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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그리고 에너지 자원개발...새정부에 거는 기대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문제는 서로 떼어 분리해서는 조화로운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과거 정부를 통해 경험해 왔다. 이번 정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정책 추진을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를 연계해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후와 에너지 문제의 바탕에는 자원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화석연료의 지나친 사용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화석연료가 전 세계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간이 갈수록 우세하다. 지구의 기후변화와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 그만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방적 희망이 아닌 합리적인 기후와 에너지 전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꾸준한 준비와 장기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 간의 관세정책, 국토분쟁, 희토류광물 수출금지 등을 둘러싼 분쟁만 보더라도 에너지자원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즉, 강대국 조차도 자원개발을 통한 최소한의 에너지자원 확보와 안정적 공급 노력은 중단 없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93%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과거 정부에서 잘못 추진된 사업 또는 실패한 사업이라는 사실만으로 자원개발 사업을 등한시하거나 골치 아픈 문제라고 외면하고 버린다며 국가 차원의 중요한 에너지자원 안보를 나 몰라라 하는 또 다른 무책임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국내의 1차 에너지 공급 측면을 보면 10년 전과 비교하면 2024년 말 기준으로 석유는 38%에서 39%로, 석탄은 30%에서 22%, 천연가스 15%에서 20%, 원자력 12%에서 13%, 신재생은 5%에서 6%로 구성이 변화하였다. 화석연료의 비중이 83%에서 81%로 10년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만큼 에너지전환이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는 것이다. 탄소배출과 미세먼지를 수반하는 탈석탄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가시적인 변화를 보여 주었지만 탈원전은 결국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즉, 구성원의 공감대가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좁은 국토 면적과 입지 조건상 성장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사실과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 구성과 소비량 예측이 아마도 세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기후변화가 완화되거나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의 국가 산업경제와 안정적인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점점 불확실해지는 탄소중립 시대에 여전히 에너지원의 2/3 이상을 차지하게 될 화석연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구체적인 확보 전략이 없으면 절름발이 에너지 정책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자원은 일부 국가에만 부존하고 있는 부존의 편재성이 크며 이는 우리가 원할 때 원하는 분량의 에너지자원을 마음대로 공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 기후환경 및 에너지시스템 구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변화와 사회적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바탕 위에 에너지시스템의 조화가 필요하다. 기후환경과 에너지, 에너지원 구성, 자원개발과 공금망의 조화 등이 함께 고려되어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장기적인 계획하에 정권교체를 넘어서 꾸준히 추진되어야 희망과 미래가 있다. 신현돈

[기자의 눈] 패션도 과학이다

이제는 패션의 경쟁력을 과학이 좌우한다. 단순히 디자인의 변화로 소비자의 눈을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 디자인부터 소재까지 모든 부분에서 전문성을 강화한 과학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해부터 러닝, 트레킹 등이 취미로 급부상하는 트렌드에 맞춰 R&D 기반의 제품 개발에 힘썼다. 디자인은 물론 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트레일러닝 전용 상품 'TL-X'를 내놓았다. 이 상품은 코오롱스포츠가 자체 개발한 에너지 회복에 최적화된 질소 주입 방식의 하이퍼리프 미드솔을 사용했다. 또 최고급 반발력 소재인 PEPA폼을 복합 적용해 뛰어난 탄성과 안정적인 쿠셔닝을 제공한다. 편안한 착화감은 기본으로 기록 달성까지 가능한 기능성을 담아 제작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패션기업의 소재 개발은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2010년 자체 개발한 냉감 소재 '쿨테크'로 여름 시즌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쿨' 라인 제품은 135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5% 증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쿨테크는 나일론에 냉감 원석을 혼합하고 속건 기능을 가진 폴리에스터와 혼방한 소재로, 시원한 촉감, 흡습속건 기능, 관리의 용이성 등을 갖추고 있다. 네파는 냉감 의류 라인인 컴포(컴포 테크·컴포 쿨) 시리즈를 새롭게 공개했다. 컴포 테크는 접촉 냉감성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몸에 닿을 시 바로 시원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컴포 쿨은 용융사 메시 소재인 마이크로 에어 닷을 활용해 몸의 열기는 원활히 내보내 시원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K2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케이랩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운영하는 K2연구소가 개발한 이 서비스는 3D스캐너로 발을 분석해 소비자의 발 길이와 폭, 아치 높이 측정부터 보행 분석, 신체 균형까지 종합적으로 진단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그동안 매장에서 직원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제품의 설명을 듣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선수나 의료기관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고급 분석 기술을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신체에 알맞은 제품을 과학에 기초해 선택 가능하다. 패션기업 관계자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과거에 비해 디자인보다 기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며 “각 브랜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소재를 개발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이슈&인사이트]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비상계엄의 원인이 되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로서 필요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그리고 높은 산이 막고 있어 군사.안보적으로도 천혜의 요새와 같다. 또한 국가적 행사나 의전 행사 시설과 공간도 매우 훌륭하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방문했을 때 국가의 위신을 과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청와대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아 소통에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이 좋은 청와대를 떠나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겨 '용산 시대'를 열었지만, 불통 대통령이 되고 불명예 퇴장하게 되었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새로운 관저가 필요해졌고 외교목적으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던 외교부장관 공관을 징발하다시피하였다. 그리고 시설 개·증축 공사를 하느라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6개월 만에 관저 입주가 마무리됐는데, 서초동 사저에 머물던 도중인 2022년 9월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수수하였다. 2023년 11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디올백 수수장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기 시작하면서 윤 대통령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디올백 수수에 대한 사과를 둘러싸고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끈 수사팀은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였다. 검찰의 불기소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김 여사 특검 요구 명분만 키워주었다. 한동훈 대표가 불기소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물론이다. 민주당등 야권은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더욱 더 세게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대통령실과 극심한 갈등관계에 있었던 한동훈계 의원들이 찬성하면 특검이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때 마침 윤 대통령이 명태균 선거 브로커와 통화한 음성이 공개되어 큰 파문이 일고 있었다. 김건희 여사 특검 통과 가능성도 높아짐에 따라 윤 대통령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멘붕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결국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김 여사 특검 재의결 투표가 예정된 2024년 12월 10일로부터 바로 1주일 전이었다. 군대를 면제받아 총 한 방 쏜 경험이 없었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대통령실 이전과 깊은 관계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실이 군부 총사령부인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군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쿠테타가 매우 용이해지기 때문에 이것은 피하는 것이 상식이다. 윤 대통령은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생각으로 용산으로 나왔으나 대통령실이 군대에 둘러싸이고 군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군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함께 있다 보면 식사라도 한 번 더 하게 되어 같이하는 시간이 많게 된다. 실제로 용산 대통령실에 군 인사들의 내왕이 잦았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대통령실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와 동거하면서 용산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비상계엄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은 이른 시일내 청와대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당선 시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에 둘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가 제일 좋다"며 “아주 오래됐고, 상징성이 있고, 거기가 최적"이라고 했고, 용산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도청이나 경계, 경호 문제 등 보안이 심각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일단은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다가 청와대 보수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로 복귀할 방침이다. 가능한 빨리 옮기려고 할 것이다. 역술인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쌓이고, 미국의 도·감청 논란으로 시끄러웠고,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가 혼란에 빠졌던 '용산 시대'는 불명예 퇴장한 대통령과 함께 끝나게 되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기 않기를 바란다. 이강국

[EE칼럼] 원전이 안전하면 사고가 왜 나냐고 묻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며칠 전인 5월 23일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4개의 행정명령에 동시에 서명하면서 25년 내에 미국의 원자력 발전량을 4배로 늘이겠다고 공언하면서 비과학적이거나 불필요한 방해요소를 제거하는 내용을 행정명령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대로 실행이 된다면 앞으로 규제 정책과 행정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미국과 세계의 에너지 업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 상세한 내용이 맞는지 틀린지를 논하기에 앞서, 에너지 자원의 분포 및 개발, 관련 기술 동향 및 각국의 과거 기록과 현재 상황까지 온갖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이 무슨 이유로 이런 의사결정을 한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국은 지난 70년에 걸쳐 100기가 넘는 자국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와 270기가 넘는 군사용 원자로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국가이다. 자신들의 운전기록과 타국에서의 이력을 종합해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 원자력 에너지를 4배로 늘이겠다는 공언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은 최근 우리나라의 유력 정치인이 '원자력발전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는 왜 난 겁니까'라고 물었던 것과 크게 대비가 된다. 필자를 포함해 평생을 원자력발전소의 위험 요소만 쫓아다니며 연구한 많은 과학자들이 원자력 안전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확신하는 것과는 달리,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은 '그렇게 안전하면 사고가 왜 나는가'라는 질문에 더 쉽게 공감이 될 것이다. 만약 일부 비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원자력발전이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해서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게 되고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서 화장실 없는 건물을 짓는 겪이라면, 모든 정보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미국은 왜 원자력을 4배로 늘이겠다는 결정을 하고 그것을 당장 실행하기 위해서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일까? 원자력발전의 역사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원자력에너지를 평화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전소를 건설한 것에서 시작하였고 이제 70년이 넘었다. 그 동안 전 세계에서 군사목적이나 연구목적이 아닌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가 난 것은 딱 3번 뿐이다. 미국의 TMI-2 사고, 구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가 그것이다. 체르노빌의 원자로형은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된 원자로가 아니다. 서방세계에서라면 건설허가도 받지 못할 출력폭주 가능성이 있는 원자로가 구 소련 체제 하에서 건설된 것이다. 그 와중에 비상전원인 디젤 발전기가 엄격한 요구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자 원자로에 연결된 터빈으로 대신해 보려고 원자력발전소를 가지고 실험을 하였다. 거기서 멈췄으면 좋으련만, 실험으로 인해 안전의 제1원칙인 노심제어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 바로 전력생산에 투입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소련에서는 튼튼한 격납건물 짓지 않고 일반 건물에다가 원자로를 넣었다. 따라서 출력폭주에 의해 수천도로 과열된 카본이 수증기와 반응하여 폭발을 일으키고, 일반 건물은 이를 전혀 견디지 못했으니, 원자로 내부에 있단 방사성 물질이 그대로 대량 유출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 카본에 붙은 불을 끄던 소방관들, 소방헬기로 위에서 물과 시멘트를 뿌리던 운전원 수 십명이 사망한 초대형사고가 되었다. UN의 체르노빌사고의 건강영향 25년 추적연구를 책임졌던 의사를 만난 일이 있는데, 주변 지역에서 소아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 가능했다고 하였다. 이 타입의 원자로는 서방세계에는 지어진 적도 없고 이제는 구 소련지역과 동유럽에서도 완전히 퇴출되었다. 2011년의 후쿠시마 사고는 자연재해가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최초 타격인 지진에는 설계된 대로 잘 견뎌냈는데, 뒤따라 온 쓰나미로 인해 며칠씩이나 이어진 장기 전원상실이 발생하자 전기없이 노심 냉각을 유지하지 못하여 결국에는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난 것이다. 우리나라 주력노형인 PWR과는 다른 BWR형태의 원자로라서 냉각 스팀을 외부로 방출할 수가 없었고 대형 격납 건물도 없었기 때문에, 격납건물 바깥쪽에 수소가 모이게 되어 수소폭발이 일어나고 노심 용융과 구조물 손상이 동시에 발생한 사고이다. 방사선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지만,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많기 때문에 인근 지역 주민들이 소개되는 등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한편 미국에서 1979년 발생했던 TMI-2호기 사고는 우리나라의 주력노형과 같은 PWR형 원전에서 발생한 것이다. 정비규칙 위반 – 지시계 설계 불량 – 부실한 운전원 교육 – 안전규칙 위반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다중 인적오류로 인한 사고이다. 마지막에는 운전원이 착각을 하여 자동화된 안전 시스템을 모두 수동 정지시키고 원자로를 사고가 나는 쪽으로 운전해 가서 결국에는 노심이 녹는 일이 발생한 어이없는 경우지만, 대형 격납건물과 안전설계 덕분에 방사선은 외부로 누출되지 않아서, 바로 옆의 TMI-1호기는 최근까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을 정도다. 그렇게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면 왜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가 나냐고 묻기 전에, 어째서 이 3가지 사고의 결과가 이렇게나 달라졌는지를 이해하여야 한다. 과학적 사고를 해 보면 각각의 경우가 그럴 수 밖에 없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과학의 시선에서 보아야 왜 미국이 원자력에너지에 대해 저런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데스크 칼럼] 새정부 기업·노동 정책, 명분보다 실리로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주권정부'가 지난 4일 출범했다. 보궐선거인 탓에 당선과 함께 곧바로 국정 업무에 돌입한 국민주권정부는 임기 중 경제정책 방향으로 '대한민국의 경제강국 실현'을 제시했다. 경제강국 실현을 위한 △국익 중심 통상 △실용적 외교 △남북관계 회복 등 외교·통상 정책과 △인공지능(AI) 기반 전략산업 육성 △재생에너지 확대 △주식시장 활성화 등 산업·금융 정책이 핵심이다. 모두 중요하고 필요한 국정 과제들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제시된 이들 정책은 이해관계에서 무엇보다 정부가 얼마나 주도적으로 강한 협상력과 지원, 정책 의지를 발휘하느냐가 성패의 열쇠이다. 이와 달리, 국민주권정부가 표방하는 기업환경과 노동 관련 정책은 정부의 관철 의지 못지 않게 기업과 근로자라는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합의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원만한 정책 실현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역대 정부에서 기업환경과 노동 정책은 집권세력이 진보냐 보수이냐 성격에 따라 기업이나 근로자에 힘이 더 실리면서 친기업, 친노동으로 규정지워지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친기업, 친노동의 교체를 되풀이하면서도 큰 흐름에서는 국제적 보편성을 충족시키는 정반합(正反合) 프로세스를 가동시켜 온 게 대한민국의 기업환경과 노동정책의 발전 여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더불어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선전했음에도 정치학자와 일반국민들은 국민주권정부를 '진보 정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환경과 노동 정책이 진보 개혁 기조로 진행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약속했던 통합과 실용의 국정 철학이 진보주의의 가치와 토대를 손상하지 않고 어떻게 기업과 노동의 상반된 계급적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가령, 이 대통령의 공약 중 이른바 '온라인플랫폼법', '노란봉투법' 등의 입법화는 상대적 약자인 소상공인,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이지만 기업에 과도한 규제나 경영권 보호수단 상실이라는 우려와 반발 때문에 이해당사자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플랫폼법의 경우, 독과점 플랫폼 사전규제와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중소 입점업체를 대상 불공정행위 규제(갑을관계 규제)를 포함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독과점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자칫 갑을관계 규제만 적용하는 반쪽자리 입법이 될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의 역차별, 국내 유통혁신의 퇴행 등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노란봉투법 역시 찬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안은 근로계약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게 골자이다. 노조는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헌법이 보장하는 파업권 및 노조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입법 정당성을, 반대로 기업은 불법파업 조장, 기업 재산권 침해 등을 들어 부당성을 서로 주장하고 있다. 민주공화정의 국체를 다시 정립한 국민주권정부는 좌고우면할 겨를 없이 '경제강국 실현'의 명분을 내걸고 매진할 것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계층과 계급간 이해충돌의 국정과제는 정권 명분론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 우선이라는 실리주의에 충실해야 한다. 내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주권정부의 대통합 추구에 부합하고, 원활한 국정수행의 지름길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EE칼럼] 전기요금 개편, 정권 초기의 ‘정치적 여유’를 활용해야

전기요금은 정말 '전기세'일까? 이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2021년에 있었다(사건번호 2017헌가25). 한 시민이 전기요금 누진제가 부당하다며, 전기요금을 사실상 조세와 유사한 강제적 부담으로 간주하고 헌법상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고, 관할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헌재는 전기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대가'일 뿐, 반대급부 없이 부과되는 세금과는 다르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법적으로는 분명한 구분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많은 국민이 여전히 전기요금을 '전기세'라고 부른다. 그 인식의 배경에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어떤 사안이 익숙한 이미지와 닮았을 경우, 깊이 따지지 않고 같은 범주로 인식하는 성향을 뜻한다. 전기요금은 공공기관이 고지하고, 납부를 피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정부 정책과 연계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국민은 전기요금을 '요금'이 아니라 '세금'처럼 받아들이고,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심리적 반응은 실제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준다. 스웨덴 웁살라대와 동핀란드대 연구진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치러진 선거들을 분석한 결과, 전기요금이 인상될 때 극우 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의 득표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요금에 대한 불만이 높은 지역일수록, 탈 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주류 정당보다 그러한 정책에 반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요금 인상이 단지 경제적 부담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반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정치권도 이런 반응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2024년 총선 모두 여야 정당 간 격차는 5%를 넘지 않았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수백~수천 표 차로 당락이 갈리는 지역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전기요금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최근까지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유권자들에게 가장 직접 체감되는 민감한 영역인 만큼, 주로 산업용 전기요금만을 선택적으로 인상하는 방식이 반복됐다. 2024년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대비 약 60%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철강, 시멘트, 디스플레이, 섬유 등 전기요금에 민감한 업종들의 전기료 부담은 평균 36% 이상 증가했다. 기업들은 한국전력을 통하지 않고 민간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전력직접구매제도(PPA)를 확대하거나, 자체 발전설비를 구축해 독립적인 전력망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산업계는 더는 버티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3일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가 선거 기간 중 약속한 주요 에너지 공약들, 재생에너지 확대, 분산형 전원 체계 구축, 에너지 고속도로 조성 등은 모두 인프라 구축과 막대한 재정 투자를 동반한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의 추가적인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에만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은 지속이 어렵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도 일정 수준에서 조정을 검토하지 않으면,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요금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공정한 부담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전체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부에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에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절호의 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 권력 지형을 보면, 여당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과반을 확보하고 있고, 당분간은 대형 선거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중장기적 정책 추진에 필요한 정치적 위험이 낮은 시기라는 뜻이다. 단기적인 표 계산에 얽매이지 않고, 그간 미뤄져 왔던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기에 적기라는 얘기다. 특히 전기요금 체계의 합리화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정권 초기의 '정치적 여유'가 있을 때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 동력은 떨어지고, 이해관계의 얽힘은 더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적 설득과 제도적 개편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김재경

[기자의 눈] 은행 ‘PBR 1배’의 벽이 말하는 것

지난 4일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국내 은행주는 급등세를 보였다.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선 KB금융지주를 포함해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모두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어수선했던 정치적 분위기가 안정되고 새 정부의 코스피5000 공약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주가 상승 속에서도 국내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1배를 밑돌고 있다. PBR은 기업의 순자산 대비 1주당 몇 배에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PBR이 1배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보다 주가가 낮게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장기적으로 PBR 1배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달성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금융지주사별 PBR은 KB금융 0.68배, 신한금융지주 0.53배, 하나금융 0.48배, 우리금융 0.44배에 각각 그친다. PBR이 1배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은행 산업이 정책 리스크에 휘둘리고, 은행 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은행의 장기적 성장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정부의 정책 변동성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하고 있다. 더구나 새로운 정부에서 은행의 상생금융 압박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어들인 돈을 뱉어내도록 강제하는 구조는 은행이 민간 은행이라기 보다는 공공재란 인식을 더욱 부각시킨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간과할 수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마다 정부가 나서 은행을 지원했고, 이 과정에서 은행은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은행산업의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이익이 정부 방침에 따라 언제든 환원될 수 있는 것이라면 해당 은행을 믿고 장기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가 주가로 반영되고 낮은 PBR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은행의 사회적 역할은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 방법이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성격을 지닌다면 우리나라 은행주가 제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시대에 은행주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PBR 1배란 목표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은행권, ‘종노릇, 공공재’ 낙인...이재명 정부는 달라야 한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임기가 4일 오전 6시 21분 공식 개시됐다. 이 대통령 임기 첫날 코스피는 2% 넘게 올랐고, 직전 연고점인 5월 29일(2720.64)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미중 정상간 대화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뉴욕 증시도 상승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이 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 내내 상생금융 압박에 시달렸던 은행권에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듯하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같은 해 2월에는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10월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이 수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발표하고, 금융지주 회장들이 상생금융에 열을 올린 것은 앞서 윤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전 정부의 금융 관련 정책들에 모두 흠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2월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자본시장 인프라 개선 등에 집중한 덕에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 대통령은 금융권을 향한 무조건적인 낙인은 멈추고,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시장 발전 등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6개 시중은행장과 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방안을 이행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가 주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속될 수 있도록 힘을 쏟는 동시에, 금융사들이 보다 의미 있는 방향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그것이 이 대통령의 최종 득표수 1728만7513표, 최종 득표율 49.42%에 보답하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세종 치세의 시작은 정적의 포용이었다

이 나라가 개국한 이래, 최고의 통치자로서 세종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정인지의 《훈민정음》 서문에 “삼가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성인으로서 제도와 시설이 백 대의 제왕보다 뛰어나시어, 정음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 지극한 이치가 있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인간 행위의 사심으로 된 것이 아니다."라고 칭송한다. 세종실록 세종 조에 보면 “신하 부리기를 예도로써 하고, 간하는 말을 어기지 않았으며, 대국을 섬기기를 정성으로써 하였고, 이웃 나라 사귀기를 신의로써 하였다. 인륜에 밝았고 모든 사물에 자상하니, 남쪽과 북녘이 복종하여 나라 안이 편안하여, 백성이 살아가기를 즐겨한 지 무릇 30여 년이다. 거룩한 덕이 높고 높으매, 사람들이 이름을 짓지 못하여 당시에 해동요순이라 불렀다."라고 평하고 있다. 세종의 치세를 논할 때 부왕인 태종의 사전 준비에서 찾는다. 조선조 초기 신권과 왕권의 대결에서 완전한 왕권의 확립으로 세종조의 정치적 안정을 확보했다. 1, 2차 왕자의 난을 통해서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한 정사공신과 좌명공신, 거의 전부를 제거해서 신권으로부터 세종을 자유롭게 하였다. 1등 좌명공신 이숙번뿐 아니라 민무구 등 처남 4명과 세종의 장인 심온 마저 숙청하여 왕권을 반석 위에 올렸다. 그러나 어느 왕조도 채찍만으로 선정을 담보한 예는 없다. 선정의 핵심에는 당근이 있어야 한다. 바로 정적의 포용이다. 세종을 조선조의 최고 통치자라고 한다면 조선조의 최고 신하는 황희다. 1449년(세종 31) 모든 벼슬에서 물러나기까지 24년을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 세종의 정치 고문이자 명재상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벼슬살이만 73년 했다. 황희는 부친 황군서와 모친 용궁김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태조와 정종 대에는 자신이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임금의 명령이라도 거부하는 완고함으로 여러 번 파직되어 관직 생활이 평탄하지 못했다. 태종 대에 도승지로 임명되어, 양녕대군의 폐세자 건이 나왔을 때는 적장자 계승 원칙을 고수하며, 세종의 세자 책봉을 반대하여 태종의 노여움으로 파직되어 유배를 갔다. 황희는 강경하게 세자 책봉을 반대한 세종의 정적이다. 그런데 세종은 등극하자 맨 처음 정적인 황희를 중용하여,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18년간 영의정으로 세종조의 치세를 이끌게 했다. 세종은 진보적으로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나간 면이 있었다. 황희는 대세를 관통하는 보수적 시각으로 세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수행했다. 세종은 재임 32년간 2,276회(71.1회/년)의 경연을 통해서 정적과 합치를 추구하였다. 당시 조선은 황희, 윤회, 정인지, 최만리 등 유생이 정치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불가의 변계량, 도가의 맹사성, 법가의 허조가 이를 견제했다. 지역적으로 변계량, 정인지, 허조는 영남, 윤회와 맹사성은 호남, 최만리는 이북 출신이다. 그 중심에 경기 출신 황희가 있었다. 여기서 세종의 위대함은 정적을 포용하고 균형을 맞춰 견제함으로써 신권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과학적인 문자 체계인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여유를 가졌다. 또한 그 여유는 과학 기술, 예술, 문화, 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지금의 한국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정적을 관용하는 세종의 포용력이다. 역술인 중에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을 청와대의 풍수에서 찾는다. 그러나 정치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한국 정치는 브레이크(정적)가 없는 자동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재직 2년 반에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준석, 김기현, 한동훈 등 3명의 당 대표를 갈아 치운 것은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제거한 것과 같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대결에서 액셀을 계속 밟았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의 액셀을 계속 밟으면, 사고 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윤덕균

[EE칼럼] 에너지 안보와 한국의 대응

최근 국제 정세 불안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인도·파키스탄 전쟁 및 중동 정세 불안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 이는 각국의 에너지 안보를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 전쟁과 관세 폭탄은 이러한 우려에 불을 지폈으며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 심화, 에너지 가격 변동성 확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제약조건으로 작용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대응 전략 마련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석유, 핵연료(우라늄)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REPowerEU 로드맵'을 발표했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종식하는 동시에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협박, 경제적 강압, 그리고 가격 충격의 위험을 잔혹하게 드러냈다. REPowerEU를 통해 에너지 공급을 다각화하고 러시아 화석 연료에 대한 유럽의 기존 의존도를 대폭 줄였다. 이제 유럽은 신뢰할 수 없는 공급업체와의 에너지 관계를 완전히 끊어야 할 때이며, 우리 대륙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의 대가가 되어서는 안 되며 크렘린의 군비 증강에 간접적으로 기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이 같은 로드맵에 기반한 구체적 법안을 6월 중 제시할 예정이며, 2022년 5월 발표한 REPowerEU 계획 보다 강화된 에너지 효율화 목표 설정 및 수입 다각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21년 1,500억 입방미터(bcm)였던 러시아 가스 수입량을 2024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러시아산 가스 수입 점유율도 45%에서 19%로 낮췄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4년 EU는 여전히 520억 입방미터의 러시아산 가스와 1,300만 톤의 원유, 2,800톤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한편, 중국은 조용히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를 통과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2월 풍력 및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이 핵, 바이오,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화력 발전설비용량을 넘어섰다. 3월 말 현재, 중국은 1,482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화력 발전설비용량 1,451GW를 앞서가고 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전 세계 발전설비 용량(IRENA) 8,884GW 중 36.7%인 3,256GW가 중국에 있으며 매년 중국의 점유율은 2~3%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설되는 발전설비 용량에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Ember) 452GW 중 중국 점유율은 61.5%인 278GW이고, 풍력은 113GW 중 80GW로 70.5%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풍력 발전설비용량은 6배,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180배 이상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던" 중국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U, 미국 등 많은 서방 국가들이 이에 대해 논쟁하는 동안 중국은 에너지 패권이 화석 연료에서 전기로 옮겨가는 에너지 전환기에 있어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50년까지 넷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2024년 공개한 '에너지 수급 및 효율 현황'을 보면, 에너지 자립도(2021년 기준)는 OECD 평균인 0.85보다 크게 낮은 0.18로 OECD 최하위권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또한 2024년 93.7%이고 에너지 수입액은 약 230조 원(2025년도 국가 예산은 677.4조 원)에 달한다. 2024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은 9.58%에 불과해 세계(31.9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5.09%), 심지어 아시아(28.91%), 아프리카(24.64%)의 평균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 세계 에너지 통계(Enerdata)에 따르면 2023년 원유 수입국 3위, 석탄 수입국 4위, 가스 수입국 4위다. 불안정한 국제 에너지 시장과 기후변화의 위협 속에서 에너지 안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환경 파괴를 넘어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을 높이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원 다변화 및 핵심 기술 개발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한 에너지 절약 실천 등이 시급히 요구되는 이유다.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경제적 안정성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이다. 새 정부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 산업계, 국민이 하나 되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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