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HVAC 컨설턴트들이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초대형 냉방기인 '칠러'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가 가전 구독서비스와 냉난방공조(HVAC) 사업 강화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발 관세 여파로 글로벌 가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전자의 2분기 매출이 21조5933억원, 영업이익은 8965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7%, 25.05% 줄어든 수치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가전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관세 정책을 재개한 점이 LG전자에도 직격탄이 됐다. '미국의 황금시대'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전방위 관세 압박에 나섰고, 이 여파가 전 세계 가전업계로 확산되며 한국 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선행 수요 변화와 물류비 변동성이 가전 부문(HS)의 실적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LG전자 가전 구독 제품 이미지.
이같은 불확실성을 돌파하기 위해 LG전자는 수익성 높은 신사업 중심으로 위기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핵심은 구독서비스 모델 확대와 HVAC 사업역량 강화다.
구독서비스는 3~6년의 계약 기간을 설정하고, 월 구독료 납부 후 계약 종료 시 제품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이전되는 방식이다.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고,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 수익 예측이 가능해지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모델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과 케어서비스 강화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정수기를 시작으로 냉장고, 세탁기, 스타일러, TV, 노트북 등 300여개 제품군으로 확장했으며, 현재는 4000여명의 전문 케어 매니저가 정기적으로 고객 가정을 방문해 클리닝, 성능 점검, 소모품 교체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에서 구독형 가전을 판매하고 있으며, 올해는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모델은 단발성 판매를 넘어 반복적인 정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기업의 재무 안정성에 큰 도움이 된다"며 “예측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추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HVAC 사업 역시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맞물려 고성능 공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2023년 1642억1000만달러(약 222조원)에서 2030년 2493억8000만달러(약 337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LG전자는 데이터센터용 열관리 솔루션을 포함해 냉방기 칠러,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등으로 공조 토털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H&A사업본부에서 HVAC 부문을 분리, 독립 사업본부인 ES사업본부로 격상하며 집중 육성에 나섰다.
최근에는 HVAC 사업 강화 의지를 상징하는 글로벌 이벤트도 열렸다. LG전자는 최근 부산에서 태국·베트남·싱가포르·필리핀 등 아시아 8개국 거래선 120여명을 초청해 'LG 이노페스트'를 개최했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열린 이 행사는 LG전자의 HVAC 기술력과 제조 역량을 직접 소개하고, 동남아 시장 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이 행사에서 HVAC 신제품을 공개하고, 창원 공장의 에어컨 핵심 부품 생산라인을 소개하며 품질 우위와 생산 능력을 강조했다.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 시장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LG전자는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HVAC 사업을 전개해왔으나, 최근에는 인도·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까지 공략 범위를 넓히며 신흥시장을 겨냥한 본격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HVAC 부문의 실질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데이터센터용 칠러에 대한 레퍼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향후 국내외 데이터센터 시장의 성장에 따라 ES사업본부 내 칠러 비중도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HVAC는 LG전자의 중장기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