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으로서 책임을 안 지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수집하는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했던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불공정 약관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통해 시정됐다. 공정위는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총 13개 유형 47개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애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해외직구 금액은 지난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2년 5조3000억원, 작년 6조8000원으로 증가세다. 작년 기준 해외직구 국가별 점유율은 중국이 48.7%로 가장 높았다. 1년 전보다 20.4%포인트(p)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 배경에는 알리·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인 'C 커머스' 플랫폼의 급성장이 있었다. 지난달 기준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904만명, 테무는 679만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라 알리·테무를 통한 위해물품의 유입, 개인정보의 유출 등 소비자의 피해가 커짐에 따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이용약관 중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 약관 조항이 있는지를 심사했다. 먼저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통신판매중개업자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이용자가 위법행위를 하거나 약관을 위반하여 플랫폼이 조치를 하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플랫폼 사업자의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조항들이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광범위하게 배제하고 손해배상 범위를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무효인 약관이라고 봤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고의·(중)과실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부담하며 한국 민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특히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 발생 시 연락할 수 있는 경로를 명시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수집하는 조항, 이용자 콘텐츠를 알리·테무를 비롯해 그 계열사 등이 전방위적으로 사용하고 이용자의 권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런 조항들이 사업자가 매우 광범위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용기간 등을 명시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이용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고 알리·테무에게 영구적인 사용권을 부여하도록 규정해 이용자에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항목을 구체적으로 한정하고, 이용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제공한 콘텐츠를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는 등 개인정보 및 이용자 콘텐츠의 수집·활용과 관련해 부당한 내용을 더 이상 포함하지 않도록 약관을 고쳤다. 이와 함께 알리·테무의 이용약관에는 이용자와의 분쟁에 대한 전속관할을 각각 홍콩 법원, 싱가포르 법원으로 정한 조항이 있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은 알리·테무와 이용자 간 분쟁의 배타적 관할권을 외국 법원에 부여해 국내 소비자의 소제기 또는 응소에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 조항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대한민국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함과 동시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 민사소송법에 따르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이외에도 △계정 해지 사유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사전 통지 없이 계정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 △웹 사이트 접속 행위를 약관 변경에 동의하는 의사표시로 의제하는 조항 △사전 통지 없이 서비스를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이용자 정보 공개 과정에서 손해 발생 시 소송 제기를 금지하는 조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고 중재를 강제하는 조항이 있었다. 이에 대해 알리·테무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불공정성을 해소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국내 시장·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공정약관을 집중적으로 점검·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외국 사업자가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려면 최소한 '국내 수준'의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국내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약관상에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을 적발·시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중 최대 쇼핑·해외직구 집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리·테무의 약관을 정상화함으로써 1300만명에 달하는 해외직구 이용 국민의 권익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신용호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플랫폼을 비롯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거래관행이 형성될 수 있도록 불공정 약관 시정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공정위 목표대로 블랙프라이데이 전에 약관 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자 지속해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며 테무도 “한국 법 제도를 존중하며 미흡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