 불가능을 헤아리는 대신 가능성을 창조해야 한다"며 “성장 지도를 다시 그려내 성장 거점을 전 국토로 확장하겠다. 적극적 투자로 성장잠재력을 높여 결실을 국민께 고루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혁신의 성과와 미래 성장의 기회가 곳곳으로 고루 퍼져 나가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청년이 내일의 주역으로 우뚝 서도록 정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내부의 갈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안의 장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차이가 적대가 돼선 안 되며 증오와 배척, 갈등이 국가의 전진을 가로막게 해서도 안 된다“며 "타협과 공존의 정치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세계 경제의 지형이 뒤바뀌는 국가대항전 앞에서 국민과 정부, 중앙과 지방, 기업과 노동자 모두 원팀"이라며 “국민과 함께 새로운 광복의 역사를 써 내려가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대통령은 “국민이 감내하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거운 물가가 삶을 짓누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으며 청년들은 일자리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겨워한다"며 “그렇기에 대체불가 대한민국의 비전은 화려한 구호가 아닌, 절박한 약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

美 한국산 드론 15% 관세, 우대세율 적용?…정부 “세부 기준 협의”

미국 정부의 한국산 드론, 관련 부품에 최대 15% 관세 부과 조치에 정부가 우대세율 관련 세부 기준 등을 협의하고, 드론 업계에 미칠 영향도 점검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13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드론 및 핵심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포고령에는 한국 포함 일본과 유럽연합(EU),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대만산 드론과 부품에는 최대 15% 관세를, 영국산 드론과 부품에는 최대 10% 관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미국 정부는 드론의 우대세율 관련 “특례를 받으려면 해당 제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실질적으로 해당 국가와 미국에서 유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14일 “한국산 드론이 최대 15% 우대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세부 인증 기준과 적용 범위 등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와 함께 국내 드론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드론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는 자국 내 드론 생산 역량을 확충하면서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이버보안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포고령에 따라 오는 9월 3일부터 최대이륙중량 25㎏ 초과 드론, 열화상 카메라가 통합된 드론, 드론 도킹 스테이션, 일부 핵심 부품 수입에 대해 100% 관세가 부과된다. 열화상 장비를 탑재하지 않은 25㎏ 이하 드론에는 25% 관세가, 일부 부품은 내년 2월 9일부터 25% 관세가 각각 적용된다. 다만, 미 전쟁부 또는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드론 관련 인증·승인을 획득한 기업의 제품은 내년 2월 9일까지 시행이 유예된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 대만, EU 등 주요 동맹국 제품의 경우 핵심 부품과 기술이 자국산 또는 미국산임을 입증할 경우 총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상한을 설정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적의 적은 동지?…국민의힘 지지층 절반, ‘정청래’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김민석·정청래 후보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도 민주당 차기 당대표가 누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여야 관계와 국회 운영은 물론 국민의힘의 대여 전략까지 달라질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정 후보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0~11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주당 차기 대표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8.6%의 지지를 얻어 김 후보(8.4%)와 송영길 후보(7.1%)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선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 상당수가 정 후보를 선택한 셈이다.(ARS RDD 무선전화 방식 진행, 응답률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국민의힘 당권파인 장예찬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2일 MBC라디오 '조승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민주당 대표로 누가 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정청래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전 부원장은 그 이유로 정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보다 훨씬 강경파라는 점을 들며 “민심을 좀 싸늘하게 만들 이상한 짓을 많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대표 후보 3명 가운데 정 후보가 “가장 예측이 안 되는 분"이라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안팎에서 정 후보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정청래 체제가 들어설 경우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 사이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청래 체제가 된다면 당정 갈등이 해소되기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거나 각종 정책·정치 현안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수월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공략하기 용이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김민석 후보가 대표가 되는 것보다 정 후보가 되는 것이 국민의힘에는 “무조건 낫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김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당정관계를 구축하면서 국민의힘이 파고들 정치적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높은 선호도에는 이른바 '역선택'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민주당 차기 대표에 대한 선호를 묻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의 미래보다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지를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 입장에선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척을 지고 있는 정청래 후보가 당대표가 돼 이재명 정부가 순탄치 않게 되길 바라는 측면이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28년 총선을 염두에 둔 국민의힘의 전략적 계산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활용해 민주당을 보다 왼쪽에 치우친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를 선거에서 공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를 활용해 민주당을 보다 왼쪽에 치우친 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극좌 프레임'을 만들기 쉽고, 이를 선거에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 내부의 공천권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국민의힘으로서는 주목할 변수다.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의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세력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민주당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근 평론가는 “공천권 행사 과정에서 잡음이 있겠지만 정청래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세력을 다시 당내에서 끌어안는 과정에서 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집권여당 내부의 갈등이 커질수록 야당으로서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특히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공천을 둘러싼 내부 경쟁에 빠질 경우 국민의힘이 이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할 여지도 커진다. 결국 국민의힘이 정 후보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강성 후보가 상대하기 쉽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의 강한 정치적 색깔 등이 민주당 내부 갈등과 당정 간 긴장을 키울 가능성, 나아가 차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공천 경쟁을 격화시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정청래 체제가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 후보의 강한 정치적 색깔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 대통령에 대한 방어 심리를 키울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강한 대여 견제 구도에 맞서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다면 정 후보의 강성 이미지가 국민의힘의 호재가 아니라 민주당의 결집 수단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정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고 해서 이 대통령과의 갈등이 실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 만큼, 전당대회 과정에서의 경쟁과 당선 이후의 정치적 행보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장] 정청래, 모란시장 찾아 민심 탐방…“TV에 나온 그 사람입니다”

“아이고, 정청래 의원 아니요. 날도 더운데 여기까지 왔네." (모란시장 상인) “지금 국민 여론조사 진행 중이에요. 여러분들 부탁드립니다. 많이 파십시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14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은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선거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번 주말 당권의 향배를 가를 최대 승부처인 서울·경기 지역 순회경선을 앞두고, 정청래 후보는 막판 '바닥 민심' 훑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모란시장에는 친청계인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가 미리 집결해 있었다. 이윽고 정 후보가 도착하자 '알정찍'(알겠어, 정청래 찍을게) 팻말을 든 지지자와 유튜버, 취재진이 몰려 주변 시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정 후보는 시장을 가로질러 다니며 상인들과 악수를 나눴다. 기름집에 들러 참기름을 구입했고 상인과 셀프 사진 촬영을 하면서 “기호 2번, 브이"를 외쳤다. 좌판에 앉아 채소를 파는 할머니를 만난 정 후보는 앞에서 앉은 자세로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를 나눴다. 한 상인이 “젊어 보이네"라고 칭찬하자 정 후보 “원래 젊어요. 맨날 TV가 힘들게 나와요"라고 답했다. 지나가던 한 노인이 “이게 누구여"라고 하자 정 후보는 “TV에 나오던 그 사람입니다"라고 했다. 모란시장은 개고기 식용 금지 이후 과거와 달리 개고기 판매대가 사라져 흑염소 고기 판매대로 채워졌다. 정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은 상인과 일일이 인사하며 격려를 보냈다. 한 노인은 정 후보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뼈있는 당부를 건네기도 했다. 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상인도 있었다. 좁은 시장 골목에서 정 후보 쪽에 인파가 쏠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50대 남성 상인은 “빨리 빨리 지나가라! 물건 팔아야 되는데 흐름이 막힌다"고 불만을 표했다. 정 후보가 막판 유세지로 성남을 택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로 풀이된다. 성남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친명(친이재명)계'의 상징적인 곳이다. 전당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수도권에 포진한 권리당원과 대의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당내 선명성을 강조해 온 정 후보가 수도권 바람몰이의 진원지로 성남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다른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 역시 일제히 수도권 공략에 나섰다. 지방 순회경선 내내 누적된 득표율을 바탕으로 각 후보 진영은 수도권에서 유의미한 득표를 끌어내야만 최종 당선권에 안착하거나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이날 시장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현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시장에 올 때마다 매우 놀랍다. 속속들이 다 알고 계신다"며 “그리고 전라도를 가든 충청·경기도 어디를 가든 그 속마음을 다 말씀하시는데 '힘들지만 참아요', '이번에 꼭 돼야 돼' 이런 얘기 오늘도 다 그 말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서울·경기 투표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호남은 그냥 평범한 수준인 것 같다"며 “특히 이번에 전국에 있는 노사모 했던 분들, 지지자들이 전라도로 몰려서 '노무현 정신으로 정청래를 뽑아달라'고 하루에 10시간씩 허리가 끊어지도록 인사, 큰절하는 거 보면서 '2002년 노무현 대통령도 이인제 조직을 이렇게 이겼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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