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온의 건설생태계]는 매주 건설업계 내부의 주요 현안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기획 코너입니다. 산재(산업재해)·수주전·제도 변화 등 업계가 직면한 쟁점을 현장 취재와 전문가 분석으로 입체적으로 전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4일 저녁 찾은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일대 세운상가. 노후 상가와 저층 건물 중심으로 초고층 재개발이 추진되며, 세계유산 경관 보존과 개발이익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국내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경관·문화재 훼손 우려를 넘어 서울시와 특정 민간업체 간 유착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매체가 “세운4구역 개발이익이 1조 원에 달하며 특정 업체가 상당 부분을 독점하는 구조"라고 보도한 것이다. 개발이익 산정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이 아직도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장동 의혹'도 비슷한 양상이어서 시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랴부랴 해명했고, 해당 업체도 토지 전부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매각하겠다며 의혹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재개발 이익 산정 기준이 왜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1조 원 vs 112억 원…개발이익 산정 왜 다른가
세운4구역 개발이익 논란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수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양측이 말하는 '개발이익'의 정의와 계산 방식이 애초부터 다르다는 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한 매체는 한호건설 계열사가 세운4구역 민간지분 27.1%를 확보한 점과 시의 대폭적인 용적률 상향을 근거로, 상향 전·후 사업가치 차이를 개발이익으로 보고 최대 1조원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시 고시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게 잡혀 있고 인근 시세를 반영하면 총수입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민간 몫이 수천억 원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시는 같은 사업을 두고 전혀 다른 산식을 적용하고 있다. 시는 “민간 토지 등 소유자에게 돌아갈 순이익은 112억 원, 그중 한호건설 몫은 약 34억 원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총수입 3조 3465억 원에서 총사업비 2조 9803억 원을 뺀 3662억 원을 손익으로 본 뒤, 여기에 종전자산(사업 전 토지가치) 3550억 원을 다시 차감하는 방식이다. 시 관계자들은 “원래 가진 땅값까지 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말하는 건 토지주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회계상 순수익 중심의 기준을 강조하고 있다.
쟁점은 여기서 갈린다. 사업 전체가 용적률 상향으로 새로 얻게 되는 가치 증가분을 개발이익의 핵심으로 보느냐 여부다. 시는 '토지주의 순수익'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자산을 이익 계산에서 별도로 떼어내지 않는다. 반면 이를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고 보는 셈이다. 여기에 분양가 가정도 다르다. 해당 매체는 시장 시세에 가까운 높은 분양가를 반영해 총수입을 확대하고, 시는 고시된 2491만 원을 기준으로 보수적인 수입을 적용하고 있다. 같은 단어를 쓰더라도 서로 전혀 다른 대상을 계산한 결과, 1조 원과 112억 원이라는 극단적 차이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적률 상향 전·후 개발이익 변화에 대한 설명도 논점이다. 시는 용적률 상향 이후 기준의 총수입·총지출·손익과 공공기여 2164억 원 등은 제시했지만, 상향 전 사업계획과 비교한 전체 초과이익 손익표나 증가분 규모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언론 보도가 말하는 '상향으로 새로 생긴 이익'과 시가 제시한 '토지주 순수익'이 애초에 같은 선상에서 비교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종합하면 이번 논란의 본질은 특정 숫자 자체라기보다, 개발이익을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고 어떤 분양가·비용 가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준 차이와 정보 공백이 해소되지 않으면 세운4구역 개발이익을 둘러싼 해석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익 산정 불투명…대장동과 닮았다는 지적
세운4구역 수익 산정 방식에 대한 불투명성은 이 사업이 여러 면에서 과거 대장동 재개발사업과 닮았다는 지적을 불러온다. 두 사업 모두 공공이 사업의 구조·룰을 정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실제 이익 배분은 민간에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장동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과반 지분을 보유했음에도 배당 구조는 “공공은 확정 수익, 초과이익은 민간 독식" 방식으로 설계돼 집값 상승기 민간이 수천억 원의 이익을 가져간 바 있다.
세운4구역 역시 SH공사가 전체 토지의 약 60%를 매입해 사업 리스크를 떠안고 있지만, 민간(특히 한호건설 계열) 지분은 30% 내외임에도 용적률이 660%에서 1008% 수준으로 크게 상향된 상황이다. 이 상향으로 발생할 추가 이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민간에게 얼마나 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산정 자료가 없는 상태가 오히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는 공공기여 2164억 원을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했다"고 주장하지만, 핵심인 '상향 이전 대비 얼마나 개발이익이 증가했는가(초과이익)'에 대한 비교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공이 룰을 쥐고 있으나, 초과이익 구조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이는 대장동 논란 초기의 문제 제기와 유사한 지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운4구역은 공공이 주요 리스크를 부담하는데 이익 구조는 민간에 열려 있는 준(準) 대장동식 구조와 비슷하다"며 “용적률 상향 이후 사업성을 고려하면 민간 이익이 수천억 원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초과이익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한 같은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 필요성엔 공감…그러나 방식은 재검토 필요
시는 세운4구역 개발을 '종묘–남산 녹지축 복원'이라는 도시계획 전략의 핵심 사업으로 규정했다. 시는 세운지구에 개방형 녹지와 공공임대상가를 조성해 13만6000㎡ 규모의 도심 녹지를 확보하고, 종묘 일대의 역사·경관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또한 세운 일대의 건축물 97%가 30년 이상 노후 건물이고, 목조 건물 57%, 도로 폭 6m 미만 비율 65% 등 안전 인프라가 취약해 정비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장 누리집에 게재한 '세운상가 재개발 이슈 총정리' 영상에서 “종묘–남산 녹지축은 도시계획사에 남을 혁신적 모델"이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이어 4일에는 세운지구를 직접 찾아 주민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는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사업 병목구간을 조정하고 일정 구체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4일 저녁 국내 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전문가들도 세운4구역 재개발의 필요성 자체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낡고 위험한 도심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 종묘–을지로–남산으로 이어지는 도심축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 인식이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상가 재건축 자체는 필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렇다고 현 방식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제시된 고층·고용적률 조감도는 멀리서 보면 그럴듯하지만, 실제 보행자의 눈높이에서는 '절벽'처럼 보일 수 있다. 도시는 한 번 지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역시 “이미 600%대의 높은 용적률에 1000%대 상향을 더하는 것은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업성·공공기여·세운상가 매입·철거 비용 등 필수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감도만 먼저 제시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두 전문가의 견해는 “개발은 필요하나, 제시된 방식은 검증이 부족하다"는 결론으로 모인다.
세운4구역이 강조하는 '녹지 조성 +개발 연계 방식'은 과거 보수정권의 상징사업과 닮은 측면도 있다. 2005년 청계천 복원, 2014년 롯데월드타워 승인 모두 '도시 경쟁력 강화'라는 큰 서사가 정책 추진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세운4구역은 공공(SH)·민간(한호건설 등)·역사문화재(종묘)가 얽혀 있고, 용적률 인센티브·공공기여·민간 이익 배분이 충돌하는 복합 구조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 맞은편이라는 입지는 경관 영향에 대한 국제 기준까지 고려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운4구역은 개발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추진 방식은 근거와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즉 개발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현재 방식에는 더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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