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국내 아파트에 도입한 AI기반 학습관리 플랫폼 'H 스마트스터디'. 사진=현대건설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설계, 공사비 산정 등 전통적인 시공 업무를 넘어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학습환경까지 AI를 적용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화재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의 화재 안전설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건물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뒤 AI가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피가능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GS건설은 이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소방 설계 보조를 넘어 도시정비사업에서 안전성과 설계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주거시설뿐 아니라 터널, 병원, 공공시설 등 다양한 구조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향후 도입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산정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자연어 처리 기반의 견적 산정 시스템은 설계 도면과 공종 명세를 자동 매핑해 단가를 예측한다. 기존에는 경험자 중심의 수작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AI가 수천 개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공사비 예측을 돕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복잡한 원가 내역 체계를 AI가 표준화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을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입주민 대상 서비스로 확장했다. 최근 강남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에 도입한 'H 스마트스터디'는 국내 아파트 최초의 AI 기반 학습관리 플랫폼으로, 학생의 공부 시간·자세·집중도·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루틴과 코칭을 제시한다. 학부모는 전용 앱을 통해 시각화된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멘탈 케어 기기와 온·오프라인 연계 학습 콘텐츠도 함께 제공된다.
같은 단지에는 의류 리워드 수거 시스템 'H 업사이클링'도 함께 도입됐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품질에 따라 등급 분류돼 보상금이 자동 정산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실생활 속 자원 순환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주거 현장에 실질적 효용이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과거 '스마트홈'이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기술은 점점 하드웨어 중심에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맞추는 '서비스형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내재화 흐름이 단순 홍보를 넘어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 확보와 주거 상품 차별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와 입지가 청약 성패를 갈랐다면, 지금은 디지털 설계 경쟁력과 커뮤니티 콘텐츠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IoT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