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호국 보훈의 달, 대통령의 초대'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주요 인선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 4일 대통령 취임 후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통령실과 내각, 차관급을 아우르는 인선을 속도감 있게 마무리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 틀이 사실상 완성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측근 의원들을 대거 배치해 개혁 주도권의 고삐를 쥐는 한편 경제, 외교, 국방, 사회 등 실무 부처에는 현장 전문가와 기업인을 대거 배치해 빠른 속도로 국정을 장악해 민생 안정과 각종 국정 과제를 실천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일부 실무 능력이 뛰어난 전임 정부 시절 임명된 장관을 유임시키는가 하면 보수 성향의 정치인도 간택해 '탕평'에도 노력했다는 지적이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취임 첫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데 이어,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실 보좌진과 국토교통부를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등 '이재명 정부'의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19개 부처 중 17곳의 자리가 채워졌다. 차관급 자리들도 속속 임명되면서 30여명의 주요 직위 인선이 짧은 시간내 '속도전'으로 마무리됐다.
정계 안팎에선 이번 이 대통령의 대통령실, 내각 인선의 특징으로 측근 의원들을 대거 전진 배치해 주요 개혁 대상 부처에 임명했다는 점으로 들고 있다. 12.3 비상계엄을 실행한 군의 개혁을 위해 5선 안규백 민주당 의원을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 장관에 임명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검찰청 폐지와 사법개혁 등의 막중한 개혁을 앞둔 법무부 장관에도 3선의 최측근 정성호 의원을 지명했고, 경찰국 폐지와 지방자치 개혁을 선도해야 할 행정안전부 장관에도 윤호중 의원을 선택했다.
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해야 할 자리에 전재수 의원을, 중단된 남북 교류 협력·북핵 협상을 재개해야 할 통일부 장관에 정동영 의원을,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할 여성가족부 장관엔 강선우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할 환경부 장관에도 김성환 의원이 선택됐으며, 차관급이지만 강력한 권력 기관인 국세청장 후보자에도 임광현 의원이 임명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강유정 대변인, 김민석 총리 후보까지 합치면 총 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1기 이재명 정부 내각에 전진배치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전문성과 경험이 뛰어나 부처들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의원들이 개혁의 최전선에 뛰어들어 임기 초 개혁의 그립감을 강하게 갖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6개월 안에 검찰청 폐지와 사법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등 굉장한 속도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장 전문가, 기업인들을 파격 발탁해 관료주의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사상 첫 민주노총 출신이자 현역 철도 기관사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방역 실무를 책임졌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원전 기업 CEO 출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입안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네이버 대표를 역임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LG AI연구원장을 지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도 파격 발탁된 케이스다. 여기에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이나 이유진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 등도 현장 전문가 출신이 중용된 사례다.
'탕평 인사'도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주요 코드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오유경 식품의약처장을 “실무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유임시켜 '이념과 관계없이 능력만 본다'는 실용 인사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등에서 주로 활동해 온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각 인선은 개혁이 시급한 분야에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배치해 집권 세력의 정치 철학 관철과 주도권을 쥐는 한편 미래 대비와 전략적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에는 전문가를 배치해 개혁과 민생 안정 과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장관급 인사도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내달 중순 이후 공공기관장 선임작업도 재개될 듯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면 7월 중순 이후에는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선임 작업도 본격화 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기업 사장과 공공기관장의 70.8%가 1년 이상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41.7%(130명)는 잔여 임기가 2년 이상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임명된 기관장은 56명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53명은 탄핵 가결 이후 임명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은 38명(11.5%) 수준이다. 이미 임기가 만료되거나 공석인 곳을 포함하면 새 정부가 올해 안에 임명할 수 있는 기관장 자리는 78개 정도다.
공기업 중 사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는 곳은 17개 수준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6곳은 올해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며 한국마사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등 5곳은 이미 임기가 종료됐다. 한국공항공사, 강원랜드, 한국가스기술공사 등 3곳은 현재 공석 상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코드 인사, 무능 공공기관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공공기관장 수장 교체 범위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시하고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가 결국 공공기관의 무능과 난맥상을 초래한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 탄핵 이후 내란 세력이 새로 임명한 공공기관만 무려 50여곳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백한 '알박기 인사'이며,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새로운 정부의 국정운영까지 발목 잡는 무책임한 권력 남용"이라고 주장했다.